소설리스트

16화 (1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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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정신으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김치볶음밥은 그 맛도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정민인 맛있다고 했지만 만드는 내내 엉덩이 사이가 제대로 다물리지 않는 것 같아서 이상했다.

“형, 왜 그래?”

설거지를 마친 정민이 식탁에 앉아 있는 나를 돌아봤다.

“응, 아냐.”

“약 먹어야지.”

물과 함께 어제 먹었던 피임약이 내 눈앞에 놓였다. 오늘은 안 했지만 어젯밤에도 안에 사정했으니까 먹어두긴 해야 할 것이다.

약을 꿀꺽 삼키자 정민이 내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얼굴에 닿는 손이 아직도 뜨끈뜨끈했다.

“평소에는, 약 먹으면 괜찮았던 거야?”

러트에 이렇게 성욕이 강해지는 데 약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게 새삼 놀라웠고 걱정도 됐다.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를 억제하는 약은 분명 좋지 않은 성분이 가득할 것이다.

그런 약을 평생 먹어야 된다니.

아, 결혼해서 러트를 같이 보낼 상대가 있으면 약은 필요 없으니 괜찮은가.

“어?”

“아니, 너 여자친구 있다는 소리 한 번도 한 적 없잖아.”

“여자친구?”

“매번 약으로 눌렀으면 힘들었을 거 같아서, 나한테는 말 안 했지만 혹시 여자친구랑 했던 거, 아냐?”

내가 생각해도 너무 떠보는 말투 같았지만, 이미 말은 내 혀끝에서 떠난 뒤였다.

정민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가 눈을 깜박이더니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기분이 좋을 때 보여주는 표정으로, 내가 아주 좋아하는 얼굴이었다.

“내가 러트에 딴 사람이랑 했는지 물어보는 거야?”

나도 몰랐던 급소를 꽉 잡힌 기분이 들었다. 찔린 정곡에 놀라 물 컵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다른 사람이랑 했을 리가 없잖아.”

컵을 쥐고 있는 손을 당겨 정민이 손가락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달달한 기분에 심장이 붕 떠올랐다.

원래도 우린 스킨십이 많은 형제이긴 했지만 이런 식의 스킨십은 한 적이 없었다. 의식하기 시작하자 걷잡을 수 없는 민망함이 번져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몸은 어때?”

내가 손을 빼기 전에 정민이 먼저 손을 놓아주고 물었다.

“좀 나른한 거 빼곤 괜찮아.”

“응, 확실히 열은 많이 내린 것 같네. 아직 냄새는 나지만.”

정민이 허리를 숙여 목덜미 부근에서 냄새를 맡았다.

“영화 볼까? 전에 형이 보고 싶다고 했던 거 VOD 나왔을 거 같은데.”

“…그래.”

의자 등받이를 손으로 지탱한 채 몸을 일으켰다.

주방에서 거실로 가는 길이 조금 멀게 느껴져 힘들었지만 티를 내고 싶지 않았다. 정민이가 어제처럼 안아서 데려다 주면 이번엔 진짜 기절할지도 모른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TV를 켜고 정민이가 채널을 골랐다.

영화는 시간이 맞으면 종종 둘이 보러 다녔었는데 정민이가 입시 준비를 시작하고 난 뒤에는 통 못 봤다.

영화관은 아니지만 둘이 영화를 보는 것 자체가 오랜만이었다.

일이 좀 꼬였지만 어쨌든 정민이랑 보내는 여유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대학에 가면 이런 일도 쉽지 않을 것이다.

“과자 먹을래?”

팝콘은 없어도 주전부리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 묻자 정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주방으로 돌아와 찬장에서 감자칩을, 냉장고에서 콜라를 꺼냈다.

“저녁에는 미역국 끓여 먹을까?”

냉장고에 있는 고기를 보며 물었다.

“응, 난 형이 끓여 준 미역국 좋아.”

“넌 다른 것도 잘 먹잖아.”

소파에 앉으며 대꾸하자 정민이 배시시 웃었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지금이야 어느 정도 능숙해졌지만 정민인 요리에 익숙하지 않던 시절에 만든 소금 소태 같던 음식들도 맛있다며 먹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말 한결같이 착한 동생이다.

“진짜 맛있어.”

“미각이 이상해진 거 아냐?”

“그럴 리가.”

사실은 고기를 언제, 왜 사다뒀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냥 말았다. 어차피 별로 중요한 문제도 아니었다.

“나도 요리 좀 배울까?”

“갑자기?”

“형이 계속 혼자 하는 것도 그러니까, 입학까지는 아직 시간도 있고.”

“그냥, 형이 해 줄게.”

요리하는 건 사실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맛있게 먹는 정민이 얼굴을 보는 건 소소한 기쁨이다.

“형이 계속해 줄 거야?”

“그게 뭐 힘들다고.”

과자 봉지를 뜯어 감자칩을 입에 넣으며 중얼거렸다. 어차피 언젠가 정민이가 결혼하면 그 일은 내 일이 아니게 될 거니까, 그전까지는 내가 해도 괜찮다.

아, 결혼. 어제오늘 자꾸 이 생각을 많이 하게 되네.

분명 성인이 되면 정민이 옆에 다른 누군가가 생기는 게 당연한 일인데 생각할수록 명치가 답답해지면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고개를 돌려 TV에 시선을 고정하자 정민이가 미리 골라 놓은 영화가 재생됐다.

영화는 몇 년 전 개봉했을 때 OST가 대박을 터트린 애니메이션의 후속으로 자매간의 우애가 굉장히 부각되는 내용이었다.

할리우드 액션 영화처럼 빵빵 터치는 장면은 없었지만 그래픽이 굉장했고, 이번에도 OST가 너무 좋았다.

특히 자매 사이에 주고받는 순수에 가까운 호의는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영화에 집중하는 사이 정민이 내 다리를 베고 소파에 누웠고 나는 TV에 시선을 고정한 채 감자칩을 먹다가 정민의 입에 넣어주기를 반복했다.

집에서 TV를 볼 때도 자주 취하는 자세였기 때문에 처음엔 별생각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 거실 전체에 감도는 달달한 냄새 때문에 기분이 야릇해졌다.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가는데 정민이 내 배를 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왜? 졸려?”

“아니.”

“재미없었어?”

“재미있었어.”

정민이 내가 입고 있던 셔츠를 밀어 올리더니 아랫배에 입술을 문지르다 양 볼을 부풀려 바람을 불었다. 푸흐 하며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피부가 부드럽게 떨렸다.

“뭐야.”

간지러워 쿡쿡거리자 정민이 같은 행동을 다시 반복했다.

“진짜 너무 좋은 냄샌데, 왜 그동안 몰랐을까?”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지금도 이렇게 코끝이 달달한데 어떻게 모를 수 있었을까.

“그러게.”

결 좋은 머릿결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이자 정민이 나를 바라봤다.

“형도 내 냄새가 좋아?”

“…응. 어떻게 몰랐을까 싶을 만큼. 너 원래 집에 페로몬 풀어 놨었어?”

“형이랑 나만 있으니까 상관없을 거 같아서.”

순순히 인정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계속 정민이 페로몬에 싸여 있었다는 건가.

스치듯 떠오른 생각에 단숨에 체온이 상승하는 게 느껴졌다. 원래 발정기 때는 이렇게 체온 변화가 급변하나.

몸이 달아오른 걸 들키고 싶지 않아 정민이 머리를 살짝 밀었다.

“일어나.”

“왜?”

“그럼, 계속 누워 있을 거야?”

“아니, 일어날 거야.”

일어날 거라는 말과 다르게 정민의 손이 내 엉덩이로 향했다.

“정민아….”

“형, 야한 생각했지?”

속내를 들킨 것에 놀라 눈을 깜박이자 정민이 샐쭉하게 웃었다.

“냄새가 진해졌어, 여기도 볼록해졌고.”

정민이가 내 고간에 이마를 가볍게 비볐다.

“이제 여기도 젖겠지?”

손바닥이 엉덩이를 가볍게 주물렀다. 가벼운 행동 하나하나에 몸이 멍청할 정도로 반응을 보였다.

“하지, 마.”

“나도 그렇지만, 형도 진짜 장난 아니다.”

“뭐가.”

“성욕.”

“야….”

“우리 형제는 형젠가 봐, 이런 것도 닮은 거 보면.”

“그럼 우리가 언제 형제 아닌 적 있어?”

섹스했어도 형제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는 의미로 말하자 정민이 입을 꾹 다물었다.

표정의 변화가 크지 않지만 나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정민의 기분이 언짢아졌다.

내가 한 말을 빠르게 복기해 봤지만 어느 부분이 심사를 거슬리게 한 것인지 바로 알 수가 없었다.

“왜 그래?”

“음, 아냐. 하고 싶어져서.”

고개를 흔들며 정민이 바지와 속옷을 아래로 잡아당겼다. 고무줄이 훌렁 내려가자 반쯤 발기한 성기가 퉁 튀어 올랐다.

이미 반은 준비 태세인 성기를 본 순간 또 하고 싶어졌냐는 말은 당연히 할 수가 없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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