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화 (1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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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씻고 나와 냉장고를 열어 보고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였다.

냉장고에 내가 사둔 적이 없는 계란, 우유, 소고기가 있었다. 혹시 싶어 라면과 통조림을 넣어 두는 싱크대 찬장을 열어보자 마찬가지였다.

하나밖에 안 남았던 라면이 다섯 봉이 되어 있었고 통조림 햄과 참치가 세 개씩 있었다. 구호품처럼 느껴지는 것을 가만히 보다가 참치를 손에 들었다.

누가 사다 둔 것인지는 일일이 따지지 않기로 했다.

이 집에 사는 사람은 두 명이다. 내가 아니면 한 명밖에 없으니까.

어제 죽을 사러 나갔을 때 사 온 것 같은데, 하지만 죽 사러 나갔을 때 준비해 놓은 거라면 정민인 우리가 집에서 나가지 못하게 될 걸 미리 알고 있었던 게 된다.

어떻게? 예정일보다 며칠이나 빨리 터진 러트인데 어떻게 예상을 한단 말인가. 그리고 러트가 터질 걸 알면서 죽은 사 오고 병원에는 안 간 건 말이 안 됐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떠올라 머리를 세게 흔들었다.

정민이는 착하니까 분명 제 몸은 생각도 못 하고 형이 걱정돼서 빨리 집에 오고 싶었을 것이다. 그 김에 떨어진 식재료도 사 온 걸 거고.

그냥 타이밍이 너무 잘 맞아떨어진 일이다.

더 생각하고 싶지 않아 찬장 문을 닫았다.

김치볶음밥을 하기 위해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내 도마에 놓고 썰고 있는데 욕실 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타박, 타박. 익숙한 발소리가 내게 다가왔다.

“카페에 전화했어?”

“응, 내 시프트는 사장님 동생이 해준다고 다 나아서 오래.”

“다행이다, 오래 일한 보람이 있네.”

정민이 등 뒤로 다가와 내 허리를 끌어안았다. 들고 있는 칼 근처에서 정민의 손이 움직였다.

“칼 들고 있는데, 위험하게.”

“…형, 나 하고 싶은데.”

정민이 내 목덜미에 코를 비비며 속삭였다.

“벌써?”

“응, 형 냄새가 너무 좋아.”

칼을 내려놓고 팔을 들어 코에 대봤다. 냄새를 맡아봤지만 샤워한 지 얼마 안 돼서 자주 사용하는 바디워시 냄새만 났다.

정민이 말에 따르면 내 몸에서도 페로몬이 뿜어져 나온다는 건데 어떤 냄새인지 알 수 없었다.

대신 정민의 냄새는 이제 확실히 한다. 등 뒤에서 나를 덮치는 것처럼 향이 피어올랐다. 다리를 스멀스멀 감아 올라오는 것 같은 향에 머리가 어질거렸다.

“정민아….”

“응, 형.”

정민이 사타구니를 밀어붙여 엉덩이 사이에 묵직한 것이 닿았다. 설마 싶어 고개를 돌려보자 정민인 셔츠만 입은 채였다.

“너 왜 속옷도, 안 입었어.”

“형이 씻은 다음이라 욕실에 냄새가 배어 있어서 계속 섰어.”

정민이 참을 수 없다는 듯 목덜미에 입술을 비볐다. 덜 마른 머리칼이 목 언저리를 부드럽게 간질였다. 짙어지는 냄새에 아랫배가 단숨에 뜨거워졌다.

헛숨을 들이켜자 정민이 바지 위로 사타구니를 더듬었다.

재촉하는 손길에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여기, 서 하게?”

“한 번만 할게.”

정민이 물러서지 않고 고무줄 바지와 팬티를 한 번에 벗겨 내렸다.

서늘한 공기 중에 노출된 엉덩이를 정민이 양손으로 벌렸다.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찐득한 소리가 났다.

정민이 냄새만으로도 젖은 것 같아 발이 둥글게 말렸다. 장판을 긁듯이 발을 움직이자 정민이 뒷목에 입술을 문질렀다.

“침대로 가는 게….”

“가면 한 번으로 못 끝나, 밥 먹어야지.”

도마 위 김치를 흘긋 보고 입술을 깨물었다.

대체로 말을 잘 듣는 편이지만 정민이는 한 번 원하는 게 생기면 그 뜻을 굽히지 않는 고집쟁이였다.

어린 시절에도 나와 같은 침대에서 자겠다고 우는 통에 엄마가 짜증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야 정민인 제 침대에서 잤을 정도였다.

“잠깐만, 금방, 할게, 응? 형.”

조르는 목소리에 묻은 다급함을 무시할 수가 없다. 이렇게 나를 부르면 안 된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좀처럼 원하는 걸 말하지 않는 편이라서 더 그랬다.

턱을 아래로 살짝 내리자 단단한 살덩이가 엉덩이 사이를 문질렀다. 축축하게 젖은 엉덩이 구멍이 다음 일을 예상한 듯 벌름거렸다.

원래는 배출 기관이었는데, 단 하루 만에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해진 것 같다. 바로 며칠 전까지 알던 내 몸이 아닌 것 같은 이상한 기분.

“흐읏.”

딴생각에 빠질 여유도 없이 밀고 들어온 살덩이에 엉덩이가 경련했다. 싱크대를 꽉 쥐고 숨을 들이켜자 반쯤 들어왔던 것이 훅 밀고 들어왔다.

그대로 바로 움직일 줄 알았는데 정민인 내 허리를 꽉 끌어안고 어깨에 머리를 올린 채 숨을 골랐다.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풍겨오는 향 때문에 머리가 아찔해졌다.

하반신을 시작으로 점점 번지는 쾌감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몸을 지탱하는 뼈가 녹아내리는 것 같아 버티기 힘들었다.

무릎이 꺾이는 순간 몸 안에 깊게 들어왔던 성기가 빠져나갔다가 단숨에 치고 들어왔다.

“하으, 읏…!”

허리가 꺾이면서 넘어지지 않기 위해 싱크대를 붙잡자 엉덩이를 내미는 것 같은 자세가 취해졌다.

헐렁한 셔츠를 밀어 올리고 정민이 손가락으로 척추를 길게 훑었다. 진한 손길이 아닌데도 온몸이 흠칫흠칫 떨렸다.

정민의 손이 허리 부근을 맴돌다가 내 아랫배를 손바닥으로 꾹 눌렀다.

장기를 누르는 압박이 가해지자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이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배꼽 아래까지 들어온 것 같아 몸서리치자 정민이 허리를 숙여 내 등을 끌어안았다.

온몸이 정민이 페로몬에 덮쳐졌다. 심장이 발딱발딱 뛰었다. 격렬하게 움직일 것처럼 굴다가 또 행동을 멈춰서 엉덩이 안쪽이 발씬거렸다.

손톱으로 싱크대를 긁고 엉덩이를 가볍게 흔들며 무언의 재촉을 가했다.

“하아, 형….”

끊어지는 숨소리와 함께 정민이 허리를 흔들었다. 한껏 빠져나갔던 성기가 입구를 배회하다 안쪽을 푹푹 찔렀다. 각오하고 있던 리듬과는 전혀 다른 리듬에 숨이 넘어갔다.

“아, 아응, 흣.”

싱크대를 꽉 붙잡고 있는데 정민이 손이 가슴팍으로 올라오더니 내 허리를 일으켜 세워 뒤로 잡아당겼다.

싱크대를 놓친 손이 허공을 배회하다 내 상체를 꽉 붙잡고 있는 팔을 끌어안았다.

놓치면 떨어질 것처럼 꽉 쥐고 있자 귓가에서 만족한 엷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싱크대 같은 것이 아니라 저를 붙잡은 게 기쁜 것 같은 웃음에 등줄기가 곧게 일어서며 파르르 떨렸다. 안쪽이 끊임없이 경련해서 허벅지가 덜덜 떨렸다.

전립선을 툭툭 건드리는 성기 끝이 안쪽에 닿았다. 느끼는 부분만 일정한 박자로 찔러 주는 행위에 아랫배가 끓어오르며 전신에 힘이 들어갔다.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 같은데 앞을 만질 수가 없었다. 발기한 성기가 싱크대를 스칠 때마다 터질 것 같았는데 그보다는 뒤가, 안쪽이 훨씬 더 욱신거렸다.

닿은 피부가 뜨거웠다. 몸이 붕 떠오르는 것 같아 정민이 팔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흐으윽, 이상, 해, 이거, 하으윽…!”

눈앞이 새하얗게 점멸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 수 없어 눈물이 주룩 흘러내렸다. 성기에서 쏟아진 건 없는데 온몸이 늘어졌다.

“뒤로만, 느낀 거야? 대단하다, 형.”

이게 대단할 일일까.

의문도 잠시 정민이 허리를 잘게 흔들다 성기를 쑥 빼냈다.

“아흑.”

빠져나가면서 내벽이 쓸리는 바람에 신음이 절로 터져 나왔다. 정민이 귓가에 뜨거운 숨을 뱉더니 두툼한 귀두로 엉덩이골을 문지르며 미지근한 액을 발랐다.

엉덩이 전체에 마킹 당하는 것 같아 가벼운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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