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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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일곱 살이었다.

그런데도 그날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눈을 감으면 어제 일처럼.

그날은 비가 왔다. 나는 아빠와 엄마가 곧 올 것을 알고 있어서 베란다를 계속 기웃거렸고 할머니는 겨울에 웬 비냐며 투덜거렸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겨울에 눈이 아닌 비가 왔기 때문에 더 특별했다.

베란다 창문으로 아빠 차가 주차되는 걸 보고 바로 현관으로 뛰어갔다.

아빠와 엄마가 어디쯤 왔을지 상상했다.

아파트 현관을 지나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2층, 3층….

속으로 10층까지 세고 발걸음을 셌다. 발걸음이 정확히 열둘에서 멈췄을 때 도어락을 누르는 소리가 들렸고 곧 문이 열렸다.

‘기다리고 있었어?’

엄마가 웃으면서 말을 걸었지만 내 시선은 엄마 품에 있는 조그마한 것에 닿아있었다. 하얀 꽃무늬 담요에 싸인 조그마한 것이 꼼지락거리는 게 보였다.

내 시선을 느낀 엄마가 몸을 낮춰줬다.

‘수민아, 동생이야.’

내 앞에 내밀어진 것을 들여다봤다.

꼬물꼬물 움직이는 것에 조심스럽게 손을 뻗자 네가 손을 버둥거렸다.

손톱이 얼굴을 긁을까 봐 손 전체가 벙어리장갑 같은 것에 싸여 있었음에도 움직여서 내 손가락을 잡았다. 연약한 힘이었는데 뿌리칠 수 없었다.

‘정민이야, 수민이가 형이니까 아껴줘야 한다.’

나는 엄마 얼굴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 고개를 숙였을 때 눈이 마주쳤다.

겨울비가 내리던 그 날, 네가 나에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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