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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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야 한다는 생각과는 반대로 흥분한 성기가 바짝 일어선 채 손안에서 흔들렸다. 흐린 눈으로 협탁 위에 있는 전자시계를 보고 눈을 깜박였다.

벌써 졸업식이 끝났을 시간이다. 심장이 불안하게 뛰었다.

졸업식장 안에서 날 찾을 정민일 떠올리자 미칠 것 같았다. 쌍꺼풀 짙은 큰 눈을 데굴데굴 굴려가며 형을 찾았을 것이다.

가족이라고는 형밖에 없는데 형이라는 건 자위하느라 졸업식에도 못 가고,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눈을 꾹 감고 손바닥으로 매트리스를 꾹 누른 채 허리를 일으키자 팔이 풀썩 꺾였다.

좋은 냄새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내 몸을 옭아매는 것 같았다.

매트리스 위로 풀썩 떨어진 몸이 여전히 발기한 성기를 짓눌렀다.

“아, 하으응, 흣.”

압박감을 고스란히 받은 성기가 꺼덕거렸다. 조금만 건드리면 또다시 정액을 쏟아낼 것 같았다.

빨리 빼버리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손을 뻗는데 철컥거리며 현관문이 열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형? 형 집에 있어?”

다급하면서도 걱정이 가득 묻은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서두르는 발소리가 거실을 지나 방으로 다가왔다.

급하게 상체를 일으켰다.

“정민아, 형 방에 있어, 흣.”

“형?”

“안 돼, 문 열지….”

한심한 꼴을 보이고 싶지 않아 문을 열지 말라고 했으나 말이 끝나기 전에 방문이 활짝 열렸다.

고개를 돌려 문가를 바라봤다.

겨울 특유의 바깥 냄새와 함께 향이 밀려왔다. 거센 파도가 밀려오는 것처럼 진한 향이 방안을 가득 채우고 내 몸을 흠뻑 적셨다.

“아, 아….”

오한이라도 든 것처럼 온몸이 덜덜 떨렸다. 멍청하게 쥐고 있던 성기 끝에서 정액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정민의 앞에서 사정한 순간 깨달았다.

너무 좋아서 미칠 것 같았던 향은 사랑하는 내 동생의 페로몬이었다.

“형….”

당황한 얼굴로 방안에 들어오던 정민이 팔뚝으로 코를 막았다.

이불을 추슬러 어깨를 감쌌지만 벌거벗은 상태라는 건 바닥에 떨어진 옷가지만 보고도 알 수 있을 것이었다.

“…오메가, 였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시야가 어지러워지면서 정민일 처음 만났던 날부터 지금까지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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