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9화 (99/151)

#99

이현은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제 딴에는 세차게 흔들었으나 이미 말단 신경까지 힘이 풀린 몸은 중력을 곱절로 체감하며 느릿하게 움직일 뿐이었다.

“왜. 자랑할 만해 보이는데.”

지완의 목울대가 위협적으로 울렁였다. 가벼운 농을 던지는 그 음성은 말과 달리 무거웠고, 어딘가 난폭했다. 이현은 고인 침을 삼키며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웠다. 뇌가 좌우로 흔들려 두개골에 부딪히는 듯했다.

이현은 숨을 색색 내쉬었다. 빠르게 들이마시고 느리게 내쉬었다. 턱부터 달달 떨리고 있었으나 추한 건 지금 고려할 문제가 아니었다. 체액에 젖어 번들거리는 입술과 턱, 잇자국이 희미하게 새겨있는 목을 훤히 드러낸 채, 이현은 지완을 노려보았다. 자신의 꼴을 알지 못하는 이현은 바르르 아랫입술을 떨었다. 지완의 두 눈에 폭력적인 빛이 담겼다.

“이현아, 좀 솔직하게 구는 게 어때.”

지완이라고 마냥 다른 것은 아니었다. 이현의 손에 의해 조금씩 헝클어진 지완의 머리칼은 어둠 속에서 포악하게 빛나는 지완의 두 눈을 교묘하게 가렸다. 지완의 손은 여전히 이현의 몸을 일그러트릴 듯 움켜쥐고 있었다.

“이거… 이거 봐. 나 완전 다 죽었어. 그만, 해, 이제.”

“….”

“씨발, 내가 미쳤지. 진짜 돌았나… 술이….”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한 이현의 노력이 무용하진 않았다. 서서히 죽어가는 제 성기를 힐끔대며 이현은 얼굴을 구겼다. 진정되지 못한 호흡은 마치 이현이 울먹이고 있는 것처럼 말을 끊어댔다.

“그럼 내가 자존심이 상하지.”

“권….”

“입 벌려. 다시 좆 세워줄 테니까.”

지완은 다시 이현의 입술을 집어삼켰다. 짓궂을 만큼 눅진했던 혀가 이번에는 무게를 실었다. 도망갈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지완의 두툼한 가슴팍이 이현의 가슴과 갈비뼈를 내리눌렀다.

맨살에 닿는 지완의 몸은 그의 혀와 다를 바가 없었다. 지완이 움직일 때마다 가슴과 어깨, 팔, 등의 모든 근육이 이현의 살갗에 마찰했다. 그 외설적인 감각은 분명 유해했다. 다시 흥분에 사로잡히던 이현은 숨을 멈췄다. 제 하복을 찌르는 존재감은….

“야…, 씨발, 잠깐…. 읏…!”

“걱정 마.”

무엇을 걱정하지 말라는 것일까. 이현의 저지는 그대로 무시되었다.

“채이현, 네가 잘하는 거 있잖아.”

“….”

“술을 탓하든, 나를 탓하든. 난 줄곧 널 탓하고 있었으니까, 너도 네가 잘하는 걸 해.”

지완은 이현의 성기를 한 손으로 움켜쥐었다. 얇은 속옷은 어느새 내려가 있었고, 이현은 그 직접적인 감각에 한순간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이현의 고개가 절로 젖혔다. 탄력 있는 가슴 주변을 간질이던 지완의 입술이 이현의 유두를 물었다. 그 누구도 손댄 적 없는 곳, 지완은 이현의 작고 여린 유두를 잘근잘근 씹었다. 주변 살갗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씨발, 무슨 젖꼭지를 빨아?

이현은 지완의 머리를 밀치며 이를 억세게 물었다.

“미친 새끼야, 읏, 입 떼….”

“네가 알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이현아.”

지완은 가슴에 처박았던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손은 멈추지 않고 이현의 성기를 아래에서부터 위로, 다시 위에서부터 아래로 느릿하게 어루만졌다. 두툼한 귀두에 기둥의 살갗이 쓸릴 때마다 이현은 소스라쳤다. 이현의 성기는 안타깝게도 지완의 한 손에 의해 농락당했다.

“넌 여기가 입술 색이랑 똑같아.”

수치스러운 언사를 내뱉는 지완의 얼굴에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지완이 즐거울수록 이현을 옭아매고 있는 그의 손은 더한 집착을 드러냈다.

지완의 느긋함은 의도적이었다. 이현을 놀리는 것처럼, 가장 천박한 쾌락은 내어주지 않았다. 술과 약, 아슬아슬한 흥분만 이현의 아랫배에 고였다.

목 안쪽에서부터 긁는 소리를 내던 이현은 지완의 양 볼을 부여잡았다. 한 차례 숨을 들이쉰 이현은 지완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씨발, 나도 모르겠다.

“놀리지 말고… 할 거면 씨발 손 제대로 움직여.”

이현은 제 불민함을 탓하기로 했다.

일단은… 나중에.

*

지완의 길고 곧은 손이 굳게 선 이현의 성기를 위아래로 농밀하게 문질렀다. 굳은살이 박인 엄지손가락은 이현의 요도구를 압박하다가, 기둥과 귀두의 경계를 긁어댔다.

아랫배에 맞붙을 정도로 바짝 세워진 이현의 성기는 지완의 손에 따라 껄떡였다. 맑은 쿠퍼액이 조금씩 이현의 요도구에서 흘러나왔고, 지완은 그 솔직하고 음란한 액체로 표피를 적셨다. 지완의 손이 조금씩 빨라지자 이현은 몸을 비틀었다.

“씨발….”

윽, 이를 깨물며 작게 도리질 치는 이현의 위에서, 지완은 나지막한 욕설을 내뱉었다. 지완은 이현이 그리는 그 어떤 작은 움직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두 눈동자는 고집스럽게 이현만을 좇았다.

눈을 질끈 감은 이현은 힘겹게 신음을 참았다. 기둥에 힘줄이 꿈틀대는 감각은, 지완의 손바닥에서 다시 이현에게로 전이되었다.

질금질금 나오던 쿠퍼액은 이제 철퍽거렸다. 요도구에서 흘러나온 쿠퍼액은 귀두를 물들였고, 귀두에 이어 기둥까지 적셨다. 귀두와 기둥의 살갗이 빠르게 부딪히는 민망한 소음만이 이현의 귀에 꽂혔다. 성기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예민한 표피는 틈 없이 미끈거렸다.

“윽…, 흐….”

주체할 수 없는 자극과 남아 있는 수치스러움, 그리고 사정을 향해 몰아치는 감각들에 이현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신음은 제가 듣기에도 이상했다.

들리는 건 낮게 목을 긁는 제 신음 소리였고, 보이는 건 제 좆을 만지며 흥분한 권지완이 속눈썹을 파르르 떠는, 예쁘고 야릇한, 그러나 명백한 남성의 얼굴이었다.

귀를 막지 못한 이현은 차라리 눈을 감는 것을 택했다. 종종 눈에 담았던 지완의 야한 손가락이 제 성기를 문지르는 모습은, 눈을 감았음에도 불구하고 이현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

절정을 코앞에 둔 이현은 제 입의 안쪽 살을 질끈 내씹었다. 통증을 자각할 새도 없이 피가 터져 나왔다. 어금니에서부터 퍼져나간 비린 맛은 입에 고이다, 지완의 혀를 대신하여 이현의 목구멍을 막았다. 켁켁대는 이현의 얼굴에는 더한 열이 올랐다. 술과 흥분이 만들어낸 색정적인 색감은 이현의 양 볼과 목, 쇄골까지 붉혔다.

“읏…!”

“….”

피가 섞인 침을 반쯤 삼킴과 동시에 이현의 성기에 낯선 감촉이 닿았다. 조금 내린 바지 위로 보이는 것은 권지완의 성기였다.

이현은 밀려드는 당혹스러움을 주체할 겨를도 없었다. 반 정도 발기한 지완의 성기는 홀로 껄떡이는 이현의 것을 느릿하고 예민하게 쓸어내렸다. 노골적인 지완의 허리짓이 이현의 호흡을 경직시켰다.

“미치…!”

지완은 두 성기를 한 손으로 쥐었다. 다시 쉼 없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손은 이현의 굴곡진 귀두를 거칠게 쓸었다. 지완의 손바닥이 귀두 아래 가장 자극적인 요철을 빠르게 쳐올렸고, 이현의 것보다 한 마디는 더 큰 지완의 성기가 연신 이현의 것을 쓸어내렸다. 지완이 느리게 조금씩 허리짓을 할 때마다, 이현은 제가 지완에게 박히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남자 좆이나 흔들면서… 흥분할 줄은 나도 몰랐는데.”

“…흣!”

쿨럭쿨럭, 붉고 흉흉한 지완의 성기와 그의 손 사이에서 이현은 맑지 않은 쿠퍼액을 쏟아냈다. 사정이 머지않았다. 지완은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다른 손으로 이현의 요도구를 막았다. 요도구가 압박된 채로 지완이 속도를 더 높이자, 이현은 침구를 다급히 움켜쥐었다.

지완은 이현의 쿠퍼액으로 제 손바닥을 적시듯 귀두의 윗부분을 강하게 비벼대다가, 기둥을 쳐올림과 동시에 내리눌렀다.

“윽…!”

이현에게서 진득한 액체가 솟구쳤다. 지나치게 상기된 숨은 연신 이현의 가슴을 부풀렸다. 몰아치는 사정감에 허리가 절로 비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완의 손은 여전히 이현의 성기를 옭아맸다. 움찔움찔하며 이현의 성기는 긴 사정을 토해내고 이현의 숨을 따라 껄떡거렸다. 불끈거리는 힘줄들은 여전히 붉었다.

사정이 끝남과 동시에 감당할 수 없는 피로가 이현의 몸을 짓눌렀다. 흐려지는 초점 속에서 이현은 비린 흥분으로 말려 올라간 지완의 입꼬리를 눈에 담았다.

지나치게 야한 웃음. 선정적이고 폭력적으로 예쁘다. 그 말도 안 되는 감상과 함께 이현이 까마득한 잠이 든 것은 진실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

이현은 눈을 번쩍 떴다.

“꿈이지?”

이현은 이불을 걷어차 내며 벌떡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현의 방으로 비춰 들어오는 햇빛은 이미 새로운 날을 맞이했음을 말해주고 있었고, 쌓인 눈에 반사된 빛은 다른 때보다 더 눈부셨다. 눈가를 간질이는 햇빛을 가려낼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현은 급하게 손으로 더듬어 가장 먼저 제 옆을 확인했다.

무슨 연유인지 이현을 자잘하게 괴롭혔던 감기 기운은 사라지고 몸이 가뿐했다. 숙취로 인한 메스꺼움조차 하나 없이 정신이 말끔했다. 이현이 황급히 제 몸을 더듬거렸다. 아무리 구조가 비슷하다고 해도, 여긴 확실히 제 방이었다. 지완의 방이 아니었다.

괴상했던 파자마는 사라지고 가운만 걸치고 있는 제 몸을 살폈다. 다행히 속옷은 입고 있었다. 이현은 침을 꿀꺽 삼키고 제 속옷을 더듬거렸다. 축축하지 않다. 혼란 구 할에 안도 일 할이 섞인 한숨이 길게 쏟아졌다.

그럼에도 이현의 얼굴은 열꽃이 핀 듯 붉었다. 제 얼굴을 볼 수 없는 이현은 몰랐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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