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에필로그 (27/28)

에필로그

휘영청 뜬 이국의 달은 청량한 푸른 빛이었다. 살찐 보름달이 뜰 때마다 창가에 선 채운은 자상한 달빛에 손을 내밀었다.

이 달은 고향도 비추는 달.

금은화가 기뻐하는 달.

형님들과 누님의 늦은 밤길을 비출 달.

아버지와 어머니들도 바라보실 달.

옅은 레이스 같은 달빛을 손가락으로 휘휘 저으며, 고향에 있는 식구들의 안녕을 빌었다. 빈자리를 느낀 카론이 일어나 다가왔다. 두꺼운 가슴이 등에 닿았다. 늦봄의 훈풍 같은 따듯한 기운이 채운을 감쌌다.

“안 자고 뭐 해?”

“달이 예뻐서요.”

“보름달이군.”

속에 깃든 마음을 전하는 데 긴말이 필요치 않았다. 고향을 그리는 마음을 알기에 카론은 말없이 채운을 감싸 안았다. 든든한 부군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쌉싸름한 그리움에 달콤한 행복을 얹었다.

“아웅.”

언제 깬 것인지 온이 일어나 아기 침대 창살을 잡고 일어섰다. 부쩍 자란 온은 곧잘 일어서서는 또렷한 남청색 눈으로 제 부모에게 고사리손을 한껏 펼치곤 했다.

“너는 또 왜 안 자는 거냐?”

카론은 아들을 번쩍 들어 한 팔로 단단히 안았다. 아이를 향해 허리를 굽히는 그를 볼 때마다 옛적 아버지가 저랬겠거니, 하고 절로 입술이 빙그레 미소지었다.

아직 졸린 온은 제 아버지의 튼튼한 어깨에 고개를 톡 얹고는 세상 시름은 제가 다 가진 듯 한숨을 포옥 쉬었다. 채운은 어이가 없어 웃고 말았다. 카론도 낮게 웃었다.

지난 보름달엔 눈물로 지새웠다. 갖은 비단과 보물을 준비하여 금은화의 빛에 실어 보냈다. 황상께 드리는 진상품이었다. 황상의 너그러운 처사에 감사하며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상소문도 동봉했다. 카론과 채운, 그리고 사랑스러운 온이 함빡 웃고 있는 초상화와 함께 부모님께 쓰는 절절한 편지도 있었다. 기별을 보내고 나서 어찌나 울었는지. 온이 따라서 울 정도였다. 카론의 품이 아니었다면 서러움이 이렇게 쉬이 가시지 않았으리라.

보름이 지난 후. 다시 빛나는 달빛 아래 섰다. 카론은 제가 울 것을 염려하였지만, 이제는 눈물이 나지 않는다. 그저 씁쓰름한 흔적이 남았을 뿐.

“카론.”

“음?”

불러놓고는 그저 웃으며 그에게 기댔다. 딱히 할 말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다정한 청금안이 저를 보는 것이 좋았을 뿐. 온의 이마에 닿았던 부드러운 입술이 곧 채운의 이마에도 닿았다.

다감한 부군과 사랑스러운 아이와 함께 달을 한참 구경했다. 이것이 바로 평안이구나. 행복이구나. 말로 하지 않아도 서로를 품은 온기가 그리 말했다.

깊은 밤이 느릿느릿 지나갔다.

<금은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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