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진 관계
탁탁탁. 재빠른 소리가 음습한 방을 채웠다. 주건은 발기한 제 것을 거칠게 흔들며 모니터에 눈을 고정했다. 수십 분 동안 남근에 꿰인 채 벌레처럼 바르작거리던 나신이, 노팅이 풀리자마자 곧바로 다시 범해지고 있었다.
[흑, 아하윽! 아, 히윽, 아아―!]
선명한 교성이 스피커를 현란하게 울렸다. 꿀 같은 액체를 줄줄 흘리며 벌어지는 구멍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달큼하게 풍겨 오르는 오메가 향기가 꾸직거리는 교접부의 소음과 함께 전달되는 듯했다.
[으하으, 아으…! 아, 아――!]
수도 없이 살려 달라고, 풀어 달라고, 그리고 싸게 해달라고 애원하고 빌던 입술은 이제 교성밖에 내뱉지 못했다. 노팅당한 이후로 모든 이성을 놓아버렸는지, 제원이 움직이는 대로 그저 맥없이 휩쓸리며 절정을 이어갔다.
신제원은 지독하도록 사정을 허락하지 않았다. 유진이 괴로움에 발작하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오메가의 신체를 완전히 지배하여 카테터를 갖고 놀았다. 수없이 희롱당한 유진의 성기는 이제 숫제 복숭아처럼 익은 상태였다.
주건마저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집요함이다. 알파들이 지닌 소유욕과 지배욕은 가히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크윽…….”
사정감이 밀려왔다. 자지러지는 유진을 보며 빠르게 자위하던 주건이 이를 악물었다. 턱선이 불룩해짐과 동시에 희뿌연 정액이 책상을 적셨다. 나른한 여운이 하반신을 맴돌았지만, 실제 농탕질에 비하면 턱없을 정도로 자극이 부족했다.
[아히윽――! 아아, 아……!]
고막을 긁어대는 신음을 들으며 손을 움직이자 성기가 다시 뻣뻣해졌다. 주건은 느릿하게 기둥을 문지르며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화면 속의 유진이 난잡해질수록 입안이 바싹 말랐다. 저 오메가를 손에 넣어야 한다는 갈증이 이성을 두드렸다.
띠링. 본격적으로 자위를 재개하려는 찰나, 짧은 기계음이 울렸다. 흘끗 눈을 굴린 주건은 화면에 뜬 발신인을 보고 혀를 찼다. 한창 좋을 때를 방해하는 것은 무명이나 천태운이나 다를 것이 없다.
신경질적으로 화면을 누르고 메시지를 읽어내렸다. 주건의 낯이 점차 심각해지더니, 이내 와락 일그러지며 벌떡 일어섰다.
“이게 무슨 소리야…!”
자극을 받다가 만 성기가 허공에서 덜렁거렸다. 주건은 젖은 손을 대충 닦아내고 곧장 태운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 이어지던 신호음이 끊기고 여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예.
“천 대위님, 내가 지금 이상한 걸 들었는데 말입니다. 청운 부대를 처리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는데, 일이 어떻게 되어가는 건지 알고 있습니까?”
-그걸 왜 나에게 묻습니까. 무명과의 교류는 당신 몫이었을 텐데.
“모르겠으니까 묻는 것 아닙니까!”
버럭 고함을 지르자 수화기 너머로 나직한 웃음이 흘렀다. 어린아이를 어르는 듯한 목소리가 낮게 속삭였다.
-눈치를 챘으면서 뭘 모르는 척을 합니까. 버리는 패 삼은 겁니다, 당신을.
“……!”
그럴 리가 없다. 어금니를 빠득 악문 주건이 씨근덕거렸다.
“헛소리하지 마세요. 그놈들이 나 없이 방주를 공급할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밀수입이야 임 대령이나 황 중령이 도맡고 있는데, 당신 하나 버려서 무슨 타격이 있겠습니까.
나직한 목소리는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마치 주건의 위기가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듯한 태도였다. 그의 그런 침착함이 뇌리에 불을 붙였다. 무명의 간부가 내보였던 태도와 제원의 의미심장한 물음, 그리고 하유진의 도발이 한데 뒤섞이며 시커먼 열등감을 빚었다.
얼굴을 벌겋게 물들인 주건이 팔을 휘둘렀다. 챙그랑! 책상 위에 있던 물건이 우수수 떨어져 바닥을 나뒹굴었다.
“개소리하지 마. 류진모 라인의 도움 없이 그게 가능할 것 같아? 임 대령이고 황 중령이고 날 대신할 수 있는 놈은 없어!”
-……아하.
바람 새는 듯한 비소가 휴대폰을 울렸다.
-그런 거였군.
“……뭐?”
-현실을 부정해 봤자 이미 결정은 났고, 상황은 변하지 않습니다. 계속 그 방에서 좆이나 흔들고 있으세요. 기껏 공들여서 작품을 완성했는데, 고스란히 무명에게 빼앗기게 생겼군요.
“개새끼가, 너 말 다 했어…?”
-나는 바빠서 이만 끊겠습니다.
그대로 전화가 끊겼다. 시뻘건 눈으로 휴대폰을 내려다보던 주건은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럴 리가 없어. 그놈들이 나를 이딴 식으로 버릴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주건은 곧바로 겉옷을 챙겨 들고 방을 나섰다. 말단 조직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바쁜 일이 있어서 연락을 못 받고 있을 뿐이다. 청운 부대의 일에는 무언가 착오가 있었을 것이다. 스스로에게 되뇌며 클럽을 향해 차를 몰았다.
분명 무언가 잘못된 것이리라.
***
“…….”
태운은 휴대폰을 테이블에 툭 내려놓고 묵직하게 응시했다. 방주의 밀반입에 임 대령과 황 중령이 협력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확실해졌다. 그렇다면 류진모 라인의 협력자가 필요하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주건에게 무명이 자신을 버릴 리 없다는 확신을 줄 정도의 역할, 그리고 류진모의 부하가 아니라면 건드릴 수 없을 만한 것. 길게 고민하지 않아도 바로 답은 떠올랐다. 태운은 눈을 굴려 제 앞에 놓인 조사 자료를 응시했다.
임 대령과 황 중령은 무역 중에서도 특히 억제제의 수출입을 담당하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류진모는 억제제의 국내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기가 막히는군….”
하유진은 저택에 갇혀 있는 주제에 대체 어떻게 정보들을 얻어낸 것일까. 도청 장치의 유무부터 시작해서 방주의 유통 방식과 제국군 내부의 배신자까지, 그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감히 짐작할 수 없었다. 어쩌면 태운의 본래 목적까지도 지금쯤이면 알아차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헛웃음을 흘린 태운은 나갈 채비를 했다. 김 대령을 만나야 한다. 내부의 배신자가 확실해졌으니 이제는 숙청의 시간이다. 길고 길었던 싸움에 종지부를 찍을 차례였다.
최대한, 저택 안의 유진이 무너지기 전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
모든 것은 파국을 향해 달려갔다. 연달아 미션을 퍼붓던 주건은 돌연 자취를 감추었다. 미션은커녕 전화조차 걸지 않았다. 그것이 오히려 유진에게 지옥으로 다가왔다.
“대장? 어디 있어?”
본색을 드러낸 알파들이 사냥하는 것처럼 저택을 어슬렁거렸다. 비어 있는 유진의 방을 들여다본 승일이 복도를 지나쳤다. 그 뒤를 이어서 건호도 모습을 보였다. 두리번거리는 모양새가 누군가를 찾고 있음이 명확했다.
코너 뒤로 몸을 숨긴 채 숨을 죽이던 유진은 덜덜 떨리는 손을 내려다보았다. 핏기가 완전히 가셔 꼭 석고 같았다. 몸의 경련이 더욱 심해졌다. 차오르는 절망감을 억누르며 주먹 위로 이마를 툭 내렸다.
이제 미션은 중요하지 않다. 그것을 알았기에 유진은 의식을 회복하자마자 옷만 걸쳐 입고 그대로 몸을 숨겼다. 제원이 지니고 있던 지하실 열쇠와 억제제를 가져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세 개의 지하실 열쇠가 부적처럼 주머니 속에서 달각거렸다.
불행 중 다행인지 노팅이 워낙에 진한 터라, 몸에서 스멀스멀 새어나가는 지독한 냄새가 저택 전체를 물들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탓에 부대원들은 오히려 유진을 쉬이 찾아내지 못했다.
“으흣―….”
그러나 노팅은 양날의 검이었다. 새벽을 틈타 온몸을 씻어내고 뒤의 정액도 빼냈음에도 불구하고 혼몽한 머리가 가라앉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맨 처음 제원에게 노팅당했을 땐 며칠이나 정신을 못 차리지 않았던가. 지금 이렇게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다.
필사적인 마음이 억지로 근육을 움직이는 것이었다.
“하아, 흐윽.”
인기척이 가까워졌다. 유진은 힘 풀린 무릎을 억지로 두드리고 일어났다. 저택에는 빈방이 많았다. 비록 퇴로가 없는 방에 숨을 수는 없었지만, 시간을 끌기에는 그만큼 적합한 조건이 없었다.
“……흐윽.”
하지만 결국에는 붙잡힐 것이다. 알파는 셋에 도망칠 공간은 한정적이다. 유진은 울컥거리는 감정을 억누르고 발을 질질 끌었다. 이 도망의 의미가 흐릿했지만, 도망가는 것밖에는 떠오르는 방법이 없었다. 어디에 숨어 봐야 잠금장치 없는 문은 도움이 되지 않을 터였다.
“……!”
유진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단 한 곳, 문이 잠기는 공간이 있지 않은가. 비록 안쪽에서도 잠글 수 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가능성은 충분했다. 어차피 이러고 도망 다녀도 잡히는 것은 시간문제다. 도박을 걸어보는 것이 나았다.
유진은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핀 후 계단을 내려왔다. 다행히 거실을 감시하고 있는 이는 없었다. 경련하는 손으로 열쇠를 밀어 넣고 돌렸다. 달칵거리는 소리와 함께 지하실 문이 열렸다.
황급히 안쪽으로 몸을 숨긴 후 문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잠금장치가 있었다.
“아아…―.”
유진은 눈썹을 무너뜨리며 손을 뻗었다. 마찬가지로 달칵 소리가 나며 문이 도로 잠겼다. 지하실 열쇠는 모두 가져왔다. 이제 밖에서 이 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주건이 다시 열쇠를 지급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아, 흐으…. 흣.”
긴장이 풀리자 열이 펄펄 끓어올랐다. 구멍이 부어오르고 호흡은 탁해졌다. 유진은 비틀거리며 지하로 내려와 구석에 쭈그려 앉았다. 좁은 지하실의 공간이 순식간에 노팅 냄새로 가득 차올랐다. 지독한 알파 향을 들이켤수록 뭉실뭉실 피어오른 충동이 머리를 지배했다.
이 몸을 안정시킬 수 있는 노팅의 주인에게 가고 싶다.
“헉.”
퍼뜩 정신을 차린 유진은 고개를 강하게 저었다. 아니다. 노팅의 여파가 빠져나갈 때까지 최대한 이곳에서 버텨야 했다. 지금은 페로몬 탓에 제정신이 아니다. 몸을 묶어서라도 본능에 휩쓸려서는 안 되었다. 그랬다가는 분명 후회할 것이다.
유진은 피가 나도록 입술을 짓씹고 몸을 둥글게 말았다. 무릎을 끌어안고 머리를 툭 내렸다. 계단 쪽으로 향하려는 손은 맞잡아 깍지를 꼈다. 이성을 뾰족하게 세우고 근육을 지배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의지와 달리 열 기운은 계속해서 심해졌다. 오메가의 신체가 내지르는 고함도 더욱 격렬해졌다. 전신이 사시나무처럼 경련했다. 제 주인을 향한 갈망이 극에 달해 호흡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
의식은 점점 흐려졌다. 달뜬 열기가 기도를 오르내렸다. 문득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 듯한 착각이 들었다. 이제는 뭐가 뭔지 알아차릴 수 없는 지경에 도달했다.
“여기 있어요?”
환청까지 들렸다. 유진은 몸을 더욱 구석에 구겼다. 계단을 내려오는 발소리까지 들리는 듯하니 충동을 억누르는 것이 힘겨워졌다.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 노팅의 주인인 알파에게 안기고 싶었다.
“대장―?”
목소리가 더욱 또렷해졌다. 유진은 헐떡이며 눈알을 굴렸다. 제원은 저를 저렇게 부르지 않는다. 저런 호칭으로 부르는 것은 백승일이다. 왜 제원이 아닌 승일의 환청이 들리는 것일까?
“와, 냄새 지독하네. 여기에 있구나?”
“…….”
“여기에 꽁꽁 숨어 있어서 안 보였구나. 착하니까 이리 나와 보세요.”
환청이, 아닌 것 같다.
유진은 삐걱거리는 고개를 들었다. 마침 마지막 계단을 밟는 승일과 눈이 마주쳤다. 둥글게 휘는 입술이 지나치게 현실적이었다. 탄식하듯 중얼거렸다.
“어떻게 여기에….”
“아쉽게 됐네요, 대장. 거의 성공할 뻔했는데.”
승일의 손에 들린 은빛의 물체가 보였다. 유진이 쥐고 것과 같은 지하실 열쇠였다. 손에서 스르륵, 힘이 풀렸다.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진 열쇠들이 바닥에 추락해 이리저리 흩어졌다.
승일도 열쇠를 지니고 있다. 열쇠는 애초에 모두에게 주어진 것이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부대원 그 누구도 유진의 착각을 바로잡아 주지 않았다. 건호는 속내를 숨겼고, 제원은 기회를 이용했으며, 승일은 유진을 이간질했다.
열쇠를 받았던 시점에서 이미 모든 것이 비틀렸던 것이다.
“…….”
유진은 휘청거리며 일어났다. 제게 손을 내미는 승일을 밀쳐내고 필사적으로 계단을 뛰쳐 올라갔다. 뒤에서 승일의 부름이 들렸다. 악마의 음성처럼 느껴졌다.
세상이 빙빙 돌아 몇 번이나 넘어질 뻔하면서 마지막 계단을 밟았다. 거실로 달려 나가려는 찰나, 누군가와 거세게 부딪혔다. 탁 튕긴 몸이 계단 아래로 기울었다. 그러자 단단한 손길이 팔뚝을 잡아 도로 세워 주었다.
맞닿은 부위로부터 찌릿한 감각이 일었다. 자극처럼 느껴졌던 접촉이 아찔한 충족감을 퍼부었다. 상대의 얼굴을 확인하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노팅의 주인인 제원이었다.
“쉬이, 대장. 겁먹지 마요.”
뒤따라 올라온 승일이 유진의 허리를 부드럽게 끌어안았다. 할딱이는 목선에 입을 맞추고 턱을 살살 쓰다듬었다. 그리고 손끝을 벌어진 입술 사이로 밀어 넣었다. 단단한 알약이 혀를 스치고 지나가 목구멍으로 파고들었다.
“기분 좋은 거니까.”
압축된 가루가 식도를 긁으며 내려갔다. 딥쓰롯의 여파로 부어 있는 점막은 점점이 떨어지는 가루를 단숨에 흡수했다. 타액과 뒤섞인 열감이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을 때, 유진은 문득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체한 듯한 거북한 느낌이었다.
……이제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
“흐아, 아아―…!”
유진은 벌레처럼 소파 위를 기며 바르작거렸다. 호흡이 고통스럽게 비틀릴수록 시야가 새빨갛게 물들었다. 온몸이 열상을 머금고 선홍빛으로 물들었다. 인지하지 못한 사이 눈물이 새어 뺨을 타고 주륵주륵 흘러내렸다.
숨이 막혔다. 혈관을 타고 용암이 돌아다녔다. 극도의 갈증에 호흡이 멎을 것만 같았다. 온몸이 따갑고 동시에 가려웠다. 애액을 흘리기 시작한 구멍은 몸집을 부풀리며 선명한 갈증을 밀어붙였다. 알파와 섹스해야 한다는 열망이었다.
“아, 으흑! 아아, 힉……!”
히트가 터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미 정상이 아니었던 신체로는 발정제를 버틸 수가 없었다. 훤히 드러난 엉덩이는 애액으로 흥건해졌고 가슴과 성기 모두 터질 듯이 부어올랐다.
거실은 오메가 냄새로 지독하게 물들었다. 발정하는 페로몬에는 노팅의 냄새가 섞여 있었지만, 지켜보고 있던 알파들을 흥분시키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승일이 뒤에서 유진을 안아 들었다. 양 오금을 쥐어 위로 들어 올리자 다리가 개구리처럼 벌어졌다. 앞에서 다가온 제원이 쿠퍼액을 방울방울 흘려대는 유진의 성기를 가볍게 문질렀다. 찔꺽거리는 소리와 함께 눈앞이 하얗게 튀었다.
유진은 허리를 덜컹거리며 고개를 젖혔다. 짙은 흑발이 승일의 어깨 위로 흩어졌다.
“흐윽, 아, 아…!”
“하……. 냄새가 정말이지….”
“히윽, 간, 지러―. 으흑! 힘, 들….”
“힘들어?”
벌어진 둔덕 사이로 질척한 애액이 질질 흘렀다. 승일은 버둥거리는 몸을 고정하고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 부드러운 살결에서 달큼한 향기가 흘러나왔다. 살살 핥아내며 타액을 묻히자 유진이 고통스럽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제원은 유진의 성기를 어루만졌다. 애완동물의 턱을 긁듯 뿌리 부근을 문지르고 귀두를 비비자 유진의 울음소리가 더욱 거세졌다. 알파 페로몬 없는 자극은 히트의 오메가에게 있어서 그저 고문일 뿐이었다.
“아, 아아! 싫, 흐윽, 시러….”
“어떻게 해줄까.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찔꺽. 쿠퍼액으로 젖은 귀두가 단단한 손바닥 아래 반죽되었다. 번쩍번쩍 튀는 쾌락에 유진이 발버둥 쳤다. 예상했다는 듯 승일이 허벅지를 더욱 단단하게 그러쥐었다. 젖은 둔덕 아래로는 그의 두툼한 앞섶이 들이 밀어졌다.
저것을 넣어서 쑤셔 주었으면 좋겠다. 뒤를 마구 긁어내리고 짓이겨 주었으면 좋겠다. 혓바닥을 물들이는 갈망이 숨통을 조였다. 시야가 뭉그러졌다.
“너, 넣어―….”
“응? 넣어?”
“히으흑, 넣, 어줘…….”
“어디에. 여기에?”
승일이 허리를 움직여 앞섶으로 엉덩이를 문질렀다. 예민해진 살갗이 천에 문질러지며 벌겋게 달아올랐다. 유진은 울먹이며 달뜬 목소리로 힉힉거렸다.
“노팅 때문에 힘들어질 텐데. 괜찮겠어요?”
“으아, 흐윽! 살, 살려, 제발―….”
“귀엽네.”
꿀처럼 흘러내리는 오메가 냄새가 알파의 흥분을 한계까지 끌어 올렸다.
승일은 바지춤을 풀고 구멍에 귀두를 끼웠다. 녹진한 구멍이 동그랗게 벌어지며 끄트머리를 물었다. 저항감 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점막이 구멍을 벌름거리며 알파의 것에 빨판처럼 들러붙었다.
승일은 폭발적으로 페로몬을 방출하며 삽입했다. 녹아내리는 점막을 가르고 남근이 푹 쑤셔 박혔다. 일순 희열을 머금었던 내벽은 곧 흠칫 굳었다. 노팅의 주인이 아닌 다른 이의 페로몬을 감지한 탓이었다.
유진의 얼굴이 흙빛으로 물들었다. 격한 역함이 아랫배를 치고 올라 목구멍을 틀어막았다.
“우흑, 웁…. 끄흑, 싫어―. 싫, 빼 줘…!”
“하아……. 기분 좋아.”
“아악…! 싫, 흐윽…!”
“중위님.”
유진은 벌벌 떨며 간신히 눈꺼풀을 들었다. 눈물로 흐려진 시야에 제원의 얼굴이 들어왔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가 이 몸에 노팅한 주인이었다.
유진은 제원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두툼한 성기가 내벽을 오르내리기 시작하자 감전당한 듯 파드득 떨며 승일에게 매달렸다. 슬핏 웃은 제원이 부드럽게 유진의 성기를 어루만졌다. 미미한 알파 향이 민감한 피부로 스며들었다.
“아아―……!”
“시키는 대로 잘하면 원하는 걸 드리겠습니다.”
“읏흑, 읏, 아윽…!”
질퍽거리는 구멍을 가르고 남근이 드나들었다. 점막이 부욱 긁히며 벌겋게 타올랐다. 내벽을 물들이던 가려움이 단박에 해소되었다. 하지만 해일처럼 밀려오는 쾌감과 함께 끔찍한 거부감이 몰아닥쳤다.
이것이 아니다. 이 알파가 아니었다. 잘못된 상대의 것을 물고 있다는 사실에 신체가 격분하듯 반응했다. 내장이 뒤집히는 것만 같았다.
“이흑! 아, 으흐욱…!”
“착하지, 대장…. 구멍 더 벌려 봐. 여기 좋아하지?”
승일이 귀두를 세워 전립선을 비볐다. 두툼한 살덩이에 예민한 부위가 이리저리 짓눌리고 마찰되었다. 왈칵 터지는 쾌락이 내벽을 물들였다. 구멍이 기둥에 말캉하게 엉기며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흑, 아! 아흣, 으으―.”
“씹…. 하아, 대장―.”
승일의 눈이 풀어졌다. 하얀 목덜미를 따라 살결을 빨아들이며 깊은 곳에 귀두를 묻었다. 침입을 반기는 것처럼 오므라든 내벽이 기둥을 잘근잘근 씹었다. 내부에 쏟아지는 알파 페로몬이 짙어지면서 유진의 비명이 올랐다.
“아흐윽! 싫, 그마, 아아…!”
토실한 볼기 사이로 굵은 기둥이 모습을 연달아 감추었다. 붉은 구멍은 성기가 빠질 때마다 녹은 떡처럼 주욱 늘어났다가 다시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뽀얀 성기는 바들거리며 쾌락과 역함 사이에서 방황했다.
제원은 그 모습을 길게 구경하며 유진의 성기를 달랬다. 제 페로몬을 풀어 기둥을 쓰다듬고 회음부를 문지르니 고통스러워하던 목소리가 조금 달큼하게 풀렸다. 그때쯤 건호가 계단을 내려왔다. 교성을 듣고 내려온 듯, 아랫도리는 벌써 한껏 세운 채였다.
건호는 두 알파에게 둘러싸여 범해지고 있는 오메가를 보고는 눈빛을 형형하게 굳혔다.
“하으, 앗, 으흑! 아아!”
하지만 그의 분노는 금방 녹아내렸다. 발정하는 오메가의 지독한 향기가 알파의 분노를 잠재우고 유혹했다. 건호는 말없이 성큼 다가섰다. 제원 역시 자지러지는 오메가를 내려다보며 가볍게 숨을 뱉었다.
천태운쯤 되는 극우성이 아닌 이상에야 노팅을 지우는 것은 불가능했다. 유진은 승일이 전립선을 짓누르고 뿌리까지 삽입할 때마다 괴로움과 쾌감을 동시에 머금었다. 그 고통을 제원이 조금이나마 달래 주었다. 도톰하게 부푼 유륜과 유두를 꼬집어 비벼 주면 역함이 희미하게나마 줄어들었다.
유진은 본능적으로 제원에게 매달려 흐느꼈다. 앞으로는 제원에게 애원하고 뒤로는 승일의 것을 조이며 알파들을 만족시키고자 했다. 조금이라도 더 안정감을 찾고자 하는 오메가의 갈망이 사고를 지배하고 몸을 통제했다. 그럴수록 구멍을 범하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아흑, 아! 아아, 흐아, 힉!”
귀두를 주무르던 제원의 손길이 회음부를 스쳐 교접부에 닿았다. 남근이 드나드는 구멍은 활짝 벌어진 채 꾸물거리고 있었다. 페로몬을 담은 손끝이 파들거리는 구멍을 뭉근하게 문질렀다. 유진은 그 가벼운 접촉을 민감하게 알아차렸다.
“아아, 흐으아―!”
파드득 튕겨 오른 나신이 절정했다. 유진이 발발 경련하는 성기 끝으로 달큼한 액체를 왈칵 흩뿌렸다. 승일은 절정하는 구멍을 가르고 배 속 깊은 곳을 퍽퍽 쳐올렸다. 쾌감이 사그라들 새도 없이 다시 정상까지 차올랐다.
유진이 자지러지는 틈을 타 제원은 교접부에 검지를 밀어 넣었다. 남근으로 빠듯한 구멍이 찢어질 듯이 늘어났다. 파드득 발작한 유진이 엉덩이에 힘을 주며 고개를 저었다.
“아흐윽! 싫, 그마안―.”
팽팽한 점막이 날카로운 통증을 내질렀다. 유진은 있는 힘껏 버둥거렸으나 성기에 꿰인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욱신거리는 내벽을 비집고 손가락이 자리를 차지했다. 질척한 애액이 손가락을 한껏 적셨다.
제원은 꾸물거리는 내벽을 가볍게 문지르며 내부에도 제 페로몬을 묻혔다. 노팅의 주인을 한눈에 알아본 점막이 와락 조여들며 알파 향을 게걸스럽게 빨아들였다. 화끈거리던 구멍이 더욱 도톰하게 부풀었다. 제원은 통통한 전립선에까지 페로몬을 주입한 후 손가락을 빼냈다.
다시 추삽질이 시작되었다. 유진은 훨씬 자지러지며 엉덩이를 들썩였다.
“흐아, 힉! 아흐, 흐으!”
배 속이 마구잡이로 헤집어졌다. 머릿속이 붉게 물들수록 역함보다는 쾌락이 짙어졌다. 제원은 보드라운 유진의 성기를 쥐어 요도구를 엄지로 비볐다. 쿠퍼액에 페로몬을 흘려 느릿하게 펴 바르니 유진이 파들거리며 울었다. 폭죽처럼 터지는 쾌락이 달고 달았다.
“아흑, 아, 아흐윽――!”
번개처럼 내리친 쾌락이 하복부를 강타했다. 머릿속이 하얗게 점멸하고 숨이 막혔다. 유진은 비명을 내지르며 절정에 올랐다. 허공에서 흔들리는 발끝이 파들파들 경련했다.
“으윽.”
구멍이 강하게 수축하면서 남근을 질겅질겅 씹어댔다. 미간을 찌푸린 승일은 조여드는 내벽을 억지로 벌려 거세게 퍽퍽 박아 올렸다. 유진이 비명을 지르며 몸을 튕겼다. 쫀득한 점막이 귀두에 달라붙어 표면을 우물우물 씹었다.
승일은 깊은 곳에 성기를 처박은 채 사정했다. 바들바들 떨던 유진이 헉, 숨을 들이켜며 팔다리를 휘저었다.
“으아흑―…! 시, 싫어, 아아――.”
정액에서 나오는 알파 향이 지독한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역하고 사지가 떨렸다.
유진은 바르작거리며 승일에게서 벗어나고자 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승일의 골반을 밀어내고 몸을 들썩였다. 격한 몸부림 탓에 성기가 조금 빠졌다. 승일은 질퍽거리는 구멍 속으로 다시 뿌리를 밀어 넣고 탁탁 쳐올렸다. 마지막 남은 한 방울까지 모조리 내벽 사이로 쏟아졌다. 유진의 눈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눈물이 방울방울 흘렀다.
“으흑, 아, 흐윽…!”
“하아….”
발발거리는 몸이 소파에 내려졌다. 무너지듯 엎드린 유진이 어깨를 떨며 울었다. 승일은 뜨거운 눈으로 엉덩이를 내려다보며 천천히 성기를 뽑았다. 움칠거리는 구멍 사이로 기둥이 조금씩 빠져나오다가 이내 퐁, 하는 소리와 함께 완전히 뽑혔다.
유진은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손을 뒤로 돌렸다. 손톱을 세워 구멍 근처를 바득바득 긁어대며 정액을 빼내려고 했다. 배 속을 물들이는 알파의 정액이 고통스러웠다. 세상이 뒤집히는 것만 같았다. 눈을 꽉 감고 주름 사이로 손끝을 밀어 넣었다.
“내 차례야.”
하지만 정액 한 방울 건드리기도 전에 몸이 들렸다. 조금 밀어 넣었던 손가락은 도로 빠졌다. 영문을 모른 채 끌려가는 사이, 구멍을 열고 두툼한 열기가 파고들었다. 뒤늦게 건호의 위에 올려지는 제 몸이 눈에 들어왔다.
꾸직. 정액으로 젖은 내벽이 성기의 모양대로 벌어졌다.
“……―! 힉―…!”
건호는 덜덜 떨고 있는 몸을 눌러 제 위로 완전히 앉혔다. 구멍이 활짝 열려 뿌리를 억지로 삼켰다. 그제야 유진은 허리를 확 튕기며 자지러졌다.
“아흑, 시러, 싫, 흐아…!”
“하, 씨발….”
내부는 흡사 용광로처럼 뜨거웠다. 허겁지겁 들러붙는 점막의 감촉이 지나치게 자극적이라, 작게 욕설을 내뱉은 건호는 곧장 움직이기 시작했다. 엉덩이가 반쯤 들리고 굵은 뿌리가 드나들었다. 퍽, 퍽! 찹쌀떡 같은 볼기가 이리저리 짓눌리며 흉기를 집어삼켰다.
“으아, 히윽! 아, 아흑…!”
통통하게 부푼 유진의 성기가 건호의 아랫배를 두드렸다. 흘끗 눈을 내린 건호는 오메가 냄새가 풀풀 풍기는 그곳을 잡아챘다.
지배하고자 하는 페로몬을 그대로 쏟아내며 반죽처럼 주무르자 유진이 파드득거렸다. 다급히 허리를 물리며 도망치려고 하기에 귀두를 거세게 움켜쥐고 당기며 구멍을 퍽퍽 쳐올렸다. 저항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유진이 발발거리며 울었다.
“으욱, 흐어, 힉! 제알, 흐으아―.”
“구멍 벌름거리고 있는 주제에 무슨 소리야, 씨발.”
“아으, 아…!”
싫다. 억지로 이 몸을 지배하려 드는 알파들의 페로몬이 고통스러웠다. 유진은 다급히 노팅의 주인을 찾아 고개를 돌렸다. 그는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유진이 유린당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 관망하던 시선이 가늘게 기울었다. 유진이 망가지는 모습을 음미하는 듯, 흉곽을 느리게 부풀리며 입꼬리를 들었다.
유진은 흔들리는 눈동자를 옆으로 비틀었다. 그의 옆에 놓인 자신의 제복 재킷이 보였다. 가슴팍에서 반짝이는 은빛의 배지가 시야를 두드렸다. 자그마한 두 개의 별이 한없이 멀어져갔다.
두 번 다시 손에 닿지 않을 것처럼, 희미해졌다.
“흐아, 으응흑! 아, 아흐―!”
퍽퍽퍽! 두툼한 흉기가 내벽을 짓이기고 점막을 후려쳤다. 귀두 끝에 밀린 정액이 후끈거리는 알파 향을 쏟아냈다. 유진은 건호에게 매달린 채 이리저리 흔들렸다. 분홍빛의 볼깃살이 찐득하게 구멍을 조여 욕망을 담아냈다.
옆에서는 승일이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제 것을 문질렀다. 발정 난 오메가의 페로몬 탓에 성기는 언제 사정했냐는 듯 다시 단단해져 있었다. 하아. 나른하게 숨을 뱉은 승일이 유진의 곁에 다가섰다.
“대장, 여기 봐봐.”
울먹이는 뺨을 툭툭 두드린 승일은 유진의 턱을 잡아 제 쪽으로 돌렸다. 어그러진 눈동자가 흐물거렸다. 승일은 그 얼굴을 빤히 내려다보며 입술 사이로 제 것을 들이밀었다. 순식간에 귀두가 목구멍을 벌리고 식도로 파고들었다.
젖은 속눈썹이 몇 번 팔락거리더니 이내 눈물을 왈칵 쏟았다. 승일은 동그란 뒷머리를 묵직하게 당기며 경련하는 목구멍의 감촉을 즐겼다. 나직이 욕을 뱉은 건호가 양 볼기를 터뜨릴 듯 움켜쥐었다.
“으훅, 후으으…!”
유진이 엉덩이를 들썩이며 괴로워하자, 건호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다시 구멍을 쳐올렸다. 애액과 정액이 뒤섞이며 찔꺽거렸다. 벌겋게 익은 구멍이 쓸리고 벌어지며 강제적인 쾌락을 집어삼켰다.
“훅, 으웁! 으으으―…!”
쿨쩍, 쿨쩍. 하얀 엉덩이 사이로 핏줄 선 기둥이 드나들었다. 귀두가 여린 곳을 쿵 찍어 올리고 빠져나갈 때마다 나신이 파들파들 경련했다. 건호는 제 눈앞에서 흔들리는 유두를 꼬집고 튕기며 놀았다. 이따금 유진의 성기를 반죽하며 울려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내부는 점점 찐득하게 녹아내렸다. 고통스러운 역함이 지속되자 신체는 살기 위해서 성감을 극대화했다. 점막이 있는 힘껏 조여들어 알파의 성기를 빨아먹었다. 건호가 턱을 꿈틀거리더니 구멍을 활짝 벌려 쉴 새 없이 박아넣었다.
유진이 막힌 목으로 흐느끼며 허리를 휘었다. 낭창하게 휜 허리선과 도드라진 유두가 알파의 시야를 자극했다. 으르렁거리듯 거친 호흡을 내뱉던 건호는 전립선을 퍽 쳐올리며 사정했다. 절절 끓는 액체가 전립선을 흥건하게 적시고 더 깊은 곳으로 빨려 들어갔다.
“흐으우으――…!”
남근을 뿌리까지 삼킨 채 유진이 절정했다. 말캉한 목구멍이 기둥을 조였다. 승일은 나직이 탄식하며 성기를 뽑아냈다. 타액이 길게 늘어지며 은빛으로 빛났다.
“흐으, 아, 아…….”
벌어진 입이 다물리지도 못한 채 할딱거렸다. 젖은 귀두로 입술을 문지르자 유진이 눈썹을 무너뜨렸다. 반사적으로 귀두에 입을 맞추고 쫍쫍 빨기도 했다.
“―미쳤네….”
거칠게 중얼거린 승일이 유진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었다.
발발거리고 있던 몸이 다시 주욱 들렸다. 소파에 눕혀진 유진은 상대가 누구인지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다리를 벌렸다. 벌름거리는 주름 사이로 남근이 부욱, 파고들었다. 희열에 찬 나신이 허리를 튕기며 고개를 젖혔다.
하지만 뿌리까지 삽입된 성기가 내벽에 안착하자마자 잠시 잊고 있던 거부감이 찌르듯이 올랐다. 이번에도 노팅의 주인이 아니었다. 유진은 잘게 버둥거리며 승일을 밀어냈지만, 뒤를 채운 성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온몸의 힘이 탁 풀렸다.
“흐으아! 힉! 아흐, 아, 아―!”
두 명분의 정액이 귀두에 밀려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것을 윤활액 삼아 승일이 더욱 거칠게 파고들었다. 유진의 눈에서 초점이 흩어지고 대신 선명한 쾌락이 차올랐다.
“아흐윽, 아아――!”
유진은 몇 번이고 절정했다. 승일이 점막을 비벼대고 구멍 근처의 주름을 쓸어 올릴 때마다 고통스럽게 울며 사정했다. 어느새 성기를 세운 건호가 입을 차지했다. 자지러지는 신음은 귀두에 밀려 식도 내부에 찐득하도록 고였다.
“으후, 우으흡! 으―!”
“후우…. 혀 움직여요, 중위님.”
“대장, 구멍 더 조여 봐. 여기 긁어 줄 테니까.”
갈고리처럼 세운 귀두가 전립선을 문질렀다. 유진의 목울대를 감싸 쥔 건호는 성교하듯 목구멍을 범했다. 위아래로 뚫린 나신이 자지러지며 울었다. 활짝 벌어진 손가락이 허공을 헤집다가 소파를 바득바득 긁었다. 투둑 쏟아진 정액이 오메가 향기를 머금은 채 사방으로 흘러내렸다.
승일은 발정하는 향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유혹의 냄새가 폐부에 달라붙자 하반신이 불끈거렸다. 반쯤 취한 눈으로 유진을 내려다보며 사정없이 쑤셔 박았다. 드나드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유진의 의미 없는 몸부림도 더욱 강해졌다.
“크윽―…!”
“히으으, 흐으―!”
배 속이 뜨거운 정액으로 차올랐다. 지독한 거부감에 숨이 턱턱 막혔다. 누군가 기도를 틀어쥐고 있는 기분이었다. 유진이 손톱을 세워 건호의 손을 긁었으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목을 범했다.
문득 발소리가 들렸다. 눈을 돌리자 제원이 보였다. 그에게서 갈구하고 있던 향기가 났다. 유진은 울음을 토해내며 제원에게 손을 뻗었다. 그때 목을 퍽 쳐올린 남근이 천천히 빠져나가더니, 건호가 유진을 제 위에 앉히고 비어 있는 구멍에 삽입했다.
파드득 발작하는 유진을 향해 제원이 속삭였다.
“제 걸 넣어 드릴까요?”
“히으으, 흐윽, 읏!”
“여기에.”
제원의 손길이 건호의 것을 삼킨 구멍에 닿았다. 따끈하게 부어오른 구멍이 꿈틀거렸다. 유진은 다급히 할딱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식 웃은 제원이 앞섶을 풀어 교접부에 귀두를 눌렀다.
소스라치게 놀란 유진이 제원을 돌아보았다. 끈적한 애액을 문지르며 제원이 눈을 좁혔다.
“선택하세요. 이대로 고통스럽게 울지, 아니면 내 걸로 편해질지.”
“아, 아으―….”
“선택하고 애원하세요, 중위님.”
압박감이 더욱 강해졌다. 이미 팽팽한 구멍이 더욱 벌어지며 귀두에 밀려났다. 순간적으로 공포심이 뾰족하게 올랐다. 유진은 제원으로부터 눈을 돌리지 못했다. 시선을 피했다간 금방이라도 구멍을 찢어발기고 남근이 밀려들 것 같았다.
‘그렇지만.’
저것을 넣으면 얼마나 편해질까. 휘몰아치는 절정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역함과 거부감이 괴로웠다. 잠깐의 신체적 고통 따위 잊어버리고 구멍을 벌린다면 분명 저 알파는 제게 아득한 충족감과 안정감을 퍼부어 줄 것이다.
아주 잠깐만 고통을 참는다면, 조금만 이성을 외면한다면. 모든 것을 놓아버린다면 무척이나 편할 것이다.
유진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온갖 감정으로 뒤섞인 뜨거운 액체가 뺨을 가로질러 턱에 고였다. 흔들리는 액체 위로 제원의 시선이 닿았다. 대답을 종용하는 눈길이 한없이 고압적이고, 지배적이었다.
유진은 달달 떨리는 입술을 벌렸다.
“……너, 어―….”
“똑바로 말하세요.”
구멍을 문지르던 귀두가 떨어졌다. 안 돼. 지금 그를 놓치면 또 한동안 이 두 명의 알파에게 범해지며 고통을 겪을 것이다. 공포에 질린 유진이 다급하게 목소리를 내었다.
“넣어, 줘, 흐윽! 제발, 제발―….”
제원의 입꼬리가 삐뚜름하게 올랐다. 건호가 드나드는 구멍을 엄지로 벌리고, 빡빡한 내부로 제 것을 강하게 억눌렀다. 구멍이 파들거리며 힘을 주나 싶더니 곧 툭 하고 열렸다. 그 사이를 비집고 두 번째 성기가 밀려들었다.
“――! 히, 익……!”
유진이 덜컹거리며 앞으로 몸을 피하려고 했다. 찢어진다, 정말로 찢어질 것이다. 살고자 다급하게 몸부림을 쳤지만 두 알파는 그 몸짓을 너무도 간단하게 제압했다. 유진은 건호의 위로 납작하게 눌려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내벽이 점점 더 벌어졌다. 구멍은 아득한 고통을 머금었고 배 속은 거북하도록 차올랐다. 불도저처럼 파고드는 남근이 점막을 비틀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던 유진은 제원이 절반쯤 삽입했을 무렵부터 다른 의미로 헐떡이기 시작했다.
“아아, 흐아아―!”
노팅의 주인이 흘리는 페로몬은 강력했다. 고통마저도 쾌락으로 변이시키고 경직되었던 구멍을 녹였다. 체내를 돌아다니던 역한 거부감은 한순간에 휘발되었다. 오로지 타들어가는 듯한 쾌감뿐이었다.
유진은 자지러지며 구멍을 조였다. 기다렸다는 듯 두 성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건호가 귀두를 세워 배 속을 짓이기고 나가면 제원이 점막을 길게 가르며 파고들어 쾌락점을 쳐올렸다.
숨을 쉴 여유조차 없었다. 번갈아 들이박는 거대한 절정감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유진은 번개를 맞은 것처럼 이리저리 튕겨 올랐다.
“으흐아! 아흑, 아, 아윽――!”
찐득하게 감기는 내벽 사이로 흉흉한 성기 두 개가 번갈아 파고들었다. 사정없이 휩쓸리는 구멍이 벌겋게 부어올랐다. 여운을 즐기며 구경하던 승일도 느지막이 동참했다. 울부짖는 입술을 가르고 살덩이가 파고들었다. 울먹이는 오메가가 본능적으로 목을 벌려 그의 남근을 삼켰다.
유진은 끝없이 절정했다. 쾌락의 지옥으로 추락하며 계속해서 사정했다. 울컥울컥 토해지는 정액은 얼마 안 가 고갈되었지만, 강제당하는 절정은 막을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건호가 먼저 구멍 안에 사정했다. 비좁은 내부로 용암 같은 정액이 흘러내렸다. 꿈틀거리던 성기가 빠져나가자 제원이 유진을 뒤에서 안아 올렸다. 벌어진 엉덩이를 받쳐서 드니 승일이 유진의 앞으로 다가와 틈을 비집고 제 것을 쑤셔 넣었다.
“흑, 아아아―……!”
“하아, 대장….”
다시 팽팽해진 구멍을 가르고 두 성기가 드나들었다. 유진은 자지러지며 울었다. 과도한 알파 페로몬 탓에 발정제의 기운은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었지만, 녹아내린 몸은 계속해서 달아오르며 알파의 성기를 갈구했다.
이제 버틸 수가 없다.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
유진은 몰아치는 절정과 함께 정신을 놓았다.
***
“씨발…. 씨발, 씨발.”
거친 발걸음으로 클럽을 나온 주건이 담배 필터를 짓씹었다. 탁탁거리며 라이터를 만져 보았지만 불씨는 터지지 않았다. 그는 이내 담배와 라이터를 함께 바닥에 내던지며 거칠게 헐떡였다.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무명이 운영하는 클럽에 가도, 무명 조직원에게 전화를 걸어도, 심지어는 천태운에게 연락해도 아무런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이성을 잃고 임 대령이나 황 중령을 찾아가기도 했지만 무슨 언질을 듣기라도 한 것인지 그들 또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천태운의 자택에라도 쳐들어가려고 보니 그의 주소를 알지 못했다. 태운은 몇 번이고 제집에 들락날락했는데 정작 자신은 그의 주소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주건은 애써 낙관적으로 생각하려 애썼다. 클럽은 본래 심야가 되어야 영업하는 법이지 않은가. 무명 같은 조심스러운 조직이 대낮에 연락을 받지 않아도 탓할 수야 없다. 집으로 돌아온 주건은 담배를 태우며 밤이 되기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다시 클럽으로 향했다.
하지만 정작 활기를 띠기 시작한 클럽에 주건은 발을 들일 수 없었다. 입구의 경비원에게 제지를 당한 것이다. 당황하며 그럴 리가 없다고 다시 확인해 보라 다그쳐도 그들은 같은 말만 기계적으로 반복했다.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결국 계단 한 번 밟아 보지 못하고 내쫓기듯 나왔다. 천태운이나 조직원은 여전히 연락을 받지 않았다. 외면하고 싶었던 일말의 가능성이 서서히 머리를 채웠다. 무명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여태껏 비웃고 무시하던 희박한 가능성이었다.
“씨발―!”
결국 천태운 그놈이 모든 것을 빼앗았다. 자신이 무명과 연결해 준 것도 잊고 은혜를 배신으로 갚았다. 시뻘건 노기가 뇌리를 불태웠다. 담배를 퍽퍽 밟아대던 주건은 홱 고개를 쳐들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적어도 하유진만큼은 손에 넣어야 했다. 이제야 조금씩 완성되어가고 있던 제 작품이다. 분명 조금만 더 있으면 완전한 오메가가 되어 제 앞에 대령될 것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강탈당할 수는 없었다.
별안간 나신의 하유진을 전리품처럼 안고 비웃는 태운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가 빠드득 갈렸다. 주건은 곧장 차에 올라타 엑셀을 밟았다. 목적지는 유진이 유린당하고 있을 오지의 저택이었다.
조수석에 내던진 휴대폰이 반짝이며 어둠 속에 가라앉았다.
***
임 대령과 황 중령은 모두 자리에 있지 않았다. 자택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먼저 접촉하려 했던 태운은 목표를 바꾸어 수색 영장을 요청했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김 대령이 달려왔다.
“천 대위…! 영장이라니 대체 무슨 소리야.”
“그들에게 무명과의 내통 혐의가 있습니다. 자택 수색의 필요성이 있습니다.”
“무―……!”
하얗게 질린 김 대령이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진중한 태운의 눈빛을 보고는 차츰 경악을 가라앉혔다.
“확실한가? 만약 불확실한 정보로 수색을 진행했다가는 시말서 정도로 끝나지 않을 거다.”
“확실합니다.”
“누구에게서 얻은 정보지?”
“하유진입니다.”
김 대령이 눈을 홉떴다. 주변을 훑어본 뒤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목소리를 낮추었다.
“대체 무슨 짓을 벌인 거냐. 하 중위라니?”
“나중에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들의 자택을 수색하면 분명 무언가 나올 겁니다. 김 대령님, 영장을 받아야 합니다.”
“……그는 무사한 거냐?”
“무사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합니다.”
김 대령은 굳은 얼굴로 허리를 세웠다. 속이 읽히지 않는 부하를 깊이 응시하다가, 태운이 흔들림을 보이지 않자 턱에 힘을 주었다.
“알겠네. 내가 직접 상부에 요청해 보지. 만약 일이 잘못될 경우 모든 것을 책임지고 내려놓아야 할 수도 있어. 알고 있는 건가?”
“예.”
태운이 몸을 일으켰다. 재킷을 몸에 걸치고 당장 나갈 채비를 했다. 그 몸짓이 급박해 보였다. 김 대령도 더 캐묻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김 대령의 강력한 요청 아래 긴급 영장이 발부되었다. 태운은 그 길로 임 대령의 집으로 쳐들어갔다. 임 대령은 역시나 자택에 없었다. 별거하고 있다던 그의 아내와 자식들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침실에 갇혀 있는 오메가가 한 명 발견되었다.
그는 태운을 보자마자 페로몬을 흘리며 가까이 다가왔다.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경매장에서 보았던 오메가들과 같은 반응이었다.
태운은 그를 응급차에 태워 보내고 침실을 수색했다. 서랍장에서 다량의 알약이 발견되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내용물이라 연구소에 보내고 나머지 수색은 부하들에게 맡긴 뒤 이번에는 황 중령의 자택으로 향했다.
“샅샅이 뒤지세요. 특히 억제제로 보이는 것이 있으면 즉시 내게 보고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제국군들이 구둣발로 집안에 들이닥쳤다. 태운은 먼지 하나라도 놓치지 않을 기세로 수색하는 부하들을 뒤로하고 차고로 향했다. 서늘한 겨울바람이 들이치는 차고에는 차가 없었다. 아마 차를 몰고 어디론가 간 모양이었다.
태운은 휴대폰을 들어 메시지를 보냈다. 곧바로 답장이 돌아왔다. 예상대로 임 대령과 황 중령은 무명의 간부와 만나고 있는 모양이었다. 구철용이라고 했던가. 정장을 입고 있던 중년 사내의 얼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주건과 접촉했으니 다른 내통자들과도 직접 만나리라고 예상해 꼬리를 붙여놓은 인물이었다.
[00동 00번길 0건물입니다.]
메시지와 함께 지도가 첨부되었다. 태운은 그것을 김 대령에게 전달한 후 차고를 둘러보았다. 청소 도구나 가구 등이 쌓여 있는 구석에 상자가 보였다. 먼지가 쌓인 물건 틈새에서 상자만이 유일하게 새것같이 말끔했다.
거침없이 다가가 상자를 열었다. 눈에 익은 유리병이 내부에 가득 들어 있었다. 제국 인증 마크를 달고 있는 억제제였다. 병을 들어 유심히 살피자 불현듯 사건 현장에서 보았던 유리의 파편이 떠올랐다.
“……하….”
이건 억제제가 아니었다. 억제제로 둔갑한 방주였다.
태운은 병을 하나 쥐고 몸을 돌렸다. 부하에게 남은 병들을 내맡긴 후 급히 집에 돌아와 방주 탄환을 챙겼다. 다시 차를 몰아 연구소에 도착하자 연구원들은 먼저 보냈던 알약의 성분을 분석하느라 한창이었다.
“대위님.”
“이것도 분석해 주세요. 혹시 모르니 알약의 성분과도 비교를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태운은 방주 탄환과 억제제 용기를 연구원에게 넘겼다. 연구원들은 빛의 속도로 성분을 분석하고 대조했다. 결과가 나올 즈음 김 대령으로부터 임 대령과 황 중령을 구속했다는 연락이 왔다.
[구철용의 뒤를 계속 쫓으세요. 나머지 간부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부하에게 메시지를 남기고 휴대폰을 내리자 연구원이 다급하게 달려왔다.
“먼저 보내 주셨던 알약에서도 동일한 성분이 검출되었습니다. 양은 극소량이지만 정신을 흩뜨리기에는 충분할 겁니다.”
“이걸로 오메가를 세뇌할 수 있겠습니까?”
“알약에는 발정제의 성분도 들어 있습니다. ……두 성분을 동시에 복용하기를 반복하면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연구원은 경직된 얼굴로 답했다. 차마 이런 약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다는 기색이었다. 태운은 그녀가 내민 성분 분석표를 들고 다시 발길을 돌렸다. 모든 증거가 모였으니 이제 죄인을 심판할 차례였다.
***
“아냐! 이건 모함이다!”
다급한 고함이 장내를 형형하게 울렸다. 무언가 질질 끌리는 듯한 투박한 소리도 들렸다.
작은 소란 끝에 임 대령이 구속된 채 끌려왔다. 평소 말끔하게 넘기던 포마드 머리는 다 헝클어진 지 오래였고, 사색이 된 얼굴은 점점 파리하게 질려갔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 위기를 모면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예상한 것이다.
“아니라니까! 그 약은 지인에게 떠넘기듯 받아서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네! 그 오메가는, 그저 눈이 맞아 잠깐 집에 들였을 뿐이야!”
“결혼도 한 자네가 말인가? 하필이면 경매장에서 팔린 오메가 남성을?”
“몰랐네! 몰랐다고…!”
“무명의 간부와 접촉한 일은 어떻게 설명할 건가.”
“나는 모르는 일이야!”
얼굴을 잔뜩 굳힌 김 대령이 고개를 저었다. 임 대령을 둘러싸고 있는 제국군들도 하나같이 경멸 섞인 눈빛을 보냈다. 아무리 오메가에 대한 편견이 만연하더라도 범죄는 범죄다. 범죄 행위는 가차 없이 처벌하는 제국군이 그의 행동을 용납할 리 없었다.
파랗게 질린 낯으로 헐떡이던 임 대령이 이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 오메가 당장 데려와! 내가 직접 그에게 물어보면 되는 것 아닌가! 나는 그 누구도 감금하지 않았어. 뜻이 맞았기에 함께 있었을 뿐이라고…!”
“물론 그에게서는 사정 청취 조사를 할 거네. 몸을 모두 회복하면 말이야.”
“김 대령――…!”
임 대령이 발악하며 얼굴을 붉으락푸르락 물들였다. 김 대령은 차마 혐오의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손짓했다. 축 늘어진 임 대령이 질질 끌려 사라졌다. 태운은 한 발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베타인 몸으로 오메가를 탐하고자 하는 그의 욕망이 박주건의 비틀린 욕정과 겹쳐 보였다.
임 대령의 뒤를 이어 황 중령도 끌려왔다. 그 역시도 퍽 억울한 낯으로 발버둥을 치며 목에 핏대를 세웠다.
“억제제라고 듣고 받아 왔을 뿐입니다! 왜 그 안에서 방주가 발견된 것인지는 저도 모르는 일입니다…!”
“베타인 자네가 억제제를 몇 상자나 보유할 이유는 무엇이고?”
“그, 그건…. 지인이 필요하다고 해서….”
힘 빠진 목소리가 바닥을 기었다. 자기 자신조차 얼토당토않은 변명이라 생각하는 듯했다. 곳곳에서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그럴수록 황 중령의 고개는 수그러들었다.
아마 그는 자신이 혐의를 받을 줄 상상조차 못 했을 것이다. 그야 제국 인증 마크까지 달고 있는 억제제 용기를 그 누가 의심하겠는가. 그렇기에 대놓고 차고에 방주를 쌓아두었겠지.
태운은 끌려 나가는 황 중령을 보며 톱니바퀴를 하나씩 맞추었다. 아마도 무명은 방주로 오메가를 조련해 암시장에 유통함으로써 자금을 모았을 것이다. 자그맣던 조직 세력이 급속도로 불어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원인이야 무엇이 되었든, 오메가라는 성별이 또다시 성적으로 이용당했으니 파란이 일 것은 예정된 일이다. 제국은 많은 질책을 받을 것이다. 혹자는 오메가에게 들어가는 세금을 거론하며 비정상적인 여론을 선동할 수도 있다. 역사는 되풀이되고, 언젠가는 끊어내야 했다.
하유진이 그 중심이 되어 주어야 한다. 천태운은 그렇게 생각했다.
“……류 대령.”
태운은 다시 눈을 들었다. 이번에는 류진모가 구속된 채 끌려오고 있었다. 김 대령은 그를 복잡한 눈으로 응시했다.
“안타깝게 생각하네.”
“…….”
류진모의 얼굴은 시커멨다. 사람의 것이라고 여겨지지 않을 정도로 문드러진 눈매가 암울하게 침잠했다. 김 대령은 그의 안색을 보고 주먹을 쥐었지만, 주변 시선을 의식한 듯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표정을 추슬렀다.
“구금은 사흘, 불기소 처분이 나오면 더 일찍 끝날 수도 있네. 마음 편히 있게나.”
류진모는 체념한 듯한 얼굴로 몸을 돌렸다. 태운은 무미건조한 눈으로 멀어지는 등을 응시했다.
억제제의 인증은 류진모 대령의 관할이다. 그 마크를 단 용기가 범죄에 사용된 만큼 그가 혐의를 피하기는 어려웠다. 현재 류진모의 자택을 수색하는 중이고, 직속 부하였던 박주건의 자택에도 제국군이 향했다. 만약 류진모의 결백과 박주건의 혐의가 증명된다면 류진모는 큰 문제 없이 해방될 테다.
한 명의 부하에 의해 다른 하나의 부하를 잃을 뻔한 심정은 가히 지옥일 테지만 말이다.
자리가 마무리되었다. 어둑한 얼굴로 걸어온 김 대령이 태운을 끌고 옥상으로 향했다. 몇 년 만에 담배를 문 김 대령은 짙은 연기를 빨아들이며 물었다.
“탄환 제조 공장은 어떻게 되었나?”
“수색하고 있습니다. 특수한 공정의 흔적이 있어 아마 금방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그래…….”
후우. 새하얀 연기가 공기를 물들였다. 성분이 제법 강한지 탁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태운이 평소 즐기는 연초와는 달리 오로지 폐를 썩어들게 만드는 용도의 담배였다. 알파인 김 대령에게는 큰 영향이 없을 테지만, 그마저도 안 하고서는 착잡함을 견디기 힘든 것이리라.
“언제부터냐.”
김 대령이 까마득한 풍경을 내려다보며 담뱃재를 탁탁 털어냈다. 태운 또한 개미처럼 보이는 인파를 눈에 담으며 나직이 답했다.
“일 년은 됐습니다.”
“혼자서 그 구덩이에 들어갔다가 못 나오면 어쩌려고 그 짓을 벌여. 지금 하유진 중위가 어떤 꼴이 되었는지 몰라? 류 대령이 그로 인해 어떤 심정이 되었는지는?”
“필요에 의한 일이었습니다.”
“그런 의미가 아니야…….”
한숨과 함께 김 대령이 눈빛을 가라앉혔다. 저 담대한 부하가 제 걱정을 이해하지 못할 것을 알기에, 쓰디쓴 연기를 혀끝으로 흘려보내고 화제를 돌렸다.
“하유진 중위가 어디 있는지는 알고 있고?”
“몇 번 방문했지만 이동 중에는 늘 차창이 가려져 있었습니다. 몸수색도 엄격해 휴대폰을 비롯한 기계도 반입이 불가했습니다.”
“그럼 그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는 말이냐.”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신변은 무사했습니다. 무명 측에서도 이번 일로 당분간 그쪽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겁니다. 따로 대책을 마련해두었으니 아마―….”
휴대폰을 확인한 태운이 말을 멈추었다. 의아하게 여긴 김 대령이 흘끗 시선을 내렸다. 지도처럼 보이는 화면 한가운데에 급속도로 움직이는 빨간 점이 있었다.
“……출동해야겠습니다.”
“…그거, 박주건의 위치인가? 언제 그런 것을 달아놓은 건가?”
“박주건이 만나는 오메가를 매수해 그의 휴대폰에 심어놓았습니다.”
태운은 급하게 몸을 돌려 옥상을 빠져나갔다. 김 대령은 옆을 스쳐 지나가는 그를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보다도 훨씬 더 급박해 보이는 얼굴이, 여태 천태운에게서 한 번도 보지 못한 표정이었다.
***
주건은 멀찍이 차를 세워놓고 풀숲에 몸을 숨겼다. 빽빽한 나무와 어울리지 않는 고풍스러운 저택이 눈에 띄었다. 산 중턱에 자리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돌아보고 갈 법한 외관이었다. 현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건축 양식도 시선을 끌었지만, 창문이나 출입문 하나 없이 벽으로만 둘러싸인 형태 때문이기도 했다.
본래 출입구가 있을 법한 위치에는 벽만 존재했고, 대신 지하로 들어가는 통로가 하나 존재했는데 무명 조직원은 그곳을 중심으로 돌아다녔다. 저택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지하에 있는 탓이었다. 천태운도 저택에 드나들 때 지하의 차고에서 내렸다고 했다.
저택은 늘 무명 조직원이 감시한다. 내부에서 빠져나갈 방법이 없는데도 감시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만큼 하유진의 존재감이 크다는 것을 생각하면 속이 끓었지만, 이제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하유진을 끌고 나와 숨길 것이다. 그리고 평생 제 아래에서 앙앙거리며 울게 만들 것이다. 지금의 하유진이라면 그것이 충분히 가능했다.
주건은 저택 근처의 나무를 타고 올랐다. 무명조차도 유일한 출입구가 지하라고 알고 있었으나 그렇지 않았다. 태운이 드나드는 비밀 통로에는 샛길이 있다. 그건 저택을 설계한 주건밖에 모르는 사실이었다.
빠른 속도로 지붕에 올라 숨겨둔 출입문에 열쇠를 끼웠다.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지붕에 균열이 가며 자그마한 문이 열렸다. 틈으로 다리를 들이밀어 쿵, 떨어지자 암흑이 몸을 휘감았다. 무사히 들어온 모양이었다.
주건은 통로를 지나 어둠 속에서 더듬더듬 터치 패드를 찾았다. 지문을 꾹 누르니 소리 없이 문이 열리고 통로에 밝은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눈을 찌르는 빛에 시야가 흐려진 것도 찰나, 금방 익숙한 욕실의 모습이 동공을 채웠다.
동시에 지독한 오메가 냄새가 코의 점막을 뚫고 들어왔다. 상상보다 훨씬 더 달고 진득한 향기였다. 베타인 신체로도 과할 정도로 그 유혹이 느껴졌다. 지금 당장 섹스하고 있는 게 아닌 이상 이렇게 짙을 리가 없다.
주건은 재빠르게 욕실을 뛰쳐나가 1층으로 향했다. 계단을 내려갈수록 진해지는 냄새와 더불어 교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흐아으, 힉―! 아아, 으흑! 아흐…!”
페로몬이 어찌나 강한지 폐가 끈적해지는 느낌이었다. 이 정도면 단순히 쾌락에 녹은 게 아니라 히트를 일으킨 거다. 알파들이 하유진에게 발정제를 먹인 것이다.
파국이지 않은가!
주건은 찢어질 듯이 웃으며 거실로 달려갔다. 상상보다 훨씬 더 상황이 좋았다. 알파들이 자발적으로 발정제를 먹여 범할 정도면 유진의 정신은 이미 망가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토록 아끼던 부하들에게 범해지는 기분이란 과연 어떨지 묻고 싶을 지경이었다.
무명이나 천태운, 제국 등의 불쾌한 기억들은 산발적으로 날아갔다. 콧대 높던 오메가가 망가져 제 손에 들어오기만 하면 된다. 눈물범벅으로 울며 매달리는 달큼한 몸을 품을 수만 있다면야 해외로 도주할 의향도 있었다.
어딘가의 지하실에 가두어두고 유진이 저밖에 못 보도록 만들 것이다. 저에게 매달려 애원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 것이다. 눈물을 방울방울 흘리며 바짓가랑이에 매달리는 하유진이라니, 상상만으로도 군침이 돌아 참을 수가 없었다.
주건은 들이닥치듯 거실에 파고들었다. 소파에는 세 명의 알파와 한 명의 오메가가 뒤엉켜 난교를 벌이고 있었다. 빠듯하게 벌어진 구멍에는 두 개의 성기가 드나들었고, 벌어진 입술로는 굵은 남근이 퍽퍽 처박혔다.
“으우흑, 우우, 히우으…!”
납작하게 깔린 나신이 꿈틀거렸다. 대번에 하반신이 묵직해졌다. 주건은 총을 들어 알파들에게 겨누었다.
“비켜! 하유진은 내가 데리고 간다.”
알파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정신 나간 듯 오메가를 범할 뿐이었다. 당황한 주건이 다시금 목소리를 높였다.
“방주 탄환이다! 당장 떨어지지 않으면 불복으로 간주하고 발포하겠어.”
여전히 반응은 없었다. 오메가의 히트 페로몬에 취할 대로 취한 알파들은 이성을 잃은 지 오래였다. 그저 눈앞에 있는 오메가의 몸을 탐하는 것밖에 안중에 없었다. 그들 사이에 낀 나신만이 홀로 헐떡거리며 주건을 향해 눈을 굴렸다.
허공에서 흔들리던 손끝이 움칠 경련했다.
“흐욱, 우으흑…….”
“……마지막 경고다. 다 비켜.”
유진은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저기에 서 있는 것이 정말로 주건인지, 혹은 환각을 보고 있는 것인지 분간되지 않았다.
“마지막이라고 했어―!”
고함 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이 파고들었다. 그런데도 머릿속이 혼몽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더라. 그저 계속해서 범해졌다. 아마도 몇 시간, 혹은 그 이상으로. 이제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씨발, 개새끼들이.”
푸슉! 푸슉, 퓨숙! 바람 새는 듯한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부대원들의 몸이 파드득 떨리는가 싶더니 이내 낙엽처럼 우수수 무너졌다.
사이에 낀 유진은 멍한 눈으로 기절한 그들을 내려다보다가, 주건의 손에 이끌렸다. 구멍을 채우고 있던 성기들이 주륵 빠져나가며 정액이 왈칵 흘렀다. 주건이 와락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더럽게, 씹. 따라와 하유진. 밖에 나갈 거니까.”
“……밖, 에…?”
“그래. 나한테 감사하라고, 무명 놈들이 널 죽이려는 거 막아 주는 거니까.”
늘어지는 나신을 휙 들쳐멘 주건이 계단을 올랐다. 유진은 혼탁한 머리로 자근자근 주건의 말을 되씹었다. 밖에 나간다. 무명이 유진을 죽이려 한다. 그것을 박주건이 막는다. 무엇 하나 이해되는 것이 없었다.
주건은 곧장 욕실로 향했다. 평소에도 서늘하고는 했던 욕실은 다가갈수록 훨씬 더 찬 기운이 느껴졌다. 파르르 몸을 떤 유진은 느리게 시선을 굴렸다. 익숙한 욕실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기다리고 있어.”
몸이 짐짝처럼 욕실 바닥에 휙 내던져졌다. 유진이 힘없이 꿈틀거리는 사이, 주건은 거울에 손을 뻗었다. 엄지 지문이 거울 왼쪽 하단의 구석에 꾹 눌렸다. 그러자 덜컹거리는 미미한 소음과 함께 거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진은 그 모습을 망연히 올려다보았다.
욕실 한쪽 벽면을 차지할 정도로 컸던 거울은 천장을 향해 들려 올라갔다. 그리고 본래 거울이 있던 자리에는 어둑한 통로가 모습을 조금씩 내보였다. 이윽고 거울로 가려졌던 출입구가 모두 개방되자 주건이 다시 유진을 돌아보았다.
“내가 평생 귀여워해 줄 테니 침대 위에서 아양이나 떨어. 그게 오메가인 네 위치다.”
“…….”
“일어서. 나갈 거니까.”
유진은 힘없이 눈을 감았다. 저항할 힘 따위 남아 있지 않았다. 시체처럼 늘어지는 몸을 주건은 이를 갈며 당겼다. 유진이 몸에서 힘을 뺄수록 점점 바닥으로 가라앉아 들어 올리는 것이 여의치 않았다.
“하유진! 적당히 하고 따라―.”
발소리가 들렸다. 우뚝 굳은 주건이 통로를 응시했다. 몸을 뒤흔들던 손길이 멈추자 유진 또한 눈을 떴다. 어둑한 그림자를 가르고 반질반질한 구두코가 반짝이며 동공을 파고들었다.
유진은 천천히 눈을 들었다. 까마득하게 높은 곳에서 익숙한 눈빛이 보였다. 무표정한 얼굴의 천태운이 가만히 유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상태를 살피는 듯한 눈길이 유진의 전신을 오르내렸다.
천태운이 돌아왔다.
“…….”
지독한 안도감이 전신을 휩쓸었다. 유진은 늪에 빨려 들어가듯 까무룩 의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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