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
끔찍한 밤이 지났다. 유진은 밤새 제 성기를 흔들고 뒤에 손가락을 넣어가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아무리 문질러도 지독한 갈증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아, 몇 시간이고 익숙하지 않은 자위를 했다. 그 탓에 성기가 벌겋게 부어 쓰라린 통증을 호소했다.
밤새 이불을 박박 긁으며 꿈틀거린 덕에 동이 틀 즈음에는 간신히 열기가 가라앉았다. 하지만 타르처럼 진득한 자괴감은 발목 부근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떠올리지 않으려고 해도, 승일의 러트 날 욕실에서 태운에게 희롱당했던 기억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뇌리를 물들였다.
그날과 상황이 너무나도 비슷했다. 유진은 부족한 자극에 몸부림쳤고, 충족되지 않은 쾌감을 좇아 스스로 손을 움직였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접촉만으로 해소되었던 그때와는 달리 아무리 뒤를 쑤셔도 열감이 가라앉지 않았다. 알파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태운은 저택에 존재하지 않았고 승일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유진은 차마 그에게 돌아와서 뒤를 쑤셔 달라고 말할 수 없었다.
밤새도록 구멍을 제 손으로 긁어대는 기분은 정말이지 참혹했다.
늦은 오전, 기절하듯 눈을 붙였던 유진은 겨우 깨어났다. 잠을 잔 것 같은데 피로가 전혀 풀리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잠든 지 두 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지친 몸을 이끌고 욕실로 향했다.
서늘한 욕실에 몸을 들여 샤워기를 틀자 곤혹스럽게도 또다시 천태운이 떠올랐다. 하필 이곳에서 그에게 유린당한 탓이었다. 유진은 피부를 북북 문질러 닦으며 애써 머리를 식혔다. 귓가에 속삭이던 음성을 휘휘 저어내고 따끔거리는 사타구니를 조심스럽게 닦아냈다.
피부가 온통 벌겋게 익을 정도로 격한 샤워를 마친 뒤에야 혼돈과도 같던 감정에 종점이 겨우 찍혔다.
유진은 거울을 보며 표정을 추스른 뒤 1층으로 내려갔다. 부대원들은 모두 거실에 모여 있었다.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고자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안면에 힘을 주었다. 저벅저벅 걸어가자 부대원들이 하나둘 고개를 들었다.
“늦어서 미안하다.”
“좋은 아침이에요, 대장.”
소파에 늘어져 있던 승일이 묘하게 웃음기를 머금은 눈으로 유진을 보았다. 은근한 눈길이 마치 간밤의 흔적이라도 찾는 듯 몸 구석구석에 질척하게 달라붙었다. 유진은 발바닥을 간질이는 수치심을 발뒤꿈치로 밟아 눌렀다.
“제복 제대로 입어, 백승일.”
엄한 목소리로 타박하자 승일이 불만족스럽게 눈썹을 치켜올렸다.
“할 말이 그것밖에 없어요? 너무 무드가 없는 것 아니야? 대장 괴로워할까 봐 밤새 잠도 안 자고 기다렸는데.”
“체력 낭비하지 말라고 했어. 힘이 남아돌면 몸 단련이나 해.”
“와…….”
아연한 표정으로 승일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능글대는 행동이나 가벼운 언사나, 모두 예상한 범위 내였다. 과민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씻는 내내 머릿속으로 연습한 보람이 있었다. 하지만 유진은 개운치 못한 표정으로 제원을 흘끗 보았다.
제원이 지나치게 조용했다.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승일의 행동을 늘 먼저 지적하던 그였기에, 지금 같은 상황에서 그가 침묵하는 것은 기이한 일이었다.
유진은 애써 꺼림칙한 기분을 내리누르고 회의를 시작했다.
***
회의를 마친 뒤 유진은 부대원들과 함께 저택 탐색을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탐색한 뒤로 시간이 꽤 흘렀으니 혹시 모를 가능성에 기댄 것이었다. 어쩌면 태운이 나가면서 통로의 흔적을 남겼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기에 유진은 2층에 오르자마자 곧장 태운의 방으로 향했다.
“제가 하겠습니다.”
천태운의 방문을 열자 제원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유진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너는 백승일이랑 1층부터―.”
“제가, 하겠습니다.”
평소라면 쉽게 밀렸을 제원이 다리에 힘을 주고 버텼다. 태운의 방문을 가리듯 서서 막기까지 했다. 가시처럼 뾰족한 기시감이 손끝을 푹 찔렀다. 멈칫한 유진은 미간을 좁히며 눈을 들었다.
“뭐 하는 거야?”
“중위님께서 맡으실 만한 장소가 아닙니다.”
문득 아까 거실에서 느꼈던 이질감이 다시금 올랐다. 의중을 파악하듯 길게 눈을 맞추자 제원 또한 물러서지 않고 시선을 마주했다. 유진은 내심 당황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신제원이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말한 적이 있었던가?
“천태운의 감시도 저희끼리 돌아가며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신제원. 지금 뭐 하는 거냐고 물었어.”
“오메가의 몸으로 하기에는 지나치게 위험합니다.”
“……―.”
유진은 헛숨을 삼켰다. 오메가의 몸. 지긋지긋하도록 들었던 말이었으나 차마 부하로부터 들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까부터 제원의 기색이 이상했던 이유가 이것이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가슴께가 답답해졌다. 단순히 화가 나는 것이 아니었다. 상관으로서의 능력을 의심받는 기분이 들어 서글픈 것에 가까웠다.
유진은 옅게 숨을 골랐다. 감정적으로 나서서는 안 된다. 예민하게 곤두선 신경을 내리누른 후, 가라앉은 목소리로 나직이 물었다.
“그건 네 생각이야? 아니면 너희끼리 상의한 끝에 내린 결론이야.”
“제 생각입니다.”
“신제원. 나는 네 무엇이지?”
“…상관이십니다.”
“그래.”
제원은 입을 다물었다. 유진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전해진 듯했다. 유진은 목에 힘을 주고 강직하게 말했다.
“네 의견은 잘 들었어. 참고하도록 하지.”
“…….”
어색한 대치가 이어졌다. 유진은 뚜렷한 눈빛으로 제원을 응시했다. 물러설 기색을 내보이지 않자 제원은 입매를 움찔거리더니, 이내 몸을 옆으로 물렸다.
유진은 제원을 지나쳐 태운의 방에 들어갔다. 등 뒤로 문을 닫자 참고 있던 호흡이 터져 나왔다. 차게 식어 딱딱하게 굳은 손을 내려다보던 유진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닫힌 문을 보았다. 무시하기 힘든 불길한 예감이 신경을 갉작거렸다.
“―정신 차려야지.”
유진은 고개를 거칠게 흔들고 양 뺨을 내리쳤다. 짝 소리가 나도록 맞은 볼이 얼얼하게 달아올랐다.
불안한 상황이다. 제원은 유진을 걱정하는 것뿐이고, 부대장인 유진이 잘못되었을 경우 부대원들이 불안해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꺼림칙한 느낌이 배 속 깊은 곳에서 꿈틀거렸다. 하지만 이성과 책임감으로 그것을 묻어버리고 몸을 움직였다. 아닐 것이다.
아니어야만 했다.
***
달착지근한 향기가 은은하게 흘렀다. 분명 알파였다면 코가 얼얼할 정도로 지독한 페로몬이었겠지만, 베타의 신체로는 미미하게나마 냄새로 맡을 뿐이었다. 무척 아쉬운 일이었다.
침대 위에서 정액 범벅으로 노닥거리던 오메가가 주건이 욕실에서 나오자 곧바로 살랑거리며 들어갔다. 주건은 번들거리는 눈으로 그 뒷모습을 훑어보았다. 탐스러운 엉덩이 사이로 정액이 주륵 흘러내리는 모습이 외설스럽기 그지없었다.
저번에 클럽에서 낚았던 오메가도 나쁘지 않았지만, 질로 따지자면 저쪽이 훨씬 더 좋았다. 몸매도 더 좋았고 향기도 달큼했다. 무엇보다 얼굴이 마음에 들었다. 주건은 방금까지 제 아래에서 앙앙거리던 얼굴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셨다.
천하의 천태운이라고 하더라도 별수 없다. 무명과 그를 이어 준 것이 주건인 이상, 그는 자신에게 잘 보여야 했다. 저 오메가가 그 증거였다.
난교장이라니, 평소라면 베타라는 이유만으로 들어가지 못했을 장소다. 그런 곳이 천태운의 초대만으로도 열렸다는 건 조금 기분이 상하기는 했으나 그만큼 맛있는 오메가를 얻게 되었으니 나쁘지만은 않았다.
극우성씩이나 되시니 아마 천태운은 그런 곳을 몇 군데나 알고 있을 것이다. 애초에 주건이 그에게 접근했던 이유 중 하나가 그에 대한 소문 탓이었다. 불법 발정제가 들끓는 클럽을 나다니는 이가 정상적일 리 없지 않은가.
침실에 남은 향을 깊이 마신 주건은 몸을 틀어 모니터실로 향했다. 굳게 잠가두었던 방문을 열자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모니터의 빛이 시야를 찔렀다.
주건은 흥얼거리며 자리에 풀썩 앉아 화면을 주욱 둘러보았다. 별다른 일은 없어 보였다. 태운이 저택을 비운 탓인지 짐짓 평화롭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탐색해 봐야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태운의 방을 열심히 살피는 유진과 침대 위에 앉아 입맛을 다시는 승일, 그리고 거실 한구석을 차지한 건호를 차례로 훑어본 주건의 눈에 제원이 들어왔다. 그는 방에 틀어박혀 가라앉은 눈으로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신제원….”
가장 이성을 잘 유지하고 있는 남자였다. 처음 청운 부대원들을 모조리 저택에 밀어 넣을 때도 넣을지 말지 고민했던 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래 봤자 신제원도 알파다.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었다. 조금만 건드려 주면 분명 입질이 올 것이다.
턱 주변을 툭툭 두드리던 주건은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몇 번 신호음이 울리자 화면 속에서 인영이 움직였다. 그는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기를 내려다보다가 손을 뻗었다. 달칵 소리와 함께 짙은 침묵이 전화선을 타고 흘렀다. 웃음을 삼키며 주건이 몸을 길게 기울였다.
“오랜만입니다.”
-예, 그렇군요.
예상과는 달리 평온한 대답이 돌아왔다. 당황하는 모습을 기대했던지라, 주건은 눈살을 찌푸렸다.
“…안 놀란 모양입니다?”
-방에 전화기가 있는 시점에서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중위님과 연락하고 있다는 것도요.
“아하.”
대단하시군. 조소 섞인 중얼거림에도 제원은 반응이 없었다. 이래서 알파라는 족속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짜증스럽게 혀를 찬 주건은 이내 미소를 떠올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
“기분이 저조하신 것 같은데. 하유진과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
따박따박 잘만 말하던 제원이 조용해졌다. 침묵은 곧 긍정이다. 평화롭게만 보이는 와중에도 뭔가 있긴 있었던 모양이다. 흥미롭게 눈을 빛낸 주건은 혀를 내어 입술을 훑었다.
“재미있지 않습니까? 지금 상황 말이야. 오메가 상관을 범할 기회가 밖에서는 없었잖아?”
선악과를 들이미는 악마처럼 주건이 음습하게 속삭였다.
“하유진 오메가 향은 어떻지? 달착지근하다던데. 과일 향인가? 아니면 꿀?”
-그만하시죠.
“이미 먹을 만큼 실컷 먹어놓고 발뺌은.”
피실 웃으며 말하던 주건은 문득 미간을 좁혔다. 생각해 보니 신제원은 핑거링 미션 이후 유진과의 접점이 없었다. 그가 저렇게 고고하게 구는 것도 다 그 때문이리라. 본래 지은 죄가 없을수록 태연한 법이다.
주건은 눈을 옆으로 굴렸다. 천태운 방의 탐색을 마친 유진이 이마를 감싸고 우뚝 서 있었다. 낯빛을 보아하니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긴 확실히 있었다.
이런 재밌는 일이 벌어질 줄 알았으면 오메가를 부르는 게 아니라 자리를 지킬 것을 그랬다. 물론 애액이 진득한 구멍을 범하는 것은 유진의 모습을 연상시켜 무척 하반신이 동하고 즐거운 일이었지만 말이다.
상상하니 다시 아래가 뻐근해졌다. 바지 위로 앞섶을 문지르며 주건이 입매를 느슨하게 풀었다.
“본론으로 돌아가지. 나와 협력하지 않겠어?”
-무슨 협력을 말하는 겁니까.
“말 그대로의 의미야. 이대로라면 그 저택에서 맞이할 결말은 뻔한데, 네 정도의 실력이면 아깝지 않겠어?”
-…내통자가 되어라?
“하유진이 호락호락하지는 않지? 알파보다야 체구도 작고 유약해 보여도, 저 몸으로 알파들을 짓누르고 중위 자리까지 오른 놈이니까. 아마 좀처럼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을 거야.”
수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 화면으로는 제원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림자에 가려진 턱선에 힘이 들어간 것만은 확실했다. 주건은 절로 나오는 흥얼거림을 혀뿌리로 지그시 내리눌렀다.
“내게 협력해. 여러모로 도움 되지 않겠어?”
똑똑. 짧은 노크 소리가 방문을 울렸다. 오메가가 샤워를 마친 모양이었다. 주건은 느긋하게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말을 이었다.
“뭐, 나중에 답해도 좋아. 내일 즈음―.”
-협력하죠.
시원스러운 대답이 나왔다. 주건은 다시 눈을 들어 화면을 훑었다. 침대에 걸터앉은 제원은 여전히 평온해 보였다. 더러운 짓은 안 할 것처럼 혀를 털더니 구미가 당기기는 한 모양이었다. 어찌 됐든 좋은 양상이다.
“그럼 일단 미션부터 잘 따르도록 해. 오늘 밤중에 하나 더 나갈 테니까.”
뱀처럼 웃은 주건은 전화를 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입꼬리가 하늘을 향해 들썩였다. 그렇게 아끼던 부하들이 죄다 독을 품는 줄도 모르고 어떻게든 살려 보겠다고 아등바등하는 하유진이 가여워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모든 건 본인의 태생을 간과한 죄다.
흥겨운 걸음으로 방문을 열고 나서니 거실 소파에 널브러져 있던 오메가가 고개를 들었다. 짙은 흑발에 하얀 피부, 부드러운 촉감의 얼굴에 예쁘장한 눈매까지 전체적인 분위기가 하유진과 쏙 닮았다. 비록 성격은 그다지 닮지 않았지만, 구멍 맛만 좋으면 되었다. 어차피 일시적인 대체품에 불과하다.
‘진짜’가 손에 들어올 날도 그리 머지않았다.
뜨거운 숨을 뱉은 주건은 오메가의 뒷머리채를 끌어와 제 하반신에 눌렀다. 교태로운 손놀림이 주건의 앞섶을 풀고 브리프를 내렸다. 흉흉하게 솟아오른 성기가 퉁 튕겨 나와 오메가의 얼굴을 때렸다. 곧장 풀리기 시작한 오메가의 유혹적인 향이 거실을 물들였다.
유순하게 벌어지는 입술 사이로 성기를 쑤시자 오메가는 목구멍을 열어 굵은 기둥을 삼켰다. 헛구역질 하나 없이 뿌리까지 삼킨 그는 붉게 물든 눈을 치뜨며 주건을 올려다본 채 머리를 움직였다. 질척한 점막이 성기를 말랑하게 감싸 바싹 조였다.
“하―.”
구멍에 박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얼굴을 내려다보며 입에 박는 것도 나름의 맛이 있다. 언어를 담고 호흡을 실어나르는 입을 제 것으로 가득 채운다는 것은 구멍을 쳐올릴 때와 또 다른 정복감을 일으켰다. 부드럽게 엉키는 점막 사이로 귀두를 쑤셔 넣으며 주건은 나른히 머리를 굴렸다.
슬슬 미션에 박차를 가해 본격적으로 관계를 깨부술 시기였다. 얼마 전에 개방한 지하실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모두 유진에게 사용될 것을 상상하며 선정한 물건들이었으니, 분명 어떤 것을 써도 먹음직스럽게 울어댈 것이다.
하지만 더욱 확실하게 유진을 절망시킬 만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윽―.”
말랑한 혀가 뿌리 부근을 핥아 올리며 목구멍을 조였다. 미간을 좁힌 주건이 얕게 허리 짓을 하며 오메가의 입을 범했다. 요사스러운 몸짓과 능숙한 혀 놀림으로 흥건하게 젖은 성기는 사정할 듯이 달아오르며 식도를 팽팽하게 벌렸다.
양손으로 머리통을 그러쥔 주건이 거센 추삽질을 했다. 푹, 푹. 굵은 성기가 입술 사이로 모습을 연신 감추었다. 질질 흘러내린 투명한 타액이 오메가의 턱을 타고 흘러 목을 적셨다. 오목하게 패인 쇄골에 쿠퍼액 섞인 타액이 둥글게 고였다.
머릿속에서 무엇인가 번뜩였다.
“크윽.”
빠르게 박아넣던 주건은 목구멍 깊은 곳에 정액을 쏘아냈다. 오메가는 주건의 하반신에 매달려 꿀꺽꿀꺽 정액을 잘도 받아먹었다. 뜨거운 숨을 흘리던 주건은 질펀한 점막에 기둥을 문대며 입꼬리를 올렸다.
다음 미션이 떠올랐다. 상당히 재밌는 상황을 연출시킬, 하반신이 은근히 당기는 미션이 말이다.
같은 시각, 천태운은 제국군 건물을 나오며 휴대폰을 들었다. 주건의 번호를 찍어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았다. 까맣게 물드는 화면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서로 원할 때 정보를 교류하기로 했던 것치고는 연락이 상당히 되지 않았다. 한동안 방문하지 못한 저택의 상태에 대해 물을 요량이었기에 그의 한쪽 눈썹이 불만스러운 듯 올라갔다.
“천 대위, 퇴근하나?”
지나치던 김 대령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휴대폰을 내린 태운은 표정을 갈무리하고 그를 돌아보았다.
“현장에 가려고 합니다. 또 매음굴이 적발됐다고 들어서요.”
“지월동? 나도 거기 가는 길인데 같이 가지.”
“제가 다녀와서 보고드리겠습니다.”
“됐어. 직접 가서 봐야 보이는 것도 있는 법이지. 자네도 그래서 가는 것 아닌가?”
김 대령은 태운을 이끌고 차로 향했다. 운전석에 앉으려는 그를 만류하고 태운이 운전대를 잡자 김 대령이 지친 호흡을 흘렸다. 붉은 등을 확인한 태운은 흘끗 눈을 굴렸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일은 무슨. 너무 진척이 없어서 문제지.”
중얼거린 김 대령이 고개를 저었다. 무언가 탐탁잖은 일이 또 있었던 모양이다. 그가 저렇게까지 반응하는 이유는 대개 류진모 대령과 관련이 있으므로, 아마도 하유진에 대한 언쟁이 있었던 듯했다.
태운은 운전대를 툭툭 두드리며 차창 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탁 트인 겨울 하늘이 시원한 풍경을 내비쳤다. 어둑하고 농밀한 저택의 공기와는 딴판이었다. 문득 노을처럼 붉게 물들었던 유진의 눈매가 떠올랐다. 태운의 입술이 가늘어졌다.
저택을 뜬 이후 며칠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유진의 페로몬이 잊히지 않았다. 섹스 상대에게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태운에게는 무척이나 드문 일이었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일을 처리하다가도 잠깐 한숨을 돌리며 연초를 피울 때면 그가 흐느끼던 신음이 떠오를 정도였으니 제법 중증이었다.
아마 한창 흥에 겨운 주건은 미션을 들이붓고 있을 테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쉬운 법이니 그 달큼하던 몸이 또 누구에게 열렸을지 모르는 일이다. 유진의 페로몬은 오메가 중에서도 상당한 편이다. 알파 부하들의 눈이 다 돌아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
최근 며칠간 급격하게 업무가 쏟아지는 바람에 좀처럼 자리를 뜨기가 어려웠다. 이번에만 해도 매음굴 적발과 무기 거래 사건이 겹쳐 사무실에 엉덩이조차 붙이지 못했다. 덕분에 하반신에 욕망이 잔뜩 쌓인 상태였다. 달큼하게 엉기던 구멍이 자꾸 생각나는 덕에 의도치 않은 금욕까지 했으니, 돌아가면 실컷 귀여워해 주리라.
눈을 가늘게 휜 태운은 차를 부드럽게 몰았다. 차도를 미끄러지듯 달린 차량은 빠른 속도로 현장을 향했다.
***
건조한 공기를 타고 짙은 한숨이 퍼졌다. 유진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엄지로 꾹꾹 누르며 눈을 굴렸다. 최근 두통이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진득하게 달라붙어 떨어져 나가지 않는 것이 꼭 몸 깊숙이 들어와 독을 퍼뜨리는 타르 같았다.
제원의 만류를 뿌리치고 들어간 태운의 방에서는 역시나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1층이나 다른 방도 마찬가지라는 보고를 받았다. 어느 정도 예상한 바이긴 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흉부를 짓누르는 압박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속이 답답할 정도로 진척이 없다.
삭막하기만 한 방을 둘러본 유진은 서랍장을 열었다. 구석에서 둥근 통이 데굴, 굴러왔다. 매끈한 표면 위로 ‘오메가용 피임약’ 일곱 글자가 도드라졌다.
“…오메가.”
반질거리는 약통 표면을 손끝으로 문지르자 제원과의 일이 떠올랐다. 유진의 눈이 가라앉았다. 입이 썼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었는데, 한 발 벗어나서 곱씹어 보니 예민하게 반응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몸이 오메가인 것은 사실이지 않은가.
…이중적인 이기심이다.
복잡한 머리를 추스른 유진은 통을 열어 약을 하나 삼켰다. 둥근 표면이 식도를 긁으며 내려갔다. 태운과의 일을 겪은 뒤 언제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매일 챙겨 먹고 있었지만, 먹을 때마다 기분이 영 좋지 못했다.
떫게 남은 맛을 혀끝으로 굴리며 서랍을 닫자 서랍장 위에 올려둔 주사기가 보였다. 지난 미션의 보상으로 받은 알파용 억제제였다.
저번 것은 건호에게 주었으니 이것은 승일의 몫이다. 가져다준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주사기를 쥐고 승일을 떠올리자 난잡한 장면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경직된 눈으로 주사기를 내려다보던 유진은 그것을 도로 서랍장 위에 올려두었다.
이미 자정을 한참 넘겼다. 내일 주어도 늦지 않다. 합리적인 결론일지 변명으로 점철된 핑계일지, 자조적인 결론을 잇새로 씹으며 유진은 몸을 돌렸다. 그러자 환하게 반짝이는 모니터가 시야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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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α는 Ω에게 A14를 사용」
- 성공 시: 오메가용 억제제
- 지속 시간: 24:00:00
- 제한 시간: 25:00:00
당신은 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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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물들이는 고민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한 문장들이었다.
깊은 새벽, 부대원들은 다시 모였다. 유진에게서 열쇠를 받고 내려간 제원은 아직 지하실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유진은 초조함을 삼키듯 혀로 입술을 축였다. 얄팍하게 피부를 적신 타액은 금방 증발해 이전보다 더한 건조함을 낳았다.
팽팽하게 늘어난 입술 표면이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처럼 하얗게 질렸다.
“긴장돼요?”
승일이 즐거운 기색으로 물었다. 웃음기를 머금은 입매가 명백한 곡선을 그렸다. 유진은 이죽거리는 승일로부터 시선을 굴렸다. 무언가 탐탁지 않은 듯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건호는 속이 읽히지 않았다.
공기가 거북했다.
“중위님.”
적막을 깨뜨리듯 제원이 지하실 문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유진은 그의 손부터 훑어보았다. 붉은색의 천 주머니가 들려 있었다. 크기는 크지 않았다. 그래 봐야 제원의 한 손에 들어올 정도였다.
승일이 눈썹을 들썩이며 물었다.
“뭐야? 그거.”
“…….”
제원이 깊은 눈으로 유진을 응시했다.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정조대입니다.”
유진은 아연한 기분으로 눈을 감아버렸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승일이 제원에게 다가가 주머니를 빼앗아 들었다. 얇은 천이 벌어지며 금속으로 이루어진 몸체가 드러났다. 와우. 나지막이 탄식하는 목소리에 건호도 시선을 돌렸다.
“이거 그거네. 카테터 달린 정조대.”
“…카테터?”
“요도에 삽입하는 막대요, 대장.”
승일이 희게 굳은 유진에게 물건을 흔들어 보였다. 금속들이 저들끼리 부딪쳐 풍경처럼 맑은 소리를 냈다. 그중 가장 긴 금속은 막대기 형태로 길게 뻗어 반짝거렸다. 유진은 동요하지 않기 위해 안면 근육에 힘을 바짝 주었다.
흉물스러운 것을 이리저리 뒤적이던 승일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물쇠도 있네. 열쇠는?”
제원이 다른 손에 쥐고 있던 자그마한 열쇠를 들어 보였다. 유진은 그 모습을 흐릿하게 눈에 담으며 머리를 정리했다.
처음 보는 ‘지속 시간’이 무엇인가 했더니 이제야 윤곽이 잡혔다. 쉽게 말해 저걸 넣은 채로 만 하루를 버티란 소리가 아닌가. 감히 속단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끔찍한 소리였다.
자리에 돌아온 제원은 정조대를 주머니 안에 도로 밀어 넣었다. 반짝이는 금속이 붉은 천 사이로 자취를 감추었다. 창백한 낯으로 그것을 보고 있으니 제원이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이행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유진의 생각도 같았다. 언제 또 나올지 모르는 오메가용 억제제가 보상으로 걸렸다. 그리고 당장 자신의 히트는 일주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버석한 혀를 입천장에 문지른 유진이 고개를 돌렸다. 시선을 받은 승일과 건호가 차례로 답했다.
“저야 뭐. 찬성합니다.”
“동의합니다.”
부하와 섹스하라는 것도, 펠라를 하라는 것도 아니다. 고작 해봐야 앞에 막대기 하나 꽂아놓고 버티면 된다. 유진만 견디면 오메가의 히트에 알파들이 휘말리는 최악의 상황도 모면할 수 있다.
부대원들은 모두 찬성한다. 오늘의 알파이자 당사자인 제원까지도.
유진이 내릴 결론은 정해져 있었다.
***
긴장한 손으로 몸을 꼼꼼하게 씻은 유진은 침대에 누웠다. 기다리고 있던 제원이 유진의 위로 올랐다. 상반된 시선이 맞부딪혔다. 기이한 공기가 흘러 피부를 간지럽혔다.
방금의 회의를 제외하면, 유진은 낮의 일 이후로 제원과 대화해 보지 않았다. 머리를 충분히 가라앉히고 아침에 다시 이야기해 볼 생각이었다. 이렇게 침대 위에서, 이런 자세로 다시 얼굴을 마주할 것을 알았다면 조금 더 일찍 말을 걸었을 것이다.
유진은 볼 안쪽을 씹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까는….”
“벌리세요.”
서슴없는 손길 아래 다리가 활짝 벌어졌다. 아직 수분기를 머금은 성기가 여지없이 노출되었다. 유진의 얼굴이 흐트러졌다. 제원은 티 없는 나신을 눈에 담으며 페로몬을 풀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제원의 페로몬이 기도를 파고들었다. 얇은 점막이 대번에 열을 머금고 달아올랐다. 유진은 숨을 삼키며 몸을 떨었다. 몇 번을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감각이었다.
“흣….”
미미한 열락이 옅게 퍼졌다. 조금씩 더해지는 알파 향은 신경을 적시며 묵직하게 유진을 압박했다. 피부가 예민하게 신경을 응축시켰다. 숨이 조금씩 가빠졌다. 유진은 방황하는 손끝을 침대에 꾹 누르며 입술을 깨물었다.
바르작거리는 몸에 따끈한 열이 오르자, 제원이 볼기를 감싸 들었다. 뽀얗고 말랑한 살결이 단단한 손바닥에 휘감겨 바짝 올라갔다.
“아…! 왜, 왜 거기를….”
“발기하지 않으면 안 들어갑니다.”
“흣―! 아….”
토실한 엉덩이가 들리며 오밀조밀 모여든 주름을 내보였다. 자세가 수치스러운지 유진의 얼굴이 당황으로 붉게 물들었다.
제원은 호흡과 함께 진득한 페로몬을 풀며 은밀한 골을 손끝으로 문질렀다. 알싸한 열기가 피부를 타고 흘러 구멍 위로 고여 들었다. 벌레가 피부를 야금야금 깨물듯 구멍이 따끔거리며 부풀었다.
“흐윽…! 아으….”
물기 없던 구멍이 움찔거리며 조금씩 도톰해졌다. 주름은 토실하게 차올라 먹음직스럽게 떨렸다. 제원은 더욱 짙은 페로몬을 풀어 나체의 유진을 제 향으로 뒤덮었다. 여린 살결이 속절없이 페로몬에 잠식당하며 타오르듯 휘감기기 시작했다.
“흑, 아! 그, 그만…―.”
피부 위에 달라붙은 알파의 페로몬이 살을 뚫고 깊이 파고들었다. 찌릿한 전류가 혈관을 타고 번졌다. 아랫배가 조여들고 건드리지도 않은 성기가 무언가를 기대하듯 곧추서며 존재감을 부풀렸다.
유진은 괴롭게 비틀리는 이성을 부여잡으며 버텼다. 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깨물고 신음을 참았다. 하지만 점점 더 달아오르는 신체는 통제를 벗어나 제멋대로 꿈틀거리며 앞으로 다가올 자극을 기대했다.
제원의 눈이 가늘어졌다. 엉덩이를 살살 문지르던 손이 엉덩이 살을 파고들어 구멍을 건드리고, 농도 짙은 페로몬을 쏘아냈다. 얄팍한 점막을 꿰뚫고 알파 향이 밀려들었다.
“아아―! 흑―!”
꾸물거리던 구멍이 버티지 못하고 달콤한 애액을 주륵 흘려냈다. 꿀처럼 흘러내리는 애액을 문지르던 손끝이 구멍을 열고 파고들었다. 짙은 열기가 막을 새도 없이 내벽을 물들이며 깊은 곳으로 밀려 들어왔다. 유진의 눈앞이 벌겋게 익었다.
“아, 흐아…!”
점막을 가르고 깊이 쑤셔 박힌 손가락이 파들파들 경련하는 내벽을 살살 긁으며 오르내렸다. 직접적으로 쏟아지는 페로몬에 점막이 녹아내리며 애액을 질질 흘려댔다. 화끈한 열감이 쾌락이 되어 배 속을 잠식했다.
“아, 흑! 그만, 앗, 흐!”
발발 떨리는 손이 제원의 어깨를 짚었다. 제원은 흔들리는 다리를 활짝 벌리고 질척한 구멍 깊이 손가락을 묻었다. 파르르 떤 유진이 허리를 얕게 들썩이며 볼기를 벌렸다. 내벽이 찐득하게 달라붙어 열기를 머금었다.
손가락을 삼킨 구멍은 처음 보았을 때보다 훨씬 유연하고 말랑했다. 타인의 침입에 익숙해진 듯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떡처럼 쫄깃하게 감기는 감촉은 여전했다. 구멍을 빠져나갈 때 아쉽다는 듯, 점막이 손가락에 들러붙으며 질질 끌려 나왔다.
먹음직스럽게 부푼 구멍을 비틀 듯이 가르자 내벽이 파르르 떨며 손가락을 씹었다.
“흐으, 으!”
달콤한 오메가 향이 한껏 풍겨 공기를 물들였다. 손끝을 세워 점막을 긁어 줄수록 향은 더욱 강해졌다. 달달 떨며 점막을 비벼대는 내부가 꼭 부족하다고 항의하는 듯해, 제원은 손가락을 하나 더했다.
“아아―! 흐윽…!”
구멍은 역시나 부드럽게 열리며 손가락을 삼켰다. 더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깊숙이 밀어 넣자 나신이 들썩이며 고개를 젖혔다. 진득한 오메가 냄새가 손가락을 흥건하게 적시고 줄줄 새어 나왔다.
“흑, 아으, 아! 그, 만, 흐으….”
오물거리는 내벽을 밀치고 깊이 파고든 손끝에 전립선이 닿았다. 헉, 숨을 들이마신 유진이 파드득 튀어 올랐다.
“하윽!”
찌릿한 전류가 퍽 치고 올라 아랫배를 벌겋게 물들였다. 유진은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제원을 밀어냈다.
“거기 안, 흐윽, 안 돼….”
쾌락에 뭉개진 발음이 형편없이 흩어졌다. 살짝 뒤로 빠졌던 손가락이 다시 페로몬을 쏘아내며 전립선을 압박했다. 눈앞에 별이 튀었다.
“아흐, 아! 안, 된다니, 흑!”
애액에 젖어 부드럽게 움직이는 손가락이 내벽을 거침없이 파고들며 전립선을 푹푹 찍었다. 신음을 집어삼킨 유진이 바들바들 떨었다. 손가락을 삼킨 엉덩이가 씰룩이며 벌어졌고, 내부에 고인 애액이 뚝뚝 흘러 엉덩이 골 사이로 떨어졌다.
등골이 쭈뼛 섰다. 아찔한 쾌락이 이성을 휘감아 밀가루 반죽처럼 유린했다. 갈 것 같다. 지독하게 오른 열감이 폐를 적시고 호흡을 물들였다. 유진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허리를 높게 들었다.
그 순간, 손가락이 주륵 빠져나갔다. 코앞까지 차올랐던 쾌락의 물결이 순간 방향을 잃고 탁 퍼졌다.
“흑…?”
작게 흐느낀 유진이 질끈 감았던 눈을 떴다. 텅 빈 구멍이 영문을 모르고 움찔거리며 오므라들었다. 홧홧하게 남은 열감이 내벽을 긁어대며 절정을 요구했다.
유진은 혼란스러운 눈을 굴렸다. 제원의 손에 무언가 들려 있었다. 잠시 잊고 있었던, 오늘 사용해야 했던 물건이었다. 사정하기 직전까지 내몰린 성기가 단단한 손안에 붙잡혔다.
“아―!”
“아플 겁니다.”
짤막이 말하며 제원은 손안에 쏙 들어오는 하얀 성기를 엄지로 매만졌다. 보드라운 표면이 길게 쓸릴 때마다 유진이 헐떡이며 몸에 힘을 주었다.
“흐윽, 흣….”
통통하게 부푼 성기를 세우자 쿠퍼액을 방울방울 흘려내는 요도구가 보였다. 제원은 기둥을 가볍게 주무르며 카테터의 끝을 요도구에 댔다. 차가운 감촉이 예민한 점막에 맞닿았다. 유진이 다급히 숨을 집어삼켰다. 잔뜩 경직된 시선이 굴러와 제원의 손에 꽂혔다.
“…흑, 으….”
차마 거부하지는 못한 채, 유진은 침대보를 그러쥐며 입술을 물었다. 두려운 듯 고개를 비틀며 흐느끼기도 했다. 그 모습이 제원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
묘한 감각이 손을 타고 배 속 깊은 곳까지 번졌다. 짙게 가라앉은 시선으로 잔뜩 흥분한 오메가의 몸을 훑어내린 제원은 말랑한 귀두 끝을 엄지로 슬쩍 문질렀다.
“흐으―.”
유진의 표정이 무너졌다. 온몸에 잔뜩 들어갔던 긴장이 풀리고, 흔들리는 귀두 끝에서 맑은 쿠퍼액이 도륵, 흘러내렸다. 진한 단내가 코를 찌르며 알파의 머리를 잠식했다. 제원은 요도구에 맞추어 수직으로 세운 카테터를 밀어 넣기 시작했다.
“아…―!”
시리도록 차가운 금속이 요도구를 비틀어 열고 파고들었다. 상상 이상으로 아팠다.
유진은 반사적으로 몸을 물리려고 했지만 골반을 틀어쥔 손길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예민하고 얇은 점막이 팽팽하게 늘어나며 그 사이로 막대가 밀려들었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로운 고통이 하반신을 타고 올라 시야를 물들였다.
“아흑! 아, 잠깐, 아아…!”
점막이 부욱 찢어지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배출의 용도로만 쓰이던 좁디좁은 내부로 도톰한 금속이 끝없이 밀려들었다. 유진은 발로 침대를 밀어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얼음송곳 같은 카테터는 요동치는 생살을 밀치고 더욱 깊은 곳으로 파고들었다.
“아으, 흐―!”
생리적인 눈물이 치밀어 올라 눈가에 매달렸다. 들어와서는 안 될 곳으로 칼날이 밀려드는 기분이었다. 유진은 덜덜 떨며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카테터는 이제 고작 절반밖에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다. 망연한 기분으로 헐떡이자 제원의 눈꼬리가 슬쩍 가늘어졌다.
“익숙해질 겁니다.”
내부에 꽂힌 카테터가 빙글 돌아갔다. 표면에 찰싹 붙어 있던 점막이 질질 딸려가며 금속 표면에 긁혔다. 유진은 침대보를 와락 그러쥐고 얼굴을 무너뜨렸다. 동그랗게 밀려난 요도가 욱신거리며 열을 머금었다.
“아, 으흑, 흐!”
잠시 멈추었던 삽입이 재개되었다. 차마 금속 막대기가 제 성기 속에 들어오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유진은 고개를 다시 침대로 내리고 배에 힘을 주었다. 꽉 맞물려 있던 점막 사이를 비집고 뾰족한 통증이 파고들었다. 요도가 모조리 찢어지는 느낌이었다.
“아, 흐으, 흑….”
제원은 고통스럽게 들썩이는 유진을 주시했다. 성기 밖으로 톡 튀어나온 카테터를 삽입할수록 내부에 차 있던 쿠퍼액이 반은 밖으로 새고 반은 안으로 밀려들었다. 주륵 새어 나오는 액체를 귀두에 펴 바르자 하얀 페니스가 발발 떨렸다. 쾌락에 잠겨 움찔거리는 것이 손바닥으로 느껴졌다.
따끈하고 하얗고, 달큼한 페로몬을 뿜어대는 성기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제원은 카테터를 밀어 넣었다. 꾸욱. 벌게진 요도구가 더욱 늘어나며 금속을 깊숙이 삼켰다.
“흐윽―!”
예민하게 반응한 유진이 고개를 젖혔다. 굴곡진 턱선이 못 버티겠다는 듯 흐느끼며 잘게 떨렸다. 이제 끄트머리만 남은 막대를 잡아 살살 흔들자 양쪽으로 벌어진 무릎이 허공을 헤집었다. 속눈썹 끝에 매달린 눈물방울은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파르르 흔들렸다.
하반신을 적시는 육욕을 삼키며, 제원은 남은 부분을 억지로 눌러 쑤셔 넣었다.
“아아흑―…!”
뭉뚝한 카테터의 끝부분이 파들거리는 요도를 가르고 불쑥 파고들어 깊은 곳을 찔렀다. 뾰족하게 치솟은 고통에 눈물이 난 것도 잠시, 전립선이 정통으로 찔리며 전신에 지독한 쾌락이 팍 튀었다. 유진의 눈이 크게 벌어졌다.
“……! 아, 아――!”
뭔가 눌렸다. 무언가 미치도록 예민하고 민감한 부위가 카테터의 선단에 찔렸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볼 정신은 존재하지 않았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짙은 쾌락의 전류가 온몸의 통제권을 앗아갔다.
유진은 허공으로 떠오르는 골반을 억누르지 못했다. 찌릿찌릿 새는 자극감이 끔찍하게 아팠는데, 정작 입술 사이로 튀어 나가는 것은 신음이었다.
“아, 흐아! 아, 안 돼―….”
홉뜬 눈동자가 혼란으로 물들었다. 제원은 움찔거리는 기둥을 부드럽게 쓸어 올리고, 귀두 밖으로 튀어나온 카테터를 엄지로 문지르며 지그시 눌렀다.
“으흐으…! 그만, 그만―.”
나신이 퍼덕거리며 예민하게 반응했다. 요도로 금속을 머금은 통통한 페니스가 위태롭게 흔들렸다. 뜨거운 시선을 흘리던 제원은 카테터와 연결된 정조대를 유진의 하반신에 채웠다. 동그란 링이 차례로 귀두와 뿌리에 채워지고 부드러운 가죽이 고환을 휘감았다.
찰칵. 마지막으로 맞물린 잠금장치가 맑은 소리를 내며 잠겼다. 유진은 침대에 늘어진 채 가쁜 숨을 헐떡였다. 사정을 거부당한 성기가 카테터를 삼킨 채 허공에서 흔들렸다.
“아, 으…. 흑―.”
꽉 막힌 요도가 괴로운지 납작한 아랫배가 연신 흠칫거렸다. 짙은 눈동자로 성기를 훑어내린 제원은 몸을 일으켰다. 허공을 향해 있던 유진의 시선이 굴러왔다.
“필요하실 때 부르세요.”
봉긋하게 부은 구멍과 뽀얀 볼기가 시선을 끌었다. 유진의 표정이나 눈빛도 평소와 달리 혼탁했다. 미끈거리고 점도 높은 달큰한 액체가 손끝에 매달려 흔들렸다. 유혹하듯 빨아들이던 내벽의 감촉이 아직도 선명했다.
제원은 느지막이 시선을 떼어냈다.
“실례했습니다.”
침대에서 내려간 제원이 방을 나섰다. 조용하게 닫힌 문 아래로 진득한 적막이 흘렀다. 유진은 작게 숨을 헐떡이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곧바로 다시 침대에 무너졌다.
“으흐, 흑―….”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팽팽하게 늘어난 요도 점막과 전립선을 짓누른 압박감이 태산처럼 몸집을 부풀리며 신경을 파고들었다. 이불을 부여잡고 바들바들 떨던 유진은 침구에 얼굴을 묻었다. 지독한 자괴감이 뇌리를 음습하게 적셨다.
요도까지 범해졌다는 것도, 짐승처럼 정조대를 채워졌다는 것도, 그 정조대를 차고도 스멀스멀 오르는 쾌감에 몸이 달아오르고 있다는 사실도 모두 참담했다.
***
깊은 새벽이 지나고 동이 틀 동안 유진은 잠들지 못하고 연신 바르작거렸다. 조금 몸을 뒤척인 것만으로도 요도에 박힌 막대가 움직이며 전립선을 긁었고, 화들짝 놀라 배에 힘이라도 주면 요도를 타고 미끄러져 더 깊은 곳으로 들어왔다.
느끼고 싶지 않은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통증과 닮은 고통스러운 자극감은 숨 쉬는 것만으로도 끈질기게 이어지며 유진을 괴롭혔고, 팽팽하게 부푼 발기 상태는 몇 시간이 지나도 가라앉지 않았다.
기절하듯이 잠들었다가 요도를 들쑤시는 막대에 흐느끼며 깨어나기를 수십 번, 결국 아침이 찾아왔다. 반쯤 실신하다시피 늘어져 있던 유진은 움찔거리며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사지가 뻐근하고 욱신거렸다. 송곳처럼 찌르는 요도의 감각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 흐으….”
유진은 더듬거리며 침대를 짚었다. 십여 분을 끙끙거리며 사투를 벌인 끝에 겨우 상체를 일으키고 모니터를 보았다.
[제한 시간: 18:57:24
지속 시간: 18:31:48]
아직 한참이나 부족했다. 속이 뭉개지는 기분이었지만 유진은 턱에 힘을 주고 참았다. 욕실에 가기 위해 온몸에 힘을 주고 침대를 기어 바닥에 발을 내렸다. 똑바로 앉으니 정조대에 휘감겨 빳빳하게 서 있는 자신의 성기가 적나라하게 보였다.
요도구가 꽉 막힌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웠다.
협탁을 목발 삼아 몸을 일으킨 유진은 벽을 짚으며 천천히 욕실로 향했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내부를 채운 카테터가 요도를 긁으며 돌아다녔다. 쾌락인지 통증인지 분간되지 않는 감각이 허리를 울리고 성기를 고문했다.
“아, 흑―.”
끔찍한 심경을 속으로 삼키며 후들거리는 무릎에 억지로 힘을 주었다. 구멍과 그 근처의 볼기가 새어 나온 애액으로 온통 번들거렸지만, 인식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
부대원들이 기상하기 전에 먼저 샤워를 마친 유진은 달아오른 피부 위로 제복을 갖추어 입었다. 예민하게 솟아오른 유두와 젖은 구멍은 모두 정갈한 옷에 감추어졌다.
바닥난 정신력을 끌어모아 간신히 계단을 내려가고 거실에 도착했을 즈음, 부대원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내려온 제원은 소파에 앉은 유진을 흘끗 보더니 짧게 목례한 후 부엌으로 향했다.
유진은 조용히 쿠션을 끌어와 제 다리 위에 올렸다.
“좋은 아침, 대장.”
제원의 뒤를 이어 승일이 내려왔다. 건호도 깨어난 듯 위층을 돌아다니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유진은 달뜬 호흡을 감추기 위해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러자 승일의 시선이 달라붙었다.
“지금 차고 있어요?”
“…….”
“우와, 야해라.”
승일이 웃으며 유진의 하반신을 보았다. 먹잇감을 탐색하듯 좁아진 동공이 쿠션의 위를 뱀처럼 기었다. 척추가 찌르르 울렸다. 순간적으로 힘이 들어간 탓에 미끄러진 카테터가 전립선을 울컥 찔렀다.
유진은 튀어나오는 신음을 막기 위해 볼 안쪽 살을 씹었다.
“가서 요리나 도와, 백승일. 오늘 당번이잖아.”
“알겠어요, 알겠어.”
양손을 들어 보인 승일은 입꼬리를 들썩이며 부엌으로 향했다. 그의 뒷모습이 부엌으로 사라지자마자 유진은 참았던 숨을 다급히 토해냈다. 머리가 징징 울렸다. 쿠션 아래 깔린 성기가 욱신거려 몸이 자꾸만 달아올랐다.
정신없이 헐떡이던 유진은 근처에 다가서는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언제 내려온 것인지 모를 건호가 소파 뒤에 서서 유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좋은 아침.”
당황을 감추지 못하고 중얼거리자, 유진의 낯을 훑어본 건호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멀어지는 등을 응시하며 유진은 낭패 섞인 타액을 삼켰다. 방금 부디 신음을 흘리지 않았기를 간절하게 빌었지만, 확신은 서지 않았다.
가만히 있어도 자극되는 전립선은 기상해서 욕실에 다녀오고, 1층으로 내려오고, 식사하러 부엌에 갔다 오는 사이 끝없는 자극을 이기지 못하고 퉁퉁 부어올랐다. 그 탓에 카테터의 압박감이 더욱 심해졌다. 회의를 시작할 즈음에는 앉아 있는 것조차도 괴로울 정도가 되었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고통스러운 자극감이 올라와 유진의 이마에는 조금씩 식은땀이 맺혔다. 뺨은 홍조로 달아올랐다. 말을 잇는 사이사이 가쁜 호흡을 고르는 숨소리가 섞여들었다. 경청하던 부대원들의 눈은 점점 회의록에서 떨어져 유진에게 향했다. 요도를 타고 오른 쿠퍼액이 카테터 사이를 비집고 나와 브리프를 적시는 것이 선연히 느껴졌다.
지금 제대로 된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혼미해졌을 때, 유진은 참지 못하고 회의를 마무리했다.
“오늘은 저녁 회의 안 할 테니까, 각자 쉬도록 해.”
“대장은요?”
“나는―.”
유진이 승일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허리가 살짝 뒤틀리며 자세가 바뀌자 요도 점막이 요동치며 카테터를 조여 물었다. 내부를 적신 쿠퍼액이 카테터를 전립선까지 훅 빨아들였고, 창 같은 막대의 선단이 전립선을 내리찍었다.
“흑…!”
휘청거린 유진이 고개를 숙이며 소파를 짚었다. 건조하던 공기를 뚫고 달착지근한 오메가 페로몬이 팍, 하고 터졌다. 세 알파의 시선이 유진에게 못 박혔다. 질척하게 녹은 향기가 그들의 코를 간질였다.
“…….”
겨우 정신을 차린 유진이 다급하게 페로몬을 갈무리했다. 하지만 은근하게 남은 향기도, 소름 끼치도록 짙어진 부대원들의 눈빛도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당혹감으로 거칠어진 숨을 고르며 분위기를 살피던 유진이 시선을 떨궜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귓바퀴에서 북처럼 울리는 심장 박동이 목소리 끝을 덜덜 떨게 만들었다.
유진은 하나둘 돌아가는 부대원들을 보내고 마지막으로 몸을 일으켰다. 난간을 붙잡고 기듯이 계단을 오른 뒤에야 겨우 방에 돌아올 수 있었다. 침대에 앉자마자 온몸에서 힘이 탁 풀렸다. 팔다리에 아령을 붙여놓고 종일 달린 것만 같은 피로감이었다.
긴장한 탓에 욱신거리는 허벅지를 내리누르며 유진은 화면을 확인했다.
[제한 시간: 13:32:15
지속 시간: 13:06:39]
체감으로는 이틀은 된 것 같은데, 하루의 절반도 채 지나지 않았다. 유진은 침대 머리에 등을 기대고 조심스럽게 지퍼를 내렸다. 기괴하도록 불룩 튀어나온 브리프 아래로 파들파들 경련하는 성기가 드러났다.
“흐으…―.”
요의가 밀려오고 있었다. 팽팽하게 부푼 아랫배를 그러쥐고 신음하던 유진은 옆으로 무너졌다. 푹 밀려든 카테터가 점막을 비비고 전립선을 주물렀다. 찌릿찌릿 오르는 전류에 흐느끼면 방광이 압박되었다.
배뇨감을 무시하듯 바지춤을 추스른 유진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언제까지고 참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무의미한 발버둥을 한계까지 놓을 수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침대에 붙어 끙끙 앓던 유진의 숨소리가 급속도로 가빠졌다. 창백한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히고 양 뺨은 붉게 물들었다. 잇새에 짓이겨진 입술이 벌겋게 부어올라 파르르 경련했다.
유진은 눈앞이 노랗게 빙빙 도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들었다. 타이머는 아직 열 시간도 넘게 남아 있었는데, 방광이 터질 것만 같았다. 숨 쉬는 것만으로도 배가 압박되어 신음이 절로 나왔다.
“흐, 으흑….”
사지가 벌벌 떨렸다. 이불을 쥐고 당긴 유진은 몸부림쳤다. 애써 다른 곳으로 사고를 돌리려고 잡다한 상념을 끄집어냈다. 끔찍하도록 가지 않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숫자를 세기도 했다. 눈물이 나도록 괴로운 순간을 수도 없이 넘겼을 때, 유진은 다시 모니터를 확인했다.
숫자는 고작 십 분가량 지나 있었다.
“흐으윽….”
유진은 결국 버티는 것을 포기했다. 배뇨에 대한 허가라도 받는 모양새로 제원에게 향하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수치스러웠지만, 더 견딜 재간이 없었다.
유진은 불규칙한 호흡을 고르며 팔에 힘을 주었다. 침대를 밀어내듯이 몸을 일으켜 앉자 분산되었던 중력이 되돌아오며 아랫배를 묵직하게 짓눌렀다.
“아…―!”
순간 번쩍이는 충격이 하반신을 후려쳤다. 공중으로 튀어 오른 유진은 황급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다행히 바지는 젖어 있지 않았다. 한 치의 틈도 없이 요도를 꽉 채운 금속도 여전했다.
안도감일지 무엇일지 모를 감정에 몸을 떤 유진은 더듬더듬 침대를 짚고 내려왔다. 바닥을 딛고 서자 카테터가 주륵 미끄러지며 전립선을 쑤셨다. 무릎이 금방이라도 풀릴 것처럼 요동치며 좌우로 후들거렸다.
하얗게 질린 낯으로, 유진은 발을 질질 끌 듯이 제원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 짧은 노크 뒤에 문을 열자 독서하고 있던 제원이 고개를 들었다. 붉게 물든 눈으로 방 내부를 훑은 유진이 등 뒤로 문을 닫았다.
“신, 제원….”
유진이 벽을 짚고 벌벌 떨고만 있자 책을 내린 제원이 다가왔다. 수치심으로 물든 얼굴과 바지로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불룩하게 나온 앞섶으로 그의 시선이 달라붙었다. 유진은 일그러지는 얼굴을 가리기 위해 고개를 푹 숙였다.
제원이 손을 뻗었다.
“흑!”
허리가 잡혀 당겨졌다. 파르르 떠는 유진에게 제원이 말했다.
“빼 드릴까요?”
“윽, 흣….”
스멀스멀 발목을 적시는 수치심을 억누르며 유진이 미약하게 끄덕였다. 제원은 말없이 유진을 이끌었다. 그의 품에 반쯤 안겨 질질 끌려가던 유진은 화장실 내부에 발을 들이자마자 한계에 다다랐다. 머릿속에서 얄팍하게 흔들리던 이성의 끈이 툭 끊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유진의 상체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아, 아…! 흐윽―. 빨리―.”
머릿속이 하얗게 비었다. 더 이상 수치심은 느껴지지 않았다. 다급하게 매달리는 유진을 받쳐 들고 변기 앞에 세운 제원이 유진의 앞섶을 풀었다. 그의 손끝이 바지 위를 스칠 때마다 전류가 방광을 짓이기는 기분이었다.
브리프까지 내린 제원은 열쇠를 꺼내 정조대의 잠금을 풀었다.
“으흑, 읏, 으―….”
고환 뿌리를 조이던 가죽끈이 벗겨지고 기둥과 귀두 아래 감겼던 링도 차례로 풀렸다. 꽉 조이던 압박감이 사라지자 배뇨감은 더욱 짙어졌다. 유진은 발을 구르며 흐느꼈다. 빳빳하게 솟은 하얀 성기를 쥐며, 제원이 카테터 끄트머리를 잡았다.
“뽑겠습니다.”
“아아…―!”
열두 시간 넘도록 요도를 채우고 있던 막대가 서서히 빠져나갔다. 금속 표면에 찰싹 달라붙어 있던 점막이 비명을 지르며 질질 끌려갔다. 파드득 튀어 오른 유진이 황급히 제원의 팔을 붙잡았다.
주륵, 통통한 귀두 사이로 번들거리는 막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흐, 아! 흐윽!”
통증과 눈앞이 아득해지는 해방감이 동시에 밀려들었다. 유진은 저도 모르게 제원의 팔뚝 위로 손톱을 세워 매달렸다. 제원이 보드라운 성기 표면을 매만지며 카테터를 조금 더 뽑았다. 벌겋게 익은 요도구 사이로 쿠퍼액이 찔끔찔끔 밀려 나오며 귀두를 타고 흘렀다.
제원은 제 어깨 위로 흩어진 유진의 흑발을 보았다. 식은땀으로 젖은 머리카락이 흘러내리고 둥근 이마가 드러났다. 하도 씹어서 붉게 부푼 입술은 틈을 내보였다. 그 사이로 꿈틀거리는 혀가 보였다.
알파를 자극하는 광경을 길게 훑으며 제원은 카테터를 주욱 뽑았다.
“아아, 흐―…!”
유진의 어깨가 파들파들 떨렸다. 제원의 팔을 잡은 손에도 뼈마디가 도드라졌다. 도저히 몸을 가만히 둘 수가 없어 뒤꿈치가 들썩였다. 새어 나온 눈물이 시야를 흐렸다.
마침내 거의 다 뽑힌 카테터가 귀두에 걸쳐졌다.
“으, 으흐….”
유진은 쿠퍼액으로 범벅이 된 막대를 흐린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막대 끄트머리를 문 귀두가 달달 떨리고 있었다. 뚝뚝 새어 나온 쿠퍼액이 변기로 떨어졌다. 투명한 액체가 수면을 두드리며 물소리를 내었다.
유진이 넘어지지 않도록 흘러내린 몸을 추슬러 고정한 제원이 카테터를 마저 뽑았다. 점막을 긁으며 미끄러지듯 금속이 완전히 빠져나갔다.
“흐윽―.”
바르르 몸을 떤 유진이 고개를 툭 떨궜다. 제원의 손이 귀두를 가볍게 문질렀다. 달뜬 신음이 거친 호흡과 섞여 흘렀다.
“쌀 수 있겠습니까?”
문드러진 유진의 시선이 제원에게 굴러왔다. 제원은 질척한 기둥 표면을 느리게 쓸어 올렸다. 빳빳하게 부푼 성기가 사정하기 직전처럼 단단했다.
“풀어드릴까요?”
“됐, 으니까….”
겨우 말문을 연 유진이 바들거리는 손으로 제원을 밀어냈다. 제원은 미련 없이 성기를 놓아주고 물러섰다. 지탱해 주던 체온이 사라지자 몸이 위태롭게 흔들렸지만, 유진은 앞의 벽을 짚고 버텨 섰다.
“흑….”
막혀 있던 요도가 해방되자 시뻘건 배뇨감이 치밀어 올랐다. 유진은 사시나무처럼 경련하는 손을 억지로 옮겨 성기를 쥐었다. 하지만 하늘을 향해 솟아 있는 귀두를 도저히 아래로 내릴 수가 없었다.
“아흑, 흐―….”
유진은 초조하게 입술을 물었다. 미칠 것만 같았다. 그저 가만히 서 있는 것도 고통스러울 정도로 마려웠는데 쌀 수가 없었다.
유진이 성기조차 제대로 쥐지 못하고 흐느끼는 모습을 지켜보던 제원이 다시 다가왔다. 그가 나간 줄로만 알았던 유진이 당황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도와드리겠습니다.”
“자, 잠깐…. 아흑―!”
기둥을 감싼 손이 귀두를 쓸고 올라 축축한 요도구를 문질렀다. 찌르르 오르는 선명한 쾌감에 유진이 비틀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울컥 새어 나온 쿠퍼액이 제원의 손을 적셨다. 은은하던 오메가 향도 왈칵 쏟아지며 화장실 내부를 짙게 채웠다.
제원은 유진을 향해 제 페로몬을 흘리기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손을 움직였다. 쿠퍼액이 쿨쩍거리는 소리를 내며 기둥과 손바닥 사이에서 마찰되었다. 급속도로 쏟아지는 알파 페로몬이 성기 표면으로 스며들고, 제원의 손이 그 위를 덮어 강한 악력으로 쓸어 올렸다.
“흐윽, 아…! 앗, 그만, 흐아!”
유진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기둥을 조이는 압박감이 오르내릴 때마다 욱신거리는 요도 점막이 눌렸다가 풀리기를 반복했다. 성감이 오를수록 방광은 더욱 강하게 요동쳤다. 이러다가 정액이 아닌 다른 것을 쌀 것만 같았다.
위기감을 감지한 오메가는 더욱 짙은 향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미간을 찌푸린 제원이 파들거리는 귀두를 강하게 조였다. 유진이 파드득 튀어 오르며 고개를 젖혔다.
“아흑, 아, 아―…!”
응축된 알파 페로몬이 성기를 휘감았다. 혈관을 타고 흐른 그 열기는 뒷구멍으로 향해 애액을 불러냈다. 힘이 잔뜩 들어간 볼기가 축축하게 젖었다. 허공을 헤집는 유진의 속눈썹이 파들파들 경련했다.
뿌리 부근을 뭉근하게 문지른 손끝이 기둥을 강하게 압박하며 귀두까지 올랐을 때, 유진은 팍, 튀기는 사정감에 휩쓸리며 허리를 휘었다.
“하으윽! 아흐, 힉―…!”
움찔움찔 흔들리던 성기 끝으로 정액이 튀었다. 제원은 코가 얼얼할 정도로 쏟아지는 달큼한 냄새를 들이켜며 유진의 귀두를 문질렀다.
“아으, 흐! 흣, 아아….”
단단한 엄지가 요도구 근처를 스칠 때마다 발발 떨던 유진은 이윽고 앞으로 무너졌다. 변기 위로 반쯤 엎어진 유진의 뒷덜미가 훤히 드러나 제원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여운으로 흔들리는 페니스로부터, 제원은 느리게 손을 떼어냈다.
“흐윽, 하으…. 읏, 흐―.”
화장실 내부에 달뜬 호흡 소리가 크게 울렸다. 흐느적거리는 유진의 뒷모습을 응시하던 제원은 제 손을 내려 보았다. 손가락 사이사이를 적신 정액으로부터 유혹하는 듯한 달콤한 내음이 풍겨 올랐다. 손바닥에는 여전히, 절정하며 경련하던 페니스의 감촉이 남아 있었다. 제원은 다시금 들썩이는 유진의 목선을 짙게 훑었다.
피부 위로 달라붙는 눈길을 알아채지 못한 유진은 한참을 엎어져 바르작거렸다. 밤새도록 달하지 못했던 사정감이 밀려들자 좀처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혀를 적시는 진득한 타액을 목구멍 너머로 삼키며 억지로 이성을 다잡았다.
영겁처럼 느껴지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몸을 제대로 추스를 수 있었다.
“이, 이제….”
유진은 제원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음욕이 꿈틀거리는 알파의 눈이 보였다. 평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질척하고 음습한 눈빛이었다. 얼어붙은 유진은 반사적으로 아래를 보았다. 제복 바지에 감싸인 제원의 앞섶이 불룩했다.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유진은 흔들리는 시선을 천천히 올렸다. 무표정한 제원의 얼굴은 고개를 한참 들어야만 보였다. 오메가와 비교도 되지 않는 그의 체구가 문득, 거대하게 느껴졌다.
“…….”
유진은 자신이 겁먹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제원의 눈이 가늘어졌다.
“해결되면 부르세요.”
유진의 얼굴을 길게 훑어본 제원은 몸을 돌려 문을 닫고 나갔다. 홀로 남은 유진은 숨을 몰아쉬다가 이내 주먹을 쥐어 벽을 내리쳤다. 쿵! 묵직한 울림이 귓바퀴를 두드렸다. 욱신거리는 손을 노려보며 유진은 입술을 물었다.
정액으로 젖은 채 축 늘어진 성기가, 여전히 알파 페로몬에 잠긴 채 화끈거렸다.
끔찍하던 요의를 해결한 유진은 찬물로 하반신을 씻어내고 화장실을 나섰다. 기다리고 있던 제원은 유진을 도로 제 방에 데려가 침대에 눕혔다. 바지가 벗겨지고 다리가 벌어졌다. 제원은 솜털이 솟는 볼기를 가볍게 문지르고 애널 안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으, 흑―….”
유진은 얼굴 위로 팔뚝을 얹으며 발가락에 힘을 주었다. 내벽을 몇 번 더듬던 손가락은 곧장 페로몬을 쏟아내며 쾌감을 부추겼고, 아직 몸속에 열기가 남아 있던 유진은 금방 달아올라 구멍을 조였다. 내벽에서 스며 나온 애액이 제원의 손가락을 적시며 더 깊은 곳으로 빨아들였다.
제원은 굴곡진 내벽을 문지르고 전립선을 긁으며 다시 부풀기 시작한 유진의 페니스를 감싸 쥐었다.
“아흐, 흑!”
앞뒤로 동시에 쏟아지는 자극이 아랫배를 흥건하게 적셨다. 유진은 눈을 질끈 감으며 흐느꼈다. 한 개로 시작된 손가락이 두 개, 세 개가 되어 점막을 스치고 구멍을 벌렸다. 그 감각이 지나치게 선명하고 기분이 좋아,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활짝 벌어져 있는 제 다리도, 그 사이에서 구멍을 쑤시고 있는 제원도 보고 싶지 않았다. 찰각거리며 부딪히는 정조대의 소리도 듣고 싶지 않았다.
지독한 모멸감이 목구멍을 콱 틀어막았다.
“흐, 아, 아―!”
애액으로 질척해진 구멍 사이로 손가락이 빠져나갔다. 그리고 단단하게 부푼 성기 위로 차가운 감촉이 닿았다. 유진은 남은 한 손으로 침대보를 와락 쥐었다. 그새 차가워진 카테터가 다시 요도구 위로 올랐다.
숨죽이는 유진을 응시하며 제원은 천천히 벌어진 점막 사이로 금속을 밀어 넣었다. 좁고 뜨거운 요도를 가르고 카테터가 부드럽게 파고들었다.
“으흐윽―….”
요도가 쿠퍼액으로 젖어 있던 탓인지 혹은 익숙해진 것인지, 삽입은 처음처럼 고통스럽지 않았다. 흠칫거리는 페니스 안으로 카테터를 깊숙이 누른 제원은 은빛 몸체가 귀두 사이로 완전히 사라지자 나머지 부분을 채웠다.
찰칵, 찰칵. 발기한 성기가 정조대에 휘감길수록 벌어진 볼기 사이의 움츠러든 구멍이 묽은 애액으로 촉촉하게 젖었다.
“이제 됐습니다.”
유진은 눈가를 덮었던 팔을 떼어냈다. 멈추었던 ‘지속 시간’의 타이머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침대에서 내려간 제원은 정조대 열쇠를 뒷주머니에 넣고 유진을 보았다. 시선을 피한 유진이 바지를 끌어와 다리에 꿰었다.
“……고맙다.”
잔뜩 쉰 목소리로 속삭이는 혀가 지독하게 썼다.
***
비틀거리며 겨우 방에 돌아온 유진은 침대에 얼굴을 묻었다. 수치심이 자괴감으로 문드러지는 속을 거세게 긁었다. 앞을 대신 흔들어 주던 손이, 뒤를 벌리던 손가락의 감촉이 선명하게 피어올라 머리를 잠식했다. 그 손에 신음을 흘리며 흥분하던 자신의 모습까지도 말이다.
잠시 멈추었던 고통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시작되었다. 유진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으흑―.”
전립선이 헐어버릴 정도로 예민해진 탓에, 그곳을 찌르는 카테터가 송곳처럼 느껴졌다. 한 차례 사정한 탓인지 더 예민해진 성기가 속옷에 스칠 때마다 징징 울렸다.
반사적으로 몸에 힘이 들어가면 쿠퍼액으로 젖은 카테터가 요도를 타고 주욱 미끄러져 얕게 추삽질했다. 쓰리도록 아프면서 동시에, 찌릿찌릿 오르는 열감이 하반신을 물들였다.
유진은 침대 위에 엎어진 채 한 걸음도 떼어내지 못했다. 정신을 갉아먹던 상념도 먼지처럼 날아갔다. 그저 침대보를 끌어안고 격한 숨을 몰아쉬다가 남은 시간을 확인하고, 눈썹 끝을 무너뜨리며 다시 눈을 감기를 반복했다.
아무리 자극감을 무시하려고 해도 의지를 배반한 성기는 점점 더 단단하게 부풀기만 했다.
“대장. 괜찮아요?”
거칠게 헐떡이던 유진이 고개를 들었다. 가느다랗게 열린 문틈으로 승일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는 흥미로운 눈으로 침대 위에서 끙끙대는 유진을 훑어보았다.
유진은 붉은 뺨을 손등으로 누르며 이불을 끌어와 하반신을 가렸다.
“무슨, 일이야.”
“저녁 시간이잖아요. 밥 안 드시나 해서 왔죠.”
벌써 시간이 그렇게. 유진은 몽롱한 눈으로 모니터를 확인했다.
[제한 시간: 06:49:53
지속 시간: 06:41:35]
시간이 어떻게 지나간 것인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나가 있었다. 마른 입술을 축인 유진은 다시 승일을 보았다. 그의 얼굴이 묘한 빛으로 바뀌어 있었다.
“괴로워요?”
쿠퍼액으로 젖은 성기가 파들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볼 안쪽을 물며 어깨를 떨자 승일의 입꼬리가 둥글게 올랐다.
“내가 좀 도와줄까?”
“…헛소리, 하지 말고….”
“왜? 뒤에 쑤셔 주면 신경이 좀 분산될 것 같지 않아요?”
유진은 이를 악물고 눈에 힘을 주었다.
“됐으니까 닫고 나가.”
“힘들지 않아?”
“나가라고 했어.”
유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하지만 승일의 눈에는 흥미가 반들거릴 뿐 물러설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쿵쿵. 묵직하게 울리는 심장 박동이 고막을 두드렸다. 이불을 쥔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 평소라면 장난으로 치부했을 승일의 말이 전혀 가볍게 느껴지지 않았다.
유진은 이미, 힘으로 그를 이길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
승일은 웃음기 어린 눈으로 시선을 마주하며 방으로 몸을 들였다. 유진의 뺨 한쪽이 경련하듯 움찔 떨렸다. 승일의 눈매가 가늘어지며 다시금 한 걸음 가까워졌다. 거대한 압박감이 어깨를 짓누르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유진이 경직된 입을 겨우 흠칫거렸을 때, 열린 문틈으로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백승일.”
유진과 승일이 동시에 문 쪽을 돌아보았다. 문틈으로 모습을 내보인 건호가 눈살을 찌푸렸다.
“뭐하냐, 거기서.”
“대장이 힘들어하는 것 같아서.”
건호의 시선이 유진에게 굴러왔다. 붉어진 뺨과 식은땀으로 젖은 목덜미, 그리고 흘러내린 이불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하반신의 윤곽을 따라 눈길이 흘렀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유진이 멀어진 이불을 다시 끌어왔다.
“저녁은?”
“이제 하려고 했지.”
어깨를 으쓱이는 승일에게 건호가 눈짓했다.
“그럼 해.”
“…꼭 이렇게 초를 쳐야겠어?”
“너야 떡만 쳐도 배가 부르겠지만 이쪽은 아니라서.”
한숨을 푹 내쉰 승일은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유진을 보다가 몸을 돌렸다. 슬렁슬렁한 걸음이 문지방을 밟고 사라졌다. 숨을 죽이며 그 뒷모습을 응시하던 유진은 뺨에 닿는 시선을 느끼고 건호를 보았다. 그러자 시커먼 동공과 곧바로 마주쳤다.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올랐다.
“…….”
희게 질린 낯을 뚫어져라 응시하던 건호의 눈이 아래로 내려갔다. 유진은 몸을 움찔거렸다. 짙은 눈빛이 훑고 지나는 곳마다 손으로 문지르는 듯한 질척한 감각이 선명하게 남았다.
옷을 뚫고 살갗에 들러붙은 눈길은 아랫배를 긁고, 허리를 감쌌다. 그러고는 유두를 툭 건드리더니 사타구니로 파고들어 정조대에 꿰여 경련하는 성기를 움켜쥐었다. 유진은 목에 힘을 주어 신음을 삼켰다. 이불 위에 놓인 손이 희게 질렸다.
카테터를 문 요도 끝에서 쿠퍼액이 주륵 흘러나왔다.
“이, 건호….”
흐트러지는 유진의 모습을 길게 훑던 건호는 방을 나갔다. 쿵. 작은 소음과 함께 방문이 닫혔다. 유진은 떨리는 숨을 흘리며 침대에 무너졌다. 맺혀 있던 식은땀이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 침대보를 적셨다.
발을 타고 올라 몸을 잠식해가는 감각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었다.
***
그 누구도 원치 않는, 오메가가 이끄는 부대. 온갖 소문을 몰고 다니는 유진에게 맡겨진 청운 부대에는 그 누구도 섣불리 들어오고자 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상부의 눈치를 보았고, 누군가는 못 본 척했다. 어떤 이들은 유진이 류진모 대령의 연줄을 탔다고 수군거렸으며 또 다른 이들은 유진이 그의 사생아가 아니냐는 루머를 퍼뜨리기도 했다.
유진은 개의치 않았다. 제국군에 들어오기로 한 순간부터 각오한 일이었다. 하지만 좀처럼 구해지지 않는 부대원은 유진의 자질에 대해서도 뒷말을 낳았고, 여유롭지 않은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기만 했다.
짧지 않은 고민 끝에 군대 내부에서도 골칫덩이로 취급되는 이들에게 손을 내민 것은, 유진에게 있어서도 도박이었다. 뒤에서 수군거리던 이들이 이제는 앞에서 비웃고, 류진모마저도 유진을 걱정하며 근심 어린 눈빛을 보내올 정도였다.
하지만 유진에게는 자신이 있었다. 다루기 어려울 뿐 실력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그들을 누구보다도 완벽히 통솔해낼 자신이, 청운 부대를 최강의 부대로 키워낼 자신이 말이다. 그리고 유진은 실제로 그것을 이루어냈다. 마치 비웃던 이들의 콧대를 납작하게 눌러 주듯이, 완벽하게.
유진과 부대원들 사이의 신뢰 관계는 티끌 하나 없을 정도였고, 맡는 임무마다 족족 성공하여 제국민의 영웅 대우를 받았다. 뒷소문을 내는 이는 없어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앞에서 대놓고 싫은 티를 낼 수 있는 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유진은 부대원들을 진심으로 아꼈다. 그리고 그들을 믿었다.
그 어떤 일이 있어도 그들을 의심할 일은 없으리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아….”
감겨 있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언제 잠들었더라. 혼몽한 머리가 둔탁하게 굴러갔다. 늘어진 팔다리가 천근처럼 무겁게만 느껴졌다.
타이머는 얼마나 남았지. 잠든 사이에 끝났을까?
눈을 떠서 모니터를 확인해 보고 싶었는데 좀처럼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유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눈에 힘을 주었다. 손을 움직이려고도 해보았다.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꼭 몸살에 걸린 것처럼 근육이 흐물거렸다.
뭐지? 기이함을 느낀 순간 눈이 뜨였다. 유진은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눈꺼풀이 안구를 감싸고 감겼다가 다시 올라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앞은 보이지 않았다. 눈 위를 무언가가 덮고 있었다.
“……!”
놀란 유진이 몸을 벌떡 일으키려고 했다. 그러자 등 뒤로 묶인 손 탓에 체중이 앞으로 쏠리며 다시 앞으로 엎어졌다. 푹신한 침구가 뺨에 눌렸다.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강하게 묶인 손목이 저릿하게 울렸다.
“쉬이.”
희미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흘렀다. 혼란스러운 숨을 몰아쉬던 유진이 이를 와득 깨물었다. 뒤늦게 상황이 머리에 들어왔다. 묶인 것이다, 기절하듯 잠든 사이에.
심지어 이미 한 차례 페로몬에 강하게 노출되었던 듯 전신의 감각 기관이 마비되어 소리도 냄새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달래는 듯 어르는 음성조차 반쯤 뭉개져서 고막을 둔탁하게 두드렸다. 멀쩡한 이성과 문드러진 감각이 기이한 괴리감을 낳았다. 묶인 손이 파르르 경련했다.
“으흑…. 누구야, 너…. 천태운?”
“…….”
“이거 풀어. 뭐 하는 짓이야…!”
유진이 구속을 풀어내려 힘주며 버둥거렸다. 그럴수록 벗겨진 하반신은 허공에 훤히 드러난 채 은밀한 부위를 내보였다. 그제야 아래가 허전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진은 창백하게 질렸다.
“풀어.”
“…….”
“풀라고 했습니다.”
가만히 지켜보던 남자가 손을 뻗었다. 맨살 위로 단단한 손바닥이 닿았다. 스윽. 살갗을 쓸고 지나가는 손길에 솜털이 바짝 섰다. 유진의 눈이 일그러졌다.
“하지…! 흑!”
엉덩이가 벌어지고 그 사이로 단단한 물체가 닿았다. 맞닿은 피부로부터 열기가 전해질 정도로 뜨겁고 두툼한 물체였다. 유진은 앞으로 피하려고 했다. 무릎을 바르작대는 꼴을 내려다보던 남자가 골반을 잡아 확 끌어당겼다.
미끄러지듯 침대에 쓸리며 주욱 내려간 유진의 구멍 위로 기둥이 짓눌렸다.
“그만―. 흐….”
찌익, 직. 촘촘한 주름을 끌고 성기가 느릿하게 골 사이를 오갔다. 양손으로 볼기를 주무르며 가운데로 바짝 당겨 성기를 비비기도 했다. 문질러지는 구멍 위로 알파 페로몬이 스미기 시작했다. 화끈한 열기가 점막을 타고 번졌다.
“아! 흐, 제발….”
단숨에 짙어진 페로몬이 압박하듯 쏟아지며 유진의 몸을 휘감았다. 공기를 들이마시는 기도가 벌겋게 달아오르고 구멍은 점차 봉긋하게 부풀며 촉촉하게 젖기 시작했다. 유진은 도리질하며 다시 앞을 향했다. 그러자 날아든 손길이 목뒤를 잡아 유진을 침대로 짓눌렀다.
‘안 돼.’
아직 앞에는 정조대가 채워져 있었다. 유진은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묶인 오메가를 제압하고 페로몬으로 흠뻑 적시는 것은, 알파에게 있어서 너무도 쉬운 일이었다.
남자는 버둥거리는 볼기를 반죽처럼 주무르며 구멍 위로 페로몬을 쏟아부었다. 다른 손으로는 침대에 짓눌린 유두를 찾아내 꼬집고 당겼다. 예민한 유륜으로 알파 향이 깊이 스몄다. 찌르는 듯한 열감이 가슴을 타고 확 번졌다.
“아흐…!”
남자는 앵두알 같은 돌기를 손톱으로 긁고 비비며 하반신을 움직였다. 슥슥 움직이는 성기가 짙은 향기를 볼기 사이에 묻히며 구멍을 자극했다. 유진은 발버둥 치며 자극감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배로 강해지는 알파 페로몬이 정신을 앗아갔다.
“흐, 아, 아….”
전신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유진은 고개를 젖히며 파들파들 경련했다. 녹아내리는 몸이 침대 위로 늘어지자, 남자는 도톰하게 부푼 유두를 놓아주고 볼기를 잡아 벌렸다. 가로로 길게 벌어지는 주름 사이로 투명한 애액이 울컥 새어 나왔다. 달콤한 오메가 향이 진득하게 퍼져 나갔다.
“으흑―.”
벌어진 분홍빛 구멍이 움찔거렸다. 남자는 눈을 가늘게 좁히며 주름을 엄지로 쓸었다. 달아오른 점막이 파르르 흔들리며 손가락에 달라붙었다. 통통한 구멍이 손끝에 말캉하게 감겨 애액을 질질 흘렸다.
오물오물 씹듯이 들러붙는 구멍을 내려다보던 남자는 곧장 귀두를 세워 구멍에 대고 눌렀다. 푸욱―. 녹진해진 주름을 가르고 두꺼운 성기가 깊숙이 파고들었다.
“아, 아흐윽―!”
구멍이 찢어질 듯 벌어지며 그 사이로 살덩이가 밀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눈앞이 핑 돌 정도로 강한 페로몬이 내벽을 향해 직접적으로 쏟아졌다. 점막에 불이 붙은 듯 화르륵 타오르는 감각과 함께 내벽이 벌겋게 익기 시작했다.
“헉, 그, 안…―!”
유진은 제대로 된 거부의 말조차 하지 못했다. 작정하고 들이붓는 페로몬이 전신의 통제권을 강탈했다. 구멍은 질척할 정도로 젖었고 엉덩이는 꿰뚫린 채 허공에서 들썩였다.
동그랗게 벌어진 구멍이 꾸물거리는 모습을 내려다보던 남자가 천천히 허리를 밀었다. 남아 있던 기둥이 엉덩이 사이로 자취를 감추었다. 깊은 곳의 내벽이 성기의 모양대로 벌어지고, 매끈하게 늘어난 구멍은 두툼한 뿌리를 꾸역꾸역 삼켰다.
유진의 주먹이 하얗게 질렸다. 그걸 본 남자의 입매가 비스듬히 올랐다.
남자의 음모가 벌름거리는 구멍을 긁을 정도로 깊이 밀려들었다. 그러자 가장 두꺼운 부위에 전립선이 압박되었다. 욱신거리는 전립선이 밀리고 밀리다가, 요도 깊숙이 틀어박힌 카테터와 성기의 사이에 꼬집히듯 갇혔다.
“――……!”
척추를 관통해 오른 전류가 뒷머리를 강타했다. 유진은 숨도 못 쉬고 허리를 휘었다. 그 선명한 반응을 놓칠 리 없던 남자는 토실한 볼기가 납작해질 정도로 하반신을 밀어붙였다. 도톰한 살점이 기둥과 카테터 사이에 강하게 짓눌리며 끔찍한 쾌락을 흩뿌렸다.
“히윽, 아, 아―!”
구멍이 미친 듯이 경련하며 성기를 빨아댔다. 왈칵 쏟아지는 애액은 남자의 성기를 흥건하게 적시며 더 깊은 곳으로 이끌었다. 남자는 성기를 살짝 뽑아 귀두로 전립선을 문질렀다. 파드득 튀어 오른 유진이 숨넘어가듯 교성을 내질렀다.
“아아, 아, 히으―…!”
성기를 문 볼기가 위아래로 들썩였다. 남자는 그 음란한 광경을 응시하며 손을 내렸다. 정조대에 휘감긴 페니스가 터질 듯이 부풀어 손바닥에 따끈하게 감겼다. 주인의 허가 없이는 사정조차 하지 못하는 신체가 남자에게 애원하듯 잘게 흔들렸다.
남자는 카테터를 가득 문 채 쿠퍼액을 흘리는 귀두를 엄지로 둥글게 문질렀다. 구멍이 와락 조여들며 진한 오메가 냄새를 줄줄 흘려댔다.
“으흐윽―…. 아으, 흐―.”
젖은 신음을 흘리는 유진의 모습에 남자의 눈꼬리가 만족스럽게 휘었다.
꿈틀거리는 내벽 사이로 성기를 깊이 파묻고 조임을 즐기던 남자는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돌덩이 같은 남근이 달아오른 점막을 질질 끌고 빠져나갔다가 푹 쑤셔 박혔다. 벌어진 구멍이 부욱 긁히며 벌겋게 부어올랐다.
“아, 하윽! 으아…!”
내벽을 파고드는 압박감이 전립선을 헤집었다. 뜨거운 남근에 점막이 쓸릴수록 더욱 진한 알파 향이 스며들어 내벽이 제멋대로 요동쳤다. 유진은 몸부림치며 고개를 젖혔다. 무서울 정도로 열락을 머금는 배 속이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줄줄 새어 나온 애액이 내벽 사이를 흥건하게 적셨다. 그 사이를 뚫고 성기가 거세게 밀려들었다. 구멍이 젖으면 젖을수록 구멍을 범하는 성기의 속도도 더욱 빨라졌다.
“흐으, 힉, 아! 그, 그만―…!”
질척하게 녹은 구멍이 단단한 기둥 표면에 벅벅 긁혔다. 배 안 깊은 곳은 두툼한 귀두에 거칠게 밀려나며 반죽처럼 뭉개졌다. 구멍을 범해지는 감각이 너무 달아, 유진은 얼굴을 무너뜨리며 바르작거렸다. 도망치듯 침대 위를 기자 비틀리는 볼기 사이로 성기가 주륵 빠져나갔다.
남자는 부드러운 볼깃살을 주무르며 빠진 성기를 다시 느리게 삽입했다. 질척한 내벽을 가르고 귀두가 깊이 파고들었다. 그러자 전립선이 재차 성기와 카테터 사이에 납작하게 끼었다. 폭죽처럼 터진 쾌락이 유진의 머리를 물들였다.
“아, 아아…! 히윽―!”
뿌리를 삼킨 엉덩이가 덜덜 경련했다. 점막은 꿈틀거리며 남근을 잘근잘근 씹었다. 나른한 눈으로 유진을 내려다본 남자가 구멍을 가볍게 쳐올렸다. 질퍽거리는 소리 사이로 새된 교성이 높이 올랐다.
온몸으로 몸부림치는 모습을 구경하며 구멍을 가르던 남자는 다시 유진의 성기를 손에 쥐었다. 쿠퍼액으로 미끌거리는 귀두를 감싸 쥐자마자 유진이 요란하게 반응했다.
“아흐윽―!”
기둥에 달라붙은 점막이 한층 더 찐득해졌다. 흔들리던 허리는 동그랗게 굽어지며 바들바들 떨렸다. 숨도 제대로 못 쉬는 꼴이 꼭 절정하기 직전 같았다. 군인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음탕한 광경이었다.
입매를 기울인 남자는 파들거리는 유진의 성기를 거칠게 주무르며 구멍을 빠르게 박아 올렸다.
“흐아, 아으! 아…!”
좁고 뜨거운 점막이 성기의 모양대로 갈라지며 쫄깃하게 감겼다. 특히 전립선 근처의 내벽은 도톰하게 부어올라 쑤시는 맛이 있었다. 귀두를 세워 그 부위를 긁어 주니 눈이 돌아갈 정도로 짙은 오메가 냄새가 쏟아졌다. 박을수록 흥분감은 끝도 없이 고조되었다.
남자는 전립선을 짓이길 기세로 들이박으며 하얀 성기를 감싼 손에 페로몬을 강하게 쏟아부었다.
“……――!”
강제적으로 파고든 알파 페로몬이 유진의 성기를 적셨다. 표면을 찌르듯이 파고든 향은 카테터로 가득 찬 요도까지 스몄고, 금속을 타고 흘러 전립선에 직접 쏟아졌다. 예민한 전립선이 벌겋게 부어올랐다. 그리고 그 예민한 살점이 뒤를 파고든 남근에 뭉개졌다.
유진의 머릿속에서 이성의 조각이 박살 났다.
“흐아으, 아아―! 아, 아――…!”
벼락처럼 내리친 절정이 몇 시간이고 사정을 거부당한 성기에 시뻘건 쾌락을 주입했다. 자극을 버티지 못한 몸이 이내 비명을 지르듯 사정액을 쏟아냈고, 왈칵 치솟은 액체는 요도를 가득 채운 카테터에 막혔다.
“으흐으――…!”
사정할 수 없었다. 꽉 막힌 성기로부터는 정액 한 방울 나오지 않았다. 배출되지 못한 절정감은 해소될 일 없이 다시 구멍으로 되돌아갔고, 팽팽하게 벌어진 내벽이 지독한 열락에 물들었다. 알파의 성기에 맞닿은 것만으로도 점막은 비명을 지르며 쾌락에 잠식되어갔다.
작살에 꿰인 물고기처럼 유진의 몸이 펄떡거렸다. 남자는 그 몸을 침대에 짓누르고 허리를 움직였다. 절정하는 구멍 사이로 흉흉한 살덩이가 드나들었다. 깊이 쑤셔 박힌 성기가 다시 빠져나갈 때마다 납작 깔린 몸이 숨넘어가듯 울었다.
“하으, 아, 힉! 흐아아―…!”
유진이 고통스러워할수록 남자의 성기는 단단해졌다. 거친 손길이 유진의 머리채를 잡아 침대에 짓누르고, 거부하듯 조여드는 구멍을 억지로 벌려 퍽퍽 박았다. 한 치의 틈도 없이 꽉 맞물린 접합부로부터 찔꺽거리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카테터와 성기에 연달아 자극받은 전립선이 퉁퉁 부어올랐다. 남자가 그곳을 거세게 긁으며 파고들 때마다 유진의 허리가 휘었다. 멈추지 않는 아득한 절정이 오메가의 몸을 지배했다.
“흐익, 아흐! 아, 앗, 아―!”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지금이 무슨 상황인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이 끔찍한 절정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쾌락과 절정, 그리고 사정하지 못하는 괴로움뿐이었다.
엉덩이를 쥔 손이 볼깃살을 활짝 벌리며 뿌리 깊이 처박았다. 내부에 잔뜩 고인 애액이 밀려 나와 회음부를 타고 흘렀다. 짙은 알파 향이 점막을 문지르고 내벽을 벌렸다. 솟구치는 절정감이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위아래로 흔들리던 유진은 다시금 오르는 격렬한 절정감에 속절없이 휩쓸렸다.
“아흐, 아, 아아아――!”
말랑한 구멍이 바짝 수축하며 남자의 성기를 물었다. 동시에 코가 아릴 정도로 짙은 오메가 페로몬이 과육처럼 팍 터졌다. 멈칫한 남자는 이내 눈을 번뜩이며 유진의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콰득―! 날카로운 이가 하얀 목덜미를 깊이 파고들었다.
“히으, 윽…―!”
꾸욱―. 꺼끌꺼끌한 음모가 벌어진 구멍에 바짝 눌렸다. 피가 주륵 흐르는 목덜미로도 정복의 페로몬이 주입되었다. 전류가 오른 것처럼 파들파들 경련하던 유진이 구멍을 조였다. 녹아내린 점막이 기둥에 들러붙으며 쫄깃하게 삼켰다.
더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곳에 귀두를 묻은 남자가 사정했다.
“아, 아아―!”
남자에게 꿰뚫린 몸이 덜컹거렸다. 도망치고자 들썩이는 몸에 남자가 더욱 깊이 삽입하며 제 정액을 먹였다. 용암처럼 뜨거운 액체가 알파 향을 머금고 점막을 적셨다. 내벽에 불이 붙은 것처럼 미친 듯이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유진은 묶인 몸을 비틀며 발버둥 쳤다. 배 속이 지나치게 뜨거워 눈물이 나왔다. 하지만 남자는 유진을 다시 침대에 엎어놓고 정액을 더욱 깊은 곳으로 밀어 넣었다. 직접적으로 스며드는 열락이 빠른 속도로 혈관에 침투했다.
“흐으, 으…! 아! 히윽―….”
정액이 내부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유진의 정신이 흐려졌다. 덜덜 떨리는 팔다리에서도 힘이 빠져나갔다. 축 늘어지는 몸을 내려 보던 남자는 유진의 골반을 잡고 뒤집었다. 성기에 꿰인 몸이 빙글 돌아가며 천장으로 향했다.
“으흐아…….”
안대로 반쯤 가려진 뺨이 눈물로 흥건했다. 입술은 벌겋게 부어올라 타액으로 번들거렸다. 느린 시선으로 그 모습을 훑어본 남자는 유진의 허벅지를 잡아 벌렸다. 정조대에 감긴 성기가 쿠퍼액만 뚝뚝 흘리며 허공에서 파들거렸다.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자지러지는 성기를 어루만진 남자는, 잠금장치에 열쇠를 밀어 넣었다. 달칵. 작은 소리와 함께 정조대가 풀렸다. 부드러운 가죽끈과 기둥을 조이던 금속 링도 차례로 벗겨졌다.
성기에 꿰인 채 흐느끼던 유진은 흐릿한 정신으로 고개를 들었다. 요도를 파고든 금속이 조금 움직이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으, 흐…―?”
남자의 시선이 다시 위로 향했다. 뺨을 붉게 물들인 채 색색거리는 얼굴은 반쯤 넋이 나가 보였다. 입꼬리를 높이 비틀어 올린 남자는 다시 손을 움직였고, 마침내 카테터가 조금씩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아, 아악…―!”
몇 시간 동안 요도를 벌리고 있던 금속이 느리게 빠져나갔다. 부어오른 요도 점막이 매끈한 표면에 주욱 쓸리며 딸려 올라갔다. 유진은 고통스럽게 바르작거리며 허리를 바짝 들었다. 그래도 요도가 질질 쓸리는 감각은 막을 수 없었다. 카테터가 뽑힐수록 내부에 차 있던 정액이 솟구치는 것이 느껴졌다.
“흐으, 아, 아―!”
남자는 파드득 흔들리는 하얀 성기를 가볍게 주무르며 카테터를 잡아당겼다. 쿠퍼액으로 번들거리는 금속 몸체가 귀두를 가르고 빠져나갔다. 벌건 요도구가 죽죽 긁힐수록 유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싸고 싶다. 쌀 것 같다. 정액이 요도를 타고 오를수록 허벅지가 양쪽으로 벌어졌다. 코앞에 해방감을 둔 하반신이 의지를 벗어나 자꾸만 위아래로 들썩였다. 남자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마침내 요도가 거의 해방되었을 때, 남자는 카테터를 다시 성기 안으로 주욱 쑤셔 넣었다.
“으흐아⸺!”
성기를 타고 올랐던 정액이 카테터에 밀려 역류했다. 유진의 머릿속이 하얗게 점멸했다. 남자는 조여드는 구멍 사이로 두어 번 퍽퍽 성기를 쑤셨고, 유진의 목울대가 확 젖혀지며 교성을 내질렀다.
절정에 오른 구멍이 녹진하게 풀렸다. 움찔움찔 조여대는 점막 사이로 느리게 추삽질한 남자는 다시금 카테터를 쥐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지체없이 금속을 완전히 뽑아버렸다. 내부에 쌓이고 쌓였던 정액이 요도를 타고 올라 쏟아짐과 동시에, 짙은 절정이 유진의 호흡을 앗아갔다.
“아, 흐아, 아흐윽―! 아, 아…!”
울컥울컥 쏟아지는 정액을 타고 달콤한 향이 퍼졌다. 유진은 겨우 주어진 아찔한 사정감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허공으로 튕겨 오르며 허리를 휘었다. 그럴 때마다 뒤에 삽입된 성기가 내벽에 문질러졌고, 더욱 짙은 쾌락이 허리를 질척하게 적셨다.
남자는 절정하는 유진을 응시하며 정조대를 바닥에 던졌다. 그리고 씰룩이는 볼기를 틀어쥐었다.
구멍을 가르고 움직이는 성기가 또다시 알파 향을 뿜으며 성감을 자극하는 것을, 너덜너덜해진 전립선이 그것에 스칠 때마다 요동치며 쾌락을 쏟아내는 것을 유진은 막을 수 없었다. 지나친 쾌락에 정복당한 몸은 바닥에 내던져진 정조대의 의미조차 기억해내지 못했다.
그저 알파가 퍼붓는 강제적인 쾌락에 짓눌려 울부짖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