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석 (5/16)

주석

유년기의 기억은 온통 희미하다. 딱히 두드러지게 좋은 추억도 없고, 나자빠지게 슬픈 일화도 없이, 모든 것이 그저 그렇다.

나는 그 어슴푸레한 시절의 꿈을 자주 꾼다. 그때가 그리워서가 아니라 지금이 싫기 때문이다. 그런 시시한 이유 때문에 꿈속에서 나는 자주 어린아이다.

그럴 수만 있다면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모든 것이 단순하고 쉽기만 하던 시절,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춥고, 월요일은 지루하고 주말이면 신이 나던, 열 살, 아니면 열한 살, 그 시절로.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태오야?”

이찬희… 이 악마 같은 새끼와 엮이기 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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