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땅거미가 지면 창관도 일부를 제외하고 불이 꺼진다. 그 일부 중 하나인 넓은 독실에 거주하는 엘레노어는 몸에 남은 샤워 물방울을 수건으로 꼼꼼하게 닦은 후 화장대 앞에 앉았다. 거기에는 고급화장품과 화장수, 유액은 물론 몇 개의 약병들도 놓여있었다.
(피부는 정말 중요하니까…… 정성껏 관리하지 않으면……)
목욕중에 잃은 수분을 충분히 보충해 피부의 윤기와 촉촉함을 유지하는 것. 이것은 창녀에게 기본이 되는 필수였고, 그 밖에도 해야 할게 많았다.
(당연한건가……? 난 이제 생각까지 완전히 창녀가 되버렸네……)
마음 속으로 탄식하지만 이제 와서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루하루를 이렇게 보내면서 자신의 유일한 무기인 아름다움을 갈고 닦아 그 가치를 높이는 것뿐이었다. 적절한 순간이 올 때까지 인질들을 위해서, 그리고 자아를 유지하기 위해서……
(그런데…… 그 때가 언제일까…………?)
그 때가 올지 안 올지는 모르지만, 이미 자신은 과거의 자신로부터 너무 멀리 떠났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화장대 옆에 놓인 큰 전신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몸을 비춰보았다. 벌써 한달 넘게 단련을 하지않은 탓에 근육이 상당히 줄어있었다. 오히려 부드러움이 배어나오는 새하얀 피부의 몸은 너무나 여성스러워져서 검을 휘두르는 것은 이제 할 수 없을지도 몰랐다. 강인함만이 느껴졌던 그녀의 몸에선 남자들이 단번에 욕정에 사로잡힐만큼 음탕한 분위기가 풍겨나오고 있었다.
「그만 생각하자…… 지금은 그냥 창녀로서…… 그래, 창녀답게 있어야지…… 후우…」
다시 피부손질을 하려는순간 노크소리가 들렸다. 이런 곳으로 아는 사람이 찾아 올 리도 없고, 창관의 지배인은 열쇠를 갖고 있기 때문에 노크따위를 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창녀끼리의 교류도 거의 없다.
「누구냐…… 이런 늦은 밤에! 무례하게…」
신경이 날카로워진 엘레노어는 호신용 레이피어를 들고 빈틈없는 자세로 문을 향했다. 그러나 곧바로,
「어머? 어떻게든 빨리 도착하려고 열심히 마차를 몰았는데…… 이렇게 맞이하는거야?」
문 너머에서 들리는 아름다운 목소리에 어깨가 흠칫했다.
「…… 이, 이 목소리는…… 리제롯테님……?」
「그래. 알았으면 빨리 문을 열어야지, 엘렌?」
「네, 네! 지금 바로……」
감미로운 목소리였지만 그 속에 감춰진 증오심에 의해 지금까지 받았던 수많은 조교가 엘레노어의 기억에서 되살아났다.
(빨리 열지 않으면, 리제롯테님의 분노를……… 안 돼, 그건 절대 안 돼……)
뼈속까지 스며든 공포와 지배의 각인이 몸을 움직였다. 레이피어를 내던지자마자 자물쇠를 풀고 문을 힘차게 연 엘레노어는 그 자리에서 바로 무릎꿇었다.
「기,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리제롯테님……」
「호호, 수고했어…… 어머나, 좋은 방이네, 엘레노어?」
기분이 좋은지 밝은 목소리로 말하는 리제롯테의 구두가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고개숙인 엘레노어의 옆을 지나갔다. 다행히 분노는 면했다는 진심어린 안도감에 한숨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그런데…… 갑자기 리제롯테님이 왜……?)
벨슈타인을 다스리고 있어야 할 그녀가 갑자기 왜 나타났는지 궁금했지만 감히 그것을 입에 올리는 것도 주저되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침대에 그녀가 앉을 때까지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걸터앉아 기분좋은듯 이쪽을 바라보는 리제롯테의 모습은 이전보다 훨씬 더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검은 머리아래 아름답지만 차가운 얼굴이 보였고, 세상의 모든 것을 간파하는 지혜로 반짝이는 눈동자와 화려한 드레스로 감싼 바디라인, 그리고 피부에서도 전혀 빈틈을 찾을 수 없었다. 루즈를 연하게 바른 입술이나 자연스럽게 미모를 드러내는 화장 등은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한층 두드러지게 만들었다. 무수한 남자들의 정액을 받으며 암컷의 매력이 갈고닦인 자신과 비교하면 정반대에 위치한 아름다움이었다. 그것은 엘레노어에게 더러워진 자신의 육체를 자각시켜 열등감에 빠져들게 했다.
(리제롯테님은 이토록 아름다워지셨는데…… 나는……)
더러운 변태, 음란한 창녀라는 사실을 매일매일 온몸으로 철저히 교육받았던 날들과 지금의 모습에서 자신의 비참함과 무력함을 새삼 절감했다.
「오랜만이야. 그간의 일은 인나의 편지를 통해 잘 들었어. 오랜만에 너의 인사를 받아볼까? 호호호…」
귀족의 발이 쭉 뻗더니 무릎 꿇은 엘레노어의 눈 앞에서 멈췄다. 고급스런 재질로 된 구두는 흙과 먼지로 더러웠지만 창녀기사는 침을 꿀꺽 삼키고 도톰한 입술을 갖다댔다.
「오,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리제롯테님…… 그럼 인사, 올리겠습니다……」
더러워진 구두에 공손히 입술을 갖다댔다. 그것은 창녀로서의 행동이 아니라 오반과 인나를 주인님으로 모실때 노예의 인사라고 철저하게 가르침 받은 것이었다. 그것을 기억하며 구두에 인사하는 것으로 신분의 상하관계뿐만이 아니라 마음의 상하관계가 완전히 굳어졌다는 것을 뼈저리게 인식했다.
(아아…… 나는 이제… 이 분에게, 거역할 수 없어……)
엘레노어의 혀를 따라 구두 위에 침으로 선이 그려질 때마다 마음에 금이 가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멈추지않고 열심히 혀를 움직여 더러운 것들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구두를 상대로 계속 입술로 봉사했다.
「흐음, 잘 하는데, 엘레노어…? 같이 오신 분도 몹시 놀라셨어……」
「네? 누가 같이……?」
리제롯테의 구두에서 입술을 뗀 엘레노어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 문 쪽을 쳐다봤다. 그리고,
「아, 안 돼…… 이런 바보같은 일이……」
리제롯테의 말대로 문 앞에 서서 놀란 두 눈을 크게 뜨고 이쪽을 쳐다보고있는 금발청년의 모습에 심장이 멈는듯한 충격을 받았다.
「엘레노어…… 아니, 엘렌……오랜만이야……」
「아앗…! 아, 안토니…… 진짜 안토니……에요?」
몇 번이나 눈을 깜빡이며 다시 쳐다봤지만 거기 서있는 사람은 북방원정에 나섰던 안토니우스가 분명했다.
(아, 안 돼……! 안토니가 왜 여기 메드락의 창관에…… 나는 지금…… 창녀 엘렌인데…… 게다가 이런…… 천박한 옷차림으로……)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차 현재 자신의 행위와 모습, 그리고 의상이나 입장 등 모든 것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다가 극심한 수치심으로 변했고, 이미 더럽혀진 몸이라는 달랠 길 없는 상실감이 가슴으로 밀려들었다.
「아앗……! 보지마세요! 」
근육 대신 요염하게 살이 붙은 몸매를 과시하는 천박한 속옷을 입은 모습이 부끄러워 경대에 놓여있던 목욕타올로 몸을 가렸다.
「아아, 저…… 안토니우스 폐하…… 부, 부탁이니까, 보지말아주세요…… 이런 제 모습을……제발 보지마세요……」
떨리는 어깨를 껴안고 젊은 왕에게서 등을 돌린채 바들바들 떨었다. 일각이라도 빨리 이 장소에서 떠나고 싶었다. 이 현실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어머, 그건 안 돼요, 엘레노어. 조약의 효과는 안토니우스가 돌아오면 일단 종료되잖아요. 정식 조약 체결을 위해 당신은 그와 대화할 책임이 있지않나요?」
「아, 아니…… 저는……」
그녀의 말에 반박하려고 얼굴을 든 순간, 날카롭게 쏘아보는 그녀의 시선에 고개를 다시 떨군 엘레노어. 그런 모습을 만족스럽게 쳐다 본 리제롯테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는 내일 열릴 회담을 준비해야해서……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안토니우스 폐하, 그럼 엘레노어를…… 잘 부탁드립니다」
차가운 미소를 띤 여자귀족이 방을 나가자 남겨진 안토니우스와 엘레노어는 서로 쳐다 보지도 못한채 아무 말 없이 그냥 서 있었다.
(이런 타이밍에 폐하께서…… 안토니가 돌아오다니…… 그것도 이런 곳으로…… 이건 틀림없이……)
자신이 어떤 나날을 보냈는지, 어떤 일에 종사했는지는 분명했다. 몸이나 복장을 봐도 성적인 매력만 강조하고 있을 뿐 아니라 리제롯테양에게 비굴하게 구는 모습까지 보였으니 어떤 입장에 놓여있는지도 잘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니야, 오히려…… 그래, 나는 그가 돌아오기를…… 그것만을 믿고 기다리며, 이 몸을 희생하고 있었으니까……)
입술을 꼭 깨문 엘레노어는 속옷에 목욕타올만 걸친 모습으로 조심조심 일어났다. 그리고 작은 테이블을 침대 옆으로 옮겨 차 준비를 하고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아, 저…… 여기라도 앉으세요. 의자가 없어서…… 귀한 손님은 이 방에 올 일이 없기 때문에……」
「으응? 아, 그럴까?」
살짝 미소지은 안토니우스가 옆에 앉은 순간 긴장감에 가슴이 떨렸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것에 대해 자신에게 질문할지 생각하는 것도 두려웠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지금 자신의 입장이 그와 대등하게 말을 나누는 것조차 주저하게 만들어 입을 열 수도 없었다.
「다행이야…… 너가 살아있어줘서…」
침묵을 깨트린 것은 안토니우스였다.
「원정을 예정보다 빨리 끝낼 수 있어서 곧바로 귀국했는데…… 그랬더니 기다리고 있던 것이 메드락의 기사들과 그녀…… 리제롯테였어…… 그리고 그녀에게 모두 들었지…… 큰 일을 겪었더군」
그의 따뜻한 손이 다가와 엘레노어의 손을 감싸더니 꽉 쥐었다. 말과 함께 전해오는 왕의 부드러운 마음이 거기로부터 전해져왔다. 하지만.
「아앗…… 안됩니다, 폐하……」
곧바로 손을 끌어당겨 가슴앞에 모았다. 이렇게 더러워진 몸에 그가 손대게 할 수는 없다고 몸을 움츠리자 그는 놀란 것처럼 눈을 크게 떴다.
「왜, 왜 그래, 엘렌……? 내가 무슨 실수라도……」
화를 내는게 당연한 상황인데도 오히려 걱정스럽게 물어보는 그의 모습에, 그의 부드러움에 마음속 깊이 감동이 북받쳤다.
(안토니…… 당신은 변하지 않았네요…… 여전히 눈부시고, 따뜻하게……나를 감싸주네요……)
하지만 그 마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엘레노어는 슬픈 미소를 지으며 파르르 떨리는 입을 열었다.
「아니에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들어서 아시다시피 저는 더러워진 몸이랍니다…… 폐하의 사랑을 받는건 가당치도 않습니다…… 보세요, 이 팔을……」
들어올린 엘레노어의 팔이 안토니우스의 눈에 들어왔다.
「아름다워…… 하얗고, 날씬하고…… 그리고, 엘레노어. 넌, 절대 더럽지않아……」
「이렇게… 가늘고 약한 팔로는 기사로서 모실 수 없습니다…… 저는 더이상 폐하께서 알고 계신 엘레노어 루크텐타크가 아닙니다……」
그가 아름다움을 칭찬했어도 괴롭기만 했다.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슬픔에 얼굴이 어두워졌다. 꽉 쥔 주먹의 손바닥에 손톱이 파고들어 피가 났다. 이런 고백을 해야하는 자신이 답답하고 한심해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미안해, 엘렌…… 그렇게 괴로운 일을 너에게만 시켜서……」
손 끝으로 눈물을 닦아준 청년은 엘레노어가 도망가지 않게 어깨를 끌어안았다.
「폐, 폐하…… 이러시면 안됩니다. 이러시면……」
「내가 싫다면 이 팔을 풀어도 괜찮아. 그렇지만… 그렇지 않다면 나를 받아줘. 그래, 리제롯테로부터 모두 들었어…… 그렇지만…… 그래도 난 너를 사랑하고 있어」
올려다 본 안토니우스의 얼굴은 태양같이 환한 미소로 가득해 상처 가득한 마음의 구석구석까지 달래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심장이 크게 쿵쾅거렸다.
(이런 나를, 정말…… 안, 안토니…… 당신은 정말……)
마음이 흔들렸다. 바로 그의 팔에 몸을 맡기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만큼은 절대 안되었다. 리제롯테가 정말 모든 것을 이야기했는지, 그것조차 확실하지 않은 것이다. 결연한 표정을 지은 엘레노어는 진지한 눈으로 젊은 왕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렇지만, 폐하… 이 몸은 벌써, 셀 수도 없을 만큼의 남자의 손에 만져졌고, 그들의 정액투성이가 되었습니다. 다행히 임신은 면했습니다만, 이런 더러운 여자가 폐하와 어울릴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벨슈타인의 검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할 수 없는 제가 옆에 있다면, 더러운 소문밖에…… 저는 폐하에게 백해무익한 여자입니다」
나라를 위해서, 백성들을 위해서,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게 말하지만 떨리는 몸은 멈출 수 없었다. 한시도 잊지않고 기다렸던 순간이지만 스스로 다가가지 못하고, 그가 떠나주기만 바라는 자신이 무엇보다도 비참하고 왜소하게만 여겨졌다. 하지만 그런 엘레노어의 말에도 안토니우스는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엘렌…… 나에게 너는, 다른 남자에게 안겼더라도…… 아니, 심지어 임신을 했더라도, 바로 너라는 것이 중요해. 전장에 나오지 않아도 괜찮아. 원정에 성공한 나는 너를 지키는 것쯤은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 너는 내 옆에서 웃고만 있어줘도 고마운 존재야…… 그 웃는 얼굴로 언제나 날 지지해줘. 내 소원은 그것뿐이야」
「안토니…… 정말 당신은…… 바보에요……」
그의 진지한 고백을 듣는 순간 마음 속에서 모든 것이 녹아내리는 것을 느꼈다. 더럽혀진 자신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해주는 청년의 존재가 마음을 적시고, 육체를 달래주며 편안함을 안겨줬다.
(이렇게 기쁘다니…… 난 이렇게나… 이만큼이나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어요, 안토니……)
머리를 그의 어깨에 기대자 뺨에 그의 손이 닿았다. 턱이 들어올려지고 두사람의 시선이 얽혔다.
「아, 안토니……」
이름을 부르려던 순간, 입술을 빼앗겼다. 입술을 몇 번이나 핥고 빨아들이자 마음이 순식간에 녹아들었다.
(흐으응…… 하아…… 으으음…)
왠지 어색함이 느껴졌지만 부드럽게 감싸오는 청년의 체온에 몸을 맡기면서 그것들은 의식의 한쪽구석으로 밀어버렸다. 그와 밀착되었다는 행위만으로도 기운이 나고 관능이 자극되어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하아, 안토니…… 아으으응……」
혀로 안토니우스의 입술을 핥자 입술이 떨어졌다.
「그동안 너무 고생많았어, 엘렌…… 으으음…」
「네…… 아, 아니, 그런 말은… 아아, 으으음………」
그의 손에 이끌려 그녀의 손이 그의 가슴에 놓였다.
「저, 엘렌…… 아름다운 너의 모습을 보고, 부끄러운 일이지만…… 이렇게 심장이 두근두근거려…… 사랑하는 엘렌……」
(아…… 정말, 안토니…… 이런 나한테도 흥분하다니……)
옷 위로도 확실히 알 수 있을만큼 큰 심장고동이 느껴졌다. 그리고 안토니우스 속의 남자가 여자로서 자신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도 바로 느껴졌다.
「괜찮겠지, 엘렌……? 아직 결혼전이지만 너를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
「아아, 그럼요, 물론이에요…… 사랑해요, 안토니……」
스스로 목욕타올을 풀고 속옷을 벗었다. 그것을 보고 얼굴을 조금 붉힌 젊은 왕도 입고 있던 옷을 벗어던졌다. 언뜻 본 그의 속옷은 약간 발기된듯 조금 솟아있는 것처럼 보였고, 엘레노어 자신의 보지도 벌써 흠뻑 젖어있었다.
「어서오세요, 안토니…… 내 모든 것을, 사랑해주세요……」
방에 램프가 켜져있긴 하지만 좀 떨어진 위치에 있어서 실내는 조금 어두웠다. 하지만 서로의 위치는 잘 알고있기에 얼싸안으면서 침대에 쓰러졌다.
「엘렌…… 사랑해, 엘렌…… 지금부터 영원히……」
「저도요…… 저의 남은 생을 당신을 위해서…… 당신과 함께 하겠다고 맹세할께요……」
이마, 눈꺼풀, 입술에 부드럽게 닿은 그의 입술이 기분좋았다. 그의 한쪽 손이 다리사이로 파고 든 순간 찌릿한 희열이 일어났다.
「아아…… 안토니…… 안토니………」
「대단해, 벌써 이렇게 젖었다니……」
감탄하는 소리에 부끄러움이 울컥 솟구치며 몸이 뜨거워졌다. 부드럽게 미소지은 청년이 손가락을 펼치자 보지입구가 벌어지며 안에서부터 끈적한 애액이 흘러넘쳐 침대보를 적셨다.
「넣을께, 엘렌…… 아프면 말 해…」
젖은 점막에 뭔가 스치는 뜨거운 감촉이 느껴졌다.
(으응? 뭐지? 지금 이건……? 뭔가 닿았는데… 설마…?)
분명 딱딱하고 뜨겁긴하지만 지금까지 경험했던 자지들과는 확실히 다른, 압박감이 없는 기묘한 감각에 위화감이 느껴졌다. 설마 하는 이상하고 불안한 느낌이 마음속에 피어올랐지만 그런 엘레노어의 기분을 모르는 안토니우스는 부드럽게 속삭였다.
「자…… 넣었어…… 엘렌…… 아으윽!」
「아, 아아…… 아흐흑…… 아, 아아앗!」
미끌어져 들어온 뜨거운 덩어리가 속살을 비비자 신음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하지만 그 다음에 낸 소리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그의 기분을 북돋기 위한 연기였다.
(이, 이게 뭐야…… 정말 다 들어온거야……? 이게 안토니의 자지……?)
미약한 마찰과 함께 보지 속에서 뭔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은 전해져왔다. 그것이 안토니우스의 움직임에 맞춰 움직이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손가락을 집어넣은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작은 느낌이어서 충족감같은건 전혀 맛볼 수 없었다.
(설마……? 이렇게 조그맣단말이야…? 거짓말………)
부정하듯이 마음속으로 그렇게 외쳐보지만, 현실에선 조금의 쾌감도 얻을 수 없었다. 미약하게 느껴지는 자지의 감각을 필사적으로 쫓아 괄약근에 열심히 힘을 모았다.
(그, 그래…… 이렇게 하면…… 조금은 느낄 수 있을거야……)
근육을 열심히 조이자 자지가 보지입구 부근을 건드리는 자극과 함께 자그마한 열기를 간신히 느낄 수 있었다.
(안 돼, 안 돼…… 이래서는 전혀…… 절대로…)
하지만 부족했다. 너무나 부족했다. 자신의 몸을 채우기엔 너무 어림없어서 절정에 오르는건 불가능할게 확실했다. 남자들의 자지가 밀고들어오며 뿌듯하게 꽉 채워줄 때의 압박감이 그리웠다. 그 뿐 아니라,
「아앗! 좋아! 엘렌…… 아, 못 참겠어…… 아으윽!」
삽입한지 불과 수십초만에 일어난 사정. 그 느낌은 약했고, 점막에 느껴지는 정액도 미미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메드락의 소년기사만도 못했다.
(끝, 끝난거야……? 벌써? 기다리고 꿈꿔왔던 안토니와의…… 첫날밤이…… 벌써 끝나 버렸단 말이야?)
마치 인형처럼 감정을 버리고 몸을 팔았을 때에도 느꼈던 감각, 온몸의 땀샘에서 땀이 솟아오르고 아랫배 안쪽이 뜨겁게 달아오르던 그 감각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피부도 상기되지않아 평상시처럼 하얀색 그대로였다.
(아니, 아직 괜찮아…… 이렇게라도 여러 번 한다면…… 느낄 수 있을거야……)
이렇게 짧더라도 열번정도 계속한다면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여러 번 하다보면 나중엔 지속력도 생길 것이다. 그것을 기대하고 사랑스러운 안토니우스의 몸을 껴안았지만,
「어땠어……?」
「네…… 아, 하아…… 기분, 좋았어요……」
그렇게 대답하자 안토니우스는 만족한 표정이 되었다.
「그래? 그랬다니 나도 기뻐…… 아아, 내일은 조약체결을 위한 정식회담이니까 이제 쉬어야겠어…… 엘렌, 사랑해」
「…… 저도요, 안토니…」
가벼운 키스 후, 그의 몸이 떨어졌다. 엘레노어는 절망감에 비참해졌다. 그의 품 안에서, 그의 자지로 절정에 오르기를 오랫동안 간절히 소망했었다. 하지만 오늘 그에게 섹스는 끝났고 이제 잘 생각만 머릿속에 있겠지. 채워지지않은 육체의 욕구를 억누르지 못한 엘레노어는 침대시트를 꽉 움켜쥐었다.
「잘 자, 엘렌」
그 말을 듣고 엘레노어는 그녀 스스로 뭔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충족되지못한 여운이 남아있는 육체는 둔한 열기를 띤 채 쑤셔왔고 보지에선 보지물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안타까움을 억누르고 오직 그 때를 기다렸다.
「네, 안녕히 주무세요…… 피곤할텐데 어서……」
침대가 넓은 덕분에 두 사람사이에 충분히 여유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렇게 누운지 얼마되지않아 옆에 누운 안토니에게서 나지막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잠들었구나…… 미안해요, 안토니…… 하지만, 나는…… 아아, 안 돼. 참을 수 없어…… 지금 당장 뭔가를…… 아흐흑…)
안토니가 잠든 것을 확인한 엘레노어는 그에게서 멀리 몸을 떨어트리고 곧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저런 섹스는…… 너무나, 너무나 부족해……… 이런건 별로지만… 저런 걸로는 만족할 수 없어……)
미칠듯한 초조감에 사로잡힌 엘레노어는 침대시트를 입에 물고, 손가락으로 도톰한 보지살을 넓게 벌려 부풀어오른 클리토리스를 만졌다. 처음엔 가볍게 건드리던 손가락이 위아래로 움직이더니 곧 보지에서 흘러나오는 애액을 바르며 움직였고, 다른 손은 오똑 발기된 젖꼭지를 잡아당겨 비벼대고 젖가슴을 주물렀다. 손가락끝에서 나는 질척거리는 소리가 음란하게 방 안에 퍼졌지만 청년이 눈치챈 기색은 전혀 없었다.
(으으응…… 꼭 이 손가락같은…… 느낌이었어… 하아앙…… 아흐흐흑!)
굵기는 딱 이정도였다. 하지만 길이도 생각하면 아마 자신의 새끼손가락정도 사이즈일 것이다. 그렇게 새끼손가락으로 보지를 쓰다듬었지만 곧 그만뒀다. 그런 것으로 애무하면 이렇게 흥분된 육체가 진정될 리 없는 것이다. 양쪽 허벅지를 넓게 벌리고 보지에 격렬하게 넣었다가 빼기를 반복하는 엘레노어의 손가락은 2개로, 그리고 3개로 늘어났다. 흘러나오는 보지물이 손가락을 흥건히 적시는게 느껴졌다. 강하게 빨아들이는 보지의 압박에 숨이 가빠지면서 손의 움직임도 점점 빨라졌다. 점막벽을 긁고, 입구에서 안쪽까지 몇번이나 비벼대며 쾌감을 탐하자 쾌락의 신호가 온몸으로 보내졌다.
「아아아…… 흐으으음…… 하아앗! 으음……… 하으응……」
흘러넘치는 침으로 배개를 질척하게 적시면서 아래에서 위로 감싸듯 가슴을 쓸어올리고, 유두를 꼬집고, 예민한 보지점막을 계속 긁으며 자극했다. 보지가 손가락을 빨아들이는동안 포피를 벗은채 좀 더 강한 자극을 기대하며 딱딱하게 발기한 핑크색 클리토리스를 원을 그리듯 문지르고 손가락으로 압박하며 마음껏 희롱했다.
(흐으으응…… 하으으윽…… 하아, 아아…… 으음……)
허리가 조금씩 위로 올라오고, 흘러넘치는 보지물이 항문을 적시고 아래에 있는 시트까지 적시는게 느껴졌다. 절정이 점점 가까워지는걸 알 수 있었다. 엘레노어는 절정에 오르기 위해 삽입한 손가락을 더 빨리 움직였고 허리도 그에 맞춰 열심히 흔들렸다. 자신의 민감한 부분을 계속 자극한 탓에 얼마 지나지않아 절정에 이를 수 있었다. 어깨가 바들바들 떨리고 근육들이 꿈틀거리더니 온몸이 경직되었다. 머릿속에 불꽃이 흩날리는듯한 감각에 보지를 한껏 앞으로 내민 그녀는 입을 벌리고 음욕에 젖은 얼굴을 드러냈다.
(아아, 으으응…… 아, 기분좋아…… 하앗, 아아…… 하으음…)
한 번의 절정으로는 도저히 만족할 수 없는, 바닥을 알 수 없는 음란한 욕구가 본색을 드러내며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이성을 날려버렸다. 그 욕구를 거부하지 못하고, 오히려 온몸을 휘젓는 쾌락의 파도에 대한 기대감 속에 엘레노어는 발정난 암컷마냥 몸을 꿈틀거리며 방금전 이상으로 격렬하게 손가락을 움직이며 다시 자위에 빠져들었다.
(아아…… 안 돼……… 손가락이 안쪽까지 닿지않아…… 안쪽까지…… 넣어 만지고 싶은데…… 하으응… 어떡하지……)
간절히 원하는 절정이 눈앞에 다가오자 끈적한 체액이 윗 입에서, 그리고 아래 입에서 동시에 흘러내렸다. 그리고 아까 안토니와의 섹스보다 훨씬 더 큰 희열이 머리속에 밀어닥치자 번쩍거리는 섬광과 함께 보지에서 뻗어나온 쾌감이 신경을 타고 온몸으로 퍼졌다. 침대시트를 물고있는 입에서 앓는듯한 신음소리가 가쁘게 흘러나왔다.
(아흐흑! 아아, 미안해요, 안토니…… 그렇지만… 아아……… 난 절정에 가고 싶었어요…… 이건 당신때문이니까…… 그러니까 용서해줘요…… 하으으윽!)
바로 옆에서 사랑하는 연인이, 자신을 너무나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자고 있는데 그에게서 얻을 수 없었던 쾌락에 빠져들기 위해서 자위행위를 한다는 배덕감에 심장고동이 두근거리며 자신이 발정난 암컷처럼 느껴져 더욱 흥분되었다. 마음 속으로 계속 사과하면서도 이것은 내일 회담에 확실히 임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자기기만적인 변명을 하고 쾌감속에 또다시 빠져들 마음의 준비를 끝냈다.
(흐으응……… 하으응……)
허리를 높이 쳐든 엘레노어는 한손으로는 보지를, 다른손으로는 젖가슴을 애무하고 엉덩이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자위를 시작한 이래 세번째 절정에 올랐지만 여전히 부족했다. 그녀의 보지에선 끊임없이 애액이 흘러나왔다. 육체가 요구하는, 수면보다 중요한 욕구가 아직 만족스럽게 채워지지 않았다.
「하아앙…… 으으응…… 하아, 하아아……」
새벽까지는 아직 충분한 시간이 있다는 생각에 손가락을 한층 더 격렬하게 움직이는 미녀기사의 육체는 깊은 쾌감의 바다속으로 황홀하게 빠져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