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3화 〉에필로그 (133/135)



〈 133화 〉에필로그

* * *

"대, 대단해요."


"인간이란 태초부터 지능적인 생물이었지. 서큐버스들과는 달라. 뭐, 최면으로 두뇌를 각성시킨 덕이지만 수 만년이 지나면 인간은 결국 차원도 넘나드는 종족으로 발전할 거야."

"인간이란 생각보다 훨씬 뛰어난 종족이였군요.. 존경해요 주인님."

루시아가  품에 안기며 말했다. 섬김으로써 얻는 쾌락, 그 원초적일 본능은 절대복종이 없어도 이제 내 좆기둥에 흡착해 살아가는 기생노예로 만들기 충분할 것이다.



"흠,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걸까."

아직 완벽하지는 않았다.

두뇌가 각성했다해서 모든 것을 알지는 못했다.  개의 줄기를 깨우치면 수천 갈래의 가지를 스스로 칠 수 있는 정도랄까.

그렇기에 루시아를 꿈 속이 아닌현실에 나타나게끔 하기 위해서 이전 차원으로 돌아가지 않았었다.
지금 있는 곳은 다중차원 중 한 곳으로 같은 장소지만 시간은 아마 조금 엇나가있을 것이다.

물론 갑자기 몇 년이 흐르거나 하지는 않았을 터다. 그정도의 차원 일치성을 정립해두지 않고 일을 저지르지는 않았으니까.

ㅡ끼익.

문을 열었다.

차원도 이동하는 내게 이깟 문을 통과하는 것은 일도 아니지만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지 않던가.
적어도 지구에 있는 이상은 지구의 생활습관에 최대한 맞출 생각이었다.


"이곳이.. 주인님이 사시는 곳이군요?"



루시아가 신기한듯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그녀는 인간의꿈에서만 잔존하던 종족. 게다가  계약자랍시고 나란 놈을 선택해 그 비루하고 초라하던 골방이 지구의 보편적인 공간이라 여기던 그녀기에 호텔은 호화스런 궁전처럼 보이는 듯했다.


"내가 사는 곳이자, 앞으로 너가 살 곳이지."

`절대복종`의 암시가 없었다면 반발감을 드러냈을 상황이지만 충직한 육노예가 된 루시아는 제 보금자리가  마음에 드는지 연신 두리번댔다.

그런 그녀를 보다 피식 미소가 나왔다.

두뇌 각성으로 차원이동을  지구로 가져온 첫 이종족 육노예라니.
소설 속에서나벌어질 일이 내게 일어난 것이 언뜻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비록 나를 정기빨대꽂이로 쓰려 했지만 나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제 어미에게 저항했던 그녀기에 나의 소소한 애착심을 하사받긴 충분할 터.

"하응..♡ 주, 주인님..♡"



뿔을 쓰다듬자 루시아가 얼굴을 붉히며 몸을 베베 꼬았다.
인간은 결단코 낼 수 없는 원초적이고 원시적인 색기가 호텔 마룻바닥을 적신다.


역시 육노예로 삼기에 일등감인 종족이다.




그때, 루시아와 내가 있는 것을 복도를 거닐던 누군가 쳐다보았고 호텔엔 때아닌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꺄.. 꺄악!"



기분 좋은 비명소리였다.


마치 고향에 돌아온 것을 실감케해주는 비명이자, 그리웠던 비명소리랄까.
차원이동은 제법 지루했었으니 말이다.


최애 아이돌을 만난 소녀팬마냥 소리를 지른 것은 다름아닌 나의  육노예인 `김선아`였다.



"주인니임~!"




한달음에 달려와 아이처럼 품에 안기는 선아. 그때나 지금이나 발랄한 모습은 변함 없는 듯했다. 기쁜 마음에 그녀를 안아 빙글 몇 바퀴 돌아주었다.

"아앙~! 주, 주인님 어지러워욧. 아직 산후조리 중이라구요~"

"아아, 미안. 아니 잠깐. 산후조리?"


그녀를 품에서 놓아주자 선아가 100점 짜리 시험지를 부모 앞에서 자랑스레 숨기는 아이마냥 수줍어하며 말했다.



"히.. 주인님  계신 동안 주인님 아기 낳았어요!"

기쁜 소식이다.

각성두뇌조차 엔돌핀을 뿜어낼만큼 아주 기쁜 소식. 다시 한 번 선아를 안고 팽이마냥 돌며 기쁨을 표해야했다.


"꺄하항! 주인님 이러시면 안 돼요오~!"


"큼큼!"


그러다 옆에서 들려오는 헛기침 소리에 선아를 놓아주었고, 제법 토라진 표정이 귀여운 루시아가 앙증맞은 송곳니가 드러나게 입술을 곱씹으며 선아를 째려보고 있었다.

"아ㅡ 이.. 분은 누구?"


판타지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인상착의에 선아가 주춤하며 물었고  씨익 웃으며 그녀를 소개해주었다. 이제  지붕 아래서 함께 살아갈 식구인데 첫인사정도는 해두어야지 않겠는가.



"인사해. 여긴 루시아라고, 앞으로 같이 지낼 거야. 그리고 여긴 김선아, 육노예 1호야."

비정상적인 인사. 상대를 천박한 육노예라 소개하는 몰상식한 인사지만 이 호텔에서만큼은 육노예란 `자랑거리`기에 이종족 1호 육노예는 시샘 섞인 눈빛으로 거부감을 드러냈다.



"흥. 하찮은 니년 따위가 주인님의 1호라니 거북스럽군."


"…미친년인가. 생긴 것부터 마음에 안들더니. 이 년 대체 뭐에요? 주인님?"


루시아에 지지 않고 으르렁대는 선아를 보고 있자니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녀는 본래 야생여우처럼 사나운 여자였다는 것을, 그리고 내게만 사막여우처럼 귀여운 여자였다는 것을 말이다.


루시아가 팔짱을 끼며 콧방귀를 꼈다.



"흥, 미친년? 듣자하니 좋은 단어는 아닌 것 같다만 역시 하등종이란 어쩔 수 없구나."

"하등종? 뭐 이런 싸이코같은 년이 다 있어?! 뭐라고 말 좀 해봐요 주인님!"



…뭐, 서로 성격상 좋은 첫만남이 되지 않으리라 예상했기에 크게 놀랍지는 않았지만 이제 식구가 되었으니 적대심은 거두는 것이 좋을 터.
이런 사사로운 감정에까지 최면을 쓰고 싶지는 않았기에 둘을 중재해야했다.

"자자, 그만.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


루시아가 끼고 있던 팔짱을 풀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휴.. 주인님의 명이라니 어쩔 수 없죠. 야, 앞으로 잘 지내보자."




나를 섬기는 것이 가장 큰 쾌락이기에 루시아가 볼멘소리로 악수를 건넨다.
물론 선아 역시 나를 섬기는 육노예기에 미간을 혐오스레 찌푸리면서도 그 악수를 받았다.



"그래 미친년. 잘 지내보자, 주인님 명이니까."

끄덕끄덕, 육노예 1호들끼리의 화합장에 흡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둘을 데리고 계단을 내려가자 어느새 수많은 나의 육노예들이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모여있었다.

"꺄아ㅡ 주인님이 돌아오셨어!"


"주인니임~♡"

"보고 싶었어요 주인님~!"



파병을 마치고 돌아온 가족을 맞이하듯 기뻐하는 육노예들.
그중에서도 가장 애착 육노예들인 김지나, 김연주, 최선미, 이사벨라가 계단을 뛰어올라와 나를 얼싸안고 기뻐했다.

마치 수십년만에 상봉하는 이산가족이라도 된 듯한 느낌이었다.



"가만.. 지금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방에 들어간지 3개월이나 지났거든! 큰일이라도 난지 알았잖아!"


내 품에 안겨 응석을 부리는 아이처럼 가슴팍을 두들기며 눈물마저 보이는 김지나.
최면이란 정신개조없이 내게 진정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고 있는 기특하고도 유니크한 그녀기에 품에 꼭 안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큰일나긴. 이렇게 돌아왔잖아?"


"힝.. 나빴어!"



그 애틋한 모습이 웃긴지 김연주가 호호 웃으며 지나의 등을 따스히 쓰다듬었다.



"호호, 주인님께서 큰일난 게 분명하다며 문을 따고 들어가자고 어찌나 극성이었는지 몰라요."

"어구, 그랬어?"

"모, 몰라 바부야…!"



심술난 복어마냥 볼을 부풀리며 투정부리는 지나를 꼬옥 안아주며 육노예들을 둘러보았다.
헌데 떠나기 전 제법 배가 불렀던 육노예들의 복부가 모두 멀끔히 돌아와있었다.


나의 시선을 느낀 이사벨라가 배를 쓰다듬으며 자랑스레 말했다.




"아기 낳았어, 우리 모두."



나를 혈육으로여기며 반 장난식으로 혐오하던 그녀가 이젠 나의 아기를 낳은 것을 자랑스러워하다니, 새삼 최면조교의 위대함에 놀래본다.

선미 역시 이사벨라의 옆에서 배를 쓰다듬으며 흐뭇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내가 없는 사이 나의 새끼들이 세상에 태어났다니, 문득 전율이 일었다.

이 호텔이란 공간이 완전한 나의 매음굴이자 안식처로 성공적인 탈바꿈을 완성한 것 아니겠는가. 최면이 아니고서는 이룰 수 없을 업적에 잠시 자축하고 있자 김연주가 의아한듯 물었다.

"응? 주인님 그나저나 뒤에 계신 분은 누구…?"

"아, 잊고 있었군.다들 인사해, 앞으로 같이 지내게 될 루시아라고 해. 자세한 설명은 차차 하도록 하지."


""아..""

나의 말에 루시아에게 일제히 쏠리는 이목. 갑작스레 쏠리는 수많은 이목에 루시아가 쑥스러운듯 쭈뼛대며 말했다.


"아, 난.. 서큐버스의 1 공주 루시아라고 한다. 자, 잘 부탁하마."


"..서큐버스요?"

루시아의 자기소개에 육노예들이 눈빛을 초롱대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미친년을 데려 온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심은 일말도 없었다. 이미 그들은 내가 인분을 가리켜 된장이라 칭하면 식재료로 쓸 정도로 정신개조를 당해 있었으니 말이다.

그저 나의 `육노예 수집 능력`에 감탄하는 듯했다. 인간을 넘어 미지의 종족까지 육노예로 길들여 데려왔으니 말이다.
선미가 경외롭다는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주인님 대단하네요, 대단해."


…음, 뭔가 반어적인 거 같은데 착각이겠지. 헛기침을 하며 분위기를 전환시켰다.


"큼큼, 여하튼 루시아는 지구생활이 처음이니 많이 도와줘. 조금 까칠하게 굴어도 이해하고, 할  있지? 우리 육노예들?"


""네! 그럼요~!""

나의 명에 육노예들이 빠릿하게 대답했고, 그래도 선생님이었다이건지 김연주가 루시아에게 먼저 다가갔다.


"반가워요. 전 김연주라고 해요. 앞으로 잘 지내봐요 호호."

"난 김지나에요! 적응하실 수 있게 제가 도와드릴게요! 헤헷."

"우, 웃음이 헤픈 여자들이로군. 내게 상냥함 따위는 기대하지 마. 난 너희들과는 다르니까."

…시작부터 난관이 예상된다.

"뭐 저런 싸가지가 다 있대?"

"에휴 어쩌겠어요. 주인님이 데려 왔으니 싫든 좋든 이제 가족이잖아요. 오춘기 언니라고 생각하죠 뭐."




이사벨라는 화통한 성격답게 면전에서 욕을 내뱉고 나름 이성적인 성격의 선미는 타협점을 찾는다.
아마 김연주와 지나가 없었다면 내일이면 누군가는 짐을 싸들고 나를 찾아올 터.


"자~ 그럼 옷부터 갈아입죠~ 어서 가요."


"앗, 저도 도울게요 선생님~"




김연주와 지나가 양쪽에서 루시아의 팔짱을 끼고 연행하듯 데려가버린다. 물론 루시아가 순순히 응할 리는 없었다.


"이, 이거 놓지 못할까! 감히 공주인 내 몸에 손을 대다니! 엄벌할 것이야!"



하지만 이곳은 대한민국이고, 지구였다. 그녀의 으스름장은 귀여운 앙탈 정도로만 보였고(외모가 앳되어 귀엽기도 했다) 김연주와 지나는 마치 말괄량이 아씨를 모시는 보모처럼 그녀를 달래며 옷방으로 향해야했다.



"아잇, 공주님~ 옷은 갈아입으셔야죠. 지금 입고 계신 건 망측하다구요~"


"호호 그래요 공주님, 주인님께서  적응하도록 도우라 명하셨으니 어쩔 수 없다구요~ 어서 오세요!"



마치 무도회장에 억지로 끌려가는 소녀처럼 루시아는 복도 끝 사라질 때까지 아등바등 소리를 쳐대며 멀어져갔다.


"네, 네 이놈들! 지구의 율법은 하찮은 종자가 귀인의 몸에 함부로 손을 대도 된다고 하더냐! 이거 놓아라! 놓으란 말이다아ㅡ!"



목청은 어찌나 큰 지 드레스룸의 문이 닫히고나서야 루시아의 앙탈에서 벗어날  있었다. 나를 쳐다보는 선아, 선미, 이사벨라를 둘러보며 말했다.

궁금했다.

나의 아기는 어떤 아기일지.


"안내해줄래?"




짧은 요청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한 육노예들이 나를 그곳으로 이끌어갔다.
나의 아기들이 있을 그곳으로.

"여기에요!"


내가 없는 사이 고맙게도 선미의 아버지(장인어른)가 호텔 2층을 리모델링해 분만실과 산후조리실, 그리고 아기들이 있을 신생아실을 만들어 두었었다.


그리고 그 신생아실에 도착한 난 큼직한 통유리창 너머를 확인한 순간 함박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수십 개의 신생아 침대 위에 수십 명의 신생아들이 누워 있었으니 말이다.


장관이라할 수 있을 광경이었다.


시스템의 부작용(?)으로 인해 빠른 성장과 출산으로 만들어진 나의 아기들이 저마다 울고 있는 광경은 가히 아름다웠고 그속에서 왠지모를 벅차오름마저 느껴졌다.



"이 아기들이 모두..  새끼들…?"


감격에 겨워 중얼거리자 선아가 다가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며 자랑스레 소개했고, 이사벨라와 선미도 각기의 매력 섞인 어법으로 아기들을 내게 소개했다.


"히히, 저~기 제일 왼쪽에 있는 아기가 우리 딸이에요! 너~무 사랑스럽죠?!"

"난 그 오른쪽에 아들. 벌써부터 늠름하지?"

"…갑자기 소개시간인가요? 제 딸은 저기 오른쪽 구석에 있네요."

아비가 온 것을 아는지 신생아실에서 우렁차게도 울어대는 내 새끼들, 어느새 모여든 다른 육노예들도 저마다 감격에 겨운듯 내게 아기들을 소개해댔다.


이름 짓는데만 하루는 족히걸릴 듯싶다.


더욱이 아직 출산하지 않은 육노예들도 많으니 말이다.




"음.."


그리고 그들과 아기들을 둘러보던 난, 새로운 결심을 하며 고개를 끄덕여야했다.


"왜그러세용?"

나의 육변기 1호 선아의 물음에 씨익, 결의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호텔로는 부족하겠어."





나만의 왕국을 건설해야겠다.


우리 육노예들과 나의 새끼들이 살아갈 행복한 왕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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