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7화 〉김지나와의 썸씽 (117/135)



〈 117화 〉김지나와의 썸씽

알바가 끝나고 다시금 찾은 공원. 오늘따라 기분이 날아갈듯 가벼운지 연신 싱글벙글 웃으며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킨 지나는 금세 얼굴을 붉히며 취해가고 있었다.



"퍄~ 좋당좋아~"

"뭐가 그리 좋아?"


"헤~ 그냥 요즘 다 좋앙~ 전부~ 너랑 사귀고부터 모든게 즐겁달까 히힛."

인류평화애를 깨우치기라도한 건지, 마냥 좋다며 헬렐레거리는 지나.
그런 그녀의 모습이 썩 보기 좋아 덩달아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켰다.
캔맥주를 괜히 만지작거리며 지나가 쑥스러운듯 말했다.


"히.. 우리 이제 3일인  알아?"


"새삼스레 그건 왜?"




퉁명스런 나의 물음에 지나가 `나 화낫쩡!`하듯 입술을 앙물곤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흥! 남자들은 정말 무드가 없다니까~"

"취했니?"

"안 취했거등! 그냥 이제 3일인 게 신기해서 그렇치!"

"음.. 그런가?"



육노예들을 거느리는 최면술사인 내게 무드란 탈무드뿐. 그녀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주억거리자 지나가 퓌유, 하며 얇은 한숨소리를 내곤 말했다.


"너랑 사귄지 오래된 거 같아서 그렇다고오.. 300일은 된 거 같아. 음.. 예전부터 알고 지내서 그런가?"


"너무 사랑해서 그런가?"


"힛.. 그, 그런 소릴 갑자기 하면 어뜩해.. 부끄럽게."



그렇게우린 맥주를 마시며 소소한 데이트를 즐겼고, 취기가 무르익을 무렵 그녀에게 묻고 싶었던 화제를 꺼내들었다.

"지나야."

"호엥?"



반쯤 눈이 풀려서는 혀를 꼬아대는 지나. 저돌적으로 돌진하면 그녀의 합법로리 육신을 취할 수 있을 듯했지만 역시나 먼저 다가오게끔 기다리기로 했다.
욕정을 풀 육노예는 많이 있으니까.


"…근데  부모님 두분 다 무직이야?"

"그게 궁굼햇돈고야? 흐.. 붂흐러븐뎅.."



취기에도 선뜻 대답하지 못한 지나가 마저남은 캔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곤 말했다.

"푸항~ 좋당~ 울 아빠엄마 둘다 일하구 있엉~"


"응?"

"엄마는 봠마다 노뤠방 일하러 가공~ 아빠는 도박장에 일하러 갸공~"


".."



예상을 뛰어넘는 가정사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대충 들어도 불행할 법한 가정사인데도 늘 밝고 활기차게 살아가고 있었다니.
슬픔을 감추기 위해 웃는 삐에로마냥 가면을 쓰고 있는 것 같은 지나에 마음 한켠이 울적해져왔다.


어쩌면 없느니만 못한 부모일 수도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나보다 더 불행한 것은 지나일 것이다.




"흐흑…"

취기 탓인지 별안간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돌리고 눈물을 흘리는 지나.  눈물이 무엇을 담고 있는지 알 것만 같아 묵묵히 그녀에게 다가가 뒤에서 안아주었다.
고개를 숙이고 하염없이 울던 지나가 눈물콧물을 훔치곤 애처로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힛.. 무슨 주책이람. 미안.."

"괜찮아. 내 품에선 언제든 울어도 돼."



기다렸다는듯 몸을 돌려 내 품에 포옥 파고드는 지나는 내가 도망가지 못하게 허리를 꽈악 안았다.

"정말 고마웡…  곁에 있어줘서."


"근데 어쨌든 부모님이 일을 하긴 하는데 왜 알바까지 하는 거야?"

"…두분  술값이랑 노름값으로 탕진하셔.."

이런 천하의 썅간나것들을 보았나. 이렇게 예쁜 딸을 두고 자기들끼리 희희낙낙 즐기고 살고 있다니, 일순간 분노가 치솟아 심정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랬구나. 그간 힘들었겠네."



나의 위로에 지나가 다시금 눈물을 흘린다. 부점장을 위로할 것이 아니라, 정작 진짜 위로가 필요했던 것은 자신이었으면서 슬픔과 고단함을 감추기 위해애써 웃음 짓던 그녀가 안타까워 당장이라도 호텔로 들이고픈 심정이었다.


하지만 조교에는 순서가 있는 법.

대뜸 생활마저 바뀌어버리면 내게 사랑보다 두려움을 느낄 확률이 높았기에 우선 부모를 조지는 것으로 계획을 확정짓기로 했다.

"흐앙.. 흐아앙~.. 힘들어 너무 힘들었어으아앙~.."



서럽게도 울어대는 그녀. 확실히 뭔가 우리는 사귄지 3일이 아닌 3년은 된 듯한 느낌이다. 그렇게 셔츠 복부 부분이 젖을 정도로 눈물을 쏟아낸 지나는 울다지쳐 잠이 들고 말았고, 그녀를 등에 업고 집으로 향했다.


ㅡ새근새근…




어여쁘게도  어깨에 기대 잠이든 지나. 이미 집주소는 파악해둔 터라 거침없이 걸음을 옮겼다.
아마 집에 동생들 뿐일 터다. 밤이면 부엉이새끼마냥 노래방과 도박장으로 향하는 부모란 것들은 지금쯤 집을 비우고 없을 테니까.


ㅡ끼익…




예상대로 무너지기 직전의 집이다. 노쇠한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작은 마당은 방치된지 오래인지잡초가 무성했다.


""누나~""



그때, 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기라도 했는지 현관문이 열리며 남동생 둘이 뛰쳐나왔다. 초딩 쯤 된 아이 하나와 중딩 쯤된 아이 하나.

둘은 나를 보곤 흠칫하곤 반갑게 웃던 기색을 숨기며 뒷걸음질쳤다. 가정사에서 우러나온 두려움일 것이다. 노래방과 도박판을 전전하는부모란 것들은 분명 깡패새끼 한 번쯤은 집에 들였었을 테니까.

더욱이 떡대가 우람한 나이기에 아이들이 겁을 먹기엔 충분했다.
최대한 사근사근한 말투와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네가 지나 동생이니?"

""네..""


"누나가 취해서 그런데 집에 부모님 계시니?"


""아뇽..""

"그럼 문 좀 열어줘."


잔뜩 나를 경계하면서도 현관문을 열어주는 기특한 것들의 안내를 받아 집안으로 들어섰다. 예상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 집은 곰팡이의 케케한 내음과 어지러운 가재도구들로 아수라장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현관에 가득 쌓여있는 술병들까지.

그간 끼니를 제대로  먹었는지 지나만큼이나 삐쩍 마른 아이들의 모습에 나의 지난 날이 떠올라 마음이 시려왔다.

"여기에 눕히면 되겠지?"

""넹..""

단칸방의 이부자리에 지나를 눕힌  무릎 꿇고 앉아 아이들을 쳐다보았다.
제 누나 머리맡으로 도망가는 녀석들이 귀여워 피식 실소가 나오고 말았다.



"누나따라 귀엽기는."



지갑을 꺼내 그속에든 현금 30만원을 모두 바닥에다 놓아주었다. 돈을 보자 아이들이 반색했다가 이내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형 나쁜 사람아냐."




...악역단골대사같네.


"그보다 부모님 어디있는지 아니? 이 돈 다 줄 테니까 혹시 알면 나한테 알려줄래?"


…이것도 악역단골대사같네. 에라 모르겠다.



"어서."

인상을 살짝 굳히며 목소리를 깔고 얘기하자 그나마 큰 중딩아이가 어디론가 가더니 명함 한 개와 라이터 한 개를 내게 건네주었다.

명함에 적힌 이름은 [ 이색단란주점 ]과 휴대폰번호 하나였는데 아마 포주의 번호일 터다. 라이터는 [ 바다 오락실 ]이었는데 전화번호가 적혀있었고, 업장의 번호일 터.


"고마워."

나의 칭찬에 초딩아이가 잽싸게 돈을 낚아채갔다. 기아난민이식량을 훔쳐가듯한 모습에 괜히 마음이 시큰거린다.
어쩌면 나보다  가혹한 인생을 일찍이 살아가고있을 아이들이 지나의 동생이란 사실은 왠지모를 책임감마저 느끼게해주었다.

걸음을 돌리며 말했다.

"누나한텐 형이 줬다고 하지말고 어디서 주웠다해."

그리고 곧장 집을 나서 택시에 올랐다.


"바다 오락실로 가주세요."



* *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오락실에서 지나의 아버지를 만났고, 가볍게 장인어른 참교육기와 함께 암시를 걸어 노름중독에서 벗어나게끔 만든다음 건실한 일을 하도록 만들어두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락실의 지배인이 `칠성파`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에게도 암시를 걸어 자신이만날 수 있는 최고 간부에게 연락하라 명한다음, 지나의 어머니가 있는 노래주점으로 향했었다.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있다면 에이스급이라 인기가 많아 다소 지루하게 기다려야했다는 부분이랄까. 여하튼 그렇게 지나의 어미에게도 창녀짓을 그만두게 만든다음 건실한 일을 하도록 명해두었다.

과하지 않은 선에서 지나에게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준 셈.
나와의 연인관계 이후 어떤 불행한 일이든 행복하게 개선되어가는느낌은 내게 빠져들게끔 만들 것이고 나란 늪에 간만 보던 발이 푸욱, 깊숙히 빨려들어오는 순간 모든 조교는 끝이날 것이다.

그녀가 대망의 피날레랄까.


이제 그녀의 마음이 내게 100퍼센트 넘어오길 기다리는 일만 남았을 것이다.
그렇게 오밤중에 바쁘게 일처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야행성이 일상인 칠성파 놈에게서 연락이 왔었고,  귀찮더라도 같은 방법으로 피라미드를 올라가듯 계속 윗선간부들을 절대복종의 노예로 만들며 기어이 칠성파의 두목을 영접할  있었었다.


반가웠다.

그리고 역시나 마찬가지로 나의 수족노예로 만들었다. 어렵진 않았다. 거짓말의 암시로 만들어진 나의 이미지는 그에게 제법 호의적이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칠성파란 조직을 손쉽게 그것도 단 반나절만에 내 것으로 만든 난 칠성파가 가지고 있는 모든 현금을 수금하고 건물, 나이트클럽이나 기타 매장들을 매각하도록 명했다.

우리 육노예들을 관리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할 테니 말이다. 물론 그들이 가진 현금에도 결국은 선량한 시민의 종잣돈이 끼어있을 테지만 앞서 얘기했듯 `내가`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고 슈퍼맨처럼 정의감이나 윤리의식 따위에 투철한 인간이 아니었기에 개의치 않았다.

그리고 한순간 거덜난 조직살림에 혹여 뒷탈이 생기지 않게끔 나의 정체를 기억조작시켜놓아 칠성파란 조직은 나와 아무런 접점이 없도록 만들어두었다.

그렇게 하룻밤 사이 생겨난 거금과 부동산.


다음날 아침, 곧바로 그것을 가지고 실거래가를 기반으로해 호텔 주인을 만나 매입을 마무리지었다. 이튿아침에 난 `갓물주`가 된 것이다.

그리고 곧장 조교가 완료된 우리 육노예들을 호텔로 들이기 시작했다.
펜트하우스의 밑층부터 시작되는 VVIP룸은 그야말로 호화롭기 그지없는 곳이었기에 방을 배정받은 육노예들은 저마다 기쁨과 환희를 표하며 내게 감사해했었다.


거기다 본격적으로 이 호텔을 나의 완벽한 터전으로 만들기 위해 호텔 관리인으로 경영학 출신이자 사업을 이끌던 선미의 아버지를 놓고 육노예 관리인으로는 선미네집의 가정부를 배정했다.


그리고 육노예 전담 건강지도사로 벨라누나를 배정하고 임신 관리자로는 일전에 산부인과 의사를 배정했으며 우리 육노예들의 식사를 책임질 식단 관리인으로 역시 가정부를 배정하고 레스토랑 전체 관리는 임시로 이지은에게 맡겼다.

지나의 조교가 완료되면 그녀의 꿈이던 가게경영을 이루게 해주기 위해 이지은을 호텔 레스토랑 지배인으로 임시로 앉혀두고 추후엔 직책을 재배정할 생각이었다.

물론 모든 직책배정은 기존에 이곳에서 근무하던 관리인들이 확실히 그들에게 인수인계를 하는 것을 조건으로 두었었고, 그들의 퇴직금을 섭섭지않게 챙겨주기로 합의를 마친 상태였었다.

내게 죄악이 없고 조교대상자가 아닌 이들에게 피해는 최소한으로 끼치는 것이 원칙이니 말이다.

게다가 무턱대로 자리를 모두 교체해버리면  호텔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되버릴 것이기도 하고.


여하튼 그렇게 내게 조교당한 육노예들에게 일종의 포상직책을 내린 후, 어디론가 향하는 중이었다.

싱겁긴하지만 좆두새끼 가족을 나의 골방에 쳐넣는 것으로 마지막 복수마저 끝이 났기에 이제 몇 남지 않은 미조교상태의 그녀의 조교진척도를 조교완성날 전에 어느정도 마무리지을 생각이었다.


우리 유부담임도 퇴직시키고 VVIP룸에 가족들과 이사시켰기에 이제 이 학교에는 정말 `김지나`와 `최애나`  뿐이었다.


오늘의 조교 타겟은 최애나.


호텔을 나의 육노예소굴로 만드느라 바쁜 며칠 밤을 보내 힘들긴했지만 난 양호실 문을 힘차게 두드렸다.
오늘을 끝으로 자리를 비운 그녀는 모레에 결혼식을 올리고 일주일간 신혼여행을 떠날 것이기에 오늘 그녀의 조교를 거의 마무리지을 생각이었다.



ㅡ드르륵.

"어? 설우? 아, 참참.. 제부 왔어?"


처형이 나를 반기며 다가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