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6화 〉최선미 복수조교 완료 (86/135)



〈 86화 〉최선미 복수조교 완료

음, 기억상 선아를 조교할 때 확인했던 성관념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싶다. 다르다면 결혼식이 임박해서 그런지 뒷부분이 추가되었다는 것 정도.
신혼여행의 달콤한 첫경험의 로망에 빠진 듯했는데, 이걸 어쩌나.. 그 로망은 내가 이뤄줘야할  같은데, 큭큭.

그나저나 성감대가 겨드랑이라, 독특한 포인트군.


그녀의 조교가 지금의 목표는 아니기에 우선 선미의 피날레를 위한 암시를 걸어두기로 했다.

"최애나."

"네."


"당신은 지금부터 제 `정액`이 만병통치약이라 여깁니다. 그렇기에 치료과정에서 일어나는 정액착정의 과정은 성행위가 아니라 치료행위라 여기며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라 믿게 됩니다."


"정액.. 만병통치약.. 치료과정.. 정액착정.. 당연.. 과학적.. 증명.."

양호선생에겐 양호선생다운 암시를 건다. 개성을 최대한으로 살리는 `조교의 본질`적인 핵심을 거스르지 않는 효율적인 암시인 셈이다.
비단 선미의 피날레에만 써먹을 수 있는게 아닌, 추후 예비신부인 그녀에게 쓰기도 충분한 암시였고.

우선 이정도로만 해두기로 했다.

앞전부터 확인해본 바론 암시에 맞춰 기억의 재구성이 일어나기에 큰 문제는 없을 터다.


ㅡ딱.


최면을 풀어주었고, 양호쌤이 내게 물었다.

"으응? 여기 있던 애는 갔니?"

"아ㅡ 걔요? 괜찮다고 수업 들으러 간다던데요?"


능청스레 얘기하자 그녀는 곧이곧대로 믿고는 일지에다 뭔가를 작성했다. 그리곤 일지를 덮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아참, 설우는 어쩐일이니? 어디 아파?"


"제가 아픈 건 아니구요."

"그럼.. 누구?"

비릿하게 웃으며 양호실 문 너머가 들리게 크게 소리쳤다.


"야ㅡ! 들어와!"

..

밖은 쥐죽은듯 고요했고, 혹여 선미가 도망친 것은 아닌지 싶어 밖으로 나가려던찰나 문이 열리며 그녀가 들어왔다.
양호쌤이 의외라는 표정으로 물었다.


"어, 선미네?"


"네. 선미가 배가 아프다고 해가지구요."

"아~ 그러니? 어서 이리와봐, 선미야."

하지만 문을 닫은 선미는 엉거주춤할 뿐, 쉬이 병상 쪽으로 다가오지 못했다. 이곳에서 자신의 처녀막이 꿰뚫릴 것이란 사실에 두려움과 함께 친언니의 존재로 인해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결국 그녀를 직접 이끌고 병상에 앉혀야했다.

선미의 교복 셔츠 아래로 청진기를 넣어 여기저기 눌러보는 양호쌤. 이내 고개를 갸웃하며 청진기를 빼들었다.

"흠.. 딱히 이상한 건 없어보이는데. 어떻게 아픈 거야?"


"아.. 그.."

육노예를 도와주는 것은 주인의 응당한 도리인 법. 그녀의 말을 낚아채 대신 답변해주었다.


"이상하게 아프다네요. 이제껏 느껴본  없는? 쿡쿡 쑤시거나 장이 꼬이는 거 같기도 하고 어떨 때는 꼬집는 거 같기도 하다고 하던데."

대충 지어내어 말하자 양호쌤이 심각한 표정으로 선미의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해주며 물었다.
역시 자애로움의 극치인 여자다.

"저런.. 진짜니? 많이 아파?"


"아.. 뭐.."

다시금 말을 가로 챘다.
이는 모두 그녀에게 걸린 `정액의 치유` 암시를 제대로 발현시키기 위한 밑밥 작업이었다.


"어쩔땐 엄청 아프고 어쩔땐 또 괜찮고 그렇다네요, 참 이상하죠?"


"그건 그렇네.. 그렇게 아프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곤란해하던 그녀가 잠시 기다려보라며 책상으로 다가가 책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아마 이런 케이스의 통증에 대한 학술지라도 찾는 듯했는데 내 인내심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왼손으로 선미의 어깨를 잡고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뒤이어 일어날 일을 인지 못한 선미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거사 직전, 마지막 피날레의 축포를 날려줄 `폭력의 사랑` 암시의 발현이다.
어리둥절한 그녀를 향해 히죽 웃으며 주먹을 휘둘렀다.

ㅡ퍽!


"꺄으윽…!"

복부에 주먹이 메다꽂힌 선미가 등을 굽히며 비명을 질렀고, 지금부터 내가 짜놓은 설계판은 톱니바퀴를 굴려 내 입맛대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어머! 선미야! 괜찮니?!"

급작스런 선미의 비명에 책상에서 튀어올라 다가온 그녀는 선미를 병상에 눕히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이제껏 들은 적 없었던 통증에 섣불리 약을 꺼낼 수가 없는 것이다.


"어떡해…! 벼, 병원 가자! 내가 데려다줄게  되겠어…!"

아아, 등잔 밑이 어두운 법.
허둥지둥대는 양호쌤의 팔목을 잡고 목소리를 깔아 진지한 톤으로 얘기했다.

"쌤."


"어, 응?"

"제가 해볼게요."


"어?  말이니?"


병상에 누워 내가 친히 하사한 복부통증에 복부를 감싸며 뒹구르는 선미를 보며 측은히 말했다.

"아무래도 원인 모를 병인 거 같은데.. 제가 치료해볼게요."

`정액의 치유` 암시의 발현이다.
잠시 두뇌회로가 멈춘듯 멍하니 있던 그녀가 핑거스냅을 튕기며 소리쳤다.
그 핑거스냅에 쫄아 살짝 움찔한 건 비밀이다.

ㅡ딱.

"아! 맞다! 설우가 있었지!"

"제 정액으로 치료할 테니까 저 좀 도와주시겠어요?"

"그럼! 뭐, 어떻게 도와줄까?"


"우선 묶을  있나요?"

"음.. 아, 붕대 있는데 그거라도 줄까?"


"네."

묵직한 주먹  방에 아직 사경을 해매는 선미에 양호쌤은 부리나케 붕대를 찾아왔다. 친동생을 걱정하는 마음이 여실히 느껴져왔다.

"자, 그럼 치료과정에 방해가 되면 안 되니까 쌤이 선미 팔다리 좀 병상 기둥에 묶어주실래요? 제가 위에서 선미 잡고 있을게요."


"응!"


압박붕대를 든 양호쌤이 병상 모퉁이로 갔고 난 병상 위로 올라가 끙끙대는 선미의 배 위에 앉아 파운딩자세를 걸고 우선  손을 잡아 각 기둥에 고정시켜주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선미가 발버둥을 쳤다.

"무, 무슨 짓이야아ㅡ!"


"어허, 치료해주려는 거야. 가만히 있어."

그틈에 양호쌤은 잽싸게 선미의 손목과 병상 기둥을 단단히 묶기 시작했다.
그옛날 엑소시스트의 아이처럼 말이다.

"어, 언니! 뭐하는 거야 지그음ㅡ!"


"가만 있어 선미얏!  치료하려고 이러는 거잖아!"


"뭐?   아파! 이거 풀어 얼른!"


그녀에겐 당최 이해할 수 없는 상황. 별안간 배빵을 당하고 정신을 차리니 친언니란 작자는 헛소리를 하며 자신을 병상에 묶고 있으니 미치고팔짝 뛸 노릇일 것이다.


"설우야! 대체 무슨 짓이냐고! 여긴 학교야아!"

이윽고 두 팔이 모두 묶였고 선미의 발악을 무시하곤 자세를 돌려 어여쁜 발목을 잡아 기둥에 붙여주었다.


"선미야 잠깐만 기다려! 설우가 낫게 해줄 거야 알겠지?"

연신 친동생을 걱정하면서도 발목과 기둥을 끈끈하게 고정하는 그녀.

"대체 무슨 소리야! 언니 미쳤어?!"


이내 두 다리까지 모두 묶인 선미는 완전한 포박상태가 되었다.
몇  크게 발버둥을 치지만 그뿐, 압박붕대는 쉽게 끊어지는 고무줄 따위가 아니었다.


"후."


"설우야, 이쯤 하면 된 거니?"

"준비는 된 거 같네요."

양호쌤이 선미의 머리맡으로 다가가 자애로운 손길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걱정스레 말했다.


"우리 선미는 잘해낼 거라 믿어. 언니 믿지?"

"무슨 헛소리야! 안 아프다고! 이거 풀어 당장!"

"아팠다가 안 아팠다한다며, 설우가 치료해준다고할  눈 딱 감고 받아. 설우가 낫게해줄 테니까."


"아까부터 대체 무슨 헛소리냐고! 설우가 뭘 치료를 해줘! 쟨 의사가 아니잖아!"

그녀가 어머, 얘봐? 라는듯, 놀란표정으로 선미를 쳐다보았다. `정액의 치유` 암시에 맞춰 기억조작이 일어난 육노예가 다른 육노예를 설득할 차례다.


"..몰랐니?"

"대체 뭘!"

"설우 정액은 만병통치약이야, 진짜 희귀한 케이스인데 설우 정액에는 페네시아라고 불리는 성분이 있는데 일명 만병통치약이라고 불리는 성분이야. 정말 귀한 거니까 이참에 다른 병균도 치료한다고 생각하고 설우한테 치료  받아. 알겠지?"


말도 안 되는 헛소리.
하지만 세뇌암시만 있다면 헛소리도 진실로 둔갑하는 법이다.
물론 선미에겐 그저 헛소리일 테지만 아무렴 어떤가. 그녀의 현실적인 저항은 거사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줄 뿐.

"..언니 진짜 미쳤어?"


"우리선미가 많이 아픈가보네. 설우야, 우리 선미 잘 좀 부탁해. 쌤 믿어도 되지?"

"큭큭, 그럼요."


교복차림으로 완전히 포박된 선미의 야릇한 모습에 좆기둥이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바지 허리띠를 풀며 양호쌤에게 얘기했다. 어차피 양호실이란 수업시간이 시작되고나면 방문하는 이가 거의 없긴하지만 드디어 시작될 거사에 그 누구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더욱이 이제 최선미는 곧, 원래의 최선미로 돌아갈 거니까.

"쌤, 치료하는동안 선미가 소리를 지를 수도 있는데 밖에서 망  봐주시겠어요? 양호실에 누가 못 들어오도록요."

"아, 그럴까?"

"네, 페네시아 성분이 제대로 발현되려면 정신집중은 필수거든요."

친동생의 치료를 위한 것이란 걸 강조하자 그녀는 기꺼이 제 양호실을 내어주고 바깥으로 나갔다. 물론 만에하나에 대비해 안쪽에서 문을 걸어잠그는 것도 잊지 않았다.

준비는 모두 끝났다.


아, 아직 완전히 끝나진 않았다.


선미의 의식을 되돌리는 작업까지 끝나야 비로소 `복수`도 `조교`도 완료되는 것이니까.

"설우야…! 이, 이건 아니잖아! 언니한테 무슨 짓을  거야…!"

"뭘,  못 들었어? 만병통치의 성분이 들어있다잖아."

"그, 그딴 거 모르겠고! 왜 날 묶은 거야! 그냥 해두 되잖아! 제발 풀어줘…!"

"아~ 그렇지, 묶을 필요는 없지. 하지만 이제 곧 왜 묶어놨는지 알게  거야."

"뭐, 뭐…?"


ㅡ딱.


가볍게 핑거스냅을 튕겨 선미를 최면에 빠뜨렸다. 두근두근, 학교란 신성한 공간이자 선아를 짓밟았던 같은 공간에서 이뤄지는 복수의 현장에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혈류가 온 몸을 뜨겁게 달군다.


우선 그녀를 주시해 돋보기 시스템을 확인해보았다.

대상자 최선미에게 돋보기 시스템이 사용됩니다. ]




《이제 어쩔  없어.. 설우를 깊게 사랑하게 된 이상.. 그에게 내 순결한 처녀성을 바치고 싶어. 그리고 결혼도 하고 싶어.》


짧지만 완벽한 성관념이다. 뭐, 결혼같은 같잖은 얘기는 스킵해두고 `순결한 처녀성`을 내게 바치고 싶다니, 역시 그간 차곡차곡 쌓은 사랑의 게이지가 한계점을 돌파했고, 기어이 조교의 값진 성과가 펼쳐진 것이다.

폭력순애조교란 타이틀로 시작한만큼 그녀의 처녀성을 지금 상태에서 깨부숴도 상관없을 테지만 `복수` 카테고리에 있는 여성의 거의 마지막이라할 수 있기에 온전한 복수로 끝맺고 싶었다.

그래야만 전생의 내가 나를 욕하지 않을 테니까. 복수조교한답시고 호구등신처럼 연인스런 감정을 느낀 것은 그쯤하면 충분했다.


어쨌든 최선미는  인생을 조진 직접적인 방관자 중 한명이었고, 그 사실은 지금도 변함없었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대가리에서 피를 흘리는 나를 버려두고 도망치는 최선미의 뒷모습이.

그렇기에 폭력순애조교는 여기까지다.


이젠, 복수의 시작이다.

"최선미, 너에게 각인된 모든 세뇌암시를 해제한다."


어찌보면 이제까지의 조교의 결과와 과정을 헛수고로 만드는 일일지도 모른다.
세뇌암시를 모두 해제한다는 것은 그녀를 나를 혐오하던처음의 시절, 그 상태로 돌린다는 것이니까.
하지만 세뇌암시만 삭제할 뿐, 기억은 보존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내게 능욕당하고 결국 후장까지 내어준 그 과정의 기억은 고스란히 보존해 경멸하는 나에게 능멸당한 참혹하고 불지옥 같은 기분은 그녀의 정신을 단번에 심연의 나락까지 끌어내려 회복불능한 피폐와 쇠잔한 상태로 만들어버릴 테니 말이다.


그렇기에.

"대신 세뇌암시로 파생된 일들에 대한 기억은 그대로 보존한다."


기억의 보존을 끝으로 최면은 마치기로 했다. ㅡ딱, 가파르게 차오른 숨을 고르며 핑거스냅을 튕겼고 이내 세상은 다시금 돌아가기 시작했다.

각인된 수 개의 세뇌암시를 단번에 삭제하는 것은 제법  정신력을 요구할 것이다.
그렇기에 잠시 기다려주었다.

"…"

멀뚱히 천정을 응시하던 선미의 눈빛에 생기가 깃들고 눈동자가 굴려지기 시작했다.
두리번대며 주변을 확인하는 그녀.

왠지모를 긴장감과 전운마저 감돌았다. 이제껏 육노예에게 걸린 세뇌암시를 모두 해제한 적은 처음이었으니까.

"…양호실?"


기억상실증에 걸려 병상에 뇌사상태로 있다 깨어난 환자처럼 어리둥절해보이는 선미.
이내 제 손과 발이 묶인 것에 께름칙함을 느꼈고, 인기척에 나를 쳐다본 그녀의 낯빛에 경악이 깃든다.


ㅡ아아, 치료의 시작을 알리는 비명이 울린다. 환희에 찬 미소로 그녀에게 말했다.

"..오랜만이다, 최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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