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화 〉아넨사
오늘 근친섹스를 해보려 했지만 벨라누나가 애석하게도 양수의 홍수 속에서 숨을 허덕이다 곧바로 잠이 들어버려 다음을 도모하기로 했다.
"찝찝하지도 않나.."
선아마저도 메이드복을 입은 그대로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물론 잠들기 전에 피를 갈구하는 흡혈귀마냥 폭삭 삭아서는 물을 애걸하기에 생명수를 충분히 공급해준 터였다.
아, 생명수는 물론 나의 방광에서 적출해 주었었다.
"미친새끼야..! 그걸 왜 마셔..!"
ㅡ쪼르르..
기겁하던 벨라누나도 집에 물이 다 떨어진 것을 되새겨주자 선아와 함께 급히 받아먹곤 잠에 들었었다.
잠들기 전, 하루 만에 극도로 키운 근육에 의문을 품지 않는 것과 자궁의 치유를 암시로 걸어두는 주인의 `배려`도 잊지 않았다.
"흠, 이제 슬 준비해볼까."
부엉이가 울 법한 스산한 저녁.
이제 곧, 잠이 들면 루시아가 정기구슬을 회수하러 올 것이다.
다시 욕실로 들어간 난, 거울 앞에 서서 자기최면을 걸었다.
ㅡ이설우, 당신은 오늘 밤 꿈에서 루시아를 만나면 그녀에게 최면을 걸어야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대신 뭔가를 깨달을 상황이 생기면 그녀의 눈을 쳐다보며 자연스레 핑거스냅을 튕깁니다.
루시아는 내 생각을 읽을 수 있기에 최면을 걸어볼까, 하는 생각은 단번에 들통나 그녀의 노여움을 사고말 것이다.
그렇기에 암시로 그 생각은 한시적으로 차단시키고, 인간이라면 흔히 하는 깨우침의핑거스냅으로 의심을 피할 구실을 만들어두면 우선적으로 그녀의 노여움만은 피할 수 있을 터.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 사두었던 고양이 모양의 브로치를 옷에다 끼웠다.
꺼무위키에서 알아본 바, 몽마 종류의 것들은 고양이를 영물로 생각해 두려워한다고 했었다.
영화나 웹툰, 등등의 매체에서도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귀신이나 잡귀 같은 것들이 등장하기도 했었고.
그렇기에 자기최면을 시전했고, 모든 준비는 순조롭게 끝난 듯했다.
"후, 됐다. 슬 자볼까."
정기회수까지 남은 시간은 세 시간.
이제 슬 잠에 들 시간이다.
양수의 홍수를 피해 쇼파 위에 누웠다.
옅은 긴장감에 눈이 감길지 의문이었지만 극한의 운동으로 피로해진 육체는 소파 아래로 푹 꺼지듯 가라앉는 듯했고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으음.."
다시 찾은 허름한 골방.
왠지 정겹기도 한 곳이다.
벨라누나 집을 베이스캠프로 삼은 후로 이곳은 단 한번도 들린 적이 없었었다.
그렇다해도 복수가 끝난 좆두새끼에게 물려주기 위해 방치해둔 이곳이 정겹게 느껴질 줄이야.
상념에 잠긴 사이, 골방의 구석에 보랏빛 소용돌이가 생겨났다.
루시아의 등장을 알리는 이제는 친숙한 소용돌이지만 내 눈빛엔 전운이 감돈다.
이제 곧 그녀와 마주하면 암시대로 최면을 걸겠다는 생각은 사라질 터다.
오늘의 확인 목표는 과연 그녀가 고양이 브로치에 반응하는지 확인해보는 것.
당혹감을 느낀 지성체라면 최면으로 구워삶기 한결 수월할 테니까.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깨달음의 핑거스냅으로 최면에 걸리는지 확인해보는 것이다.
ㅡ휘이잉.
잠시 후, 소용돌이가 옅어지며 그 속을 깨고 서큐버스가 등장했다.
"…?"
헌데 그 서큐버스와 조우한 난 고개를 갸웃해야했다. 루시아가 아니었다.
왕족의 전유물이라는 머리뿔도 없었고 그녀만큼 색기가 짙어보이지도 않았다.
물론 미모와몸매는 종특답게 환상적으로 쩔었지만, 확실한 것은 루시아가 아니었다.
"음… 번지수를 잘못 찾아오신 것 같은데요…?"
나의 물음에 큰 동요를 보이지 않는 서큐버스는 나를 위아래로 훑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정기구슬 회수 대리자 자격으로 왔습니다만."
"대리자 자격요?"
당최 무슨 말이람.
루시아에게 그런 얘기를 들었던 적은 없는데.
아니, 그보다 재기발랄한 공주님께서 무엇이 그리 바쁘다고 대리자를 보냈다는 거지?
언질이라도 있었으면 당황스럽지라도 않겠건만, 대리자란 존재에 대해 처음 들었기에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하여튼 대책 없는 공주님이시라니까.
쳇, 여차하면 깨달음의 핑거스냅으로 최면을 걸어볼까했건만 김새버렸다.
"아니지…"
가만, 김 샐 게 아니잖아?
"그렇지.."
계약자가 아니기에 내 생각을 읽지 못하는 건지, 서큐버스는 나의 독백에 고개를 갸웃했다.
이거, 뭐야.
오히려.. 잘 된 거잖아?
계약자가 아니니 최면을 걸려했다해도 내게 직접적인 패널티를 줄 수 없을 테고 만에하나 들켜도 인간이란 무언갈 깨달으면 핑거스냅을 튕긴다는 변명으로 무마하기도 더 손 쉬울 터.
서큐버스가 한 손을 뻗으며 내게 다가왔다.
"그럼 정기 회수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정기 구슬 회수를 위해 내 몸을 주시하며 집중하기 시작했고, 이내 옷에 걸린 고양이 브로치를 쳐다보곤 미간을 찌푸리며 뒤로 물러선다.
"자, 잠깐. 그건 뭐죠?"
확실히 해두기 위해 브로치를 떼서 그녀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이거요? 고양이 브로치인데요?"
그녀가 벽까지 한달음에 뒷걸음질을 치며 비명을 내질렀다.
"꺄악! 오, 오지 마세요! 우리 일족에게 카마스캣은 위험하다구요!"
좋다, 이것으로 꺼무위키 좆문가 분들의 고양이 영물설은 맞았다는 것이 입증되었고, 난 브로치를 든 채 핑거스냅 자세를 취했다.
물론 후환대비도 잊지 않았다.
"아~ 이걸 카마스캣? 이라고 부르나보네요?"
ㅡ딱.
두려움에 질린 그녀는 내 시선에 사로 잡힐 수밖에 없었고, 핑거스냅이 경쾌한 울림을 골방에 울려퍼졌다.
ㅡ두근두근, 브로치를 든 채 그녀의 눈빛을 주시했다.
"…"
억겁의 시간과도 같이 길게 느껴지는 단 몇 초의 시간. ㅡ꿀꺽, 그 찰나의 순간이 지나갔고, 이내 나의 입가에 미소가 서리기 시작했다.
"돼, 됐어…? 진짜…?"
카마스캣이라 부르며 두려움에 떨던 그녀는 그 공포를 거두고 인형처럼 눈빛의 초점을 흐렸다.
그리고 출고 전의 로봇처럼 반듯이 서는 그녀.
"씨, 씹파… 서큐버스한테도 최면이 걸린다고? 실화냐…?"
물론 이게 끝은 아니다.
그녀는 `대리자`의 자격, 그렇기에 `계약자`의 자격인 루시아에겐 통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정도면 어쨌든 굉장히 큰 수확이다.
방금의 래퍼토리대로 루시아에게 써먹는다면 굉장히 자연스러운 최면시도가 될 테니까.
우선 앞으로의 일을 위해 낯을 익혀두는 것이 좋을 그녀의 이름을 물었다. 암시도 걸어두어야했고.
"이름은?"
"..아넨사."
아넨사라, 좋은 이름이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지 않았던가, 우선 그녀의 젖가슴을 만져보았다.
라텍스 소재의 비키니 같은 옷의 아래로 느껴지는 풍만하고도 부드러운 젖가슴.
인간의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어보였다.
'피부색이 보라색이니 젖꼭지는 검은색이려나? 연보라색?'
벗겨보려했지만 마치 몸과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른 듯한 옷은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가 않았다.
'에이 씻팔, 뭐냐..'
아쉽지만 긴 시간을 끌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암시부터 걸기로 했다.
정기 회수가 오래 걸린 것을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아넨사, 당신은 지금부터 저를 돕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제가 묻는 질문에 무조건 진실만을 대답합니다."
"돕는 것, 당연하게, 생각, 질문, 진실, 대답."
밍기적대며 대답하는 인간하고는 다르게 스타카토로 딱딱 끊어서 말하는 아넨사. 아마 정신력이 강한 서큐버스 종족이라그런 듯싶다.
"그리고 아넨사 씨의 세계로 돌아가면 정기 구슬 회수하며 있었던 일은 모두 잊고 그저 원리원칙대로 무난하게 회수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고차원적인 존재니 몇 개의 암시를 단번에 걸어두어도 탈은 나지 않을 터다.
다시금 핵심단어들을 군조교마냥 칼답으로 끝맺는 그녀에 최면을 풀어주었다.
물어볼 것이 많아 곧바로 질문에 들어갔다.
"아넨사?"
주종의 관계가 암묵적으로형성됐기에 존대는 무시한다. 나의 부름에 멍하니 있던 그녀의 눈빛이 살아났다.
"네?"
인간 육노예도 모자라 서큐버스 육노예도 거느리다니, 크읍, 나란 새끼 진짜 대단한 십새끼가 분명하다.
은인의 종족을 능욕할 생각을 하다니 말이다.
그래도 아군이 생긴 것 같아 마음 한 켠이 든든해진다.
우선 궁금했던 것부터 물어보기로 했다.
가장 궁금한 루시아의 성체의 여부.
혹여 성체진화 때문에 오지 못한 것이라면 전율적인`집단최면`의 능력개방이 머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기에 초미의 관심사였다.
"혹시 루시아님은 성체 준비 때문에 못 온 건가?"
진실만을 고하기로 각인된 아넨사.
다소곳이 슨 그녀의진실된 진분홍빛 입술이 열렸다.
"..모릅니다."
..뭐?
"아니, 모른다고? 대리자의 자격이라면서 그것도 몰라?"
뭐지?
보통 대리자라 일컬으면 그에 준하는 자격을 가진 자라는 뜻 아닌가?
"대리자의 자격이지만.. 전 그저 하층 서큐버스일 뿐이니까요. 루시아님을 뵌 적도 없습니다."
"…뭐라고?"
아넨사에게 대답을 들을수록 오히려 물음만 더 늘어간다. 고차원적인 존재라 인간의 이해력으론그들의 방식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건가?
아니, 아무리 그래도 루시아를 한 평생 본 적도 없는 서큐버스가 정기구슬라는 귀품을 대신 회수하러 왔다고?
앞전에 그녀가 그러지 않았던가, 정기구슬이란 서큐버스의 생명유지력과 화폐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인간세상이 돈으로 굴러가듯, 서큐버스 세상은 정기구슬로 돌아간다는 건데 그런 중요한 자원을 본 적도 없는 서큐버스에게 대리를 맡긴다?
게다가 3일에 한개씩 수급되는, 환산하면 한두푼도 아닐 중요한 것을?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전에 내 시선을 회피하던 루시아의 반응도 그렇고.
"잠깐, 그럼 누구의 지시를 받고 대리자 자격으로 정기구슬을 회수하러 온 거냐?"
"뵙지는 못했지만, 루키아 여왕님이십니다."
"…뭐 씨발?"
"씨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휴먼이시여."
"아, 아니 잠깐."
루시아도 본 적이 없는 그녀가 여왕 루키아의 지시를 받고 구슬을 회수하러 오다니, 아니 그리고 딸의 정기구슬회수를 어미가 직접 나서서 대리인을 보낸다?
모성애가 좆나 넘치는 애미인가.
아니면 국개의원들마냥 할 짓이 없는 건가.
"흠.. 뭔가 이상한데.."
의도적으로 루시아를 내게서 떼어놓으려는 듯한 느낌이다. 하층민이라는 서큐버스에게 공주의 대리자격을 부여한 것도 웃기는 일이고.
그만큼 루시아에 대해 무지한 서큐버스를 골랐다는 뜻이겠지.
그것은 즉, 루시아의 정보나 신변을 내게 노출하지 않겠다는 뜻과 같고.
하지만 모든 것은 심증일 뿐, 루시아에게 듣지 않는 이상 확증내릴 수가 없었다.
"루시아를 떼어내려는 건.. 분명 불길한 징조일텐데.. 아넨사."
"네."
"혹시 계약자가 피계약자를 죽일 수도 있나?"
"제가 알기론 불가능합니다만, 계약하신 분이 왕족이기에 자세한 것은 모릅니다."
"흠.. 그런가. 그럼 대리자로써 정기구슬을 회수해가면 그에 따른 보상이 있어?"
"여왕께서 정기구슬의 절반을 나눠주시기로 약속하셨습니다. 저희 하층민에겐 3개월 치가 넘는 사용량이지요."
그들에겐 보잘 것 없을 하층민에게 정기구슬의 절반이라는 막대한 보상까지, 분명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다.
어쩔 수 없다.
그쪽에서 숨겠다면 친히 찾아보는 수밖에.
"아넨사. 루시아님을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되지?"
"제가 계약자님을 모시고 갈 수도있지만 저희 종족에서 아마 환대해주진 않을 겁니다."
그렇겠지.
나는 그들에게 그저 불청객일 뿐일 테니까.
그리고 지금 당장은 갈 생각도 없었다. 뭔가 꿍꿍이를 도모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인데 제 발로 호랑이굴로 들어가는건 어리석은 토끼들이나 할 짓이니 말이다.
"내가 직접 만날 거 아냐. 너가 만날 거지."
"네? 제가요?"
"응. 그래서 방법은?"
"음… 하층민인 제가 왕족을 뵐 방법이… 혹시 만나시는 목적이 무엇인가요?"
"간단해, 루시아 공주님의 성체 여부 확인차지 뭐."
만약 뭔가를 도모하고 있다면 분명 성체가 되어 성력이 강해졌다고해도 내게 성체 사실을 숨기려들 것이다.
그렇기에 아무 것도 모르는 하층 서큐버스를 대리자로 보낸 것일 테고.
일전에 루시아에게 듣기로는 성체 진화가 이루어지면 전체적인 육신의 진화와 머리뿔의 크기가 커진다고 했었다.
머리뿔의 크기가 곧, 성력의 척도라고도 했었고.
고로 멀리서나마 만날 수만 있다면 구태여 위험한 접선없이 안전히 그녀의 성체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터다.
"음, 그정도라면 제가 틈틈히 확인해보겠습니다. 왕족의 성체 진화는 일족의 축제와 같기에 루시아 공주님께서 성체가 되신다면 성대한 성체식이 거행될 테니까요."
"그런가."
중세시대 즉위식처럼 페스티벌이나, 축제가 열린다는 거군.
좋아, 일이 그다지 어렵게 풀릴 것 같지는 않을 듯싶다.
ㅡ딱.
충직한 부하, 아넨사를 다시금 최면에 빠뜨렸다.
그녀가 자신의 세계로 돌아가면 지금 나눈 대화를 모두 잊게 되기에 직접적인 명령하달은 불가능할 터.
그리고 만에하나에 대비해서 그녀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좋았다.
혹여 여왕의 능력으로 그녀의 속내를 들출지도 모를 테니까.
"아넨사, 너의 세계로 돌아가게되면 루시아 공주를만나고 싶어질 거야. 정기구슬의 반이나 포상내린 그녀에게 깊은 감사를 느껴서 그런 것이지."
직접적인 명령하달 대신, 일반적인 지성체라면 응당 당연한 심리적인 행위를 암시로 걸어두어 자연스럽게 루시아에게 접근하도록 만들어 두기로 했다.
뭐, 사실상 성체식이 거행되면 전 서큐버스가 루시아의 성체 진화를 알게 되겠지만 나의 대응을 우려해 성체식을 왕성 내에서 축소진행하거나 아니면 아예 진행하지 않을 수도 있기에 아넨사에게 자연스런 접근을 걸어두는 것이다.
생면부지의 하층 대리자를 보냈다는 건, 아마도 성체 진화가 머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기도 할 테니까.
아넨사의 최면을 풀어주었고, 그녀는 형식대로 내게서 정기구슬을 적출했다.
몇 번의 적출로 이제 이질적인 느낌은 딱히 불쾌하지 않았다.
정기구슬을 품에 거둔 아넨사가 머리를 조아리며 다음을 고했다.
"그럼. 사흘 후에 뵙겠습니다."
ㅡ스르륵.
작은 보랏빛 소용돌이와함께 사라진아넨사.
'의심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지금 현생이 너무나도 만족스럽고 행복한만큼, 부디 우려하는 일이 발생하질 않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