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화 〉유부담임과 호텔에서 자궁간
모든 수업이 마치고, 하교길.
두 육노예들을 떼어내느라 애 좀 먹어야했다. 아니, 정확히는최선미를 떼어내느라 말이다. 자신을 따돌리고 선아와 또 그렇고 그런 거 하는 거 아니냐며 땡깡을 부리며 쫓아오려고해 설득하느라 제법 애를 먹었었다.
최면을 안 쓰고 하려니 말이다.
여하튼 다행히 `약속`을 빌미로 그녀를 떼어내고 선아도 집으로 보낸 다음, 옷을 갈아입고기분 좋은 설레임을 가득 안은 채 어디론가 향하는 중이었다.
학교를 완전히 빠져나와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들어서니 차량 한 대가 보였다.
차량오너가 교직에 몸 담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듯한 차분한 디자인의 준중형 세단이었다.
조수석 쪽 차문을 열자 운전대를 잡고 있는 그녀가 보였다. 내 얼굴에 처음으로 조수를 쏘아댄 담임, 김연주가.
그때의 조수분수가 부끄러운듯 시선을 피하며 그녀가 말했다.
"어서 타. 누가 보면 어떡하려고."
"네엡."
차에 올랐고, 그녀는 도망치듯 악셀을 밟아 빠르게 학교와 멀어졌다.
혈연이 끼이지 않은 제자와 단둘이 차를 타고 어디로 간다는 것은 모종의 소문을 일으키기 딱 좋은 빌미거리였으니까.
대부분 좋지 않은 소문일 터. 그렇기에 그녀의 안색은 불안감이 팽배해보였다.
"..근데 어디로 가니?"
평소 술집을 드나든 적이 없는 내게 술집을 정하기란 어려웠지만 술집이 아닌 곳이라면 충분히 찾을 수가 있었다. 구태여 술집에서만 술을 먹어야하는 것은 아니니까.
"여기서 좌회전요. 그리고 저기로 들어가주시면 돼요."
"응? 저길 들어가라고?"
내가 가르킨 곳은 다름아닌, 벨라누나의 펜트하우스가 있는 호텔이었다. 그리고 그곳의 지하주차장이었고.
호텔인 것은 확인한 그녀가 갓길로 차를 옮겨 브레이크를 밟고는 비상등을 켰다.
`믿음의 맹신` 암시와 교직인이자 유부녀로서의 `이성의 지조`가 최후의 대립을 펼치는 것이다.
제자와의 은밀한 호텔 방문은 담임선생, 아니 교직인이라면 이유불문하고 절대금기시 되는 일이니까.
그녀가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불안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 설우야 이건 정말 아닌 거 같은데.."
"뭐가요? 그냥 쌤이랑 술 한잔하려는 건데요? 말씀드리고 싶은 것도 있고."
"말은 여기서 해도 되잖니..?"
"아무래도 술이 들어가야 또 진솔한 얘기가 잘 되니까요. 그렇잖아요?"
하지만 그녀는 쉽사리 브레이크를 밟은 발을 떼지 못했다. 제자와의 호텔 방문은 전능한 암시와 대립할만큼 그녀에게 크나큰 일인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충직한 부하인 전능한 암시의 편에 서서 지원사격을 날려줄 차례다.
"쌤, 저 못 믿는 거에요? 아니면 제자랑 바깥술집에서 술 먹다가 소문이라도 퍼지길 바라는 거에요?"
"그, 그럴 리가 있겠니!"
"그러니까요. 술을 먹으려면 시선이 없는 곳에서 먹어야 좋죠. 그래야 `1등 담임`에 대한 계획도 편안히 나눌 수 있을 거고."
`1등 담임`이라는 암시의 욕망에 불을 붙혀주자 결국 그녀가 다시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게다가 일리가 있는 말에 뭐라 반박거리도 없는 모양이었고, 결국 브레이크에서 발을 뗀다.
"그래.. 그럼 어서 들어가자."
* *
주차를 마치고 담임을 먼저 방으로 올려보냈다. 이미 벨라누나에게 부탁해 방 예약은 완료해두었었다.
ㅡ미친 새낀가. 집 놔두고 호텔은 왜 잡아? 그것도 바로 집 밑인데? 반항이냐?
물론 물주님을 `운동의 부탁`으로 설득하느라 애 좀 먹긴했지만, 그녀는 츤누나답게 욕을 하면서도 전화를 끊더니 이내 예약을 했다는 문자를 보냈었었다.
[ 892호 예약했다. 근데.. 오늘 그럼 같이 운동 안 하냐? ]
아쉬운듯 묻는 그녀의 문자.
음탕한 운동으로 길들이는 것이 서서히 효과를 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녀에겐 그저 운동으로 기억되고 있을 뿐이다. 헬스장에서 늘 해왔던 그런 평범한 운동.
단지 내게 운동하자고 매달리는 것은 나와 운동을 할 때마다 느껴지는 묘한쾌락과 절정에 허덕이고 있기에 그런 것이다.
[ 미안. 내일 하자. ]
[ 꺼져. ]
[ ... ]
하여튼 사나운 육노예다.
1층 로비를 나와 호텔 바깥으로 나온 난 편의점에 들러 술만 샀다.
오로지 초록병의 술만.
내가 먹을 것도 아니고, 안주 따윈 필요 없을 테니까. 누나한테 받은 체크카드로 계산하고 술을 담은 봉지를 들고 곧장 방으로 향했다.
"892호…"
8층에 도착해 화살표를 따라 방 호수를 찾아 초인종을 눌렀다.
ㅡ딩동.
잠시 후, 잠금이 풀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담임이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곤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려 다시 들어가는 그녀.
호텔이라는 은밀한 곳에 제자와 있다는 사실이 께름칙하고 불안한 듯보였다.
더욱이 자신은 `백년가약`을 맹세한 유부녀이니까.
ㅡ탁.
술을 테이블 위에 놓아두었다.
고급호텔은 아니었지만 바닥엔 붉은 양탄자 같은 카펫이 깔려 있었고, 큼지막한 통유리창은 바깥의 네온사인 불빛들을 한폭의 풍경화처럼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었다.
방도 넓었고, 침대 또한 특별히 2개가 아닌 킹사이즈가 하나가 비치된 방을 선택했기에 둘이 누워도 충분해보였다.
ㅡ츠륵. 츠르륵.
담임이서둘러 통유리창의 커튼을 닫기 시작했다. 난 봉지에서 술을 꺼낸 다음, 잔을 들고 왔다.
글라스 잔이다. 일반 소주잔이 아닌.
"쌤. 한잔 하셔야죠?"
"…그래."
마지못해 소파에 앉는 그녀.
단추를 풀고 있던 정장자켓을여미며 자리에 앉는 그녀의 모습이 더욱 꼴릿하다.
자신의 욕망과 제자의 성적향상을 위해 내게 몸을 팔지만 끝까지 지조를 지키려는 저항이 정복감만 부추긴다.
어서 저 자켓 뒤에 쌓여있을 풍만한 젖통을 움켜잡으라고.
우선 지금부터 있을 아찔한 유부담임과의 음탕한 시간을 위해 암시를 추가하기로 했다.
"쌤."
ㅡ딱.
곧장 최면을 걸고 이곳으로 오며 생각해두었던 암시를 그녀에게 각인시켰다.
"김연주, 당신은 지금부터 이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교육의 일환`이라 생각하며 제가 무언갈 깨우칠 때마다 극도의 흥분감을 느끼게 됩니다."
"교육의 일환… 깨우칠.. 극도의… 흥분감…"
성스러운 배움의 현장을 색스럽게 만들고, 음탕하게 묵혀두고 있는 욕정을 교육자답게 배움으로써 터뜨려준다.
헬창녀이사벨라는 운동으로 길들이고, 교육자 김연주는 교육으로 길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저와 가위바위보를 할 시, 무조건 주먹을 내게 되고 술을 주량보다 훨씬 과하게 먹게 됩니다."
"가위바위보 시… 주먹… 술.. 주량… 과하게…"
이정도면 충분하다.
왕게임으로 그녀를 가지고 놀면서도 교육의 현장이란 명목하에 그녀의 배덕감의 벽을 허물어주고 더 나아가 최후의 만찬이 될, `수면간`을 위한 초석도 다지는 것.
ㅡ딱.
최면을 풀어주었고, 그녀의 갈색빛 눈망울에 생기가 깃든다.
"쌤, 그냥 술먹긴 심심한데 저랑 게임하실래요?"
"뭐? 게임?"
"네. 가위바위보해서 지는 사람이 옷 벗기요."
언젠가 야동에서 보았던 짜릿한 컨셉.
남녀가 게임을 통해 지는 사람이 옷을 하나씩 벗다가 더 이상 벗을게 없게 되면 함락되는 컨셉이었는데 제법 꼴릿했었었다.
그런 짜릿한 컨셉이 오늘 거사의 시작모토이다. 물론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난색을 표했다.
비록 제자의 성적향상과 자신의 업적을 위해 몸을 허락하였지만서도 교직인으로써 깊게 뿌리 잡은 윤리의식이 그녀의 발목을 붙잡는 것이다.
"…그냥 마시면 안 될까? 할 이야기도 있다며."
"에이~ 술이 좀 들어가야 속마음이 나오죠. 1등 담임으로 만들어드릴 계획을 듣기 싫으신 거에요?"
거부할 수 없는 지독한 암시의 굴레.
결국 그녀는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고 내가 건넨 잔을 받아들었다.
내가 특수설계한 장기판의 졸병이 된 줄도 모르고 말이다.
"쌤, 주량이 얼마나 돼요?"
"…한 2병정도."
씨익 웃으며 그녀의 글라스 잔에다 1/3정도 차게끔 소주를 부어주었다. 물론 내 잔에다가 따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
소주를 받아든 그녀가 잔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쉰다. 자신의 업적욕망과 제자들의 성적향상을 위한 조건으로 신체라는 은밀한 것을 내게 농락당하는 것에 상당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더욱이 그녀는 지금이면 집에서 남편과 자식이 기다리고 있을 `유부녀`이니까 말이다.
그럼 죄책감의 상쇄를 위해 걸어둔 암시를 발현시킬 타이밍이다.
"아니, 사실 쌤한테 배우고 싶은 것도 있어서요."
"..뭐를 말이니?"
"왜, 이 나이 때 남학생이라면 여자의 신체에 대해 엄청 궁금해하잖아요."
"…그렇긴하지."
"그래서 오늘 쌤한테 배우고 싶어서요. 교보재 따위로 배우는 것보단 쌤한테 직접 배우는게 확실히 잘 깨우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말도 안 되는 헛소리지만 늘 그랬듯, 이 세상 모든 신보다 전능한 `최면세뇌암시`는 이 맹랑한 헛소리도 믿음직한 소리로 만든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더욱이 `교육의 일환`이라는 것은 교직인인 그녀에게 죄책감 상쇄를 넘어 교육의 열정까지 부추길수 있는 암시였다.
"그래, 그럼 진짜 교육을 위해서야. 학생을 가르치는 건 선생의 의무니까."
씨익 웃으며 잔을 내밀어 그녀에게 건배를 제안했다. 어차피 `대물의 흠모` 암시가 걸려 있는 이상, 내 우람한 좆대를 보는 순간, 위태롭게 지켜내던 지조는 사상누각처럼 무너져내릴 것이다.
"그럼요."
*
"하.. 또 졌네."
연거푸 3번의 가위바위보를 내게 진 그녀는한숨을 쉬며 이번엔 목에 두르고 있던 스카프를 만졌다.
"스카프도 포함이지?"
"그럼요."
스카프를 벗자 붉게 상기된 그녀의 목선이 드러났다. 주량이 두병이면 여자치곤 잘 먹는 편에 속하지만 연거푸 글라스 잔으로 3잔을 들이키면 소새끼도 제 우유통을 빨기 위해 앞구르기를 할만큼 정신을 차리기 힘들어진다.
"흐… 쓰다, 써.. 근데 안주는 안 사왔니?"
살짝 몽롱해진 그녀의 눈빛에 육욕이 들끓기 시작했다. 이미 꼬고 있는 다리 사이의 자지는 핏대를 가득 세우고 있었다.
"안주는 나중에 드릴게요."
"…뭐, 그러렴."
3번의 패배로 이제 그녀의 벗을 거리는 상의, 하의부터 시작이다. 본격적인 시작인 것이다.
다시금 가위바위보를 제안했고, 그녀는 설계해둔대로 또 지고 말았다.
그녀가 벌칙으로 다시금 글라스의 소주를 원샷하곤 중얼거렸다.
배덕감도, 경계심도, 도덕심도 서서히 무장해제되어가는 듯했다.
"하... 짜증나. 설우가 은근 가위바위보 잘하는구나..?"
"제가 좀 하죠, 큭큭. 이제 뭐 벗으시게요?"
그녀가 주섬주섬, 상의 블라우스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난생처음 영접하게될 유부녀의 살결에 침이 꿀떡 넘어간다.
"후… 더웠는데 이거라도 벗지 뭐."
이윽고 윗섶의 단추가 모두 풀렸고, 그녀는 블라우스를 벗어 바닥에 툭 던져놓았다.
그리고 그녀의 붉은색 브래지어와 거대한 젖통의 윗가슴 라인, 움푹파인 아찔한 쇄골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제 본격적으로 갖고놀 타임이다.
"쌤. 아까 말씀드린 거 있죠? 쌤한테 여자의 신체에 대해 배우고 싶다고."
"..그렇지?"
우선 소프트하게.
"겨드랑이 보여주세요.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싶어서요."
이미 육노예들의 겨드랑이를 탐닉했었지만 그녀를 길들이기 위한 작은 트리거를 던지는 것이다.
그녀가 수줍게 팔을 들어 겨드랑이를 보여주었다. 헌데 그 단순한 동작마저 뱀이 형상화한 것처럼, 요염하기 그지없다.
역시 유부녀는 유부녀라는 걸까.
몸을 앞당겨 그녀와의 거리를 좁혔다.
"…돼, 됐니?"
띠동갑보다도 나이가 많은 미모의 여성이 수줍게 붉힌 얼굴로 겨드랑이를 드러낸모습은 마치 그옛날 뱃사공들을 유혹해 배를 침몰시켰던 세이렌처럼 나의 이성을 망가뜨릴 것만 같았다.
게다가 짙어져가는 술기운 탓에 늘 단정하고 차분했던 그녀의 얼굴은 붉게 흐트러지고 있었다.
뇌쇄적이고도 농염한 그녀의 자태에 홀려 이성이란 배를 암초에 갖다박을 것만 같았다.
"뭐, 뭘 그렇게 빤히 보니.."
선미처럼 매끄럽진 않지만 실오라기 하나 없이 깨끗한 그녀의 겨드랑이는 매혹적이었다.
제모를 한 지는 조금 됐는지 자세히 보니 털의 흔적들이 보이긴했다.
물론 그 흔적들마저도 색정스럽기 그지없었다.
이제 암시를 발현시킬 차례다.
그녀의 발목을 낚아채 서서히 쾌락의 늪으로 끌어들일.
"아.. 여자 겨드랑이는 이렇게 생겼군여. 신기하네."
"꺄으읏…!?♡"
`깨우침의 흥분` 암시의 발현으로 그녀의 입술 사이로 비명 비스무리한 신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뜨겁게 달궈진 우리의 육신처럼, 그 신음에 묻어나온 입김은 뜨겁기 그지없다.
"하읏..♡ 으읏…♡ 뭐, 뭐야…"
갑작스레 급습한 흥분감에 놀란 그녀가 팔을 내리곤 손으로 소파방석을 잡은 채, 하부를 은연하게 뭉그적댔다.
지금 그녀 걸어놓은 암시는 이제껏 걸어본 적이 없는 `강력한 흥분감`이다.
글자의 주관적 해석답게 강력하다는 것이 그녀에게 얼마나 큰 흥분감을 가져다줄지는 모르겠지만, 한번의 암시발현으로도 하부를 뭉그적대는 것을 보면 절대 건조하지는 않을 듯했다.
"흐읍…♡"
음부가 간지러운듯 계속 쇼파 방석에다 비벼대는 그녀를 보며 다시금 음란한 가위바위보를 시전했다.
"…난 왜 맨날 지는 거야."
ㅡ꿀꺽꿀꺽.
ㅡ탁!
이젠 글라스잔을 깨버려도 개의치 않다는 것처럼 몽롱한 얼굴로 잔을 거세게 내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의 얼굴이 붉어질수록 음탕한 고취감이 더욱 높아만 간다.
"흐… 이제 치마네."
씁쓸한듯 뇌까린 그녀가 휘청대며 치마를 벗었다. 타이트한 오피스 치마의 윗섶에 있는 지퍼를 내리자 치마가주르륵, 그녀의 매끈하면서도 육덕진 각선미를 타고 흘러내렸다.
아찔한 둔덕은 애석하게도 다시 팬티를 입은 터라 보이진 않았지만, 이미 질구 쪽이 적나라하게 젖어든 것은 볼 수 있었다.
독하게 묵혀뒀던 지조 섞인 욕정이 술기운과 암시의 환장의 콜라보로 서서히 정조대를 풀고 있는 것이다.
ㅡ풀썩.
하체가 풀린 건지 쇼파에 힘없이 앉은 그녀에게 다시금 글라스잔을 건네주었다.
지독한 늪에 빠진 그녀는 오늘 늪의 나락까지 다녀오게될 것이다.
"쌤. 여기."
"흐응?"
띠동갑 이상의 미모의 연상녀가 취기에 내뱉는 간드러진비음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내 계략에 속절없이 허물어지는 무력감, 성벽이 무너지는 정복감과 더불어 그냥, 좆나 귀엽달까.
마구 괴롭히고픈 욕망이 치솟을 정도로.
그렇기에 다시금 답이 정해진 가위바위보로 그녀의 굳건했던 성벽을 무너뜨렸다.
"크흐…!"
시원하게 술잔을 들이킨 그녀가 이번엔 머뭇거림
없이 등뒤의 브레지어의 후크에손을 가져갔다.
죄책감의 상쇄는 비단 암시로만 이뤄지지 않아도 된다. 비록 단기적인 일회성 상쇄일지라도 취기란 것은 죄책감의 상쇄와 더불어 강한 욕망의 본능을 이끌어내니까.
그렇기에 그녀에게 애초부터 술을 사겠다고 한 것이다. 취기란 것으로 빠르게 망가지고 흐트러지는 그녀의 모습은 암시로 느낄 수 없는 현실적인 파괴감이 있었으니까.
ㅡ딸각.
후크를 푼 그녀가 멈칫했다.
브레지어를 내린다는 것은 최후의 방책에 가까워졌다는 것을 뜻한다.
취기와 암시의 이중공격에도 이성의 끈을 잡고 위태로이 버티는 그녀가 대견스러워보였다.
"뭐해요? 쌤?"
"…정말 끝까지 할 거니?"
"게임이잖아요?그럼 공정하게 룰은 지키셔야죠. 더군다나 `선생님`이시라면요."
그녀가 고개를 숙였다.
헝클어진 머리가 어깻죽지에 아스라이 걸려있다가 내려와 제 주인의 윗가슴을 가린다.
"….그치만 이런 걸 하는게 좋은 선생님은 아니잖아."
"제자가 배우고 싶다면 가르쳐주는게 선생님의 의무라면서요?"
그녀가 쇼파 방석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브레지어까지 내리게 되면 그녀의 지조는 속절없이 흘러내리기 시작할 터다.
뭐든 처음이 어렵지 고삐가 풀리고 나면 더 이상 묶여있을 것이 없으니 말이다.
신성한 교육자로서의 지조.
정실한 아내로서의 지조.
자식의 엄마로서의 지조.
그렇기에 그녀는 지금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평생을 가슴 깊이 새겨온 그 지조들이 이제 곧 무너져내리기 직전이니까.
하지만이미 끝이 보이는 쾌락의 나락을 앞두고 나의 인내심이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쌤, 이건 그냥 교육의 일환일 뿐이에요. 쌤은 교육자이고, 제자가 배우고 싶다기에 그저 가르쳐주는 것일 뿐이죠."
그녀에게 각인시켜둔 `교육의 일환` 암시를 발현시켰고,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소나기에 생긴 옅은 웅덩이처럼 잘게 일렁이는 눈동자.
그녀는 그 눈동자를 불안하게 떨며 물었다.
"뭐가.. 이번엔 뭐가 배우고 싶다는 거니?"
"이거요."
ㅡ화악!
"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