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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화 〉호의가 계속 되면 지능이 둘리된다. (32/135)



〈 32화 〉호의가 계속 되면 지능이 둘리된다.

"후욱.. 후욱.. 하아.."

자신이 대체 왜 그런 실수를 저질렀는지 자책할 새도 없이 주차장까지 달음박질한 최애나는 차를 몰아 곧장 집으로 향했다.


ㅡ끼익.

집에 도착한 그녀는 평소였음 눌렀을 초인종도 무시하고 곧장 도어락의 복잡한 비밀번호를 눌러 대문을 열고 뛰쳐들어갔다.
잘가꾼 정원이 이리도 넓었었나, 야속하게 느껴진다.


"하아.. 하아.."

현관에 다다르자 가정부가 나왔다.

"어머? 아가씨.  시간에 어쩐 일로?"
"아 저, 저 방에 놔두고 온 게 있어가지고.. 하아..후으.."
"그래요? 급하신가 보네요. 여기서 쉬고 계셔요. 제가 얼른 들고 올게요. 필요하신 게 뭐죠?"

최애나가 기겁을 하며 손사래를 쳤다.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치부를 보이고 싶지 않았다. 혼전순결인 자신이 매일  자위로 욕망을 해소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아, 아니요!! 제가 가지러 갈게요!"
"아가…"


가정부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그녀는 부리나케 현관을 지나쳐 2층으로 뛰어올라갔다.
계단은 또 어찌나 많은지 야속하다.

ㅡ덜크덩.

문을 거칠게 열어젖힌 그녀는 서둘러 침대 쪽으로 향했다. 자위는 늘 이곳, 침대의 이불 속에서 했으니 말이다.

"뭐야…"

헌데 이불을 들춰본 그녀는 허탈감에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나싶어 옆에 좌물쇠로 잠긴 사물함을 열어보니 대 여섯개의 자위기구가 그대로 들어있었다.


"하...  넣어놨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뻘짓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자위기구를 자신의 음습한 욕정마냥 잘 숨겨두었기에 다행스러웠다.

"그래.. 어차피 불안해서 일도 못했을 거야."

피식, 실소를 지은 그녀는 다시 집을 빠져나와 학교로 향했다.

ㅡ끼익.


혹여 아픈 학생이 찾았을까싶어 급하게 학교로 돌아온 그녀는 주특기인 경보걸음으로 빠르게 양호실로 향했다.

"어? 외출중으로 바꿔놨네?"

외출중으로 바뀌어있는 푯말을 다시 돌린다음, 문을 열고 들어갔다.

ㅡ드르륵.

"선아야? 이제 좀 괜찮아?"
"아.. 네.."


다행히 다른 학생은 보이지 않았고 병상에 앉아있는 선아만이 양호실을 지키고 있었다.
헌데 선아에게 다가가던 최애나가 마치 빙상 위에 선듯 크게 몸을 휘청이며 허우적대다 이내 똑바로 섰다.

"흐익? 뭐, 뭐야. 왜 이렇게 바닥이 미끄럽대?"


나뭇바닥을 보자 기름칠을 한듯 뭔가 윤광이 보였다. 선아가 불안한 기색으로 연신 그녀를 살핀다.


"흐응.. 뭐지?"

최애나가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고 바닥에 묻은 뭔가를 확인하려던 찰나, 선아가 다급하게 외쳤다.

"아, 서, 선생님!"
"왜? 아직 아파?"
"아, 아뇨! 그.. 죄송해요. 제가 아까 물을 흘려서.."
"아 그러니? 물이었구나. 난 또 뭐라고."
"네넵. 그, 저 이제 괜찮아서 반으로 가볼게요…!"

선아는 양호선생의 답이 떨어지기도 전에 도망치듯 양호실을 빠져나왔다.




****










쉬는 시간이 이리도 아늑하고 편안한 시간일 줄이야. 내심 감탄하며 자리에 앉은 난, 휴대폰을 켜 메세지 어플을 눌렀다.

친구목록에 있는 거라곤 단 3명.
담임쌤.
남강두.
이름모를 플러스톡 하나.


'이 쉽쌔끼는 언제 친추됐지.'


설정버튼을 터치해 친구목록을 갱신했다.

[ 육변기 1호 ]


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프로필 하나가 생성됐다. 쿡쿡, 보이지 않게 몰래 웃음을 삼키고 프로필을 터치했다.
생기발랄하면서도 까칠한 그녀의 어여쁜 얼굴이 환하게 미소짓고 있는 사진이 열렸다.


'씻팔련, 프사도 내 좆물 끼얹은 얼굴로 나중에 바꿔야겠군.'

프사를 닫고 이번엔 남강두 프로필을 열었다. 내 육변기 1호랑 함께 찍은 놈의 사진이 보였다. 무심하게 아래에 1대1 채팅 버튼을 터치했다.
그리고 거침없이 적어나갔다.


[ 야, 마치고남아라. ]

늘 내게 놈이 보냈던 톡을 이젠 내가 놈에게 보낸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위로 대화내용을 올려보니 매일 같이 복사붙여넣기 한 마치고 남아라는 내용 뿐이다.


'다행이네. 암시가 흔들릴 일은 없겠어.'

최면 암시는 대상자의 기억까진 조작해주지만 이렇듯, 기록으로 남은 것까지 조작해주진 못했다. 그리고 이러한 기록들이 암시와 지속적으로 맞부딪히면 극악의 확률이지만 암시가 깨지는 경우도 있다고 했었다.

'뭐, 다시 걸면 그만이긴하지만.'

잠시 후, 톡이 왔다.
예전이었음 심장이 철렁였을 톡알림이지만 이젠 심장을 설레게하는 알림이다.

[ 응. 알았다. ]

사근사근한 말투.
`호의적`이란 암시가 이토록 사람을 바꿔놓을 줄이야. 나의 안위를 위해 `호의적`이란 암시를 걸었지만 친구마냥 시시대는게 소름마저 끼칠 지경이다.

그러게? 어디 감히 친한 척을, 생각해보니 씨퐐 빡치네.
나중에 줫나 패야겠다.

톡방을 닫으려던  다시 타이핑을 쳐서 톡을 보내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 그리고 프사 바꿔라. 니 혼자 찍은 사진으로. 보기 싫다. ]
[ 응. 알았다. 기분 나빴다면 미안하다. ]

뒤를 돌아보자 좆두가 나를 쳐다보며 미안하다는듯 손바닥을 들어 인사했다.


'풋. 병신새끼.'

놈은 당연히 내게만 저런 행동을 보이고 있었다. 최두식에겐 여전히 사납게 굴고 여타 아이들한테도 지랄맞게 대했다.
거기다 나에 대한 호의적 암시 이후, 새 사냥감을 찾는 듯한 말과 뉘앙스에 교실에는 칼바람이 불고 있었다.

딱히 아이들을 구제해줄 생각은 없었다.
방관자들에겐 내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곤 똑같은 방관 뿐이니까.

ㅡ드르륵.

뒷문이 열리고 그녀가 들어왔다.
나의 육변기 1호가.

"이제 배는 좀 괜찮냐?"
"어, 으응… 이제 좀.."
"얼굴이 왜이래 빨갛냐?"
"아.. 그날이라 그래."

잔뜩 의기소침해진 선아는 강두의 시선을 피하며 말하곤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큭큭, 그날이라.. 멋진 변명거리군.'

오늘 유달리 웃음을 삼켜야할 일들이 많은 듯싶다.



****



"차렷! 경례."

"""수고하셨습니다~"""


"그래~ 어디  짓하지말고 집에 제때 들어가들~"

"""네~"""

수업과 종례까지 모두 마치자 아이들은 삼삼오오모여 하교하기 시작했다. 시간은 이제 5시 20여분을 지나고 있었다.
원래라면 놈들에게 이끌려 7시고 8시고 두들겨맞거나 장난감으로 능욕당한 후 귀가하는 것이 성지순례였지만 이젠 그 누구도 나를 건들지 않는다.

최두식 역시 일전의 소동 이후 딱히 내게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고 있지는 않았다.
흑재규어가 발톱을 숨기고 수풀 사이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나와 좆두와의 어떠한 모종의 거래가 있었는지 지켜볼심산일 터.
그저 내겐 가소로운 주시일 뿐이지만.


'슬 가볼까나~'


누더기 같은 가방을 매고 교실을 나섰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산뜻한 하교 기분이다.
가방끈이 투둑하며 뜯어졌다.

'애미씻펄.'

가방을 집어 던져 버리고 학교 뒤편 버려진 공터로 향했다. 낡은 운동기구들이 버려진듯 방치되고 있는 곳이었다.

ㅡ끼익.


좆두새끼가 그 운동기구로라도 근육펌핑하려는지 사부작대고 있다.
그 근육들을 보고 있자니 PTSD가 오는  같다.


안되겠다. 씻팔새끼, 오늘 진짜 좀 패야겠다. 친구인 척하는 것도 좆같았는데 감히 잔근육을 뽐내서 내게 PTSD를 선사하다니.
때릴 명분은 충분해졌다.

"야."
"어, 왔냐?"
"프사는 바꿨냐?"

나의 물음에 절대복종하는 놈은 폰을 꺼내 프사를 직접 보여주었다.
아이고, 이런 기특하고도 좆같은 새끼를 봤나.


"잘바꿨네."
"그럼~ 누구 말인데 바로 바꾸지."


피식, 비아냥대는 웃음을 지었다.
그럼에도 놈은 마치 순진무구한 인간마냥 멍청하게 서있었다. 내 명령을 기다리는 졸개처럼 말이다.

ㅡ퍽!

불현듯 빡돌아 주먹으로 놈의 복부를 풀스윙으로 후려쳤다.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놈이 고통에 몸을 우그린다.

"으윽. 가, 갑자기 왜그러냐."
"그냥 때리고 싶어서."
"..그, 그래? 미안하다."
"뭐가 미안하다는 건데?"

주먹으로 전해져온 놈의 고통이 살벌하게 중추신경계를 감전시킨다. 사이다를 다발로 처마신듯 상쾌하다.
놈이 굽신거리며 내게 사과했다.

"때리고 싶게 만들어서 미안하다고.."


 복부를 갑자기 후려쳤음에도 놈은 아무런 감정표출없이 그저 헤실헤실 웃으며 내게 사과하는게 얼빠진 놈이 따로 없었다.
아무리 친구 사이래도 이정도 강도의 폭력은 싸움으로 번질만큼 어처구니가 없는 것인데.

놈에게 각인된 `호의적`이란 암시가 그 어떤 경우에서도 무조건 내게 호의적인 생각만하게끔 셋팅이 되어, 놈은 마치 얻어맞고 버림받아도 제 주인을 끝까지 쫓아가 꼬리를 살랑대는 강아지 같았다.


진짜 강아지였다면 가슴 아팠을 테지만 주인을 물어뜯어 죽이려한 강아지라면 다르지.
아니, 물어뜯어 `죽인` 강아지지.
호로새끼, 물려 뒤진 주인의 관뚜껑 파괴 예토전생이다. 씻팔아.


ㅡ퍽!

이번엔 놈이 내게 자주 썼던 기술, 정강이 후드려 차기로 놈을 먼지흙바닥에 엎어뜨렸다. 늘 얻어처맞다보니 제법 기깔나게 기술이 들어간다.


ㅡ쿵!

"크헉!"
"새끼, 꼴좋네."
"그, 그렇냐?  좋긴하지 내가. 글고 아프긴해도 이정돈 우린 친구 사이니까 괜찮지."

ㅡ퍼억!


이번엔 주먹을 내질러 놈의 인중을 때렸다. 윽,잘못 때려 손목이 삐끗한  같았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역시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처먹듯, 폭행도 때려본 놈이 잘하는 것이다.
그래도 개성은 없어졌어도 화풀이용 샌드백마냥 마음 편히 때릴 수 있다는 것도 썩 나쁘지 않았다.

'재밌네, 큭큭.'


"크윽! 아아.. 코뼈야."
"아프냐?"
"아, 아니다. 친구 사이끼리 이정도로 뭘. 코가 거기 있어서 미안타."
"푸흡."


등신 같은 놈의 반응이 재미져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후려친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짜릿하다. 씻팔련을 내 육변기로 만들고 씻팔놈을 내 샌드백으로 만들다니.

뭐, 선아처럼 반항기가 없어 살짝 복수쾌감이 부족하긴하지만, 그건 교내 서열이 뒤바뀌는 순간부터 풀어나갈 것이다.
지금은 이용해먹을 대로 이용해먹고, 추후에 놈의 본성을 일깨워줘도 늦지않았다.

"야."
"어?"
"돈 있냐?"


갓 입사한 신입사원마냥 잽싸게 지갑을 꺼내더니 놈이 내게 현금을 모조리 꺼내주었다.
세어보니 5만원 권 4장과 천원짜리 몇개인 듯했다. 대략 20만원쯤이다.

"학생이 씌펄  현금을 이렇게 들고 다니냐."

ㅡ팍팍!

내가 당했듯, 지폐 뭉치로 놈의 머리를 후려쳤다. 머리가 헝클어진 놈의 모습이 보기 좋아 괜히 웃음이 나온다.
헌데 놈은 그 꼬라지로 지갑에서 카드 하나를 꺼내 내게 주려했다.


"여, 여기 체크카드도 있다. 안에 200만원 넘게 있을걸."
"아낌없이 주는 나무냐? 됐다. 현금만 있으면 돼. 누구한테서 뺏은 건 아니겠지?"
"그럼, 오늘은 못 뺐었다. 그건 하루 용돈."

나의 복수에 선량한 피해자는 어쩔  없는 상황을 제외하곤 최소화해야한다.
정의구현하고자 선의의 피해자를 마구잡이로 생성하는 건 정의구현이라 할 수 없을 테니까.
 그렇다고 복수에 방해된다면선량한 피해자를 봐줄 생각도 없긴하지만.


'그나저나 쉽새끼 하루 용돈이 20만원이면서 씟팔 나한테 그 단돈 몇천원을 뺏어갔던 거냐?'

씟팔, 생각해보니 또 좆나 빡쳐서 지폐뭉치로 이번엔 놈의 뺨따구를 후려쳤다.
지폐 싸다구다.
그것도 20만원짜리 싸다구.
찰진 타격음에 카타르시스마저느껴진다.

ㅡ팍!
'좆나 찰지네.'

이제부터, 본론이다.

"야 븅신, 느그 애비가 조폭이랬지?"
"어. 칠성파 두목이다."

놈이 자랑스레 얘기했다.
칠성파는 이 후줄근한 동네를 휘어잡고 있는  조폭조직이었다. 아니, 거의 유일한 조폭조직이었다.
그런 조직의 두목이라면 현금다발을 어딘가에 숨기고 있을 터.
귀찮은 일이 생기지 않게 수금은 모두 현금으로 할 생각이기에 더할나위없는 사냥감이다.

더욱이 이 씨팔새끼를 싸질러 사회에 패악을 끼친 종자인데다 조폭이란 불건전한 직업까지 가지고 있으니 금상첨화.
게다가 애미도 제법 예쁘다고 들었었다.
또래인데다 김선아, 최선미와 같은 학교얼짱미녀들과 함께 다니는 최두식이 예쁘다고 할 정도면 검증은 필요 없을 터.

버릴 것 하나 없이 아주 알차게 구성된 밥상머리임이 자명했다.
좆두새끼 가족이란 좆같은 무리는.


"엄마는? 이쁘냐?"
"이쁘다는 소리 자주 듣는다더라. 관리도 잘하고. 창녀 중에서도 창녀, 텐프로 출신이라서 그런지 몸매도 기본적으로 좋고."


`절대복종`이라는 암시 덕에 놈은 구태여 붙이지 않아도 될 말까지 스스럼없이 내뱉는다.
그나저나 애미가 창녀 오브 더 창녀, 텐프로 출신이었다니, 아주 씻팔 버러지 같은 것들끼리 만나 애새끼를 싸지르니 이딴 개씹버러지 종자가 튀어나오지.

안되겠다.
집안 풍비박살 난다는게 뭔지 보여줘야겠다.
그전에.


ㅡ퍽.


"크흡!"

ㅡ퍼억!

"크흡!"

분이 풀릴 때까지 놈을 후드려 패주자 아주 흙바닥 외길인생 18년차 거지꼴이 따로없는 몰골이 되었다.
그리고 [절대복종]이라는 암시가 단순히 나의 말에 복종한다는 것을 넘어 은연 중에 주종의 관계로 만들어버린 듯했다.


아니고선 저래 흠씬 맞고도 히죽대며 웃을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아무리 호의적이란 암시에 걸렸다해도.

'살짝 지능이 퇴화된  같기도 하고.. 착각인가.'

ㅡ탁탁.

손에 묻은 먼지를 털고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5교시 6교시 동안 앞으로의 최면 생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었었다.
우선적으로 정기구슬을 만들기 위해 여성 조교가 1순위지만 인간의 인생이란 그렇게 원색적이지만은 않았다.


먹고 살 돈도 필요하고, 자신 스스로도 발전이 있어야한다. 허구헌날 이 곳에서 복학하며 평생을 다닐 수 없는 노릇아니겠는가.
그렇다고 최면을 남발해대며 성공가도를 달리다간 언젠가 발목 붙잡히는 일이 생길 지도 모르는 일이고.


'사람 앞길은 한 치 앞도 모른댔으니까.'

그렇기에 지금, 내가 내린 결론을 테스트해볼 참이다.


"야, 등신."
"어?"


ㅡ딱.


놈에게 최면을 걸고 휴대폰을 켜 음성녹음파일을 재생시켰다.
곧이어, 녹음된 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ㅡ남강두,  앞으로 최두식에게자꾸만 심부름을 시키고 싶어질 거야. 시도 때도 없이 시다바리 짓을 시키고 싶어지는 거지. 그리고 최면에서 깨면 내게  주소를 가르쳐주게 돼.


마지막 집주소는 암시가 걸렸는지 걸리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겸사겸사, 문안인사도 드리러 갈 준비도 하는 것이고.
녹음파일재생이 끝났고, 핑거스냅을 튕겼다.


ㅡ딱.


놈의 눈동자에 생기가 감돈다.


"뭘 그리 멍하게 있냐?"
"아, 설우야 혹시 내가 우리집 주소 너한테 알려준 적 있냐?"
"아니, 없지. 왜?"
"왜긴, 친구 사이에 집주소는 알고있어야지. 우리집은 서을구 동파동 123번지다."

고맙다, 등신아.
놈의 집주소를 휴대폰에다 저장한 후, 얼빠진놈의 궁뎅이를 걷어차며 쫓아보냈다. 어디똥개새끼 쫓아내듯이.


"이제 꺼져, 씻팔아."
"그럼! 가볼게!"


`호의적` 암시가 확실히 지능까지 퇴화시켜버린 건가 싶다. 궁뎅이를 걷어차인 놈은 히죽 웃고는 손을 흔들며 멀어져 갔으니까.
아이고, 해맑기도 해라, 믜친놈.

"그나저나.. 녹음으로도 가능하다 이거네."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실현 가능성을 확인하니 사뭇 비장함이 감돈다. 꽤나 도전적인 실험이 될 테니 말이다. 휴대폰을 다시 켜 녹음파일을 지웠다.
그다지 철두철미한 성격은 못되지만 최대한 최면에 대한 증거는 악착같이 없애기로 했었다.


그런데, 그때.

[ 육변기 1호님에게서 톡이 도착했습니다. ]

한통의 톡이 도착했고, 비릿하게 웃으며 톡을 열어보았다.
 개의 동영상이 내게 도착해있었다.
교탁이 보이고, 그 위에 육변기가 앉아있는 동영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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