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8. 여섯 번째 촬영의 마지막. 촬영종료.] -- >
"정말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내 앞에 선 서아 씨가 꾸벅 고개를 숙이며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서아 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런 내 말에 그녀는 빨갛게 제 얼굴을 물들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저보다는 선배님이 더 고생하셨죠."
그리고는 양 손을 가지런히 모은 뒤에 꼼지락 거렸다. 마치 무언가 따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 이에 나는 잠시 서아 씨를 쳐다보다가 이내 먼저 입을 열어 물었다.
"잠깐 조용한 곳으로 갈까요? 여긴 물품을 정리하느라고 소란스러우니까요."
"아, 네? 네. 네."
서아 씨는 이런 내 물음에 잠깐 놀란 표정을 지어보여지만, 이내 마침 잘 되었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지, 표정에 그 감정이 일일이 다 드러나는 귀여운 후배님이 아닐 수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알기 쉬워서 참 좋다.
"여기가 좋겠네요. 사람도 별로 없고, 조용하기까지 하니까요."
이런 내 말대로 주변은 한적하기 그지없었다.
"저기 선배님……."
"네, 말하세요."
"선배님은 나이 어린 여자를 싫어하시나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빤히 엿보이는 그 질문에 나는 쿡쿡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해주었다. 하지만 너무 그렇게 기대하진 않았다. 괜히 나 혼자서 김칫국물을 한 바가지 벌컥이며 들이켜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도리어 좋아하는 편이죠."
"정말이요?"
"네, 정말입니다."
이런 내 대답에 서아 씨는 정말로 기쁘다는 듯이 눈웃음을 쳤다. 덕분에 그녀의 눈동자가 예쁜 반달모양을 만들었다. 그 아래에 위치해 있는 도톰한 애교 살이 무척이나 도드라지게 보인다.
"그럼……."
그 후, 천천히 입술을 여는 서아 씨다. 그 입에서 과연 무슨 말이 튀어나올까? 자기랑 사귀어 달라고? 아니면 자기가 아는 다른 여자 후배를 만나보지 않겠냐고?
이왕이면 전자였으면 좋겠지만, 만약에 후자라면 정중하게 사양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타인의 소개를 받아 만난 사람치곤 제대로 된 관계를 이어나가는 걸 거의 보지 못 했으니 말이다.
물론 예외의 경우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어라? 둘 다 여기 있었네?"
불현듯 내 뒤에서 쾌활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몸을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거기에는 하연 선배가 서있었다. 그녀는 두 눈을 게슴츠레 뜨고는 나와 서아 씨를 번갈아보았다.
"……흐음, 혹시 내가 방해한 건가?"
"방해라면 방해입니다."
이런 내 대답에 선배는 뭐가 그리도 웃긴지,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뭐야? 그럼 둘이 사귀기라도 하는 거야?"
그 짓궂은 물음에 일순 서아 씨의 양 볼을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한동안 후아후아 하는 괴이한 소리를 내면서 당황해하더니 곧 나를 슬쩍 올려다보곤 입을 열었다.
"사귀면……. 역시 이상하겠죠?"
어째서 의문형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지간히도 자기 주관이 흐릿한 후배님이 아닐 수 없었다. 쿡쿡, 웃음을 터트린 나는 서아 씨의 손을 잡아 내 쪽으로 잡아당기며 입을 열었다.
"전혀 이상할 게 없죠."
이런 내 말에 그녀는 귀까지 빨갛게 물들이더니, 곧 죽을 것만 같은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 품에 꽉 안겨들었다.
"선배님!"
라고 소리치면서 말이다.
============================ 작품 후기 ============================
# 도 끝났습니다. 별거 없습니다.
애당초 # 파트는... 네, 그겁니다.
어디까지나 중요한 건, 본편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주인공과 두 모녀가 H를 하는 걸 쓰고 끝내겠습니다.
*이제 로얄 하나 남았군요! 그것만 끝내면, 다음 작품은 며느리인 이웃나라 공주님을 따먹는 국왕 폐하... 핡핡, 공주님! 공주님이 최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