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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유 모녀-50화 (50/54)

< -- [모녀] -- >

"이게……. 이게 다 뭐예요?"

도무지 믿을 수 없단 목소리로 물음을 던지며 나와 부인을 번갈아 보는 혜연이다.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내 품에는 혜연이의 엄마가 안겨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지금 나와 부인은 서로 몸을 포개고 있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무슨 말을 해야 될까? 나는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며 이게 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하지만 지금 내 눈 앞에 서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혜연이었다.

"……뭐라도 좋으니까, 말 좀 해줘요."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내게 호소하는 혜연이다. 동시에 부인도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는 듯이 입술을 꾹 다물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난장판이다. 손쓸 길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양 쪽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자, 일단 혜연이를 집 안으로 들이기로 마음먹었다. 현관문을 열어둔 채로 이야기를 하기에는 그다지 좋은 광경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혜연아, 일단 들어와서……."

"시, 싫어요! 여기서 말해줘요."

이런 내 말에 혜연이는 크게 소리치며 뒷걸음질 쳤다. 그 태도가 여차하면 곧장 뒤돌아서 도망치겠다는 것처럼 보였다.

"다 말해 줄 테니까, 일단 들어와서 이야기하자."

"왜 거짓말 했어요? 저 좋아한다면서요? 그런데 왜 엄마를……. 엄마를……."

혜연이는 고개를 숙여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물론 널 좋아해. 혜연아."

"거짓말 하지 마세요!"

"거짓말이라니……."

"그럼 이게 다 뭔데요!"

따지듯이 물음을 던지는 혜연이의 태도에 일순 꿀 먹은 벙어리마냥 입이 열리지 않았다. 그래, 이건 뭐라 변명할 여지가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여전히 내 품에 안긴 채로 어쩔 줄 몰라해하고 있는 부인과 나를 쏘아보며 변명을 기다리고 있는 혜연이를 번갈아보았다.

"……제발 똑바로 말해줘요."

"……."

"왜 엄마랑 섹스하고 있는 거예요?"

그 물음에 나는 속으로 침음성을 삼켰다. 이걸 뭐라고 말해야지 좋을까? 혜연이, 네게 한 것처럼 협박을 했다고? 아니면 서로 눈이 맞아서 하게 되었다고? 무엇 하나 좋은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고 이런 상황을 유지할 수는 없었다.

"강제로 했어."

"……."

"내가 네 영상을 빌미로 협박했어."

이런 내 말에 혜연이는 몸서리치며 문고리를 꽉 붙잡았다.

"저, 저랑 약속했잖아요! 그 영상……. 엄마한테는 안 보여주기로요!"

"미안해."

여기서 나는 솔직하게 사과했다.

"저, 저만으로는 부족했던 거예요?"

혜연이가 내 쪽으로 한 걸음 다가오며 물었다. 그리고 그것도 동시에 내 품에 안겨있던 부인이 와락 나를 밀쳐내며 소리쳤다.

"다, 당신……! 그럼 혜연이한테도 계속 손 대고 있었던 거예요?"

라고 소리치며 뒷걸음질 치는 부인이다. 그 표정에는 실망감이 깃들어 있었다.

이에 나는 재빨리 손을 뻗어 부인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러자 소스라치게 몸서리치며 어떻게든 내 손을 뿌리쳐 내보려 하는 부인이다.

"……놔주세요!!"

더 없이 성난 목소리로 소리치는 부인이다. 그러나 나는 결코 부인의 손목을 놓지 않았다. 여기서 이대로 부인의 손목을 놓아버리게 되었다간 아주 영영 되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건너게 되어버리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제 이야기 좀 들어주세요."

항변하듯이 소리쳐 말한 나는 어느덧 집 안으로 들어온 혜연이와 여전히 내 손에 잡힌 채로 버둥대고 있는 부인을 번갈아보았다.

"……두 사람 다 대화 좀 합시다."

이리 말한 직후, 나는 남은 한 손으로 혜연이의 손을 붙잡은 뒤에 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두 모녀가 내 손에 잡힌 채로 질질 끌리다시피 해서 거실로 발걸음을 들였다.

"……."

이렇듯 모녀를 데리고 거실로 나온 나는 일단 두 사람을 소파에 앉힌 뒤에 간단히 입을만한 옷가지를 찾아보았다. 아무리 볼 거, 안 볼 거 다 본 사이라고는 하지만 알몸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갈 정도로 무신경하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일단 이거라도 걸치세요."

바지를 찾아 입은 나는 셔츠 하나를 손에 쥐고서 부인에게 건네주었다. 그러자 부인은 새치름하게 나를 한번 쏘아보고는 곧 셔츠를 대충 걸쳐 입었다.

방금 막 섹스를 한 직후라서 그런지, 그 모양새가 예상 외로 섹시해보였다. 그러나 나는 그 흥분감을 꾹 억누르며 소파에 앉아있는 모녀를 번갈아보았다.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세요, 부인."

이런 내 말에 부인은 양 손을 꽉 쥐며 입을 열었다.

"제가 오기 전까지 혜연이하고……. 계속 있었던 건가요?"

부인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이제까지 내게 속았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오른 모양이었다. 그 심정이 다분히 이해갔다. 도리어 이 정도까지 화를 참고 있다는 게, 대단하다 싶을 정도였다.

"함께 있었습니다."

"나쁜 놈……."

기어코 부인의 입술 사이로 욕설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는 곧장 내 뺨을 후려칠 생각에서인지, 오른손을 높이 치켜드는 부인이다.

"엄마, 그러지 마요!"

그 때, 혜연이가 부인의 오른손을 붙잡으며 소리쳤다.

"혜연아……."

"제가 좋아서 그랬어요. 물론 처음에는 협박당했지만……. 나중에는 좋아져서……. 그랬어요. 그러니까 때리지 마세요."

나를 옹호해주는 혜연이의 말소리에 일순 가슴 한켠이 뭉클해져왔다. 설마하니 혜연이가 이 정도로 나를 생각해주고 있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왜 그러니, 혜연아! 넌 아직 어리잖아. 왜 이런 남자에게……."

"이런 남자에게 안겨서 좋아했던 건, 엄마도 마찬가지잖아요."

그 말에 부인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혜연이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곧 힘이 쭉 빠지는 모양인지, 어깨 높이까지 치켜들었던 오른손을 고분이 내려놓았다.

"그래서 너는 좋다는 거야?"

"좋아요. 좋아해요."

라고 말하며 나를 쳐다보는 혜연이다. 그러자 더더욱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는 부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자기 딸이 30대 남성을 좋아한다고 하고 있었다. 더욱이 자신을 강간했던 남자를 말이다!

"이 혜연."

부인은 한동안 나와 혜연이를 번갈아보더니, 곧 냉정한 얼굴로 혜연이를 불렀다.

"……사랑이 뭔지는 아니? 넌 아직 학생이야! 왜 하필이면……. 혜연아, 다시 한 번 생각해봐."

"저도 많이 생각해봤어요. 하지만……. 좋은 걸 어떻게 해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좋아하게 되어 버렸는걸요? 같이 있으면 즐겁고, 품에 안겨있으면 마음이 편해져요. 이게 좋아하는 게 아니면 뭔데요."

혜연이는 소리를 지르지도 언성을 높이지도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자신의 속마음을 밝히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말에 부인은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며 뭔가 할 말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쉬이 떠오르지 않는 모양인지, 한동안 자기 딸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엄마도 아저씨가 좋잖아요?"

"……."

"저 들었어요. 좋다고 하는 거요. 밖에서 다 듣고 있었어요."

이리 말한 혜연이가 부인의 손을 꼭 붙잡았다. 그 태도가 꼭 자기 심정도 이해해 달라고 호소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부인은 더더욱 혼란스러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혜연아, 그건……."

"어떻게 생각해요?"

그 물음에 부인은 나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 시선에는 정말로 많은 의미가 담겨져 있었다. 배신감, 실망감, 후회……. 그리고 마지막엔 애증이 담겨져 있었다. 나는 담담히 그 시선을 받으며 부인을 마주보았다.

그러자 옅은 분홍색 입술을 달싹이며 손가락을 몇 번이고 꼼지락 거리는 부인이다.

"……엄마."

그 때, 혜연이가 재차 부인을 부르며 대답을 재촉했다. 이에 부인은 가벼운 한숨과 함께 혜연이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이러면 안 돼, 혜연아."

============================ 작품 후기 ============================

어렵네요. 심리묘사... 어려워요.

심지어 1인칭이라서 더 어렵군요.

하지만 해피 엔딩을 위해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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