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녀] -- >
"……오히려 내가 더 고맙지."
이리 말을 덧붙인 남자는 옅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 태도에 쿡쿡 웃음을 터트린 혜연이는 남자의 곁에 찰싹 달라붙었다.
그 후, 두 사람은 별다른 말없이 밤거리를 걸었다.
슬슬 여름이 시작되려는 모양인지, 해가 저문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후덥지근했다.
그러나 혜연이는 이상하게도 이렇게 남자와 바짝 붙어있음에도 불구하고 덥다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이렇게 남자의 곁에 붙어있는 게, 혼자 있을 때보다도 훨씬 더 쾌적하고 시원하다고 느꼈다.
특히나 그가 자신을 향해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여줄 때면 심장이 두근두근 터질 것처럼 뛰었다.
"다 왔다."
불현듯 남자가 혜연이의 몸을 살짝 떼어내며 입을 열었다. 그 말에 고개를 정면으로 돌려보니, 105동이라고 적힌 문구가 혜연이의 눈에 들어왔다. 정말로 집에 도착한 것이었다. 혜연이는 미적거리며 남자의 팔을 놓아주었다.
"우리 조금만 더 걸으면 안 돼요?"
하지만 그래도 뭔가 미련이 남는 모양인지, 혜연이는 남자의 옷소매를 살짝궁 잡아당기며 부탁했다.
"혜연아. 지금은 시간이 많이 늦어서 아주머니가 걱정하실 거야."
남자는 혜연이가 상처받지 않도록 조심스레 말을 꺼내며 손을 잡아주었다.
"……그리고 오늘만 꼭 시간이 있는 건 아니잖아? 마침 내일이 주말이기도 하니까, 나도 시간을 많이 내볼게."
이런 그의 말에 혜연이는 망설이다가 이내 남자의 옷소매를 놓아주었다.
"아침 일찍 불러주셔도 돼요."
그 말이 꼭 내일 아침 일찍 불러달라고 하는 것만 같아서, 남자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그는 애써 웃음을 참으며 혜연이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었다.
그 후, 주위에 사람이 있나 없나 한번 살펴본 그는 이내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혜연이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춰주었다.
"내일 아침 일찍 전화 줄게."
그 말을 들은 혜연이는 무척이나 기쁜 듯이 반달눈을 만들어가며 웃었다.
"약속이에요."
"새끼 손가락이도 걸어줄까?"
라고 말하며 새끼손가락을 내미는 남자다. 이에 혜연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내밀어 그의 손가락에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도장도 찍어주세요."
수줍게 웃음을 터트리며 엄지손가락을 빼꼼 들어 올리는 혜연이의 태도에 남자는 기어코 웃음을 터트리며 도장까지 찍어주었다. 이렇듯 내일 아침 일찍 만나기로 약속을 받아낸 혜연이는 방긋방긋 웃으며 남자의 손을 놓아주었다.
"얼른 들어가 봐."
"네, 그럼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그 말에 혜연이는 꾸벅 고개를 숙여 작별 인사를 하고는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갔다.
그 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문득 등 뒤가 허전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혜연이는 자기가 뭘 놓고 왔나 싶어서 곰곰이 생각을 되짚어보는데, 띵!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도착한 순간 자기가 뭘 놓고 왔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가방을 놓고 왔구나.'
물론 내일이 주말이라서 크게 상관은 없었지만, 이걸 빌미로 남자를 한 번 더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왠지 모르게 마음이 들뜨는 혜연이었다. 게다가 잘 하면 한 번 더 그의 품에 안길 수 있을지도 몰랐다.
남자와 헤어지고 나서부터 침울해졌던 혜연이의 기분이 다시금 좋아졌다.
장난기 가득한 어린아이마냥 키득키득, 웃음을 터트린 혜연이는 서둘러 아파트 현관 밖으로 나갔다. 그 후, 남자의 집으로 향하는 혜연이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당당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그녀에겐 정당한 변명거리가 있었으니 말이다.
"어?"
그러나 그 기분도 잠시였다. 남자가 사는 아파트에 거의 다다랐을 때쯤, 저 멀리 남자가 어떤 여성과 다정히 포옹을 하고 있는 장면이 혜연이의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혜연이는 혹시 자기가 잘 못 본 건 아닌가 싶어서 두 눈을 몇 번이고 비비적거렸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남자와 다른 여성이 다정히 포옹을 나누고 있는 장면이 혜연이의 두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싫증나지 않았다고 했으면서……."
혜연이는 자꾸만 눈가에 맺히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쳐내며 어떻게 해야 될지 생각해보았다. 모른 척 하고 그냥 돌아갈까? 아니면 이대로 남자 곁으로 가서 사실을 밝힐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눈물을 닦아내고 있는데, 돌연 포옹을 마친 여성이 남자의 품에서 벗어나며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에 혜연이는 반사적으로 몸을 숨겼다. 그 후, 여성의 얼굴을 확인하는데…….
"엄마?"
이 순간, 혜연이는 더없이 크게 놀란 표정을 짓고 말았다. 설마하니, 남자와 포옹을 나누고 있던 여성이 자기 엄마일 줄은 전혀 몰랐었기 때문이었다. 혜연이는 금방이라도 날아가 버릴 것만 같은 정신 줄을 겨우겨우 붙잡으며 숨을 죽였다.
"누가 봤으면 어쩌려고 그래요."
주희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남자에게 핀잔을 주었다.
"누가 좀 보면 어떻습니까, 부인? 요즘에는 다들 이럽니다."
남자는 당황해하는 기색 하나 없이, 오히려 짓궂게 웃음을 터트리며 주희의 몸을 가볍게 끌어안아주었다.
"그, 그렇지만……. 제가 한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남사스럽게."
"그렇지 않습니다, 부인."
이리 속삭인 남자는 주희의 입술에 가볍게 입맞춤을 해주었다.
"……부인도 충분히 젊습니다."
이 말과 함께 남자가 그녀의 허리를 가볍게 끌어당기자, 주희도 내심 싫지만은 않은 모양인지 수줍게 웃음을 터트리며 남자가 이끄는 대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윽고 두 사람이 아파트 현관문을 지나쳐 안으로 들어가자, 혜연이는 황망한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엄마가……. 엄마가…….'
혜연이는 이걸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서 한 동안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마음 같아서는 목 놓아 엉엉 울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또 상황이 너무나도 어처구니없었다. 왜 이렇게 된 건가 싶을 정도였다.
한동안 이 일을 어떻게 해야 고민하던 혜연이는 이내 뒤를 쫓기로 마음먹었다. 혹시라도 자기가 잘 못 본 것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연히 엄마랑 닮은 여성일 수도 있었다. 혜연이는 애써 마음을 굳게 먹고는 아파트 현관 쪽으로 다가섰다.
∴ ∵ ∴ ∵ ∴
"오늘은 왜 나와 계셨어요?"
"그야 당연히 부인이 보고 싶어서죠."
나는 입술에 침도 바르지 않은 채로 술술 거짓말을 내뱉었다. 내가 생각해도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거짓말이었다. 물이 흐르듯이 말이다. 그러나 부인은 이런 내 거짓말을 어떻게 알아챈 건지, 약간 눈을 치며 뜨며 물었다.
"누구 만났었죠?"
"……."
"괜찮아요. 말해보세요. 화내지 않을게요."
나와 함께 집 안으로 들어선 부인이 내 몸을 와락 벽 쪽으로 몰아세우며 대답을 보챘다.
"정말로 별거 아닙니다."
나는 애써 침착하게 대답했다. 여기서 혜연이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면 십중팔구 화를 낼 게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자기 딸에 관한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더욱이 그 딸과 그렇고 그런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아무리 부인이 내게 푹 빠져있다고 하더라도 적잖은 충격을 받을 게 분명했다. 그러니 좀 더 부인이 내게 푹 빠지도록 만든 뒤에 말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혜연이 쪽도 마찬가지만 말이다.
'가장 좋은 건, 혜연이에게 먼저 밝힌 뒤에 자연스레 셋이서 관계를 가지는 거겠지.'
그렇게 되면 제아무리 부인이라고 해도 강하게 반대하지는 못 할 것이다.
"저 알고 있어요."
부인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뭐, 뭐를요, 부인?"
"집에 저 말고 다른 여자를 들인다는 걸요."
그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꿀꺽, 마른침을 삼키고 말았다. 그리고 이런 내 태도에 부인은 더더욱 확신을 가진 모양인지, 새치름하게 나를 올려다보며 대답을 보챘다.
동시에 부인의 풍만한 가슴이 자꾸만 내 가슴팍에 맞닿으며 내 욕망에 불을 지피고 있었다. 하지만 부인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나를 추궁하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있었다.
"뭔가 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애써 숨길 필요 없어요. 이해하니까요. 저는 늙었지만, 그쪽은 한참 젊잖아요."
"늙었다니요!"
그 말에 나는 발끈하며 소리쳤다. 부인이 늙다니? 누가 그런 망발을 한다는 말인가?
물론 마흔이라는 나이가 비록 적은 나이가 아니긴 했지만, 겉모습만 놓고 본다면 결코 부인은 마흔이라는 나이에 걸맞지 않도록 젊어보였다. 매끈한 피부하며 탄력이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가슴, 그리고 탱탱한 엉덩이는 삼십대 초입에 들어간 나를 자극하기에 전혀 모자람이 없었다.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부인. 결코 부인은 늙지 않았습니다."
이리 말한 나는 반대로 부인을 벽 쪽으로 몰아붙이며 입을 맞춰주었다. 그러자 부인은 그제야 안심이 되는 모양인지, 양 팔로 내 몸을 끌어안으며 입술을 벌렸다. 그 후, 몇 번이고 내 혀를 열렬히 맞이해준 그녀는 곧 입술을 맞추면서 생긴 타액을 꿀꺽 삼키며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저 불안해서……. 뺏기는 건 아닐까……. 걱정돼서 그랬어요."
그 속삭임에 왠지 모를 흥분감이 몰려왔다. 나는 가쁘게 숨을 들이켜며 입을 열었다.
"그런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부인. 제게는 오직 부인뿐이니까요."
나는 최대한 진심을 담아 말한 뒤에 부인의 입술에 재차 입을 맞춰주었다. 그러자 부인은 더없이 기뻐해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내 입술을 맞이해주었다.
"하으, 음. 응."
달콤한 신음성과 더불어 부인의 손이 내 바지춤을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이에 나 또한 재빠르게 손을 놀려 부인의 옷을 벗겨내었다.
"……하아, 읏. 넣어줘요."
불현듯 부인이 애달픈 목소리로 내게 애원하며 입술을 달싹 거렸다. 아직 옷을 다 벗지도 않았건만, 부인은 벌써부터 섹스를 원해하고 있었다. 어지간히도 급한 모양이었다.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부인의 치마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팬티를 끌어내렸다. 그러자 스륵 소리와 함께 단번에 미끄러져 내려오는 팬티다.
"어디에 넣어드릴까요?"
나는 이리 물음을 던지며 부인의 음부와 애널을 손끝으로 번갈아가며 어루만졌다. 이 행동에 부인은 새빨갛게 얼굴을 붉히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못 됐어요, 정말."
그 투정어린 말에 쿡쿡 웃음을 터트린 나는 손끝으로 살살 긁듯이 음부를 만져주었다. 그러자 하읏! 하고 자지러지는 듯한 교성을 터트리며 몸을 벌벌 떠는 부인이다. 동시에 내 몸을 감싸고 있는 부인의 양 팔에도 한층 더 힘이 실렸다.
"……어서요."
나를 재촉하는 부인의 말소리에 나는 한계까지 발기한 남근을 부인의 음부 쪽에 가져다대었다. 그러자 일순 부인의 입술 사이로 달뜬 숨소리가 터져 나오며 내 흥분감을 한층 더 높여주었다.
============================ 작품 후기 ============================
이 상황에서 혜연이가 과연 어떤 행동을 할까, 오늘 하루 종일 생각해봤습니다.
도망칠수도 있고, 울 수도 있고, 화를 낼 수도 있고... 하지만 주인공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다고 생각해봤을 때, 이쪽도 꽤 타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스토리 진행을 위해서 이쪽으로 진행시켰지만요.ㅎ
*보트 안 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