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 회: [데이트] -->
“이제……. 어디 가요?”
식사를 끝마친 후에 주차장으로 돌아와 차에 타자, 조수석에 앉은 혜연이가 나를 슬쩍 쳐다보며 물음을 던졌다. 어쩐지 그 목소리가 약간은 지친 것처럼 느껴졌다. 뭐, 지칠 만도 하다. 슬쩍 웃음을 터트린 나는 ‘어디 가고 싶은 데라도 있어?’라고 물었다.
“……집에 가고 싶어요.”
아니나 다를까,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칭얼대는 혜연이다.
“집 말고 다른데.”
“없어요.”
혜연이는 평소보다도 더 지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렇게 보면 확실히 나를 싫어한다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또 우습게도 내게 애무 받을 때는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고, 적극적이며……. 또 사랑스럽다.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그대로 차에 시동을 걸어 근처 모텔로 향했다.
“……여기…….”
모텔 주차장 안으로 들어서자, 혜연이가 살짝 겁에 질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내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 건지, 얼추 짐작이 가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집에 가고 싶어요.”
울먹이는 목소리로 애원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딘가 체념한 듯이 싶었다.
여기서 자신이 아무리 집에 가고 싶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걸 들어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는 듯이 싶었다. 실제로도 나는 혜연이가 아무리 울며불며 애원하더라도 돌려보내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집은 무슨.”
“…….”
라고 말하며 차를 세우자, 혜연이의 입술을 꾹 다물어진다.
“나랑 약속했잖아. 일주일에 한번은 해주기로.”
차의 시동을 완전히 끈 이후에 안전벨트를 푼 나는 그대로 혜연이 쪽으로 몸을 숙여, 그녀의 몸에 둘러져 있는 안전벨트도 풀어주었다.
“꼭 해야 해요?”
덜덜 떨리는 혜연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겁에 질릴 만도 하지. 그 날 이후로 처음 하는 섹스다. 생애 두 번째 섹스. 제법 거칠게 했던 첫 번째와는 다르게 부드럽게 해줄 생각이지만, 아무래도 트라우마 같은 것도 있고 하니 분명 두 번째도 첫 번째만큼이나 정신적으로 많이 괴로울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걸 이유로 하루 이틀, 계속 미룰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쪽은 이쪽 나름대로 빠르게 진도를 빼고 싶다. 내 품에 안긴 채로 앙앙대며 기쁨에 신음하는 혜연이의 모습을 보고 싶다.
“겁먹지 않아도 돼.”
남들보다도 유난히 감도가 좋은 몸을 가지고 있는 혜연이라면 분명히 두 번째부터 착실히 느낄 게 분명했다. 부드럽게 미소 지은 나는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한동안 주저주저해하던 혜연이도 차문을 열고 나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저기 역시…….”
그러나 여전히 망설이는 듯이 주저주저하는 태도를 보인다. 아무래도 여기선 다소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언제까지고 계속 다독여줄 수만은 없으니 말이다. 나는 꽤 강하게 혜연이의 손을 붙잡았다. 그러자 앗 하는 소리와 함께 놀란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그녀다.
“……저기!”
“가자.”
이리 말한 나는 혜연이를 데리고 성큼성큼 걸음을 내딛었다. 그리고 그녀는 이런 내 걸음걸이를 따라잡기 위해서 제법 허둥지둥 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어쩐지 그 모습이 꼭 잔뜩 겁에 질린 채로 낑낑 대는 강아지와도 같았다.
피식피식, 저도 모르게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꾹 참은 나는 무인 판매기에서 앞에 섰다. 그 후, 미리 준비해둔 만 원짜리 지폐를 넣어 대실 요금을 지불한 나는 그대로 혜연이와 함께 방 안으로 들어섰다.
“…….”
여전히 아무 말도 없다. 하지만 모텔엔 처음 방문해보는 모양인지, 제법 깔끔하게 꾸며져 있는 방 안의 풍경에 소리 없는 감탄을 띄워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확실히 사전에 조사해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걸음을 옮긴 나는 새하얀 시트가 깔려있는 침대 위에 혜연이를 앉혔다.
“…….”
잔뜩 긴장한 채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혜연이를 보니, 어쩐지 처녀를 상대하는 기분이 들었다. 뭐, 처녀나 다름 없을라나? 히죽히죽 웃은 나는 슬쩍 혜연이의 옆자리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그러자 어깨를 흠칫 떨며 살짝 옆으로 상체를 기울여 도망치는 혜연이다.
“씻을까?”
이리 말한 직후 나는 혜연이의 몸을 일으켜주며 말을 이었다.
“……먼저 씻어. 나는 여기서 기다릴 테니까.”
“아, 네…….”
이런 내 말에 그제야 대답하며 몸을 일으키는 혜연이다. 그리고는 허둥지둥 발걸음을 옮겨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 나와 이렇게 단 둘이 있는 게, 그녀에게 있어서 꽤나 고역인 모양이었다. 그래도 나름 친밀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집에서 할 걸 그랬나?’
잠시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도 역시 집보다는 모텔에서 두 번째 경험을 치루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더욱이 괜히 집에서 했다가 혜연이의 첫 번째 경험을 떠올리게 만들 수도 있으니 말이다.
‘꼭 좋은 경험을 시켜줘야지.’
이리 다짐하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 ∴
낯선 방 안, 낯선 욕실 안에서 혜연이는 도통 정신을 차리지 못 했다. 왜 자신이 여기에 있는 걸까? 덜덜 떨리는 몸을 간신히 추스른 혜연이는 거울에 비추어진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누가 봐도 겁에 질린 얼굴이었다. 길을 잃은 어린 아이마냥 울먹거리고 있었다. 엄마가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혜연이 그녀 자신이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조금은 그 남자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원망하기엔 너무 늦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야? 아직도 옷을 안 벗은 거야?”
그 때, 욕실 안으로 남자가 들어오더니 그대로 혜연이를 등 뒤에서 끌어안았다. 화악하고 뜨거운 체온이 전해져온다. 두근두근 떨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킨 혜연이는 그 품을 빠져나오려고 몸을 몇 번이고 흔들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강하게 그녀의 몸을 꽉 끌어안은 남자다.
“……같이 씻을까?”
분명 혜연이의 의사를 묻는 말이었지만, 남자는 그녀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은 채로 혜연이의 옷을 하나하나 능숙하게 벗겨내기 시작했다. 스륵스륵, 옷감이 피부를 스치며 하나 둘씩 떨어진다.
“제, 제가 벗을게요.”
다급히 혜연이가 이리 말해보지만, 남자는 옷을 벗기는 것에 아주 심취한 모양인지 싱글벙글 웃으며 그녀의 옷을 벗겨내었다. 혜연이가 버둥거리면 버둥거릴수록 옷을 벗기는 속도 또한 빨라졌다.
“읏…….”
문득 남자의 손길이 짓궂게 혜연이의 허벅지를 스치고 지나갔다. 때문에 놀란 그녀는 작게 신음하며 다리를 움츠렸다.
“오늘은 살색인가? 딱히 스타킹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혜연이, 네가 입고 있는 스타킹은 어딘가 모르게 특별하단 느낌이야.”
이리 말한 남자는 혜연이의 살색 스타팅을 벗겨내었다. 그러자 스륵 소리와 함께 피부를 쓸며 내려가는 스타킹이다. 남자는 신중한 얼굴로 무릎까지 내려온 스타킹과 혜연이의 허벅지를 번갈아보더니, 곧 짓궂은 목소리로 ‘그래도 역시 진짜 피부가 훨씬 낫네.’라고 말하며 그녀의 허벅지에 쪽 소리가 나게 입을 맞췄다.
“꺅!”
그 갑작스런 행동에 혜연이는 반사적으로 비명성을 내지르며 몸을 앞으로 숙였다. 꽤 놀란 모양인지, 눈가에는 약간의 눈물이 고여 있었다. 남자는 그런 혜연이를 보고는 ‘미안, 놀랐어?’라고 물으며 웃었다.
“다, 다시는 그러지 말아주세요.”
혜연은 눈가에 맺힌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며 부탁했다.
“생각해볼게.”
남자는 히죽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는 마저 혜연이의 스타킹을 벗겨낸 남자는 마지막으로 팬티까지 벗겨내었다.
“……매력적이네.”
“…….”
셔츠만 입고 있는 혜연이의 모습을 본 남자는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그 모습을 감상했다. 상당히 매력적이라는 말투였다. 하지만 혜연이는 지금 이 상황이 부끄러워서 그저 다리만 베베 꼬고 있었다. 악취미다. 그렇게 생각하며 혜연이는 울음을 삼켰다.
“자, 그럼 마저 벗겨줄까?”
이리 말한 남자는 그녀가 입고 있는 셔츠의 단추를 푼 뒤에 벗겨내었다. 그 후, 브래지어까지 벗겨내자 혜연이의 나신이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이전에도 몇 번, 남자에게 보인 나신이었으나 혜연이는 여전히 이 상황이 부끄럽기만 했다.
============================ 작품 후기 ============================
다음 챕터에서 혜연이의 두번째 경험이 시작되는군요.
음, 다음챕터로 넘어가는건 # 없이 진행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