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 회: [#6. 세 번째 촬영 후 술자리.] -->
[#6. 세 번째 촬영 후 술자리.]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왁자지껄한 술자리 속에서 서아 씨가 내 곁으로 다가와 물음을 던졌다.
“그냥……. 뭐, 영화 생각이요.”
이런 내 대답에 그녀는 잠시 눈동자를 도록도록 굴렸다. 동시에 그녀의 분홍빛 입술이 유난히도 반짝였다. 확실히 매력적인 입술이다. 꿀꺽, 마른침을 삼킨 나는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그나저나 오늘 연기, 괜찮았습니다. 아무래도 그게 도움이 된 모양입니다.”
“네? 저, 정말요?”
“정말이고말고요. 상당히……. 음, 마치 진짜로 느끼시는 것 같았으니까요.”
라는 내 말에 서아 씨는 고개를 숙이고 몸을 움츠렸다. 귀까지 붉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부끄러움을 타는 모양이었다. 뭔가 순진무구한 반응이다. 도저히 이런 영화를 찍는 여배우로는 보이지 않는다.
“가, 감사합니다.”
그녀는 우물쭈물하는 목소리로 감사의 말을 내뱉었다. 그 모습이 어쩐지 잔뜩 겁을 먹은 토끼와도 같아서 피식피식 웃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 웃음을 애써 참아내며 시선을 살짝 돌렸다.
“그런데 서아 씨는 어째서 이런 영화를 찍게 되신 건가요?”
“네?”
“그렇잖아요. 아직 서아 씨는……. 음, 혹시 어디 큰 빚이라도 진 건가요?”
술이 들어간 탓인지, 실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질문들이 입 밖으로 줄줄 새어나왔다. 생각해보면 방금 전에 했던 말도 좀 성희롱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탁자 위에 올려져있는 맥주잔을 들어 올리며 서아 씨를 쳐다보았다.
“아, 아니에요. 그런 건.”
어쩐지 그녀의 얼굴이 전보다 훨씬 더 붉어져 있었다.
“……예전부터 흥미가 있었어요. 이런 쪽으로요.”
그 조그마한 목소리에 나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맥주 한 모금 들이켰다.
“그래서 어떤가요? 별로 재미없죠?”
라는 내 짓궂은 물음에 서아 씨는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다가 이내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아뇨, 재밌어요. 굉장히요.”
그 대답이 어쩐지, 굉장히 순진무구하게 느껴졌다. 역시 이 여자는 이쪽에 어울리지 않는다.
‘역시 아깝네.’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맥주를 깨끗이 비웠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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