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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행]
안녕, 혜연아? 다정한 목소리가 혜연이를 반겼다. 그 인사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책상에 앉아있는 수연이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녀는 옅게 웃으며 손을 살살 흔들고 있었데, 그 모습이 어찌나도 사랑스럽던지 그녀와 같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순간적으로 마음이 동할 뻔했다.
“안녕?”
혜연은 애써 담담하게 웃어 보이며 인사말을 건넸다. 그러자 만개한 꽃마냥 활짝 웃으며 기뻐해하는 수연이다.
“예림이는?”
“부실에 잠깐 들렀다가 온대. 무슨 일이 있나봐.”
이리 대답한 혜연이는 자기 자리로 걸음을 옮긴 뒤에 의자에 가방을 걸었다. 그 후, 자리에 앉으려는데, 어느샌가 온 건지 수연이 방실방실 웃는 얼굴로 혜연이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럼 잠깐 여기에 앉아도 되겠지?”
그 능청스런 물음에 혜연이는 ‘안 될 건 없는데…….’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히히 웃으며 제 손으로 입을 가리는 수연이다. 유난히도, 사소한 일에 잘 웃는 수연이다. 혜연이는 어쩐지 이런 그녀가 부러워졌다.
“……어제 예림이가 말한 방송 봤어? 나 어제 처음 본 건데, 엄청 재밌더라.”
재잘재잘 떠는 수연이의 목소리가 혜연이의 귓가를 울렸다. 그 목소리가 꼭 카나리아를 닮았다. 혜연이는 말끔히 수연이를 쳐다보며 작게 대답했다.
“아, 미안……. 어제는 정신없어서 못 봤어.”
그 말을 들은 수연이는 손뼉을 짝 치며 입을 열었다.
“그럼 지금 볼래?”
“지금?”
“응, 잠깐만 기다려봐.”
라고 말한 수연이는 자기 자리로 쪼르르 달려가더니, 곧 가방 속에 있던 무언가를 꺼내 이리로 돌아왔다. 혜연이는 그게 뭔가 싶어서, 수연이의 손에 들려있는 걸 보니 PMP였다. 아무래도 저기에 넣어서 본 모양이었다.
“……같이 보자.”
아니나 다를까, 수연이는 혜연이의 옆자리에 앉아 PMP를 틀었다. 그리고는 곧 폴더를 열어 영상을 꺼낸 그녀는 이어폰을 꽂은 다음에 한쪽을 혜연이를 건네주었다. 학교에 와서 영상을 보게 될 줄이야. 혜연이는 뭔가 싱숭생숭한 기분이었다.
“교실에 이거 보다가 걸리면 선생님한테 뺏길 거야.”
“괜찮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는 걸.”
수연이는 아까보다 조금 더 또렷하고 큰 목소리로 덧붙여 말했다. 어쩐지 수연이가 예림이보다 행동력이 있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게 또 나쁜 느낌이 아니었다. 응, 얘는 나와 친해지고 싶은 거구나. 혜연이는 이리 생각하며 수연이가 건네준 이어폰을 받아 한쪽 귀에 끼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영상을 트는 수연이다.
“……처음에는 좀 어수선한데, 보다보면 정말 재밌어.”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며 이런저런 말을 하는 수연을 보고 있자니, 자기도 모르게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마는 혜연이다. 그러자 이런 혜연이의 모습에 용기를 얻은 모양인지, 더더욱 신이 나서 떠드는 수연이다.
카톡.
그 때였다.
혜연이의 치마 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스마트폰이 울렸다. 혜연이는 주절주절 떠는 수연이 몰래 스마트폰을 꺼낸 뒤에 카톡을 확인했다. 예림이가 보낸 걸까? 이런 생각에서 카톡을 확인해 보니…….
[학교 끝나면 104동 2004호로 와.]
……그 남자의 메시지가 와있었다.
[기다릴게.]
∴ ∵ ∴ ∵ ∴
딩동.
평상시와 전혀 다를 바가 없는 현관 차임벨 소리가 집 안을 가득 메웠다. 그래, 평상시와 전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차임벨 소리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지금 내게 있어서, 이 차임벨 소리는 폭풍우 속에서 치는 천둥소리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것도 아주 우렁찬 천둥소리 말이다.
“후우.”
지금 이 차임벨을 누르고 있는 사람은 평상시, 신문이나 종교 따위를 권유하러 온 사람이 아니었다. 오늘만큼은 절대로 자신할 수 있었다. 지금 이 차임벨을 누르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현역 여고생이었다. 혜연이의 길고 아름다운 검지가 우리 집 차임벨을 누르고 있는 것이다.
꿀꺽, 마른침을 삼킨 나는 재빨리 현관문을 열고 혜연이를 맞이해주었다.
“왔어? 자, 들어와.”
문 앞에 선 혜연이를 발견한 나는 짐짓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벙긋 지어보이며 반겨주었다. 그러자 움찔 몸을 떨며 집 안을 힐끔 들여다보는 혜연이다. 아무래도 막상 낯선 사람의 집 안에 들어가려고 하니, 선뜻 발이 떨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겁먹지 않아도 돼.”
옅게 웃어 보인 나는 혜연이의 손목을 잡아, 집 안으로 들였다. 그러자 자연스레 내 손에 딸려 들어오는 혜연이다. 어느 정도 저항은 있었지만, 순순히 들어오는 걸 보아하니 꽤 각오를 하고 온 모양이었다.
“누가……. 있는 건 아니죠?”
경계심 어린 목소리로 물음을 던지는 혜연이의 모습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지레 겁먹은 여고생의 모습은 언제 봐도 사랑스럽다. 역시 혜연이를 집으로 초대하길 잘했다. 더욱이 여기서라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혜연이와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다.
‘오늘 좀 여유롭게 진도를 나가봐야지.’
속으로 히죽히죽 웃은 나는 혜연이와 함께 거실로 나왔다. 그러자 쭈뼛쭈뼛 발걸음을 옮기며 집 안 이곳저곳을 살펴보는 혜연이다.
“걱정 마, 우리 말곤 아무도 없으니까.”
이런 내 말에 슬며시 고개를 이쪽으로 돌리는 혜연이다.
“정말이죠?”
“물론이고 말고.”
라며 재차 대답해주자,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뱉는 혜연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긴장을 푸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여전히 어느 정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은 채로 여차하며 도망치겠다는 듯이 두 주먹을 꽉 말아 쥐고 있었다.
“……자, 그럼 벗을래?”
“여, 여기서요?”
두 눈을 화등잔만하게 뜨고서 물음을 던지는 혜연이다.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
“…….”
이에 내가 물음을 던지자, 슬쩍 곁눈질로 거실 유리창을 쳐다보는 혜연이다. 아무래도 바깥이 훤히 보이는 유리창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확실히……. 누군가 맞은편에서 망원경 같은 걸로 여길 훔쳐보고 있다면 분명 혜연이의 나신을 볼 수 있을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럴 확률은 거의 없었다. 나 같은 한량이 아닌 이상, 그 누가 남의 가정집을 훔쳐보겠는가? 설혹 훔쳐본다고 하더라도 별 문제 없었다. 옅게 웃음을 터트린 나는 유리창 너머로 흘러들어오는 노을빛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걱정할 필요 없어. 아무도 안 볼 테니까.”
“가려주세요…….”
그러나 이런 내 생각과는 다르게, 혜연이는 여전히 부끄러운 모양인지 우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이에 나는 어깨를 한 차례 으쓱이고는 거실 유리창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후 커튼을 펼쳐 유리창을 완전히 가리자, 순식간에 어두컴컴해지는 거실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어두워진 것은 아니었지만……. 어쩐지 이 상황이 묘하게 다가왔다. 어두운 거실에서 여고생과 단 둘이 있다니…….
미약한 흥분감이 몰려왔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뒤돌아서며 입을 열었다.
“이제 됐지?”
라는 내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혜연이는 그제야 제 교복을 하나 둘씩 벗기 시작했다. 스륵스륵, 벗겨지는 교복이 너무나도 색스럽게 다가온다. 특히나 치마를 내린 뒤에 살색 스타킹을 벗는 모습은 더없이 자극적으로 다가왔다.
사르륵, 부드럽게 미끄러져 내려가는 스타킹이 내 성욕을 부추긴다.
‘꿈만 같군.’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어느덧 옷을 다 벗은 혜연이 쪽으로 다가섰다.
그러자 움찔 제 몸을 파르르 떨며 어깨를 움츠리는 혜연이다. 그 모습이 꼭 비에 젖은 강아지를 연상시켰다. 나는 서서히 손을 뻗어, 혜연이의 아담한 몸을 끌어안아 준 뒤에 살짝 혀를 내밀어 그녀의 목덜미를 핥았다.
“힉!”
동시에 자지러지는 목소리가 조금 새어나왔다. 어쩐지 이런 내 행위에 당혹스러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혜연이의 부드러운 목덜미로 혀로 핥고 또 핥았다.
‘꿀이라도 발라 놓은 것 같네.’
특히나 혀에 맞닿는 솜털의 감촉이 너무나도 기분 좋았다. 꿀꺽, 군침을 삼킨 나는 마치 맛있는 당과를 핥듯이 그녀의 목덜미를 핥았다. 최대한 혀에 모든 신경을 집중 시켜 여고생의 맛을 보려 노력했다.
“흐윽…….”
문득 혜연이의 우는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아무래도 너무 심취해서 핥아나 보다.
이러한 생각에서 나는 그녀의 머리카락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달콤한 향기를 양껏 들이켠 뒤에 입술을 떼어놓았다.
“자, 울지 말고. 이리와 봐.”
라고 말한 나는 혜연이를 몸을 잡아 끌어 소파에 앉혔다. 그러자 속옷 차림의 무기력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고생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좀 더 도발적인 표정을 지어보이는 것도 괜찮겠지만, 지금 이 표정도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특히나 어두운 조명 탓인지, 더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뭔가 모를 퇴폐적인 분위기다.
천천히 무릎을 꿇은 나는 혜연이의 종아리를 어루만졌다. 그러자 움찔 몸을 떨며 아랫입술을 꽉 깨무는 그녀다.
“뭘……. 하려고요?”
“딱히 뭘 할 생각은 없어. 그저 네 몸의 이곳저곳을 만져볼 뿐이야.”
이리 대답한 나는 그녀의 종아리를 지나, 복숭아 뼈를 어루만졌다. 그러자 다리를 파르르 떨며 살짝 비트는 혜연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내가 좀 더 아래로 손을 내려 하얗고 작은 발을 살살 주물러주자 흐읏, 하고 기분 좋은 신음성을 내었다.
이쪽이 기분 좋은 모양이었다. 보통은 복숭아 뼈에서 좀 더 위쪽을 어루만져주면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학생이다 보니 발바닥 쪽이 피로한 모양이었다. 피식, 웃음을 터트린 나는 발전체를 고루 어루만져주며 애무했다.
“저, 저어…….”
문득 혜연이의 입술 사이로 당혹스러워하는 말소리가 새어나왔다. 이에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얼굴을 살펴보니, 양 볼에 미약한 홍조가 어려 있었다.
“……저, 정말로 그냥 만지기만 할 뿐이에요? 제가 볼 때, 그거…….”
“마사지에 가깝지?”
내 말에 혜연이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 아주 틀린 말도 아니었다.
옅게 웃은 나는 슬쩍 몸을 일으킨 뒤에 입을 열었다.
“……그냥 내 취미야.”
이 말과 함께 나는 혜연이의 옆자리에 앉았다.
============================ 작품 후기 ============================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자, 이제부터 혜연이를 꼬셔봅시다.
*[접촉] 파트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 누락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편씩 밀려나게 되어버렸습니다. 혹시라도 보지 못 하신분은 12편은 다시 봐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정신없이 올려서 이런 실수를 해버리게 됐습니다.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2015년 4월 13일 기준입니다. 그 이전에 보신 분들만 확인해 주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