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 회: [접촉] -->
내 말을 들은 혜연이는 한동안 눈동자를 이리저리 배회시켰다. 고민하는 기색이 가득 해 보였다.
“……싫어?”
나는 재차 혜연이에게 물음을 던졌다. 그러자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리는 혜연이다.
“그래, 지금 당장 대답하긴 어렵겠지. 이해해. 나라도 그랬을 테니까.”
“…….”
“그러니까 이러는 건 어떨까? 일단 경험을 해보는 거야.”
“겨, 경험이요?”
당혹스러워 하는 목소리로 물음을 던지는 혜연이의 태도에 나는 짐짓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설명해주었다.
“그래, 일종의 샘플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돼. 방금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널 상냥하게 대해줄 생각이야. 저번하곤 다르게.”
“…….”
“하지만 너는 그 차이를 모를 거야. 상냥하게 대해지는 거랑 거칠게 대해지는 거랑 말이야. 그렇지?”
차분히 숨을 고른 나는 그녀가 민망해하지 않도록 카메라를 옆으로 치워주었다. 물론 영상을 끄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니까 경험을 해보자는 거야. 혹시 알아? 생각보다 괜찮을지?”
“자, 잘 모르겠어요.”
드디어 혜연이의 입술 사이로 대답이 흘러나왔다. 아마도 저게 본심일 것이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 만약에 내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음, 그래. 네가 나한테 돈을 주는 거야. 한 2천만 원 정도?”
“……!!”
돌연 혜연이의 눈동자가 더없이 커졌다.
“……제, 제가 그런 큰돈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잖아요!”
“맞아, 그러니까 서로 좋은 쪽으로 가자는 거야.”
사실 따지고 보면 혜연이에게 선택권은 그리 없었다. 고작 해봐야 두 가지 정도? 내 제안을 거절한 다음에 경찰에 신고하거나, 내 제안을 받아드려 1년 동안 내 전용 섹스 노예가 되거나 말이다.
“……어떻게 할래?”
물음과 동시에 나는 시간을 확인해보았다.
18시 27분……. 슬슬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지, 지금 당장 대답해야 되나요?
“왜? 아직도 결정을 못 내리겠어? 그럼 내가 말한 대로 한번 경험해보라니까? 분명 기분 좋을 거야.”
이 말에 혜연이는 양 볼을 붉히며 도리개질 쳤다. 의외로 벽이 두껍다. 이쯤에서 한번쯤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큼, 목청을 가다듬은 나는 혜연이를 쏘아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이쯤에서 그만 둘까? 그냥 나는 몇 년 징역 살고 말지. 아, 그러고 보니 너희 엄마 번호가 010-****-**** 맞지?”
“어, 어떻게 그걸……!”
일순 혜연이의 얼굴에 경악이 스친다. 설마하니 내가 자기 엄마의 휴대폰 번호까지 알고 있을 줄은 생각지 못 했다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사실 알기는 쉬운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하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는 부인의 차를 찾아서 앞 유리에 버젓이 붙어있는 비상연락 스티커를 찾아내면 그만이었으니 말이다.
“딸아이의 처녀 상실 영상을 보내주면 과연 무슨 반응을 보일까? 꽤 재밌을 거 같은데 말이야. 혹시 알아? 딸아이를 위해서 2천만 원을 마련해 올지? 이야, 이거 볼만 하겠는 걸?”
내가 말을 이어나갈 때마다 혜연이의 얼굴에는 핏기가 가셨다. 정말, 끔찍이도 제 엄마를 여기는 딸이다. 하긴, 그러니까 이혼한 아버지를 안 따라가고 어머니 쪽을 따라간 것이겠지만 말이다.
‘아니, 어쩌면 버림받은 걸 수도?’
뭐, 어찌되었든 간에 이러한 점들이 나를 점차 유리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아, 안돼요. 그건……!”
“그렇지? 그러니까 내 말대로 하자니까?”
그렇게 말한 나는 혜연이에게 인상 좋은 미소를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아니면 한번 경험해 본 다음에 대답을 하던가.”
“제, 제가 똑바로 대답하면……. 엄마한테 말 안 하는 거죠?”
혜연이는 옅은 다홍색의 입술을 벌려 물음을 던졌다. 그 입술을 가만 보고 있자니, 절로 마음이 동해지며 지금 당장에 그녀의 입술을 더럽히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인다.
지금 당장 혜연이의 저 작은 입 안 가득 나의 성기를 밀어 넣어, 몇 번이고 범하며 질퍽한 정액으로 더럽혀버리고 싶다. 하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그녀를 상냥하게 대해주기로 마음을 먹은 상태였다. 거칠게 대하는 건, 충분히 혜연이의 마음을 얻어낸 뒤에 해도 늦지 않는다.
“물론이지. 혜연이가 오빠 말만 잘 들으면 아무도 모를 거야.”
나는 최대한 담담한 어조로 대답해주었다. 그러자 일순, 혜연이의 얼굴이 안도의 기색이 서러졌다.
“알았어요. 그렇게 할 게요.”
각오를 다진 듯이, 똑바로 나를 쳐다보며 대답하는 혜연이다. 그 태도가 어찌나 결연해 보이던지,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엉엉 울면서 몸부림치던 그 아이가 정말로 맞는지 의심될 지경이었다.
하지만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여학생은 의심할 여지없이 일주일 전에 내게 처녀를 잃은 소녀가 맞았다.
“좋아, 그럼 옷을 벗어볼래?”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힌 나는 혜연이를 바라보며 최대한 다정한 어조로 말했다.
“여, 여기서요?”
“왜? 새삼 부끄러워진 거야? 어차피 볼 거, 못 볼 거 다 본 사이인데 이제 와서 새삼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잖아?”
이러한 내 말에 한동안 어쩔 줄 몰라해하던 혜연이는 이내 작은 한숨과 함께 옷을 하나 둘씩 벗기 시작했다. 사락사락 하고 피부를 쓸며 벗겨지는 교복 소리가 참으로 매력적이다. 특히나 다리 선을 따라 내려가는 커피색 스타킹이 그 중에서도 단연 발군이라고 할 수 있었다.
“……속옷은?”
“버, 벗어야 해요?”
“흠……. 그래, 벗지 마.”
라고 말한 나는 속옷 차림의 혜연이를 카메라로 촬영했다.
“…….”
부끄럽겠지. 카메라의 렌즈가 향하고 있는 방향에 따라, 혜연이의 몸이 조금씩 떨려오는 것이 확연하게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당장에라도 자빠트려 범하고 싶단 욕망이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하지만 앞으로 더 큰 것을 얻기 위해선 참아야 된다.
“오늘은 삽입을 하지 않을 거야.”
“…….”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나는 딱히 상관없다는 듯이 계속해서 말했다.
“카메라로 혜연이의 몸, 이곳저곳 찍을 생각이야. 저번에는 꽤 급하게 찍었으니까.”
이리 말한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혜연이 쪽으로 성큼 다가섰다.
“……아직 고등학교 2학년인데, 발육이 정말……. 다 큰 어른이라고 해도 믿겠는 걸?”
“…….”
이런 내 칭찬에 혜연이는 아랫입술을 잘근 씹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다지 기뻐해하는 것 같지 않다. 뭐, 당연한 거겠지? 쓰게 혀를 찬 나는 혜연의 아름다운 나신을 카메라로 계속 촬영하며 입을 열었다.
“학교에서 인기 많지 않아? 화이트데이니, 빼빼로데이만 되면 선물을 잔뜩 받는 거 아냐?”
그렇게 말하며 나는 혜연이의 등 뒤로 이동해 차분히 훑어보았다.
교복을 벗은 그 신체는 아직 앳된 소녀가 아닌 어엿한 여성으로서 완연한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특히나 겨드랑이를 시작으로 골반에까지 이어지는 선은 동양인이 아닌 서양인이나 보여줄 법한 특유의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아마도 이것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건, 역시 E컵의 가슴이라고 할 수 있었다. E컵의 가슴 덕택에 허리가 유난히도 얇아 보인다.
물론 혜연이의 매력은 단순히 가슴에서 그치지 않았다.
목등에 남아있는 솜털이라던가, 잡티 하나 없는 흰 옥과 같은 피부가 내 시선을 강하게 끌고 있었다. 더욱이 어깨까지 내려오는 단발머리가 그녀의 앳된 외모를 더욱 부각시켜주고 있었다.
‘눈이 호강하네.’
시선을 좀 더 아래로 내려보니, 보기에 딱 좋은 아담한 엉덩이가 내 눈에 들어왔다. 가슴만큼 풍만하진 않지만, 그래도 동양인치곤 상당히 큰 엉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엉덩이가 참 예쁘네. 손바닥으로 툭 치면 분명 파르르 물결치겠지?’
그 모습을 떠올린 나는 꿀꺽, 군침을 삼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천천히 등 뒤에서 정면으로 향했다.
“어, 언제까지 찍는 건가요?”
“왜? 창피해?”
내 물음에 양 볼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고개를 끄덕이는 혜연이다.
“……그렇게 오랫동안 찍지는 않을 거야.”
이 말과 함께 나는 혜연이의 가슴 쪽으로 카메라를 들었다. 그러자 반사적으로 양 손을 모아 가슴을 가리는 혜연이다. 이에 당장에라도 그녀의 팔을 잡아떼어, 저 풍만한 가슴을 맘껏 찍고 싶단 충동이 일어났지만 나는 그것을 애써 가라앉혔다.
‘일을 그르칠 순 없지.’
그리고 또 어떻게 생각해보면, 이런 장면도 꽤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필사적으로 자신의 가슴을 양 손으로 가리는 여고생이라니……! 의외로 좋은 장면을 카메라에 담은 걸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