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회: [접촉] -->
[13층.]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13층을 누르는 혜연이다. 어떻게 할까? 다른 층을 누를까? 아니면 가만히 있을까? 잠시 고민하던 나는 이내 누르지 않기로 했다. 그 편이 훨씬 더 재밌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
이렇듯 내가 가만히 있자, 혜연이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한다.
‘아, 안 돼. 웃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아.’
가까스로 웃음을 참아낸 나는 모자를 깊이 눌러쓴 뒤에 혜연이의 시선을 피하고자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문이 닫힙니다.]
동시에 문이 닫히는 엘리베이터다.
[올라갑니다.]
그 후 여성의 목소리가 좁디좁은 엘리베이터 안에 울려 펴졌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여고생과 단둘이라…….’
불현듯 이곳이 좁디좁은 엘리베이터 안이라는 것을 의식하고 나니, 혜연이를 이 자리에서 당장 강제로 범하고 싶단 충동이 일어났다.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여고생과의 질펀한 섹스라니! 언제, 누가 들어올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말이다.
꿀꺽, 마른침을 삼킨 나는 힐끔 혜연이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옆으로 돌리는 혜연이다. 설마 알아챈 건가? 아니,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냥 단순히 경계하는 것 같았다. 뭐-. 그런 일도 겪었는데, 낯선 남성을 경계하지 않는다면 그건 또 말이 안 되었다.
띵.
[13층입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에 엘리베이터는 어느덧 13층에 도착했다. 그리고 문이 열리는 동시에 뛰쳐나가는 혜연이다. 이에 나는 느긋하게 그녀를 따라 나온 다음에 입을 열었다. 감격스런 재회의 순간이다.
“안녕, 혜연아?”
“……!!”
내 말소리가 나오기 무섭게 몸을 흠칫 굳히는 혜연이다. 이빨을 딱딱 부닥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아, 최고다. 겁먹은 여고생이라니……. 이 얼마나 가련하다는 말인가? 히죽, 질 나쁘게 웃어 보인 나는 모자를 벗었다.
그러자 내 쪽으로 향하던 혜연이의 고개가 뚝, 하고 멈춘다. 동시에 덜덜 떠는 검은색 눈동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딱 저런 눈동자였지. 나한테 처녀를 잃었을 때……. 새삼 그 때의 감동이 몰려온다.
“오랜만이지?”
“소, 소…….”
“소?”
“으흑! 윽!”
돌연 자기 혼자서 땅바닥에 넘어지는 혜연이다. 그 어처구니없는 모습에 혀를 쯧쯧, 찬 나는 쭈그려 앉아 혜연이를 살펴보았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새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고서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고 있었다. 누가 보면 내가 혜연이를 죽이려는 줄 알 것이다.
그래도 용케 비명 한번 지르지 않는 걸 보니, 대견하단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소리를 질렀으면 꽤나 골치 아파졌을 테니 말이다.
“자자, 울지 말고 나를 봐봐. 혹시 내가 너무 반가워서 우는 거야? 아니면 임신이라도 했니? 오빠가 책임져줄까?”
라는 내 말에 연신 꺽꺽 거리며, 간질 환자라도 되는 것 마냥 경기를 일으키는 혜연이다. 내가 그렇게나 싫은 건가? 약간은 상처로 다가온다. 하지만 뭐-. 섹스 몇 번 하고 나면 분명 나를 좋아하게 될 거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또 이렇게 찾아온 게 아니던가?
입가를 이죽인 나는 가방 속에서 카메라를 꺼내 혜연이에게 보여주었다.
“……보여, 혜연아? 그 때, 찍은 카메라도 그대로 가져왔어.”
“으윽, 윽! 시, 싫어……!”
“어이, 일단 진정해봐. 오늘은 제안을 하려고 온 거니까.”
“싫어! 싫어!”
이러한 내 말에도 불구하고 혜연이는 연거푸 팔을 이리저리 휘둘렀다. 제법 저항이 거세다. 게다가 이대로 계속 소란을 피웠다간 분명 어디선가 신고가 들어올지도 모를 일이었다. 쯧, 혀를 찬 나는 칼을 꺼낸 뒤에 혜연이의 팔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 후, 칼을 목덜미에 데자 그제야 행동을 멈추는 혜연이다.
역시, 사람이란 짐승은 이래야지 말을 듣는다.
“그냥 입 닥치고 오빠 이야기 좀 들어봐.”
“끅, 끅…….”
“그래, 얌전히만 있으면 아무도 안 다쳐. 그치? 우리 서로 다치는 건 싫잖아.”
“흐으…….”
“좋아, 그럼 이야기를 나눠볼까? 아니, 그 전에 집 안에 들어가서 이야기 할까? 여기서 이야기를 나누기엔 좀 그렇잖아. 안 그래?”
“시, 싫어……. 싫어요.”
이런 내 말에 애써 목소리를 내어 거절하는 혜연이다. 음, 어느 정도 예상한 저항이었지만 막상 당하고 나니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살포시 눈살을 찌푸린 나는 뭔가 협박할만한 건덕지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이내 혜연이와 함께 사이좋게 하교하던 두 여학생을 떠올렸다.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아…….”
“네 친구들한테 가볼까? 되게 예쁘장하던데, 분명……. 음, 재밌을 거야.”
라며 내가 몸을 일으키자, 덜컥 내 바지자락을 부여잡는 혜연이다.
“어, 으……. 아…….”
“뭐?”
“그, 그…….”
“그, 뭐? 언제까지 그렇게 말을 더듬을 건데? 똑바로 말을 해봐.”
이리 말한 직후, 나는 혜연이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 혜연이는 똑똑한 아이잖아. 그렇지? 자, 또박또박 말해봐.”
“…….”
이런 내 속삭임에 목젖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혜연이다. 그리고 한동안 고민하던 그녀는 이내 처연하게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했다.
“……예, 예림이랑 수연이는 건들지 말아주세요.”
이거 참 눈물겨운 우정이다. 속으로 킬킬 웃음을 터트린 나는 혜연이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며 대꾸해주었다.
“그래, 혜연아. 네가 오빠 말만 잘 들으면 예림이랑 수연이가 피해보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야.”
“…….”
“좋아, 그럼 문을 열어줄래? 여긴 너무 춥잖아.”
라며 혜연이의 몸을 일으켜주자, 다리를 벌벌 떨면서도 애써 걸음을 옮겨 현관 앞까지 걸어가서는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꾹꾹 누르는 혜연이다. 삑삑삑, 하고 눌리는 비밀번호 소리가 마치 혜연이의 마음을 여는 소리처럼 느껴진다.
그래, 나는 지금 현역 여고생의 마음을 따고 있는 것이다.
삐빅.
비밀번호 일곱 자리를 다 누르고 나자, [열렸습니다.]라는 도어락의 소리가 들려왔다.
“자, 들어가자.”
나는 비밀번호가 풀린 현관문을 일부러 크게 열어젖히며 혜연이를 먼저 안으로 들여보냈다. 그리고 그 뒤를 곧장 따라 들어간 나는 [닫혔습니다.]라는 도어락의 소리를 확인한 후에 입가를 이죽이었다.
“……설마 손님을 여기에 세워두려는 건 아니겠지? 자, 이러지 말고 네 방으로 가자. 전에 보니까 참 아득하던데 말이야.”
라고 말한 나는 혜연이와 함께 곧장 그녀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일주일 전에 보았을 때랑 그리 다를 게 없는 방 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슬쩍 방 안을 대충 훑어본 나는 여전히 벌벌 떨고 있는 혜연이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저번에는 오빠가 좀 거칠었지?”
“…….”
“그래서 이번에는 좀 상냥하게 대해줄 셈이야.”
“…….”
“왜 대답이 없어? 혹시 싫은 거야? 전처럼 거칠게 대해지는 게 좋아? 그럼 또 해줄까?”
라며 성큼 혜연이 쪽으로 다가서자, 까악! 하는 비명성과 함께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는 혜연이다. 어지간히도 내가 무서운 모양이다. 이런 이런, 상냥하게 해주기로 했는데……. 이래서는 이전과 다름이 없다.
“……자, 혜연아. 오빠 말 잘 들어봐.”
이리 말한 뒤에 나는 혜연이를 지나쳐 침대 위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그 후, 카메라를 켠 나는 일주일 전에 찍은 영상을 혜연이에게 보여주었다.
[역시 좁네. 처녀라는 건가? 최고야.]
[으끅! 끅!]
때마침 영상은 내가 혜연이의 처녀를 범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영상을 조금 빠르게 돌리자, 내 남근에 비벼지고 있는 선홍빛 음부와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혜연이의 모습이 나왔다. 어찌나 노골적이었던지, 이미 수차례 돌려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내 남근이 재차 껄떡이며 발기하고 있었다.
“우흑…….”
반면에 혜연이는 이 영상을 보곤 필사적으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어찌 보면 이 영상 속의 내용을 부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몇 번을 부정해도 똑같았다. 이 영상에 찍힌 건, 이 혜연. 바로 그녀였다.
현역 여고생의 처녀 상실 영상인 것이다.
“어때, 잘 찍혔지?”
“시, 싫어…….”
“내가 찍었지만 정말로 잘 찍혔단 말이야. 아마도 이걸 경매에 내놓으면 분명 수천만 원은 족히 받을 수 있을 거야.”
“흐윽, 흑…….”
“하지만 나는 너하고 약속했단 말이지. 넌 신고를 안 하고, 나는 유포를 안 하고. 맞지?”
“…….”
이런 내 말에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혜연이다. 좋아, 그래도 내 말은 계속 듣고 있던 모양이었다. 히죽, 기분 좋게 웃은 나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수지타산이 안 맞는단 말이야. 그렇지 않아? 수천만 원은 족히 받을 수 있는 영상을 유포하지 말라니……? 너도 아깝단 생각이 들지 않아? 차라리 그냥 4년 9개월 징역살고 나오고 말지. 안 그래?”
“그, 그런…….”
“그래서 너한테 제안을 하려고.”
라고 말한 나는 혜연이의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여기서 잘 말해야 한다. 일종의 갈림길인 것이다. 앞으로 계속 혜연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지, 아니면 일주일 전처럼 계속 강제로 범할지 말이다.
아무래도 나도 사람이다 보니, 웬만하면 좋게 좋게 하고 싶다. 그 편이 좀 더 위험부담도 없고 말이다.
“……딱 1년. 그 기간 동안 혜연이가 오빠 말을 잘 들으면 영상의 삭제는 물론이고, 다시는 네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