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유 모녀-7화 (7/54)

<-- 7 회: [#2. 영화 촬영 첫 날이 끝난 후] -->

[#2. 영화 촬영 첫 날이 끝난 후]

“수고하셨습니다!”

꽤 빨리 끝난 덕분일까? 다들 목소리가 밝다. 솔직히 영화를 찍는 내내 불안 불안했는데, 이 정도로 잘 끝날 줄은 몰랐다. 그리고 서아라고 했던가? 생각보다 연기를 잘 해서 깜짝 놀랐다. 특히 겁탈 당할 때, 그 연기가……. 뭐랄까? 진짜 같아서 도리어 이쪽이 소름 돋고 말았다.

이게 바로 그건가? 연기 신동?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이런 내 시선을 느낀 모양인지,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서아다. 뭐랄까, 굉장히 예의바른 여성이다.

그러고 보니 지각했을 때도 매니저보다 자기가 먼저 봉고차에서 나와서 사과했지? 그런 점을 들어보았을 때, 성격도 제법 반듯할 게 분명했다. 음, 내가 볼 때, 저 여성은 반드시 이 업계에서 크게 성공할 거다.

연기도 잘 하는데, 예의까지 바르니……. 물론 외모가 약간 아쉽기는 하지만 그 정도야 뭐, 가슴으로 충분히 커버가 되니 어떻게든 될 거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려 E컵이다. E컵. 연기도 잘하는데 가슴까지 크면 이미 게임 끝난 거나 마찬가지다.

“형, 오늘 굉장하시던데요?”

“응?”

“뭐랄까……. 진짜 강간범 같았어요.”

“미친.”

철없는 매니저의 감탄에 절로 욕설이 터져 나왔다. 이 녀석, 사람한테 할 소리가 있고 못 할 소리가 있지. 어떻게 강간범이라고 한다는 말인가?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가만히 생각해보면 확실히 칭찬 같기도 했다. 확실히 오늘 내가 연기한 건, 누가 봐도 강간범이었으니 말이다.

“형?”

“아, 됐다.”

뭐, 어차피 다음 촬영부터는 강간범을 안 해도 된다. 아니, 정확히는 영화 속 주인공의 생각이 바뀐다고 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뭐, 그래도 강간범은 강간범인가? 이거 좀 헷갈린다. 나는 이전에 한번 읽은 대본을 떠올리며 뒤통수를 긁적였다.

“다들 회식이나 하지!”

그 때, 감독님이 이리 소리쳤다. 오늘 촬영이 무사히 끝난 덕분인지, 감독님의 목소리가 한결 풀려져 있었다. 하긴 나라도 기분 좋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여배우가 보인 연기는 그 정도로 꽤 걸출했으니 말이다.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은 신인치곤 상당했다. 나도 만족, 감독님도 만족. 모두가 만족이다.

아무튼 감독님의 회식 명령에 다들 하나같이 부산하게 움직이며 회식을 할 준비를 했다. 솔직히 회식 자리에서 슬쩍 빠지고 싶었지만, 영화의 주인공인 내가 회식 자리에서 빠진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조연정도라면 모를까? 문득 여주인공의 친구 역할을 한 조연들이 부러워졌다. 슬쩍 고개를 돌려 살펴보니, 어느샌가 그 사라져있었다.

역시 이런 일엔 발이 한번 참 빠르다. 쯧쯧, 혀를 찬 나는 스태프들과 함께 이동하며 저녁 회식 자리에 참석했다.

============================ 작품 후기 ============================

여기까지 한 챕터군요. 다음 챕터는 밤에 올리겠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