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 회: [발단] -->
처녀혈과 땀, 그리고 조금 흘러내린 정액을 티슈로 닦아내고 나니, 시간이 어느덧 1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무래도 조금 서두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나는 기진맥진한 혜연이의 몸을 일으켜주며 입을 열었다.
“이거 보여?”
라고 말하며 카메라를 눈앞에서 흔들어보이자, 혜연이의 검은색 눈동자에 카메라가 비추어졌다. 확실하게 보고 있다. 그걸 확인한 나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그려 보이며 말을 이었다.
“……여기에 뭐가 찍힌 건지 알지?”
이런 내 말에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서 나를 쳐다보는 혜연이다.
“그래, 그럼 내가 지금부터 뭘 말하려고 하는 건지도 잘 알거야.”
라고 말하며 입가를 이죽인 나는 카메라를 가방 안에 밀어 넣었다.
“……혹시라도 네가 날 신고한다고 해도 나는 그냥 감방에서 몇 년 살고 나오면 될뿐이야. 아, 그거 알아? 요즘에는 워낙에 처벌이 약해져서 4년 9개월 밖에 안 산다고 하더라고.”
“…….”
“막말로 나는 그거 몇 년 살고 나와서 널 다시 강간하면 될뿐이야. 그럼 지금처럼 또 카메라에 찍혀서 인터넷 상에 퍼지게 되겠지. 아마도 넌 고개도 못 들고 살 걸? 하다못해, 내가 지금 당장 동영상을 올리기만 해도 넌 평생 고개도 못 들고 살 거야. 그렇지?”
거듭되는 내 말에 혜연이의 얼굴이 새파랗게 죽어갔다.
“……간단히 말해서 서로 좋게 좋게 가자는 거야. 구태여 서로 피 볼 필요가 없잖아. 안 그래? 게다가 네 엄마는 홀로 널 키우는데, 괜히 민폐를 끼칠 필요는 없잖아? 그렇지? 혜연이는 효녀니까 오빠가 하는 말이 뭔지 알 거야.”
이리 말한 뒤에 혜연이의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어주자, 눈물을 주룩주룩 흘려대는 혜연이다.
“지금처럼 얌전히만 있으면 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야. 그럼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끅, 끅…….”
꺽꺽 대며 울음을 터트리는 혜연이를 한 동안 쳐다보던 나는 이내 손을 내려놓았다. 그 후, 양 손을 결박하고 있던 줄을 풀어주자 힘없이 팔을 들어 올려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혜연이다. 상태를 보아하니, 한동안 꺽꺽대며 울어댈 것 같았다.
그래도 딱히 날 상대로 신고할 것 같지는 않아보였다.
‘착한 아이라고 들었으니까.’
실제로 한 달간 혜연이를 관찰하는 동안, 단 한 번도 화를 내거나 욕을 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밤늦게까지 일하는 어머니를 위해서 직접 장을 보기까지 했다. 그런 점을 들어보았을 때, 제법 반듯한 성격의 여학생이 아닐 수 없었다.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효녀라고나 할까.
‘조금 불쌍하니까, 울음이 그칠 때가지 달래줘 볼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다소 부족했다. 괜히 여기서 어물거리다가 혜연이의 엄마라도 만난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이러한 생각에서 몸을 일으킨 나는 가져온 장비를 챙겼다.
그 후, 여전히 울고 있는 혜연이를 뒤로 한 채로 집을 빠져나왔다.
∴ ∵ ∴ ∵ ∴
혜연은 자신의 얼굴을 감싸고 있던 두 손을 천천히 내렸다. 그러자 눈물로 흠뻑 젖어있는 손바닥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손바닥이 흥건하게 젖어있었다. 손바닥뿐만이 아니었다. 뺨도, 침대 시트도 온통 눈물로 얼룩져있었다.
차라리 이게 끔찍한 악몽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지만, 자신의 입에 물려있는 수건과 아래쪽에서 느껴지는 비릿한 통증이 방금 전에 있었던 현실을 처절하다 싶을 정도로 가르쳐주고 있었다.
방금 전에 자신이 그 남자에게 당한 일을 말이다.
혜연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신고해야 해.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 남자의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거 보여?”
카메라. 영상.
“……간단히 말해서 서로 좋게 좋게 가자는 거야. 구태여 서로 피 볼 필요가 없잖아. 안 그래? 게다가 네 엄마는 홀로 널 키우는데, 괜히 민폐를 끼칠 필요는 없잖아? 그렇지? 혜연이는 효녀니까 오빠가 하는 말이 뭔지 알 거야.”
그 남자는 자신이 당하는 장면을 모두 찍었다. 만약에 여기서 경찰에 신고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걸까? 그 사람 말대로 찍힌 영상이 인터넷 상에 퍼지게 되는 걸까? 그럼 다른 얘들도 다 보게 되는 걸까? 일순 두려움이 몰려왔다. 자신이 강간당하고 있는 장면을 모두가 볼 거라고 생각하니,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너무나도 끔찍해서, 헛구역이 나올 것만 같았다.
반사적으로 스마트폰을 내던진 혜연이는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그 후, 화장실까지 힘겹게 걸음을 옮긴 그녀는 그 남자의 손길이 닿았던 옷을 전부 벗어던진 뒤에 마지막으로 자신의 입을 가로막고 있는 수건을 풀었다.
그렇게 다 벗고 나자, 혜연이는 그제야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었다.
“흐윽.”
동시에 서러움이 몰려왔다. 왜 자신이 이런 취급을 받아야 되는 것일까? 폐부를 쥐어짜는 듯한 고통에 양 손으로 먹먹한 가슴을 움켜쥔 혜연이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후, 속이 시원해질 때까지 오열한 그녀는 힘겹게 손을 들어, 샤워기를 틀었다.
그러자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다. 그 물이 너무나도 차게 느껴졌지만, 도리어 지금은 그게 너무나도 반가웠다.
“흐윽, 윽……. 윽.”
그렇게 몇 분이고 계속, 물줄기를 내리받고 나자 그제야 조금 마음이 진정되었다. 혜연이는 울음을 그친 뒤에 고개를 들어, 샤워기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물로 눈물을 전부 다 닦아내었다. 그리고 그가 어루만지던 곳도, 손으로 몇 번이고 문지르며 지웠다.
하지만 도통 지워지지 않는다. 지우려고 할수록, 뱀의 비늘처럼 엉겨붙어온다.
“싫어…….”
또다시 울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다. 마치 온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다.
그리고 막 울음이 터져 나오려고 할 때, 띠리릭 하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렸다. 동시에 아주 잠시 진정되었던 심장이 다시금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혹시 그가 또 찾아온 건 아닐까? 오들오들 떨며 몸을 잔뜩 움츠리는데, 굳게 닫힌 화장실 문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샤워하니, 혜연아?”
엄마다. 혜연이는 반가움에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말았다. 그리고 가슴 속 깊이 안도한 그녀는 애써 목청을 가다듬은 뒤에 대답했다.
“네. 금방 나갈게요!”
애써 밝게 소리쳐 대답한 그녀는 서둘러 샤워를 끝마친 뒤에 화장실을 나왔다. 그 후, 엄마에게 들키지 않도록 교복과 수건을 한데 뭉친 뒤에 세탁기 안으로 밀어 넣었다. 걱정 끼치고 싶지 않다.
어차피 끝난 일이다. 여기서 자신이 입만 다물고 있으면……. 그 사람 말대로 조용히만 있으면 아무 일도 없을 거다.
비록 내 앞의 모든 것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적어도 눈앞에 있는 작은 행복만큼은 지켜내고 싶었다. 자기 때문에 가슴 아파해하는 엄마의 모습은 보기 싫었다.
“오늘 저녁은 뭐 해줄까?”
“아, 아무 거나요.”
“얘는 또 제일 어려운 걸 시키네.”
언제나 그랬듯이 웃는 얼굴로 혜연이를 꾸중한 엄마는 가볍게 콧노래를 부르며 저녁 식사를 준비를 했다. 그리고는 그런 자신의 엄마를 보며 조용히 의자에 앉는 혜연이다.
엄마, 나 이거면 되는 거죠? 이러면 되는 거죠? 우리 괜찮은 거죠?
혜연이는 속으로 이리 되뇌며 엄마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만 봤다.
∴ ∵ ∴ ∵ ∴
성공했다. 난생처음으로 저질러본 범죄였지만, 처음답지 않게 훌륭하게 해낸 나였다. 나 스스로가 자랑스러워졌다. 설마하니, 내가 이 정도로 능숙하게 해낼 줄이야. 속으로 몇 번이고 감탄한 나는 카메라를 꺼내 저장된 영상을 확인했다.
그러자 선명하게 찍혀있는 영상이 곧바로 눈에 들어왔다. 처녀를 잃기 전의 모습, 그리고 처녀를 잃기 바로 직전의 모습. 마지막으로 처녀를 잃고 흐느끼는 혜연이의 모습까지……. 너무나도 완벽해서, 나도 모르게 그만 감탄성을 내뱉고 말았다.
“야동하곤 비교도 안 되네.”
아니, 비교자체가 안 된다.
야동은 사전에 짜고 하는 거지만, 이건 내가 실제로 저지른 것이었다. 현실감이 있는 거다. 거기다가 이 영상의 대상은 현역 여고생에 처녀이기까지 했다. 만약 이것에 가치를 매긴다면 족히 수천만 원은 될 것이다.
아니, 어쩌면 몇 억이 될지도 몰랐다. 그 정도로 매우 희귀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아, 이거 보니까 또 한 번 하고 싶네.”
카메라를 책상 위에 올려놓은 나는 그것을 반찬삼아 남근을 주물렀다. 그러자 얼마 안 가서, 금방 사정하고 마는 나였다. 역시 실제로 했던 걸, 바탕으로 하니까 금방 절정에 달아오르고 만다.
히죽 웃은 나는 카메라를 그대로 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