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거유 모녀-1화 (1/54)

<-- 1 회: [#1. 영화 촬영지] -->

[거유 모녀]

[#1. 영화 촬영지]

이번 영화 감독님은 무척이나 본능에 충실한 사람이라고 들었다. 뭐라고 해야 될까. 굉장히 자극적인 소재들로만 영화를 찍는다고 들었다. 그리고 오늘 내가 찍게 될 영화도……. 상당히 강렬한 주제다. 두 모녀를 성적으로 정복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라니. 참으로 꿈같은 이야기다. 판타지도 아니고…….

심지어 모녀 중에 한 명은 고등학생이라는 설정이다. 파격적인 것을 넘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지도 몰랐다. 뭐, 그래봤자 설정이라는 핑계로 어물쩍 넘어가겠지만 말이다. 실제로 고등학생을 연기할 이번 여성 연기자도 20대 초반의 여배우라고 들었다. 이름이 서아라고 했던가?

분명 예명이겠지.

탁 하고 담배를 튕긴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슬슬 스태프들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걸 보아하니, 촬영에 들어갈 준비가 거의 끝나가는 모양이었다. 그럼 나도 움직여 볼까? 어깨를 가볍게 푼 나는 앞으로 나갔다.

“아니, 아직도 도착 안 했으면 어떻게!”

그 때, 감독님의 호통소리가 들려왔다.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서 쳐다보니, 아무래도 여배우의 도착이 늦어진 탓에 그런 것 같았다. 확실히……. 이번에 모녀 중에 딸의 역할을 하기로 한 여배우가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형, 좀 기다려야 될 것 같은데요.”

그 때, 매니저나 내 곁으로 다가와서 입을 열었다.

“왜?”

“서아라고 했던가? 지금 그 상대역이 차가 밀려서 못 오고 있대요.”

“그래? 뭐, 금방 오겠지.”

나는 담담하게 대꾸하며 담배를 하나 더 물었다. 어차피 오늘 스케줄은 이걸로 끝이고, 좀 여유롭게 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이러한 느긋한 생각에서 담배 한 가치를 더 피우는데, 저 멀리 급하게 차를 몰고 오는 봉고차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여배우가 도착한 모양이었다. 자, 어디 한번 얼굴이나 볼까?

“오…….”

라는 생각에서 봉고차를 쳐다보는데, 돌연 드르륵 하고 열린 문 너머로 아직 앳된 티가 많이 남아있는 여성이 내렸다. 과연, 특출나게 예쁘거나 하지는 않지만 현역 여고생이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동안의 얼굴이다. 게다가 저 가슴……. 사기 아닌가? 얼핏 봐도 D컵은 되어보였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서아라는 여배우의 낭랑한 목소리로 촬영장 안을 가로질렀다. 덕분에 감독님도 꽤 화가 가라앉은 모양인지, 점잖게 주의를 준 뒤에 어서 빨리 옷을 갈아입고 오라고 일렀다. 저건 좀 의외다. 꽤 본능에 충실한 감독님이라서 지각을 빌미로 여배우를 희롱할 줄 알았는데 말이다.

음, 내 착각이었나? 솔직히 지금 보이는 감독님의 모습은 뭐랄까……. 꼭 이 영화를 완벽하게 찍어내고 말겠다는 의지로 불타고 있었다.

‘성인 영화를 완벽하게 찍어서 뭐하겠다고…….’

성인 영화를 아무리 완벽하게 찍어보았자, 1류 야동밖에 되지 않는다. 씁쓸한 현실에 고개를 가로저은 나는 다 태운 담배를 신발 밑창에 비벼 끈 뒤에 휴지통에 버렸다.

자, 촬영하자. 촬영.

“스탠바이!”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