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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른 김에 왕까지-33화 (33/42)

33화

기린이 경악하며 입을 떡 벌렸다. 그러나 정작 아르고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태연한 표정이었다.

“음? 왜 그러지?”

“거, 거, 거기에……!!”

기린은 자기 눈으로 보면서도 그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르고의 성기에는 독특한 문신이 새겨져 있었는데, 귀두를 한 바퀴 둘러싸는 둥근 원 무늬와 성기 기둥을 타고 내려오는 기다란 문신이 흡사 십자가를 보는 듯했다. 그리고 그 문신을 따라…….

“구슬을 넣은 거예요?!”

기린이 소리치자 아르고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페르진 왕국에서는 흔한 일이지.”

“헐…….”

기린은 할 말을 잃은 채 아르고의 성기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렇다. 아르고의 성기에는 문신을 따라 구슬이 박혀 있었다.

‘말로만 듣던 해바라기……!’

기린이 꿀꺽 마른침을 삼키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 넣을 때 아프지 않았어요?”

“음…… 좀 아프기는 하지만 섹스 후 쾌락에 취해 있을 때 하나씩 넣은 거라 그렇게 고통스럽지는 않았어.”

“섹스한 뒤에 넣는다고요?!”

그러자 아르고가 자신의 성기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큰 소리로 웃었다.

“이걸 다 한 번에 넣다가는 정신이 어떻게 되고 말걸! 하하! 만족스러운 섹스를 하고 나면 상대가 내 몸에 하나씩 넣어주는 거야, 일종의 트로피 같은 거지.”

“헉…….”

기린은 무어라 대답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럼 만약…… 나와의 섹스가 마음에 들면, 나도 아르고의 성기에 구슬을 박아 줘야 하나? 아니면 혹시 아르고가 내 거시기에?! 엄한 생각이 들자 기린은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부르르 몸을 떨며 기린은 머리를 흔들었다.

“그, 그거…… 기분 좋아요?”

궁금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해바라기에 대한 소문은 현실 세계에서부터 익히 들어왔으니까. 기린이 머뭇거리며 묻자 아르고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 성기에 박힌 구슬 수를 세어보면 알겠지?”

아르고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참고로 첫 구슬 또한 저기 팔몬이 넣어주었어. 팔몬은 나보다 더 많은 구슬을 가지고 있지.”

“우와…….”

기린은 진심으로 존경하는 눈빛으로 팔몬을 바라다보았다. 팔몬의 표정은 변화 하나 없었지만, 어쩐지 뿌듯해 하는 듯했다.

‘나중에 진짜로 셋이서 해보자고 할까……?’

기린이 군침을 삼키며 그렇게 생각할 때, 아르고가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장난스럽게 물어왔다.

“지금 나중에 셋이 한 번 하자고 할까, 생각했지?”

“헉, 그걸 어떻게!”

“얼굴에 다 쓰여 있어.”

아르고가 여유 있게 웃으며 기린에게 몸을 기대왔다.

“기린은 정말 야하구나. 밝히기도 하고.”

“그건…….”

“그런 기린이 좋아.”

아르고는 기린의 턱을 들어 올려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아르고의 미지근하고 통통한 혀가 입술 새를 가르고 들어오자 기린은 눈을 감으며 작게 신음했다.

“응…….”

“앞니가 토끼처럼 큰 것도 귀여워…….”

아르고가 혀끝으로 기린의 앞니를 살살 쓸어보며 중얼거렸다. 아르고는 기린의 혀에 자신의 혀를 얽어 비비고 문질러댔다. 흥분으로 끈끈해진 타액이 서로 엉겼다. 기린은 아르고가 넘겨준 타액을 꼴깍꼴깍 받아 마셨다.

“하아…… 아르고…….”

진한 키스를 하니 다시금 아랫배가 뜨거워졌다. 기린은 밧줄에 묶인 손목을 비비적거리며 애원하듯이 아르고 앞에 엉덩이를 살랑거렸다. 아르고의 눈길이 기린의 엉덩이로 향했다가, 다시 얼굴로 올라왔다. 아르고의 만면에 미소가 가득했다.

“빨리 넣어줬으면 하는구나?”

“어서…… 빨리요, 아르고…….”

“내 연인을 더는 애태우게 할 수 없지.”

아르고는 기린의 발목에 묶었던 밧줄을 풀어주었다. 발이 자유로워지자 기린은 얼른 아르고를 향해 다리를 활짝 벌렸다. 아르고는 빙그레 웃으며 기린을 돌아 눕혔다. 얼굴이 침대 시트에 처박힌 채, 기린은 엉덩이를 하늘 높이 번쩍 들어 올리는 자세가 되었다.

“이제 넣을게.”

기린의 등허리를 지그시 누르며 아르고가 속삭였다. 아르고의 뜨거운 성기가 엉덩이 골에 닿자 기린은 움찔움찔 허리를 떨었다. 밧줄에 꽁꽁 묶인 성기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파르르 몸을 떨었다.

“흣…… 읏……!”

“이것만으로도 흥분하는 거야?”

아르고가 피식거리며 기린의 엉덩이 골에 끼운 성기를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였다. 전립선 액으로 끈적끈적해진 성기 끝이 구멍 부근을 쿡쿡 찌를 때마다 기린은 예민하게 반응하며 허리를 튕겨 댔다.

“아흣, 으읏, 응……!”

“감도가 무척 좋아……. 기린을 기분 좋게 해주려다가 내가 먼저 이성을 잃을지 모르겠네.”

아르고는 한 손으로 기린의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다가 양손으로 그의 엉덩이를 잡아 벌렸다. 손가락으로 잔뜩 애무해둔 구멍이 장밋빛으로 부풀어 아르고를 향해 벌름거리고 있었다.

‘더는 못 참겠군…….’

아르고는 씩 미소를 짓고서는 기린의 구멍에 자신의 성기를 바짝 가져다 붙였다. 그러고는 허리에 힘을 주어 느릿느릿 성기를 기린의 배 속으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흐앗, 앗……!!”

두꺼운 성기가 내벽을 밀치며 들어오자 기린은 침대 시트를 부여잡으며 앙앙 울기 시작했다. 귀두를 빙 둘러 박힌 구슬이 내벽을 꾹꾹 누르는 감각이 너무나도 자극적이었다. 기둥 아래, 일직선으로 쪼르르 박힌 구슬이 속살을 쑤시고 들어오는 기분은 또 어떻고. 기린은 눈앞에서 별이 번쩍거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성기가 들어서는 것만으로 이런 쾌감을 느끼다니.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흑, 아앙, 앙……!!”

“기분 좋지……?”

아르고가 다 안다는 듯이 기린의 떨리는 옆구리를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적당히 큰 사이즈에 살짝 위로 휜 아르고의 성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지만, 그의 성기에 박힌 구슬이 오밀조밀 내벽을 자극하는 감각은 뭐에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짜릿했다. 이 쾌감에 길들여지고 나면 다른 이와 하는 섹스는 다 시시해질 거라고 생각될 정도로.

‘위험해, 너무 위험해……!!’

관자놀이와 정수리가 찌릿찌릿하며 모공부터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기린은 신음을 참기 위해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지만, 아르고가 허리를 한 번 움직이니 그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아앙, 앙! 아흐응!”

“소리가 너무 귀엽네…….”

아르고가 기린의 귓가에 쪽, 쪽 입을 맞추며 말했다. 처음 느껴보는 낯선 쾌감에 기린은 부들부들 몸을 떨 뿐이었다. 무섭기도 하고, 너무 좋아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흐앗, 아르고, 흐응, 아르고, 아앙, 앗, 앙……!”

“하아…… 기린…… 구멍 안이 너무 좁아…… 이렇게 좁은 사람하고는 처음 해봐…….”

허리를 곧추세운 아르고가 양손으로 기린의 허리를 부여잡고는 느긋하게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크읏, 읏…….”

“앙! 아흑, 힉! 흐앗, 앙, 앙, 아앗!”

겉으로 보기엔 일방적으로 기린이 아르고의 테크닉에 녹아내리고 있는 듯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아르고 또한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져나가는 듯한 쾌감을 만끽하고 있었다.

좁고 뜨거운 기린의 내벽이 아르고의 성기를 마구 주물럭대며 뽑아낼 듯이 조이고 있었다. 한 번 깊이 박을 때마다 영혼이 조금씩 기린의 배 속으로 흘러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아르고는 헐떡대며 심호흡을 했다. 그러지 않으면 이성을 잃고서 마구 허리를 흔들어 댈 것만 같았다.

“기린, 기린…….”

기름을 바른 듯이 매끈한 아르고의 구릿빛 등허리에서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르고는 철썩하고 기린의 엉덩이를 세차게 내리쳤다. 그러자 깜짝 놀란 기린이 몸을 튕기며 교성을 내질렀다.

“앗, 아앙……!”

“맞는 거 기분 좋아……?”

계속해서 허리를 흔들어 주며 아르고는 몇 번 더 기린의 엉덩이를 세게 내리쳤다. 얻어맞은 살덩이가 흔들리자, 진동이 일었다. 배 속이 울렁거리며 수축했다. 번개라도 맞은 듯이 짜릿한 쾌감이었다. 기린은 울먹거리며 아르고를 넘겨다보았다.

“흐윽…… 아르고, 아르고오…….”

“울 정도로 좋아?”

‘정말 미쳐 버리겠군…….’

기린의 우는 얼굴을 보니 아르고의 가슴 속에서는 가학심이 세차게 일었다. 더 괴롭혀주고 싶었다. 더 귀여워해 주고 싶었다. 더 울리고 싶었다. 아르고가 침을 삼키자 그의 근사한 목울대가 위아래로 크게 출렁거렸다.

“기린…… 널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르고가 몸을 숙여 기린의 등에 자신의 가슴팍을 맞대었다. 그는 엉덩이에 힘을 주어 더 빠르게 허리를 흔들어 댔다. 기린의 교성이 더욱 빠르고, 가빠져만 갔다.

“아흑! 앙, 아앗, 흐익, 힉……!!”

“하아, 후…….”

아르고의 이마에서 굵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기린의 몸도 땀에 젖어 미끄러웠다. 아르고는 기린을 휙 넘겨 그가 침대에 등을 대고 눕도록 만들었다. 기린은 밧줄에 묶인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채 두 다리를 활짝 벌려 아르고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아르고의 성기가 배 속에 처박힌 채로 몸을 돌리니 그의 성기에 박힌 구슬이 내벽을 또 새로운 형태로 자극해왔다. 기린은 가벼운 오르가슴을 느끼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흐익……! 흣, 으응……!!”

“하아…… 하…….”

기린이 헐떡거리며 구멍을 바짝 조이는 통에 아르고도 하마터면 사정할 뻔했다. 아르고는 숨을 고르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쳤다.

‘위험했어……. 이러다가 정말 혼이 쏙 빠지겠는걸.’

“흐윽, 아르고……!”

그때, 기린이 아르고를 향해 손을 내밀어왔다. 기린은 밧줄에 묶인 손목을 아르고의 목에 두르고 그의 품에 폭 안겼다.

“읏……?!”

새로운 자극에 아르고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제 기린은 아르고의 무릎 위에 올라탄 자세가 되었다. 기린은 아르고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엉덩이를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르고, 앗, 아르고, 응, 아앙, 아르고오…….”

“크읏, 흣……!”

자극을 받아 충분히 풀어진 내벽이 보드라운 밀가루 반죽처럼 아르고의 성기를 조였다 풀어내기를 반복했다.

자세가 바뀌자 기린이 받는 쾌감도 더욱 강해졌다. 아르고의 성기에 박힌 구슬이 내벽을 드르륵드르륵 밀어내며 꾹꾹 누를 때마다 밧줄에 묶인 성기에서는 마치 새어 나오듯이 묽은 정액이 흘러내렸다.

“흐앗, 아르고, 아앙, 앙……!!”

기린의 신음이 점점 더 커져갔다. 아르고의 허벅지에도 힘이 잔뜩 들어갔다. 그 또한 강한 쾌감에 머리가 어떻게 될 지경이었다.

“기린, 흣, 기린……! 크읏……!!”

아르고가 기린의 허리를 와락 안아 자기 품으로 끌어당겼다. 아르고는 기린의 가슴팍에 머리를 기대고는 가쁜 숨을 몰아댔다. 기린은 아르고의 머리통을 끌어안고는 쾌락에 취한 신음을 내질렀다.

“아흑, 앙, 앗, 흐아앗……!!”

오르가슴이 밀려오는 순간, 아르고는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기린의 성기를 묶어두었던 밧줄을 풀어주었다. 성기를 속박하던 압박감이 사라지자 기린은 성기와 내벽에서 오르가슴을 동시에 느낄 수가 있었다. 기린의 성기에서 분수처럼 정액이 분출되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강렬한 오르가슴이었다.

“아아앗……!!”

“……!!”

아르고도 기린의 허리를 부여잡고는 부들부들 몸을 떨며 실컷 사정했다. 아르고가 천천히 성기를 뽑아내자 길을 따라 정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엄청난 양이었다. 아르고는 지친 듯이 숨을 몰아쉬며 기린을 쳐다보았다. 기린 또한 다 풀어진 눈으로 아르고를 쳐다보았다.

“대단해, 기린…….”

아르고가 헐떡대며 말했다.

“나를 이렇게 지치게 만든 건 네가 처음이야.”

“기분…… 좋았어요.”

“이게 만약 페르진에서 벌어진 정사였으면 나는 기린의 성기에 구슬을 두 개, 아니 세 개도 박아 주었을 거야.”

“그, 그건 좀 무서운데…….”

아르고가 털썩 침대에 드러눕자 기린도 그를 따라 그 옆에 드러누웠다. 아르고가 기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너는 그냥 왕궁 기사단의 기사로 있기에는 너무 아까운 존재야.”

“그런 말 많이 들었어요.”

기린이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하지만 아르고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농담이 아니야. 나는 너를 내 비로 맞이하려고 했어. 당장 내일 아침 페르진으로 데려가 그곳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고 너와 평생을 살 생각이었지.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어.”

“네?”

기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침 기린은 아르고와의 환상적인 정사를 곱씹는 중이었다. 이토록 완벽한 섹스라면…… ‘프린세스’고 ‘왕’ 엔딩이고 뭐고 다 포기하고 ‘이국의 왕비’ 엔딩을 보아도 되는 것이 아닐까 고민하던 차였다. 그런데 생각이 바뀌었다니? 어떻게?

기린이 묻는 듯한 눈빛으로 아르고를 바라보자 아르고가 쓸쓸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내 비로 있기에 너는 너무도 아까운 존재야. 너를 놓아주겠어, 기린.”

“저를…… 놓아주신다고요?”

“더 위대한 존재가 될 수 있는 사람을 묶어둘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아르고가 한숨을 푹 내쉬며 기린을 살며시 끌어안았다.

“더 큰물에서 네가 원하는 만큼 실컷 놀다가 마지막에…… 나를 찾아와. 나는 이 목숨이 다할 때까지 너를 기다리겠어.”

“아르고…….”

처음부터 끝까지 감동적인 말뿐이었다. 기린은 왠지 가슴이 찡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기도 했다.

아르고가 품에 안았던 기린과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

“그렇게 해주겠다고 약속해줄 수 있어?”

“……좋아요.”

기린은 그러겠노라 약속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고의 머리 위에 떠오른 호감도를 나타내는 하트가 순식간에 열 개까지 차올랐다.

***

아르고가 잠든 걸 확인한 뒤 기린이 조심스럽게 방문을 닫으며 왕궁 복도로 나왔다. 몸이 더운 걸 보니 아직도 정사의 열기가 가라앉지 않은 듯했다.

기린은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왕궁 복도를 걸었다.

“정말 좋은 섹스였어.”

마왕에게 새로운 사람의 정기를 나눠줄 생각을 하니 더 기분이 좋아졌다. 그때, 달빛이 형형히 비추는 저 복도 끝에서 누군가 서 있는 것이 기린의 눈에 들어왔다. 기린은 그이를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달빛이 부서지는 아름다운 은빛 머리카락. 성기사였다. 기린은 성기사에게 다가가 그를 불렀다.

“성기사님? 이 밤에 여기서 뭐 하세요?”

“…….”

성기사는 말없이 몸을 돌려 기린을 바라다보았다. 정사의 여운으로 발갛게 상기된 기린의 얼굴을 그는 지그시 바라보기만 했다.

한참 동안 말이 없는 성기사를 기린은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성기사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지만, 단 한 마디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기린을 바라만 보던 성기사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와도 잤는가?”

질책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순간 기린의 가슴속에서 울컥 짜증이 일었다.

‘내가 누구랑 자든 말든 무슨 상관이래? 또 레오나르도를 들먹이면서 내 죄책감을 자극할 건가?’

기린은 턱을 치켜들고는 당당하게 쏘아붙였다.

“네, 잤어요. 뭐가 잘못되었나요?”

“…….”

성기사는 또 입을 조개처럼 다물어버렸다.

그의 마음속에서도 일렁일렁 감정이 일어나고 있었다. 성기사는 기린을 힐난하고 싶었다. 왜 그렇게 엉덩이가 가벼운 거냐고 따져 묻고 싶었다. 그것은 레오나르도 왕자님에 대한 정조를 지키라는 의미일까? 아니면…….

성기사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런 감정이 아니야.’

뭔가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성기사는 기린이 레오나르도와의 정조를 지키지 않아서 화가 난 것이 아니었다.

‘화가 나?’

그래. 성기사는 지금 화가 나 있었다. 그것은 온전히 기린을 향한 감정이었다. 기린이 다른 이들의 침대에 함부로 발을 들이는 것이 성기사는 불만스러웠다. 심지어 기린이 레오나르도 왕자님의 침대에 들어가는 상상을 할 때조차 화가 났다.

‘이건 대체 무슨 감정일까?’

성기사는 언제부터인가 기린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 처음엔 레오나르도와 함께 있는 기린을 생각했다. 기린을 바라보는 레오나르도의 눈빛. 그 눈빛을 본 순간 자신에게는 승산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레오나르도의 그 눈빛은 자신을 향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걸로 성기사는 사랑이라고 착각해온 자신의 동경심을 깔끔하게 접은 것일지도 몰랐다.

성기사의 시선은 점점 기린을 향해 옮겨갔다. 레오나르도가 기린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니라 기린이 레오나르도를 바라보는 시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기린이 웃고, 떠들고, 다양한 표정을 짓는 걸 지그시 바라보게 되었다.

페르진 왕국의 왕을 맞이하게 되어 열린 연회 만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성기사는 기린과 가까이 있고 싶었기에 그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하지만 기린의 시선이 이번에는 레오나르도가 아니라 페르진 왕국의 왕만을 향해 있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성기사가 눈치챘을 때는 이미 늦었었다.

기린의 시선은 한 번도 성기사에게 머문 적이 없었다. 성기사는 그것이 고통스러웠다. 고통. 기린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리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결국, 기린이 페르진 왕국의 왕의 침실로 들어가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 성기사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은 고통을 맛보았다. 그것은……

‘질투……. 나는 질투를 하고 있는 거야.’

성기사는 마침내 자신의 감정에 붙여진 이름을 찾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기린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성기사의 마음을 알 리 없는 기린이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쏘아보고 있었다.

“민기린.”

“왜요?”

“제안이 있다.”

“뭔데요?”

기린이 시종일관 불퉁하게 대꾸했지만, 성기사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그는 작게 심호흡을 하고는 자신의 제안을 말했다.

“나와도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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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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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뵹

상상 그 이상이다...

2021.05.11신고12

뀨뀨?

아 전 화에 설마 구슬? 이렇게 댓달았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선견지명~~~

2021.05.11신고8

ㅍㅅㅍ

아르고 섹스력도 좋지만 말하는게 어쩜 ㅠㅠ

2021.09.16신고3

눈물

미쳤다

2021.09.25신고좋아요

acorn

2021.08.14신고좋아요

으악

ㅎ ㅏ.... 역시 구슬박은 거 안나올 수 없지... 기린아 돌아가면서 즐기자

2021.05.16신고좋아요

후후...

2021.05.15신고좋아요

jahy****

갸아아악 드디어 성기사...!!

2021.05.12신고좋아요

BOMTOON

3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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