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구른 김에 왕까지-31화 (31/42)

31화

“페르진 왕국과 칼레나 왕국의 평화를 위하여!”

“위하여!”

유클리드의 선창을 따라 모든 사람이 술이 그득 찬 잔을 높이 들어 올렸다가 내렸다. 왁자지껄 떠들며 사람들은 저마다 성대한 만찬을 즐기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려진 만찬이었다. 커다란 칠면조 구이, 통째로 구워진 돼지 바비큐, 산더미 같은 버터 감자, 더운 야채와 신선한 과일들……. 맛 좋은 냄새에 눈도 돌아갈 법했지만, 그보다 기린의 눈을 더 사로잡는 건 유클리드와 함께 나란히 앉아 있는 페르진 왕국의 왕, 젠. 그러니까 아르고였다.

유클리드와 아르고는 왕좌를 치운 뒤 단상 위에 놓인 기다란 식탁에 함께 앉아 있었다. 유클리드 옆에는 제1 왕자와 레오나르도가 나란히 앉아 있었고, 아르고의 뒤에는 그의 보디가드로 보이는 늠름한 몸매의 이가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마침 기린의 자리는 단상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아, 단상이 곧바로 보이는 위치였다. 기린의 건너편에는 웬일인지 성기사가 앉아 있었다. 기린은 성기사가 아르고의 보디가드처럼 유클리드의 뒤편에 서지 않은 걸 의아하게 여겼다.

“이렇게 처음 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나도 그렇습니다.”

유클리드와 아르고가 서로 술잔을 부딪치며 말했다. 유클리드는 아르고의 눈치를 슬쩍 보며 술잔을 비워냈다. 그러나 아르고는 술잔을 비우며 자신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기린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아르고는 피식 웃으며 기린을 향해 윙크를 해 보였다. 그 모습에 기린의 어깨가 한 뼘은 위로 튀어 올랐다. 하지만 아르고의 시선을 눈치챈 사람은 기린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유클리드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부드럽게 운을 뗐다. 자신의 말이 너무 공격적으로 들리지 않기를 원하는 이가 취할 법한 어투였다.

“뭐지요?”

아르고가 되묻자 유클리드가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궁금해서 말입니다. 이렇게 갑작스레 이 칼레나 왕국에 방문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아, 그거요.”

아르고는 술잔을 내려놓고는 목을 가다듬었다.

“아주 중요한 일 때문이죠.”

“중요한 일이라면?”

기린의 건너편에 앉은 성기사도 아르고의 말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 느껴졌다. 기린도 귀를 쫑긋 세우고 아르고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제 운명의 상대가 이 칼레나 왕국에 있기 때문입니다.”

“운명의…… 상대?”

유클리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르고의 말을 되뇌었다. 아르고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저희 페르진 왕가의 사람들은 운명적인 사랑을 찾아 일생을 헤매지요. 우리 왕가는 적당한 나이가 되면 특별한 상대하고만 대화를 할 수 있는 신비한 돌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그리고 그 돌에서 목소리가 들려오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지요. 저도 열일곱이 되는 해 그 전통에 따라 제 반려자를 찾게 해줄 돌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그 돌은 세상을 돌고 돌아 이 칼레나 왕국에까지 닿았고 마침내, 얼마 전에 드디어 그 돌에서 답이 들려왔습니다. 무려 15년 만에 말입니다.”

“호오, 정말 로맨틱한 이야기로군요.”

유클리드가 몽환적인 눈을 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아르고가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을 지었다.

“하하! 믿기 힘든 이야기지요.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닙니까?”

“그럴 리가요!”

유클리드가 다급하게 손을 내저었다.

“저도 그런 돌이 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럼 그 돌은 분명…….”

유클리드는 고개를 돌려 기린을 쳐다보았다.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유클리드가 기린을 물끄러미 봤다. 기린은 온몸에 소름이 돋아 자기도 모르게 치를 떨었다.

“아하, 이런. 제가 잠시 다른 생각을 했군요. 그럼 그 운명의 상대가 우리 칼레나 왕국의 백성이란 말이겠군요?”

“네, 그렇습니다.”

“그게 누구입니까? 만나기로 약속을 했습니까?”

“지금 그 사람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여기에?”

유클리드가 잔뜩 흥분한 얼굴로 콧김을 훅훅 뿜어냈다.

“아니 그럼 뭘 망설이고 계신 겁니까! 어서 그 사람을 부르세요! 저도 그 운명의 상대분 얼굴을 꼭 보고 싶군요!”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럼요. 물론이죠!”

유클리드가 홀 안에 그득한 사람들을 둘러보며 눈을 반짝거렸다.

“이 많은 사람들 중에 과연 누구려나?”

그러자 아르고가 자리에서 번쩍 일어나 옷매무시를 다듬고는 단상을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 아르고가 단상을 내려오자 홀 안에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그의 동태를 살폈다. 아르고는 미소를 띤 채 기린에게 시선을 고정하고서 곧장 그를 향해 걸어왔다. 기린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아르고를 바라보았다.

아르고는 기린 앞에 우두커니 서더니 그를 향해 오른손을 내밀었다.

“민기린. 나의 사랑.”

“아르고…….”

기린이 손을 내밀어 아르고의 손을 맞잡자 아르고는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더니 기린의 손등에 살포시 입을 맞추었다.

그러자 일순 홀 안이 떠들썩해졌다. 기린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성기사가 놀라서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렸다.

유클리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더듬거리며 소리쳤다.

“우, 우, 우, 운명의 상대가 주인님…… 아, 아니! 우리 왕궁 기사단원인 민기린?!”

“기린……!”

여태껏 가만히 아버지와 아르고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레오나르도도 크게 충격을 받은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기린. 설명해줄 수 있겠나?”

개중 가장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던 성기사가 기린을 향해 말했다. 기린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시장에 갔다가 이국의 상인을 만나게 되었어요. 그 상인이 팔던 수상한 돌을 구매했는데…… 그 돌이 아무래도 아르고, 아니 젠 왕님이 말씀하신 운명의 상대를 찾아주는 돌이었나 봐요.”

“맞아. 바로 그 돌이야.”

아르고가 사랑이 넘쳐흐르는 다정한 눈길로 기린을 쳐다보며 말했다.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몰라.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걸, 기린.”

기린은 대답하지 못하고 얼굴을 붉혔다. 수상한 돌에서 들려오던 목소리가, 정말로 옆 나라 왕일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나 황홀한 프러포즈라니. 기린은 아르고에게 마음이 홀딱 빼앗길 지경이었다.

그 순간, 아랫입술을 꽉 깨문 레오나르도가 의자를 확 밀치더니 자리를 박차고 홀 바깥으로 뛰어나가 버렸다.

“레오나르도! 어딜 가느냐!”

“레오나르도!”

“왕자님!”

성기사가 당황한 듯이 레오나르도의 뒤를 쫓아 홀을 나섰다.

“레오나르도…….”

기린은 레오나르도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몇 번이고 레오나르도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 같아 죄책감이 들었다. 하지만……. 기린은 고개를 돌려 다시 아르고를 바라다보았다. 까무잡잡하고 윤기 나는 피부, 태양을 가져다 심은 듯이 빛나는 황금색 눈동자, 오뚝한 코와 깨끗하고 단정한 이마, 부드럽게 쏟아져 내린 검은 머리카락……. 아르고는 완벽한 기린의 이상형이었다. 어쩌면 마왕보다도 더.

기린은 아르고의 다정한 목소리와 손길에 쉽사리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따흐윽…….”

다정하기 짝이 없는 기린과 아르고의 모습에 유클리드가 현기증을 느끼며 제자리에서 비틀거렸다.

“폐하!”

“아바마마!”

제1 왕자와 대신이 휘청거리는 유클리드를 부축했다.

“나, 나는 괜찮다……. 좀 쉬고 싶군.”

“침실로 모실까요?”

“그래, 그래야겠어.”

유클리드는 제1 왕자의 부축을 받으며 홀 밖으로 나갔다. 아르고는 기린의 두 손을 맞잡고서는 작게 속삭이듯이 말했다.

“우리도 단둘이 있을 수 있는 곳으로 갈까?”

***

아르고와 기린은 왕궁 정원으로 나왔다. 정원에도 사람들이 있었지만, 아르고를 발견하고는 모두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자리를 비켜 주었다. 정원에는 금세 아르고와 기린, 단둘만 남게 되었다.

“기린.”

“네?”

사람이 없어진 걸 확인한 아르고가 기린의 손을 잡았다. 기린은 아르고를 마주 보고 섰다.

“아까 말했듯이…… 너는 나의 운명이야.”

“…….”

기린은 황홀한 기분에 휩싸였다. 붉은 노을이 내려앉고 있는 정원, 젖은 흙에서 나는 흙냄새와 시원한 풀 냄새, 살랑살랑 바람이 불 때마다 떠밀려오는 꽃향기……. 프러포즈를 받기에 정말이지 완벽한 조건이었다.

‘이대로 오케이 해버려? 그냥 ‘이국의 왕비’ 엔딩을 봐? 지금으로서는 그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순간 상처받아 홀을 뛰쳐나가던 레오나르도의 뒷모습이 떠올라 기린의 가슴이 욱신거렸다.

‘레오나르도…….’

레오나르도를 생각하면 착잡한 기분만 들었다.

‘사실 원래대로라면 레오나르도와 엔딩을 볼 생각이었는데. 나도 아르고가 이렇게나 내 스타일일 줄은 몰랐지.’

기린은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눈을 깜빡이며 아르고에게 물었다.

“그런데 아르고. 왜 이름이 ‘젠’이에요? 저는 아르고가 아닌 줄 알고 깜짝 놀랐어요.”

“아, 그건 내 대외적인 이름이야. 아르고는 내 아명이고.”

“그렇군요.”

“아명이라지만 가족들은 나를 전부 아르고라고 불러. 친근한 이름이지.”

아르고가 꼭 쥔 기린의 손을 가져가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부드럽고 따뜻한 입술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생생하게 느껴지는 현실적인 감각에 기린의 얼굴이 붉어졌다. 빙의를 하지 않았더라면 못 느꼈을 감각이었다.

“나와 함께 내 왕국으로 가서 결혼하자, 기린.”

“저는…….”

기린은 망설였다. 지금 이대로 엔딩을 보는 게 맞는 걸까? 그렇다면 결과는 ‘직업: 왕궁 기사단원/공략캐 엔딩: 이국의 왕비’가 될 터였다. 머릿속에서 레오나르도의 밝게 미소 짓는 얼굴이 빙빙 떠돌았다. 그와 더불어 라이오넬의 얼굴과 마왕, 그리고 성기사의 얼굴까지도.

기린은 도저히 선택할 수가 없었다.

‘아, 진짜! 왜 엔딩은 한 사람하고만 봐야 하는 거지?! 이건 정당하지 못하다고!’

“망설여져?”

아르고가 기린의 손가락 하나하나에 전부 입맞춤을 하며 되물었다. 기린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려워요……. 아르고가 싫다는 건 아니에요! 너무 좋아요. 하지만…….”

“며칠 전, 밤에 너를 찾아온 사람 때문에 망설이는 거야?”

아르고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기린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그것도 그렇지만…… 하여튼 복잡해요.”

“연인 관계가 복잡하다는 소리인가?”

“아, 그게…….”

기린이 당혹스러워하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자 아르고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훗……. 그래, 기린처럼 매력 있는 사람을 다른 이들이 얌전히 놔두었을 리가 없지.”

아르고는 기린의 손을 꼭 잡은 채로 그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았다.

“내게도 애인이 아주 많았어. 거짓말은 하지 않겠어, 물론 지금도 아주 많아. 그것이 다 내 운명의 상대를 찾기 전에 연습이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어. 기린도 나를 지금 당장 선택하기에 망설임이 있는 것 같으니 우리 그 전에 한번 시험해 볼까?”

“시험이요? 뭘 시험하는데요?”

기린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아르고가 허리를 숙여 기린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칼레나 왕국의 왕이 마련해준 내 침실로 가자. 그곳에서 내 ‘능력’을 확인해봐. 분명 기린의 마음에 쏙 들 거야.”

***

아르고와 기린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유클리드가 마련해준 아르고의 침실로 향했다.

아르고의 침실은 홀을 지나 큰 복도 맨 오른쪽에 있는, 이 왕궁에서 가장 좋은 손님방이었다. 방 안으로 들어서자 화병에 꽂힌 싱그러운 꽃들에서 향기로운 향기가 풍겼다.

아르고는 급하다는 듯이 기린을 끌어당겨 침대에 앉혔다. 오늘 아침 막 바꿔놓은 침대 시트는 건조하고 바삭했다. 기린이 침대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기가 무섭게 아르고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키스를 해왔다.

“으응…….”

아르고의 정열적인 키스를 받자 기린의 입술 사이에서는 저절로 신음이 쏟아져 나왔다. 아르고는 기린에게 키스를 하며 부드럽고 얇은 천으로 만들어진 자신의 윗옷을 자연스럽게 벗었다.

“하아…….”

입술이 잠시 떨어진 틈을 타서 기린이 숨을 몰아쉬었다. 기린은 양팔을 아르고의 목에 건 채로 침대에 드러누웠다. 순식간에 기린을 덮치는 모양새가 된 아르고가 키득거리며 말했다.

“이런, 기린도 꽤나 마음이 급한가 본데? 이렇게 적극적이고 말이야.”

“아르고…….”

기린은 허리를 살짝 들어 아르고에게 다시 입을 맞추려고 했다. 그때, 아르고의 등 뒤편으로 무언가를 발견한 기린의 눈이 동그래졌다.

“저분은…….”

“아아, 팔몬 말인가?”

아르고가 어깨 너머로 팔몬이라고 불린 이를 턱짓하며 말했다. 그이는 기린에게도 익숙했다. 홀에서 만찬이 이어지는 동안 내내 아르고의 뒤편에 서 있던 보디가드였다.

“저분은 안 나가세요?”

“팔몬은 내 수족 같은 존재야. 어딜 가든 나와 함께 하지. 걱정하지 마. 팔몬은 보고 들은 것을 어디 가서 함부로 이야기하지 않으니까.”

아르고가 기린에게 뒤이어 귓속말을 속삭였다.

“그리고 내 첫 연인이기도 해.”

“아앗…… 그, 그렇구나.”

기린은 힐끗 팔몬이라고 불린 이를 쳐다보았다. 팔몬은 경직된 자세로 뒷짐을 지고 서서 문가를 떡하니 지키고 있었다. 우락부락한 몸매에, 2미터는 족히 넘을 것 같은 큰 키. 저런 사람이 아르고의 첫 애인이었다니. 지금보다 앳된 아르고가 팔몬과 침대에서 서로 뒤엉키는 상상을 하니 기린의 가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걸 보는 것도 꽤나 자극적일 것 같은데?’

“무슨 상상을 하는 거지, 기린? 얼굴이 빨개졌어.”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하! 그대가 원한다면 팔몬도 끼어서 셋이 즐길 수도 있어.”

“전…….”

기린이 무어라 답을 하기도 전에 아르고가 기린을 다시 침대 위로 쓰러트렸다. 아르고는 기린의 어깨를 찍어 누른 채로 눈을 가늘게 떴다.

“하지만 기린과 보내는 첫날밤은 온전히 나만의 것으로 하고 싶은걸. 팔몬과의 합방은 다음으로 미루자고.”

아르고는 다시 기린의 입술을 덮쳐왔다. 기린은 두 눈을 꼭 감은 채 키스에 응했다. 기린은 아르고의 목에 둘렀던 팔을 내려 그의 등허리를 어루만져 보았다. 근육이 꽉 들어찬 단단한 등……. 척추가 부드럽게 휘어 있는 것이 아주 유연할 것 같았다.

“아아…… 아르고…….”

“기린…….”

아르고는 기린의 윗옷을 천천히 벗겨냈다. 그리고는 이어서 기린의 목, 쇄골에 입을 맞추었다.

“이 날을 얼마나 고대해왔는지 몰라.”

아르고가 매혹적인 목소리로 속삭이며 기린의 가슴팍에 입술을 찍었다. 맨가슴에 아르고의 더운 입술이 닿자 기린은 어쩐지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며 흥분이 되기 시작했다.

“으흐읏, 응…….”

“여기로 오기 전에, 너를 갖기 위해서라면 칼레나와 정복 전쟁이라도 불사하겠다고 생각했어.”

아르고가 기린의 가슴팍을 더듬으며 말했다. 그 말에 기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 지, 진심은 아니죠?!”

“하하! 전쟁은 두려운 거야? 하지만 난 진심이었어.”

아르고가 드러난 기린의 가슴팍을 길고 유려한 손가락으로 천천히 더듬었다.

“정말 아름다워, 기린……. 이 세상 그 어떤 보석도 너보다 아름답지는 못할 거야.”

“아르고…….”

“그런 너를 안게 되다니…… 나는 최고의 행운아야.”

아르고가 옷가지를 마저 벗어내자 튼튼한 어깨와 단단한 복근이 여실히 드러났다. 기름이라도 바른 듯이 매끈한, 갈색 피부에 기린은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아르고의 환상적인 몸매를 바라보며 기린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너의 모든 걸 보고 싶어.”

허리를 곧추세운 아르고가 기린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널 사랑해, 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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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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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hy****

망설이면서 생각하던 사람들 중에 신부님은 없어 ㅋ큐ㅠㅠㅠㅠ

2021.05.12신고8

으악

2021.05.11신고1

두근거린다!!

2021.05.10신고좋아요

뀨뀨?

다음화 시급하다

2021.05.10신고좋아요

BOMTOON

3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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