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네?! 으아, 앗……!”
당황한 기린이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라이오넬은 거칠게 허리를 흔들어 기린의 배 속을 채워왔다. 기린은 한 다리로 아슬아슬하게 선 채로 라이오넬의 사나운 허리 짓을 받아내야만 했다.
“흐앗, 아앗, 앗!”
기린은 넘어질세라 두 팔로 나무를 꽉 끌어안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기분은 좋았다. 살랑살랑 시원한 바람이 잔뜩 땀을 흘린 몸을 식혀주고, 나직하게 들리는 풀벌레 소리도 왠지 운치 있게 느껴졌다.
이 밤에 누가 여기까지 들어오겠냐마는, 어쩌면 누군가에게 이런 창피한 모습을 들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청각은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지고, 신경도 바짝 곤두섰다. 그 덕분인지 라이오넬의 작은 움직임에도 기린은 아주 민감하게 반응했다. 평소보다 쾌감이 더 아찔하고 짜릿하게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으응, 라이, 오넬……! 하읏, 아앗, 아……!”
“후우, 기린 씨…….”
울창하게 우거진 나뭇잎 사이로 달빛이 새어 들어왔다. 조각조각 부서진 달빛이 라이오넬의 근사한 얼굴 위로 떨어져 내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시 봐도 정말 잘생긴 얼굴이야……. 아무리 게임 속 캐릭터라지만 이 얼굴, 이 몸매에 신부님이라니. 진짜 믿을 수 없어.’
라이오넬은 평소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적극적으로 섹스에 임하며, 부끄러움이라고는 없이 과감하게 몰아치는 모습이라니. 평소의 금욕적이고 수줍은 모습의 라이오넬도 좋았지만, 지금 이렇게 짐승 같은 라이오넬도 기린은 꽤나 마음에 들었다.
“기린 씨…… 아아, 기린 씨…….”
라이오넬은 연신 허리를 흔들어 대며 기린의 이름을 부르고 또 불러 댔다. 라이오넬의 풀어진 눈빛을 바라본 순간 기린은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듯한 기분이 들며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바로 그 순간, 라이오넬의 등 뒤로 무언가 일렁이는 불빛 같은 것이 보였다.
“응……?”
헐떡대며 라이오넬과의 섹스에 집중하고 있던 기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 착각인가? 불빛이 보였던 것 같은데.’
기린은 눈을 가늘게 뜨고 불빛이 보인 듯한 곳을 유심히 바라다보았다. 하지만 더 이상 불빛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기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겠지. 이 밤에 누가 여기까지 들어오겠어. 내 착각…… 어어?!’
하지만 그때, 불빛이 다시 나타났다. 이번엔 두 개의 불빛이었다! 당황한 기린이 라이오넬의 어깨를 다급하게 짚었다.
“라, 라이오넬! 뒤에, 불, 불빛 같은 게…… 자, 잠깐만요! 아흣, 멈춰봐요!”
하지만 라이오넬은 계속해서 허리를 흔들며 기린의 배 속을 파고들 뿐이었다.
“멈출 수 없습니다. 기린 씨가 멈추라고 해도 저는 멈추지 않을 거예요.”
“라, 라이오넬……!”
기린은 몰아치는 쾌감과 다가오는 불빛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머리가 어떻게 될 것만 같았다. 신음을 더 내야 할지, 아니면 입을 틀어막고 아무도 없는 척을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불빛은 더욱더 가까워졌다. 불빛 두 개가 근처까지 오자 기린은 그것이 랜턴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것도 아주 익숙한 모양의 랜턴이었다.
“거기 누구 있소?”
걸쭉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도 기린이 너무도 잘 아는 인물이었다.
‘아, 망했다.’
기린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제야 라이오넬은 흔들던 허리를 멈추고 헐떡이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때, 수풀을 헤치며 나무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폴과 포우였다.
“아, 아니!”
반쯤 벌거벗은 채, 누가 봐도 서로의 욕정을 채우고 있던 모습의 기린과 라이오넬을 발견한 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폴의 곁에 서 있던 포우의 눈도 바깥으로 굴러떨어질 것처럼 커다래졌다.
“도, 도련님?! 그 옆에는…… 신부, 신부님이시죠?!”
“아들아!”
폴은 놀란 얼굴로 기린과 라이오넬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기린은 민망함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으악! 보지 마세요!”
“이 밤에 자꾸만 이상한 소리가 나서 혹시나 해서 와 봤는데…….”
폴이 들고 있던 커다란 대검을 보여주며 어깨를 들썩거렸다.
‘히익!’
자칫하면 저 대검에 찍 소리도 못 내고 썰려버릴 수도 있었겠구나. 기린은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폴의 얼굴에는 어느새 미소가 번져갔다. 폴은 웃음을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광대를 씰룩거렸다.
“하지만 이런 일이라면 언제든 환영이지! 하하핫!”
“화, 환영까지?!”
폴은 여전히 넋이 빠진 채 서 있는 포우를 돌려세우더니 가져온 대검을 다시 등에 둘러메고서는 걸음을 재촉했다.
“아들아. 우리는 이만 여기서 빠져줄 테니 하던 거 마저 하려무나. 신부님도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네, 나중에 뵙겠습니다, 폴.”
라이오넬은 뭘 또 태연하게 나중에 뵙겠다고 말을 하는 거야?!
기린은 기가 차다는 표정으로 라이오넬을 쳐다보았다. 라이오넬은 이마에 흐른 땀을 손등으로 훔치며 빙긋 미소까지 지어 보였다.
다른 남자 앞에 엉덩이까지 까 보이고…… 그건 아무렇지 않다는 건가.
“도련님…….”
폴에게 끌려가며 포우가 힐끗 뒤를 돌아 어깨 너머로 기린을 쳐다보았다. 왠지 포우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만 같은 얼굴을 하고서는 포우는 몇 번이고 어깨 너머로 기린을 돌아다보았다.
폴은 한 번 뒤를 돌아보더니 기린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 보였다. 아주 그냥 자랑스럽고, 기특해서 미쳐버릴 것만 같다는 표정이었다.
“하하, 하하하…….”
기린은 어색하게 웃으며 폴에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해주었다. 라이오넬도 두 사람이 사라지는 것을 다 보고 나서야 다시 기린을 향해 몸을 가까이 붙였다.
“그럼…… 계속해볼까요?”
“아, 그게…….”
기린은 풀이 죽은 자신의 아랫도리를 슬쩍 라이오넬에게 보여주었다.
“흥이 깨졌어요. 너무 놀라서…….”
“아, 그러시군요.”
“라이오넬은 괜찮아요? 어디 봐요.”
기린은 아랫도리를 가리고 있는 라이오넬의 손을 옆으로 치워 보았다. 놀랍게도 라이오넬의 성기는 여전히 꼿꼿하게 몸을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우와……. 안 죽었네요? 놀라지 않았어요?”
“놀랐지만…… 기린 씨를 앞에 두고 가라앉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렇구나…….”
이 말에 조, 좋아해야 하는 게 맞는 거겠지? 어쨌든 나를 보면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다는 말이니까.
기린은 슬쩍 라이오넬의 눈치를 보았다. 라이오넬은 아직 더, 아니 한참 더 할 수 있다는 얼굴을 하고 기린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눈빛을 마주하자니 기린도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폴과 포우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얼마나 좋았던가. 누군가에게 들킬지도 모른다는 그 아슬아슬한 기분에 쾌감은 몇 배나 더 커졌다. 물론 진짜로 들키기도 했지만.
기린은 결심한 듯이 몸을 돌려 나무를 끌어안은 채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엉덩이를 쭉 빼 라이오넬에게 들이밀었다.
“아까처럼 다리 하나를 드는 건, 넘어질 것 같아서 불안하니까 이번엔 이 자세로 해요.”
“기린 씨…….”
라이오넬은 감격한 것 같았다. 그는 기린의 허리를 양손으로 부여잡더니 단단한 성기를 기린의 엉덩이 골 사이에 끼우고 앞뒤로 문질거렸다.
“아아…… 문지르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흐읏, 저, 저도요…….”
라이오넬의 성기 끝이 자극을 받아 예민해진 구멍을 쿡쿡 찌를 때마다 기린의 입술 새로 저절로 신음이 쏟아져 나왔다. 기린은 나무를 와락 끌어안은 채로 라이오넬을 돌아보았다.
“라이오넬…… 어서…….”
“알겠습니다.”
라이오넬은 여운이 남아 붉게 부푼 기린의 구멍 안으로 자신의 성기를 조심스럽게 밀어 넣었다. 성기가 내벽을 밀고 들어오자 기린은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후배위로 자세를 잡자 어디를 찔러 달라는 말도 필요 없을 정도로, 굵고 우람한 라이오넬의 성기가 정확히 전립선을 찌르면서 들어왔다.
“으하앗…… 흐윽, 으응……!”
기린은 바들바들 몸을 떨며 자기도 모르게 어깨를 좁혔다. 라이오넬의 성기가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움직이겠습니다…….”
라이오넬은 땀이 흘러 축축해진 손으로 기린의 양 옆구리를 부여잡고는 다시금 허리를 흔들어 대기 시작했다.
“아앙, 앗, 앙, 흑, 으읏, 앙……!”
라이오넬이 허리를 흔드는 박자에 맞추어 기린은 신음을 내뱉었다. 다리가 풀려 후들거려서 당장이라도 흙바닥에 무릎을 꿇을 것만 같았다. 기린은 쓰러지지 않기 위해 나무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흐윽, 읏, 앙, 아흐읏, 앙.”
구멍이 저절로 벌렁거리며 벌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성기가 빠져나갔다가 깊은 곳으로 다시 처박히는 짜릿함에 중독이 될 것만 같았다. 아찔한 쾌감이 몰아치자 온몸에 소름이 몇 번이고 돋았다.
“라이오넬, 흐앗! 라, 이오넬……!”
기린은 목소리를 높여 라이오넬의 이름을 부르고 또 불렀다. 기왕 들켜버린 마당에 이젠 될 대로 되라, 마음껏 소리를 지르기로 마음먹었다.
기린의 허리가 아래로 휘어지며 둥글게 내려앉았다. 라이오넬은 기린의 척추뼈를 연주하듯이 손가락으로 어루만졌다. 척추 아래에 움푹 파인 부근을 문지르자 기린은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어 허리를 비틀어댔다.
“으응…… 가, 간지러워…….”
“간지럽기만 해요?”
라이오넬이 집요하게 기린의 등허리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기린은 라이오넬의 손가락이 스치고 지나가는 살갗에 정신을 집중했다. 라이오넬의 말을 듣고 가만히 감각을 집중해보니 그저 간지럽기만 한 것 같지는 않았다. 묘하게 뭉근한, 아주 멀리에서부터 느껴지는 듯한 오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계속해서, 더 오랫동안, 더 세게 그 부근을 건드려줬으면 좋겠다는 기분. 기린은 자기도 모르게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어 댔다.
“으흐읏…… 모르겠어요…… 흣, 으응, 아앗…….”
“기분 좋은 거예요, 그렇죠……?”
라이오넬이 헐떡이며 말했다. 보지 않아도 라이오넬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는 것을, 기린을 알 수가 있었다.
라이오넬은 기린의 몸을 휙 돌려세웠다. 그리고 다시 자기를 바라보게 만들었다. 기린은 몸을 곧추세운 채 등을 나무 기둥에 대고 섰다.
“읏, 차.”
“아앗?!”
라이오넬이 힘을 주어 기린을 위로 들어 올렸다. 기린은 버둥대며 허공에 뜬 두 다리를 라이오넬의 허리에 휙 감았다.
“라, 라이오넬! 무거워요! 내려주세요!”
“무겁기는요. 깃털처럼 가벼운 걸요.”
라이오넬은 그 상태로 허리를 깊게 아래로 내렸다가 다시 위로 들어 올리며 기린의 배 속으로 성기를 쑤셔 넣었다.
“아앙, 앙……!”
기린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라이오넬을 냉큼 끌어안았다. 라이오넬은 품에 안겨 오는 기린을 다정하게 껴안았다. 그는 기린을 안은 채로, 기린을 위아래로 움직여가며 자신의 성기를 박았다가 빼기를 반복했다.
라이오넬은 두 손으로 기린의 엉덩이를 떠받쳤다. 그의 손길에 의해 엉덩이가 벌어지자 더욱 자극적인 쾌감이 느껴졌다. 구멍이 한계까지 벌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팽팽하게 벌어진 구멍을 성기가 이리저리 파헤치듯이 찔러대는 통에 기린은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흐아흑, 으아핫……! 떠, 떨어질 것 같아……! 앙……!”
“안 떨어져요…….”
아슬아슬한 기분이 더해지며 섹스는 좀 더 짜릿해졌다.
라이오넬과 기린은 그렇게 한참 동안 배를 맞추었다. 점차 해가 떠오는 것도 모른 채.
***
“흐아……! 힘들어.”
방으로 돌아온 기린이 침대에 풀썩 드러누우며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냈다. 밤이 새도록 섹스를 하다니. 진짜 미친 게 아닐까? 몇 시간만 잠깐 눈을 붙이고 나면 다시 왕궁으로 출근을 해야 할 시간이었다.
“맙소사.”
나뭇잎 사이로 달빛이 아니라 따사로운 햇빛이 비춰 들어오자 그제야 두 사람은 번쩍 정신이 들었다. 라이오넬은 다급하게 마무리를 하며 새벽 미사에 늦었다면서 허겁지겁 언덕을 내려갔다.
“새벽 미사라니. 새벽은 한참 전에 끝났을 텐데.”
기린은 마른세수를 하며 키득거리고 웃었다.
그 순간, 기린의 머리맡에서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지?
“어라?”
아르고의 목소리였다. 기린은 몸을 일으켜 침대 머리맡에 놓아두었던 수상한 돌을 집어 들었다.
“아르고? 이 시간에 무슨 일이에요? 늘 한밤중에만 이야기를 나눴잖아요.”
-어젯밤에 무언가 소리가 들린 것 같아서 말이야. 네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지.
“소리?”
-어떤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네가 밖으로 나간 것 같아서. 몇 번 네 이름을 불러보았는데 대답이 없더군.
“아하.”
간밤에 라이오넬이 찾아온 소리를 들었나 보구나.
기린은 그제야 아르고의 말이 이해가 갔다.
“그게, 친구가 찾아와서요.”
-그 밤에?
“급한 일이라…….”
급한 일이기는 했지. 거짓말은 안 했어.
기린은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수상한 돌 너머로 이야기를 나누는 아르고는 보지 못할 테니.
-…….
아르고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이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조용히 입을 열어 기린에게 물어왔다.
-……애인?
“네?”
-그 남자. 사실 친구가 아니라 애인이냐고.
아르고의 목소리가 착 가라앉아 있었다. 기린은 쭈뼛대며 대답을 했다.
“애인은…… 아니에요.”
-아직은 아닌 건가?
“아직이라기보다는…… 으음. 이 사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
아르고가 딱딱한 목소리로 차분하게 말했다.
-그 남자랑 섹스하는 사이야?
“아니, 그, 그게…….”
기린은 선뜻 대답을 하지 못 하고 망설였다. 그것이 오히려 아르고에게는 무엇보다도 명확한 대답이 되었다.
-했다는 뜻이군. 그럼 간밤에도 그런 이유로 찾아온 건가?
“…….”
-대답이 없는 걸 보니 내 추측이 맞나봐.
아르고는 커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기린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왜 아르고의 한숨에 이렇게까지 긴장이 되는 거지?’
기린은 아르고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라이오넬과 섹스한다는 사실에 아르고가 왜 기분이 나빠질 거란 생각이 드는 거지?
-기린.
“네, 네?!”
기린이 잔뜩 긴장한 채 반짝 얼어서 대답했다. 아르고가 천천히 운을 뗐다.
-나는 기린을 보러 가야겠어.
“절…… 보러 온다고요?”
기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부터 준비를 해서 가면…… 그래, 못해도 5일 내로는 칼레나 왕국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저, 정말 저를 만나러 오신다고요?”
-그래.
아르고의 목소리에 조용히 웃음기가 젖어 들었다. 기린은 그제야 조금 안심이 되었다.
-이러다가 기린을 다른 엄한 남자들에게 빼앗겨 버리겠어.
“……네?”
예상외의 이야기. 기린은 마치 수상한 돌이 아르고의 얼굴이라도 된다는 듯이 뚫어져라 들여다보았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아르고?”
“내가 기린을 좋아하는 걸 여태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단 말이야?”
“아르고가…… 나를요?”
여태껏 그 가능성을 생각해보지 못했다는 게 더 우스꽝스러웠다.
‘이건 게임이잖아. 그것도 연애 시뮬레이션 19금 게임. 이벤트가 발동된 미지의 캐릭터가 플레이어인 나를 좋아하게 되는 건 당연하잖아?! 근데 왜 여태까지 그 생각을 하지 못한 거지?!’
-나는 기린이 나의 운명의 상대라고 생각해.
수상한 돌 너머로 진지한 아르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르고의 말에 기린의 뺨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저랑은…… 이야기를 나눈 것뿐인데요? 제가 엄청나게 못생기거나…… 하여튼, 아르고 마음에 안 들면 어떻게 하게요!”
-기린, 못생겼어?
“엄청 못생긴 건 아니지만……. 사람들마다 기준이 다르기는 하니까 아르고 눈에는 못생겨 보일 수도 있고…….”
-하하하!
기린의 말에 아르고가 커다랗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르고의 웃음은 한참 동안 잦아들지 않았다. 겨우겨우 웃음을 추스르며 아르고가 말했다.
-못생겨도 상관없어. 난 기린이라면, 내가 여태까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음을 확인한 기린이라면, 입 자리에 눈이 달리고 눈 자리에 입이 달려도 사랑에 빠질 거야.
“…….”
이거…… 엄청난 고백 멘트 아니야?
기린은 무어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꾹 입을 다물어버렸다. 아르고의 다정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다시 한번 수상한 돌에서 흘러나왔다.
-기린. 너를 만나러 칼레나 왕국으로 가겠어. 5일 뒤에 만나.
-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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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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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됐다
와우 들켜도 칭찬받는 세계관
2021.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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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뀨뀨?
좋아좋아 쟤랑도 하자!!!!!!
2021.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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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레블린
야외에서 하는 것 정도는 아무렇ㅈㅣ 않은 세계관... 역시 야겜이라서인가(?)
2021.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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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으악
이럴줄알았어!!!! 얼른 하자!!!
202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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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MTOON
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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