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구른 김에 왕까지-27화 (27/42)

27화

기린이 성기사 G를 달라고 한 일은 왕궁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유클리드는 깜짝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버렸고, 성기사 또한 제 귀로 들은 말이 맞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웅성거리는 대신들……. 그 사이에서 누구보다도 충격을 받은 것은 레오나르도였다.

불쌍한 레오나르도. 기린은 저절로 레오나르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레오나르도는 처음에는 뒤통수를 누군가에게 망치로 얻어맞은 사람 같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인상이 일그러지며 강아지 같은 커다란 두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고였다.

“기린…… 그, 그게 무슨 말이야?”

레오나르도가 기린에게 비척비척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며 물었다.

‘내가 생각하는 그런 뜻은 아니지? 응? 그렇다고 말해줘.’

레오나르도의 간절한 눈빛이 기린에게 그렇게 말을 걸고 있었다. 기린은 레오나르도의 시선을 피해 버렸다.

‘미안. 레오나르도. 마왕님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아.’

기린이 눈길을 피한 것으로 레오나르도는 모든 대답을 들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레오나르도는 크게 충격을 받은 얼굴로 기린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가 아랫입술을 꽉 깨물자 어느새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저, 저는 이만…….”

말도 다 마치지 못한 채 레오나르도는 몸을 돌려 왕궁 홀을 나가 버렸다. 기린은 레오나르도를 붙잡고 싶었지만, 차마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나중에…… 나중에 만나서 잘 이야기하면 될 거야. 응. 괜찮아, 기린.’

레오나르도에게 크나큰 상처를 안겨 주었다는 죄책감에 기린의 가슴이 미어지듯이 아파왔다. 하지만 지금은 성기사와의 ‘하룻밤’이 더 급한 문제였다. 레오나르도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 것이었다. 레오나르도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나를 갖겠다니? 그게 무슨 뜻이지?”

레오나르도가 홀을 나서고 나서야 성기사는 기린에게 말을 붙여왔다. 레오나르도를 마음에 품고 있는 성기사로서는 그가 여기 존재한다는 자체가 껄끄러웠을 것이 분명했다.

성기사가 잘생긴 얼굴을 찡그리며 기린을 지그시 쳐다보았다.

“그대의 말을 이상한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은데.”

“이상한 뜻이라면 어떤 거죠?”

“그러니까…….”

성기사가 답지 않게 뺨을 확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그, 은밀한 일 같은…….”

“정확히 보셨네요.”

“뭐?!”

성기사가 화들짝 놀라며 기린을 다시 쳐다보았다. 기린은 성기사와 눈을 마주쳤다가 이내 유클리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폐하께서 허락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서, 성기사와의 하룻밤을?”

이제 보니 유클리드도 나름 레오나르도만큼 충격을 받은 듯싶었다. 유클리드는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표정으로 기린을 바라보다가 그에게 다가와 귓가에 빠르게 속삭였다.

“주인님! 저와는 그렇고 그런 걸 거부하시더니, 어떻게 G와 그런 걸 하고 싶다고 말씀하실 수 있으세요?! 그걸 또 저에게 허락해 달라고요? 정말 너무하세요! 유클리드, 상처받았어요!”

흐엉. 유클리드가 작게 흐느끼는 소리를 냈다. 기린은 움찔, 어깨를 움츠리며 유클리드를 조심스럽게 밀어냈다.

“유클리드. 당신에게도 언젠가는 기,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고, 아닐 수도 있고. 어쨌든 약속했잖아요. 내가 원하는 건 뭐든지 주겠다고. 성기사를 내게 주세요.”

“유클리드는……! 주인님이 이 나라의 ‘왕’을 원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만약 ‘왕’을 원한다고 하시면 기꺼이 제 몸을 주인님 앞에 바치려고 했는데……!”

아, 그런 속셈이었어?

기린이 피식 웃으며 유클리드를 바라다보았다. 유클리드는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기린을 쳐다봤다.

‘미안. 유클리드. 하지만 당신에게 기회가 가는 일은 절대! 저얼대로 없을 거예요.’

기린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유클리드의 어깨를 붙잡았다. 기린의 손길이 닿자 유클리드는 어쩐지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주인님, 설마 저를……?”

“아니, 유클리드. 명령이야.”

기린이 대신들과 성기사가 듣지 못할 만큼 작은 목소리로 속닥거렸다.

“나에게 성기사를 주겠다고 말해.”

“읏……!”

“성기사가 군말 없이 명을 들으려면 반드시 이 나라의 ‘왕’의 허가가 필요해.”

“그, 그건 그렇지만…….”

유클리드는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며 기린의 눈치를 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이내 커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번에는 유클리드에게도 기회를 주세요, 주인님. 정말 간절히 기다리고 있답니다.”

“뭐, 생각해볼게.”

“좋아요.”

유클리드는 울먹울먹한 표정을 거두고 다시 근엄한 표정으로 대신들과 성기사 앞에 섰다. 그리고는 위엄 있는 목소리로 공표하였다.

“백성 민기린의 청을 받아들여, 성기사 G를 이 시간부로 민기린의 소유로 명한다!”

“폐하!”

대신들이 수군대는 와중에 성기사가 다급하게 유클리드 앞으로 뛰어나와 무릎을 꿇었다.

“제가 이 백성의 소유가 되다니……! 그렇다면 왕궁 기사단에서는 쫓겨나게 되는 겁니까? 저의 자유 의지는……!”

“설마 그럴 리가요.”

기린이 무릎을 꿇고 있는 성기사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성기사님의 자유 의지는 아무도 해치지 않아요. 계속해서 왕궁 기사단의 성기사로 있어 주세요. 다만…….”

“다만?”

기린은 허리를 숙여 성기사의 귓가에 은밀하게 속삭였다.

“아까 성기사님이 생각하신 대로…… 제가 원할 때 절 안아주시기만 하면 돼요.”

“뭐, 뭐라고?!”

“가끔은 데이트도 하고요.”

기린이 방긋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럼 지금 당장 서로를 더 알아보는 시간을 가질까요? 폐하의 명도 떨어졌으니, 성기사님! 첫 번째 제 부탁입니다. 저랑 데이트 해주세요. 거절은 할 수 없으세요! 성기사님은 이제 제 것이니까요.”

“으윽……!”

성기사가 인상을 찌푸렸다. 기린은 성기사의 팔뚝을 붙들어 끌어당겼다.

“어서요! 빨리 왕궁에서 나가요.”

“하지만 지금은 왕궁 순찰을 해야 하는 시각…….”

“에이, 그런 건 다른 사람 시키고요! 빨리요!”

성기사는 하는 수 없다는 듯이 기린에게 끌려 나가며 난감한 표정으로 유클리드를 돌아보았다. 유클리드는 매우 서운한 표정으로 성기사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

“바로 침실로 끌고 갈 줄 알았더니.”

성기사가 의외라는 듯이 눈썹 하나를 치켜 올리며 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기린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기린은 눈썹을 팔자로 내리며 심통이 난 표정을 지었다.

“저, 그렇게 무도한 짐승 아니거든요? 여기 메뉴판이요!”

기린은 손을 높이 들어 웨이터에게 메뉴판을 요청했다.

그렇다. 두 사람은 ‘광장’에 나와 이 왕궁에서 가장 크고 좋은 레스토랑에 들어온 참이었다.

성기사 G가 레스토랑에 들어오자 백성들이 동요하며 성기사를 힐끔힐끔 훔쳐보았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얼굴을 붉히고서는 성기사를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기린은 성기사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왠지 으쓱한 기분이 들었다.

웨이터가 메뉴판을 가져다주자 기린은 그것을 들여다보며 열심히 메뉴를 고르기 시작했다. RPG 게임에서나 나올 것 같은 메뉴들이 기린의 입맛을 돋우어 주었다. 함박 스테이크, 오므라이스, 스튜, 갓 구운 빵과 크림 소다, 카레라이스, 슈크림과 팬케이크……. 기린은 자기도 모르게 입맛을 다시며 메뉴를 골랐다.

“저는 함박 스테이크에 갓 구운 빵, 그리고 크림 소다요! 성기사님은요?”

“난…….”

기린이 성기사에게 메뉴판을 넘겨주었다. 의외로 성기사는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메뉴판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성기사는 턱을 문지르며 한참 동안이나 고민을 하더니 거대 멧돼지 스테이크와 하급 과일 박쥐 몬스터의 체액으로 만든 믹스 주스를 선택했다.

성기사의 메뉴 선택에 기린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몬스터 체액이라니…… 맛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메뉴다.”

성기사가 메뉴판을 덮어 웨이터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과일 박쥐 몬스터는 사람을 해치지 않지. 과일만 먹고 사는 착한 놈들이다. 그놈들이 과일을 빨아 먹을 때 침이 섞이며 더욱 달콤한 물질로 바뀌게 돼. 그래서 그놈들의 체액은 달콤한 과즙으로만 이루어져 있지.”

“맛있게 들리라고 하는 건지, 역겹게 들리라고 하는 건지…….”

기린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기린의 모습에 성기사가 피식,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반응을 보이다니. 재미있군. 이 왕궁의 사람들이라면 누구든지 과일 박쥐 몬스터의 체액을 먹고 자라는데 말이야.”

기린은 성기사가 웃는 모습을 황홀하게 쳐다보았다. 언제나 딱딱하기만 한 성기사의 얼굴에 미소가 번질 때는 기린은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울렁거렸다. 물론 환하게 웃는 모습은 아직 한번도 보지 못했지만.

‘성기사님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면 눈이 멀어버릴지도 몰라.’

문득 그런 생각을 하자 기린은 심장이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었다. 기린이 뺨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자 성기사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왜 그러지?”

“성기사님 웃는 모습이 정말 근사한 거…… 알고 계세요?”

“내가?”

성기사가 눈을 커다랗게 뜨며 팔짱을 꼈다.

“그런 말은 처음 듣는걸. 다들 나를 무서워만 해서.”

“무서워만 하다뇨! 감히 다가서지를 못하는 거죠. 지금도 보세요. 이 레스토랑에 있는 사람들이 다 성기사님만 주목하고 있다고요. 다들 아까 성기사님이 살짝 미소를 지으실 때 탄식하던 거 못 들으셨어요?”

“그랬나?”

성기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성기사는 이쪽으로는 둔한 것 같았다. 이런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면서 자기가 인기 있는지도 모르다니! 기린은 살짝 성기사가 얄미워졌다.

때마침 기린과 성기사가 시킨 메뉴가 속속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맛있는 음식들이 테이블에 차려지자 기린은 성기사를 얄밉게 생각했던 기분조차 잊은 채 음식에만 집중했다.

“와! 맛있겠다!”

기린의 두 눈이 초롱초롱 빛나자 성기사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오늘 첫 식사인가 보지?”

“아뇨. 아침 먹었는데요.”

“생각보다 많이 먹는 편인가 보군.”

“저 이거 다 먹고 디저트도 먹을 거니까 놀라지 마세요.”

“알겠다.”

성기사는 거대한 멧돼지 스테이크를 앞에 두고 나이프와 포크를 들어 올렸다. 벽돌만 한 버터가 스테이크 위에서 지글거리며 녹고 있었다. 기린은 입을 떡 벌리고 성기사의 스테이크를 쳐다보았다.

“그러는 성기사님이야말로 그걸 다 드실 수 있으세요?”

“단백질은 체력과 근육에 중요한 보탬이 되지. 이 정도는 먹어줘야 힘이 나지 않겠나?”

“우와…… 저 많이 먹는다고 뭐라 하실 때가 아니신데.”

“나는 이 나라의 기사니까.”

성기사는 나이프와 포크를 이용해 스테이크를 쓱쓱 잘라내기 시작했다. 스테이크 가운데에서 가장 맛있는 부위를 크게 잘라낸 성기사가 그 조각을 기린의 접시 위에 올려 주었다.

“응?”

함박 스테이크를 먹던 기린이 고개를 들자 성기사가 보일 듯 말 듯 한 미소를 지으며 고갯짓을 했다.

“먹어 보도록. 맛이 괜찮을 거다. 너도 내일부터는 왕궁 기사단 소속이니 이 정도는 먹고 힘을 내야지.”

“감사합니다.”

기린은 성기사가 건네준 멧돼지 스테이크를 작게 잘라 입에 넣었다. 멧돼지라고 해서 살이 뻣뻣하고 돼지 냄새가 많이 날 줄 알았더니, 생각 외로 부드럽고 맛도 아주 좋았다.

기린의 눈이 커다래졌다.

“맛있다!”

“그렇지? 이 레스토랑의 음식은 우리 왕궁 최고라고 할 수 있지.”

성기사가 기린 쪽으로 허리를 숙이며 작게 속삭였다.

“이건 비밀인데, 사실 이 레스토랑의 주방장을 폐하께서 왕궁으로 스카우트하시려다가 실패하신 적이 있다. 주방장은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음식을 선보이고 싶다고 그 많은 금은보화도 거절한 채 이곳에서 계속 레스토랑을 하고 있지.”

“와. 그렇구나.”

“나는 왕궁 수석 주방장보다 이 레스토랑의 주방장이 훨씬 요리를 잘한다고 생각해.”

“오. 앞으로도 이 레스토랑에 자주 들러야겠어요.”

기린이 눈을 반짝이자 성기사가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린이 이어 말을 했다.

“앞으로 이런 시간 자주 가져요. 성기사님이 해주시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싶어요.”

“그래? 아까 왕궁 홀에서는 당장이라도 침실로 끌고 가 나를 탐할 궁리만 하는 것 같았는데.”

“말씀드렸지만, 저는 그런 생각만 하고 있지 않다고요.

기린이 테이블에 팔꿈치를 세우고 턱을 괴며 싱긋 웃었다.

“성기사님에 대해 더 알고 싶어요.”

“음…….”

커다란 스테이크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며 성기사는 긍정도 부정도 아닌 소리를 냈다.

“나를 폐하께 요청한 너의 속내를 잘 모르겠다. 이렇게 밥이나 먹으면서 시답잖은 소리나 할 거면 굳이 ‘성기사를 달라’고 청하지 않았어도 되었을 텐데.”

“하지만 제가 ‘저랑 같이 식사해요!’라고 했으면 성기사님이 ‘그러자꾸나.’하고 답을 해주셨을까요?”

“아니.”

“거봐요.”

기린이 투덜대며 크림 소다를 쪽 빨아들였다.

“저로서는 이 방도밖에 없었어요.”

“애초에 나랑 왜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한 거지? 그 이유를 듣고 싶군.”

성기사가 단단히 팔짱을 끼며 기린을 가만히 응시했다.

“너는 레오나르도 왕자님과 깊은 사이가 된 것이 아닌가? 아까 너의 말에 레오나르도 왕자님이 상처를 받으신 것 같았다. 왕자님을 상처 입히면서까지 나에게 접근한 의도가 뭐지?”

성기사의 붉은 눈동자가 매섭게 반짝였다. 성기사는 이미 기린의 의중을 다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것이 마왕의 힘을 되찾아 주기 위한 접근이라는 것까지는 알아채지 못한 것 같았지만.

“음…… 그냥요. 성기사님이 어떤 사람인가 궁금해서요.”

기린이 태연하게 말했다. 그건 정말이었다. 마왕의 힘을 되찾기 위해서 접근하는 것도 맞았지만, 이 게임의 플레이어로서 기린은 성기사 또한 공략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이 게임 내에서 가장 공략하기 힘든 캐릭터가 바로 성기사였으니까. 일종의 도전 욕구를 자극한다고나 할까?

기린이 찡긋 미소를 지었다.

“저는 성기사님과도 깊은 사이가 되고 싶어요. 할 수만 있다면요.”

“정절에 대한 충성이 전혀 없나 보군.”

성기사가 기린을 비웃으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기린은 아무런 내상도 입지 않았다.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 어차피 이 게임은 야겜이고, 당신도 쾌락에 굴복하게 될 공략캐 중 한 명이니까!’

침대로만 끌고 가면, 기린은 자신이 가진 이 절륜한 ‘섹스력’으로 성기사를 타락시킬 자신이 있었다.

‘성기사님은 침대에서 어떤 표정을 지을까? 어떤 신음을 내려나? 거기는 어떻게 생겼을까? 어떤 식으로 섹스를 할까? 저 제복 밑에 가려진 몸은 또 얼마나 탄탄할까? 궁금해, 진짜 진짜 궁금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크림 소다를 빨아들이며 기린은 눈을 가느다랗게 떴다. 기린의 뜨거운 눈빛에 성기사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뭐지? 그 눈빛은? 소름 돋는데.”

“아무것도 아니에요.”

“나를 앞에 두고 대체 무슨 상상을 하는 거지?”

“신경 쓰지 마세요.”

기린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크림 소다의 마지막 한 방울을 쪽! 하고 빨아들였다.

***

늦은 밤.

폴과 포우의 격렬한 환대를 받으며 집에 돌아온 뒤, 아르고와 오순도순 이야기까지 나누고 잠자리에 든 기린의 침실 창문이 덜컹덜컹 흔들렸다. 거센 바람이 부는 걸까? 하지만 여러 일로 지친 기린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창문은 더 격하게 흔들렸고 이내 누군가가 노크를 하는 소리까지 들렸다.

‘노크?’

기린은 부스스 잠에서 깨어나 창문 쪽을 바라다보았다. 창문 밖으로 사람의 검은 실루엣이 비춰 보였다.

똑. 똑.

이내 또다시 창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들렸다. 기린은 눈을 비비며 창문 쪽으로 다가섰다.

“누구세요?”

기린의 질문에 창문 건너편의 사람이 입을 뗐다.

“기린 씨? 접니다.”

“저가 누구야…….”

기린은 투덜거리며 창문을 열었다. 그러자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어떤 남자가 창문 앞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누구…….”

“기린 씨, 저요…….”

로브를 뒤집어쓴 이가 후드를 벗어냈다. 잔뜩 서운한 표정을 하고 서 있는 이는, 다름 아닌 라이오넬이었다.

-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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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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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hy****

라이오넬 완전 잊고 있었어... 기린 이 나쁜 남자...

2021.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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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ㅍㅅㅍ

수업이던 알바던 고르면 다른 상대들은 무조건 일주일 절륜이야ㅠㅠ

2021.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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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라이오넬이랑 또 굴러라... 가자 기린아 기회다 섹스로 화해하자

202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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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됐다

헐 라이오넬 오랜만이야....

2021.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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