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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른 김에 왕까지-25화 (25/42)

25화

“응?”

마왕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아랫도리를 내려다보았다. 완벽히 꼿꼿하게 발기한 것은 아니었지만, 분명 마왕의 성기가 커져 있었다. 마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닛?! 이건……!”

“커졌어요!”

마왕은 다급하게 자신의 아랫도리를 만져보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오오! 반쯤 발기했군. 자네가 왕자의 음기를 나눠준 덕분에 조금 힘이 난 것 같아. 정말 고맙네, 고마워!”

“와아, 다행이다.”

기린은 진심으로 기뻐하며 박수를 쳐댔다. 그의 머릿속에 음험한 상상이 들지 않았다고 하면 그것은 거짓말이겠지. 손가락만으로 최상의 테크닉을 자랑하는 마왕이, 마침내 성기를 사용하게 된다면 그 쾌감은 얼마나 클까? 기린은 자기도 모르게 뺨이 붉어졌다.

마왕은 반쯤 발기한 자신의 성기를 신기하다는 듯이 내려다보며 자랑스럽게 어깨를 활짝 폈다.

“고귀한 음기가 내 원래 힘과 상응하는 부분이 있었나 보군. 앞으로도 이 왕자의 음기를 많이 가져다주길 바란다, 나의 백성 민기린이여.”

“네! 힘내볼게요.”

“원래 내 힘과는 비교도 되지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힘이 돌아오니 기운도 나고, 아주 기분이 좋은걸?”

마왕은 기린에게 한 발자국 다가와 그의 허리를 휙 휘감더니 거칠게 입맞춤을 했다.

“으읏……!”

마왕의 혀가 입술 새를 가르며 파고들자 기린은 어깨를 좁히며 몸을 움찔거렸다. 그런데, 마왕과의 키스가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기분이었다. 기린은 깜짝 놀라 두 눈을 크게 떴다. 마왕의 혀가 단어 그대로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있었다. 평소보다 훨씬 끈적끈적하고 미끈거리는 타액이 기린의 입안에 흘러 들어왔다. 그 타액은 미지근함을 지나 약간 뜨겁게까지 느껴졌다. 기린이 마왕의 침을 받아 삼키자 금세 가슴이 후끈해지며 뜨겁게 달아올랐다. 기린은 왜 갑자기 이런 기분이 드는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흣, 으응……!”

기린은 당황하여 다급하게 마왕의 가슴팍을 밀어냈다. 평소대로의 힘이라면 벌써 밀려났을 마왕이지만, 힘을 조금 되찾은 마왕은 기린의 가소로운 힘 따위에 쉬이 밀리지 않았다. 키스를 하며 마왕은 “훗.”하고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기린의 입천장을 한 번 부드럽게 핥더니 고개를 뒤로 물렸다.

“하아, 하아, 하아…….”

기린은 가쁜 숨을 몰며 양손으로 입을 가렸다.

“대, 대체 지금 무슨……”

“이게 내가 가진 원래 힘의 일부이지.”

마왕이 빙긋 웃으며 혀로 입술을 할짝거렸다. 그 모습을 본 기린의 두 눈이 다시금 휘둥그레졌다. 마왕의 혀끝이 뱀처럼 두 갈래로 갈라져 있었던 것이다.

“마, 마왕님, 혀가!”

“그래. 나는 내 혀를 마음대로 가를 수 있거든.”

마왕이 뱀 같은 혀를 날름거리며 히죽였다. 마왕이 입을 벌리자 뾰족해진 송곳니가 눈에 띄었다. 마왕이 손가락으로 송곳니를 꾹 누르자 뱀의 독이 흘러나오듯이 약간 푸른빛을 띤 타액이 흘러나왔다.

“그게 뭐예요? 제가 지금 그걸 마신 거예요?”

“그래. 일종의 흥분제랄까.”

마왕이 씨익 웃으며 눈을 가느다랗게 떴다.

“내 침에는 이런 능력도 있거든.”

“헐…….”

기린은 이런 놀라운 능력을 다수 지니고 있는 마왕이 성기사에게 패배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아니면 성기사가 너무나도 대단한 걸까? 마왕을 이길 정도면 대체 성기사는 어떤 능력을 숨기고 있는 걸까?

기린의 생각이 성기사에게로 옮겨가자, 그가 딴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금세 눈치챈 마왕이 기린을 불렀다.

“기린?”

“앗, 네.”

퍼뜩 놀란 기린이 어깨를 튕기며 다시 마왕에게 집중했다.

‘집중, 집중. 지금은 성기사 생각을 할 때가 아니야. 혹시 모르잖아? 마왕의 능력 중에 남의 머릿속을 읽는 능력이 있을지도.’

하지만 다행히도 그런 능력은 없어 보였다. 마왕은 돌아온 자신의 능력을 하나하나 살펴보는데 도취되어 있었다.

“능력이 돌아오니 너무나도 기쁘군. 아직은 ‘입속’의 힘만 돌아온 것 같아. 하지만 이것도 어디야? 세상에…… 내 송곳니를 느껴보는 게 대체 얼마만 인지.”

마왕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해 제자리를 계속해서 서성거렸다. 가만히 서 있는 것조차 너무 마음이 들떠서 불가능한 것 같았다.

마왕이 덥석 기린의 두 손을 부여잡았다.

“정말 고마워, 기린. 이런 행복은 성기사에게 진 뒤로 처음 느껴봐. 역시 너야말로 내가 힘을 되찾는데 큰 도움이 되어줄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어.”

“여, 열심히 해볼게요.”

“왕자에게까지 접근했으니 다음은 성기사야. 왕궁에서 최대한 많은 비밀을 캐내어 성기사가 내 힘을 어디다 봉인해두었는지 알아내도록.”

“노력해 볼게요.”

마왕은 붙든 기린의 손을 위아래도 두어 번 크게 흔든 다음에야 놓아주었다.

그때, 광장에 놓인 거대한 시계탑에서 시각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왔다. 마왕이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다보았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아차! 마왕님, 죄송해요. 저 약속이 있어요.”

“누구와?”

“레오, 아니 왕자님이랑요!”

“오오, 그래? 그렇다면 가보아야지.”

마왕이 기린의 등을 떠밀며 어서 가보라는 손짓을 했다. 기린은 서둘러 뒷골목을 벗어나 왕궁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레오나르도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

왕궁 앞에 도착한 기린은 숨을 고르며 문지기들 앞에 섰다. 문지기들은 기린을 발견하고서는 눈짓으로 반갑다는 인사를 했다. 기린은 그들에게 허리를 숙여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그러자 문지기들이 마치 주요 인사를 맞이하는 것처럼 허리를 곧게 펴더니 절도 있고 정확한 동작으로 창을 움직여 기린 앞에 성문을 활짝 열어 주었다.

“감사합니다.”

“어서 들어가 봐. 오늘은 누굴 만나러 왔지?”

“레, 아니 왕자님이요.”

“오, 그렇군. 안 그래도 왕자님께서 오전부터 네가 오지 않았냐고 기다리던 참이셨어. 어서 가봐.”

“네, 알겠습니다.”

기린은 왕궁으로 들어가 기다란 복도를 걸어 익숙한 걸음으로 레오나르도의 개인 방을 찾아갔다. 가는 동안 만난 왕궁 사람들에게 기린은 하나같이 허리를 숙여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다. 기품이 한껏 높아진 기린의 인사에 그들은 밝고 환한 미소로 화답해 주었다.

기린이 레오나르도의 개인 방, 그러니까 그의 침실에 거의 다가왔을 무렵 복도를 꺾어 나오던 성기사 G와 딱 마주치게 되었다.

“아, 성기사님!”

기린이 먼저 반갑게 성기사를 불렀다. 성기사는 기린을 바라보더니 가볍게 고개를 흔들어 인사를 받았다. 그리고는 턱을 치켜들고 날카롭게 물었다.

“어디를 가고 있지?”

“왕자님을 뵈러 왔어요. 지금 침실에 계신가요?”

“아니. 왕자님은 홀에 계신다.”

“홀이요?”

“네가 왕궁에 도착했다는 전언을 받으셨거든. 폐하께서도 홀에서 너를 기다리고 계시니 지금 당장 나와 함께 그곳으로 가지.”

“네?!”

기린은 적잖이 당황했다. 레오나르도와 함께 그의 형인 제1 왕자를 만나고, 저주에 걸린 그의 상태를 확인하여 도움만 주면 되는 줄 알았더니만 홀이라니? 왕이라니? 왜 왕이 나를 홀에서 기다리고 있는 거지?

기린의 머릿속에 수많은 물음표가 떠올랐다. 왠지 일이 생각보다 커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성기사의 명령을 거절할 수도 없었기에 기린은 성기사의 뒤를 따라 홀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기린의 예상은 맞았다. 일은 기린의 생각을 뛰어넘을 만큼 크게 번져 있었다. 햇빛이 쏟아지는 환한 홀로 들어가니 그곳에는 각계 인사가 잔뜩 몰려 있고, 옥좌에는 왕인 유클리드가, 그의 오른편에는 제1 왕자, 그리고 왼편에는 제2 왕자인 레오나르도가 앉아 있었다. 아무래도 성기사는 그냥 지나가다가 기린을 발견한 게 아니라 기린을 찾아오라는 명을 받고 왕궁 안을 뒤지고 있었던 듯싶었다.

모두가 기린을 기다리고 있었다. 성기사가 기린을 데리고 홀로 들어오자 모두의 시선이 기린에게로 향했다. 기린은 지대하고 과분한 관심에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수백 개의 시선이 바늘처럼 따갑게 기린의 몸을 찔러댔다.

“폐하. 민기린을 데려왔습니다.”

성기사가 옥좌로 향하는 계단 아래에서 무릎을 꿇고 공손하게 왕에게 인사를 올렸다. 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들어 허공으로 뻗었다.

“주인…… 아니, 나의 백성 민기린이여. 잘 왔노라. 그대가 나의 첫째 아들에게 걸린 저주를 풀어줄 수 있는 인물인 것 같다고 내 둘째 아들인 레오나르도가 아주 강력하게 추천을 하였다. 하여 짐은 기대가 아주 크다.”

“예?”

기린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레오나르도와 왕, 유클리드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아니 이야기가 언제 거기까지 진행이 되었대? 게다가 내가 저주를 풀 수 있을지 없을지는 전혀 모르는데?! 물론 주인공 버프가 있기야 하겠지만…… 혹시라도 실패하면?’

기린은 눈을 끔뻑거리며 레오나르도를 물끄러미 바라다보았다. 레오나르도는 매우 기대에 찬 표정으로 기린을 향해 두 주먹을 불끈 쥐고는 고개를 힘차게 끄덕거렸다. 기린은 어색하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나를 믿는 건 좋지만, 이렇게 일을 크게 만드는 건 곤란하다고.’

바로 그때였다.

“저따위 놈이 내 저주를 무슨 재주로 풀어요?”

왕의 옥좌보다 조금은 작은 왕좌에 삐딱하게 앉아 있던 제1 왕자가 “흥.”하고 콧방귀를 뀌며 볼멘소리를 터트렸다.

“저따위 놈?”

기린은 제1 왕자의 단어 선택에 발끈했다. 싸가지가 바가지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기린을 망신 주려고 하다니. 기린의 생각보다 제1 왕자는 더 나쁜 인간인 게 틀림없었다.

‘아주 인성이 바닥이구만, 바닥이야.’

기린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쯔쯧.”하고 혀를 찼다. 유클리드는 기린의 눈치를 보며 제1 왕자를 말렸다.

“어허, 칼레드. 그런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내가 아무리 저주에 걸려 몸이 아파 그런 말을 뱉는다지만…….”

“저주, 저주, 그놈의 저주! 아무도 내 저주를 풀 수 없어요! 아버지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제1 왕자, 칼레드가 고함을 쳤다. 칼레드는 분노에 휩싸였지만 동시에 환멸스럽고,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름난 왕궁 마법사들도 풀지 못한 저주예요. 난 이렇게 평생 저주에 걸린 채 살아가야 하는 운명이라고요. 매번 이번에는, 이번에는 반드시 하면서 희망을 갖는 것도 지쳤어요. 저를 그냥 내버려 두세요.”

칼레드의 말에 유클리드와 레오나르도가 고개를 푹 숙였다. 기린이 주위를 둘러보니 홀에 있는 대신들도 우울한 듯이 고개를 숙인 채 서로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기린은 다시 고개를 들어 커다란 좌절에 빠져 있는 제1 왕자를 바라다보았다.

칼레드. 왕국 ‘칼레나’의 이름을 딴 것이 분명한 이름. 그만큼 제1 왕자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는 뜻이겠지.

기린은 칼레드에게 동정심을 가져보기로 했다. 어쩌면 저주에 걸리기 전에 그는 ‘완벽한’ 왕위 계승자였을지도 모른다. 레오나르도의 형인 만큼, 레오나르도처럼 사랑스럽고 활기찬 성격이었을지도 모르지. 이 모든 건 저주 때문이다. 기린은 그렇게 생각해보기로 했다.

기린은 저벅저벅 걸어 나가 왕 앞에 섰다.

“제가 한 번 저주를 푸는데 도전해볼게요.”

“오오, 정말이십니…… 크흠, 아니 정말인가?”

“네.”

기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불신의 눈빛으로 자신을 쏘아보는 칼레드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대체 제1 왕자님께서 걸리신 저주가 무엇인가요?”

“그것은…….”

왕은 침울한 표정으로 칼레드 쪽을 쳐다보았다.

“칼레드. 내가 말로 하는 것보다는 직접 보여드리는 편이 나을 것 같구나.”

“흥.”

“칼레드. 어서.”

“그래, 뭐 좋아요. 저는 어차피 이 왕궁의 구경거리가 된 지 오래니까요. 한 번 더 보여준다고 해서 닳는 것도 아니고, 저 하찮은 백성 앞에서도 까보죠.”

“칼레드, 무슨 말을 그렇게…….”

“자! 여길 잘 봐라.”

칼레드는 아버지의 말을 무시한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 바지춤을 풀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칼레드의 행동에 기린은 깜짝 놀랐지만 칼레드는 망설임이 없었다.

“좋다! 그렇게 보고 싶다면 보여주지!”

칼레드는 바지를 훌떡 내렸다. 기린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으앗!”

순간 홀 안의 사람들이 한탄하듯이 신음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기린은 영문을 몰라 허공에 불안하게 시선이 박힌 눈알만 데굴데굴 굴려댔다.

“어서 보라니까!”

“어서 보아라, 민기린이여.”

“그래, 어서 봐봐 기린.”

칼레드와 유클리드, 레오나르도까지 합심하여 기린에게 ‘무언가’를 보라고 종용해 댔다. 그 무언가가 무엇일지는 너무 명백한 것이었지만……. 기린은 민망함에 헛기침하며 쭈뼛쭈뼛 고개를 돌려 칼레드의 아랫도리, 바로 ‘거시기’를 힐끗 쳐다보았다.

“헐?!”

그리고 기린은 자기도 모르게 놀라고야 말았다.

칼레드의 성기가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커다래져서 꼿꼿하게 발기해 있었다. 발기만 하고 있었더라면 그저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벗기를 좋아하는 노출증 변태로구나, 생각하고 말았을 텐데 칼레드의 성기는 터지기 직전의 풍선처럼 아슬아슬하게 부풀어 있었으며, 피가 너무 몰려 처참한 색으로 변해 있었다. 검붉다 못해 칙칙한 회색과 검은색에 가까워진 성기. 그 밑에 매달린 고환 또한 누가 뿌리를 꽉 움켜쥐고 있는 것처럼 주름 하나 없이 팽팽하게 펴져 있었다.

성기는 딱 보기에도 원래의 크기가 아니었다. 당장 빵! 소리를 내며 터져버려도 이상해 보이지 않는 성기는 칼레드의 몸 크기에 비해 너무 거대하게 부풀어 있었고, 고환 또한 큼지막해져 사과만 한 크기였다.

척 보기에도 너무 고통스러워 보였다. 칼레드가 왜 그렇게 만사에 짜증이 많았는지, 기린은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칼레드가 부처님처럼 보였다. 만일 기린의 성기가 저 상태였다면 짜증 정도로는 절대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왕궁에 무시무시한 피바람이 불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터였다.

“어떻게 이 상태로 그동안…….”

“어때, 끔찍하지?”

칼레드가 자조적인 웃음을 터트리며 바지를 끌어 올렸다.

“성기사가 마왕에게 이긴 날, 쓰러진 마왕은 마지막 힘을 끌어모아 이 왕국의 왕위 계승자였던 내게 이 저주를 걸었지. 그 이후 나는 계속 이 상태였다. 하루 종일. 잠을 잘 때도 이 상태지. 내 고통을 이해할 수 있겠어?”

칼레드는 날카로운 눈으로 대신들을 노려보았다.

“저기 있는 대단들 하신 대신님들께서 별의별 방법을 사용해봤지만 아무도 내 저주를 풀지 못했다. 나는 왕위까지 동생에게 물려줘야만 했지. 그런데 어디서 굴러먹다 온 지도 모르는 한갓 백성인 네가 내 24시간 발기 저주를 풀어주겠다고? 말이 돼? 하!”

칼레드는 들으라는 듯이 커다란 소리로 비웃음을 터트렸다. 기린은 두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왠지 오기가 생겼다.

“그러니까, 제가 왕자님의 발기를 가라앉히면 된다는 소리죠?”

“바로 그거다.”

“사정이 아니라 발기를 가라앉히는 거요.”

“그래. 저 상태로는 안타깝게도 사정조차 못 해. 너무 팽팽하게 발기해 있어서 말이지.”

왕이 나서서 대답을 했다.

“혹시 사정을 하면 발기가 가라앉는 것이 아닐까 하여 왕자의 애인이며, 이 나라의 알아준다는 ‘명기’들이 다 들러붙어 왕자의 욕구를 풀어줘 보려고도 했지만…… 저건 욕구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었어. 욕구를 풀기는커녕 오히려 더 화만 돋웠으니.”

왕이, 말에 그 옆에 앉아 있던 레오나르도도 거들었다.

“물론 기린은 가라앉히는 것보다는 세우는 것에 더 능력이 있지만……! 기린의 위대한 ‘섹스력’이라면 혹시 몰라! 형의 성기에 걸린 저주보다 더 강력한 힘으로 발기를 가라앉힐지도!”

“흠…….”

기린은 턱을 문지르며 생각에 빠졌다.

‘칼레드를 ‘꼬무룩’하게 만들려면 대체 무슨 수를 써야만 할까? ‘꼬무룩’에는 역시 남자의 자존심을 팍팍 깎는 말이 제격인데 말이지.’

기린은 힐끔 유클리드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칼레드가 유클리드를 닮았다면, ‘꼬무룩’해지라고 하는 말에 오히려 흥분해서 고추가 터져버리는 거 아니야? 그러면 곤란한데…….’

“못 하겠지?”

순간 칼레드가 기린을 한심하다는 눈길로 바라보며 비죽거렸다.

“당연히 못 하겠지. 어서 꺼져버려. 꼴도 보기 싫으니까.”

칼레드가 손을 내저으며 귀찮다는 듯이 고개를 휙 돌렸다. 순간 기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저, 저 왕 싸가지. 갑작스레 짜증이 훅 올라왔다.

“아, 진짜 듣자 듣자 하니까.”

기린은 왕좌가 놓인 계단을 저벅저벅 걸어 올라갔다. 대신들이 놀라워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기린이 칼레드 앞에 서자 칼레드는 조금은 놀란 표정으로 기린을 올려다보았다. 기린은 눈을 가늘게 떠서 칼레드를 노려보며 양 주먹을 옆구리에 가져다 붙였다.

“내가 저주만 풀어준다면, 뭐든 해도 상관없죠?”

“물론! 무엇을 하든 저 저주만 풀어준다면 상관없다!”

기린의 등 뒤에서 유클리드가 숨이 넘어갈 듯한 목소리로 간절하게 외쳤다. 기린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폐하의 허락도 얻었으니 저는 무서울 게 없네요.”

기린은 눈을 감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기린의 가슴이 크게 부풀었다가 내려갔다. 다시 눈을 뜬 기린은 칼레드를 부릅뜬 눈으로 쏘아보며 말했다.

“야, 이 싸가지 없는 새끼야.”

-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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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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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hy****

노빠꾸 주인공 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

2021.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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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ㅍㅅㅍ

허락받고 처음 뱉는 말 부터가 노빠꾸 ㅋㅋㅋㅋㅋㅋ

2021.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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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아 개웃겨... 욕 한바가지 부어버리자

202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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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s_*******

아니???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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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MTOON

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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