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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른 김에 왕까지-9화 (9/42)

9화

마을로 돌아온 기린은 지친 몸을 이끌고 터덜터덜 집으로 들어갔다. 대문을 열자마자 놀라운 표정을 하는 포우와 양아버지, 폴이 보였다.

“기린아!”

“도련님!”

포우와 폴은 기린에게 다가와 그를 얼싸안았다. 평소대로라면 캑캑대며 폴을 밀어내려고 애를 썼겠지만, 기린은 이제 그럴 기운이 없었다.

“돌아왔어요. 걱정 끼쳐 드려서 죄송해요.”

“그런 말 하지 마라.”

폴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로 기린을 내려다보았다.

“감옥은 많이 무서웠지? 춥지는 않았고?”

“너무 추웠어요.”

기린이 지하 감옥의 뼛속까지 스며드는 서늘한 추위를 기억해내며 몸을 떨었다. 그러자 폴이 포우에게 말했다.

“포우. 기린이가 추웠다고 하니 몸을 덥힐 수 있는 음식을 가져다줘.”

“네! 크림 스튜를 가져다드릴게요.”

아. 또 크림 스튜인가.

매일 아침저녁으로 먹는 이 집의 유일 메뉴 크림 스튜. 기린은 그것이 왠지 반가운 기분마저 들었다.

“오늘은 좀 매콤한 걸 먹고 싶은데…….”

“매콤한 거요?”

화덕에서 크림 스튜를 한 그릇 떠내던 포우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기린을 돌아보았다. 그러더니 그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그렇다면! 매콤한 크림 스튜를 드셔보세요!”

포우가 크림 스튜 위에 크런치 페퍼 같은 향신료를 잔뜩 뿌려 식탁 앞에 올려두었다. 기린은 자포자기한 심정이 되었다.

“크림 스튜가 매콤했던가.”

정말 이 집에서 먹을 수 있는 건 크림 스튜와 빵뿐이구나.

기린은 식탁에 앉아 “잘 먹겠습니다.”하고 포우와 폴에게 인사를 하고는 크림 스튜를 숟가락 한가득 떠올렸다. 한 입 먹자 따스한 크림 스튜의 기운이 온몸에 퍼져나갔다.

‘현실 세계에서 엄마가 잔뜩 끓인 사골 국을 한 달 동안 먹여도 괜찮았으니 이것도 나름 나쁘진 않아.’

기린이 크림 스튜를 떠먹으며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잔뜩 끓여놓을 거면 가끔은 카레 같은 것도 괜찮지 않을까? 쌀 먹고 싶어…….’

하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이 집 사람들은 쌀을 먹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으니까.

‘이상한 컨셉의 게임이라니까. 이건 완전한 서양도 아니고 그렇다고 몇 세기 전도 아니고. 대체 시대 배경이 어떻게 되는 거람.’

기린은 은근히 불평을 하면서도 크림 스튜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식사를 잘 마친 기린을 폴과 포우가 자랑스러운 얼굴로 쳐다보았다.

“우리 아들은 크림 스튜를 참 좋아하는구나!”

“예? 딱히 그런 건 아닌데…….”

“도련님이 제가 만든 크림 스튜를 이렇게 좋아해 주시니 포우는 너무 기뻐요!”

포우가 눈물이 맺힌 채로 감격한 듯이 양손을 움켜쥐었다.

‘뭐 상관없나.’

기린은 포우 앞에 그릇을 내밀며 외쳤다.

“한 그릇 더 줘, 포우.”

“네!”

포우가 신이 나서 폴짝 뛰며 기린 앞에 크림 스튜 한 그릇을 더 내밀었다. 한껏 기뻐하는 포우를 보니 질려버린 크림 스튜를 먹는 것도 나름 괜찮게 느껴졌다.

***

다음 날.

지하 감옥에 갇혀 있던 탓에 일주일의 소중한 휴식 기간이 거의 날아가 버렸다. 하지만 기린은 남은 날을 쪼개 꼭 해야만 하는 일을 해야 했다.

기린은 자유 선택지에서 성당을 택했다. 성당에 가서 라이오넬에게 감사의 인사를 해야 했다.

성당을 커서로 클릭하자 사위가 어그러지며 화면이 바뀌기 시작했다. 기린이 눈을 한 번 감았다 뜨자 그곳은 이미 성당으로 변해 있었다.

기린은 성당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성당 안은 고요했고, 사람의 인기척 또한 느껴지지 않았다.

“라이오넬?”

기린이 조심스럽게 라이오넬의 이름을 부르며 성당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성당 안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우당탕! 하고 요란하게 무언가 넘어지는 소리가 났다.

“기린 씨?!”

라이오넬이 다급한 표정으로 허겁지겁 바깥으로 뛰어나왔다. 라이오넬은 기린을 보고서는 놀라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감옥에서 나오셨군요!”

“네. 전부 라이오넬 덕분이에요.”

“아아, 하느님. 감사합니다.”

라이오넬이 두 손을 마주 모으더니 하늘에 감사 기도를 올렸다. 라이오넬은 성큼성큼 기린에게 다가와 그의 손을 넙죽 잡았다.

“다치신 곳은 없고요? 병이 들지도 않으셨죠? 그곳이 너무 지저분하고 추워서 기린 씨가 병을 얻으실까 봐 걱정했습니다.”

“아뇨. 아주 멀쩡해요.”

기린이 활짝 웃으며 팔을 들어 알통을 내보이는 포즈를 취했다. 비록 도드라지는 근육이 없이 허여멀건 팔뚝이었지만.

라이오넬의 얼굴에도 마침내 웃음꽃이 피었다.

“정말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이에요!”

“라이오넬이 성기사님도 만나주시고, 무엇보다 국왕 폐하를 만나주셔서 제가 감옥에서 금방 나올 수 있었어요. 정말 고마워요.”

“아, 아닙니다. 저는 한 일이 없습니다. 그저 기린 씨가 오해로 그것에 잡혀 들어갔고, 중죄를 저지를 만큼 위험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렸을 뿐이에요.”

“그게 제일 도움이 컸죠. 국왕 폐하께서 저를 직접…… 으으, 아니에요. 그건 말하지 말죠.”

갑자기 온몸에 오한이 든 기린이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라이오넬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더는 묻지 않았다.

“그 음침하고 위험한 곳에 더 오래 계시지 않아서 천만다행입니다. 몬스터라도 튀어나오면 어쩌나 싶었어요.”

“저도 그게 제일 걱정되었어요. 그런데 라이오넬…….”

“네?”

“손을…….”

“아.”

라이오넬은 그때껏 힘껏 잡고 있던 기린의 손을 퍼뜩 놓아주었다. 라이오넬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죄, 죄송합니다. 너무 반가웠던 나머지 그만…….”

“괜찮아요. 저도 라이오넬이 너무 보고 싶었으니까요.”

“정말……, 이십니까?”

라이오넬의 머리 위로 하트 스테이터스가 떠올랐다. 비어 있던 다섯 번째 하트 창이 분홍색으로 빛이 나며 가득 채워졌다.

‘하트 다섯 개.’

왕자, 레오나르도가 하트 네 개였으니, 공략캐들 중에 하트 순위가 가장 높은 것은 이제 명실상부 신부인 라이오넬이었다. 기린은 이 기세를 몰아가기로 결정했다. 그간 ‘지하 감옥’에 갇혀 너무 고생이 많았으니, 이런 보상쯤은 받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첫 상대로 라이오넬이면 완전 무난하지!’

“라이오넬.”

기린이 라이오넬의 이름을 부르며 다시 그의 손을 잡았다.

“정말 고마워요. 저…… 지하 감옥에서 많이 생각했어요. 라이오넬이 얼마나 나를 생각해주는지…… 그래서…….”

그 순간 눈치 없는 선택지 창이 기린의 눈앞에 떠올랐다.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어요.」

「앞으로 성당 아르바이트를 더 열심히 할게요.」

너무 쉬운 선택지. 하지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어요.’를 선택해도 대체 어떻게 고마움을 표시할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야겜이니까 뭔가 야한 짓으로 고마움을 나타내려고 하지 않을까?’

기린은 은근히 기대를 하며 첫 번째 선택지를 클릭했다.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어요.”

기린의 혀가 마음대로 움직여 말을 만들어냈다. 그 말을 듣자 움찔! 하고 라이오넬의 어깨가 크게 튀어 올랐다. 아무래도 라이오넬 또한 야겜적인 시추에이션을 상상한 것 같았다.

‘예상대로 잘 풀리는군.’

기린은 참지 못하고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라이오넬은 기린에게 한 손이 붙들린 채로, 나머지 한 손으로 붉어진 얼굴을 가렸다.

“그, 저기…… 기린 씨…….”

“네?”

기린이 짐짓 모르는 척 눈을 동그랗게 뜨자 라이오넬은 더더욱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기린 씨에게…… 도움을 받고 싶은 게 하나 있기는 합니다.”

“뭔데요? 성당 청소? 고해 성사 받으러 온 이상한 사람들 쫓아내기? 말만 하세요.”

기린이 눈치 없는 척 말을 하자 라이오넬의 얼굴은 더욱 터질 듯이 붉어졌다.

“그, 그게 아니라…….”

라이오넬이 머뭇거리며 말을 이어나갔다.

“저도…… 실은 지하 감옥에 다녀온 뒤로 기린 씨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아니, 기린 씨 생각밖에 나질 않았습니다. 그곳에서 기린 씨를 하루빨리 빼내야겠다는 생각도 물론 했지만…… 이 성당에서 무사히 기린 씨를 다시 만나면…….”

“다시 만나면요?”

“꼭 함께…….”

“함께?”

라이오넬은 말을 다 잇지 못하고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기린을 잡아당겨 성당 안쪽으로 끌고 갔다.

“이, 이리로…….”

“어디 가는데요?”

“와 보시면 압니다…….”

라이오넬은 쭈뼛거리며 기린을 성당 안쪽, 은밀한 곳으로 끌고 들어갔다. 모든 것이 기린의 계획대로였다.

역시나. 라이오넬이 기린을 데려간 곳은 성당 건물 안쪽에 위치한 라이오넬의 침실이었다. 라이오넬은 소박하지만 깔끔하게 정리가 된 침실 안으로 기린을 부르더니 이내 또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처음 만난 뒤로부터 기린 씨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어요. 신부인 제가…… 너무 이상하죠?”

“아뇨. 하나도 이상하지 않아요.”

기린이 라이오넬을 안심시키려는 듯이 말했다. 라이오넬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에서 잠을 청하다 기린 씨가 나오는…… 꿈도 꾸었습니다.”

“무슨 꿈이었는데요?”

“음, 그건…….”

라이오넬이 말을 흐리자 또 한 번 기린의 눈앞에 선택지 창이 떠올랐다.

「야한 꿈이었나요?」

「무서운 꿈이었나요?」

뭐야, 무서운 꿈이라니. 내가 나오는데 무서울 게 뭐가 있어. 기린은 작게 콧방귀를 뀌고는 첫 번째 선택지로 커서를 옮겨 클릭했다.

“혹시 야한 꿈이었나요?”

“아, 아니! 기린 씨가 어떻게 그걸……!”

정곡을 찔렸는지 라이오넬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기린은 어깨를 한 번 으쓱거렸다.

‘야겜이 다 그렇죠, 뭐. 고귀한 신부님조차 함락시키는.’

“그냥요. 라이오넬의 반응을 보고 찍어봤어요.”

“아……, 그렇게 티가 나나요.”

라이오넬이 풀이 죽은 표정을 하며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기린은 침실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래서. 이곳에서 제게 부탁하고 싶은 게 뭐죠?”

“그, 그건…….”

라이오넬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기린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저를 이상하게 생각하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매일 밤 꾸는 그 꿈을 멈추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는 떠오르지 않습니다.”

“제가 나오는 야한 꿈을 매일 밤 꾸세요?”

“아앗! 저도 모르게 그만…….”

라이오넬이 수줍은 듯이 입가를 가리며 고개를 돌렸다.

‘오오. 귀여운데?’

기린은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촉이 온다, 촉이 와!’

기린은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수많은 19금 BL 게임 경력으로 보아 이제 곧 이곳에서 첫 공략캐와의 섹스 이벤트가 벌어질 참이었다. 이 분위기는! 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못 배길 분위기였다.

“……저와 사랑을 나누지 않으시겠습니까, 기린 씨? 그리하면…… 이 꿈도 멈출 것 같습니다.”

‘역시나!’

기린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예, 좋아요.」

「그건 곤란해요.」

기린은 고민할 것도 없이 첫 번째 선택지를 선택했다. 선택지를 고르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예, 좋아요.”

“저, 정말이십니까?!”

“물론이죠.”

라이오넬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주, 준비는 제가 아는 대로 일단은 해놓았습니다.”

라이오넬은 다급하게 침대 옆 협탁으로 다가가 서랍을 열었다. 서랍 안에서는 콘돔과 윤활유가 나왔다.

‘진짜 시대상을 모르겠다니까. 몇 세기 전의 서양을 배경으로 하면서 콘돔에 러브젤은 왜 나오는 거야?’

하지만 기린은 그런 사소한 것은 질문하지 않기로 했다. 기린이 아무런 말이 없자 라이오넬은 또다시 걱정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이런 제가…… 부담스러우신가요?”

“아뇨! 그럴 리가요.”

기린은 침대로 다가가 엉덩이를 붙이고 걸터앉았다. 매트리스는 푹신했고, 이불에서는 깨끗한 햇볕 냄새가 났다. 이런 날이 오지 않을까 싶어 라이오넬이 잘 정돈을 해둔 듯싶었다.

“그럼…… 이제 뭘 어떻게 시작하면 되죠?”

기린이 묻자 라이오넬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글쎄요. 저는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저도 처음인데.”

“기린 씨도요?”

라이오넬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제, 제가 기린 씨의 첫 경험 상대가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야겜 전부를 통틀어서는 아니지만, 어쨌거나 VR 19금 BL 게임에서는요.’

문득 기린은 VR 시스템이 장착된 이 게임이 어디까지 ‘실제 섹스’와 비슷한 경험을 선사해 줄지가 궁금해졌다.

‘이것도 진짜 섹스 경험으로 칠 수가 있을까? 망겜 주제에 이상한 데서만 사실적이었는데…… 갑자기 섹스 이벤트에서만 또 엄청 허접하게 진행되는 거 아니야?’

기린은 의심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라이오넬의 섹스를 거부할 생각은 없었다.

‘갑자기 일러스트 몇 장 나오면서 지나가는 건 아니겠지.’

기린은 라이오넬의 손목을 잡아 자기 옆으로 끌어당겼다. 라이오넬은 순순히 그 손길에 이끌려 기린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럼…….”

“…….”

라이오넬이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기린의 귀에도 똑똑히 들렸다. 기린은 피식 웃으며 라이오넬의 얼굴 가까이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었다.

“키스부터 할까요?”

“키, 키스…….”

아무래도 소심하고 조심스러운 라이오넬을 ‘따먹기’ 위해서는 기린이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것만 같았다.

기린의 말에 라이오넬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리고는 입술이 건조하지는 않은지 걱정하는 것처럼 혀로 살짝 입술을 핥아보았다.

“조, 좋습니다.”

“좋아요. 그럼 라이오넬. 키스해주세요.”

기린은 눈을 감고 입술을 가볍게 앞으로 내밀었다. 라이오넬이 망설이듯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이내, 따스하고 말캉한 입술이 기린의 입술에 마주 닿았다.

‘오오. 완전 진짜 같은데?’

기린은 라이오넬의 입술 감촉에 깜짝 놀랐다. 게임 속에 있는 게 아니라 정말 사람과 입을 맞추는 것 같았다. 갑자기 이 게임의 현실감이 훅 드는 순간이었다.

‘키스만으로도 충분히 뽕은 뽑을 것 같은데.’

기린은 눈을 감은 채로 그렇게 생각하며 입술을 살짝 벌렸다. 그러자 라이오넬의 혀끝이 조심스럽게 기린의 입술 틈새를 파고들었다.

“응…….”

기린은 부드러운 신음을 맘껏 흘렸다. 뭐 어때. 게임이라는 게 이런 장점이 있는 게 아니겠어? 은밀하고, 지극히 개인적이고. 기린은 라이오넬과의 섹스를 즐기고 싶었다. 거지 같았던 지하 감옥에서의 기억을 라이오넬과의 관계로 말끔히 잊고 싶었다.

기린이 신음을 내자 라이오넬이 좀 더 용기를 얻었는지 그의 혀가 깊숙한 곳까지 밀려들어 왔다. 기린은 두 팔을 뻗어 라이오넬의 목에 걸었다. 신부복의 부드러운 질감이 느껴졌다.

“라이, 오넬…… 으응…….”

“기린 씨…….”

어느새 두 사람은 키스에 열중하게 되었다. 라이오넬은 기린의 목덜미를 손으로 받치더니 더욱 섬세하고 적극적으로 기린의 혀를 얽었다. 조용한 침실 안에서 쪽, 쪽 하는 마찰음만이 들렸다.

라이오넬의 혀 놀림은 다정했고, 그의 혀는 촉촉하고 매끄러웠다. 돌고래처럼 매끄러운 혀를 자신의 혀로 얽으며 기린은 처음 맛보는 키스를 만끽했다.

“응, 으읏, 응…….”

“기, 린 씨…….”

라이오넬이 천천히 기린을 침대 위에 눕혔다. 기린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라이오넬의 침대에 등을 대고 누웠다.

서로의 입술이 떨어지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사람의 입술 새로 가쁜 숨이 새어 나왔다. 기린은 흥분한 눈으로 라이오넬을 올려다보았다. 라이오넬 또한 다분히 격양된 표정으로 기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 아버지. 부디 지금은 저에게서 눈을 돌려주세요.”

라이오넬이 작게 속삭이더니 신부 칼라를 죽 잡아당겨 빼냈다. 그 모습이 너무도 섹시해서 기린은 심장이 갈비뼈를 열고 바깥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내가 신부를 함락시키다니.’

배덕감이 드는 시추에이션이었다. 야겜에서 이보다 더 완벽한 시나리오가 또 있을까? 기린은 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라이오넬을 불렀다.

“라이오넬…….”

그러자 라이오넬이 신부복을 벗어젖혔다. 신부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탄탄한 가슴팍이 드러났다.

‘역시 야겜이야. 신부까지 이런 몸을 가지고 있다니.’

기린은 터질 듯이 두근대는 심장 박동을 느꼈다. 이런 몸을 가진 상대가 ‘첫 경험’ 상대라니. 정말 모든 것이 완벽하게만 느껴졌다. 기린은 이것을 자신의 진짜 ‘첫 경험’으로 치겠노라 결심했다. 어디 가서 이야기하기에도 좋은 상대이지 않은가. 게다가 이렇게 사실적인 느낌이라면, 진짜 하는 거나 다름없을 테니까.

“기린 씨. 저는…… 이제 짐승이 될 겁니다.”

“짐승……!”

“부디 이런 저를 용서하세요.”

기린은 라이오넬을 향해 두 팔을 뻗었다. 그러자 라이오넬이 기다렸다는 듯이 기린을 껴안으며 이번엔 더욱 거칠고, 사납게 그에게 키스를 해왔다.

-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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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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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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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비서 비엘 대령해

짐승ㅋㅋㅋ

2021.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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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ㅅㅍ

아 역시 비엘이야 신부마저 저런 몸이라니

2021.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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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2021.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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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작가님 저 완전 기대중.... 중간에 끊기없이.....

202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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