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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른 김에 왕까지-7화 (7/42)

7화

“밖으로 나와.”

다음 날 아침, 감옥 한구석에서 쭈그리고 자던 기린을 깨운 건 문지기의 목소리였다. 기린은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부스스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로 가는데요?”

“폐하께서 널 보시고자 한다.”

문지기가 딱딱한 어투로 답했다.

폐하.

그 대답에 기린의 눈이 번쩍 뜨였다.

왕 앞에 끌려간다고? 설마 그 뜻은?!

“설마 절 죽이는 건 아니겠죠?!”

“하하! 설마 그러려고.”

문지기가 호쾌하게 웃으며 기린의 손목에 밧줄을 칭칭 묶었다. 기린은 문지기의 태도에 은근히 마음을 놓았다.

‘죽이지는 않을 건가 보지? 그런 식으로 게임 오버 당하기는 싫어. 그리고 이 게임…… 묘하게 현실적이라 게임 안에서 죽으면 현실 세계에서도 비명횡사할 것 같단 말이지.’

기린은 손목이 밧줄로 묶인 채 문지기를 따라 감옥을 나섰다. 자신보다 두어 걸음 정도 앞서가는 문지기를 뒤따라가며 기린이 다시금 질문을 했다.

“죽이지 않으실 거면…… 저는 왜 보고 싶어 하시는 거죠?”

“글쎄다. 폐하의 마음까지는 나도 잘 모르겠는걸.”

문지기가 어깨를 들썩거리며 답했다. 기린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자 문지기가 어깨 너머로 기린을 돌아보며 장난기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고문하시려나? 옷을 홀랑 벗기고 농락을 하거나, 아니면 팔다리를 마구 잡아당긴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손목을 말 꼬랑지에 묶고…….”

“아, 아뇨. 그만 말씀하세요. 무슨 뜻인지 충분히 알아들었어요.”

“헤헤.”

문지기가 장난꾸러기처럼 킥킥대며 웃었다. 아무래도 60년 만에 들어온 죄수를 놀리는데 맛을 들인 것 같았다.

문지기는 기린을 거대한 홀 입구로 데리고 갔다. 홀로 향하는 복도는 대리석으로 아름답게 꾸며져 웅장한 멋을 더했다. 천장은 사람이 네 명은 똑바로 서도 머리가 닿지 않을 정도로 높았고, 커다란 창문에서는 맑은 햇살이 쨍쨍하게 비쳐 들어오고 있었다.

홀 입구에 다다르자 그곳에는 익숙한 얼굴의 한 인물이 서 있었다. 기린은 그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성기사 G였다. 성기사는 기린을 못마땅한 얼굴로 지켜보았다. 문지기가 성기사에게 깍듯이 인사를 했다.

“성기사님. 죄수를 데려왔습니다.”

“잘했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데리고 들어가지.”

“옛!”

문지기는 발뒤꿈치를 절도 있게 붙이며 성기사에게 경례를 했다. 그리고는 걸어왔던 복도를 척척 걸어서 저 멀리 사라져갔다.

성기사는 잠시간 기린을 노려보았다. 기린은 멀뚱멀뚱 성기사를 마주 바라다보았다. 마침내 성기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네?”

영문을 모를, 뚱딴지같은 소리였다. 기린이 되묻자 성기사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제…… 이 나라의 하나뿐인 신부님께서 나를 찾아오셨다.”

“아.”

라이오넬이 약속을 지킨 거구나.

기린은 어쩐지 뭉클한 기분이 들었다. 감옥 안에서 약속한 대로 라이오넬은 정말 기린을 철창 안에서 꺼내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것이다.

하지만 성기사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했다. 그는 마구 인상을 쓰며 기린을 차가운 붉은 눈으로 쏘아보았다.

“그분을 어떻게 꾄 거지?”

“꾀다니요. 저는…….”

“변명은 듣지 않겠다.”

성기사가 기린의 말을 딱 잘라냈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홀로 들어가는 대문에 손을 가져다 댔다.

“폐하께서 널 기다리신다.”

그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성기사가 홀의 문을 열어젖혔다. 척 보기에도 무게가 상당할 것 같은 그 문을, 성기사는 단 한 손으로 가볍게 밀어 열었다.

홀 입구가 열리자 커다란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에서 쏟아지는 환한 햇빛이 기린의 얼굴에도 쏟아져 내렸다. 눈이 부셨기에 기린은 눈을 찌푸리며 밧줄로 묶인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빰빠밤바, 하고 왕이 들어오는 것을 알리는 팡파르가 울렸다. 성기사는 기린을 끌고 높은 곳에 자리한 옥좌를 향해 나아갔다.

“폐하.”

성기사가 옥좌 앞에 무릎을 꿇으며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죄수 민기린을 끌고 왔습니다.”

기린은 멀뚱멀뚱 선 채로 자신도 왕에게 인사를 해야 하는 건지 고민을 하다 쭈뼛쭈뼛 허리를 숙여 어색한 인사를 올렸다.

“오, 잘했다. 성기사여.”

왕의 진지하고 근엄한 목소리가 들렸다. 기린은 고개를 들어 옥좌 위를 바라다보았다.

그곳에는 담비로 만들어진 붉은 망토를 입은 왕이 앉아 있었다. 왕자인 레오나르도와 꼭 닮은 금발의 고수머리를 어깨까지 길게 기른 왕이.

왕자와 꼭 닮은 녹색 눈을 한 왕이 눈을 가늘게 뜨며 죄수, 민기린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햇빛을 받은 금빛 머리칼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왕은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 머리 스타일과 머리 색 때문인지 어딘지 모르게 경박하고 가벼운 느낌을 풍겼다.

‘생각보다 무서운 사람이 아니네?’

기린은 두 눈을 깜빡이며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왕은 여전히 딱딱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기린에게 말했다.

“너로구나? 우리 왕자를 납치했다는 게.”

“납치라니! 저는 결단코 왕자님을 납치한 적이…….”

“내가 허락하기 전에 말하는 걸 허용하지 않겠다.”

왕이 오른손을 척 들어 올리며 기린의 말을 막아섰다. 왕의 위엄 있고 근엄한 태도에 기린은 자기도 모르게 합, 하고 입을 다물었다.

‘역시 왕은 왕이네. 명령에 복종해야 할 것처럼 느껴져.’

왕은 옥좌 팔걸이에 팔꿈치를 대고서는 삐딱하게 자세를 바꿔 기대앉았다.

“어제 이 나라의 단 한 분뿐인 신부님께서 나를 알현하고 가셨다.”

라이오넬이 그렇게까지?!

기린은 가슴이 저려 오는 것을 느꼈다. 성기사를 만난 것도 모자라 왕까지 만나고 가다니. 라이오넬은 기린을 그 차가운 지하 감옥에서 꺼내기 위해 정말로 온갖 수단을 가리지 않은 것이었다.

왕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분께서 네가 납치범일 리가 없다고 하시더구나. 네가 그럴 인물이 아니라고 나를 열심히 설득하셨어. 뭔가 크나큰 오해가 있었을 거라고.”

“아…….”

“나는 그분의 말을 신뢰한다. 여태껏 그분은 틀린 말을 한 적이 없으셨지. 이번에도 그러하실 테고.”

왕이 눈을 가늘게 뜨며 기린을 예의주시했다. 기린은 왕의 그 눈길을 피하지 않았다.

“나를 똑바로 쳐다보다니. 당돌하구나.”

왕이 피식거리며 말했다.

“확실히 죄가 없는 이의 눈빛이기는 해.”

“허나, 폐하!”

그때, 성기사가 기린과 왕 사이에 끼어들었다.

“이 자는 시장에서 왕자님을 찾는 저희를 방해하였고, 왕자님을 수레 뒤에 숨겨 저희 눈에 띄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이 자의 죄는 그것만으로도 너무 큰…….”

“안다, 알아.”

왕은 손을 들어 귀찮다는 듯이 허공에 휘저었다. 그러자 성기사가 딱 입을 다물고는 뒤로 물러섰다. 기린은 성기사의 얼굴을 살폈다. 그는 무언가 크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지만, 충성도가 높은 만큼 감히 왕에게 반기를 들지는 못 했다.

“너를 어떻게 해야 할까.”

왕이 나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 즉위 이래 처음 들어온 죄수라 너를 어찌 처리해야 할까 고민이 많아.”

“그냥 풀어주세요. 저는 죄가 없습니다.”

기린이 당돌하게 대답하자 왕이 눈썹을 꿈틀거렸다.

“호오. 죄가 없다라.”

“폐하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저는 그저 시장 구경을 더 하고 싶던 왕자님을 숨겨준 죄밖에 없습니다. 저는 추호도 왕자님을 납치할 생각이 없었다고요!”

“그 말을 어떻게 믿지? 만약 네가 숨겨준 이가 왕자라는 걸 알아채기라도 했다면 나쁜 마음을 품었을 수도 있지 않나?”

“그건…….”

물론 한눈에 왕자라는 걸 알아보았지만. 그래도 납치를 할 생각은 없었다고!

기린은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기린의 눈앞에 선택지 창이 떠올랐다.

「…….」

「따진다.」

입을 다무느냐, 혹은 따져 드느냐였다.

기린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아무래도 여기서 입을 다물면 더 오해만 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에라, 모르겠다!’

기린은 ‘따진다.’로 레터 오프너 모양의 커서를 옮겨 클릭했다. 그러자 갑자기 그의 입에서 말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왕자님께서 시장 구경을 하고 싶으셔서 몰래 왕궁을 빠져나온 건 폐하의 잘못도 있습니다. 폐하께서 왕자님을 절대 왕궁 밖으로 못 나가게 하시니 왕자님께서도 답답했던 게 아니실까요? 왕자님도 이제 곧 성인식을 앞두고 계시는데 너무 어린애 취급만 하고 계시지 않나요? 폐하께서도 왕자 시절에는 그런 반항 정도는 하신 적이 있잖아요. 그렇게 근엄한 척 왕좌에 앉아계셔도 제게는 다 보여요. 폐하는 사실 촐랑거리고 놀기 좋아하는 경솔한 성격이라는 것을. 폐하는 왕 자리가 버거우시죠. 그래서 왕자님에게 하루라도 빨리 왕위를 물려주고 싶으시고요. 해서 왕자님이 조금이나마 폐하와 닮은 모습을 보이면 견딜 수가 없는 거죠! 제 눈에는 다 보이는…… 헉!!”

기린은 숨도 쉬지 않고 속사포 같은 랩을 쏟아냈다. 기린은 양손을 들어 입을 틀어막았다. 여전히 입안에서는 다 뱉어내지 못한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 위해 꿈틀대고 있었다.

‘아, 이런 설정이었어? 실은 왕은 촐랑대고 촐싹대는 성격인 거야?’

왕좌에 앉아 있던 왕은 머리를 짚으며 비척비척 쓰러졌다.

“아흐으으…….”

“폐하!”

아무래도 왕은 기린에게 허를 찔린 듯싶었다. 놀란 성기사가 옥좌라 다가서려 하자 왕이 창백해진 손을 들어 성기사를 막아섰다.

“괘, 괜찮다. 괜찮아.”

왕은 매서워진 눈을 들어 기린을 쏘아보았다. 그 눈빛에 기린은 자기도 모르게 어깨를 움칠거렸다.

‘따진다가 이렇게까지 따지는 걸 줄은 몰랐는데.’

왕은 기린을 매섭게 쏘아보며 명했다.

“당장 저자를 내실로 끌고 들어오라. 저 건방진 자와 독대를 해야겠다.”

***

성기사에 이끌려 내실로 들어온 기린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멀뚱하게 내실 한가운데 서 있었다. 그의 앞에는 왕이 등을 돌린 채 서 있었다.

“폐하. 죄수를 데리고 왔습니다.”

“그래. 자네는 그만 나가보게.”

“예.”

성기사가 경건하게 인사를 하고서는 내실 바깥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조용한 내실에는 기린과 왕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기린은 침묵을 견디지 못해 하며 마른침을 꼴딱 삼켰다.

“……어떻게 알았지?”

등을 내보인 왕이 물었다. 왕의 목소리가 무척 지쳐 있었다. 게다가 심하게 떨리기까지 하고 있었다. 기린이 되물었다.

“뭐가요?”

“내가 백성들 앞에서는 근엄한 척하지만, 사실은 촐랑거리는 성격인 줄 어떻게 알았느냔 말이다.”

“그야…….”

이 게임의 설정이 그렇게 되어 있으니까요?

기린은 무어라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게임 내 인물에게 이것이 게임인 걸 알려줘도 되나? 그런다고 해서 설마 설정 붕괴가 되는 건 아니겠지?

그 순간, 기린의 대답을 차마 기다리지 못한 왕이 휙 몸을 돌려 기린을 바라다보았다. 왕과 눈이 마주친 순간 기린은 깜짝 놀라고야 말았다. 왕은 어딘지 상기된 표정으로 뺨을 붉게 붉히고 있었다.

“짜릿해!”

“예……?”

“여태까지 아무도 내 실체를 꿰뚫어 본 사람이 없었어. 아버지만 겨우 아셨지.”

“어어…….”

왕은 붉어진 뺨을 양손을 감싸 쥐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기분은 난생처음이야! 연기를 잘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꿰뚫어 본 거지? 너는, 너는……! 하늘에서 내게 내려준 선물 같은 존재야!”

“저기, 무슨 소리인지 따라가기 어려운 데요…….”

“한 번 더 심한 말을 해줘!”

왕이 기린의 손을 와락 부여잡으며 소리쳤다.

“너무너무 짜릿했어! 그런 말을 들으니까 너무 흥분돼!”

“네에?”

뭐야, 이 야겜. 이런 시나리오로도 진행되는 거야?

당황한 마음에 기린은 어물거리며 왕이 부여잡은 자신의 손만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왕이 다시 애원하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제발! 다시 한번 저를 꾸짖어주세요, 주인님!”

“네? 주인님?!”

“주인님께 혼나고 싶어요. 저는 못된 왕이니까요!”

왕은 기린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기린은 눈을 보름달처럼 커다랗게 뜨고는 왕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왕은 기대에 차 반짝이는 눈으로 기린을 올려다보았다.

“주인님! 실은 저 오늘 아침에도 나쁜 짓을 했어요. 시녀가 정성껏 차려준 아침이 마음에 안 든다며 상을 뒤집어엎었고요, 어젯밤에는 몰래 혼이 나는 생각을 하며 자위도 했어요. 혼내주세요!”

왕은 부담스럽게 눈을 반짝이며 무릎걸음으로 기린에게 다가왔다. 그때, 기린의 눈앞에 또다시 선택 창이 떠올랐다.

「왜 이러세요, 폐하.」

「꾸짖는다.」

음.

기린은 또다시 생각에 잠겼다. 사실 이런 게임에서 공략할 수 있는 건…… 전형적인 공략캐뿐만이 아니라 ‘왕’ 또한 존재하는 것도 정석이었다.

‘왕을 공략하면 ‘왕비’ 엔딩도 볼 수 있는 거 아닌가?’

기린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에이, 뭐 밑져야 본전이지.’

기린은 왕이 원하는 대로 해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꾸짖는다.’ 루트를 선택했다.

“아주 못된 왕이로구나. 아주 못나고 한심해.”

기린의 입에서 잔인한 목소리가 튀어 나갔다.

“하으윽……!”

기린이 차갑게 꾸짖어주자 왕은 가슴을 부여잡으며 야릇한 신음을 냈다.

“너무 흥분되어요, 주인님.”

왕이 눈을 깜빡거리며 말했다. 그의 두 눈에 환희에 찬 눈물이 고이는 것이 기린의 눈에도 똑똑히 보였다.

“더, 더 혼내주세요!”

나름 재미있는데?

기린은 어쩐지 신이 났다. 한 나라의 왕이 자신 앞에 무릎을 꿇고 ‘혼내 달라’고 애원을 하다니. 이보다 더 짜릿한 야겜 시추에이션이 또 어디 있다는 말인가?

기린은 고개를 꼿꼿하게 세우고서는 더욱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너는 아주 못났어. 그런 식으로 시녀를 괴롭히다니. 왕 자리에 앉아 있을 그릇이 못 돼. 아주 한심해 죽겠다.”

“아흐응…….”

왕은 몸을 배배 꼬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제 보니 왕의 아랫도리가 불룩하게 올라와 있었다. 기세를 탄 기린이 다리를 들어 왕의 무릎 위에 발을 올리고 꾹 힘을 주었다.

“아흐윽, 주인님……!”

“뭘 세우고 있는 거지? 그따위 하찮고 한심한 것을 세워서 어디다 쓰려고? 보나 마나 크기도 작고 못생겼겠지. 냄새도 지독하고 말이야.”

“맞아요, 맞아요, 주인님. 유클리드의 거시기는 주인님 것에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볼품없어요.”

아, 왕의 이름은 유클리드구나.

기린은 속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유클리드, 이 몹쓸 녀석. 감히 내 앞에서 그따위 것을 세우다니. 아주 혼이 나야겠구나.”

“나흐윽……! 혼내주세요, 주인님! 제발 혼내주세요!”

그 순간이었다.

왕은 순식간에 기린을 침대로 끌고 가 그 위에 털썩 쓰러뜨렸다. 그리고는 기린 위에 빠른 몸동작으로 올라탔다.

“주인님……!”

“자, 잠깐만요.”

이 시추에이션은?!

기린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직 그 어떤 공략캐와도 섹스하기 전인데 이런 변태 마조히스트 왕하고 제일 먼저 섹스를 하는 거야?!

“잠깐만요, 폐하. 저는 아직 준비가……!”

“폐하라니요, 주인님. 저는 주인님의 하찮은 종 유클리드에요.”

하지만 왕은 흥분에 취해 정신이 나간 듯한 눈으로 기린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왕이 가쁜 숨을 헐떡대며 말했다.

“이렇게 흥분해보는 건 난생처음이에요, 주인님의 배 속에 유클리드의 이 하찮고 못된 자지를 쑤셔 넣고 마구 흔들어 대고 싶어요. 소처럼, 말처럼, 개처럼 예절도 없이 지저분하게 말이에요!”

아니, 이 게임 설정상 플레이어인 내가 무조건 ‘깔린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진짜로 이따위 캐릭터에게 박히는 거야?! 꼭 해야 한다면 차라리 내가 박을게! 설정을 바꿔줘! 이런 변태한테 박히고 싶지 않아! 살려줘! 제발!

왕은 서둘러 바지춤을 풀기 시작했다. 기린은 당황해 밧줄에 묶인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잠깐만요, 폐…… 아니 유클리드! 멈춰! 안 돼!”

“주인님 죄송해요. 혼은 나중에 날게요. 지금은 유클리드의 이 팽팽해진 자지를…….”

왕이 바지를 끌어 내리고 성기를 밖으로 꺼낸 순간, 갑자기 내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오며 우렁차게 소리쳤다.

“안 돼!”

-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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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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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jsr******

진짜 내용을 예측 할 수가 없다ㅋㅋㅋㅋㅋ

202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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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두찌

아 너무웃곀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 프린세스메이커 열심히했던 사람들은 진짜 웃겨죽겟다 ㅠ

202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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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김비서 비엘 대령해

WOW

2021.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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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똑똑이

미치겠다ㅋㅋㅋㅋㅋ

2021.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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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여기군

아 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웃곀ㅋㅋㅋㅋㅋ

2021.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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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ㅋㅋㅋㅋㅋㅋ

2021.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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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알수없는 전개ㅋㅋ 너무재밌음ㅋㅋㅋ

202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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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ㅋㅋㄱㅋㄱㅋㄱㅋㄱㅋㄱㅋㅋ 아 웃겨서 미치겠다

2021.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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뀨뀨?

2021.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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