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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른 김에 왕까지-6화 (6/42)

6화

“왕자, 아니 저, 저기! 여기로 숨으세요!”

“네?! 헉!”

왕자는 기린의 손에 이끌려 순순히 어두운 골목으로 들어갔다. 기린과 왕자는 채소 가게의 좌판 뒤에 몸을 숨긴 채 얌전히 숨을 죽이고 있었다. 성기사가 붉은 망토를 휘날리며 주위를 매서운 눈초리로 둘러보았다. 기린은 고개를 슬쩍 들어보았다가 성기사와 눈이 마주치기 직전, 서둘러 다시 고개를 휙 숙였다.

“흠.”

성기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길 더 찾아봐라!”

“예!”

가까이서 들리던 군화 소리가 점점 멀어져갔다.

그제야 기린은 긴장이 탁 풀리는 기분이었다.

“휴우…….”

기린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왕자의 손목을 끌어당겼다.

“이제 됐어요. 일어나세요.”

하지만 왕자는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놀란 표정으로 기린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내가…… G를 피해야 하는 사람인 줄 어떻게 알았어요?”

“그렇게 온몸을 왕가의 문장으로 휘감고 있으면 모를 사람도 다 알게 되어 있어요.”

“앗…….”

왕자의 얼굴이 발개졌다.

뭐야. 정말 귀엽네.

기린의 뺨도 따라서 붉어졌다.

“구해줘서 고마워요. 들키면 엄청 혼나거든요. 오늘도 몰래 나온 거라서…….”

“몰래 나오지 않으면 되잖아요?”

“나가는 걸 허락해 주지 않거든요.”

“그렇구나.”

“어쨌든 고마워요. 정식으로 인사하죠. 난 이 나라의 왕자, 이름은 레오나르도예요.”

그때 다시금 대사 선택지 창이 떴다.

「안녕하십니까, 왕자님.」

「안녕, 레오나르도.」

음.

왕자처럼 격식을 차리고 싶어 하지 않는 캐릭터에겐 두 번째 대사가 최고겠지.

기린은 잠시 고민하다 두 번째 선택지를 골랐다.

「안녕, 레오나르도.」

선택.

“안녕, 레오나르도.”

“아.”

그러자 왕자의 얼굴이 당장에 터질 것처럼 새빨개졌다.

“아바마마와 어마마마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날 그렇게 불러주지 않아요.”

“제가 실수한 건가요?”

“아뇨. 너무…… 좋아서요.”

왕자가 수줍게 웃으며 기린을 힐끗거렸다.

하트 6개.

아, 이러다가 호감도가 너무 높아지는 거 아닌가 몰라.

헤어질 때 굿 바이 키스라도 하겠어.

기린은 속으로 우쭐거렸다.

“당신의 이름은 뭔가요?”

“전 민기린이에요.”

“민기린……. 예쁜 이름이네요.”

“고마워요.”

“앞으로 나와 계속 친구…… 해주지 않을래요?”

그때 또다시 선택지 창이 떴다.

「좋아요.」

「싫어요.」

볼 게 뭐 있겠는가. 당연히 ‘좋아요.’지.

기린은 반짝이는 레터 오프너 커서를 ‘좋아요.’에 가져다 대고 클릭했다.

그러자 방긋 웃는 기린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대사가 나갔다.

“싫어요. 헉!!”

아니! 이런 중요한 곳에서 버그가 나면 어떻게 하냐고!!

“아…….”

왕자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역시 저 같은 신분하고 친구를 하기엔 부담스러우신가 보군요.”

하트 4개.

순식간에 하트를 2개나 잃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

하지만 이미 선택한 선택지 때문에 기린의 발악은 왕자에게 먹혀들어 가지 않았다.

왕자는 힘껏 힘을 낸 미소를 지어 보였다.

“괜찮아요. 앞으로 제가 기린 씨의 친구가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할게요! 그럼 저랑 나중에라도 친구가 되어주실래요?”

“무, 무, 무, 물론이죠!”

당황한 기린이 말까지 더듬으며 서둘러 대답했다.

왕자는 그제야 환한 미소를 다시 지어 보였다.

“고마워요. 저 노력할게요! 얍얍!”

왕자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선 허공을 향해 휙휙 잽을 날렸다.

“왕자님!”

“G!”

그때, 성기사가 골목에서 나타나 왕자를 발견했다.

“너는!”

기린을 발견한 성기사의 눈이 사나워졌다.

“감히 왕자님을 숨겨두다니 죽을죄를 지었구나.”

“아니야, G. 기린 씨는 아무 죄도 없어.”

“왕자님! 또 백성부터 감싸시는 겁니까? 이 죄는 엄중히 물을 것입니다. 문지기! 당장 이놈을 성의 감옥으로 끌고 가라!”

“예, 예?!”

“뭣 하고 있어! 끌고 가라니까!”

“예!”

“자, 잠깐만요! 감옥이라뇨!”

“잠자코 따라와라!”

“기린 씨!”

기린은 문지기에게 붙들린 채 왕자와 떨어져 감옥으로 끌려갔다. 성기사가 그런 기린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제야 보이는 성기사와의 호감도.

하트 -2개.

마이너스를 찍은 공략캐는 처음이었다.

***

“날 어쩌려는 거죠?!”

감옥으로 끌려가며 기린은 소리를 질렀다.

문지기는 기린과 이야기를 나눌 때와는 달리 무뚝뚝한 얼굴로 답했다.

“성기사님과 국왕님의 명이 떨어질 때까지 여기에 갇혀 있는다.”

“네?! 뭐라고요? 안 돼요!”

“나도 어쩔 수 없어. 미안하다, 꼬맹아.”

문지기는 그제야 안타깝다는 듯이 눈썹을 구겼다.

문지기는 지하 감옥으로 기린을 끌고 내려갔다. 지하 감옥은 축축하고 습한 곰팡이와 썩은 오수 냄새가 나는 전형적인 하수도 같은 곳이었다. 기린은 코를 쥐어 싸매고 싶었지만, 문지기에게 양팔이 붙들려 있어 그렇게 하지 못했다.

기린이 인상을 썼다.

“윽!”

“냄새가 고약하지? 감옥은 청소할 일이 없어서 말이야. 만들어진 지 200년은 되었는데 한 번도 청소한 적이 없어.”

문지기가 안타깝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너는 참 운도 지지리 없다.”

“왜요?”

“60년 만에 처음 들어오는 죄수가 바로 너야. 나도 지하 감옥은 가끔 몬스터 잡으러나 내려온다.”

“네?! 몬스터가 있어요?”

“그래 봐야 슬라임 같은 잡몹들이야. 너무 겁먹을 거 없어.”

“겁나는데요?!

빗자루! 내 성스러운 빗자루!

기린은 이토록 성당의 빗자루가 금방, 그리고 심하게 그리워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자, 여기 들어가.”

문지기가 감옥 문을 열었다. 한 귀퉁이에 썩은 물이 고여 있고,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고약한 냄새가 풍기는 어두컴컴한 감옥이었다.

“싫어요! 제발 날 그냥 돌려보내 주세요.”

기린이 울먹거리며 문지기를 돌아보았다. 문지기는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안 됐지만 그럴 순 없어. 널 그냥 보내주었다간 성기사님에게 내가 죽을지도 모르거든.”

“주, 죽어요?! 저 죽어요?!”

“아니. 네가 죽는다는 건 아니고…… 흠. 죽을 수도 있나?”

문지기가 넓적한 턱을 문지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르겠다. 하여튼 넌 성기사님이나 국왕님의 명령이 떨어질 때까지 여기 있어야만 해. 미안하다.”

“그럼 적어도 내 양아버지, 폴이라도 만나게 해주세요!”

“그것도 성기사님의 허락이 필요해.”

문지기는 매정하게 기린을 감옥 안으로 밀어 넣고는 감옥 문을 쾅! 소리가 나게 닫았다. 기린은 이끼가 껴 미끈거리는 쇠창살을 붙들고는 사라져가는 문지기의 뒤통수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쳤다.

“살려주세요! 문지기님! 살려주세요!”

하지만 문지기는 어깨 너머로 기린을 한 번 돌아보더니 절러절레 고개를 젓고는 천천히 감옥을 빠져나갔다.

기린은 망연자실한 채 바닥에 쭈그려 앉았다.

“나 이제 어떡해……?”

***

기린은 그나마 바닥이 마른 곳에 온몸을 최대한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차가운 돌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 때문에 가만히만 있어도 오한이 들었다. 그 때문에 기린은 몇 번이고 부르르 전신을 떨었다.

왜 이 VR 게임은 이렇게 감각까지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거야! 짜증 나게. 언제 나 모르게 이렇게 과학이 발전했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지하 감옥으로 누군가 내려오는 소리가 났다.

정갈하고 조용한 발걸음 소리.

기린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누굴까? 성기사? 문지기?’

기린은 쇠창살에 매달려서 밖을 내다보려 최대한 고개를 내밀었다. 하지만 좁은 쇠창살로는 얼굴이 미처 다 빠져나가지 못했다. 게다가 복도가 너무 어두워, 걸어오는 사람이 누군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누구세요!”

기린은 복도를 향해 소리쳤다. 그러자 걸어오던 사람의 발걸음이 우뚝 멈추어 섰다.

“……기린 씨?”

이 온화하고 다정한 목소리는?

기린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라, 라이오넬!”

기린이 다급하게 쇠창살 밖으로 팔을 뻗었다.

“어떻게 라이오넬이 여기에 있어요?”

라이오넬 또한 빠른 걸음으로 기린을 향해 급하게 걸어왔다.

“그건 제가 물을 말이에요! 60년 만에 죄수가 들어왔다고 해서 기도를 해주러 왔더니 그게 기린 씨였나요?”

“그건 모두 오해에요!”

기린이 코앞으로 다가온 라이오넬을 향해 손을 뻗자 라이오넬이 땀으로 젖은 기린의 손을 꼭 부여잡았다.

“오해요?”

라이오넬이 물었다.

“그러니까……”

오해라고 하기는 뭐한가.

기린은 휴, 하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라이오넬이 얼굴을 붉히며 말을 더듬었다.

“호, 혹시…… 고해 성사가 필요하신가요?”

고해 성사?

기린의 눈이 커다래졌다.

“고해 성사라면…….”

성당에서 봤던 그것?

라이오넬이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린은 더욱 놀랐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그래도 황당한 야겜일세. 뭐, 물론 19금에 충실한 건 좋지만.

기다렸다는 듯이 행동 선택지 창이 떠올랐다.

「네. 고해 성사가 필요해요.」

「아니요. 필요하지 않아요.」

음. 어떡할까.

기린은 고민하며, 라이오넬과의 호감도 창을 힐끗 올려다보았다.

하트 1개.

아직은 낮은 호감도였다.

하지만 라이오넬이 먼저 얼굴을 붉히며 고해 성사가 필요하냐고 물어왔으니…… 저질러도 되는 게 아닐까?

기린은 반짝이는 레터 오프너 커서를 첫 번째와 두 번째 선택지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며 한참 동안 고민을 했다. 그동안 라이오넬은 차분하게 두 눈을 깜빡이며 기린의 선택을 얌전히 기다렸다.

‘좋아. 선택했어! 이왕 19금 게임을 플레이하는 거니까!’

기린은 첫 번째 선택지를 클릭했다.

그러자 기린의 얼굴이 저절로 구겨지더니 우는 듯한 소리가 나왔다.

“네……. 고해 성사가 필요해요…….”

“아아, 저런…….”

라이오넬도 기린을 따라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라이오넬이 조심스러운 손동작으로 바지춤을 푸르며 천천히 중얼거렸다.

“고해 성사를 시작하시죠.”

기린은 쇠창살 바깥으로 뻗은 손을 아래로 내려 라이오넬의 성기를 움켜잡았다. 아직 발기하지 않은 성기가 밀가루 반죽처럼 말랑말랑했다.

“앗…….”

라이오넬의 입에서 옅은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실은…… 제가 아까 시장에서…….”

기린은 손바닥을 이용해 조심조심 라이오넬의 성기를 위아래로 문질렀다.

“왕자님을 만났는데요.”

“왕자, 님이요?”

라이오넬이 촉촉하게 젖어가는 눈동자로 기린을 내려다보았다. 기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왕자님을…… 성기사님한테서 숨겨주었어요.”

“숨겨, 주다니요……?”

기린은 라이오넬의 성기를 부여잡고 위아래로 가볍게 치기 시작했다.

탁, 탁, 탁.

조용한 지하 감옥에 살과 살이 맞닿는 찰기 어린 소리가 퍼져나갔다.

“말 그대로요. 시장 저편에서 성기사님이 보이기에 시장 골목에 왕자님을 끌고 가서…… 숨겼죠.”

“왕자님을 끌고 가서…… 무슨 짓을 했나요?”

기린은 라이오넬을 쳐다보았다.

라이오넬은 기린과 왕자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 하는 듯 보였다. 그것은 호기심일까, 질투일까? 아마도 질투에 가까울 것이다. 기린은 가볍게 웃었다. 감옥에 들어오고 처음 보이는 웃음이었다.

“아니에요. 아무 일도 안 했어요. 그냥 조용히 숨어만 있었죠. 숨바꼭질을 하는 어린아이들처럼요.”

그 말에 라이오넬이 성기가 크게 부풀어 올랐다. 기린은 딱딱하게 부푼 라이오넬의 성기를 더욱 힘껏 흔들어 댔다.

“아앗……. 아아…… 기린 씨…….”

라이오넬이 고개를 기울이며 어깨를 움찔움찔 튕겼다.

“그랬더니…… 일이 이렇게 꼬여 버렸어요. 그래서 감옥에까지…….”

“왜, 그런 짓을, 하아…… 한 거예요……?”

라이오넬이 양손으로 쇠창살을 콱 움켜쥐더니 이를 악물며 물었다. 사정을 참느라 그러는 것 같았다. 기린은 라이오넬을 올려다보며 어깨를 들썩였다.

“왕자님이 시장을 너무 좋아하기에요. 사람 구경하는 게 그렇게 좋다는데…… 성기사님께 붙잡히면 금방 다시 왕궁으로 돌아가야 하고, 크게 혼난다고 하니까 저도 모르게 그만…….”

“아아, 아윽, 흑…… 기린 씨.”

라이오넬이 눈썹을 축 늘어트렸다.

“이게 제가 저지른 죄에요. 저는 용서 받을 수 있나요?”

기린은 라이오넬의 성기를 손바닥 사이에 끼우고는 부드럽게 마주 비볐다. 말랑말랑한 귀두에서 맑은 액체가 몽글몽글 새어 나왔다. 기린은 새어 나온 액체를 엄지로 긁어모아 귀두에 문질렀다.

“아아아!!”

라이오넬이 고개를 젖히며 크게 신음했다.

“신께서는……! 기린 씨를……! 분명히 용서, 아아……! 용서하실……! 이제 곧, 곧, 아아앗……!!”

라이오넬이 허리를 뒤로 쭉 펴자 묽은 백탁이 탁, 하고 기린의 손안에 튀어 올랐다. 기린은 라이오넬의 귀두를 꼭 움켜쥐어 라이오넬의 정액을 한 방울도 남김없이 손바닥 안에 쥐었다. 그리곤 정액을 윤활유 삼아 사정의 여운이 남은 라이오넬의 성기를 부드럽게 애무했다.

“크으윽……! 흐윽……! 읏, 아흑……! 이, 이런 건 처, 처음……!!”

라이오넬은 무릎을 후들후들 떨며 허리를 구부렸다. 당장이라도 제자리에 주저앉을 것처럼 보였다. 기린은 라이오넬을 따라 몸을 숙였다.

하트 2개.

하트 3개.

하트 4개.

라이오넬이 흥분하면 할수록 호감도가 빠르게 상승해갔다.

“앗, 기린 씨, 이제 그만……. 그마안…….”

라이오넬은 우는 듯한 소리를 내며 축축한 눈으로 기린을 바라보았다. 기린은 그제야 라이오넬의 성기에서 손을 놓았다. 라이오넬은 한숨을 푹 내쉬며 더러운 돌바닥에 무릎을 대고 꿇어앉았다.

“후우…….”

“미안해요. 너무 심했나요?”

그렇지 않다는 걸 호감도를 봐서 알면서도 기린은 괜히 물었다. 라이오넬이 예의 그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피했다.

“아뇨, 아니에요.”

너무 좋았어요, 라고 덧붙이며 중얼거리는 소리가 기어들어 가듯이 작았다.

라이오넬은 바지춤을 정리하고는 길고 날씬한 손가락으로 기린의 손을 부드럽게 움켜쥐었다.

“기린 씨의 따뜻한 마음은 너무도 잘 이해합니다. 하지만…… 성기사님 눈에 난 것은 정말 큰일이에요. 그는 이 나라의 최강자인 데다 국왕 폐하의 총애를 받고 있는 사내……. 사실상 이 나라에서 국왕 폐하와 왕자님 다음으로 가장 강력한 권력자나 다름이 없죠. 기린 씨가 왕자님을 위해 한 일은 정말 용감하고 대단한 일이지만, 성기사님처럼 고지식한 사람에게는 용서받지 못할 일.”

라이오넬이 기도하듯 기린의 손을 마주 잡았다.

“기린 씨를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또 성기사님께도 따로 말씀드려보겠습니다. 기린 씨가 나쁜 마음을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걸……. 그는 누구보다도 왕자님을 위하는 사람이니 기린 씨가 왕자님을 위해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걸 알면 마음이 누그러질지도 모릅니다.”

“정말요?”

“네. 혹시 모르죠.”

라이오넬이 크나큰 한숨을 내쉬었다.

“감옥에 갇힌 죄수가 기린 씨라는 걸 알았더라면 폴이나 포우를 몰래 데려올 걸 그랬습니다. 지금쯤 기린 씨가 집에 돌아오지 않아 크게 걱정하고 있을 텐데요.”

“그러게요. 안 그래도 문지기님한테 아버지를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그것도 성기사님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고 안 된대요.”

“그렇죠.”

라이오넬이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세요. 폴에겐 감옥에서 나가자마자 제가 따로 말을 전해두겠습니다. 그렇다고 걱정을 안 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기린 씨가 어디 있는지는 알게 되겠죠.”

“많이 걱정할 텐데. 면목이 없네요.”

“기린 씨 잘못이 아니에요.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고마워요, 라이오넬.”

기린이 라이오넬의 손을 꼭 부여잡았다. 라이오넬의 뺨이 붉어졌다.

하트 4개 반.

라이오넬의 호감도가 상승했다.

하지만 이런 순간에 기린을 향한 호감도가 상승했다는 것에 죄악감을 느낀 듯이 라이오넬은 급히 기린과 마주 잡은 손을 잡아 뺐다.

“그,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성기사님을 설득하기엔 시간이 아무리 많아도 모자랄 듯싶으니까요.”

라이오넬은 헛기침을 하더니 기린을 향해 몸을 돌려세웠다.

“그럼 기린 씨, 몸 건강히 있으세요. 너무 낙심하지 마시고요. 곧 지하 감옥을 나오실 수 있을 겁니다.”

“네. 라이오넬만 믿을게요.”

“…….”

돌아선 라이오넬의 귓바퀴가 불에 타오르는 것처럼 새빨개졌다.

“그, 그러면 저는 이제 그만…….”

라이오넬은 옷매무시를 가다듬으며 허둥지둥 지하 감옥을 빠져나갔다. 기린은 그의 발걸음 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한참 동안 귀를 기울였다.

기린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라이오넬의 성기를 붙잡았을 때 느낀 뜨거운 온기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라이오넬이 긴장감을 덜어준 덕분에 기린은 더 이상 지하 감옥이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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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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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진짜 골때린다ㅋㅋㅋㅋㅋㅋ

2021.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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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skyt******

아니ㅠㅠㅋ큐ㅠ갇혔는데 거기서ㅋㅋ고해성사를ㅠㅋ저렇게 하냐고ㅠㅠ큐ㅠㅠㅠ

2021.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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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말 다공일수이나요…일공다수 아니고?

2021.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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