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흥. 마침 잘 됐군. 안 그래도 널 다시 만나면 혼내주려던 참이었는데.”
기린을 찾아온 건 마왕이 아니었다. 낮에 성당에서 만났던 루크와 그 우락부락한 패거리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기린에게 매우 화가 나 있었다. 기린은 영문도 모른 채 커다란 두 눈을 깜빡거렸다.
“왜, 왜 그러세요?”
“몰라서 물어?! 너 때문에 고해 성사를 제대로 못 받았잖아!”
“맞아! 우리 모두 성당에서 쫓겨났다고! 천국에 가지 못하면 네가 책임질 거야?”
“네?”
라이오넬이 이 사람들을 모두 쫓아냈다고?
기린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얘졌다.
“하, 하지만 저는…… 몰랐어요! 고의가 아니었어요. 죄송해요!”
“죄송하다면 다야? 너 때문에 오늘치 고해 성사를 다 못 끝냈잖아! 으으으! 열이 끓어서 너를 마구 때려주고 또 죄를 짓게 생겼어! 다 너 때문이야!”
“히익!!”
루크가 거북이 등껍질처럼 거대한 주먹을 들더니 뚜둑, 뚜둑 소리를 내며 관절을 꺾었다.
“오늘 널 혼내주고 내일 두 배로 고해 성사를 해야겠다. 그럼 모든 게 해결되겠지.”
“아니죠! 오늘 죄를 안 지으시면 고해 성사할 게 없게 되니까 그게 더 나은 방법 아닐까요?”
“뭐! 지금 날 가르치려고 드는 거냐!”
“설마요! 절대 아니에요!”
기린이 뒷걸음질을 치며 필사적으로 말했다.
루크가 기린을 향해 걸어오며 두 눈을 이글거렸다.
“고해 성사는 매일 해야 하는 거야. 라이오넬 신부님을 만나려면 고해 성사를 해야 해.”
“맞아, 맞아! 신부님을 매일 만나려면 고해 성사는 매일 해야 해! 그러려면 매일 나쁜 짓을 하나씩 해야 한다고!”
루크와 그 패거리들이 입을 모아 소리쳤다.
라이오넬을 매일 만나기 위해 죄를 짓는다고? 아, 라이오넬. 이 죄 많은 신부님 같으니라고. 참으로 야겜다운 설정이었다. 그럼 혹시 나도 이 뒤엔 직접 고해 성사를 하게 되는 이벤트가 발생하나? 흐음. 그럴 수도 있겠다.
“어디다가 한눈을 파는 거야!”
기린이 잠시 딴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루크의 주먹이 날아왔다. 기린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으악!! 악! 잠시만요, 제 말 좀 들어주세요!”
“들어볼 게 뭐 있어! 널 실컷 때려주고 오늘의 죄를 지어야겠다!”
“힉!! 잘못했어요! 죄송해요!!”
루크는 덩치가 큰 만큼 속도는 느렸다. 현실 세계에서는 싸움에 아무런 능력도 없는 기린이었지만 게임 세계에서는 덩치가 작은 만큼 민첩하게 루크의 주먹을 피할 수가 있었다.
“이 자식이! 쥐새끼처럼 도망만 다니기는! 정정당당하게 덤벼라!”
잔뜩 약이 오른 루크가 씩씩대며 소리쳤다.
“정정당당하지 않은 건 루크잖아요!”
“뭐야?! 또 나를 가르치려고 들어?! 건방진 자식! 이번엔 놓치지 않겠다! 얘들아, 다 같이 공격하자!”
“좋아! 우오오오!!”
“으아아악!!”
루크와 그 패거리들이 한꺼번에 기린을 향해 뛰어오기 시작했다. 기린은 혼비백산한 나머지 두 다리가 굳어 버렸다. 그는 제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양팔로 머리를 감싸 안았다.
‘으아! 제발! 누가 좀 구해줘!’
그때였다.
“뭐냐! 왜 내 백성을 괴롭히고 있는 거지?”
마왕이었다.
기린은 고개를 휙 들어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다. 마왕이 양손에 맥주잔을 든 채로 무시무시한 푸른 안광을 뿜어내며 서 있었다.
“마왕님!”
살았다!
기린은 마왕이 반가워서 정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하지만 루크와 그 패거리들은 마왕을 두려워하기는커녕 피식피식 비웃음을 흘리기만 했다.
“뭐야. 누군가 했더니 자기가 마왕이라고 우기는 뒷골목 멍청이 아니야?”
“백성? 이 성당 아르바이트생이 네 백성이라고? 하하하! 웃기는군.”
기린은 뜨악한 표정으로 루크와 그 패거리들을 바라보았다.
‘저기, 저…… 안광이 뿜어져 나오는 게 안 보이세요? 머리 양옆에 붙은 뿔은요? 저게 마왕이라는 표시가 아니면 뭔데요?’
기린은 양손 검지로 뿔을 표시하며 루크와 그 패거리들에게 마왕이 진짜라는 걸 알리려고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루크는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기린을 바라보았다.
“뭐야. 지금 손으로 뭐 하는 거야? 날 욕하는 거냐?!”
“아뇨! 저 뿔을 보면……!”
“무슨 뿔? 저 머리카락 삐져나온 거 말하는 거냐?”
머리카락 삐져나온 거라니! 누가 봐도 단단한 염소 뿔인데!
이 게임 NPC들은 마왕이 마왕인 줄 모르게 설정되어 있는 게 분명했다.
아, 이게 뭐냐고! 그럴 거면 플레이어도 처음부터 마왕인 걸 모르게 설정을 해주던가. 이 게임은 어딘가 미숙하고 말이 안 되는 부분이 많았다. 역시 망겜은 망겜이구나. 악평 리뷰가 철저하게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마왕이 맥주잔을 쓰레기통 위에 내려놓으며 낮게 뇌까렸다.
“내 백성을 건드리면 용서하지 않겠다.”
“마왕님!”
“오호라, 좋다. 그럼 너부터 처리해주지.”
루크와 그 패거리들이 실실 웃으며 마왕을 향해 다가갔다. 기린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너희들은 이제 죽었다! 저 사람은 마왕이라고! 손가락 한 번만 튕기면 모든 게…… 잉?!’
“으악! 억! 크헉!”
퍽, 퍽, 퍼억-.
기린의 기대가 무색하게도 마왕은 속수무책으로 루크와 그 패거리들에게 얻어맞고만 있었다.
“마, 마왕님! 마법, 마법을 쓰세요!”
“흐억! 억!”
“마법은 무슨! 내 발차기나 먹어라!”
“크억!”
마왕은 루크의 발을 껴안았지만 루크는 마왕이 무슨 종잇장이라도 되는 양 쉽게 털어내고는 다시 그를 걷어차기 시작했다.
‘저러다 큰일 나겠어!’
기린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뭔가 없을까? 쓰레기통 뚜껑? 맥주잔? 이거라도 던져?’
그때, 기린의 눈에 아까 벽에 세워두었던 빗자루가 들어왔다. 기린은 재빨리 달려가 빗자루를 움켜쥐고는 루크와 그 패거리들을 향해 빗자루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이야야아아아!! 비켜!!”
“으헉!! 뭐야?!”
“그만둬!! 물러서!!”
기린은 빗자루를 마구잡이로 휘둘러댔다. 루크와 그 패거리들은 크게 당황해하며 뒤로 물러섰다.
“크으윽!! 아니, 저 녀석 어디서 저런 대단한 ‘무기’를 구해왔지?”
“성당! 성당의 물건이다!”
뭐?! 이 빗자루가 그렇게 대단한 ‘무기’라고?
기린은 오른쪽 스테이터스 창을 올려다보았다.
「무기 빗자루 장착
공격력 +36
성스러움 +12」
이잉?! 겨우 이까짓 게?! 아니, 밸런스가 너무 나쁘잖아요?! 이봐요, 제작사! 게임 만들기 너무 귀찮아했던 거 아니야?
어쨌건 이 빗자루가 그렇게 좋은 ‘무기’라니 나쁠 건 없었다. 기린은 빗자루를 다시 고쳐 쥐고선 루크와 그 패거리들을 향해 힘껏 내뻗었다.
“물러서세요! 안 그러면 이 빗자루로 당신들을 혼내줄 겁니다!”
“큭……!!”
“내일 오늘 있었던 일을 다시 고해 성사하러 가세요. 그럼 라이오넬 신부님께서 여러분을 받아주실 겁니다.”
“저, 정말이냐?”
“정말이죠. 제가 아니라 신부님을 믿으세요.”
루크와 그 패거리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더니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
“오, 오늘은 여기서 물러서지.”
“칫, 저 ‘무기’만 아니었어도!”
이벤트 NPC다운 대사를 남긴 채 루크와 그 패거리들은 뒷골목에서 사라졌다. 기린은 서둘러 쓰러진 마왕에게 다가갔다.
“마왕님!”
“윽……. 고마워…….”
“고맙긴 제가 더 고맙죠. 괜히 저 때문에…….”
“아니야. 내 백성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마왕님…….”
마왕이 기린의 얼굴을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바로 그때,
하트 1개.
기린을 향한 마왕의 호감도가 올라갔다.
“아까 나보고 마법을 쓰라고 했지?”
“네. 왜 쓰지 않으신 거예요? 마법을 쓰셨다면 저런 것들은 한 방에…….”
마왕이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사실 나는 힘을 봉인 당했어.”
“네?”
“몇 해 전…… 이 나라의 최강자인 성기사와 목숨을 건 결투를 했지. 그 결투에서 지고 말았고, 성기사에 의해 힘을 봉인 당해 더 이상 마력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어.”
“아아.”
그래서 마법을 쓰지 못했구나.
기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백성이여. 아직 너의 이름도 묻지 못했구나. 이름이 뭐지?”
“민기린이요.”
“기린아.”
마왕이 기린의 두 손을 콱 움켜쥐었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자 두근! 하고 기린의 가슴이 뛰었다.
“내가 마력을 되찾을 수 있게 나를 도와주지 않겠니?”
“제가요……?”
“성기사를 쓰러트리고 성기사가 봉인한 내 마력을 되찾을 수 있게 해주렴. 그럼 지금은 쓰레기장처럼 보이는 이 뒷골목도 원래대로 내 아름다운 마왕 성으로 되돌아올 거야.”
아, 그런 설정이구나.
“제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내 마력의 원천은 어두운 음기. 즉, 나의 성기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으음. 역시 19금 BL 게임다운 설정. 마음에 들어.
“하지만 성기사가 내 마력을 봉인하며 나는…… 발기 부전이 되었어.”
“아아.”
그런 안타까운 일이.
기린은 눈썹을 일그러트렸다. 그러자 마왕이 더욱더 억세게 기린의 두 손을 움켜쥐었다.
“어떤 방법이든 좋아. 네가 날 다시 거룩하게 일으켜 세운다면 나는 다시 마력을 되찾을 수 있어!”
“아…….”
두근, 두근. 기린의 가슴이 미친 듯이 뛰었다. 아름다운 토파즈 색 눈동자가 너무나도 절박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린의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 알겠어요…….”
“날 도와주겠다는 뜻이냐?”
“네.”
“하하하! 고맙다, 고마워!”
마왕이 기린의 가느다란 허리를 콱 끌어안고는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기린의 얼굴이 터질 듯이 새빨개졌다.
“마, 마왕님! 어지러워요!”
“하하! 고맙다, 기린아!”
하트 2개.
마왕의 호감도가 쑥 올라갔다.
***
그날, 2주짜리 성당 아르바이트를 다 마치지 못한 채 기린은 집으로 되돌아가야만 했다. 갑작스레 집으로 돌아온 기린에게 폴과 포우는 질문 세례를 퍼부었지만, 기린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세 사람은 함께 저녁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그날 밤.
똑. 똑. 똑.
늦은 밤, 누군가가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누구시오.”
폴이 졸린 눈을 비비며 밖으로 나갔다.
“아니, 신부님!”
신부님이라는 소리에 기린의 눈이 번쩍 뜨였다. 기린은 잠옷 차림으로 방 밖으로 나갔다.
“늦은 밤에 정말 죄송합니다, 폴.”
라이오넬이 검은 망토를 벗으며 가볍게 묵례를 했다.
“아닙니다. 신부님. 여기까진 무슨 일로…….”
“저, 기린 씨를 만나러…….”
“라이오넬.”
기린이 라이오넬 앞에 섰다. 라이오넬은 어쩐지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잠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아버지. 잠깐만 나갔다 올게요.”
“그러려무나.”
폴은 기린이 걸칠 수 있는 겉옷을 가져다주었다. 기린은 겉옷을 걸치고선 라이오넬을 따라 밖으로 나섰다.
***
기린보다 한 걸음 앞서 걷기 시작한 라이오넬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3월인데도 밤 날씨는 아직 쌀쌀했다. 기린은 어깨를 움츠리며 겉옷을 단단히 여몄다. 아무래도 라이오넬이 입을 여는데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라이오넬이 마침내 운을 뗀 건 낮에도 인적이 드문, 어느 언덕에 다다라서였다. 라이오넬은 기린을 향해 돌아섰다. 뜻밖에도 그는 울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기린 씨.”
“…….”
기린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라이오넬은 더욱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그는 망토 자락을 여미며 고개를 툭 떨구었다.
“미안합니다.”
“……뭐가요?”
정말로 무엇이 미안한 건지 몰라서 물은 것인데 예상치 못하게 날 선 말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하지만 기린은 자신의 입에서 튀어 나간 날카로운 표현을 굳이 고치지 않았다.
라이오넬이 고개를 번쩍 들어 올렸다. 그는 깊게 상처받은 듯이 보였다.
“아까…… 당신에게 나가라고 소리친 것 말입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괜찮아요. 누구라도 그런 장면을 들켰으면 나가라고 소리쳤을 거예요.”
라이오넬의 뺨이 달빛에도 눈에 띌 만큼 새빨개졌다.
“저, 저는…….”
“변명하지 않아도 돼요, 라이오넬.”
“변명이 아닙니다! 그저 설명을 하고 싶어서……”
야겜에서 벌어진 일에 무슨 설명?
이런 19금 게임 속에선 어떻게 보면 직접적인 섹스가 아니라 그런 식으로 풀고 있었던 게 오히려 더 건전한 것 아닌가?
라이오넬은 기린의 시선을 피하며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아까 보셨다시피…… 이 나라의 고해 성사는 좀…… 특이한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좀이 아니라 많이…… 아, 아니에요. 계속하세요.”
“전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기린 씨!”
돌연 라이오넬이 기린을 쳐다보며 소리쳤다.
기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
“전 더 이상 그런 식으로 고해 성사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 이건 또 신선한 전개네.
“하루에도 수십 명씩 고해 성사를 하러 찾아옵니다. 하지만 제 한계는 고작해야 서너 명……. 그마저도 너무나 고통스럽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매일매일 서너 명의 사람들 손에 제 중심을 맡기고 사, 사정을 해야 하는 건…… 흐윽……!”
라이오넬은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그 순간, 행동 선택지 창이 정면에 떠올랐다.
「라이오넬을 달래 준다.」
「라이오넬이 우는 걸 그냥 두고 본다.」
뭐야, 너무 쉽잖아.
기린은 콧방귀를 뀌며 선택지를 골랐다.
「라이오넬을 달래 준다.」
선택.
기린의 몸이 저절로 움직여 라이오넬의 등허리를 감싸 안았다.
“괜찮아요. 울지 말아요, 라이오넬.”
하트 1개.
역시나. 기린의 생각대로 호감도가 상승했다.
라이오넬은 기린의 따뜻한 위로에 더욱더 크게 울음을 터트렸다. 여태껏 혼자서 많은 걸 삭혀왔을 테지. 기린은 라이오넬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었다.
“괜찮아요, 실컷 울어요. 괜찮아요.”
“이런 고해 성사를 해야 하는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이 나라에 오지 않았을 겁니다! 전 너무나도 괴롭습니다, 기린 씨!”
“이해해요.”
19금 게임의 숙명이죠, 뭐. 내가 미안합니다.
기린은 펑펑 우는 라이오넬 앞에서 숙연한 기분이 되었다.
제가 플레이 버튼만 안 눌렀어도 라이오넬은 이런 슬픔을 맛보지 않았을 텐데 말이죠. 다 제 업보입니다, 암요.
그때, 라이오넬이 기린의 손을 꽉 부여잡았다.
“기린 씨!”
눈물이 그렁그렁한, 청초한 두 눈동자가 기린을 향해 박혀 왔다. 기린의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네?”
“사실은…… 아까 기린 씨가 뒷골목에서 루크 씨와 그 동료들을 혼내 주는 걸 보았습니다.”
“그걸 보셨어요?”
“네. 전 감동 받았습니다. 그래서…… 기린 씨에게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무슨 부탁을…….”
라이오넬이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제가 그런 고해 성사를 하지 않을 수 있게, 절 그들에게서 보호해주십시오!”
“네?!”
“많은 걸 바라지는 않겠습니다. 한 달에 단 일주일만이라도 성당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와주십시오. 일주일만이라도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습니다.”
“그, 그건…….”
폴이 과연 좋아하려나?
기린은 눈을 굴렸다. 성당 알바는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 급여가 현저히 낮았다. 성당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했을 때, 폴이 시무룩해 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사실, 오늘 있었던 일 때문에 기린은 새로운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생각하던 참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곤란했다.
“으음…….”
기린이 고민하자 라이오넬이 다급하게 말했다.
“급여를 올려드리겠습니다.”
“어, 네?”
“지금의 두 배. 어떠세요? 그래도 다른 곳에 비하면 낮은 편이지만…… 작은 성당에서 제가 낼 수 있는 최대입니다. 부디 부탁드립니다.”
“아…….”
이렇게 되면 거절하기가 더욱 곤란해지잖아!
기린은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감사합니다, 기린 씨!”
“대신 한 달에 딱 일주일 만이에요. 저도 다른 아르바이트도 해야 하고 돈을 벌면 수업도 받으러 다녀야 하니까요.”
“알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라이오넬은 기린의 손을 부여잡고는 몇 번이고 인사를 했다.
폴에게는 뭐라고 설명하지.
기린은 잠시 멍하게 생각에 빠졌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 그러고 보니 라이오넬.”
“예?”
“성당의 그 빗자루는 제가 가져도 되죠?”
“빗자루…… 네. 뭐…… 상관없습니다만…….”
라이오넬이 의아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기린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좋아. 그 빗자루만 있으면 나는 천하무적이라고!
- 다음 화에 계속
최신순 인기순
댓글(8)
0/500자
등록
두찌
아 개웃거 진짜 작가님 술 드시고 쓰시는듯ㅋㅋㅋㅋㅋㅋㅋ
2021.05.01
신고
6
아이쿠손이비엘눌렀네
아니 성기사가 성 기사였냐구요ㅋㅋㅋ 마왕님 싸움져서 발부..ㅋㅋㅋㅋㅠㅜㅋㅋㅋ
2021.04.30
신고
5
어머 굿이다
개웃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1.05.01
신고
2
dmsd******
ㅋㅋㅋㅋㅋㅋㅋ작가님 이거진짜맨정신에쓰신건가요? 천재아니세요???
2021.05.11
신고
1
맛쟁이
마왕 생각보다 더 나약햌ㅋㅋㅋㅋㅋㅋ
2021.04.28
신고
1
gksg******
아 개막장...ㅋㅋㅋㅋㅋㅋㅋ 뒷내용궁금해서 보게되는데.. 아 고민ㅋㅋㅋ
2021.05.03
신고
좋아요
떡대멈머최고야잇
그랬구나, 우리 라이오넬이 고생이 많았구나...
2021.04.30
신고
좋아요
쑤
2021.04.29
신고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