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트레이는 무력최강. 플루토는 계략 최강 266회
최종장 : 밤의 여신
..
쩌적..
성직자의 석상들이 가득 찬 중앙 홀 내부에 깊은 침묵이 흐른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곳에 모인 성직자들이 아무리 사도나 성녀와 같은 존재보다 약하다고 할지라도 모두 오랜 기간 신성력을 단련해 온 이 나라의 고급 전력들이다.
“후훗-”
저 기묘한 색기를 품은 소녀의 기술 한 번에 그 나라의 최고 전력의 대부분이 전투 불능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쩌적-
“윽..!”
“주..주인님!”
심지어 사도급의 힘을 가지고 있는 엘레노어와 엘리제마저도 석화가 진행되고 있었으니.
- 클레어 신성력으로 상태이상 회복시켜!
“윽..네!”
파아앗-!!
클레어를 중심으로 신성력의 기파가 퍼지며 엘레노어와 엘리제의 석화가 풀어진다.
“아~ 사이클롭스의 석화 마안으로는 무리였으려나~?”
생글거리는 분홍머리의 소녀. 그 목소리를 들으며 공간인지를 퍼트려 주변을 훑는다. 우선 탈출구부터.
중급과 하위의 성직자들이 있을 중앙홀의 통로 쪽문에는...
번뜩- 소녀의 등 뒤에서 나타났던 거대한 눈동자와 마찬가지로 마안으로 추정되는 눈의 형상이 나타나 그 통로를 가로막고 있다.
즉 통로에는 이미 저 두 괴인이 손을 썼다는 증거가 된다. 홀 안 쪽에서 이런 소란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외부에서 그 어떤 이도 다가오지 않는 것을 보면 사실상 이 공간은 외부와 차단되었다고 밖에는 생각 할 수 없다.
꿈틀.. 꿈틀..
[ 싸울 수 밖에 없나. ]
후욱- 최면에 쏟고 있던 힘을 풀고 클레어의 모습을 드러낸다.
꿈틀--! 꿈틀--!
데빌 촉수로 이루어진 성좌의 모습과.
“하아.. 하아..”
거친 숨결로 부푼 배를 하고 있는 성녀의 모습.
“헤에?”
“...”
두 가지 모두 쉽게 쳐다볼 수 없는 광경이었지만 성검과 분홍머리 소녀에게선 별 반응이 돌아오지 않는다. 그나마 소녀가 매우 흥미롭다는 듯이.. 그래 연구를 할 때 하연이처럼 쳐다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용사들은?
돌아보니 돌이 된 수아랑 하연이 한서희 그리고 루이(박현수)와 카린(김시연)의 모습이 보인다. 하긴 사도급의 인물들이 석화에 당할 정도인데 아직 미숙한 빛의 용사들이 버틸 수는 없었겠지.
[ 클레어 신성력으로 결계를 쳐라. 너와 나를 지킬 수 있는 정도의 범위로. ]
“하윽..네헤읏..!”
슈우우..!
클레어의 고순도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달걀형태의 결계가 클레어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성좌를 감싼다. 신성력은 방어력이 높은 힘. 그것도 성녀가 펼친 결계이니 그 어떤 힘으로도 이 결계를 뚫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 엘레노어! 엘리제! ]
“준비 됐다! 주군!”
“명령만 내려주세요. 주인님!”
방어막을 전개한 직후 두 사람을 부른다.
[ 모두 사도화를 전개해라! ]
나의 명령과 동시에.
파치지직--!
두 사람을 중심으로 눈부신 신성력의 기파가 뿜어져 나오며..
펄럭--!
스륵..
엔젤 촉수에서 비롯된 백색 깃털의 날개가 엘레노어와 엘리제의 등 뒤로 펼쳐진다.
이것이 사도화.. 아니 천사화를 이룬 상태다. 원래부터 일반 성직자와 비교도 할 수 없는 신성력을 지닌 두 사람이지만 이 모습에서는 그 힘이 수 십 배로 강화된다.
[ 저 앞에 있는 성검. 그리고 성황인지 뭔지하는 여자애 처치할 수 있겠어? ]
“아아.. 맡겨둬라. 주인!”
“주인님을 공격하려는 모든 적은 제가 가만두지 않아요!”
두 사람은 의지가 담긴 목소리와 함께 곧바로 단상에서 내려가 성검과 분홍머리 소녀의 앞에서 각각 대치했다.
“레이. 어떻게 할까나? 내가 상대해? 아님 레이가..전부?”
고소를 지으며 묻는 소녀의 말에.
“성창과 성녀를 내가 맡지.”
스릉-..
그렇게 답한 성검은 흑색의 사슬검을 쥐고 엘레노어가 있는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꽈악-
성창을 두 손으로 쥐는 엘레노어.
“그대가 만약.. 정말로 성검이라면.”
“...”
“한 번쯤 겨뤄보고 싶었는데 잘 됐군! 하압!”
타앗-!
기백이 서린 기합과 함께 성창 궁그닐을 회전시키며 성검의 머리 위로 도약하는 엘레노어.
부웅- 부웅-
고속으로 회전하는 성창의 표면 위로...
화르륵--!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화염이 창날과 창대를 타고 올라 응축되어서는..!!
“받아라! 성검!!”
슈우욱--!!
그대로 화염의 창날이 되어 아래에 있는 성검을 향해 내리 꽂힌다!
..그대로 끝내버려!
속으로 그런 응원을 하던 순간.. 성검.. 검은 머리 남자의 얼음장 같은 표정이 너무나 무미건조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자는 그 어떤 방비의 행동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우뚝 서있을 뿐이지만..
..도저히 당한다는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타앙--!
“엇?!”
알 수 없는 충격음과 함께 공중에서 내려오던 엘레노어의 몸이 튕겨져 나간다.
인식할 수 있는 거라곤 남자가 그 자리에서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는 사실 뿐. 분명 엘레노어는 남자의 검에 닿기 전에 튕겨져 나갔다. 무언가 기운을 쏘았나? 그렇다고 하기엔 뭔가가 날아가는 것조차 보이지 않았다.
모든 기운을 파악할 수 있는 내 눈으로 봐도 남자가 무슨 짓을 했는 지 알 수없다..?
“이익.. 제 2형태!”
휘리릭--!! 엘레노어가 돌고 있던 창끝이 랜스처럼 변하고. 다시금 신성력의 기운이 원뿔형의 랜스를 타고 회전하여.
“죽어!!!”
콰과광--!! 신성력의 토네이도가 일직선으로 남자.. 성검을 향해 소용돌이치며 쇄도한다! 방금 전과는 달리 원거리 공격에 범위까지 넓다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
“얕고.”
“..?”
..퍼억-!!
“커헉..!”
“무방비하다.”
..콰가강--!!
신성력 소용돌이가 성검이 서 있던 자리를 지나 천장을 부수고 사라진다.
그렇다. 서 있던 자리.. 인식도 하지 못할 속도로 엘레노어의 뒤로 이동한 성검이 칼등으로 엘레노어의 다리를 쳐 넘어트리고 곧바로 주먹으로 복부를 후려쳐 제압했다.
“..언제?”
배를 움켜쥐며 엘레노어가 물었지만 성검은 대답대신.
촤르륵-- 어디선가 사슬을 소환해 엘레노어의 몸을 속박한다.
“이따위 사슬쯤..!”
엘레노어가 신성력을 일으키며 몸을 묶은 사슬을 풀어내려고 하지만..
화륵-!
“히끅!?”
사슬에서 피어오른 검푸른 불꽃이 엘레노어의 힘을 억압하고 동시에 데미지를 준 것인지 엘레노어가 놀란 신음성을 터트린다.
[ 엘레노어 괜찮아?! ]
“주..주인..! 힘이.. 힘이 안 들어간다!”
[ 힘이 안 들어가? ]
“이 사슬.. 신성력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어!”
신성력을 금지시키는 사슬?! 큰일이다. 신성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성직자는 총알없는 총이나 마찬가지. 그것이 설령 사도라 할지라도 말이다. 사념파를 쏘는 대신 엘리제에게 명령을 내린다.
- 엘리제. 내 말 들은 기색내지 말고 바로 성검을 공격해 엘레노어를 빼낸다.
‘네!’
사슬에 닿아 신성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사슬이 닿기 전에 공격한다!
“성법 172장 ‘섬광의 응징!’ ”
파지직--!! 엘리제가 던진 백색 뇌전이 성검을 향해 날아감과 동시에.
[ 클레어 결계 열어! ]
슈욱--!
데빌 촉수 중 한 마리를 결계 밖으로 내 던져 엘레노어를 데려온다!
그런 계획이었는데..
“나만 빼놓고 너희 뭐해?”
...스륵-
분홍 머리 소녀의 뒤쪽 거대한 눈동자가 마법진이 새겨진 푸른 눈동자로 바뀌며.
쩌엉-- 모든 것이 정지한다.
마치 시간이라도 멈춘 것처럼 날아가는 뇌전과 엘레노어를 붙잡기 위해 움직이는 촉수 그리고 그 이외에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또각- 또각-
모든 것이 정지된 상태에서 홀로 움직이는 분홍머리의 소녀.
“사라져.”
뇌전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하며 명령조의 말을 내뱉은 순간.
사르륵.. 뇌전이 흔적도 없이 증발하고.
“너도 사라져.”
다음으로 엘레노어를 향해 늘어지던 데빌 촉수를 향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사라진다.
또각-
-..아..안돼!
멈춰 있는 엘리제의 바로 앞으로 다가간 소녀는.
“고대 마녀의 통제의 마안. 모든 걸 멈춰버리지. 아쉽게도 생각까지 멈추지는 못 하니까 내가 아주 잘~ 보이겠지? 후훗.”
제발.. 제발..!
“건방지게 나에게서 한 눈을 판 죄. 너도 사라져.”
...소리도 없이 엘리제의 몸이 가루가 되어 사라진다.
군체의식으로 느껴지는 엘리제의 신호가 증발해버렸다.
그럼에도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끝없는 무력감.
적이었을 당시 내 목숨을 노릴 정도로 강력했던 엘레노어는 적, 성검에 의해 단 한 수에 제압당했다.
엔젤 촉수를 통해 사도급의 힘을 얻은 엘리제는 적의 이해할 수 없는 사기적인 힘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존재가 소멸해버렸다.
이게 말이 돼? 거대 제국을 공략하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두 사람이 이토록 허망하게.. 나의 계산은 틀리지 않았다!
4사도와 5사도의 힘을 확인했을 때 분명 엘레노어와 엘리제가 가진 신성력의 양이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저 성검으로 추정되는 남자에게선 그 무엇도 느껴지지 않는다.
슈우우..
오로지 전율적인 마기와 절대로지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만 들 뿐.
대체 저 남자와 소녀는 누구란 말인가? 결코.. 결코 정상적인 존재들이 아니다.
침착하자. 엘레노어와 엘리제라는 카드가 사라진 이상 난 클레어와 촉수의 힘만으로 저 둘을 상대해야 한다. 데빌 촉수가 추가되었기는 하지만.. 데빌 촉수 역시 숙주를 가지고 있을 때만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타입.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지금으로서 내가 가진 가장 강한 공격이란..
쩌엉- 멈췄던 시간이 다시 흐르며 몸이 움직인다. 그것을 느끼자마자.
[ 클레어! 저 둘을 향해 최대의 신성력을 퍼부어!! 여기서 죽여 버려야 해!! ]
꿈틀--!!
“히끄윽--!”
가시촉수로 클레어의 자궁벽을 찌르며 명령한다. 그러자 절정과 동시에 모든 몸의 신경이 예민해진 클레어가 반사적으로 신성력을 분출한다.
후우웅--- 입자로 보일 정도의 고순도 신성력이 클레어의 몸 주위로 모이며...
콰아아아아--!!!
거대한 기둥과도 같은 신성력의 밀집체를 성검을 향해 분사한다!!
“..신살. 모든 신과 관련된 힘은.”
쐐애액---!
날아오는 신성력의 세레를 향해 검을 뽑아드는 성검. 그 따위 검 한자루로 이 힘을 막을 수 있겠냐고!!
서걱-!
“나를 해할 수 없다.”
어..? 베였어..?
검을 빼고 휘둘렀다.
검사의 기초 동작이라고 할 정도로 매우 단순한 동작이다.
슈우우..
그런데 신성력의 물결이 정확히 반으로 갈리며 사라진다.
철그럭. 철그럭.
그리고 아무런 걸리는 것 없이 클레어가 펼친 결계, 성좌의 바로 앞까지 도달한 이 ‘괴물’은.
서걱- 신성력의 결계마저도 종잇장처럼 베어 소멸 시킨다.
[ 말도.. 안 돼 잖아..? 이건.. ]
나의 경악성 섞인 사념과 함께.
“..성검님!”
두려움과 슬픔으로 찬 눈으로 성검을 쳐다보는 클레어.
“더럽혀졌구나.”
“흐..흑 죄송해요.. 제발..용서를..”
“너의 잘못이 아니다.”
“..!”
순간 성검의 말에 면죄라도 받은 것처럼 클레어의 얼굴이 밝아졌지만.
푸욱-!
[ 커억!! ]
“아..”
그 부푼 배의 정중앙. 음문에 검이 박히는 그 순간 클레어와 나는 단발마와 함께 그대로 굳어 버렸다.
“네가 이렇게 된 건. 전부 ‘우리’의 계획이었으니.”
..계획이라고?
우리의 계획? 그럴수가! 모든 것은 나의 뜻대로.. 이뤄진 일들일텐데.. 그게 제 3자의 계획이 관여된 거라고?
[ 웃기지마! ]
꿈틀- 슈욱!!
클레어의 음부에서 뽑아낸 촉수의 파편을 날카로운 꼬챙이로 변형시켜 성검의 급소를 향해 내지른다.
화륵..!
하지만 너무나 무력하게.. 성검에게 닿지도 못하고 사라지는 가시 촉수.
“천 년 전 나는 모든 종을 살해하고 신화를 얻었다. 내가 없애지 못한 것은 오로지 신 뿐. 허나 나는 모든 것을 벨 수 있는 검을 원했지. 그렇게 얻은 게 이 힘이다. 신마저 죽일 수 있는 권능.”
[ 신을.. 죽여..? ]
“신살. 신인 존재는 나에게 그 어떠한 피해도 입힐 수 없단 말이다. 플루토여.”
플루토..? 태초의뱀? 그 이름으로 왜 나를 부르는 거야?
[ 무슨..소리야?! 플루토라니.. 난 플루토가 아닌 강민수다! ]
“아니. 넌 플루토다. 그 증거로 신외에는 결코 오염시킬 수 없는 라키엘의 그릇을 오염시켰지.”
[ 라키엘의 그릇..? ]
“하악..죽..죽기 싫..”
설마 클레어.. 성녀를 말하는 건가.
성검, 바트레이는 더 이상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돌려 한 쪽을 바라본다.
그 곳에 서있는 것은 추기경 다이애나. 저 추기경 노인은 대체 어떻게 석화를 피한 거지? 분명 석화의 범위에 서 있었는데도..!
“계획을 실행 시켜라.”
“네.. 바트레이님. 종이 명을 따르나이다.”
하하.. 그래 추기경마저도 성검의.. 저 남자의 부하였구나.
게다가 바트레이라고 불렸다. 이 남자가 성검이 아닌 제 3자일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애초에 계획을 위해 성검으로 들어온 거겠지. 성황도 성검도 전부 신성제국을 위한 이들이 아니었단 말이다.
아니.. 이 신성제국 그 자체가 이들의 계획을 위한 나라일지도 모르지.
머리가 상황을 따라가기 버겁다.
“구속구 ‘라키엘’의 해제를 시작하겠습니다. 바트레이님”
“로제 보조해라.”
“하아~ 귀찮은 건 나만 시켜! 정말.. 레이가 하면 안 될까?”
소녀가 귀여운 얼굴로 남자를 향해 말했지만.
“...”
“미안! 미안! 레이는 마법에 바보니까아~ 이 누님이 알아서 해 줄테니. 그렇게 삐진 것처럼 노려보지마아!”
삐진 거..? 거의 죽일 것처럼 쳐다보는데.
슈우우욱--!
클레어를 중심으로 추기경 다이애나가 설치한 거대 성법진이 세워지고.
“통제의 마안. 증폭의 마안.”
지잉---
로제라고 불린 소녀의 등 뒤로 두 개의 거대 마안이 생성되며 성법진을 더욱 고차원의 법진으로 강화시킨다.
치지직-! 치직-!!
으윽..! 몸에서 빠져 나가려고 해도 옴짝달싹 할 수 없다!
“흐꺄아악!!”
클레어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지고..
“신급 봉인 술식 해제- 봉인구 1차 장벽 해제..”
계속해서 들려오는 ‘봉인’이라는 단어. 대체 뭘 봉인 한다는 거지? 재앙의 마수인 날 봉인한다는 걸까? 아니다.. 간간히 들리는 해제라는 단어를 보면 이건 봉인을 하는 것이 아닌 봉인을..
해제.. 술식 해제?
“아..아!”
그 순간 클레어의 비명이 멈추며 마치 인형이라도 된 것처럼 굳어버린다.
우웅-- 우웅--
클레어의 발 끝에서부터 손가락 끝까지.. 빛이 맺히기 시작하며.
슈욱--! 빛은 빠르게 클레어의 손과 발을 타고 올라 결국에는 몸 전체를 잠식해버렸다. 마치 빛으로 이루어진 사람과 같은 형상으로 변해버린 클레어.
치직--! 파지직-!!
몸이.. 내 몸이 녹는다!
이 빛이 단순한 빛무리가 아닌 클레어의 신성력이란 걸 내 몸이 녹아내림으로서 깨달았다.
치지직..!!
꿈틀-! 꿈틀-!
이대로 있다간 안쪽에서 죽어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에서 빠져 나가기 위해 자궁벽 아래 쪽 자궁구의 통로로 기어 나가려고 했지만..
치직--!
이..이미 여기도?
몸 외부는 물론 클레어의 몸 내부 장기들마저 빛의 덩어리로 이루어져 그 어떤 곳에서도 신성력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즉 탈출 할 수 없다는 것.
..이 초월체.. 루토의 육체를 포기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파앗--!
갑자기 클레어의 전신이 빛의 입자가 되어 흩어지며.
찰팍-
[ ..? ]
녹아내린 나의 육체가 클레어의 몸에서 분리되어 바닥으로 떨어진다.
[ ..클레어는?! ]
몸이 녹아 시야를 확보할 수 없기에 공간인지를 통해 위 쪽을 쳐다보니.
“와아- 저게 봉인구 라키엘이야? 엄청 갖고 싶어! 저거 나 파편 주면 안 돼?”
“...”
..봉인구 라키엘?
후우웅--!
신전 내부를 울리게 할 정도의 강력한 신성력의 공명.
뚫린 천장의 아래 석상.. 같은 구조물이 둥둥 떠있다.
화아아..
마치 황금빛이 나는 반투명한 보석으로 깎아 만든 것 같은 날개 달린 사람 형상의 구조물. 허나 세밀한 사람 형태가 아닌 고대의 추상적인 석상같은 외형이다. 저런 비슷한 걸.. 어딘가에서 아이언메이든이라 설명하는 걸 본 기억이 있다.
아이언메이든은 안 쪽에 뭔가를 넣는 관.
그런데 저런 관 같은 게.. 라키엘의 봉인구? 저들이 말하는 게 그 여신 라키엘을 말하는 건가? 근데 저 석상에서 나오는 빛의 느낌은.. 처음 내가 소환 되었을 때 여신 라키엘을 마주한 순간의 빛과 똑같다.
라키엘의 얼굴이 어땠더라?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날개 달린 아름다운 외형의 여성이라고만 여기고 있었다. 그 환한 빛이 나 같은 작은 존재보다 너무 거대하게 느껴져 절로 경외심이 생기고 위압감이 들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성장한 지금의 눈으로 본 라키엘의 봉인구는.. 너무나 이질적이다.
우웅-- 우웅--
살아있는 존재가 아닌 기계장치를 보는 기분. 라키엘의 봉인구를 넋놓고 보고 있을 때.
...종..장에 도달했군.. 마지막..조각이다..크하하...
의미를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오며.
[ SYSTEM ] - 태초의 기억. 마지막 파편이 전송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나타난 시스템 알림창과 함께 시야가 검게 물든다.
[작품후기]
아아.. 2부가 끝난다 주인공이 개안한다
???: 특수개체? 그런거 다시 낳으면 그만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