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아파트에 번개 맞아서 전기가 하루종일 안 들어와서 큰일이었지요. 심각한 일은 없었습니다 하하 253회
용사 상봉
‘루토.. 저 아이를 보고 음문이 반응하고 있어..!’
처음 보는 용사인 루토에게 클레어가 달려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그 어떤 곳에도 찾을 수 없던 음문의 관한 정보. 그런 음문이 루토를 볼 때마다 발작하는 것이다. 클레어는 생각했다. 어쩌면 저 루토라는 소년 용사에게서 이 음문의 해결책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이다.
“부득이하게 이런 장소로 모셔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 직위상.. 단 둘이 있을 수 있는 장소는 이 곳 밖에 없어서.”
“감..옥인가요?”
“성녀궁 옆에 붙어 있는 유폐실입니다.”
클레어의 말에 루토는 침을 꿀꺽 삼키며 주변을 돌아봤다. 쇠창살만 없다 뿐이지 어떻게 봐도 감옥과 같은 형태의 독방이다. 성녀궁 내는 금남의 장소이기에 성녀궁 외부이자 은밀한 장소인 중죄인 유폐실로 온 것이다.
클레어가 사과한 것 역시 이 방 밖에는 신성수녀단의 수녀들이 경계를 서고 있어 마치 클레어가 루토를 가둬넣은 형식이 되었다.
“아닙니다! 성녀님이시니까.. 용사인 저를 해치실리도 없고. 전 괜찮아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용사님.”
클레어의 말에 방긋 웃는 루토.
사실 루토는 정말로 괜찮았다.
클레어는 신성수녀단이 자신의 측근이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자신이 루토를 가두고 있다고 여기고 있지만..
꿈틀.. 꿈틀..
신성수녀단의 다른 이름은 ‘촉수녀단’ 그 뱃 속에는 전부 촉수들이 깃들어 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독실.. 거기에 밖에는 내 수족인 신성수녀단원들. 큭.’
오히려 성녀가 갇힌 구도다.
여기서 성녀를 함락 시켜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후우. 지금은 아니지. 라키엘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신성제국의 성녀.. 어느 정도의 힘을 가졌는지는 알 수 없으니까.’
천주의 지식을 인수인계 받고 성녀 공략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루토는 깨달았다.
여태까지는 어떤 암컷이든 촉수를 심기만 하면 그 대상의 공략은 성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허나 성녀는 다르다.
자궁이라는 신체부위가 완전히 촉수에 의해 잠식당했음에도 다른 숙주처럼 완벽하게 컨트롤 할 수가 없다. 사념파를 보내는 것도 매우 어렵다.
‘미친.. 자궁을 제외한 모든 신체부위가 고밀도의 신성력으로 이루어졌다는 게 말이 돼? 신성제국민 전부를 데리고 와도 성녀 한 명의 신성력에는 비비지도 못하겠네.’
저런 힘이 방출되기라도 했다가는 대 신전 전체가 날아가 버릴 지도 모른다.
‘괜찮아.. 서두르지 말자. 성녀가 음문을 스스로 해결 할 수 없는 이상 나한테 기댈 수밖에 없으니까.’
루토는 천천히 생각했다.
성녀는 이 독방으로 자신을 불렀으며 항상 붙어 다녀야 하는 신성수녀단원들마저도 바깥으로 빼돌렸다.
‘즉.. 지금 저 음문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클레어 본인 밖에 없을 확률이 높다.’
루토는 여유를 가지며 클레어의 입술에 집중했다.
“아까 전 이야기를 들어보니.. 루토 용사님께서는 마경에서 소환되셨고 마경에서 오랜 시간을 지냈다고 그러셨는데.”
“네, 맞아요! 눈 떠보니 어두컴컴한 동굴이었어요.”
“제 지식으로는 마경은 온갖 마물들이 활동하고 있는 끔찍한 장소라고 알고 있는데.. 그런 곳에서 생존하시다니. 역시 빛의 용사님이시군요.”
사람이 풀어지게 하는 미소를 지으며 칭찬하는 클레어의 모습에 루토는 부끄러워하는 소년의 얼굴을 연기했다.
이미 클레어가 묻고 싶은 것이 ‘음문’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 지금 클레어가 하는 행동이 말을 돌리며 간을 보고 있는 거란 게 뻔히 보인다.
“분명 많은 마물을 접하셨겠죠? 용사님?”
“네. 권능이 마물의 힘을 흡수하는 종류라서.. 열심히 잡아야 살아남을 수 있었거든요.”
“그렇군요. 제가 궁금한 게 한 가지 있는데..”
한참을 칭찬하고 말을 돌리던 클레어는 루토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혹시.. 요마도 본 적 있으신가요?”
슬슬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요마.. 신체적인 힘을 토대로 싸우는 전투형 마물이 아닌 환술이나 저주를 사용하는 마물이다.
환술을 쓰고 음문을 박아 넣는 서큐버스나 뱀파이어. 그 이외에 마녀족이나 망령족 역시 여기에 포함된다.
“어.. 제가 있던 마경은 드레이크나 렉스 같은 아룡족이 출현하는 마경이었는데..”
“아룡족..이요?”
급격하게 실망하는 기색을 내비치는 클레어.
“그런데.. 마경의 봉인석 근처에서 요마족들이 출현하기도 했었어요.”
“요..요마족!”
‘속마음이 다 보이잖아. 성녀 아가씨?’
마경의 봉인석 근처에 있던 건 요마는커녕 마인족도 아닌 거대 도마뱀 바실이. 바실리스크였다.
허나 이미 클레어를 공략하기로 마음 먹은 루토는 클레어가 원하는 답에 부합하게 자신이 본 요마가 어떤 요마였는 지 설명을 시작했다.
“서큐버스? 였던 것 같은데.. 환각을 사용하기도 하고 음문..을 사용하기도 했어요. 상당히 골치 아팠는데 운이 좋게 친구들이랑 만나서.”
“음문을! 음문을 사용했고 말씀하신 건가요, 지금?”
“네..네! 보라색 하트 문양 음문이었는데.. 이게 또 엄청 골치아파서.”
“골치 아파서?”
“다행히 저한테 ‘흡수’권능이 있어서 음문을 한 번 흡수하고 해석해서 피할 수 있어요.”
탁!
“해..해결책을 아시는 건가요?! 그럼?”
앞에 있던 나무 탁자를 내려치며 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클레어.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이 터져 나올 뻔한 루토였지만 겨우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와 같은 표정을 유지하며 놀란 눈으로 클레어를 바라본다.
“..성..성녀님?”“아..아. 흐흠. 죄송합니다.”
스윽. 다리 자리에 앉는 클레어.
“제가 요새 음문에 대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성녀로서 각종 저주의 해주법을 익히고 있어야 하니까요. 헌데 보라색 하트 문양 음문이라니.. 신전의 서적에도 나오지 않는 저주이기에. 관심이 생기는 군요.”
호오. 그럴싸한 변명을 하네? 그렇게 생각한 루토는 손뼉을 치며.
“아! 확실히 그렇네요!”
“그렇죠, 용사님? 그러니.. 저에게 그 해주법을 가르쳐주시겠어요?”
‘이게 날로 먹으려 하네.’
당연히 절대 안 된다.
음문의 해주법을 빌미로.. 이 기회를 최대한 이용해먹는다.
“저 그런데 이 해주법이라는 게.. 사실 있다고 할 수 없어요.”
“해주법이.. 없다고요?”
“네. 이게 서큐버스의 저주 중에서도 매우 특수한 것이라 한 번 걸리면 사용자의 기운만큼.. 천천히 서큐버스화 시키거든요? 그래서 해주가 불가능해요.”
‘서큐버스화’라는 단어에 클레어의 하얀 얼굴이 실시간으로 시퍼렇게 변하며 끝내는 거무죽죽하게 가라 앉는다. 엄청난 좌절과 실망감이 표정으로 드러난다.
“그..그래도 아까는! 용사님의 힘으로 음문을 해결했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이제 성녀 연기를 할 여유조차 사라진 것인지 클레어는 루토를 보며 다급한 얼굴로 소리쳤다.
“제가.. 직접 권능을 발휘한다면 어떻게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혹시!? 그 음문에 당한 ‘사람’이라도 있는 건가요? 성녀님?”
악마와 같은 보라색 눈을 번뜩이며 루토는 성녀에게 물었다.
“그..그게.. 그러니까..!”
루토가 자신을 어떤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지 눈치 채지 못할 만큼 온갖 생각으로 고민하던 성녀는 눈을 질끈 감으며 입을 열었다.
“용사 루토님.. 제 방으로 와주세요.”
그 누구도 침입해서는 안 될 금남의 구역인 성녀의 방으로 루토를 초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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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루이에게 배정된 방.
“아무래도 수상해!”
박현수는 팔의 붕대를 풀며 외쳤다.
“뭐가? 뭐가 수상한데, 현수야?”
그런 박현수를 보며 침대에 앉아 있던 김시연이 물었다.
박현수의 방이지만 박현수에게 관심이 잔뜩 있는 김시연이 놀러온 상태였다.
“루토.. 자신을 민수라고 주장한 그 녀석. 뭔가 이상하지 않아?”
“강민수? 걔가 이상하다고?”
“그냥 보다보면 소름이 끼친다고 해야 하나.. 처음 소환 될 때 없었던 것도 그렇고. 정말 우리와 같은 용사.. 아니 인간이 맞기는 한 걸까? 머리에 뿔까지 있어서는..”
박현수의 의문에 김시연은 천장을 보며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정확히는 어떤 대답을 해야 박현수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고민했다.
‘확실히 강민수의 얼굴을 생각하면 그 변한 모습은 너무 잘생기긴 했어.. 나이도 어려서 장래가 기대되는 얼굴이고.. 응? 잠깐만.’
뭔가를 떠올린 김시연.
‘걔랑 정수아의 관계가 심상치 않아 보이던데.. 나이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동갑이잖아? 잘만 하면 정수아를 강민수인가 루토인지 하는 애한테 끼워 보낼 수 있는 거 아니야?’
빠른 계산을 마친 김시연은 박현수에게 손사레를 치며 말했다.
“에이. 그렇게 수상해보이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우리가 용사로 여러번 소환되어 본 것도 아니잖아? 정말로 무슨 일이 생겨서 마경에 떨어진 걸 수도 있고..‘
“아니. 수아의 반응도 분명 이상했어. 수아는 원래 그런 애가 아니잖아? 그런데 그 루토인지 뭔지 하는 녀석에게 달라붙어선. 큭!”
“여자는 누군가를 좋아하면 변한다고 하잖아~ 그래서 정수아도..”
홱-!
“뭐?!”
잔뜩 화가 난 얼굴로 김시연을 쳐다보며 소리치는 박현수. 그런 현수의 모습에 김시연은 정수아 때문에 저런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 화가 나기는 했지만.
‘여기서 현수를 자극해봤자 미운털만 박힐 거야. 그래 달래고 보자.’
“물론 그럴 수도 있다는 거지! 생각해보니까 현수 네 말도 맞는 것 같기는 해. 확실히 수상하기는 하네?”
“그렇지? 어쩌면 그 녀석.. 요마라든가 아니면 마인족일지도 모르지. 수아에게 수작을 부려서..! 그냥 둬서는 안 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박현수는 방 한 켠에 걸려 있는 자신의 무구, 성검을 꺼내들고는 방을 나서려고 했다.
‘이..이거! 그냥 내버려두면 현수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
척!
“잠깐, 현수야! 너 어디 가려는 건데? 검까지 꺼내들고!?”
“비켜. 수아에게 그 수상한 녀석이 어떤 마수를 뻗치고 있을지 모르는데.. 내가 지금 당장 도와줘야..!”
“현수야! 너 지금 너무 예민해! 아직 마경에서 복귀한 지도 얼마 안 됐잖아? 혹시 그 ‘일’ 때문에 이러는 거야? 조금 진정해!”
자신의 앞을 막고 선 김시연의 외침에 박현수는 흠치샇며 검을 쥔 손에 힘을 풀었다.
“내가 예민하다고..?”
박현수는 자신의 행동을 돌아봤다.
확실히 스스로 생각하기에 지금 자신은 여유가 없으며 무언가에 쫓기듯 초조했다.
사실 아직도 전장에 서 있는 기분이 든다.
‘그럴 지도 몰라.. 내가 지금 민감하게 구는 걸지도..’
북쪽 마경에서 있었던 일은 박현수에게 있어 엄청난 충격이었다.
늘 잘난 외모와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으로 큰 어려움 없이 살아왔다.
이 세계에 소환된 직후도 마찬가지. ‘빛의 용사’라는 다른 용사의 권능과 비교해도 단연코 주인공 같은 권능을 얻어서 신성 제국 내에서 용사들 중 최고의 실적을 세우며 온갖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북쪽 마경에 도착하고.
“꺄아악!! 현..현수야!”
푸욱---!
“끄어억! 살..살려줘! 죽기 싫어!”
눈앞에서 함께하던 반 친구들이 죽어버리고.
[ 어머. 너 제법 재능이 있어 보이네? 지금 죽이기는 아까운 걸. 그래! 돌아가렴 돌아가서 두 눈뜨고 누가 진짜 네 ‘적’인지 확인해. ]
로브를 뒤집어 쓴 백골. 불사의 군주라는 절대적인 적 앞에 무력감을 느끼고.
“나는 병x이야! 아무것도 못하는 병x! 뭐가 용사인데?!”
인생 처음으로 절망감을 느꼈다.
- 루이 용사님. 지금의 상태로는 솔직히 말해 방해만 되십니다. 일단 제국에 돌아가 현 상황에 대해 알리고 심신을 안정시킨 뒤 다음에 오시지요.
3사도 가레스 이노센티아에게 축객령을 받고 제국으로 복귀했다.
“시연아.. 네 말이 맞는 것 같다.”
챙--
검을 구석에 던져버린 박현수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 앉았다.
과거에 짓던 승리의 미소가 아닌 패배자의 실 없는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푹 숙인다.
“현수야..”
그런 박현수의 등을 토닥이며 김시연은 슬픈 얼굴로 한참동안 박현수를 위로했다.
[작품후기]
흑흑 연참 해달라는 댓글들을 늘 확인하고 있지만 죄송합니다..!
알바 시간이 주말 없이 일정해서 한 편 올리는 것도 너무 벅찹니다. 전부 제 노력의 부족함이겠지만.. 그래도 기다려 주십시요! 되는대로 분량 모아서 올려보겠습니다!
+박현수네 이야기는 불사의 군주 묘사를 위해서 넣었습니다. 말투에서 알다시피. 흠
+ 성녀 공략이 신성제국의 끝이나 다름 없어서 조금 조교를 천천히 할 것 같습니다! 서큐버스 성녀 기대해주십시요! 현재 2사도 바트레이는 임무라는 핑계로 은신중이고
4사도 5사도는 죽은 용사들 대신해서 주변 마경 정리하러 갔습니다.
곧 엘레노어도 나올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