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뮬느차례! 242회
뮬느 블루스톤 H씬(1)
사락-
작은 수첩이 한 장 씩 넘어간다.
신전도서관 구석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한 책자를 보고 있는 소녀.
“수녀 엘리제가 텐타클 상단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니.. 거기에 백발의 성녀는 또 뭔가요? 수석은 금발인데.”
록시 그린녹스의 관찰일지를 읽으며 뮬느는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정말로 사실인지 몇 번이나 의심했다.
그만큼 수첩에 적힌 내용은 믿기 어려운 것들뿐이다.
헤르바 밀림에 파견된 수녀 엘리제에 대한 행적이 자세히 나와 있다.
그것은 정확히 텐타클 상단의 성장 과정과 유사하다.
텐타클 상단주와 함께 ‘백발의 성녀’로 활동하며 제국 곳곳의 경매장에서 모습을 드러냈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
뮬느로서는 어이가 없었다. 자신 역시 나름 머리가 잘 돌아간다고 자부하고 있었으며 상단 가문의 후계자인 만큼 제국의 정세를 볼 줄 안다고 생각했는데 텐타클 상단이 거대 상단으로 성장하는 동안 이러한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록시 그린녹스.. 정말 대단한 분이에요.”
관찰 일지를 읽다보니 록시의 목적 역시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텐타클 상단의 중추일 확률이 높은 엘리제와 접근하여 동맹을 맺고 자신이 신성수녀단의 단장 혹은 신성제국의 중추가 되어 자리를 잡는다.
그 후 신성수녀단장으로서의 권력과 텐타클 상단의 재력을 이용하여 그린녹스 가문으로 돌아가 가주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
전부 쉽지 않은 과정들이지만 록시의 관찰일지에는 그 모든 과정을 어떻게 실행해야 할 것인지 매우 자세하게 적어놨다.
“..그런데 수석과 접촉하는 부분에서 끊겨 있네요.”
기록은 정확히 엘리제와 접촉하여 친분을 쌓고 동맹을 맺는다에서 끊겼다.
“생각해보면 이런 중요한 내용이 적힌 수첩이 그런 장소에 떨어져 있었던 것도 이상하네요. 우음.”
수첩은 연무장 잔디 밭에 떨어져 있었다.
뮬느는 록시의 행동 역시 이상하다 느꼈다.
수첩대로라면 지금 록시는 엘리제를 휘하에 두거나 동맹관계를 맺었어야 한다.
그런데 역으로 엘리제가 록시를 수하로 두고 있다.
챠르륵-
뮬느는 몇 번이나 록시의 수첩을 넘기고 다시 읽었다.
텁.
그리고 수첩이 닫혔을 때 뮬느의 표정은 벌레라도 씹은 것처럼 오묘한 표정이 되었다.
“텐타클 상단에서 취급하는 에로틱스.. 백발의 성녀는 자안.. 영업하는 엘프들도 보랏빛 눈동자..?”
순간 뮬느의 머릿속으로 록시,안나, 그리고 카린이 함께 이동하는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레드벨트 가문은 적안을 가지고 있어.. 그 때 잘못 본 줄 알았지만. 분명 카린의 눈동자에 보라색이 스쳐지나간.. 설마.”
뮬느는 몇 번이나 혼잣말을 중얼거리다가 수첩을 수녀복 안에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무 수상하잖아요.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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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절은 이노센티아의 신, 빛의 신 라키엘을 모시는 이노센티아 신성제국의 연례행사이다.
이 때 가문의 가주나 단체의 장들은 자신의 돈을 풀어 아랫사람들에게 음식을 대접한다.
신성수녀단 역시 신성제국의 고위 단체가 될 예정이기에 태양절을 치룰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는데 수석 엘리제는 그 어떤 가문의 출신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각 고위 가문의 내로라하는 후계자들을 대접하기 위해선 그만큼 많은 자금을 사용해야 하는데 배경이 없는 엘리제이니 모두 태양절 진행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 허점을 노린 것이 뮬느의 계획이었다.
4대 가문 중에서도 부유하기로 유명한 블루스톤 가문의 자금을 사용하여 귀족 영애들조차 보지 못한 화려한 태양절 준비를 하여 가문의 저력과 리더쉽으로 엘리제에게 쏠렸던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이미 행사를 도와줄 가문의 성기사와 하인들을 신전 내에 대기 시켜놨었다.
만약 ‘록시의 수첩’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뮬느는 그대로 진행했을 것이다.
허나 엘리제가 텐타클 상단을 뒷배경으로 두고 있는 이상 뮬느의 계획 시작 전제부터 실패했다.
막대한 부를 가진 것은 텐타클 상단 역시 마찬가지 태양절의 연회 정도는 거뜬히 치룰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뮬느는 자신이 준비시켜둔 가문의 성기사와 사람들을 물릴 생각이 없었다.
‘지금 태양절 따위가 문제가 아니야..’
뮬느는 에로틱스를 복용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 중 ‘자안’이 신경 쓰였다.
엘리제를 만났다는 기록을 남기고 엘리제의 수하가 된 록시 그린녹스와 순식간에 엘리제의 편이 된 대부분의 단원들.
마지막으로 카린의 적안 위로 스쳐 지나간 보라색의 빛까지.
그 모든 것이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얽혀 엘리제가 매우 수상하다고 말하고 있다.
“응? 무슨 일로 찾아왔지?”
총 평가관 아란웬이 자신의 집무실로 찾아온 뮬느를 보며 물었다.
‘어떻게 하죠..?’
뮬느는 곧바로 입을 열지 못했다.
이미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을 하고 총평가관 아란웬을 찾아온 것이지만 막상 얼굴을 보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바로 아란웬에게 엘리제가 수상하다고 신성수녀단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알 수 없어요. 아란웬 평가관님 역시 수석의 마수가 뻗쳤을 지도 모르고.. 만약 조사를 시작했는데 아무런 증거나 엘리제 수석이 문제가 없다고 밝혀진다면 저는 엘리제 수석을 질투한 성격 이상한 애가 되버리겠죠.’
“가문에 전할 내용이 있어서 왔어요.”
“전할 내용? 굳이 날 통해서?”
“네. 아주 중요한 내용이라서.. 가능할까요?”
아란웬은 잠시 펜을 내려놓고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신성수녀단원의 선출이 끝날 때까지 가문과 연락을 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지만 뮬느가 건넨 것은 가문의 후계자 인장이 찍혀 있는 편지다.
블루스톤 가문의 가주나 장로급이 아니면 개봉 할 수 없는 편지라는 것은 그만큼 중대한 사안이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즉. 처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책임을 물을 수도 있는 사안이다.
“알겠다. 전해주도록 하지.”
“감사해요.”
아란웬의 대답에 뮬느는 꾸벅 고개를 숙이고 뒤돌아서 문고리를 잡았다.
“저기.. 총평가관님.”
“용건이 남았나?”
“혹시 엘리제 수석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다시 고개를 돌리며 뮬느가 물었다.
“으음.. 훌륭한 단원이지?”
“그렇군요. 가보겠습니다.”
끼익- 탁.
아란웬의 집무실을 나온 뮬느 블루스톤은. 곧바로 수녀복에 손을 집어넣고 한 수정구슬을 꺼냈다.
“시동.”
위잉-!
수정구슬 표면으로 아란웬의 집무실 모습이 드러난다.
잠시 동안 문손잡이를 잡고 있었던 것은 감시용 아티팩트를 설치하기 위해서였다. 신성력 컨트롤의 달인인 아란웬의 눈을 피하기 위해 마력을 사용하는 아티팩트를 준비했다.
..지잉-
수정구에 비추고 있는 아란웬은 뮬느 블루스톤, 자신이 건네 편지를 살피고 있었다. 혹시나 뜯는 것은 아닐까? 긴장하며 보고 있던 뮬느는 자신의 서랍을 열고 그곳에 편지를 넣는 아란웬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총평가관은 수석의 편이 아닌 것 같네요. 제가 수석에 대해 묻고 나갔음에도 편지를 뜯어보지 않은 걸 보면.”
이것으로 편지는 가문에 전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신전에 대기하고 있는 블루스톤 가문의 성기사들에게 전해질 확률이 높았다. 성기사들을 이끌고 온 사람이 블루스톤 가문의 장로 중 1인이기 때문이다.
“알톤 장로님에겐 제 편지가 도착하면 전부 확인해달라고 했으니.. 문제는 없어요.”
편지에 적은 내용은 에로틱스에 대한 연구를 해달라 것과 태양절에는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을 적었다.
대신 뮬느 블루스톤 자신의 소식이 끊길 시 엘리제가 수상하니 그와 연관하여 조사하며 태양절이 끝날 때 블루스톤 가문의 권한으로 태양절이 이뤄지는 장소에 한 번 방문해달라는 내용으로 마무리했다.
혹여 자신이 잘못되었을 때 가문에서 모든 것을 조사하기 쉽도록 생각한 내용을 전달한 것이다.
저벅. 저벅.
뮬느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한 번에 너무 많은 내용을 생각하고 고민하다보니 정신적으로 지쳐 있었다.
“차나 한 잔 하면서 쉰 다음에 다시 고민해봐야겠어요..”
저벅..
사파이어 같은 푸른 금속이 박혀있는 문 앞까지 걸어간 뮬느 블루스톤은 그 문 위에 손을 올리고.
“시동.”
끼기긱--
자동으로 문이 열린다.
천장 위에 몇 개나 박혀 있는 발광석으로 인해 환한 방이 모습을 드러낸다. 방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조각상이나 오래된 명화들. 가장 부유한 가문이라는 블루스톤답게 개인 숙소 역시 최고급의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아! 오셨습니까? 뮬느님.”
방 안에는 이미 선객이 있었다.
뮬느와 비슷한 푸른 머리색과 푸른 청안을 가진 소녀. 한 쪽으로 땋아 내린 머리와 순한 눈매로 인해 부드러우면서 성실한 느낌이 물씬 풍긴다.
아이샤 블루스톤. 직계인 뮬느와 달리 방계 출신의 소녀로서 뮬느의 시중을 들기 위해 함께 신성수녀단의 단원이 되었다.
“뮬느님. 지금 시간이면 신성력 이론 시간인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비서의 역할 역시 수행하는 아이샤답게 곧바로 뮬느의 일정부터 파악하고 물었다.
“하아.. 그 수업은 쉰다고 하고 바로 방으로 왔어요.”
“혹시 편찮은 곳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그건 아닌데.. 조금 여러 가지 복잡한 일이 있어서 말이에요.”
“복잡한 일이시라면.. 제가 도움이 된다면 도와드리겠습니다!”
충의 가득한 눈빛으로 말하는 아이샤의 모습에 뮬느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랐으며 자신을 보필하기 위해 그 힘든 신성수녀단 선발시험의 시험까지 치루며 함께 해온 아이샤다.
‘아이샤는 늘 저랑 함께 있었죠.. 한 번도 수석과 연관된 적이 없었으니. 의심할 이유는 없어요.’
“그게 있죠.. 제가 우연히 알게 된 건데.”
뮬느는 경계심을 내려놓고 아이샤에게 자신이 알아내게 된 정보들을 설명했다. 거기에 엘리제가 수상하다는 개인적인 생각 역시 터놓고 말했다.
“그거 정말 큰일이군요.”
뮬느의 설명을 들은 아이샤는 걱정하는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그렇죠? 그래서 제가 이렇게 피곤해하는 거예요.”
“혹시 무슨 조치를 취하셨습니까? 뮬느님.”
“물론이죠!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수석의 마수에 저 역시 당할지도 모르니까요. 이미 가문에 편지를 보냈어요. 엘리제 수석과 텐타클 상단이 판매하는 ‘에로틱스’에 대해 조사 연구를 시작해달라고 말이에요.”
“그 편지는 누가 받았습니까?”
멈칫.
편지의 위치를 묻는 아이샤의 목소리에 뮬느가 눈가를 찌푸리며 아이샤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게 왜 궁금한데요? 아이샤.”
“아! 그건..”
스윽-
앉아 있던 의자에서 일어난 아이샤는 말없이 등을 돌려 문 쪽으로 걸어가.
챙그랑-!
주먹으로 문에 달려있는 마력석을 깨 부셨다. 마력석으로 운용되는 문의 특성상 그 기동장치인 마력석이 파괴되면 열리지 않는다.
“아..이샤?”
“...”
조금은 당황한 듯한 뮬느의 음성에 천천히 아이샤 블루스톤이 고개를 돌린다.
“뮬느님.”
지잉- 그 눈동자는 블루스톤의 푸른빛이 아닌 진한 보랏빛으로 발광하고 있었다.
“대체 언제..!?”
“..성법 23장 1절 빛의 사슬.”
촤르륵-!
아이샤로부터 비롯된 두꺼운 빛의 사슬이 뮬느를 향해 날아간다.
휘릭-! 촤륵!
“윽?!”
허리부터 시작하여 뱀처럼 휘감긴 빛의 사슬에 뮬느 블루스톤은 경악이 섞인 신음을 터트렸다.
‘아이샤 역시 수석에게 이미 뭔가를 당한 게 틀림없어.’
당혹스러운 와중에도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자신 역시 당할 것이라는 생각이 스친다. 뮬느 블루스톤은 몸 안에 있는 신성력을 돌렸다. 상대방보다 강한 신성력을 운용하면 성법을 깨트리는 것이 가능하다.
치지직--!
허나 신성력이 충돌하며 스파크가 튈 뿐 사슬은 해체되지 않는다.
“..왜 해체가..!?”
“당황스럽습니까? 그렇겠죠. 뮬느님은 블루스톤 가문의 천재. 가문 내의 동나이대 그 누구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신성력을 가지고 계셨죠. 저를 포함해서.”
저벅-
“하지만 전 주인님의 은총을 받았습니다! 뮬느 블루스톤 당신과 비교해도 더욱 월등한 신성력을 가지게 되었다고요!”
저벅- 저벅-
한 걸음 한 걸음 씩 아이샤 블루스톤이 뮬느에게 걸어간다. 보라색의 눈을 빛내며 입에는 뒤틀린 미소를 띠고 있다.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닌 홀린 것 같은 모습이다.
‘..아이샤가 맞기는 한 걸까요?’
뮬느는 믿을 수가 없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하였길래 수 년 간 자신과 둘도 없는 친구처럼 지내온 아이샤를 저런 식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일까.
‘대체 주인님이란 존재는.. 혹시 수석을 말하는 걸까요?’
“뮬느님도 주인님의 은총을 받고 저와 같은 힘을 얻는 겁니다!”
“힘.. 좋네요. 하지만 그것이 제 자신을 잃게 되는 일이라면 사양이랍니다.”
쩌저적-! 빛의 사슬에 금이 가며..
파창--!
“어째서?!”
뮬느를 속박하고 있던 성법이 깨진다.
“힘은 저보다 강해졌지만 성법식의 술식이 너무 단순해요. 순식간에 해석해서 해제했습니다.”
“으으..”
“아이샤.. 걱정 하지 말아요. 어떤 방식으로 아이샤가 세뇌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성법 12장 10절 ‘빛의 굴절’
우우웅--!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그 주인이란 자를 잡아내고 정상으로 되돌려 드릴 테니까요!”
파앗-!
뮬느의 손에서 발사된 백색의 광선이 아이샤에게로 쇄도한다.
“그 정도의 힘으로는!”
아이샤는 뮬느의 공격을 비웃으며 성법도 사용하지 않은 채 신성력을 두른 손으로 광선을 처내려했다. 이쪽의 신성력이 압도적으로 강한 이상 충돌 시 데미지를 받는 건 힘이 약한 쪽 일 수 밖에 없다.
지잉-!! 슈욱!
“헛?!”
하지만 광선은 아이샤의 손에 닿기 직전 옆으로 굴절하며 둥근 원을 그렸다. 성법의 형태 변형은 크루세이더 급의 고위 성직자가 아닌 이상 해낼 수 없는 것이 상식인데 술식 계산의 천재인 뮬느는 그것을 해냈다!
“성법.. 57장 8절! ‘광휘의 장막’”
치지직-!!
아이샤 블루스톤을 감싼 빛의 광선에서 백색의 막이 생성되며.
“..이익!!”
치직..!!
빛으로 이루어진 원통형의 감옥이 아이샤를 감싼다.
카강-! 파강!!
눈이 뒤집힌 아이샤가 연신 주먹질을 하며 장막을 후려치지만 빛의 장막에는 금조차 가지 않는다.
“후우.. 소용없어요. 아이샤. 그 장막은 충격을 그대로 퍼트려서 강도를 강화시켜요. 더욱 강한 힘으로 칠수록 더욱 단단해지기만 한다구요?”
“당장 이거 풀어! 주인님의 명령을 수행해야..!”
“확실히 정상은 아니네요. 잠시 쉬고 있어요. 제가 금방 가문의 사람들을 불러와서 아이샤를 도와 드릴 테니까요.”
“도와줘? 날? 날 도와주는 건 순순히 내 손에 잡혀서 주인님에게..아아..!!”
덜덜덜..!
돌연 분노의 외침을 쏟아내던 아이샤가 배를 움켜쥐고 몸을 떨기 시작했다.
“아이샤? 아이샤 왜 그러시나요? 아이샤?!”
“으그으으..으응..!!”
그 모습이 너무나 이상했기에 뮬느는 아이샤가 이상하다는 것을 잊고 원통의 결계에 다가가며 물었다. 아이샤는 복통에 시달리는 환자처럼 계속허리를 숙이다가 돌연 뮬느 쪽을 향해 고개를 번쩍 들었다.
“주..주인님께서 오셨..어! 히힛!”
“주인님?”
보라색의 눈을 희번뜩거리며 광소를 흘리는 아이샤. 그에 뮬느는 황급히 문 쪽과 방 안을 살폈다. 주인님이 왔다는 말에 혹시 다른 침입자가 있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허나 주인님은 뮬느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나타났다.
바로..
불룩-!
“우으윽!!”
아이샤가 붙잡고 있던 배 쪽이 부풀어 오른다.
“아아..아으응!!”
아이샤의 얼굴이 홍조로 물들며 그 벌어진 입에서 거친 신음성이 흘러나온다.
불룩-! 불룩-!
그럴수록 점점 더 커져 가는 아이샤의 배. 하얀 수녀복을 밀어내며 순식간에 커지는 배는 마치 쌍둥이라도 임신한 만삭 임산부의 배처럼 커진다.
“아..아이샤 배가?!”
“오..오셨어..주..인님이..흐으응--!”
찌지직-!
결국 배의 크기를 감당하지 못한 수녀복의 천이 찢어진다. 그리고 드러나는 아이샤의 배. 배꼽이 툭 튀어나온 거대한 둥근 배가 드러난다. 단순히 크기만 한 배라면 그리 놀랍지도 않았을 것이다.
꾸물- 꾸물-
꿀렁..꿀렁..!
허나 배는 안쪽에 뱀장어라도 가득 들어있는 것처럼 기다란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궤적을 드러내며 거칠게 출렁거린다.
‘대..대체 저게 뭐야..?’
그 기괴하면서도 놀라운 장면에 뮬느는 말을 잃고 굳을 수 밖에 없었다. 온 몸의 털이 쭈뼛서며 소름이 끼쳤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결코 좋지 못한 일이..
‘..뭔가 일어나려고해?’
꿀렁-! 꿀렁-!
“아아..주인님주인님주인님주인님..응그으윽! 아악!”
꿀렁꿀렁꿀렁꿀렁--!!
둥근 형태가 완전히 일그러질 정도로 출렁거리던 아이샤의 배가 순간 작게 꺼지며.
푸슈우우웃--!!
아이샤의 수녀복 하단이 보라색의 양수로 젖는 것과 동시에..
“전부 나와버려어엇..응기이익!!”
푸슈웃!! 철푸덕-! 푸푹..!! 철푸덕..!!
꿈틀꿈틀꿈틀꿈틀-!
수 백 마리의 보라색 촉수들이 치마를 뚫고 터져 나온다!
푸부북-! 푸부북!!
멈추지 않고 여린 음부를 벌리며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는 보라색의 촉수들.
“흐이이익- 이이익--아으윽! 주..주인니이임!”
꿈틀꿈틀꿈틀--!
아이샤의 비명소리는 원통을 가득 메우며 채워지는 보라색 촉수무리에 파묻혀 점점 작아진다.
“맙..소사네요.”
점점 원통을 가득 채우는 보라색의 물결을 보며 뮬느는 경악과 함께 반사적으로 손을 움직였다. 그것은 한 손에 끼고 있는 푸른색의 사파이어 반지. 겉으로 보기엔 장식품에 불과하지만 사실은 위급 시에 사용하는 익스플로전 마법이 담긴 아티팩트다.
간단한 동작이면 폭발하는 아티팩트지만.
쩌저적-!! 챙그랑--!
“아.”
꿈틀꿈틀꿈틀--!!
원통이 깨지며 보라색의 촉수가 뮬느를 덮치는 것이 더 빨랐다.
[작품후기]
뮬느 시작!
뮬느는 예전에 제가 마비노기 할 때 키우던 캐릭터 닉네임이었습니다 헐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