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기잇을 어디에 쓸까 고민중 231회
<2부> 내가 쓴 기생 촉수 야설의 주인공이 되었다!
[ 실비아. ]
“네? 혹시 저 지금 자세 잘못 됐나요?”
[ 그냥 불러봤다. 다시 집중해라. ]
“네!”
뭔가 느낌이 안 좋다.
단순히 감으로 치부하고 넘기기에는 내가 신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 걸린다.
신력을 가지고 있는 인공여신 라키엘은 미래에 대한 예지를 내리기도 한다.
신력은 예지력과도 관계가 있다는 설정이다.
그런 내가 느낀 불길함이 단순히 감 일리 없다.
..공간인지 범위 증가.
인지하고 있던 범위를 공터에서 주변 숲 전체로 넓힌다.
파악-!
공간인지의 막이 나무 하나하나와 그 사이 모든 나뭇잎까지 잠식했을 때.
..쟤네 뭐야?
보인다!
나무에 붙어서 망원경을 들고 이쪽을 보고 검은 야행복의 수상한 자들.
허리춤에 검이나 단검 같은 무기를 차고 있는 것이 결코 좋은 목적으로 온 것 같지 안핟.
누가 보낸 건지는 생각하기도 귀찮다. 아니 뻔하다.
실비아의 말에 의하면 이곳은 스쿠알로의 사유지니까 그런 사유지 안에 저런 수상한 놈들을 투입시킬 수 있는 있는 사람은 가문에서 방귀 좀 낀다는.. 둘째 부인이겠지 뭐.
[ 실비아 지금부터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들은 척하지 말고 듣기만 해라. ]
“..? 하압!”
실비아는 잠시 멈칫 했다가 다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 5명 너를 수상한 녀석들이 붙었어. 4명은 실비아 네가 감당할 수 있겠는데 한 명의 실력이 걸리네. ]
“..가문 쪽으로 도망치면.”
[ 북서쪽에 있는 녀석이 제일 약하다. ]
타닥!
내 말을 들은 실비아는 곧바로 망설임도 없이 북서쪽을 향해 달려 나갔다.
제길 공간인지로 보고 있기는 하지만 내 몸은 석상 안에 있는 상황에서 실비아가 걱정이다.
“표적이 도망친다!”
아니나 다를까. 북서쪽 나무에 숨어 있던 암살자 녀석이 실비아의 머리 위로 떨어진다.
“스쿠알로 3식 스노우 소드!”
치이익--!!
냉기가 가열되는 소리와 함께 실비아의 검에서 냉기가 터져 나온다.
“크아악!!”
극도의 차가움은 화상이랑 똑같은 피해를 준다. 암살자의 검은 신형은 순식간에 하얀색이 되어 비명과 함께 그대로 쓰러진다.
다행이다! 뒤에 있는 녀석들이 바로 반응해서 실비아를 쫓고 있기는 하지만 마력을 운용하여 달리는 실비아의 속도가 훨씬 빠르다. 이대로 가문의 영지에 도착한다면 실비아의 편이라는 기사들이 실비아를 보호해줄 테지.
피잉-
잠깐만..? 와이어?
[ 실비아 발 밑! ]
“..아!”
..늦었다! 내 사념이 전해졌을 땐 이미 실비아는 와이어에 발목이 걸려 넘어지고 있는 상태였다.
슈욱-!! 푸욱-!
“히끅!”
거기에 더해 단검 한 자루가 날아와 실비아의 다리에 박힌다.
“이야! 정말 놀랐어. 소드익스퍼트 하급인 녀석을 아직 성인도 되지 않은 아가씨가 넘겨버리고 말이야. 어려도 명문가의 아가씨다 이건가? 응?”
실실 눈웃음을 지으며 암살자의 리더로 보이는 녀석이 쓰러진 실비아에게 말했다.
“너희들..누가 보냈어?”
“호오. 단검에 맞은 상태면서 누가 보냈는지부터 물어본다? 이거 우리 암살단의 훈련병들보다 나은데?”
“..누가 보냈냐고 물었어.”
“그건 못 말해줘. 아가씨가 이 자리에서 죽는 건 확실하지만 만에 하나라는 경우가 있잖아?”
“..흐읏..!”
실비아의 상태가 좋지 못하다.
마력을 다리 쪽에 돌려서 출혈을 막고는 있지만 조금 씩 새어나오는 혈액은 어쩔 수 없다. 안 그래도 하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곧 기절할 것처럼 보인다.
상황은 그야말로 절망적.
이미 남은 암살자 4명이 실비아를 포위하고 섰다.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실비아는 이 자리에서 죽는다.
도와주지 않으면.. 실비아는 죽고 만다.
그런데 어떻게? 밖으로 뛰쳐나가서 촉수를 휘두른다?
그럼 실비아에게 내 정체가 선조님이 아닌 끈적거리는 점액으로 이루어진 촉수란 걸 들켜 버린다.
그렇다고 해서 플로토의 권능을 이용한다면.. 이곳은 헤르바 밀림이 아니다.
플루토의 권능을 사용하면 그 힘의 여파를 읽고 내 정체를 알아낼만한 녀석들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존버 하려고 했던 건데..
“아가씨를 생각해서 깔끔하게 보내줄게.”
내가 고민하고 있는 사이 암살자가 검을 돌리며 쓰러진 실비아에게 다가갔다.
이대로 실비아를 잃을 순 없어!
[ 이 놈들! 당장 그만두지 못할까! ]
“뭐..뭐야?!”
“누가 온 건가!”
당황하며 경계태세로 주변을 돌아보는 암살자 리더와 3인방.
[ 나는 실베스터 스쿠알로! 스쿠알로의 수호신이다! ]
“..실베스터 스쿠알로? 설..마 저 석성에서 목소리가 나오는 거야?”
“그러고 보니 여기 스쿠알로의 시조를 모시는 숲이라고 들었어!”
[ 그렇다! 나의 후손인 아이를 해치려는 네 놈들의 모습을 보고 이 자리에 강림했다!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이 실베스터 스쿠알로가 네 녀석들에게 천벌을 내리겠다! ]
“천벌.. 천벌이라..! 이야, 그거!”
푸욱--!
“..흐극!”
[ 실..실비아!? ]
“이미 천벌 받을 짓은 보다시피 많이 하고 있잖아? 전부 철수다!”
“선..조..님..”
입으로 피를 쏟아낸 실비아가 내 쪽을 바라보며 천천히 눈을 감는다. 기다란 장검이 실비아의 복부를 완전히 관통하고 땅에 꽂혀 있다.
실비아에게서 흘러나오는 마력의 흐름이 급속도로 약해진다.
“대..대장 괜찮을까요? 스쿠알로의 시조라면 그 사성기사의..”
“그냥 귀신 붙은 석상이다! 빨리 튀고 신전 가서 축복받으면 그만이야!”
빠르게 도망치며 떠들어대는 암살자들의 대화가 그대로 들려온다.
[ ..어딜가? ]
촤확-!!
촉수를 뻗어 녀석들을 향해 날린다.
촤르륵-!!
“억! 뭐..뭐야!?”
“다리에 뱀 같은 게!”
보라색의 촉수 다발이 도망자들의 팔과 다리를 묶고 다시 원래 있던 공터로 끌어 당긴다.
[ 이 어린애를 이 꼴로 만들어 놓고! ]
꿈틀--! 꿈틀--!
내 감정에 맞춰 석상에서 무한히 솟아난 촉수들이 공터 전체를 감싸며 촉수 다발로 이루어진 벽을 만든다.
“이..이익! 이게 뭐야?!”
“꺼져! 꺼지라고!”
서걱-! 투둑! 서걱-!
단검과 검을 들고 촉수를 베어내지만 소용없다. 지금 내 몸에 압축되어 있는 촉수의 양은 무한에 가까우며 그것은 내가 원한다면 한 달 안에 이 대륙 전체를 촉수로 채울 수도 있는 양이다.
“제기랄 천벌이란 게 설마!”
[ 천벌 받을 짓을 많이 하고 있다고? 그래 너희들이 쌓아올린 업보만큼 제대로 천벌을 내려줄게! ]
번뜩-!
촉수의 표면 위로 수 백 개의 눈을 만들어 녀석들의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
하나 같이 겁에 질린 눈동자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실비아를 보며 사냥감처럼 내려다보았던 녀석들이 지금은 사냥감이 되어 나를 두려워하고 있다.
“살..살려줘! 우리가 잘못했으니까.. 제발!”
[ 누가 시켰어? 저 애를 죽이라고. ]
“살..살려 줄 거냐? 말하면?”
[ 말하지 않으면 지금 죽인다. ]
꿈틀..꿈틀..
“스..쿠알로의 둘째 부인! 헬로나 스쿠알로다! 그 여자가 시켰어! 계승 서열 1위인 실비아 스쿠알로만 죽인다면 자기 아들이 후계자가 될 수 있다고! 그게 전부야..!”
[ 역시 그 둘째 부인이라는 여잔가. ]
정말 전형적인 계모다.
권력을 위해서라면 피도 눈물도 없이 어린 아이에게 암살자까지 보낼 정도로 쓰레기 같은 인간이다.
“전부 사실대로 말했으니까.. 나는 살려주는 거겠지..? 응?”
암살자 리더가 촉수에 묶인 채 무릎을 꿇으며 애원했다.
[ 나를 본 순간부터 너흰 이 공터 밖으로 나갈 수 없었어. ]
“뭐..뭣?!”
촤확--!
암살자 리더와 그 주변에 있던 3인의 암살자에게 촉수 다발을 뿜어내 내 쪽으로 끌어온다. 그들을 죽이는 것은 촉수를 한 번 휘두르면 그만 일 정도로 쉬운 일이지만 혹시 모를 정보를 끌어내기 위해 촉수로 가득 찬 아공간에서 천천히 말려 죽이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 녀석들을 정리하자마자 실비아에게 달려갔다.
[ 실비아! 실비아 정신차려! ]
“...”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다.
이미 얼굴에 핏기가 가셔서 새파랗게 질린 상태고 입술 밖으로 새어나오는 숨 역시 미약해진 상태다. 겨우 숨이 붙어 있어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꾸물--..
촉수를 움직여 실비아의 몸에 꽂힌 검을 뽑아낸다.
붉은 피가 튀며 실비아의 배 한 가운데에 깊은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 보인다. 암살자 리더 자식.. 확실히 죽이기 위해 검을 박고 돌린 게 틀림없다.
쓰레기 같은 놈이..!
아공간 촉수들에게 명령을 내려 더욱 강한 고문을 행한다.
[ 후우.. 그래도 다행히 이 정도 상처라면 양분 치료로 해결 할 수 있겠어. ]
꿈틀.. 꿈틀..
상처 부위에 촉수를 갖다대고 양분 치료를 시전한다.
양분 치료라면 검으로 입은 관통상 정도는 순식간에 치료를..
[ 뭐야.. 치료가 안 돼? ]
치료가 안 된다.
상처부위가 회복될 때마다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작용하여 다시 상처를 벌리고 염증이 발생하게 만든다.
곧바로 촉수 공간에 있는 암살자 리더를 고문하여 그 답을 알아냈다.
[ 계모가 준 독을 사용했다고? ]
계모의 독이 실비아의 상처가 회복되는 것을 막고 있으며 동시에 혈관 전체로 퍼져 실비아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양분치료로 상처부위를 회복해도 혈관에 있는 독을 걷어낼 수 없다면 실비아를 치료할 수 없다.
아니 한 가지 방법은 있지만..
양분치료는 숙주에게 기생한 상태로 사용한다면 그 효과가 폭증해 몸의 절반이 날아가도 회복시킬 수 있다.
[ 실비아를 살리려면 실비아에게..기생을.. ]
‘기생’은 결코 하지 않기로 했다.
기생을 하게 되면 플루토로서의 흔적이 남게 된다.
내 은신을 간파할 정도의 실력자가 숙주 근처에 오게 되면 내 위치가 노출되고 마는 것이다.
[ ... ]
정체가 들킬 위험성이 생긴다.
..하지만 실비아가 죽는다.
난 이미 실비아를..
[ ..선조님이 살려줄게. ]
꿈틀-! 꿈틀-!
촉수가 되어 실비아의 상처 부위로 도약했다.
[작품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