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생촉수가 되었다-226화 (226/266)

주인공 성격이 사악하고 찌질한 것은 차차 고쳐나갈 예정입니다!(슬라임이 되어가면서..) 226회

[ 이상성욕 외전 ] 기생슬라임이 되었다!

"고록! 고록! ( 고로케! 저 녀석 뒤통수를 노려!)"

"고로오!(오케이!)"

고블린 무리에 합류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처음에는 무리의 대장인 고로카를 포함해서 5마리 정도 되던 고블린 무리는 이제는 떠돌이 고블린들과 다른 고블린 무리들을 복속 시키고 합쳐가며 하나의 거대한 부족이 되었다.

무리가 부족이 되는데 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고 나는 원래 계획했던 대로 고블린들에게 마경에 대한 정보를 얻음과 동시에 고블린들이 사냥한 마물 고기를 먹으며 새로운 커스텀마이징을 추가 시킬 수 있었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커스텀 마이징 중에는 오크, 웨어울프, 드레이크(아류)종 등 어느 정도 중급은 되는 마물들이 있다.

당장 고블린 부족을 떠나 나만의 모험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준비가 끝난 상태라고 할 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고블린 무리를 떠나지 못했다.

“고록!(고로케 이거 한 번 먹어봐! 얼마나 맛있다고!)”

“고록!?(살..살아있는 개구리를 어떻게 먹어!)”

“고로록..(꺄르륵. 얼마나 맛있는데?)”

고블린들과 함께 밥을 먹기도 하고..

“고록! 고록!(고로케 너 정말 고블린 맞아?! 돌칼 만들기 하나 못해서 어떻게 해!?)”

“고록!(에이 돌칼 같은 거 만들어서 어디다가 쓴다고..)”

“고로록!(그러면 못 써! 어른 고블린이라면 돌칼 정도는 만들 줄 알아야 한다고!)”

“고르럭! 고륵!( 그럼~ 그럼~ 고로케 이 형님이 만든 돌칼 좀 보라고! 어때 고로키 이런 멋진 무기를 만드는 나와 연을 맺는 게?)”

“고록..(날 내버려 둬..)”

고블린들의 생활을 배우며..

“고록.. 고로케..(고로케 나는 네가 좋아. 너는 날 어떻게 생각해?)”

“고록-?(잔소리쟁이-?)”

“고록! 고로록!!(뭐?! 너 진짜!!)”

“고로록!!(푸하핫!)”

..함께 웃고 떠들고 어울리며 나는 이들과 친구이자 가족이 되었다.

"고로옥!(간다아앗!)"

푸욱!!

쿠어어!!

[ '드레이크 터틀'을 처치하였습니다! ]

[ 존재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

"고륵! (역시 고로케! 나보다는 못하지만! 최고의 전사라니까!)"

고로카 녀석이 엄지를 세우며 칭찬의 말을 터트린다.

"고륵!고륵! (훗. 이 정도야 기본이지!)"

이곳에 있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그렇기에 나는 고블린 부족의 일원으로서 아직도 이곳에 남아 있다.

용사 시절과 비할 바가 없는 궁핍하고 씻지도 못하며 매일 마물 고기나 먹어야 되는 생활이지만 이곳에는 마음을 나눌 친구들이 있으니까.

이들과 함께 매일 같이 사냥을 나서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나는 난생 처음 '유대감'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 동안 살아오면서 툴툴 거리는 성격 때문에 늘 미움을 받기 십상이었고 나 스스로도 타인과 어울려 봤자 시시할 뿐이라고 생각해왔다.

허나 친구를 만들고 진정으로 유대를 나눈 동료를 갖는다는 것은 결코 시시한 일이 아니란 걸 고블린들에게 배웠다.

나는 우리 부족의 동료들을 사랑하며 나 자신 만큼이나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고록! 고록~ ( 어이 고로케. 그나저나 키가 좀 큰 거 아니야? 무슨 볼 때마다 쑥쑥 커. 처음 들어올 때만 해도 나보다 머리 하나는 작았는데 말이야. 어쩐지 얼굴도 더 잘생겨진 것 같기도 하고..)”

“고록? 고로록! (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난 원래 잘생겼었다고!)”

“고록!(푸핫! 아까 사냥할 때 어디 머리를 다친 거 아니야? 고로케?)”

“고록!(뭐엇!? 너 이 자식!)”

장난스럽게 웃으며 고로카 녀석의 어깨를 주먹으로 툭툭 친다.

고로카는 아프다며 엄살을 부린다. 녀석은 조금 단순하기는 하지만 의리가 넘치고 정이 많다. 늘 전투에서 앞장서며 다른 고블린들이 다치기 전에 마물을 퇴치하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고로록.. 고록(그런데 이렇게 둘 만 사냥을 나오니까. 옛날 생각나네 고로케 널 처음 만났을 때 말이야.)”

“고록?(처음..? 아!)”

고로카 무리의 막내인 고로코를 배고픔에 잡아먹었던.. 그때구나.

순간 표정관리가 안될 뻔 했지만 애써 무표정을 유지한다.

“고록. 고로록..(그 때 고로코의 뼈를 지켜줬다는 네 이야기를 듣고 엄청 좋은 녀석이구나 했는데.. 물론 고로코를 잃어서 슬프기는 했지만.. 대신 네가 이렇게 들어와서 혹시 고로코가 이어준 인연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고록 고록.(고로코가 이어준 인연이라.. 그럴 지도 모르겠네.)”

고로코를 죽인 게 다름 아닌 나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부족원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고로카가 그것을 듣고도 나를 이전처럼 대해 줄 리는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부족에서 고블린 친구들과 함께 지내기 위해서는 나는 이들을 속일 수밖에 없다.

“고륵-(이제 슬슬 돌아갈까. 너무 늦게 돌아가면 우리 둘이 사냥하다가 죽은 줄 알걸?)”

“고록- 고록- (하긴 시간이 많이 지나긴 했지.)”

그렇게 답한 고로카는 애용하는 무기인 붉은 도끼를 들고 드레이크 터틀의 사체에 다가가 고리를 분리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런 고로카를 도와 이제는 완전히 능숙해진 도축을 도우며 가죽 주머니에 드레이크 터틀의 고기를 채우기 시작했다.

“고록! 고록!(빨리 가서 구워 먹자고!)”

“고록-(처음에는 왠 고기를 구워 먹냐고 그러더니.. 이제는 니가 완전히 익숙해졌나보네?)”

“고록! 고로록!(생으로 먹는 것보다 맛있더라고 그러니까.. 자, 가자 어서어서!)”

어린애처럼 신나서 달려 나가는 고로카를 따라 나 역시도 피식 웃음을 흘리며 그 뒤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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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마경은 총 4개의 지대로 나눠진다.

불꽃 용암이 가득한 화염지대, 수풀과 열대 우림으로 가득 찬 녹림지대, 대량의 물과 그 위를 떠다니는 얼음 덩어리로 가득 찬 빙하지대, 마지막으로 안개와 오염된 늪지만이 존재하는 저주받은 땅까지.

마치 각 환경에 맞는 마물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일정 영역으로 정확하게 나뉘어져 있다.

나와 내가 속해있는 부족이 있는 곳은 당연히 녹림지대다.

환경이 열대우림과 평원이다 보니 아인종이나 야수형, 곤충형의 마물들이 즐비하다.

어느 지대나 중심부에 가까울수록 지옥에 가까운 환경과 고함 한 번으로 지형을 바꿔버리는 무시무시한 마물들이 살고 있다는 것은 공통된 점이지만 적어도 녹림 지대만큼은 바깥쪽에 거주한다는 조건 하에 꽤나 살만한 환경이 주어진다.

물론 비교적 살만하다는 것이지 절대마경의 어딜 가나 마물과 마수들간의 영역다툼은 끊이질 않는다.

지금 우리 부족이 차지한 영역도 사실은 블랙오크 무리의 영역이었다.

블랙오크는 명백히 고블린보다 한 단계 위의 종족.

쉽사리 자신들의 땅을 넘겨주지 않으려고 우리 부족과 신경전을 벌였지만 내가 제안한 2대2 대장전을 통해 고로카와 나에게 완패를 당하면서 커다란 동굴이 있는 평원 일부분을 우리 부족에게 넘겼다.

“고록-! (저기 집 보인다!)”

고로카의 외침에 땅을 보고 있던 시선을 올리자 녹색 평원 위에 위치한 거대한 동굴 하나가 보인다. 저곳에서 부족원들이 기다리고 있을 터, 이 고기를 들고 갔을 때 기뻐 할 고블린 녀석들과 이제는 부쩍 친해진 고르키의 얼굴을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

저벅. 저벅.

한 걸음 씩 고로카와 함께 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 무언가 이상한 점을 눈치 챘다.

비릿한 피 냄새.. 말려 놓은 마물고기의 냄새인가? 아니..아니다. 이건 고블린의..!

홱!

옆을 돌아보니 고로카의 표정 역시 굳어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것이다.

타다닥-!

들고 있던 고깃자루도 집어 던져버리고 나는 장검을 고로카는 도끼를 양손에 든 채 동굴을 향해 전력 질주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굴의 입구가 가까워진다. 원래라면 경비병과 같이 두 마리의 고블린이 보초를 서 있어야 하는데 동굴의 입구 쪽은 완전히 비어 있었다.

“그르륵..”

고로카는 벌써 눈을 붉히며 흥분해 있는 상태다. 자신의 집을 외부의 누군가가 침범했다. 심지어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진한 피 냄새는 불길한 상상을 더욱 확실하게 만들어준다. 튕겨 들어가듯이 동굴의 안쪽으로 들어간 순간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나와 고로카는 할 말을 잃었다.

“고..륵..(거짓말이지..?)”

여기 저기 늘어져 있는 고블린들. 그들 모두 신체의 일부분이 절단 되거나 큰 상처를 입고 쓰러져 있다. 모두가 힘을 합쳐 만든 화목한 보금자리였던 동굴의 안쪽은 붉은 피로 덧칠해져 완전히 지옥도의 풍경으로 바뀌어져 있다.

산 고블린을 세는 것보다 죽은 고블린을 찾기가 더 쉬웠다. 아니 살아 있는 부족원이 있기나 한 걸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함께 웃고 떠들던 고블린들이 눈도 감지 못하고 사체가 되어있다.

까앙-!

“고르으윽!!!(어떤 놈이야!!)”

분노한 고르카가 소중히 여기는 도끼를 동굴 벽에 집어 던지며 분노를 토해낸다. 그러는 사이 나는 아무 말도 없이 동굴 구석구석을 살폈다.

화가 나지 않아서가 아니다. 당장 이런 짓을 벌인 상대를 찾는 것보다 혹시나 살아 있을 누군가를 발견하기 위해서였다.

“고..륵..(아..!)”

그리고 찾아냈다.

화살대를 쥐고 동굴 벽에 기대어 있는 고블린.. 늘 나에게 고블린 생활에 대해 알려주던 소중한 동료인 고르키를 말이다!

“고륵.. 고르키!”

호흡을 재며 그 이름을 부른다. 인간이었을 때 맥박을 재서 숨을 쉬고 있는 지 확인하는 법을 배웠다. 아주 미미하기는 하지만 고르키의 손목에서 맥박이 치는 것이 느껴졌다.

“고로케..?”

“고로키 괜찮아!? 정신이 들어?”

“끄윽.. 이럴 때가 아니라.. 도망쳐..”

도망치라고?

“도망치라니.. 대체 어떤 녀석이 이런 일을 벌인 거야?! 아니지 일단 치료부터 하자. 이런 짓을 벌인 놈은 나랑 고로카가 처리 해 줄 테니까.. 일단 고로키 너 상처부터 치료를..”

“아니.. 난 늦었어.. 제발 고로카랑 도망쳐.. 블랙 오크들이.. 너희를..”

툭..

“아..!”

힘겹게 말을 이어가던 고로키의 고개가 떨어진다. 혹시 잠이 든 걸까? 다시 어깨를 잡고 흔들어보지만 고로키는 다시는 깨어나지 않았다.

나의 스승이자 친구이자.. 그리고 고블린이지만 순수하게 좋아했던 이가 다시는 눈을 뜰 수 없게 된 것이다.

“...”

“...”

유일하게 이 동굴 안에서 살아 있는 고르카도 나도 단 한 마디의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그저 각자의 무기를 챙기고 평소 입던 가죽 갑옷들만 걸치고 동굴의 밖으로 빠져 나왔다. 이미 우리 둘의 목적지.. 아니 목표는 같았다.

동굴 안을 진동하는 동족들의 피냄새 말고도 동굴의 바깥쪽으로 혐오스럽고 증오해마지 않는 역겨운 돼지 냄새가 흘러들어왔다.

“취익-! 여! 오래 기다렸다고! 고블린 친구들-!”

“췩! 기다리느냐 심심해서 너희 부족 친구들하고 좀 놀아줬는데 말이야..”

“이거~ 이거~ 고블린들에게 우리 오크의 놀이는 조금 과격했나봐. 전부 픽픽 쓰러져서는 크허허!”

동굴 밖을 포위하듯이 서있는 수 십 마리의 블랙 오크들. 그들이 들고 있는 뼈로 만든 아이보리색의 글레이브에는 붉은 핏물들이 잔뜩 점철되어 있다.

“고륵! 고르륵!!(네 놈들 전부 죽여 버릴 거다! 반드시!!)”

분노한 고로카가 녀석들이 보낸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한 번에 잠재울 정도로 악성을 터트린다. 그에 가장 앞에 있던 블랙오크들의 우두머리인 녀석이 손가락으로 귀를 후벼 파며 내 쪽을 쳐다본다.

“고블린 소리라 뭔 말인지 조금도 알아들을 수 없군. 어이 거기 그나마 우리랑 말이 통하는 고블린. 저 녀석이 뭐라고 하는 거냐?”

“너희들을 전부 죽여 버리겠다고 한다.”

“고블린이 오크인 우리를? 푸하핫!”

“뭘 웃어. 전에는 고블린한테 1대1로 탈탈 털렸던 허접 오크들이 말이야.”

빠드득-..

내 도발에 이를 가는 블랙 오크 우두머리. 저 녀석은 고르카와 1대1로 붙어서 패배했다. 그리고 옆에 있는 부대장 격인 녀석도 나와 붙어서 패배했고 말이지. 이제와서 상황이 이해가 간다.

1대1 대장전으로 이 곳 동굴이 우리의 영역임을 인정했던 녀석들은 사실 고블린에게 졌다는 것이 매우 자존심 상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렇게 뒤통수를 후려갈긴 것이다.

정말이지.. 시답잖은 이유이며 저 녀석들을 전부 이 자리에서 묻어버려도 이상할 것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허나 그전에..

“고로카. 내가 신호주면 도망쳐라.”

“뭐 도망치라고? 너 미쳤어? 고로케? 저 녀석들의 숫자가 안 보이는 거냐? 차라리 저쪽 옆 구석에 있는 만만 해 보이는 녀석들을 해치우고 도망치자. 방법은 그것 밖에 없어.”

고로카는 분노한 표정을 유지한 채 작은 목소리로 소곤거리며 답했다. 겉으로는 잔뜩 흥분한 모습을 보여도 녀석은 녀석 나름대로 이 상황을 벗어날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과연 우리 부족의 대장답다고 할까.

하지만.. 고르카의 방법으로는 절대 저 포위망을 뚫을 수 없다.

아무리 고르카와 내가 고블린치고는 강해서 오크 한두 마리는 상대할 수 있다고 해도 저 수 십 마리의 오크들이 추적해온다면 결국엔 잡혀서 죽임을 당할 것이다.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건 고블린인 아닌 상태의 나다.

“고로카 사실 처음 만났을 때 고로코는 내가 죽였어 그리고 잡아먹었다. 바로 내가.”

“뭐? 너 지금 화나서 머리가 돌아 버린 거냐?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나는 고블린도 뭣도 아니야. 다만 마물의 고기를 먹으면 그 마물의 모습으로 변신 할 수 있다. 지금의 모습도 그런 식으로 변신한 모습이야.”

“고로케.. 난 지금 네가 하는 말 전혀 알아듣지 못하겠어.. 대체 왜 그런 말을 하는 거냐고..!”

고로카는 납득하지 못한 모습이다. 당장 부족원들이 전부 죽임을 당하는 광경을 목격했는데 믿고 있었던 친구가 사실 고블린이 아니며 마물 고기를 먹어 변신한 것이라고 말한다면 믿을 수나 있을까?

애초에 고로카를 납득 시킬 방법은 직접 보여주는 것 밖에는 없다.

[ 커스텀마이징 ‘오우거’ 형태를 실행합니다! ]

뿌드득-.. 뿌득-

“고..고로케!?”

“잘 봐라 멍청아! 여태 나는 널 속이고 있었다는 거야! 그러니까 썩 꺼지라고!”

고블린 형태가 풀리기 직전 고로카를 향해 소리쳤다. 제발 녀석이 나를 내버려 두고 도망가기를 바란다. 마지막 남은 친구를 잃고 싶지는 않다.

“크아아아!!”

고블린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높아진 눈높이로 입을 떡 벌리고 있는 블랙 오크 녀석들을 내려다본다. 이것이 ‘오우거’의 눈높이. 아인종 마물 계열 중에서도 상위권의 위치한 괴물의 시야다.

블랙 오크 녀석들 내 피어(외침)에 질려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는 게 너무나 하찮아 보여서 우습다. 저 녀석들의 심정을 모를 바는 아니다. 우연히 죽은 오우거의 사체를 발견했을 때 나를 포함한 고블린 부족원 전원이 그 위압감에 사체인데도 불구하고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크르르..! 너희 전부.. 쓸어주마..”

헌데 지금 나는 살아 숨 쉬는 오우거이며 동시에 녀석들을 찢어 죽이겠다는 살의를 지닌 상태다.

쿠웅-! 쿠웅-!

큰 걸음을 두 번 옮겨 가장 가까이에 있는 블랙 오크에게 다가가 그대로 주먹을 휘두른다.

부우웅-!

퍼엉-!!

“크취악!”

내 딴에는 가볍게 잽을 날린 것이지만 그것에 얻어맞은 블랙오크는 실 끊어진 인형처럼 날아가 바닥을 구른다.

“전..전원 공격해! 뭘 구경하고 있는 거야!”

그 때 블랙 오크 우두머리 녀석이 나를 가리키며 외쳤다.

호오 도망치지 않고 덤빌 생각을 하다니? 그 용기.. 아니 만용만큼은 높게 산다. 애초에 도망친다고 해도 놓아줄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크취익! 우리는 지지 않는다!”

“우리는 용맹한 오크족의 전사야!”

“취익! 취익!”

녀석들은 공포심에 머리가 돌아버리기라도 한 것인지 대검을 들고 불나방처럼 나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래 좋아 저 쪽에서 먼저 덤벼든다면 오히려 찾아가는 수고를 덜할 수 있지.

“크아아아! (남김없이 죽여주마!)”

쾅! 쾅! 쾅!

두꺼운 주먹과 발이 대지를 내려칠 때마다 오크들이 토마토처럼 터져나가는 학살의 현장이 나를 중심으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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