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글만 쓸 수 있는 때가 오겠죠? 221회
마수를 낳는 성녀
꾸물..
미세촉수, 줄여서 미촉은 자신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커다란 공간의 넓이에 압도당했다. 축축하며 동시에 따듯한 장소다.
대체 자신이 왜 이안에 들어 왔는지 또 무엇을 해야 하는 지 미촉은 알 수 없었다.
..기생해라..
꿈틀?
허나 그 순간 답을 알려주는 ‘주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명령은 본능에 새겨져 미촉을 움직이게 하는 목적이 되었다.
꾸물! 꾸물!
그래 이 공간.. 자궁에 기생하는 거였어!
해답을 알게 된 미촉은 열심히 자궁의 내 벽을 타고 기어오르며 입구에서 떨어진 벽면의 한가운데 까지 올라섰다.
기생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촉수인 이상 당연히 알고 있다.
허나 그 방법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양분이 필요하다. 미촉은 생성 된 지 얼마 되지 않는 미세촉수이며 그 어떤 양분도 분배받지 못하고 그저 튕겨나가 듯이 자궁구에 들어왔다. 양분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미세촉수인 현 상태에서 다른 분열체나 특수 촉수로 변신할 수 없다.
자궁 기생이 가능한 것은 최소 애벌레 형태의 보라색 촉수인 분열체, 분열 촉수만이 가능하다.
헌데 미세촉수인 자신은 애초에 기생을 위한 촉수가 아닌 신체의 부분 부분을 잠식하기 위한 ‘침식’ 스킬에 특화되어 있는 촉수다.
꿈틀..
벽에 달라 붙어 침투한다고 해도 기생이 아닌 일부분을 잠식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것이 과연 온전한 기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꿈틀..!
그런데 그것 말고는 지금으로선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찰싹-!
결론을 내린 미촉은 곧바로 촉수 몸을 날려 최대한 위 쪽에 있는 자궁 벽에 달라 붙었다. 조금이라도 위쪽으로 침식하면 혹시라도 더욱 큰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한 행동이다.
꾸물.. 꾸물..
점차 보라색의 촉수몸을 녹여 달라붙어 있는 붉은 벽면으로 흡수시킨다. 붉은색의 자궁 벽면은 점차 촉수액이 안쪽으로 흡수되자 보라색으로 변질되어 갔다.
꾸물..
기생은 성공했지만.. 어쩐지 침식된 범위가 너무나 작아 보라색 물감 몇 방울이 튀긴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숙주를 조종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뿐더러 고작해야 침식한 부분을 민감하게 만드는 정도가 전부다.
이건 아니야..
꿈틀..
그런 생각과 함께 미촉은 침식을 해제하고 다시금 미세촉수의 형태로 되돌아가려고 했다.
두근.. 두근..!
꿈틀?
허나 그 때 이변이 일어났다.
마치 가지 말라고 붙자는 것처럼 자궁의 벽면이 진동하며 미촉의 몸으로 양분과 유사한 정체를 알 수 없는 에너지가 공급되기 시작한다.
두근! 두근!
꾸물..! 꿈틀!!
자궁에서부터 전달되어 온 정체를 알 수 없는 에너지에 의해 점차 미촉의 침식 부위가 넓어지며 벽 면의 일부분에서 자궁 전체로 침식이 확장하기 시작한다.
자궁이 어서 자신을 지배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온 힘을 다해 도우며 몸을 내어주고 있는 상황이 펼쳐진다.
띠링!
[ ‘자궁화’ 기술/ 연구 가 생물 연구소에 저장 됩니다! ]
꿈틀!
한 가지의 문구가 떠오름과 동시에 미촉은 깨달았다.
이 둥근 자궁 역시 자신과 형태와 특성이 다르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기생 방식은 비슷하다는 것을 말이다. 촉수가 숙주를 조정하듯이 이 자궁 역시 속해 있는 육체를 변질시키며 오염시킨다. 기생체의 한 분류라고 할 수 있다!
보아하니 자궁은 그 동안 알 수 없는 힘(신성력)에 의해 억압되어 있는 상태였고 성녀의 육체라는 신성력으로 가득한 감옥에 갇혀 강제로 수면상태에 빠져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러던 도중 자신을 만나게 되니 이쪽에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꿈틀.. 꿈틀..
움찔! 움찔!
힘이 부족했던 미촉으로서는 잘 된 일이었다.
심지어 서큐버스 퀸의 자궁이 현재의 미촉보다는 상위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었지만 미촉은 이 협상을 거부해도 크게 상관이 없는 반면 서큐버스 퀸의 자궁은 미촉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두근..! 두근..!
그렇기에 자신의 성질을 죽이고 다소곳한 새색시처럼 미촉에게 협력을 부탁하는 것이다.
꿈틀-!
자궁의 통제권마저 넘겨주는 그 거래에 미촉이 거절 할 리가 없었다.
꿈틀꿈틀..!!
꿀렁-- 꿀렁--
그렇게 성녀의 복부 안에서 촉수와 자궁이 하나가 되었다.
그 동안 수년간의 시간동안 요마의 핵으로서 그 빛을 잃고 그저 내장 기관만으로 존재하고 있던 자궁은 미촉과 융합함으로서 다시금 움직일 힘을 얻었고 숙주를 타락시킬 수 있는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숙주의 육체를 변형시키는 촉수의 힘마저도 합쳐졌으니..
띠링!
[ 자궁 상태 열람 ]
- 건강: 매우 양호
- 개발: ---
- 현재 진행 가능한 개발
> 난소 확장화(호로몬 조절)
> 자궁 이동반경 증가(자체 정액 흡수)
> 음문 활성화
> 육신의 음마화
자궁이 어서 활동을 개시하자고 재촉하는 사이 미촉은 눈앞에 나타난 상태창을 열람하기 바빴다.
꿈틀..?
허나 미촉의 의식 수준으로는 도저히 어떤 기능부터 시작해야 하는 지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무언가를 ‘선택’하고 일을 진행시키기란 미촉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꿈틀-..!
미촉은 곧바로 집단의식을 통해 헤르바 밀림에 있는 모든 촉수들의 주인에게 의사를 묻는 신호를 보냈다.
꿈틀?!
하지만 성녀 클레어의 신성력으로 감싸여져 있어서 그런지 신호가 육체에 막혀 보내지지 않는다. 미촉이 당혹감을 느끼며 어리둥절함을 표시하고 있을 때.
움찔? 움찔!
자궁이 도와줄까? 라고 묻는다.
꿈틀..
도대체 어떻게 도와줄 것이냐고 촉수가 묻자.
우우웅-!
자궁이 진동하며 자색의 마기를 뿜어내기 시작한다.
“하으읏.. 으읏..!”
그러자 잠에 빠져있던 클레어가 그 이마로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신음을 흘리기 시작한다.
지이잉..!
“하아앙! 헤읏..! 아흐읏..!”
점점 음란함이 뒤섞인 음성이 흘러나오고 클레어의 잠옷 내부 그 새하얀 복부의 위로 보라색의 선이 그어지며 음문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 동안 성법진에 막혀 있던 음문이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물론 서큐버스 퀸 릴리스에게 저주를 당했을 당시의 음문과는 그 모습이 조금 달랐다.
과거에는 자주색의 하트문양으로 그 주위에 악마의 날개가 몇 겹 쳐져 있는 모습이었지만 지금 나타난 음문은 그저 자궁의 위치에 보라색의 작은 하트 하나만 존재하는 형태의 음문이었다.
아직 퀸의 자궁이 음마력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이기도 했고 클레어가 가진 엄청난 양의 신성력에 마기가 짓눌렸다는 이유도 있었다.
어쨌거나 음문은 상당히 약해져 있는 상태였다.
지금으로선 음문을 나타내는 것 말고는 숙주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 없었다.
꿈틀! 꿈틀!
허나 촉수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음문이 새겨짐과 동시에 철옹성과 같은 신성력의 장벽에 조금의 틈이 생긴 것이다. 음문이 나타난 곳으로 신호를 보낼 수 있게 되자 촉수는 자궁에게 감사를 표하고는 다시 신호를 보냈다.
꿈틀.. 꿈틀!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주인으로부터 답신이 도착했다.
꿈틀! 꿈틀!
단 번에 어떤 식으로 개조를 해야 하는 지 이해한 촉수는 충성을 외치는 신병과 같이 답장을 보내고는 자궁에게 개조의 방식을 전달했다.
움찔.. 움찔..
자궁 역시 이 개조식이 상당히 마음에 든 듯하다.
꿀럭-! 꿀럭-!
슈우욱..!
자궁이 마기를 퍼트리며 육체의 변형을 강행하기 시작하다.
지금으로선 아주 미약한 변화라고 할 수 있지만..
“응읏.. 읏..!”
클레어에게는 분명 엄청난 일이 될 것이다.
하복부의 음문이 발광하며 개발을 진행하는 동안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도 모르는 클레어는 연신 달뜬 숨을 내뱉고 전신으로 식은 땀을 흘리며 깊은 수마에 빠져 있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피리릭-!
짹! 째짹!
그렇게 짧지만 깊은 밤이 지나고 아침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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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의 하루 일과란 자로 잰 듯이 일정하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며 같은 시간에 기도를 올린다. 큰 일정의 변화가 없는 이상 그런 패턴이 매일 반복된다.
클레어 역시 성녀로서 5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으니 이미 그 시간에 몸의 리듬이 맞춰져 있었다.
지금의 시간이라면 벌써 일어나고 성녀복을 갖춰 입은 뒤 일정을 시작할 준비가 끝난 상태여야 한다.
“으응..”
허나 오늘의 클레어는 이미 일어났을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지껏 눈을 감은 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순한 인상의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듯 찌푸려져 있었으며 잠자리 역시 몇 번이나 뒤척인 것인지 클레어의 팔 다리가 이불보 밖으로 빠져 나와있다.
잠버릇이란 것이 거의 없는 클레어였기에 지금의 모습은 분명 이상한 것이었다.
악몽이라도 꾼 것일까?
상체를 반쯤 덮고 있는 이불 밖으로 배꼽을 드러내며 잠옷이 말아 올라가 있다. 그 들춰진 부분의 사이로 하얀 살결과 함께..
보라색의 선으로 그려진 편린이 노출되고 있다.
“으읏.. 아으?”
스윽..
그 때 괴로워하는 것 같은 신음을 흘리던 클레어가 큰 눈을 깜빡이며 몽롱한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아..?”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피던 클레어는 평소보다도 어지럽혀져 있는 침대의 모습과 왠지 모르게 축축한 피부의 감촉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거 전부 땀..?”
혹시 자면서 어린애처럼 오줌이라도 지린 것은 아닌지 의심 될 정도로 누워 있던 자리 그대로 물자국이 남아 있다. 클레어는 조금의 당혹감을 느끼며 알 수 없는 이질감으로 멍하니 침대만을 바라봤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방 한 켠에 놓여 있는 시계를 보았을 때.
“뭐..뭐야?! 아침 기도시간까지 얼마 안 남았잖아!”
자신이 평소보다도 훨씬 늦게 일어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똑. 똑. 똑.
때 마침 그 타이밍에 맞춰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
“성녀님. 아침 기도 시간입니다. 준비 모두 마치셨습니까?”
신성수녀단의 단장인 엘리제의 목소리가 들린다.
“잠..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엘리제! 저 지금 일어나서.. 그러니까..!”
“기다리겠습니다. 준비가 끝나시면 말씀해주십시오.”
“네..넷!”
엘리제의 차분한 목소리와 상반되게 다급함이 가득 담긴 외침을 시작으로 클레어는 바쁘게 몸을 일으키며 잠옷을 벗기 시작했다.
아무리 늦었다고 한들 이렇게 땀을 흘리고 목욕도 하지 않고 나간다면 땀내 나는 성녀라는 별명이 생길 것이다.
“나 정말 이런 적이 없었는데.. 어제 너무 피곤했던 걸까? 하아.”
끼익-!
거의 뛰는 걸음으로 방 안에 설치되어 있던 성녀 전용의 욕실로 들어가 물이 나오는 아티팩트로 손을 뻗는 클레어.
촤라락..-
“응?”
금속의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옴과 동시에 손바닥으로 그 물을 담아 세수를 시작하려던 클레어는 바로 정면에 설치되어 있는 사각의 거울을 보고는 그대로 굳고 말았다.
거울에 비친 모습은 조금 수척해보인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평소와 다름 없는 자신이다.
하지만 그 목 아래부터 시작해서 가슴을 따라 배꼽이 있는 부분에 절대 착각이라고 할 수 없는 매우 이질적인 무언가가 존재한다.
“꺄..꺄악! 이거 뭐야?”
클레어는 새된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하복부 위에 나타난 보라색의 하트 문양을 보았다.
단순히 무언가 묻었다고 하기에는 그 문양이 너무나 뚜렷하다.
물을 묻혀 문질러보기도 하고 신성력을 두른 손으로 정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지..지워지지 않잖아!”
문양은 색조차 바라지 않으며 오히려 더욱 밝은 보라색으로 은은하게 빛난다.
거기에 더해..
두근! 두근!
“히끅!”
마치 하복부에 하나의 심장이 더 생긴 것처럼 내부로부터 거친 고동이 전신을 울린다.
몸 안에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들어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은 그 소름끼치는 감각에 클레어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다.
“이거 아무리 봐도.. 음문. 나..나는 성녀인데 라키엘의 신성력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성녀로서 마족의 저주와 마법에 대해서도 공부했던 클레어였기에 지금 자신의 하복부에 나타난 문양이 음문이란 것을 곧바로 눈치챘다.
동시에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라키엘의 방대한 신성력을 가지고 있는 자신의 배에 어떻게 음문이 생겨날 수 있냐는 것이다!
서큐버스 퀸의 최후를 보지 못한 클레어였기에 지금의 현상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음문은.. 신성력으로 제거 할 수 있다고 했어. 그런데 왜 신성력을 퍼부어도 사라지지 않는 거야? 이거 혹시 음문이 아닌 걸까?”
클레어는 자신의 복부에 그려진 음문을 내려다보며 심란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음문이 생겨날 만한 일이 있었는 지 기억을 되돌려보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계속 대 신전 안에서 생활하였으니 마족과 연관될 일도 또 저주에 걸릴 만한 일도 없었다.
그저 이상한 점이라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이 몹시 무겁게 느껴졌던 것 뿐이다.
‘혹시 지난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클레어가 추측해낼 수 있는 것은 어젯밤 뭔가 있었다는 사실 뿐이었다.
“하아..”
클레어는 아무리 해도 음문이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해결법을 알 수 없다면 그에 대한 전문가인 대 신전의 고위 사제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만 한다.
‘그랬다가는 성황님이나 2사도님도 알게 될 거야..’
클레어로서는 결코 그런 일을 할 수 없었다.
과거에도 그리고 성녀로서 완전히 자리 잡은 지금에도 클레어는 성황과 바트레이를 두려워했다.
그들은 보잘 것 없는 자신을 성녀의 자리에 앉게 한 엄청난 힘과 권력을 가진 인물들이며 또한 매우 냉혈한 같은 존재들이다.
만약 자신이 성녀로서 어울리지 않는 흠을 가지고 있다면 얼마든지 자신을 버리고 다른 이를 성녀로 대체할 수 있을만한 이들이다.
그리고 버려질 클레어 자신의 대한 처분은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뻔하다.
“성녀에게 음문이라니..”
최고의 신성력을 가진 성녀가 요마에게 타락한 마인들이나 가지고 있을 음문이 생겼다?
클레어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상황인데 다른 이들이 이해해 줄 리 없었다.
“어떻게든 나 혼자서 해결해야만 해..”
성황과 바트레이가 이 흠집을 알기 전에 스스로 해결한다.
클레어는 굳은 얼굴로 그런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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