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생촉수가 되었다-217화 (217/266)

..라는 내용이었습니다만.. 작가가 역량이 안 되서 빨리 접고 ㅠㅠ 본편이라 할 수 있는 성녀편을 하게 되었습니다. 혹 저 내용 중에 보고 싶은 씬은 댓글 남겨주시면 번외로 추후에 올리겠습니다. 217회

Chapter 6 : 서큐버스의 ' '을 가진 성녀

수도 센트리얼에서 이노센티아 중앙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 이스터 영지까지는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다.

“차라리 내가 들고 가는 게 나을 뻔 했군.”

“아하하..”

다만 성황이 붙여준 이단심문관 부대 ‘이클립스’가 함께 하기에 이동수단을 사용할 수 없으며 걸어서 가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중간 중간 바트레이가 클레어를 보며 무표정으로 투덜거리기는 했으나 앞으로 몽마들을 상대하는 동안 클레어를 지켜줄 이단심문관들이니 그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총 일주일 동안을 야행하며 이스터 영지에 도착한 클레어와 바트레이 그리고 이클립스 단원들.

“저기가.. 몽마들이 점령한 이스터 영지군요.”

클레어가 조금은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언덕 아래에서 내려다본 이스터 영지의 전체적인 모습은 실로 기묘했다.

하늘에는 보라색의 먹구름이 끼어 있었고 마을로 보이는 건물 사이에는 단 한 명의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둥근 외벽 안 중시에 우뚝 서있는 영주의 성이 보일 뿐이다.

원래는 이스터 가문의 성이었겠지만 지금은 서큐버스 퀸이 자리를 잡고 서큐버스들의 둥지가 된 장소다. 성의 높게 솟은 망루 주위로 악마의 날개를 단 인형이 날아다니는 것이 보이고 아주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서큐버스들의 깔깔 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여기서 기다려라 처리하고 오겠다.”

영지가 보이는 언덕에서 일행을 멈춰 세운 사도 바트레이는 그 말을 남기고 곧바로 몸을 날려 서큐버스 퀸이 있을 영주성을 향해 직선으로 날아갔다.

그런 바트레이의 뒷모습을 보며 어딘지 모르게 씁쓸한 표정을 짓는 클레어였다.

“걱정하시는 겁니까?”

클레어의 바로 옆에서 이클립스의 징벌사제복을 입은 은발의 중년인, 다이아나 화이트우드가 말을 걸어왔다.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저 분은 저 같은 애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분 이시니까요. 분명 이번에도 일을 처리하고 돌아오시겠죠.”

“그럼 왜 그런 우울한 얼굴을 하고 계시는 건지요?”

“그냥.. 모두 제가 이뤄낸 업적이라고 생각 할 텐데. 사실 전 한 게 없잖아요? 저 같이 평범한 애가 성녀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클레어님은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저 성녀가 되시는 것만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

다이아나의 말은 언뜻 들어보면 위로처럼 들리지만 클레어는 그 말의 의미가 다른 생각을 하지 말고 성녀가 되는 역할이나 수행하라는 뜻인 것을 알고 있었다.

모두 철가면을 쓰고 검은 사제복을 입고 있는 일반 이클립스 단원들과는 달리 가면을 쓰고 있지 않아 대화가 가능한 다이아나 클라우드지만 그 본질은 다른 이클립스 단원들과 다르지 않았다.

오로지 성황의 명령을 듣기 위한 인간의 형태를 한 종복들이 바로 이클리스 단원들이다. 가끔씩 다이아나와 대화를 하고 있다 보면 클레어는 벽과 마주하고 있는 것 같은 아득한 기분을 느꼈다.

“후우.. 그렇죠. 전 성녀가 되기만 하면..”

“꺄하핫! 그건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은데?”

위쪽에서 들려오는 높은 음의 목소리에.

“누구냐!”

처억-!

이클립스 단원들이 일제히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며 철제 메이스를 겨눈다.

촤확-!

악마의 날개를 펼치며 검은 밤하늘로부터 수십의 인영들이 땅 위로 사뿐히 내려앉는다.

“누구냐!?”

다이아나가 사나운 기세로 외쳤지만 그 정체만큼은 굳이 답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마인족. 그것도 헐벗은 것 같은 복장과 극상의 외모 속에서 피어나는 농밀한 색기로 보았을 때 서큐버스가 틀림 없었다.

“나? 이 아이들의 여왕인데?”

“서큐버스 퀸 릴리스..!”

여왕이라는 단어에서 상대가 몽마성의 주인이란 것을 깨달은 다이아나는 릴리스의 주변에서 웃음을 흘리는 서큐버스들을 보며 ‘당했다’라는 생각을 떠올렸다.

언뜻 보기에 어떠한 방비책도 세워놓지 않고 방치된 것처럼 보이는 서큐버스들의 둥지였지만 사실은 이쪽을 어떤 방식으로든 지켜보고 있었으며 이렇게 뒤통수를 쳤다라는 것을 한 번에 파악한 것이다.

‘..클레어님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바트레이가 몽마의 성으로 움직인 상황이고 이렇게 서큐버스들이 뒤를 잡은 것을 보면 몽마의 성 역시 함정을 준비해놨을 확률이 높다.

‘이클립스만으로 클레어님을 지켜야만 한다..’

“이클립스 전부준비! 우리의 목숨으로 명령을 수행한다!”

타닥-! 파앗!

이단심문관들의 정통적인 구호를 외치며 다이아나와 이단심문관들이 웃음을 흘리고 있는 서큐버스들을 향해 일제히 달려든다.

“정말~ 성급하기는.. 밤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꺄하하-!

후후훗-!

붉은 머리를 휘날리며 묘한 교소를 흘린 릴리스를 시작으로 서큐버스들이 춤을 추는 것 같은 몸짓으로 움직이며 주변에 분홍빛의 가루를 뿌리기 시작한다.

서큐버스들의 특기는 상대를 매혹시켜 환상을 보여주고 더 나아가 정신적인 혼란 상태를 만들어 상대방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지금 뿌리는 가루들 역시 조금이라도 호흡하는 순간 이성을 잃어버리는 강력한 마약가루다.

움찔..!

“후욱.. 후..”

“으득..!”

여기저기서 가루 속으로 들어온 이단심문관들이 몸을 덜덜 떨며 거친 호흡을 내몰아쉰다. 그 모습을 보았을 때 아무리 냉혹하며 이성적으로 움직이는 이단심문관들이라 할지라도 서큐버스의 몽환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주르륵..

“명령을.. 수행한다.”

스스로 자해해 가면 사이로 피를 흘리면서까지 이단심문관들은 그 자리에서 움직여 눈앞에 있는 서큐버스들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잊을 수 없는 밤을 만들어줄게요~ 후훗-!”

“저를 공격하실 건가요..?”

가련한 처녀의 얼굴, 상냥한 웃음을 짓는 미녀의 얼굴, 온갖 매혹적인 모습과 함께 교태로운 몸짓으로 유혹하는 서큐버스들. 너무나도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갖고 있기에 남녀의 성별과 무관하게 그 모습에 시선을 주기라도 하는 순간.

푸욱-!

기다란 쇠꼬챙이와 같은 기다란 손톱들이 몽롱해지는 시야 속에서 급소를 꿰뚫으며 쇄도한다. 몽환가루를 이겨냈다고 한들 서큐버스들의 본격적인 유혹에는 이단심문관들 역시 당해낼 수 없었다.

그 공격에 전신에 구멍이 뚫리며 쓰러지는 단원들이 속출했다.

“성법 44장 4절! ‘검은 태양!’ ”

“성법 82장 44절! ‘징벌의 사슬’”

허나 이단심문관들은 정말로 고통과 공포를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자신의 몸을 내어주며 동시에 성법을 외워 하나 둘 씩 서큐버스들을 상대했다.

캬하악-!

끼기긱-..!

3인 1조로 움직이며 한 명이 서큐버스에게 공격을 당함과 동시에 동료의 사체와 함께 상대하고 있던 서큐버스를 메이스로 후려쳐버린다. 서큐버스는 강력한 마인에 속했지만 이단심문관들의 몸을 아끼지 않는 전투방식 때문인지 전체적인 전황만 봐서는 이단심문관들이 우세하게 느껴졌다.

“성법 징벌의 사슬!”

촤르륵-!

“후훗-! 이런 걸로 나를 붙잡아 둘 수 있을 것 같아?”

파창..!! 투두둑..

“크윽..!”

허나 상대할 수 없는 적이 있었으니...

“아아 점점 지루해지고 있어. 아무래도 거기 뒤에 어린양처럼 숨어 있는 성녀 후보님과 놀아야 조금 재밌을 것 같은데?”

바로 서큐버스들의 여왕 퀸 릴리스.

다른 서큐버스들과는 그 수준부터가 달랐다. 릴리스의 자주빛 머리카락이 흔들릴 때마다 주변에 있는 이단심문관들이 영문도 모르고 그 자리에서 죽음당하며 쓰러졌다.

“징벌의 사슬!”“검은 태양!”

목숨을 바쳐서까지 릴리스에게 다가가 성법을 시전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이런 장난은 너무 싱겁다니까?”

투둑. 투둑.

릴리스가 걸음을 옮기는 것만으로 그 몸 주위에 걸려 있던 신성력의 사슬들이 썩은 밧줄처럼 끊어져 나간다.

‘저 마물이 클레어님을 노리고 있다..’

다이아나는 릴리스를 보며 자신의 등 뒤에 꼭 붙은 클레어를 팔을 들어 가렸다.

릴리스는 분명히 클레어를 목표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미 성녀 후보라는 말까지 들은 이상 마인족인 릴리스가 클레어를 살려 보낼 리 없다.

‘어떻게든 클레어님만은 살려 보내야 한다. 이 자리에서 벗어난다면 바트레이.. 그분께서 클레어님을 지킬 것이다.’

“심문관 전원 심판을 시행하라!”

다이아나는 결국 이단심문관들의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심판이란 곧 자신의 몸을 던져 적을 저지하라는 명령이다. 가지고 있는 신성력을 폭발시키며 적에게 자폭공격을 강행하고 그 사이에 클레어를 데리고 후퇴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심판을!”

“명령을 수행..!”

콰앙-! 콰앙!!

자신들의 목숨을 불나방처럼 사용하라는 명령에도 이클립스 단원들은 조금의 물러남도 없이 퀸 릴리스를 향해 신성력 폭탄이 되어 몸을 던졌다. 릴리스의 주변으로 거대한 백광이 연속으로 터져 나오는 것을 본 다이아나는 지체 할 틈도 없이 클레어를 업으며 그대로 바트레이가 있는 몽마의 성으로 달려갈 자세를 취했다.

“클레어님 어서!”

“아아..”

손을 내밀며 다급하게 외치는 다이아나의 모습과 폭발하며 죽어가는 이클립스 단원들을 본 클레어는 창백해진 얼굴로 공황상태에 빠졌다. 자기 자신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나간다는 사실과 자신을 보며 살기를 가득담은 눈동자로 쳐다보는 릴리스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클레어님이 죽게 되면.. 단원들의 희생은 의미가 사라지는 겁니다! 그러니 어서!”

‘나 때문에 죽었는데.. 그 의미가 사라져..?’

뒤늦게 다이아나의 외침에 정신을 차리고 그 손을 맞잡으려던 클레어였지만.

“나를 두고 어딜 가겠다는 거야?”

슈우욱...

폭발로 일어난 연기 속에서 너무나 멀쩡한 모습의 릴리스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런 릴리스의 모습을 보며 다이아나도 클레어도 순간 숨을 들이쉴 수 없었다.

화아악-..!

릴리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마기가 온몸을 압박하고 신성력을 발휘할 수 없도록 전신을 짓누르고 있었다.

“성녀가 될 고귀한 소녀... 그런 엄청난 먹잇감을 그냥 보내줄 리 없잖아? 우리 마인족의 앞길에 엄청난 해가 될 테니까 말이야. 후훗.”

“크윽.. 클레어님.. 제가 저 마족을 막을 테니 먼저 자리를 피하십시요!”

다이아나가 애써 릴리스에게 무기를 치켜들며 클레어의 앞을 가로 막았지만.

“기개 높은 성직자라 나쁘지는 않지만.. 지금은 메인디쉬를 맛보고 싶거든? 그러니까 비켜.”

휙-!

말이 끝남과 동시에 릴리스가 손가락을 들어 허공을 긋자.

퍼억-!!

“커헉-!”

털썩-!

거대한 망치에라도 얻어맞은 것처럼 자주색의 마기에 옆구리를 강타당한 다이아나가 저 멀리 날아가 쓰러진다.

“다..다이아나!”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몸을 오들오들 떨고 있는 클레어 뿐이었다.

“후훗-”

서큐버스 퀸 릴리스는 그런 클레어를 향해 비웃음이 담긴 조소를 흘리고는 높은 굽의 구두로 땅을 찍으며 한 걸음 한 걸음 클레어에게로 다가갔다.

“성녀 후보치고는 지나치게 여려 보이는걸~ 하긴 후보니까 그런 거려나? 내가 손대지 않더라도 성녀는 되지 못할 것처럼 보이지만.”

“살..살려주..살려주세요..!”

“아하핫! 뭐야? 지금 성녀 후보씩이나 되는 성직자가 나에게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비는 거야?”

“죽기 싫어요.. 저 죽기 싫어..” 완전히 패닉에 빠진 클레어가 릴리스에게 무릎을 꿇은 채 양손을 비비며 목숨을 구걸한다.

성녀 후보로서 아니 성직자로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비굴하기 그지없는 행동이다. 하지만 클레어는 진심으로 살고 싶었다. 아직 성녀로서도 그리고 성직자로서도 그 어떠한 각오를 하지 않은 소녀에 불과한 클레어. 절로 동정심이 들만큼 불쌍한 모습이었지만..

“싫~어!”

마인족인 릴리스에게 클레어를 동정할 이유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스윽-

“흐윽..”

마기로 길게 늘어트린 손톱을 클레어의 가녀린 목덜미에 들이밀며 그 숨통을 끊으려는 그 순간.

촤르륵.. 촤르륵..

어디선가 기묘한 쇠사슬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으음?”

릴리스는 그 소리에 반응하며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올려 소리가 들려온 허공을 보았다.

“손 떼라 마인.”

마치 서큐버스들이 하늘에서 내려왔던 것처럼 허공 그 한 가운데에 검은 갑주를 입은 창백한 얼굴의 남자가 허공에 서서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다.

촤륵.. 촤르륵..

아까부터 들려왔던 사슬 소리의 근원지는 바로 남자의 등 뒤에 있는 안개에서 피어오른 사슬검들이 흔들리는 소리였다.

“너.. 어떻게 살아있어? 분명 성에 들어간 것을 보았는데.”

서큐버스 퀸 릴리스가 궁금증을 담아 묻자 대답 대신 한 손을 들어 올린 바트레이는 그대로 손을 아래로 내리며.

쐐애액-!!

푹! 푹! 푹!

“끼야아악-!”

사슬검들을 출사해 서큐버스 퀸 릴리스의 전신을 꿰뚫었다.

그 아름다운 얼굴과 풍만한 가슴 육감적인 허벅지 그 모든 곳을 두꺼운 철검들이 쑤셔 박히며 릴리스의 몸을 다진 고깃덩어리로 만들어 버린다.

“그렇게 부셔 버렸다.”

답을 알려준 바트레이는 힐끔 클레어를 쳐다보고는 그대로 그 앞으로 내려왔다.

“바..바트레이님..”

“성녀가 되기로 했을 텐데.. 마인족에게 무릎을 꿇는 모습을 하다니. 기억해라 넌 성녀여야만 한다. 성녀로서 흠이 잡힐 행동을 할 바엔 차라리 죽어라.”

“끄흑.. 흑..”

걱정하는 마음 따위는 일말의 편린도 보이지 않는 오로지 성녀로서의 부적합함을 경고하는 차가운 한 마디다. 자신이 왜 이런 상황에 처해야 하는 지 서러움이 울컥 밀려온 클레어는 굵은 눈물을 흘리며 훌쩍였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 알겠습니다.”

“그래, 그걸로 됐다.”

이것이 바트레이와 클레어의 관계다.

그저 클레어는 성녀가 되기 위한 적합품이고 바트레이와 성황은 그것이 이루어지도록 뒤에서 조종하는 일방적인 관계다.

저벅.. 저벅..

“죄..송합니다.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절뚝이는 걸음과 함께 쓰러져 있던 다이아나가 다가와 바트레이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을 건넸다. 클레어를 지키라는 명령을 수행하지 못했으니 성황의 인형으로서 폐기 처분을 당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됐다. 분명 대가를 치러야 하기는 하지만.. 성녀와 함께 서큐버스 퀸을 무찌르기 위해 희생한 성직자들. 그들 중 유일한 생존자. 음 그 편이 이야기가 되겠지.”

“...”

이단심문관들을 철저히 도구로서 보며 그 죽음까지도 이용하려는 바트레이의 말에도 다이아나는 조금의 감정도 내비치지 않고 고개를 숙여 수긍한다.

“그럼 철수 준비를 하면 되겠습니까?”

“아니. 아직이다. 아직 저것이 끝나지 않았다.”

바트레이의 말과 동시에.

“끼이익..! 끄아악! 내가 이런 곳에서 죽을 것 같아?!”

콰아앙-!!

사슬검에 꿰뚫려 있던 릴리스에게서 찢어지는 비명소리와 함께 진한 마기의 폭풍이 터져 나왔다.

“끼아아악!”

파창-!!

기합과 함께 자주빛의 마기가 고슴도치처럼 온 몸을 꿰뚫고 있던 철검들을 날려 버린다. 철검이 뽑힌 자리에는 깊게 패인 흉측한 상흔이 남아있었지만 릴리스가 뿜어내는 마기가 순식간에 상처자리에 뭉치며 맨들 거리는 피부를 재생시킨다.

“부질없는 발악이다.”

다시금 부활하여 공격을 강행하려는 릴리스를 향해 한 마디를 내뱉은 바트레이는 다시금 릴리스를 향해 손을 움직였다.

--촤르륵-!

그러자 릴리스가 선 자리 근처의 바닥에서 사슬이 올라온다.

릴리스는 반사적으로 날개를 펼치며 도약하려 했지만 사슬의 속도는 너무나도 빨라 순식간에 릴리스의 온몸을 휘감으며 그 자리에 고정시켜버렸다.

“이..이런 사슬 따위 끊어버리며언.. 끄으윽!!”

꽈악-!

성법의 사슬을 떠올리며 바트레이의 사슬을 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릴리스였지만 아무리 마기를 뿜어내고 괴력을 발휘해도 사슬은 전혀 끊어지지 않았다. 마치 신성력을 두른 미스릴금속의 사슬처럼 닿는 순간 아무런 힘도 발휘할 수 없었다.

“죽어라.”

폈던 손바닥을 오므리며 바트레이가 주먹을 쥔 순간.

파바바밧-!!

“꺄아아악-!!”

묶여 있는 릴리스의 머리 위로 사슬검들이 떨어져 내리며 다시금 릴리스의 전신을 넝마로 만들었다. 우연인지 노린 것인지 릴리스의 머리 부분을 제외한 모든 신체 부위가 사슬검에 처박혀 있는 상태가 되었다.

이미 한 번의 재생으로 더 이상 부활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 고개를 푹 숙인 릴리스는 천천히 얼굴을 들고는 바트레이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하아.. 하하 너무 강하잖아.. 인간이 맞기는 한거야? 아니 그럴 리가 없지.. 거의 죽음의 군주님과 같은 강함을 가진 존재가 인간 일리 없지.. 후훗..”

미소지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릴리스.. 허나 그것은 여유에서 나오는 웃음이 아닌 죽기 직전의 잠시 동안 돌아온 정신으로 내뱉는 자조적인 웃음이었다.

“저런 강한 남자에게 보호를 받다니.. 왜 너 같이 연약한 아이가 성녀 후보에 오를 수 있는 지 알겠어.”

“히끅..!”

죽어가는 릴리스가 자신을 보며 말을 걸어오자 겁에 질린 클레어는 딸국질을 내뱉으며 뒷걸음질 쳤다. 사슬검에 목 밑 모든 곳이 관통된 채 웃음을 흘리고 있는 릴리스의 모습은 너무나도 괴기스러워 보고 두려움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명색의 서큐버스 퀸인데 이렇게 허무하게 죽기는 아쉬운 걸?”

위잉-!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한 쪽 손을 자신의 하복부 위에 올리고 자주색의 마법진을 생성한다. 릴리스가 보고 있는 대상은 바로 클레어. 마법진의 대상 역시도 클레어였다.

파앗-!

서거억-!

릴리스가 무언가를 행하려는 것을 눈치 챈 바트레이가 곧바로 공간을 격하며 검을 휘둘러 서큐버스 퀸의 목을 절단했지만.

성.공.

잘려나간 릴리스의 머리는 그런 단어를 입에 담으며 매혹적인 미소와 함께 땅에 떨어졌다.

“꺄아악..! 하악..! 하악..!”

털썩-!

그와 동시에 클레어가 비명을 지르며 배를 움켜쥐고 쓰러진다.

옆에서 클레어를 받아든 다이아나는 릴리스로 인해 클레어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인지하고는 곧바로 클레어가 입고 있는 로브의 배 부분 천을 단도로 잘라냈다.

“맙소사!”

클레어의 하복부, 자궁이 있는 그 부근에는 진한 분홍빛의 음문이 선명하게 빛을 뿜어내며 발광하고 있었다.

[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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