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다이어트.. 흰죽만 먹어여하다니!! 207회
록시 그린녹스
과거 가모인 일리나를 시작으로 기생촉수를 퍼트려 그린녹스 가문에 대한 건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고 할 수 있다.
가주가 자주 밖에 나가 있는 상태에서 집안의 대소사를 관리하는 안주인인 일리나가 이미 완전히 촉수에 세뇌된 상태이고 일리나의 추천으로 그린녹스에 속해 있는 모든 영주의 부인들이 에로틱스를 복용해 있는 상태다.
침실에서 그린녹스의 영주들이 떠들어대는 중요한 정보나 상황변화들이 베갯머리송사로 속속들이 들어오고 있는 상태에서 그린녹스는 더 이상 신경 쓸 필요가 없으며 완전히 내 도구나 다름없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허나 아직 에로틱스를 복용하지 않은 중요 인물이 있었으니..
록시 그린녹스. 촉수들에게서 얻어낸 정보에 의하면 10대의 소녀이며 가주의 동생이 낳은 자식이다. 가주 직계의 자식이 없었기에 현재까지 록시 그린녹스가 후계자를 맡고 있었다.
타 가문의 피튀기는 후계다툼과는 다르게 가모 일리나와 록시 그린 녹스의 사이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식이 없었기에 일리나가 록시를 친 자식처럼 귀여워하는 편이었고 록시 역시 그런 일리나의 배려에 맞춰 후계자라 하여도 무례하거나 선을 넘는 행동을 취하지는 않았다.
허나 최근. 일리나의 임신 소식(촉수생물의 잉태)으로 인해 일리나와 록시, 두 사람 사이의 양상이 변했다.
록시의 후계자로서의 입지가 불안해짐에 따라 록시를 후계자로 미는 가신들과 일리나가 낳을 아이를 후계자로 미는 가신들이 충돌하였고 그로 인해 일리나와 록시의 관계 역시 소원해진 것이다.
차라리 록시 그린녹스가 또래나 비슷하게 평범한 소녀였다면 후계다툼 문제가 발생하지도 않았고 이미 에로틱스를 나눠 마신 뒤 간단하게 함락 되었겠지만..
문제는 록시 그린녹스가 나이에 비해 너무나 영특하며 그린녹스 가문 내에서 이미 후계자로서 자신만의 세력을 운용할 정도의 수완이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겉모습이 소녀라고 해서 만만히 볼 것이 아니다.
과연 이런 영재 소녀가 엘리제를 뒤에서 스토킹하다가 이렇게 직접적으로 부딪쳐 온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하며 그 얼굴을 살피고 있을 때..
“수석 사제.. 아니 엘리제. 전 당신의 정체를 알고 있습니다!”
움찔..!
- 엘리제 동요하지마라.
엘리제의 몸 근육이 떨리는 것을 감지해 사전에 반응을 보이는 것을 막았다.
“제.. 정체라니 그것이 무슨 말이죠, 록시 차석?”
나의 지시를 받은 엘리제는 다른 단원들에게 보이던 친절한 모습과는 달리 당혹스러움과 불쾌감이 뒤섞인 차가운 얼굴로 록시를 보며 말했다.
그 모습만 봐서는 자신을 갑자기 불러내서는 이상한 소리를 하는 록시를 나무라는 모습이었으나..
“훗! 그런 반응 연기 할 필요 없습니다. 이미 전부 알고 있는 걸요?”
여유롭게 웃으며 대답하는 록시였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을 알고 있는 걸까?
정말로 궁금하다. 만약 그 알고 있다는 부분이 ‘나’와 관련된 것이라면.. 그 때는.
“수석 사제 엘리제! 당신이 바로 소문의 백발의 성녀 아닌 가요!”
록시는 손가락으로 엘리제를 가리키며 의기양양한 태도로 외쳤다.
“백발의 성녀..? 록시 차석.. 무슨 말을 하는 지 도저히 모르겠어요.”
“텐타클 상단이라는 집단에 관심이 생겨 그들이 방문한 경매장의 영상송출 아티팩트를 확인한 결과.. 재밌는 장면을 발견했어요. 더 말이 필요하신가요?”
..영상송출 아티팩트라니.
무슨 cctv 같은 건가? 이제야 이해가 간다. 분명 엘리제가 백발의성녀로 변신을 할 때는 공간인지를 퍼트려 아무도 없거나 관계자인 오스카가 있을 때만 행했었는데..
cctv 같은 아티팩트가 존재해 그걸로 엘리제의 변신장면을 포착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직 신성력이나 주술을 제외한 ‘마법, 무공, 종족능력’에 대해선 무지한 부분이 있기에 전혀 대비하지 못했다.
나중에 마법사를 구해서 기생해보던가 하고...
“머리색과 눈 색도 바뀌고 그건 마법이었나요? 아니 뭐 상관없나. 그보다 엘리제 수석은 역시 텐타클 상단의 중요 인물이겠죠? 백발의 성녀를 대하는 텐타클 상단주의 태도가 제법 정중했으니 아마 요직에 있겠지요. 아니면 상단의 진정한 주인이라던가?”
록시는 엘리제의 굳은 얼굴에 정답을 맞춘 것에 신난 것처럼 의기양양해져서 여러 가지를 떠들어 댔다. 그러는 사이 나와 엘리제는 심상으로 대화를 나누고..
- 준비 할테니.. 기회를 틈타서. 알겠지?
‘네, 주인님!’
꿈틀.. 꿈틀..
엘리제의 목 밑 위 장 내에서 촉수액을 생성하고 그것으로 촉수들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윽..!”
그 감각에 살짝 입을 다물고 얼굴을 찌푸리는 엘리제. 그런 엘리제를 쳐다보고 있던 록시는 과한 웃음기를 지우고 사람 좋은 얼굴로 엘리제에게 다가왔다.
“갑자기 이렇게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이 다가와서 놀랐죠? 제가 조금 무례한 건 인정할게요. 그리고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요! 당신의 비밀을 알았다고 해서 폭로한다거나 수석에게 피해가 갈 일을 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하아.. 그럼.. 무슨 목적인가..요? 으읏..”
“오히려 엘리제 수석과 연결고리를 갖기를 원해서 이렇게 접근한 거에요!”
“연..결고리..?”
“그래요! 엘리제 수석은 앞으로 신성수녀단의 단장이 될 유력한 사람이죠. 거기에 더해 텐타클 상단과 깊게 연결되어 있는 뒷배경까지. 앞으로 그린녹스의 후계자 자리를 노리고 있는 저로서는 너무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였다는 것이죠. 게다가 마침 제가 신성수녀단의 차석자리까지 가졌으니 앞으로 엘리제 수석과 저는 함께할 일이 많지 않겠어요?”
오호. 그러니까 엘리제와 연결고리.. 친분을 쌓아서 신성수녀단 단장의 권력과 텐타클 상단의 금력을 이용하겠다?
이거 제법 맹랑한 아가씨다.
들어보면 제법 솔깃하지 않나? 앞으로 그린녹스 가주가 될 이와 한편이 될 수 있다면 확실히 든든하기는 할 것이다.
허나 록시 그린녹스는 결정적으로 한 가지를 모르고 있다.
“지금 제 손을 잡는다고 엘리제 수석께서 말씀하신다면 앞으로 제가 가질 그린녹스의 힘으로 엘리제 수석을 돕겠다고 약속하죠.”
굳이 록시 그린녹스의 도움이 없어도 이미 그린녹스의 심장부에는 촉수를 심어놓은 상태인데.. 그것을 모르고 당당하게 손을 내미는 록시 그린녹스.
- 준비가 끝났다. 엘리제. 손을 잡아라.
내 말과 동시에 록시 그린녹스의 손을 맞잡는 엘리제. 그리고 수락의 의미로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록시 그린녹스를 보며 입을 연다.
“..제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은 록시 차석뿐인가요?”
“흐음? 뭐 그렇죠. 이런 중요한 정보.. 혹시라도 새어나갈지도 모르니 일단은 저만 알고 있어요. 왜 그러시나요?”
“그거 잘됐네요.”
꽈악-!
홱..!
갑작스럽게 잡은 손에 힘을 가하며 자신의 품 안 쪽으로 록시를 잡아끄는 엘리제. 록시는 몹시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뜨지만 저항할 수는 없다. 록시 그린녹스는 신성력 활용 부분에서 우수한 것이지 성투술 부문은 약하다.
즉 엘리제의 완력을 뿌려 칠 수 없다.
덥ᄊᅠᆨ-!
이어서 엘리제가 악수를 하지 않은 반대편의 손으로 록시의 뒷목을 잡아 고개를 들게 만들었다.
그렇게 엘리제와 록시의 얼굴이 맞부딪치려는 순간.
츄웁..!
“으읍?!”
엘리제와 록시의 입술이 맞닿는다.
정확히는 엘리제가 고의적으로 록시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고 할 수있다.
놀라서 토끼눈을 한 채 엘리제의 얼굴을 바라보는 록시는 반사적으로 입술을 닫으며 뒤로 물러나려고 했지만.
꽈악-
록시의 뒷 목을 잡은 엘리제의 손이 록시를 놔주지 않으며 오히려 얼굴의 위치를 고정시킨다.
츄릅.. 츄웁!!
“..!”
그리고 록시의 입술 틈을 벌리며 엘리제의 물컹거리는 혀가 그 내부로 침입했다.
츄릅..츄루웁..츄웁..!
“응무으..!”
그 어떤 방식으로도 엘리제에게 저항할 수 없으며 입 안에 들어온 엘리제의 혀가 구강 전체를 훑듯이 기교를 부리기 시작하자 록시 그린녹스는 당혹감과 함께 눈을 치켜뜨며 무언의 항의를 했지만..
츄르읍..츄우웁.. !
“으읍.. 읏..”
계속 이어지는 엘리제의 민달팽이와 같은 농후한 딥 키스에 록시가 움찔거리던 팔을 축 늘어트린다.
츄브읍.. 츄릅..쪼옥..쪼옥..
입 안에서 들어온 물컹거리는 살덩이가 자신의 혀를 가지고 놀며 잔뜩 침을 젖시는 그 소름끼치면서도 야릇한 감각은 아무리 영재 소녀라 할지라도 쉽게 감당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닌지 록시 그린녹스의 눈동자가 점차 흐릿해져 갔다.
츄브읏- 찔꺽.. 찔ᄁᅠᆨ..
록시의 양 볼이 홍조로 붉어지고 연결된 입 안에서 타액이 잔뜩 뒤섞여 근육들이 물렁하게 풀려갈 쯤.
불룩.. 불룩..
엘리제의 목 부분이 불룩거리며 무언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꿈틀.. 꿈틀..
목구멍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하얀 애벌레와 같은 촉수들! 록시 그린녹스를 사로잡기 위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준비한 촉수들이다.
록시가 나의 정체까지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엘리제가 백발의 성녀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거슬린다.
혹여 추후에 에로틱스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퍼진다면 백발의 성녀인 엘리제 역시 함께 묶여 들어갈 것이 아닌가?
그런 위험은 결코 방치할 수 없다.
“오브에엑..!”
“응그으읍!!!”
엘리제의 입에서부터 토를 뿜어내듯이 흰 면발과 같은 촉수 떼들이 뿜어져 나온다. 그 뱉어낸 촉수덩어리들은 그대로 입을 맞추고 있는 록시 그린녹스의 구강 내로 넘어가고 순식간에 록시의 입은 먹이를 한가득 머금은 다람쥐처럼 부풀어 오른 모양새가 되었다.
츄웁..
그리고 곧바로 엘리제가 타액을 늘어트리며 입을 떼어내자..
풀썩-!
엉덩방아를 찧으며 주저앉은 록시는 얼굴이 시퍼렇게 질린 채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부여 잡는다.
“으읍.. 우우웁!”
꿀렁.꿀렁.
입 안 쪽에서 움직여대는 촉수들의 형태가 록시의 부푼 볼 위로 적나라하게 보일 정도로 격렬하다. 저렇게 고통스럽다면 뱉어내면 될 텐데도 록시는 오히려 입을 막고 있는 것처럼 입술 주위에 손가락을 모으고 있다.
“오브읍.. 으그으읍!!”
아니. 아니었다.
입을 막고 있는 것이 아닌 자신의 입술 틈 사이로 손가락을 집어넣고 안에 있는 무언가를 꺼내려고 하고 있다. 공간 인지를 통해 그 입안을 살펴보니 애벌레처럼 통통한 촉수 수 십마리가 록시 그린 녹스의 목구멍을 노리고 미친 듯이 달려들고 있다.
토해내려고 해도 촉수들이 목구멍에 달라붙어서 계속 넘어가려 시도하고 있으니 뱉어낼 수 없는 것이다.
“으그에엑..!!”
쑤우욱..!!
결국 승리한 것은 촉수들이었으니. 자신의 입을 잡고 아등바등 거리던 록시가 뒤로 넘어가며 그 볼이 점차 작아지기 시작한다.
꿀꺽- 꿀꺽-
무언가를 삼키는 소리와 함께 록시의 목구멍에 작은 덩어리들이 목 아래 쪽으로 계속해서 넘어가는 것이 보인다.
꿀꺽-..!
마지막 한 마리까지 넘어간 순간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천천히 몸을 일으킨 록시는 자신의 목을 부여잡고 고개를 아래로 떨구며..
“우에에엑..! 우우웁! 우에엑..!”
격렬한 헛구역질을 해댄다.
투명한 타액과 장액이 입에서 뚝뚝 떨어지지만 정작 뱉어내려고 한 촉수들은 나오지 않는다. 그 사실을 인지한 것인지 몸을 덜덜 떨며 콧물과 눈물을 질질 흘리던 록시는 앙칼진 눈동자로 엘리제를 올려봤다.
“나..나한테 뭘 먹인 거야!? 속이 이상해..? 내...내 안에서 뭔가 움직이고 있어..!”
“록시.. 당신 역시 주인님의 은총을 받게 된 거에요.”
“주인님? 무슨 헛소리야! 내가 누군지 알고 이따위 짓을 한 거야?! 나는 그린녹스 가문의 하나 뿐인 후계자야 절대 이 일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
우웅..!
아까의 격식을 차리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완전히 흥분한 록시는 양 손에 신성력을 일으키며 당장에라도 엘리제를 공격할 것 같은 모습이다.
평소의 록시 그린녹스라면 엘리제와 자신의 전력 차이를 이해하고 이런 행동을 하지 않았겠지만 지금 록시는 눈물을 머금은 채 완전히 분노한 모습을 하고 있다.
수 십 마리의 촉수들이 자신의 배 안에 들어갔다는 사실에 이성을 잃은 듯하다.
뭐 내 입장에서 생각해봐도 저런 꿈틀거리는 애벌레 수 십 마리가 뱃속으로 들어온다면 이성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다. 아마도 주저앉아서 공포에 질려 있겠지.. 저렇게 화를 내면서 싸울 준비를 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고 할 수 있다.
“성법! 32장 11저...응그읏!!”
..하지만 신성력을 일으킨 것은 크나큰 실수라고 할 수 있다.
털썩-!
기세 좋게 일어났던 그대로 다시 무릎을 꿇는 록시 그린녹스.
그 손에 맺혀 있던 신성력은 완전히 사라진 상태다.
꿀렁- 꿀렁-
“아앗.. 아악! 안..안에서 커지고 있어?!”
잘 말해줬다.
록시 그린녹스가 입고 있는 사제복의 복부 부분이 구불거리며 두꺼운 지렁이가 뭉쳐있는 형태로 부풀어 오른다.
배를 부풀고 있는 범인들은 생각할 필요도 없이 안에 들어 있는 촉수들이다.
“아그윽.. 배..배가 당겨서 아파앗! 안되엣! 이..이런 상태에서 안에서 날뛰면.. 응그윽!!”
눈에 흰자를 띠우며 배를 움켜 안은 채 몸을 달달 떨기 시작하는 록시 그린녹스.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 것인지 다시 손을 들며 신성력을 일으킨다.
이번에는 엘리제를 공격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신성력으로 배 안에든 촉수를 억제하려는 생각인 것 같았다. 록시의 입장에선 꿈틀거리는 촉수 따위 마물로 밖에는 보이지 않을 테니 모든 악을 정화시키는 신성력을 사용한다면 촉수를 제거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슈우욱-!
“또! 또 신성력이 사라졌..앙그으윽!!”
꿀렁-! 꿀렁-!
더욱 더 부풀어 올라 마치 만삭의 임산부처럼 커진 록시 그린녹스의 배. 연두색 눈동자를 위로 치켜뜬 채 배를 안고 덜덜 떠는 그 모습은 상당히 위태로워 보인다.
저벅. 저벅.
그런 록시의 앞까지 느긋한 걸음으로 걸어간 엘리제는 멈춰서며 말했다.
“주인님께서 말하시길. 지금 록시 차석 당신의 배 안에 있는 촉수들은 신성력을 빨아들이는 개체들이라고 해요.”
“신..신성력을..?!”
“그래요. 신성력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스윽-.
“안에 있는 촉수들이 더욱 더 커진답니다?”
꿈틀꿈틀꿈틀..
“오오오옷..!! 아헤엣!”
엘리제가 허리를 숙이며 록시의 부푼 배를 쓰다듬은 순간 록시의 배가 크게 물결치며 튕겨 오르는 것처럼 흔들린다.
쪼르륵..
그 충격으로 오줌까지 지린 것인지 록시가 입고 있는 단원복의 가랑이 사이에 물자국이 번진다.
“어..어떻게 하면! 어떻게 하면 이걸..!”
방금 전까지의 공격적인 기세는 어디가고 엘리제를 바라보며 간절한 눈으로 외치는 록시.
흐음. 아무리 그린녹스의 총기 넘치는 후계자님이라고 해도 배 안 가득 촉수가 담겨지면 어린애일 뿐인 것인가? 나는 엘리제의 입을 통해 괴로워하는 록시에게 해답을 알려줬다.
“배가 답답하면 전부 싸버리면 되는 것이에요. 록시 차석! 전부 싸버리세요!”
“뭐..?”
엘리제의 상큼한 한 마디에 록시는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은 것인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희미한 음성을 터트린다. 정말로 몰라서 일리는 없고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넋이 나간 것 같은 표정이다.
“말..말도 안 되잖아..? 난 귀족 중의 귀족인 그린녹스의 후계자인데.. 그런 나보고 뭘.. 하라고?”
“흐음~ 그럼 어떻게 하시게요? 그 배 안에 있는 촉수들은 록시 차석의 신성력을 먹고 계속 계속 커질 거라고요? 그러다가 펑 터지면!”
“히이익..!”
엘리제가 장난스럽게 손짓하며 말하자 기겁한 록시는 엘리제에게서 떨어지기 위해 땅을 기기 시작했다. 두껍게 부푼 배를 한 손으로 지탱하고 얼굴은 공포에 질린 채 엉금엉금 기어가는 록시 그린녹스. 도저히 총명함이라는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누가 도와줘엇..! 누군가 있다면 제발..!”
거기에 더해 새된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기까지.
보고 있자니 제법 흥미로운 모습이지만 저렇게 놔뒀다가 누군가 이 공터 쪽으로 다가오면 이쪽에서 매우 곤란해진다.
- 엘리제 주변을 차단해라.
“네, 주인님.”
지이잉-!
나의 명령에 엘리제가 여지껏 숨겨왔던 신성력을 뿜어내며.
“성법 92장 12절! ‘절대 신성 결계’!”
사도급만이 시전 할 수 있는 공간 차단 성법을 시전한다.
파아앗-!
엘리제와 록시를 감싸는 반경 5m 이내로 반구형의 결계가 덮는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엘레노어의 기억에 의하면 이런 식의 최상위 성법 결계는 사도라 할지라도 접촉하지 않는 이상 눈치 채지 못한다고 하였다.
“말..말도 안 돼! 이런 거 전부 거짓말이야.. 그래! 꿈! 꿈 일거야.. 아아.. 꿈이야!”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절대의 결계 앞에서 록시 그린녹스는 패닉에 빠진 것인지 머리를 움켜쥐며 끝임 없이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어떻게든 자신에게 닥친 현실을 부정해보려는 것 같지만.
꿀렁꿀렁꿀렁-!
꿈틀꿈틀꿈틀..!
“응기이이잇!!”
촉수들은 그런 록시의 사정 따위 고려해주지 않겠다는 것처럼 빠르게 내장의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그들이 노리고 있는 것은 오로지 배출을 위한 구멍. 뻐끔거리고 있는 항문이었다.
[작품후기]
아으.. 알바하면서 소설 적으려면 블루투스 키보드로 적어야 되는데 갑자기 맛탱이가 가버려서 결국 영수증 뒤에 적어서 써왔습니다
흑흑.. 일요일에도 올리고 싶었건만.
지금 다시 키보드 주문한 상태고 도착할 때 까지는 수첩이나 공책에 적어서 옮겨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