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생촉수가 되었다-193화 (193/266)

제국을 촉수로 가득 채우자! 193회

피에스타의 밤

여느 서커스단이 그렇듯 피에스타 역시도 본격적인 공연에 앞서 도시 주변 사람들에게 광고와 함께 거대한 천막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시작된 천막 설치 작업은 점심이 되어서 끝나게 되었고 저녁부터는 사람들을 끌어 모아 공연을 시작했다.

“과연 우리 광대 친구는 저 얇은 줄 위에서 저글링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자자 모두 광대 친구에게 응원을 보내주십시요!”

피에로들의 기상천외한 묘기부터 시작해서..

화르륵-!

“강철 링이 활활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살짝만 닿아도 온몸이 불타버릴지도 모르는 상황 입니다! 과연 우리 맹수의 왕 라이온은 링을 뛰어 넘을 수 있을 것인가!?”

어흐응-!

“오오! 과연 라이온 용맹한 맹수답게 단번에 링을 뛰어 넘습니다!”

동물을 이용한 위험천만한 묘기까지.

일반적인 서커스단이 진행하는 모든 것을 피에스타에서 볼 수 있다.

여기까지는 피에스타가 특별할 것도 없는 일반적인 서커스단처럼 보였다. 허나 이것은 사실 ‘위장’에 불과하다. 진정한 피에스타는 해가지고 완전한 밤이 되면 나타난다.

“오늘의 공연은 여기까지 입니다! 관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막을 내리는 사회자의 한 마디가 있자 관람석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모두 밖으로 빠져 나간다.

그리고 여전히 천막 안에 남아있던 광대들과 근육질의 일꾼들을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다 모두 서둘러!”

서커스 단장의 호통에 일꾼들이 앞 쪽으로 거대한 무대를 세우고 관람석을 허물어 다시 무대를 내려 볼 수 있도록 하는 계단식의 단상을 쌓아 올린다. 그리고 천장과 주변 기둥으로부터 빛을 발하는 야광석까지 전부 설치하자 흔하디흔한 서커스 무대에서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는 경매장으로 내부가 탈바꿈되었다.

스륵-

철컥-

경매장으로서의 준비가 끝나자 광대들이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여자의 경우 노출도 높은 바니걸 복장으로 남자 광대들의 경우 분장은 지우지 않되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벗고 단정한 정장을 입는다. 또한 근육질의 거한들은 금속갑옷과 정장이 뒤섞인 특수한 장비를 착용했다.

“자자, 오늘도 화려하게 미치도록 팔아 넘겨 보자고!”

짝짝짝!

단장이 외치자 모든 이들이 박수를 치며 ‘피에스타!’라는 구호를 외쳤다.

두두둥.. 두두둥..

서커스가 시작할 때 울리는 웅장한 음악소리가 시작되었고 천막의 열린 문으로부터 사람들의 말소리와 함께 구두굽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서커스 단장의 다급한 손짓 아래 서커스단원들이 재빨리 각자의 자리로 흩어지고 짐꾼들은 경비병이 되어 천막 곳곳에 석상이라도 된 것처럼 자리를 잡았다.

“광란의 밤 피에스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귀중한 분들을 위해 최고의 물건을 준비해놨습니다. 모두 번호표에 따라 자리를 찾아 앉아서 기다려주시면 곧바로 경매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것은 모두 ‘도우미’들에게 말씀하시면 되겠습니다!”

사회자의 우렁찬 목소리가 천막 안을 가득 채우고 가면을 쓴 이들이 입장시 받은 번호표를 보며 자리를 찾아 앉는다. 도우미라 불린 바니걸과 광대들은 손에 음료나 간식거리를 들고 손님들의 사이를 누비며 돌아다닌다.

그들의 일이란 손님들의 편의를 봐주는 것도 있었지만 말상대를 하며 흥을 돋구거나 혹은 노출도가 높은 복장으로 눈요깃거리를 하기도 했다.

“첫 번째 물건이 들어옵니다! 와우..! 시작부터 엄청난 상품이군요..! 무려 수왕국 애니마스에서 건너온 반인반수의 수인이 그 주인공입니다!”

사회자의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과장된 목소리와 함께 무대로부터 2개의 인영이 올라선다.

험상 굳게 생긴 노예상인과 그 손에 목줄이 잡혀 있는 한 수인족 소년이었다.

“간단히 상품 소개에 대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사회자가 조명을 비추자 헛기침을 한 노예상인은 거칠게 수인족 소년의 목줄을 잡아 끌어 자신의 앞에 세우고는 큰 목소리로 설명을 시작했다.

“아실만한 분은 다 아실 거요! 수인 노예가 얼마나 희귀하고 비싼지 말이요! 여기 이 녀석은 그 수인 중에서도 완수족이요. 그저 동물귀만을 달고 있는 반수족 수인과는 다르게 맹수형태로 변형이 가능한 특등품이지!”

특유의 불퉁하면서도 듣기 싫은 목소리였지만 그 내용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모두가 호기심을 갖고 늑대머리를 하고있는 수인족 소년을 쳐다보자 노예상인은 목줄을 잡아 끌며 소년에게 윽박을 질렀다.

그러자 겁에 질려서 동물 귀를 축 늘어트리고 있던 완수족 소년은 그대로 바닥에 엎드리며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소년의 몸에 나있던 털들이 풍성하게 부풀어 오르며 손과 발의 형태가 짐승의 것으로 변화한다. 소년이 서있던 자리에는 사람의 형태를 찾을 수 없는 푸른 새끼 늑대 한 마리가 몸을 떨고 있었다.

“주인장! 아까 전 사자가 넘던 불타는 링. 준비 가능하오? 내 이 녀석의 재주를 보여줄까 하는데 말이야.”

보아하니 노예상인은 저녁에 있던 서커스 역시 관람한 모양이었다. 잠시 후 주최자의 지시하에 거대한 불타는 링이 준비 되었다.

“제대로 하면 오늘은 고기를 먹여 주마.”

커엉-!

노예상인의 말에 개처럼 한 번 짖은 푸른 늑대는 그대로 불꽃의 링을 뛰어넘고 다시 공중제비를 돌며 노예상인의 옆으로 돌아오는 묘기를 보여줬다.

와아아-!

짝짝짝!

늑대가 링을 넘을 때마다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마지막으로 반인반수의 모습으로 돌아올 때에는 이미 도우미들에게 경매판을 받아든 가면인들이 손을 들어 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 그럼 우리 완수족 수인 친구의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열기가 끌어 올랐다고 느낀 주최자가 경매를 시작하였다. 여기저기서 경매 도우미들이 가면인들이 적은 가격판을 들어올리며 경매가를 실시간으로 주최자에게 전달한다.

“950골드! 오 1000골드 나왔습니다! 1100골드 이야 이거 인기가 대단하군요! 2000골드 돌파! 2100골드 2100골드 이상 더 없습니까?”

노예 중에서도 보기 드문 수인족 그것도 완수(동물형의 변형이 가능한 수인종)이다보니 가격이 끝없이 상승했다. 지금 나온 금액이면 건장한 성인 남성 노예를 30명이고 살만한 돈이었지만 가면인들은 전혀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어린 나이인 수인이기에 훈련을 시켜 성장시킨다면 훌륭한 호위가 될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3000골드! 더 없습니까?! 좋습니다 3000골드 낙찰!”

피에스타의 경매는 이제 막 시작 되었다.

----

“이런 이거 쉽지 않겠어.”

경매가 이뤄지는 천막의 바깥, 판매자들이 대기하는 공간 안에서 오스카는 초조한 표정을 지었다.

경매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나 확인을 하러 갔는데 생각했던 것보다도 판매자들의 수준이 높다는 것을 느꼈다.

그 수준의 높음이란 것은 격이나 물건의 가치가 높다는 것이 아닌 그들이 보여주는 상품에 대한 흥행 유도가 대단하다는 것이다.

약장수가 차력쇼를 보여주며 싸구려 약을 비싸게 팔아먹는 것처럼 보는 이로 하여금 물건을 살 수밖에 없게 만드는 눈요기를 제공하며 물건을 사게 만드는 그 상술은 직업상인 몫지 않다.

아니 오히려 이런 곳에서 물건을 자주 팔아본 저들이 더욱 전문가다.

에로틱스 역시 지금 나오고 있는 물건들에 비해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었지만 문제는 ‘쇼’다 에로틱스를 구매자들로 하여금 사고 싶게 만드는 쇼의 유무가 중요한 것이다.

“수녀님께서 준비 해 오신다고 하시기는 했는데.. 전부 저런 서커스 수준의 구경거리를 보여주는 마당에 화장품으로는 대체 뭘 어떻게 할지..”

오스카로서는 세상에 대해 잘 모를 엘리제가 어떻게 화장품을 판매 할지 걱정부터 앞섰다.

사락-

그 때 공간 내의 문이 열리며 오스카의 반대편 뒤 쪽 판매대기자들로부터 웅성거림이 전해져 왔다.

“음..?”

오스카 역시 경쟁상대인 판매자들이 소란을 떨자 자연스레 시선을 돌리며 문 쪽을 바라봤다.

그 곳에 있는 것은 이제 막 안 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는 한 여인의 모습이었다.

-스륵-..

처음의 이미지는 ‘백색’

허리까지 닿는 순백의 머리카락이 살랑거리며 흔들리고 긴 속눈썹 아래로 자수정과 같은 눈동자가 동그랗게 빛을 발한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함께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여인의 눈동자는 매혹적인 빛깔로 빛나고 그 입가에는 보라색 빛의 립스틱을 칠한 듯 호선을 그리며 입꼬리가 올라가 있다.

또각- 또각-

높은 굽의 힐을 신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일정한 소음이 생기며 여인이 천천히 다가온다.

어떻게 보면 장식 없는 수녀복과 같은 차림을 하고 있는 여인이었지만 그 복장은 순결을 나타내는 수녀복과는 분명 달랐다.

기본적으로 검은색이 아닌 백색이었으며 몸매의 라인을 알 수 없는 일자형태가 아닌 허리가 타이트하게 조여지고 다리 부분의 경우 양 옆이 허벅지의 부분까지 트여 있어 뽀얀 피부의 다리가 그대로 노출된다.

걸을 때마다 허벅지의 움직임과 천이 맞물려 사타구니 부근의 형태가 드러나니 더 없이 자극적으로 느껴진다.

옷도 옷이었지만 여인의 몸매 자체가 상체는 슬렌더의 체형이면서도 하체는 육감적으로 골반이 발달 되어 있어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뒤에 선 남자들은 여인의 실룩이는 엉덩이와 살짝 비치는 허벅지의 살결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앞에서 바라보는 이들은 여인의 미소가 풍기는 요염한 분위기에 눈을 떼지 못했다.

‘이거 또 엄청난 경쟁자가 나타났구만..’

오스카는 한 번에 시선을 끄는 여인의 분위기에 이번 경매가 쉽지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자극적인 요소가 많을수록 비교적 내세울 것도 없고 수수한 수녀님인 엘리제가 나설 수 없을 거라 생각한 것이다.

특히나 저런 요녀가 앞에 나서면 엘리제가 더욱 비교가 될 것이 아닌가?

심란한 마음에 여인에게서 시선을 피하고 어떻게 에로틱스를 판매할지 열심히 고민하고 있을 때..

툭. 툭.

등 쪽에서부터 누군가 두들기는 손짓이 느껴졌다.

“뭐요..? 엉?”

“오스카 오래 기다렸죠?”

“네..?”

신경질적으로 돌아선 오스카는 자신의 바로 앞에 서서 싱긋 웃는 여인을 보며 멍청한 음성을 흘렸다. 대체 왜 이 여자가 자신에게 말을 걸었나란 생각이 빠르게 스쳐지나가고 결국 답을 찾지 못한 오스카는..

“누구..십니까?”

“흐음..”

오스카의 물음에 어딘지 심통한 표정을 지은 여인은 이내 양 손을 들어 하나로 모으고는 두 눈을 감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남자를 홀리는 요물과도 같은 분위기였던 그녀가 지금은 신께 기도를 올리는 순진한 처녀처럼 보인다. 그 모습이 마치 누군가와 닮아 있는 것이..

“서..설마 수녀님..!?”

“맞아요. 저 엘리제에요.”

여인.. 엘리제의 대답에 오스카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작품후기]

기절하기 전에 짧은 한 편 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