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생촉수가 되었다-192화 (192/266)

+ 세실리아를 위해 새로운 모판을 하나 만들어줄 예정입니다 3부에서! 192회

피에스타의 밤

“판매량이 왜 이렇게 저조한 건가요? 오스카.”

“죄..죄송합니다!”

소녀의 냉랭한 목소리에 중년인은 콧수염을 파르르 떨며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사죄한다.

‘내가 왜 수녀님에게 판매량 보고를 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왜 그 결과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거고?’

오스카는 자신의 행동에 의문을 가졌다.

아무리 엘리제가 사제라는 직위를 가지고 있으며 판매상품인 괴물체액.. ‘에로틱스’ 제작에 도움을 줬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외부인이다.

“혹시 적극적으로 판매하지 않으신 건가요?”

“아..아닙니다! 수녀님!”

“모든 거래처에 공급하면서 가게 맨 앞에 진열 해달라고 했는데도..!”

허나 오스카를 포함한 상단의 상인들 모두 엘리제를 보며 마치 하급자라도 되는 것 마냥 그 명령에 따르며 엘리제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움찔했다.

‘수녀님이 아름다워서..? 아니야, 그렇다고는 해도..?’

‘이건 분명 어딘가 이상해!’

상인들은 속으로 자신들의 행동에 이상함을 느꼈지만..

“그런 말 따위를 듣자는 것이 아니에요. 왜? 어째서? 판매에 실패했냐는 거죠. 주인님이 몹시 궁금해 하시고 계세요.”

차갑고 강압적인 목소리로 말하는 엘리제는 ‘주인님’이라는 단어를 말할 때 자신의 복부를 쓰다듬는다. 상인들은 그런 엘리제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여태까지 느껴지던 ‘이상함’이란 감정이 물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들의 눈동자에는 보라색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이것은 몇 번이나 반복된 일이며 상인들이 엘리제에게 저항하지 못하게 된 이유다.

꿈틀..

꿈틀..

그들이 이 상황을 납득해서가 아닌 머릿속에서 뇌와 하나가 된 촉수들이 생각을 제어하는 것이다.

엘리제의 명령을 따르고 엘리제를 자신의 상급자처럼 여기는 것도 머리를 삼킨 촉수와 엘리제와의 연결 관계 때문이었다.

상인들의 머리에 뿌리를 박은 촉수들은 엘리제의 특수한 자궁에서 태어났다.

엘리제의 몸이 엔젤촉수들의 성분으로 재구성되는 과정에서 촉수들은 녹아서 엘리제의 자궁이 되었다. 본래 신체의 장기란 붉은 색의 근육덩어리로 되어 있지만 지금 엘리제의 자궁은 이질적인 하얀색으로 변해 있다.

난소와 자궁 자체가 엔젤 촉수가 뭉쳐져 형성되어 특수한 촉수들을 즉석에서 생산하는 공장이 된 것이다.

그 자궁에서부터 생성된 촉수들은 엘리제를 모체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에 뇌를 먹힌 대상은 엘리제의 명령을 절대적으로 따르며 저항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저 그것이.. 엘리제님. 보통 화장품의 판매란 검증 된 무언가가 있어야 합니다. 가령 사용해서 효과를 보았다거나 누구나 아는 좋은 재료를 사용하여 만들어졌다거나 하는 입소문이 있어야 하지요.”

“그래서요?”

“그런데 저희 에로틱스에는 그런 검증된 자료가 없습니다. 한정된 재료 때문에 가격이 비싸 누군가 사용해서 효과를 봤다는 이야기도 없고 원재료 역시 생소하며 불투명한 것이니 구매자들이 선뜻 집을 수 없는 것입니다.”

“흐음..”

엘리제는 오스카의 말에 생각이 잠긴 것처럼 말이 없었다. 실은 자신의 자궁이 된 주인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 검증 된 것이 없다라.. 하긴 정체불명의 보라색 액체 화장품을 그냥 쓸 리는 없겠지.

잠시 침묵하며 생각하던 천주는 엘리제에게 자신의 말을 전할 것을 명령했다.

“지금 물건을 판매중인 거래처에 계속 물건을 진열하라고 해주세요.”

“..가게와 상인들에게서 항의가 들어올 것 같습니다.”

“그래도 조금만 더 진열을 유지해달라고 해주세요. 대신 물건을 반드시 판매할 수 있는 판매원을 보내준다고 말이에요.”

“물건을 반드시 판매할 수 있는 판매원이라면..?”

오스카가 궁금증을 드러내며 물었지만 엘리제는 말없이 가면과 같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답해주지 않겠다는 무언의 대답이나 다름없었다. 어쩔 수 없이 오스카와 상인들이 다시 고개를 숙이며 엘리제의 방에서 나가고 혼자 남은 엘리제는..

“주인님. 판매원들이란 게 누구인가요? 저 궁금해요.”

상인들을 대할 때의 싸늘함과는 전혀 다른 애교어린 목소리로 엘리제가 자신의 배를 바라보며 물었다.

- 내 수하들. 아름다운 숲의 종족.. 아 지금은 다르겠네. 어쨌든 미적으로 뛰어난 녀석들이야 에로틱스를 광고하기에는 제격이지.

“주인님께서 아름답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라니.. 저 조금 걱정 되요.”

- 무슨 걱정?

“ 그런 아름다운 분들이 계신데 저 같은 애가 주인님을 품고 있어도 되는 건지..”

- 어떤 엘프소녀랑 똑같은 말을 하네.. 엘리제. 내가 너에게 기생해 있는 것은 전부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이다. 그러니 걱정하지마라 네가 쓸모 있는 이상 너에게서 내 의식을 거둘 일은 없으니까.

“저 열심히 할게요! 주인님을 담고 있을 수 있도록!”

그렇게 엘리제가 훌륭한 숙주가 되겠다고 의지를 다진 날 이후로 며칠 뒤.

“성황 폐하! 센트리얼 북부 플로란스 영지 근처에 드래곤이 나타났다고 속보가 들어왔습니다!”

신성제국에는 비상이 걸렸다.

바로 수도 센트리얼의 근처 영지에서 웬 보라색 날개와 초록색 몸체를 가진 드래곤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드래곤 자체가 전설 속에서나 등장하는 신비한 존재다.

당연히 유래로만 전해질 뿐 수 백 년 간 드래곤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드래곤이 그것도 보라색 날개와 초록색 몸이라는 괴상한 조합의 드래곤이 나타났다는 사실에 신성교국은 엄청난 위기감을 느끼며 곧바로 성기사단을 출동시켰다.

크라라라-!

펄럭- 펄럭-

허나 성기사단이 드래곤이 착지한 주변에 가까워지기도 전에 드래곤은 재빠르게 날아올라 사라져 버렸다.

성기사단은 뒤늦게 드래곤이 내려앉은 이유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일대를 조사했지만 별다른 특이점을 찾아내지 못했다.

샤샥-

“주인님이 계신 곳 까지 빠르게 이동한다.”

“네, 대장님.”

드래곤이 착지했던 이유가 되는 ‘존재’들이 로브를 뒤집어쓰고 성기사들을 피해 빠르게 어두운 숲속을 달려 나갔다.

드래곤.. 포레스트가 착륙한 지점에서부터 ‘목적지’인 센트리얼까지는 마차를 타고도 일주일이나 걸리는 거리였지만 달려나가는 존재들의 이동속도는 말이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보다도 빨랐다.

타다닥-!

인간의 형체를 하고서는 마치 유령처럼 들판을 지나 마을을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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짹- 짹-

“자, 오늘도 열심히 팔아볼까?”

“또 하루가 시작 됐구만.. 젠장.”

새의 울음소리와 함께 해가 뜨기 시작하는 이른 아침.

오스카와 상인들은 하루의 상행을 시작하기 위해 짐을 점검하고 거래처인 장소들을 확인하며 말의 상태를 살피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상단의 1층 내부는 그런 상인들의 조용하면서도 분주한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는데..

끼이익- 탁!

입구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그 분위기의 흐름이 끊겼다.

“누구..?”

저벅. 저벅.

가장 앞에 있던 상인이 의문을 표하기도 전에 모습을 드러낸 로브로 몸을 가만 수상한 ‘이들’은 거침없이 건물의 안으로 들어서며 문까지 완벽하게 닫았다. 마치 상인들을 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움직임처럼 보였다.

“아침부터 오기로 한 사람은 없었는데.. 누구십니까들?”

오스카가 로브의 괴인들을 보며 긴장한 얼굴로 묻자 그들은 말 없이 두건을 벗었다.

“엘..엘프?!”

“미친..! 내가 아직 자고 있는 건가?”

경악한 상인들의 목소리가 건물 안을 가득 채운다.

수상한 이들은 하나 같이 이질적인 긴 귀와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엘프들이었던 것이다!

상행을 하며 수많은 아인족들을 만나고 또한 비밀스러운 경매장과 같은 곳에서 수인노예들을 보기도 한 상인들이었지만 맹세컨대 엘프를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 이었다.

과거에는 엘프들이 대륙 전역을 돌아다니며 여러 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고 하지만 적어도 1천년 전의 이야기이다.

지금의 엘프는 엘프제국인 엘븐가든에서 폐쇄적이고 부유한 생활을 하며 오만한 성격을 지녔기 때문에 전혀 대륙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렇기에 엘프를 보았다고 해도 엘븐가든에 다녀왔던 사람들의 경험담일 뿐이며 그저 엘프가 어떤 식으로 생겼다느니 혹은 어떤 성격을 지녔다든지의 소문만 돌 뿐이었다.

“이 장소가 확실하다. 주인님은 지금 어디에 계시지, 인간?”

“아..그게..”

그런데 지금 엘프가 한 명도 아니고 수 십 명이나 같은 공간 안에서 함께 있는 것이다.

그들의 미성과 아름다운 얼굴 속에서 또렷하게 빛나는 보라색 눈동자를 보며 능청스럽던 상인들은 바보라도 된 것처럼 어버버하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주인..? 수녀님이 말하던 그 주인을 말하는 건가?’

그나마 상단주인 오스카가 엘프들이 말하는 ‘주인’이 평소 엘리제가 중얼거리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주인님’이라는 단어와 같은 뜻일 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했다.

“저 혹시..”

저벅.

그것에 대해 물으려던 그 순간 뒤 쪽에서부터 발소리가 들려왔다.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니 검은 수녀복을 차려 입은 엘리제가 미소를 지으며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여러분이셨군요. 주인님이 말씀하셨던 분들이.”

가볍게 오스카를 지나친 엘리제는 엘프.. 에로프들에게 다가가 마치 기도하러 온 이를 맞이하는 수녀님과 같은 온화한 모습으로 물었다.

“...”

그런 엘리제를 지그시 쳐다보던 에로프들은 일제히.

풀썩-

“주인님을 뵙습니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한 목소리와도 같은 외침과 함께 엎드리며 극도의 존중을 표하는 행동을 취한다.

물론 이 경배는 엘리제에게 바치는 것이 아닌 엘리제의 몸 안에 깃들어 있는 자신들 주인의 ‘의식’에게 표하는 경의였다. 이미 엘리제를 마주한 순간부터 천주는 자신의 존재감을 에로프들에게 각인시키고 있었다.

꿀꺽-

상인들은 마른 침을 삼키며 지금 자신들의 앞에서 일어난 상황을 이해하려 애썼다.

늘 자신들에게 요리를 해주던 상냥한 수녀님의 앞에 나타난 동화 속의 숲요정, 엘프들이 주인님이라 부르며 엎드려 외치는 현 상황을 말이다.

‘도저히 모르겠다..’

“일단 모두들 일어나세요. 주인님께서 대화가 필요하다고 하십니다.”

“옙.”

엘리제의 말에 기계처럼 움직인 에로프들은 이내 똑바로 서서 주변을 둘러봤다. 무언의 시선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눈치가 보인 상인들은 바로 탁자를 옮기고 의자를 놓으며 에로프들이 앉을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저 수녀님.. 지금 이건..”

“전에 말했죠? 판매원으로서 도움을 줄 이들이 있다고 이분들이 바로 그 분들이에요.”

“엘프..분들이 말입니까?”

오스카는 엘리제의 옆에서 말을 하다가 다시 에로프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긴 귀를 가진 아름다운 엘프, 만약 그들이 화장품 ‘에로틱스’판매를 개시한다면 어떻게 될까?

엘프의 납치, 이종족에 대한 이질감과 차별.

그런것들을 제쳐두고서라도 아름다움의 종족으로 유명한 엘프들이 광고하는 제품이라면..

‘이건 먹힌다. 엘프가 파는 화장품인데 팔릴 수밖에 없어!’

오스카가 머릿속으로 주판을 돌리고 있는 사이 엘리제와 에로프들을 이끌고 온 대장격의 에로프, 엘리안이 마주보고 앉았다.

“주인님께서 당신의 소속을 확인하고 싶다고 하세요.”

“저는 1군단 13돌격대 소속에서 대장을 맡고 있는 엘리안입니다.”

석상과 같은 무표정으로 대답하는 엘리안은 훈련된 정예병으로서 분위기가 풍겨왔다. 촉수 군단의 1군단 그것도 돌격대라면 에아렌이 직속으로 훈련시키는 병사임을 의미한다.

하루 24시간을 전투 훈련을 했을 이들이기에 딱딱하며 날카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다.

- 음.. 본체인 나한테 광고를 할 만한 녀석들을 부탁했는데.. 왜 군인들을 보낸 거지?

“저.. 주인님께서 판매 일을 하실 수 있을 시지 궁금하다고 하셔요.”

엘리제 역시 눈앞에 있는 차가운 에로프가 과연 사람들에게 화장품을 광고하는 일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천주의 말을 전달하며 묻자 엘리안과 에로프들은 결연한 얼굴로 일제히 대답했다.

“그 곳에서 훈련을 마치고 왔습니다.”

“저희는 해낼 수 있습니다.”

마치 임무를 반드시 수행할 수 있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박력마저 느껴진다.

“아..네. 저 오스카?”

엘리제는 오스카를 불러 들여 에로프들의 앞에 앉혔고 이내 천주에 지시에 따라 앞으로 어떤 식으로 에로프들을 활용할 건지에 대한 이야기를 엘리안과 함께 진행했다.

에로틱스를 판매하는 모든 거래처와 가게에 인원수를 배치하고 각 가게 주인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그리고 이 진행과정은 놀람의 연속이었다.

“에..엘프!”

일차적으로 당연히 에로프들을 처음 본 가게 주인들은 판매원이라고 보낸 이가 엘프라는 사실에 기겁했고 과연 오만하며 인간을 무시하기로 소문난 엘프들이 판매업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심했으며..

“안녕하세요! 고객님. 숲의 종족인 저희가 추천하는 이 화장품 한 번 써보세요! 저희들은 매일 이 에로틱스로 피부를 관리 한답니다?”

“여러분도 에로틱스만 사용한다면 요정이 되실 수 있어요!”

웅성웅성-

그 딱딱했던 모습이 연기였나 싶을 정도로 치렁치렁한 아가씨 복장을 하고 사근사근한 태도로 화장품을 판매하는 엘프. 에로프들의 모습에 경악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엘프가 나타났다는 것도 놀라운데 그 도도한 엘프가 생기발랄하고 친절한 모습으로 화장품을 판다는 사실에 에로틱스가 공급된 가게는 소문을 듣고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수녀님.. 전량 판매 완료했습니다! 가게주인들과 상인들이 에로틱스를 더 공급해달라고 난리 입니다!”

며칠 지나지도 않아 생산해냈던 에로틱스가 전부 판매되는 대박을 일으켰다.

에로틱스 한 병의 가격이 금보다 훨씬 비싼데도 지역에서 돈 좀 있다고 한 이들이 전부 구매해 간 것이다. 그 판매 실적은 오스카의 상단 전 물품에서 나온 이득보다도 컸다.

“좋아요. 주인님도 아주 만족하시고 계세요.”

“하하, 주인님 최고십니다!”

“주인님의 뜻대로!”

엘리제의 말에 상인들은 엄지를 척 세우며 화답했다. 엘리제가 말하는 주인님이란 것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엘리제의 말에 인형처럼 따르는 현 상황이 이상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들은 상인. 엄청난 이윤을 안겨주고 돈방석에 앉게 한 엘리제와 ‘주인님’이라는 존재가 행운의 신으로 밖에는 느껴지지 않았다.

“오스카.”

“네, 수녀님.”

엘리제의 말에 오스카는 귀를 쫑긋했다.

근래에 들어서 엘리제가 입을 열 때는 중요한 내용을 전달 할 때뿐이었으니..

“에로틱스를 이번엔 고위 귀족층..영주들에게 판매해야 해요.”

“영주들에게 말씀이십니까?”

“네, 이번에 모든 물건이 판매되기는 했지만 그저 돈이 있는 유지들에게 판매 된 것뿐이에요. 주인님께서는 그보다 더 높은 신성제국의 고위가문들에게 물건을 판매하기를 원하십니다.”

“고위가문들에게.. 에로틱스를.. 그러니까 고급화하란 말씀이십니까?”

“네 바로 그거에요!”

엘리제의 말에 오스카는 잠시 숨을 내쉬며 생각에 잠겼다. 고위가문들에게 물건을 팔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수녀님. 피에스타를.. 아십니까?”

“피에스타.. 그것이 무엇이지요?”

“비밀 경매장입니다. 낮에는 서커스로 활동하지만 밤에는 비밀의 경매장으로 변신하는 단체입니다. 주로 희귀한 물건 혹은 노예들을 판매합니다.”

오스카의 말에 엘리제가 살짝 눈가를 찌푸렸다. 신성 교국은 노예산업을 금지 시킨 국가이며 향락과 사치를 경계하라는 법이 제정되어 있다.

그런데 그런 경매장이 존재하다니? 일단 사제로서의 직업을 갖고 있기에 거부감부터 든 것이다. 허나 그것이 자신의 주인에게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치니 엘리제는 환한 얼굴로 오스카에게 되물었다.

“혹시 그 경매장을 이용해서 에로틱스를 판매하자는 말씀이신가요?”

“네, 바로 그렇습니다. 피에스타는 꽤나 유명한 경매장이고 가면을 써서 신분을 숨길 수 있기에 고위가문의 영주들이나 귀족들 역시 많이 참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적절하군요. 주인님께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시고 계세요!”

“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는데. 피에스타의 성향이 일반적인 경매장이 아니기 때문에 물건을 판매 할 때 쇼를 보여주거나 물건의 메리트를 느낄만한 요소를 판매자가 직접 마련해야 된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렇다 피에스타는 기본적으로 고급품을 판매하는 경매장이며 가벼우며 쇼의 형식으로 물건을 판매한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고 할지라도 판매자가 구매자들로 하여금 매력을 느낄만한 눈요깃거리를 제공하지 않으면 물건을 판매하기 어려워진다.

“그건 걱정 없어요. 모두 주인님께서 준비해주신다고 하시네요!”

“..주인님 말씀이십니까?”

“네!”

오스카는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지만 엘리제가 또 다시 ‘주인님’이란 단어를 말하며 배를 보며 사랑스러운 시선을 보내자 이야기가 막히고 말았다. 솔직히 미신에 홀린 것 같은 느낌도 들었지만 오스카는 그러려니 하며 머리를 비웠다.

이미 주인님이란 존재에 대해 오스카 역시도 어느 정도 신뢰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찝찝하기는 해도 적어도 그 주인이란 존재가 행하는 일을 자신이 막을 수 없으며 옆에서 떨어지는 콩고물이나 받아먹자는 생각이 든 것이다.

“사치와 향락의 밤! 신사 숙녀 고귀한 여러분! 피에스타의 밤에 오신 것을 환영 합니다! 미친 듯이 놀아보자고요!”

짝! 짝! 짝!

..피에스타의 방문 날이 찾아왔다.

[작품후기]

촉수 판매 타이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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