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라이프!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이군요. 후후 저도 오래 참았습니다.. 162회
도시로 가자!
“그럼 루토님을 새로이 협력하게 된 용사님으로 신성제국에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조사는 내가 신성력을 선보이는 것으로 빠르게 마무리 되었다.
“마침 제가 온 마차가 있으니 용사님들도 함께 동승하시겠습니까? 혹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면 추후에 마차를 보내드릴 수도 있습니다.”
버나드가 우리와 함께 천막에서 나오던 도중 마차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 이 사람 주변도시 ‘그린델’의 시장이라고 했었지 참
“어떻게 할래, 수아야?”
시온이 옆에 있는 수아를 돌아보며 물었고
“우리 아들은 어떻게 할래요?”
수아는 나를 보며 물었다. 그래서 나도 룬에게 물어보려 고개를 돌렸더니 입을 다문 채 나를 빤히 쳐다보는 룬의 얼굴이 있었다. 결국 선택권은 나에게로 주어진 것이다.
흐음.. 일단 이 군영에 남아 있는 것 자체는 상당히 불편한 일이다.
지금은 나를 용사로 알고 있다지만 내 정체가 혹시라도 들통이라도 나는 경우가 생긴다면 그건 큰 문제다.
어쨌거나 이곳은 신성제국의 병력이 주둔 해있는 장소 아닌가? 적에게 포위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그리고 도시에 가야 될 이유 역시 존재한다. 마경에 나오자마자 집단의식으로 또 다른 ‘나’들이 행한 일들을 살피니..
엘로아와 다른 개체들이 제법.. 아니 매우 놀랄 정도로 일을 성사시켰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곳 군영에 찾아오기 전에 펼쳤던 상단을 이용해서 촉수를 퍼트리자는 계획은 절찬리에 이뤄지고 있었다.
텐타클이라 이름 지어진 상단은 오스카를 비롯하여 촉수에 뇌를 잡아먹힌 상인들을 운용하여 점점 규모를 불려나가고 있었고 촉수를 액체화 시킨 ‘에로틱스’라는 물건은 귀족부인들 사이에 피부 미용에 특효약이라고 소문나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에로틱스는 여성의 몸에 들어가는 순간 체내에 침투하여 자궁으로 이동하고 기생한다. 피부 미용 약이라고 먹었던 것이 사실은 몸의 제어를 빼앗는 촉수를 먹는 일인 것이다.
뭐.. 당한 입장에서는 뭣도 모르고 기생한 촉수가 온갖 발육을 펼쳐줄 테니 당장엔 외모가 상향되는 효과로 보이겠지만.. 그 대가는 촉수 상단의 장기말로서 자신의 남편 혹은 연인에게 텐타클 상단을 돕게 만들도록 유도하는 엉덩이 가벼운 여자가 되는 것이다.
엘로아를 비롯하여 상단에 파견 나온 특수개체들에게는 이번 기회에 들려서 칭찬 좀 해줘야 겠다. 본거지는 수도에 있다지만 정령술과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하여 근처 도시에서 엘로아가 있는 비밀의 장소로 이동 할 수 있다고 했으니..
“도시로 가는 게 좋겠어.”
그렇게 해서 우리일행은 버나드의 마차를 타고 도시 그린델로 향하게 되었다.
“쌉니다! 싸요! 어제 수확한 사과가 한 바구니에 10브론즈!”
“상단에서 짐꾼을 구하고 있소! 생각 있으면 골드버그 상단건물로 오시구려!”
지금 시각은 해가 하늘 한가운데 뜬 정오다,
도시의 성벽을 프리 패스로 통과하여 그 안으로 들어가자 초입부터 시작해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농기구를 든 농부들. 아침부터 술에 취한 사내. 대장간에서 망치질을 하는 대장장이 노인.. 그 외에도 아낙네나 소년 소녀들이 뛰어노는 모습까지..
현대의 도심과 비교하면 그 건물의 높이나 세련됨도 떨어지고 발달되지 않은 중세 도시의 모습이었지만 그 특유의 매력이 있어 가만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눈요기가 되는 도시다.
“여기가 제가 운영하는 도시 그린델입니다. 귀환하는 용사님들의 환영식이라도 준비해야 했는데.. 아무래도 사안이 급해서 곧바로 오다보니 도시에는 미처 알리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마차 안에서 버나드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지만 오히려 용사님들이다! 하며 유난을 떨었다면 마경에서 방금 나온 일행으로서는 피곤함을 느꼈을 것이다. 나와 3명은 괜찮다며 고개를 저었고 버나드는 사람 좋은 웃음을 띠우며..
“대신 용사님들이 지내실 장소는 제가 지내는 곳을 포함해서 이 그린델에서 가장 좋은 건물로 배정해놨습니다.”
호오, 이 도시에서 가장 좋은 장소라.. 솔직히 적당한 여관이었어도 중세라이프를 느낄 수 있어 만족했을 것이다. 그런데 시장인 버나드가 특별히 엄선한 건물이라 하니 더욱 기대감이 커졌다.
“바로 이곳 입니다!”
마차가 멈춰 선 곳은 녹색 잔디가 가득한 평원에 가까운 장소였다.
분명 도심 한 가운데로 이동했는데 이런 장소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는 것이 첫 번째 그리고 그 잔디 언덕 위에 지어져 있는 저택을 보고는 두 번째로 놀랐다.
“제법 괜찮은데..?”
“응! 산 속에 지어진 별장 같은 느낌이야.”
건물은 서양 오래된 거리에서 볼법한 창문이 달린 2층 집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화려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단조로움 속에 정돈된 미가 있었고 동시에 그리 작은 건물도 아닌지라 충분히 저택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만 했다.
“위층에는 룬 용사님이 쓰실 연구실을 포함하여 총 3개의 방이 있고 설비는 모두 최신형의 생활형 아티팩트를 구비해 두었으니 잠시 지내시는데 어려움이 없을 겁니다. 또한 용사님들이 편히 쉬실 수 있도록 호출 시에만 사용인들을 보내 놓겠습니다. 필요한 것은 사용인들에게 전하면 시장 권한으로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전부 마련해 놓도록 하지요.”
설명하는 버나드의 말을 들으며 저택의 안을 살폈다.
중세시대에 있어봤자 가구밖에 더 있겠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생각보다 현대의 아파트 내부 못지않은 설비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최신형 아티팩트가 무엇인가 했더니 바로 불을 키고 끄는 스위치나 가스렌지처럼 불이 일어나는 금속판 그리고 좌변식 화장실에 샤워기 같은 것 까지도 존재한다.
여기에 수도관이 설치되어 있을 리는 없으니 전부 정령마법이니 마법석으로 주문진을 새긴 것 일 텐데 그 값어치를 생각하면 가볍게 볼 수 없는 설비들이다.
“그럼 편히 쉬길 바라겠습니다. 용사님들.”
버나드는 그 말을 끝으로 사라졌다.
남은 우리 일행.. 정확히 나, 수아, 한서희(시온), 이현아(룬)은 이곳 저택에서 생활하게 된 것이다!
허허 지구에서는 상상이나 했겠는가? 반에서는 미인으로 소문 난 수아와 그 못지않게 보이시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 나름 인기가 있었던 한서희 그리고 조용해서 눈에 띠지는 않지만 나름 소요가 있었던 반장 현아까지.. 모두 한 집에서 나와 생활하게 되다니..!
아니.. 사실 미인이든 아니든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저 같은 세계에서 온 이들과 함께 어울려 생활 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나는 만족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한서희가 나를 극도로 싫어하고 있지만.. 이번 기회에 같이 지내면서 친해지면 될 일 아닌가?!
“뭐? 왜 수아랑 이 루토인지 뭔지 꼬맹이랑 같은 방을 쓰는 건데?”
하지만 시작부터 망해버렸다.
한서희에게 방 하나, 그리고 이현아에게 방 하나. 그 외에 방은 나와 수아가 함께 지낸다고 했더니 한서희의 불만이 폭발해버린 것이다.
좋은 방을 쓰느니 나쁜 방을 쓰느니의 문제가 아니다. 그저 수아랑 내가 같은 방을 사용한다는 자체가 싫은 모양이다.
“그야.. 우리 루토는 아직 어린 걸? 엄마랑 같이 자야 할 애기야 애기.”
“맞아! 맞아! 엄마랑 같이 잘래..!”
수아가 가르치는 말투로 말하고 옆에서 내가 수아의 다리를 부둥켜안으며 어리광을 부리자 한서희의 표정이 보기 좋게 붉어졌다. 아차.. 그냥 장난처럼 한 건데 이거 완전 찍혀버린 것은 아닌지.. 실시간으로 한서희가 나를 보는 시선이 꼬맹이에서 바퀴벌레 정도로 격하되는 것이 보인다.
“절대 안 돼! 얘 강민수라면서? 수아야.. 동갑 남자애랑 같은 방을 쓰겠다니..?”
“치.. 전에는 마왕이니 뭐니.”
“넌 조용히해! 음란 꼬맹이!”
내가 음란한 걸 어떻게 알았을까..?
“으응.. 하지만 루토는 내가 낳은 아들이기도 한 걸 엄마로서 같이 자줘야..”
“그것도 이상해! 대체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수아 네가 낳았다니..! 어쨌든 안 돼 차라리 수아랑 내가 같은 방을 쓰고 저 수상한 꼬맹이한테는 독방을 주는게..!”
“흐으음..”
한서희의 격렬한 항의에 나와 한서희를 번갈아보던 수아는 생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안 돼. 루토는 역시 나랑 자야 돼.”
“수아야..”
풉.. 나에게는 잘도 따져 대도 역시 수아에게는 힘을 못 쓰는 군. 수아가 단호박처럼 나오자 한서희가 급격하게 풀이 죽은 모습이 보인다.
“이익..!”
대신 나에게 분노의 시선을 보내는 한서희.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이 모든 게 내 탓이라고 여기는 것이 분명하다. 양보해줄까도 했지만 저렇게 시선으로 압박을 가하니.. 그럴 마음이 싹 사라지는데..
“엄마아 같이 들어가서 코오 잘래요~ 루토 졸려..”
“후훗. 우리 아들 엄마랑 가서 코 자는 거예요!”
내가 어리광 부리는 연기를 하자 그에 맞춰 수아가 대답하며 나를 안아 든다.
끼익-
“수..수아야 안..”
탁-!
문이 닫히기 직전 한서희의 패배에 찌든 얼굴이 엿보였다.
그렇게 해서 수아랑 내가 같이 지내는 걸로 결정 나 버렸고 한서희와 이하연은 각각의 방에서 생활하게 된 것이다.
이하연의 경우 가끔 나랑 생물학 적인 측면으로 토론하거나 연구를 도와줄 때 외에는 계속 실험실에 박혀 있어 볼 수 없었다. 그리고 수아는 낮에는 도시에 있는 신전에 가서 신성력을 수련할 겸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주는 일을 수행하기로 했고.. 어쩌다 보니 낮에는 한서희와 나만 저택에 남아 있게 되었는데.
찌릿-!
“이러다가 뒤통수에 대검이 꽂히는 것 아닌가 몰라..?”
일부러 들으라고 입 밖으로 말했다.
저택에서 나서자마자 한서희가 스토커처럼 나를 뒤쫓는다. 그것도 매우 신경 쓰이는 뾰족한 시선으로 나를 계속 노려본다. 본인 딴에는 내가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공간인지를 늘상 펼쳐두는 나는 뒤통수에도 눈이 달려 있어서 모를 테야 모를 수가 없다.
지그시-
문제는 꼭 눈빛이 내가 뭘 하나라도 잘못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것처럼 쳐다보는 것인데.. 후우 한서희만 생각하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수아와 붙어 있으면 있을수록 나에게 차갑게 대하고 계속해서 시비를 걸어오거나 공격적인 말투를 보내는 상황이 연속적으로 일어났다. 나는 최대한 친해져 보겠다고 먼저 살갑게 대한 부분도 많은데..
솔직히 책잡힐 상황 자체를 만들지도 않지만 수아랑의 관계.. 예를 들어 모유를 받아 마신다거나 혹은 밤에 성관계를 갖는다거나 할 때 혹시라도 들켜서 생난리를 칠 까봐 걱정이다. 방음처리를 하고 공간인지로 감시를 한다고 해도 말이다..
“어쨌든 수련은 계속 해야겠지.. 에휴. 보려면 봐라.”
꿈틀-
나는 적당한 저택 뒤에 공터에 도착하자마자 점액으로 권갑을 만들어 양 손에 씌웠다.
최근에는 남는 시간을 이용해서 스킬 저장소에 있는 스킬들을 다운 받아서 몸에 익히는 연습을 행하고 있다. 비록 마경에서 마물들을 몰아 잡아 폭업을 한다는 계획은 마경의 모든 마물들과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그들의 애틋한 마음 때문에 차마 손을 쓸 수 없었지만..
강해지는 데에는 레벨 업 말고도 스킬을 많이 익히는 것도 있으니까. 레벨업은 차후로 밀어두고 일단 늘어난 능력치로 인해 새로 적응할 수 있게 된 스킬들을 스킬 창에 추가하고 한 번씩 발현해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하압!”
기합성과 함께 그레이 오크식 상위 전투 기술과 리자드맨의 창술 같은 것들을 격투의 방식으로 재현한다. 단순히 같은 무기를 쓰는 것이 아닌 그들의 기술을 다른 방식으로 응용해보는 것이다.
이렇게 하다보면 숙련도가 빠르게 늘어 다양한 무기로 창술이나 검술을 펼칠 수 있게 된다. 촉수 팔을 사용할 수 있으니 최대한 다양한 전투법을 익혀두면 아무래도 유리하겠지..
“흐압!”
그나저나 한서희.. 아직도 나무 뒤에서 내가 수련하는 모습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쟤는 정말 피곤하지도 않은 것일까?
저벅.. 저벅..
“음..”
뒤에서 다가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발소리가 가깝게 들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고개를 돌려 10걸음 앞까지 접근한 한서희를 보았다. 몸에 달라붙는 레더(가죽)아머를 착용하고 어깨에는 그 특유의 쇳덩어리 같은 흑철 대검을 짊어지고 있다.
“한서희 너..”
그토록 나를 혐오하고 의심하더니 결국 저 대검으로 내 머리를 쪼개려는 계획을..!
“야 루토.. 아니 강민수. 너 나랑 대련 한 번하자. 진검으로.”
“내가 순순히 죽어.. 뭐 대련?”
말조차 섞는 걸 싫어하더니 갑자기 대련을 하자고? 이거 대련을 핑계로 날 죽이려는 거 아니야?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한서희의 붉은 눈동자를 빤히 쳐다보니 입을 꾹 다물고 무표정하니 있는 것이 감정을 읽을 수가 없다.
“갑자기 대련이라니.. 이상하다고 생각안해?”
“잔말 말고 무기 꺼내.”
“서희야 난 솔직히 네가 이러는 이유를 모르겠..”
“난 말했어! 간다!”
타앗-!
부우웅-!!
아니 얘가 사람 말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몸을 도약하며 흑철대검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는 한서희!
저 대검의 무게를 생각하면 충분히 사람의 몸을 반으로 가르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일반적인 사람의 경우라면 말이다. 이미 드레이크도 맨 손으로 때려잡을 능력치를 보유한 나에게는 솜방망이나 다름 없다.
내가 이미 마경에서 생활하던 마물 비스무리한 것이라 설명해놨으니 한서희가 이걸 모를 리도 없고.. 죽일 거였으면 검에 검기라도 씌우거나 스킬을 발동했을 텐데 전혀 그런 기미가 없다.
정말로 대련을 하자는 걸까? 얘는.. 피할 수도 있지만 한서희가 나랑 무엇인가 하려했다는 사실에 의미를 두고 어울려주기로 결정했다.
채앵-!
곧바로 점액으로 대검을 형성하며 맞받아친다.
“검술도 할 줄 알아?”
“뭐.. 점액으로 만들 수 있는 무기술은 대부분을 할 줄 알지.”
“좋아. 발동 형 스킬을 제외하고 검술만 사용해서 겨루자.”
흠 스킬 제외라.. 그저 검술을 나누고 싶은 것인가? 이거 분명 친해지자는 거 맞겠지?
“좋지!”
채앵-!
한서희가 마음을 열었다고 생각해서 나는 조금은 흥이 난 목소리로 외치며 검을 휘둘렀다. 물론 한서희가 받아칠 수 있도록 일부러 힘을 빼고 뻔하디 뻔한 검로로 말이다.
“이익..!”
채앵-! 차앙!
한서희는 나를 몰아붙이려는 것처럼 계속해서 참격을 날려댔다.
물론 한서희의 수준으로는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서야 나에게 흠집하나 낼 수 없다. 때로는 방어하고 때로는 허점을 노려 검을 휘두르며 한서희에 검술 그 자체에 도움이 되도록 맞상대했다.
티잉-!
저벅..
“응..?”
그런데 어느 순간 한서희가 내 검을 튕겨버리며 두어 걸음 물러났다.
“대련.. 그만하게?”
“너.. 검법이 오크랑 비슷하네? 아주 비슷해. 예전에 상대해본 오크 마물들이 휘두르던 방식과 말이야.”
“아..”
친해지려고 했다는 것은.. 내 착각이었구나. 한서희가 짓고 있는 고소를 보며 깨달았다. 저런 질문을 한 이유. 뻔하다 마물과 비슷한 검술을 쓰고 있으니 너도 비슷한 족속이 아니냐? 그렇게 몰아붙이려는 것이겠지.
내 검술이 오크와 비슷한 이유? 당연히 그 오크의 검술을 스킬로 가지고 있으니 비슷한 것이다.
“응, 맞아 오크식 검술이지.”
“어째서 너는 마물의 검술을 쓰는 건데?”
“그야.. 전에도 말했지만 난 마경에서 소환되어서 인간이 아닌 모습으로 상당히 오랜 시간을 지냈어. 그 곳에서 생존하기 위해 마물들과 전투를 치렀고 보고 배울게 그들의 전투방식 밖에는 없으니 자연스럽게 전투법이 같아지게 된 거야. 나도 어쩔 수 없었다고..”
내가 이렇다는 데 어쩔 거냐 한서희?
이미 마경에서 살고 있었다는 설정을 해놔서 마물에게 전투법을 배웠다는 이야기 자체에 흠 잡을 것은 없다. 여기서 더 우겨봐야 오히려 한서희가 이상한 사람이 되겠지. 고작 생각해낸 게 이거냐? 한서희? 속으로 피식 웃으며 한서희를 바라보고 있자.
씨익..
웃어?
“아아 오크들이 쓰는 대검술이니 오크에게 배웠겠네? 그런데 이걸 어째? 마경은 보통 비슷한 종류의 마물들이 출현하는 걸로 정해져 있거든? 근데 이 근처 마경은 말이야. 파충류나 짐승형 혹은 대형 마물들만 소환되는 곳이야.. 당연히 아인형인 오크는 없지. 그런데 넌 대체 무슨 마물을 보고 배웠다는 거야?”
“...!”
미친..!
곧바로 집단의식을 발휘하여 마경 미니맵을 훑는다. 과연 한서희가 말한대로 오크 마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말했던 마물의 전투법을 보고 배웠다.. 정확히는 오크의 전투법을 배웠다는 것은 성립할 수 없는 것이다.
“거짓말 쳤네? 역시..! 난 혹시나 했어. 정말로 네가 수상한 점이 없고 내가 질투 때문에 지레짐작하고 널 괴롭히고 있던 것인지. 하지만 직감이 말해 네가 정말로 매우. 불길한 녀석이라고 넌 역시 뭔가 숨기고 있어. 수아가 조금은 이상하게 변한 것도 아마 네가..!”
“한서희.. 나한테 숨기는 부분이 있다는 건 인정할게. 하지만 난 정말로 수아나 너와 같은 3반의 한사람.. 강민수일 뿐이다. 그리고 같은 반의 친구인 너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을 뿐이야.. 그리고 같이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는.. 내가 원하는 건 그것뿐 다른 목적은 없어.”
“아니, 난 너 안 믿어.”
한서희는 그 말을 끝으로 등을 돌렸다.
꿈틀..
순간 한서희를 이대로 보내도 되는 지에 대한 생각이 스치며 손이 올라가며 점액이 들끓었지만 이내 나는 손을 쓰지 못하고 내렸다. 이 자리에서 한서희를 제압한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건 아니니까.
한서희.. 무언가 방법이 필요해.
고심하며 시간이 지나고 밤이 되었을 때 나는 예상외의 인물에게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우리 루토 걱정거리가 있는 거야?”
침대 위에서 수아가 부드러운 여체로 나를 뒤에서 껴안으며 물었다.
“..한서희 때문에. 나를 정말로 싫어하는구나 싶어서.”
“그럼 엄마가 말해볼까? 우리 루토 싫어하지 말라고.”
그렇게 해서 들을까? 아니 오히려 수아가 나에게 이용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한서희이니 오히려 악감정만 더 커지겠지. 한서희와의 관계 개선은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음.. 그럼 이건 어떨까? 루토의 촉수를 넣어주면 서희도 분명 루토를 좋아하게 될 거얼?”
“미친! 무슨 소리야?! 어떻게 반 친구에게 촉수를 넣..”
“나한텐 넣었으면서?”
아..! 그렇다. 나는 수아에게 촉수를 넣었을 뿐만 아니라 임신해서 내 몸을 낳게 했다. 그런데 여태까지 왜 반 친구들에겐 촉수를 사용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거지?
이게다 이 육체 때문이다. 촉수 상태가 아닌 인간의 모습으로 있으니 인간기준으로 생각하고 당연히 반 친구들에게는 손대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이 생겼던 것이다..!
“그..그래 말로 안 통하면 촉수를 넣으면 되는 거였어!”
“루토한테 도움이 된 것 같아서 기뻐. 후훗.”
“그래도 무턱대고 제압해서 촉수를 집어넣으면 싫어할 수도 있으니까.. 방법을 생각해야..”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도와줄게. 나도 서희를 좋아하니까.”
그렇게 밤새도록 한서희 공략에 대해 수아와 의견을 교환하고 토론하고 그리고 협조까지 하는 것으로 ‘한서희 공략법’을 완성시켰다.
그래 한서희.. 내가 비록 인성으로 너와 친해지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자신 있는 ‘분야’로는 널 함락시키고 말 것이다.
[작품후기]
서희야 네가 내 호의를 거절하면 그 때는 내가 촉수가 되는 거야!
+다음 편 부터 (한서희*시온의 경우) 편이 연재 됩니다.
+항상 읽어주시는 신사님들 감사합니다!
+늘 신사님들이 주신 후원쿠폰으로 김치라면을 사먹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