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다른 조교라.. 한 번 참고 해보겠습니다 허허! 160회
재회
“..그렇게 된 거야.”
길고 긴 설명이 끝났다.
그리고 반응은?
웬 미친 소리를 하고 있냐는 것 같은 얼굴로 황당하게 쳐다보는 시온의 시선이 강렬하게 느껴지고 그 옆에서 ‘그렇구나’ 하며 간단한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는 룬의 모습이 보인다. 한 쪽은 너무 정상적인 반응이고 한 쪽은 비정상적이라 이상하다.
“그러니까.. 네가 인간이 아니라 마물 비슷한 상태로 이 세계의 소환 되었고.. 수아의 몸을 빌려서 다시 태어났다?”
촉수가 되었느니 자세한 이야기가 생략되어있지만 대략적으로 맞지 않은가?
“너 지금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지껄이는 거야?”
그게 맞는데.. 어떻게 합니까!?
솔직히 나도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맘대로 일을 터트린 수아를 원망스럽게 쳐다보지만 수아는 아무런 걱정이 없는 해맑은 웃음을 지은 채 ‘왜?’라는 표정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아니 오히려 뭔가를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은 느낌이..
“말이 안 되잖아! 말이! 몸을 빌리다니..? 아니 여자 혼자 애는 어떻게 낳고.. 수아는 아직 x학생인데 너는 10살은 되어 보이고..!”
“어 그건 내 능력을 사용해서..”
“제발 헛소리 좀 그만해!”
아아 지금이라도 수아의 머리가 이상해져서 정신착란을 일으켜 나를 자신이 낳았다고 여기는 거라고 말할까.. 아니면 다 촉수를 심어 버려!? 아..아니 이건 아니다. 대체 이걸 어떻게 수습해야 하나 멍하니 허공만 보고 있을 때..
스윽.
“수아야?”
내 앞을 막아서며 수아가 나섰다.
“헛소리가 아니야. 루토는 정말로 내가 내 자궁으로 낳은 내 아이가 맞아.”
“그게.. 무슨 소리야 대체..? 수아 너 지금 스스로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지 이해하고나 있는 거야? 혹시 마경에서 충격을 먹어서 그런 거라면..”
“아니 나 지금 멀쩡해. 서희야 잘 들어. 루토는 원래의 괴물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 도움이 필요했고 나는 그런 루토에게 내 자궁을 빌려준 것뿐이야. 내가 허락한거야!”
“아..으..”
잘한다! 수아엄마!
나한테 매섭게 몰아붙이던 모습과는 반대로 역시 수아에게는 약한 시온이었다.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수아엄마가 알아서 해결해주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하며 흥미진진하게 쳐다보고 있을 때..
꼼지락. 꼼지락..
응? 웬 작달만한 손가락이 내 이마에 난 뿔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면을 보니 하늘색의 눈동자와 단정한 앞머리가 보인다. 숨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상태에서 나를 지그시 내려 보며 열심히 내 뿔을 만지작 거리고 있는 룬.. 이하연의 모습이 보인다.
“하연아..? 너 뭐하는 거니?”
“신기해. 뿔. 악마 뿔? 아니면 드래곤 뿔?”
“용 쪽에 가깝기는 한데..”
“신기해.”
아니 얘는 대체 왜 이래? 분명 기억 상으로는 특별할 것도 없는 반 친구들이었는데 이 세계에서 재회하고 보니 다 이상한 애들뿐이다. 수아에게 집착하며 나에게 엄청난 적대감을 느끼고 있는 한서희만큼이나 이하연도 이상하다!
꼼지락.. 꼼지락..
이하연.. 이하연.. 생각해보면 반에서 보이시한 매력과 학교대표 육상선수로 유명했던 한서희와는 다르게 이하연의 존재감은 희미했다. 그저 반장으로서 가끔 설문지나 안내지를 나눠주거나 가끔 성적표가 나올 때 1등을 차지해서 반 앞에서 선생님의 칭찬을 받던 모습 정도..?
꼼지락- 꼼지락-
외모도 이런 외모가 아니었다. 시온, 한서희는 닮은 구석이라도 있지만 이하연의 경우 키도 작아지고 눈망울도 커졌다 거기다가 분위기도 묘하게 달라져서 범생이에서 귀여운 아이돌 소녀 정도로 변했다고 해야 할까?
꼼지락..
“야 그만 만져!”
“응.”
고개를 끄덕이며 뿔에서 손을 떼는 이하연 이것으로 끝인가 했는데 용건이 있는 것처럼 또 나를 지그시 쳐다본다.
“피 조금만 뽑아도 될까? 2리터.. 아니 1리터만.. 안 아프게 뽑아줄게?”
어느새 한 손에 뾰족한 바늘을 꺼내들고 내 팔을 꽉 쥐고 있는 하연의 얼굴이 보인다. 아무리 저렇게 간절하고 장화신은 고양이처럼 올려다봐도.. 미..미친! 팔을 빼내려고 하니까 눈이 위험하게 빛나며 바늘을 꽂으려고..!
“이..이거 놔!”
“연구!”
겨우 뿌리치고 나서야 나는 수아 엄마의 품 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괜찮아요. 엄마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엄마아..”
내 피를 뽑으려는 저 미친애랑 계속 무섭게 노려보는 눈 빨간 애 좀 막아주세요..
“누가 엄마야!? 지금 둘이 달라붙어서 뭐하는 건데?! 야 강민수! 수아한테서 안 떨어져?!”
눈에 불을 키고 달려들 것처럼 벌떡 일어나는 한서희. 꼭 눈이 연인의 바람피는 장면을 목도한 것처럼 위험하기 그지없다. 항상 반에서 수아랑 붙어 다니는 건 알 고 있었는데 단순히 친구 사이가 아니었던 건가!?
-휘익-!
“야 너! 검..검 내려놓고!”
“수아한테서 떨어져!!”
흑철대검까지 들고 있는 모습이 이미 눈이 돌아간 것 같았다. 한 대 후려패서 진정시켜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찰나에..
꼬르륵-!
뭐냐 이 우렁찬 밥달라는 신호는..? 이미 모유를 충분히 마신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내 배에서 난 소리는 아니고.. 수아? 아니다 수아 역시도 이미 충분히 내 것을 마셨다. 고개를 갸웃하며 자신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은 수아가 보인다.
“배..배고파아..”
털썩-!
“서..서희야?”
“한서희!?‘
그렇다 소리의 근원지는 한서희의 배. 달려들려던 자세 그대로 바닥에 엎어지는 한서희.. 검이 그대로 몸을 찌를 것 같아 발로차서 치우기는 했지만 몸을 잡는 데에는 실패했다. 결국 흙바닥에 얼굴을 대고 대자로 뻗은 모습이 되어버렸다.
“야! 한서희! 괜찮아? 정신 차려..!”
뒤늦게 그 어깨를 잡고 일으키며 흔들어보니..
“배..배고파.. 밥 줘어..”
어쩐지 풀린 눈으로 중얼거리고 있는 것이 상태가 매우 좋지 못하다.
“하연아.. 서희 왜 이러는 거야? 애가 완전히..”
수아의 뒷말은 아사하기 직전이란 말이 생략되어 있었다. 나 역시도 서희의 상태를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하연을 쳐다본다. 어쩐지 창백해 보이는 안색으로 서있는 하연이 천천히 그 입을 열었다.
“3일 전쯤에 식량 다 떨어졌어. 다시 돌아가기엔 늦어서.. 그리고 드레이크를 만나고 격렬한 전투 해서 에너지 소모.. 그리고.. 나도..”
꼬르륵-!
덥썩-!
한서희와 마찬가지로 말을 하던 도중 휘청거리며 쓰러지는 하연을 수아가 잡아챈다. 수아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연신 ‘배고파’라고 중얼거리는 하연...
“아무래도 얘네 뭐 좀 먹여야 할 것 같아..어떡하지 루토?”
“음, 식사를 해야겠네.”
꿈틀.. 꿈틀..
반쯤 정신을 놓고 있는 서희와 하연을 점액 침대에 눕히고 수아와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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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가 어제 그 놈 마누라하고 말이야?”
“오늘은 대박! 호구들 잔뜩 걸려서 전부 뜯어냈다니까?”
마경 관리지대인 제 7군영 근처에 위치한 중형도시 ‘그린델’의 술집은 오늘도 호황이었다.
그리 크지 않은 건물의 안에는 원형 탁자가 빼곡히 들어차있고 각각 자리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각자의 목소리로 왁자지껄 떠들어댔다.
홀짝.. 탁.
모두가 화기애애한 상태로 흥건히 취해서 소리를 지를 때 묵묵히 술을 마시고 잔을 내려놓기를 반복하는 이가 있었다.
홀짝...
탁.
건물의 가장 구석자리에 홀로 앉아 있는 괴인. 갈색의 로브를 두건까지 깊게 눌러쓴 괴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술을 마시는 것 외에 다른 행동을 취하지도 않았다. 가끔씩 탁자 위로 올라오는 팔의 소매가 걷어지며 하얗고 예쁜 손이 드러났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확한 성별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정말 이상한 손님이라니까..?’
술집 여급, 라라는 최근 들어 매일 술집에 들리는 이 손님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어느 사춘기 소녀들이 신비한 동화 같은 일에 관심을 갖는 정도의 호기심이었다. 오늘은 뭐라도 알아내보리라 그렇게 다짐하며 라라는 야채볶음이 담긴 접시를 가지고 괴인에게 다가갔다.
“손님 주무하신 야채 볶음 나왔습니다.”
“아 고맙다 인간.”
‘역시 말투 이상해..’
자기는 뭐 인간이 아니란 말인가? 살며시 접시를 내려놓으며 무슨 말을 꺼낼까 고민하던 라라는 나무잔에 든 술이 거의 바닥이 나있는 것을 보며 깜짝 놀랐다.
“이..이거 안주도 없이 전부 마신 거예요? 거친 용병들도 몇 모금 마시면 비틀거리는 드래곤 브레스를?!”
“별 것도 아니더군. 주인님의 미약에 비하면 이 정도는 순할 뿐이지.”
“미..미약이요?”
“그래. 흐음 인간 너는 꽤 친절한 편이지. 너에게도 그 미약을 맛보게 해주고 싶군 그래. 암컷으로 태어나 그 행복을 맛보지 못한다는 건 꽤나 불행한 일이지..”
‘이..이 사람?!’
혹시 자신을 희롱하고 있는 것일까? 미약을 맛보게 해주고 싶다느니 암컷의 행복이니 하는 말의 내용만을 들어보면 희롱이 틀림없다. 하지만 말하는 분위기가 좋은 것을 너에게도 맛 보여주고 싶다고 너무 자연스럽게 말하고 있어서 전혀 기분이 나빠지지 않는다.
‘거기다가 이 사람 목소리.. 일부러 깔아 내리고 있지만 분명 여자가 틀림없어.’
“주인님은 정말 대단하시지. 주인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평생 여자로서의 기쁨을 알 수 없었을 거야. 나는 주인님의 종복으로서 아주 행복하고 자랑스럽다. 지금은 비록 불러주시지 않으시지만 반드시 나를 불러주실 거야. 그렇겠지?”
“아 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여급 라라는 괴인의 앞에서 그 말을 듣고 있었다.
“주인님은 대체 언제 연락을 주시는 것이지.. 아니 주인님을 기다리는 건 노예로서 당연한 일이니까.”
“그 주인님이란 사라암.. 뭐하러 기다려요오? 보니까 연인 사이 그런 것 같은 데에 자기 여자를 생판 모르는 도시에 놓고 가는 남자가 어딨어요오!”
어느새 괴인과 술을 나눠마셔 혀가 꼬인 라라가 괴인 대신 화를 내며 소리쳤다.
“아니 다르지 나 따위가 주인님의 연인이 될 리가 없지. 그저 내 하복부에 주인님이 깃드는 영광이..”
“그러니까 섹스를 했단 거잖아요! 하복부면..!”
“그건 조금 다른..”
“아이 정말! 혹시 그 주인님이란 남자가 엄청난 초미남인거예요? 그것도 아니면 그 쪽이 얼굴이 추녀라서 매달리는 거예요? 어디 얼굴 좀 봐요.. 견적 좀 봐보게!”
“흐음..”
잠시 생각하는 것처럼 침음을 흘리던 괴인은 ‘뭐 상관없나’라는 말과 함께 쓰고 있던 두건을 벗었다. 두건에 의해 답답하게 뭉쳐있던 검은 머릿결이 살랑거리며 흘러내리고 긴 속눈썹과 함께 백옥 같은 피부와 오뚝한 콧날을 가진 미인의 상이 드러난다.
“뭐..야 예쁘잖..응? 귀가..! 엘프였어요?”
“엘프라 정확히는 에로프다.”
“에로프..? 엘프? 이..일단 다시 두건 쓰세요! 혹시 누가 보면..”
라라는 말을 하던 것을 멈추고 자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괴인.. 에로프 시온의 두건을 다시 씌워줬다. 그러고서는 누가 본 사람은 없는 지 두리번거리는 꼴이 꼭 나쁜 짓을 저지른 소녀와 같은 모습이었다.
정작 시온은 태연한데 반해 라라가 유난을 떠는 이유는 그녀가 술집여급으로서 듣는 말들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제국에서 엘프는 아예 볼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엘프 국가의 폐쇄성 때문인지 엘프가 돌아다니는 경우가 적었다.
그렇기에 노예 상인들에게 있어 엘프들은 희귀 명품 그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하아.. 엘프라니.. 저 솔직히 처음 봤어요! 정말 이야기대로 예쁘고 아름다우세요. 엘프는 숲에서 지내고 풀과 이슬만 먹는다고 하던데 진짜인가요?”
“으음 고기도 먹는다.”
“헉! 역시 용병아저씨들의 이야기는 다 거짓말이었군요!“
잠시 시온이 엘프라는 사실에 경계의 기색을 취했던 라라이지만 아직 성인이라 할 수 없는 나이인 만큼 금세 눈앞에 마주한 엘프 시온에게 관한 관심을 표했다.
“그나저나 엘프를 기다리게 하다니.. 그 주인이란 분도 바보네요. 그러다 아름다운 엘프님이 떠나버리면 어떻게하려고..”
“주인님은 바보가 아니다! 문제가 있다면 내 쪽이겠지.”
“정말 지고지순의 사랑이네요..”
“흐음. 그렇다. 음? 가봐야 될 시간이군. 값은 이걸로 치루지 인간.”
짤랑-!
금빛 동전을 하나 라라의 손에 쥐어주고는 시온은 자리에서 일어나 여관의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런 시온의 뒷모습을 홍조를 띄운 채 멍하니 바라보던 라라는 뒤 늦게 손에 쥐어진 동전을 확인했다.
‘이..이건 텐타클 상단의 금화!?’
엄지만한 금색의 동전에 문어와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 형상이 음각되어 있는 금화. 분명 최근 신성제국에 신흥 상단으로 유명한 텐타클 상단의 금화가 틀림없었다. 술값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가치를 가지고 있었고 그렇다고 해서 남은 돈을 팁으로 삼기에도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저기..!”
라라는 고개를 들며 시온을 부르려했지만 이미 술집의 안에서 시온의 모습은 발견할 수 없었다.
저벅. 저벅..
이미 해가 져서 어두워진 도시의 골목을 계속해서 걷는 시온. 중소도시이기에 밤에 기름을 태우면서까지 불을 지피고 있는 집은 없었다. 그렇기에 너무나도 어두운 골목은 사람은 물론 쥐새끼 한 마리의 그림자조차 찾아 볼 수 없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무기를 들고 다닐 수 있는 이 세계에서 어둠 속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기에 모두 숨을 죽이고 밤에는 집에서만 머무는 것이다.
저벅..
미로와도 같은 골목을 몇 번이나 돌고 돌아 결국 시온이 도달한 곳은 전면이 막혀있는 막다른 길이었다. 더 이상 나아갈 수도 없는 막혀있는 벽까지 천천히 걸어간 시온은 입고있던 로브 자락을 풀어 내렸다.
꿈틀-..!
로브는 땅에 떨어지기 전에 점액으로 변해 시온의 몸에 맞춰 검은 야행복으로 변형되었다. 그 상태로 시온은 벽을 향해 걸어갔다.
어디 골목길에서나 볼법한 흔하디흔한 더럽고 오래된 석벽이었지만 이 벽에는 한 가지 비밀이 있었다.
특정 인원들 예를 들어 정령을 볼 수 있는 엘프나 에로프들의 시야에는 벽 앞에 서있는 아주 작은 생명체가 보인다.
“노움.”
드드득..
벽의 바로 앞바닥 부분이 봉긋 올라오며 흙으로 이루어진 작은 난쟁이의 모습으로 변형한다. 고깔모자를 쓴 어린아이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그 얼굴에는 주름이 가득해 노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난쟁이의 정체는 흙의 하급 정령 노움이었다.
정령의 형태란 것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구색을 갖추겠다는 목적으로 이런 모습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문을 열어줘.”
- 열겠나이다..
드드득..
노움이 벽에 손을 올리자 벽의 표면이 울렁거리며 하나의 형태를 이루기 시작한다. 작은 진동이 스쳐 지나가고 낡은 석벽이었던 것의 표면에는 고급스러운 장식이 가미된 문이 만들어져 있었다.
- 좋은 시간되시길..
끼이익-!
어눌한 말투로 노움이 문을 열어주자 시온은 자연스럽게 그 문 너머로 걸어 들어갔다.
탁-!
시온이 입장하자 문이 닫히며 난쟁이와 문이 벽과 땅으로 녹아들며 사라진다. 잠시 스쳐 지나간 신기루처럼 골목에는 흔한 막다른 벽만 남아있을 뿐이다.
또각.. 또각..
붉은 실크로 짜여 진 카펫이 길게 깔려 있는 복도. 천장에는 하나하나가 집 한 채 값인 빛을 내는 아티팩트들이 촘촘히 박혀 있고 양 벽면에는 보기만 해도 범상치 않은 명화나 석상들이 배치되어 있다.
어떤 부자의 대저택에 가더라도 이 정도의 사치를 부릴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부유함이 복도의 초입부터 펼쳐진다.
또각..
“안녕하십니까 대장님.”
“안에서 여왕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복도의 끝 거대한 황금의 문 앞에서 바니걸과 메이드복을 걸친 미녀들이 시온을 보며 정중한 태도로 인사한다. 두 사람.. 아니 긴 귀로 보아 두 에로프의 예우는 걸치고 있는 음부와 가슴골이 훤히 보이는 복장과는 달리 귀족들의 그것처럼 기품이 넘쳤다.
당연하다 애초에 고위층 인간들의 접대를 위해 훈련된 이들이다.
만약 자연의 종족인 엘프들이 이 모습을 보았다면 자신들과 같은 모습을 하고 치욕을 주지 말라며 욕을 했을 지도 모른다. 허나 뭐 어떤가 이들은 엘프가 아닌 에로프인 것을..
“들어갈게.”
드드득..
시온의 말에 두 에로프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결코 사람이 열 수 없을 것 같은 거대한 문을 가녀린 두 팔로 밀어서 열었다. 문이 서서히 열리며 그 틈새로 빛이 새어 나온다.. 그리고 문 너머로 보이는 광경이란.
“아앙..! 하으읏! 거기 더 쑤셔줘어엇!”
찔꺽-! 찔꺽-!
“후훗, 부인 정확히 어디라고 말하지 않으면 모른 답니다?”
“보지이! 내 보지에 깊숙하게 쑤셔 박아줘어엉..! 하아앙!”
찰싹-! 찰싹-!
“이 음란한 암퇘지 년!”
“헤오옥! 저는 음란한 암퇘지에요오옷! 엉덩이 맞으면서 천박하게 가버리고 있어엇!!”
...난교의 장이 펼쳐져 있었다.
보석으로 장식된 상들리에 아래에서 땀과 체액으로 젖어있는 나신의 여체들이 서로의 음부와 남근을 맞부딪치며 거리낌 없이 상스러운 신음성을 내지른다. 특이한 점이라면 성교를 나누고 있는 이들 중에서 남자는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토끼귀나 메이드복을 걸치고 보라색 남근을 내밀고 있는 여성이나 혹은 나신에 가면을 쓰고 신음을 내지르며 박히는 쪽의 여성들 밖에는 없었다.
또한 보라색 남근을 내밀고 있는 여성들의 귀는 모두 길었다. 그렇다 이들은 전부 에로프들인 것이다. 그렇다면 가면을 쓰고 있는 여성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하으응! 내 그 곳 망가져버려엇! 큰 거로 쑤컹쑤컹해서 늘어나 버려엇!”
“암퇘지 보지에 거대 자지 쑤셔 박아 넣어주세요옷!”
창녀들도 하지 않을 법한 상스러운 말과 천박한 신음을 목청껏 내지르며 엉덩이를 흔들고 있는 그녀들. 가면을 쓰고 있어 정확한 얼굴을 알 수는 없었지만 만약 그 지인들이 보면 그녀들의 정체를 눈치 챘을 것이다.
귀족가의 여식 혹은 부인이.. 바로 그녀들이었다.
또각.. 또각..
시온은 그런 난교판의 한 가운데로 나있는 길을 따라 아무런 감흥 없이 계속해서 걸었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는 거대한 황금의 옥좌가 존재했다.
“흐음..”
옥좌에 앉아 서류더미를 쌓아놓고 고심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도장을 찍고 있는 여인. 앉아 있는 자리와 같이 황금빛의 금발이 어깨를 타고 허리까지 내려와 있고 그저 서류를 읽고 있는 얼굴만으로도 우수에 찬 듯 자애로움과 극상의 미가 느껴진다.
또한 몸매는 어떤가? 걸치고 있는 검은 드레스는 노출도가 적은 편이었지만 가슴의 라인과 s자로 꺾어지는 골반 때문에 더없는 색기가 넘쳐흘렀다.
“다음은 골드로드 상단에서 주문한 내역입니다.”
“그린 녹스 가문에서 추가로 에로틱스를 주문했습니다. 어머니.”
그런 여인의 양 옆에서 검은 정복을 입은 녹색 머리의 에로프와 일반적인 메이드복과는 달리 보랏빛의 메이드복을 걸친 에로프가 계속해서 서류를 건넸다.
시온이 보이지 않을 리 없는 바로 앞까지 다가온 상태였는데도 일에 열중하고 있는 지 전혀 눈치 채지 못한 모습이다.
“여왕님 보고 드리러 왔습니다!”
결국 기다리던 시온이 먼저 자세를 낮추며 소리쳤다.
“응? 아.. 왔군요. 암살대장.”
잠시 피곤에 절은 눈으로 멍하니 시온을 내려다보다가 들고 있던 서류를 쓰레기처럼 던지며 대답하는 여왕.. 엘로아. 그 옆에 있던 메이드복의 루나가 재빠르게 다시 잡아 서류더미에 끼워 넣는다.
“어떤가요? 주인님에 대한 소식은 있었나요..?”
“인간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이야기들을 엿들었습니다만.. 아직 진입했던 용사들이 빠져 나왔단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그럼 혹.. 주인님이 따로 메시지를 보내신 것도..?”
“아쉽게도 없었습니다.”
“그..렇군요.”
급격하게 우울해지는 엘로아의 표정변화에 주변마저도 가라 앉아 보이는 효과가 일어났다. 그 미모는 주변 분위기에 영향을 정도로 뛰어난 경지였다.
“주인님께서 맡기신 일은 열심히 처리했는데.. 대체 마경에서 무엇을 하시 길래 사념파마저도 끊어버리셨는지.. 걱정이 되네요. 빨리 일의 성과를 보여드리고 싶은데..”
“주인님께서 아신다면 분명 기뻐하실 겁니다. 여왕님과 레네 단장님 루나님이 한 일들을 듣는 다면 말이죠.”
“후훗.. 그랬으면 좋겠네요. 아니 칭찬하시지 않더라도 무사히 돌아오기만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니 시온 주인님의 소식이 들릴 때까지..”
“네, 마경에 진입한 관련 소식이 들어오는 데로 곧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부탁할게요.”
다시 고개를 숙여 인사 한 시온이 홀을 빠져 나가고 여왕 특유의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던 엘로아는 레나와 루나를 돌아보며 울상을 지었다.
“저기 이거 그만하면 안 되는 거야? 너무 많잖아 에로프적으로다가..”
“어머니 하셔야 합니다.”
“반드시 결제할 서류인 걸요? 여.왕.님.”
두 에로프는 단호박처럼 엘로아의 징징거림을 차단했고..
“그럼.. 두 사람이 하면..”
“후훗.. 이미 루나랑 저는 이 몇 배나 되는 서류를 처리했답니다? 그 중에서 반드시 엘로아 여왕님께서 처리할 중요 서류들만 간추려 온 거니까.. 여왕님만이 할 수 있는 일인 거지요.”
“아으읏..! 나도 섹스하고 싶어! 눈앞에서 저 인간 암컷들은 맘대로 섹스 하는데!? 나는 이딴 일만 하고 있으라고 말이 돼!? 나도 푹찍푹찍 촉수랑 놀고 싶단 말이야!”
“그럼 일을 마치고 하시면 되겠네요.”
“참고 있는 건 저희도 마찬가집니다. 어머니.”
“아, 정말!”
결국 욕구불만과 광란 상태에 눈이 돌아간 엘로아는 폭풍과 같은 손놀림으로 서류를 넘기고 도장을 찍어대기를 반복했다. 처리한 서류들이 펄럭거리며 한 장씩 뒤로 넘어가고.. 그 서류의 표면에 찍혀져 있는 촉수와 문어를 합친 것 같은 붉은 인장.
그것은 고위 가문들의 세를 등에 업고 빠른 속도로 세력을 부풀리고 있는 신흥 거대 상단 텐타클 상단의 인장과 같았다.
[작품후기]
좀 적다보니 길어졌군요.. 축하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사실 성실연재 이게 무슨 이벤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허나 축하를 받았으면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이 인지상정.
늘 읽어주시고 쿠폰쏴주시는 독자님들.. 그리고 추천 선작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독자님들 덕에 힘이 납니다.
+ 갑자기 나온 상단이야기는 오스카가 운용하던 그 상단에서 출발한 것이 맞습니다. 앞으로의 전개를 위해 중간에 꼭 넣어야 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