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기생촉수가 되었다-148화 (148/266)

+ 아 그리고 글 잘리는 건 아닌지 걱정해주신 분 계시는데 저도 그게 걱정입니다. 글이 짤리면 이제 조아라에서 촉수물은 영원히 안녀엉..! 148회

새 엄마가 생겼다

“여길 어떻게 내려 갈 거야? 시온.”

“하아..”

일이 일어났던 현장을 찾는 데는 성공했다.

허나 장소를 찾아냈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그저 수아가 실종 된 자리를 찾아냈다는 것에 불과할 뿐. 시온은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구덩이를 보며 아득함을 느꼈다. 용사의 육체를 믿고 벽을 타고 내려가기엔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너무 구덩이가 깊어 보인다.

“방법.. 나 방법이 있어! 룬.”

“방법?”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 룬에게 시온은 의미심장한 얼굴로 손가락을 들어 룬을 가리켰다.

“도와줘, 룬! 마법사잖아? 깨작거리는 안경잽이 녀석과는 다른.. 진짜 펑펑 터지는 마법쓰는 마법사잖아? 하늘 정도는 날 수 있지, 응?”

“...”

작은 소녀인 룬에게 그 두 배는 되는 시온이 애걸복걸하는 모습은 그리 보기 좋은 꼴은 아니었다. 시온이 눈물을 짜내든 달라붙든 귀찮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룬은 허공에 손을 집어넣고(아공간) 두 벌의 비닐 망토를 꺼냈다.

“나도 수아 친구. 준비를 하지 않은 건 아니야.”

“룬.. 이게 뭐야?”

“투명 망토. 비행기능 탑재. 몬스터한테 걸리지 않는 은신 기능도 있어.”

“루운.. 룬! 너 정말 최고야!”

시온이 감동해서 외치며 투명 망토에 손을 뻗으려고 하자 투명망토가 다시 나왔던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진다. 헛 손질을 하게 된 시온은 싱긋 웃는 얼굴로 ‘룬?’하며 돌아봤다.

왜 안주냐는 항의적인 의미가 명백히 실린 시온의 시선에 룬은 작은 손바닥을 내밀었다.

“공짜 아니야. 연구 재료 줘.”

“뭐어어?! 그.. 그냥 주면 안 돼? 게다가 연구재료라면 또 그거..?”

“응, 그거.”

룬이 말하는 그것이란 다름 아닌 빛의 용사의 혈액이다. 이 세계로 떨어지고 나서부터 자신의 이름을 ‘룬’이라 지을 정도로 마법학에 빠져든 룬은 천고의 연금술 재료인 빛의 용사의 신체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아..아니.. 피 뽑는거 아픈데..”

방금 전까지 몬스터를 학살하며 검과 몸으로 그 피를 마시던 시온이 할 만한 말은 아니었지만 시온은 주사를 무서워하는 어린아이처럼 몸을 움츠렸다.

“아니면 안 줘.”

허나 돌로 만든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인지 단호박처럼 고개를 돌리며 말하는 룬을 보며 시온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입을 열 수 밖에 없었다.

“알았어! 주면 되잖아?! 얼마면 돼? 얼마나 뽑아갈 건데?”

“2리터.”

아기자기한 손가락 두 개로 표현하는 것이었지만 그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나 빈혈로 죽일 셈이야? 룬?”

“빛의 용사. 재생력 높음.”

“끄으응..”

결국 시온으로선 룬의 제안을 허락 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피를 2리터 뽑아내더라도 친구인 수아는 구해내야 할 것 아닌가?

울상이 된 시온과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는 룬. 이 두 소녀는 투명망토를 걸치고 천천히 깊은 구덩이의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구덩이의 끝은 마경의 5층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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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초월체인데..! 분열체도 변이체도 쓰는 촉수 스킬이 발동 안 되는 게 말이 돼?!”

아니 침착하자.. 나. 지금은 단순히 화를 낼 때가 아니다. 화를 낸다고 해서 지금 눈앞에 있는 수아의 상처가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분명 방법이 있을 것이다.

초월체다.. 무려 ‘초월’이라는 수식어가 들어가는데 특별한 힘이 없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애써 무시하며 다시 한 번 침착하게 상태창을 살핀다. 빛의 용사의 특별함이 상태창에 권능이 있으며 레벨이 존재한다는 것이니 분명 이 상태창에 답이 있을 것이다.

[ 권능 : 정복자 ]

빛의 용사의 육체를 대상으로 기생을 성공시킬 경우. 해당 용사가 지니고 있는 권능을 복사 해옵니다.

< 현재 저장 중인 권능 - 조율자(정수아) >

이거다!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재생이라는 부분에서 회복 능력과 유사한 권능 조율자! 곧바로 수아의 늘어난 복부 부위에 손을 얹고 권능 정복자 - 조율자에 관한 것을 강하게 연상시켰다. 여태까지의 경험이라면 머리에 연상하는 것만으로 상태창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을 터..

[ 권능 - 조율자를 발동 하시겠습니까.. Yes / No.. ]

촉수 스킬을 사용할 때와는 조금 다른 메시지창이 보인다. 곧바로 예스를 선택하자 손 위로 녹색의 빛이 맺히며 수아의 몸에서 상처가 생긴 부위가 붉은 색으로 보인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분열체가 기생되어 있는 부분은 보라색이며 붉은 부위가 보이지 않았다.

보라색 부분을 피해 몸에 남아 있는 붉은 부위를 손에 맺힌 초록빛으로 스쳤다. 그러자 아주 천천히 멍이든 부위가 사라지기 시작한다. 복부에서부터 허리, 벌어진 음부까지 손을 스치자 조율자의 빛이 사라졌다.

보아하니 양분 재생과는 달리 한 번의 터치만으로 가능한 것 같다. 다만 치료되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꽤 시간이 걸릴 것 같다..

후우, 아무리 치료가 더디더라고 하더라도 당장 상태가 더 나빠질 일은 사라졌으니 한 시름 놓았다. 소중한 반 친구.. 수아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이 풀리자 다리에 힘이 풀리며 촉수 캡슐에 털썩 걸터앉았다.

흘러내린 타액으로 얼룩진 수아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미안한 마음이 들어 조율자로 흘러내린 액체가 나오기 전으로 조정했다. 편안하게 잠든 수아를 보고는 시선을 돌렸다. 계속 보고 있으면 계속해서 시간만 보내고 있을 것 같아서다.

지금 내가 할 일은 상태창을 확인하는 것이다.

방금 전 새로운 힘인 ‘정복자’처럼 무언가 쓸만한 것이 있을 지도 모른다.

* 종족: 미정 ( Lv. 1 ) - 용사 * 초월체 * 혼종

* 권능: 정복자

* 스킬: 없음.

* 능력치 - 잔여 능력치: 100

[근력] 100 [민첩] 100 [마력] 100 [행운] 100

[ 현재 보유 양분: 0 point. ]

[ 생물 연구소 ]

[ 스킬 저장소 ]

[ 벌레 연구소 ]

가장 먼저 보이는 종족란.. 이름이 있어야 할 부분에 미정이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보니 이 상태창은 내 이름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나는 강민수인데.. 다시 태어났기 때문일까? 이름을 잃었다는 생각에서인지 어딘지 모르게 찝찝하다.

그건 그렇고 종족이 용사, 초월체.. 그리고 혼종이라.

용사나 초월체나 예상했던 바이지만 혼종은 처음 보는 종족이다. 그래도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는 않다. 여러 몬스터 마물의 유전자와 빛의 용사의 유전자까지 뒤섞인 나를 표현하는 데 있어 ‘혼종’이라는 단어가 제일 적합한 것 같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거 권능 정복자.. 보아하니 빛의 용사들에게 주어지는 그 권능인 모양인데 능력 설명칸을 읽고 있자니 골 때리는 부분이 있다.

[ 권능 : 정복자 ]

빛의 용사의 육체를 대상.. 기생을 성공시킬 경우.. 대상 권능을 가져온다..

하! 정복자 그 이름처럼 엄청난 능력이다. 수아의 설명을 들으니 조율자 말고도 여러 권능이 존재하고 그것들 중에는 비합리적이며 사기적인 능력 역시 존재한다했다. 그런 권능을 가져올 수 있다니 말이다.

“그런데.. 왜 가져오는 조건이 대상에게 기생하는 건데..?”

아니 이거.. 반 친구 중 누가 미쳤다고 촉수를 기생시키는 것을 허락해줄까? 남자애들이야 당연히 논외고 여자애들 중에서도.. 그나마 수아가 착하고 촉수인 나를 좋아해줄 정도로 상냥해서 허락 해 준거지 어느 여자애가 자신의 자궁에 촉수를 담아 주냔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그러니 이 권능 정복자는 수아의 조율자를 흡수하는 데에서 그치는 그냥 조율자 버전 2일 뿐이다.

그나마 쓸 만해 보이는 건 현대에서 지구로 넘어온 인간 용사의 기본 능력치가 올 10인데 반해 이 초월체의 육신은 모든 능력치가 100이라는 부분이다.

이건 아마도 종족값이 적용 되서 일 것이다. 고블린의 타고난 능력치와 용종인 포레스트의 태어났을 때의 능력치가 다른 것처럼 일반 인간 용사와 반마 반룡 반령 그 외에도 리자드맨이니 오크니 고블린이니 기타등등 다종족의 특성을 타고난 이 육체와는 그 스타트 기점부터 다르단 이야기다.

어쩌면 용사가 레벨업을 할 시 얻는 능력치도 다를 수도 있다. 이미 잔여능력치 100이 채워져 있는 것을 보면 일반 용사가 레벨업을 할 시 얻는 능력치 10이 아닌 100을 얻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두고 보면 이 육체의 베이스는 그리 나쁘지 않다. 다만 레벨 업을 하려면 마물을 잡아야 되는데 이 마경 안에는 마물은커녕 동물 한 마리 없고 입구는 점액으로 막혀 있는데 촉수능력을 상실해서 열수도 없다는 것이다.

남의 권능을 가져올 수 있는 ‘정복자’가 있으면 뭐하고.. 또 여러 종족의 유리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봐야 무슨 쓸모가 있냔 말이다.

“잠깐만..”

남의 권능을 가져와.. 여러 종족의 특성..?

그 순간 머릿 속으로 한 장면이 스친다.

처음으로 기생한 대상의 스킬을 저장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나는..

- 당장 모든 에로프들하고 변이체들한테 스킬을 덧씌운다! 그리고 최강의 촉수군단을 만드는 거야! 하하하!

“정말 멋진 생각이에요! 주인님.”

- 일단 제 1호로 가장 먼저 엘로아에게 해볼까?

“하으응..! 제가 주인님의 제 1호라니 감동받았어요!”

그렇게 엘로아에게 각 종족의 비기들의 정수들을 스킬로 전송시켰는데..

“도..도저히 못하겠어요!”

- 아니 그럴 리가!? 스킬 레벨이 마스터 레벨인데 못 한다니?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 지.. 또 어떤 감각으로 움직여야 하는 지.. 육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 각 종족이 익히고 있는 전통적인 스킬 앞에 종족명이 붙는 이유는 해당 종족만이 그 스킬을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당초 계획했던 온갖 스킬들로 무장한 촉수군단을 만드는 계획은 종족적 한계로 인해 실패하고야 말았다.

“그런데 이 육체는.. 온갖 종족들의 특성을 전부 가지고 있어. 그러니 다른 종족들의 스킬을 전부 가져와도 내 것처럼 사용할 수 있을 거야.”

그런데 그것을 실행시키기 위해서는 ‘스킬 저장소’가 필요하다.

숙주에게 기생했을 때만 나타나는 그 항목이 말이다. 이 육체는 촉수가 아니며 그렇다고 해서 분열체가 기생하고 있는 숙주 같은 것도 아니지만 어째선지..

“늘 있는 장식처럼 생각하고 있어서 눈치 채지 못했지만.. 분명 있잖아!? 스킬 저장소!”

띠링-!

[ * 현재 저장 스킬 * ]

- 공간인지 Lv. 70

- 집단의식 Lv. 70

- 엘프궁술(상급) Lv. 100

- 불정령술(상급) Lv. 100

- 오크식 투란(중급) Lv. 100

....

촤라락 내려오는 스킬 저장소의 창을 보며 나는 전율을 느꼈다.

단순히 이 상황을 벗어나 촉수 스킬을 회복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가 아니다. 정말로 이 육체로 온갖 종족들의 비기를 전부 취득할 수 있다면..

상급 정령을 몇 마리씩이나 끌고 다니면서 동시에 절정에 달한 검술과 궁술을 쓰는.. 먼치킨 판타지 소설에나 나올 법한 주인공이 되는 것도 꿈은 아니다!

그런데 과연, 정말로. 이 스킬을 내가 전송 받을 수 있는 것일까? 또 숙주가 아니라느니 하면서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거절당하는 거 아닐까..?

[ 스킬 : 집단의식 Lv. 70 전송 시도 중.. ]

[ 스킬 : 형태변형 Lv. 70 전송 시도 중.. ]

떨리는 마음으로 가장 위에 있던 두 스킬의 전송을 시작한다.

[ 스킬 전송 성공! ]

된.. 된다!?

[ 오류발생! ]

[ 오류발생! ]

오류발생? 이런 적 없었잖아!

설마 또 숙주가 아니라서 안 된다거나..

[ 해당 개체의 존재레벨(Lv.1)이 낮아 수준을 재조정해 전송 됩니다. ]

[ 스킬 : 집단의식 Lv. 30이 생성 되었습니다! ]

[ 스킬 : 형태변형 Lv. 30이 생성 되었습니다! ]

[ 스킬 : 공간인지 Lv. 30이 생성 되었습니다! ]

“되긴 됐는데.. 레벨 부족이라니? 약한 변이체한테 스킬을 입힐 때도 이런 메시지는 뜨지 않았는데.. 혹시 rpg 게임마냥 용사는 스킬 배우는데 레벨이라도 필요한 거냐고..”

레벨이 부족해서 스킬을 제대로 익힐 수 없는 거라면 상위 스킬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불안감을 안고 상위스킬 중 하나인 ‘에아렌식 정령검무(최상급)'를 선택해서 전송을 시도해 보았다.

[ 해당 개체의 존재레벨(Lv.1)이 낮아 수준을 재조정해 전송 됩니다. ]

[ 스킬 : 에아렌식 정령검술(초급) Lv. 30이 생성 되었습니다! ]

이런 제기랄!

지금 내 렙이 초보렙이라 그 어떤 스킬을 익혀도 초보 수준으로 밖에는 익힐 수 없다. 상위 스킬은 하향 조정 되서 배우게 되고 일반 스킬이라 할 지라도 스킬 레벨이 30에 그치는 것이다.

“일단 촉수스킬을 되찾은 걸로 만족하자. 집단의식에 접속할 수 있으니 다시 촉수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으니까. 동굴을 막고 있는 점액도 치울 수 있을 테고..”

동굴의 점액을 치울 순 있지만 곧바로 밖으로 나가지는 않는다. 지금 레벨 1인 나의 전투력은 마경 6층의 마물들에게는 한 끼 간식거리 수준 밖에는 되지 않는다. 촉수능력으로 당장 해야 할 것은 바로 수아의 치료..

이미 조율자가 적용 받고 있지만 양분재생까지 더해진다면 당연히 회복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촉수 캡슐! 수아를 치료해줘.”

꿈틀-!

사념유도의 레벨이 30이기에 사념파를 쏠 수 없어 입으로 소리를 내어 명령했다. 이미 집단의식으로 이 육체와 연결되어 있기에 촉수캡슐은 수아의 양팔과 다리를 묶고 있던 부분을 풀어내더니 곧바로 그 주위에 보라색 살덩이로 만든 촉수가닥을 움직이며 수아의 몸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꿈틀꿈틀..

“역시 치료는 양분재생이지.”

조율자를 사용해도 사라지지 않던 배의 시퍼런 멍 자국이나 벌어져 있던 부위가 눈에 띄게 줄어들며 빠르게 회복된다. 이대로라면 수아가 금방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수아가 일어난다면.. 레벨에 따라 스킬을 익히는 부분에 대해 물어보고 해결되는 대로 이 동굴을 나간다. 가슴촉수와 항문 촉수가 남아있는 수아와 파티를 짜고 ‘쩔’을 받는다면 레벨 업 역시 금방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아무 문제가 없어. 이대로 기다리기만 하면..

“응?”

뭐냐 이 허전한 감각은..?

꼬르륵-!

“미..미친 이거 설마..!?”

꼬르륵..

“하하.. 이거 좋아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그렇다 이건 배고픔이다.

양분만 있으면 오욕이 해결되는 촉수와는 달리 이 육체는 배고픔을 느낀다.

분명 지구에 있을 때 몇 년 간 느꼈을 감각인데도 지금의 내게는 이 배고픔이란 것이 어색하기 그지없다. 어쨌든 성욕과 더불어 식욕까지 돌아왔다는 사실에서 다시금 인간에 한 발자국 가까워졌다는 기쁨이 샘솟는다.

꼬르르륵..

“쩝.”

허나 동시에 이 배고픔이라는 상태변화에 당혹스럽다. 몇 끼나 굶은 수준인지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이 배고픔을 견뎌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촉수, 꿈틀이의 몸은 숙주가 필요하다는 것 말고는 이런 배고픔이나 성욕에 휘둘릴 필요가 없어서 참 편했던 것 같기도.. 제기랄! 내가 별 생각을 다한다.

정신 차리자 강민수.. 그토록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고 싶었으면서 인간에 가까워지자 마자 촉수의 몸이 그립다고 생각하다니..

꼬르르륵..

“도..도저히 못 참겠어!”

무언가 먹을 것을 찾아야 한다.

주변을 돌아보니 이 동굴 안에는 이끼는커녕 먹을 만 한 건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럼 연목에는 무언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떠올렸지만. 아까 내 모습을 비춰볼 때 투명한 연못에는 무언가 헤엄치는 것이라곤 발견 할 수 없었다.

왜 이딴 삭막한 동굴을 선택한 것인가!? 라고 따지기에는 이곳으로 수아를 이끈 장본인은 바로 나다.

“그렇다고 해서 촉수캡슐에 영양액이 남아있는 것도 아니고 전부 유전액으로 바꿔 버렸으니..”

꼬르륵..!

“하아아.. 그만 울려대..! 진짜 먹을 만한 게..어?”

배고픔으로 인해 짜증이 솟구치고 있을 때 내 시선을 잡아 끈 것은 조금씩 치료가 이뤄지고 있는 수아.. 정확히는 그 탐스럽게 부풀어 있는 과실과도 같은 젖가슴이었다.

-푸릉.

분홍빛 유두의 끝에 살짝 백탁색 모유방울이 매달려 있는 유방은.. 단순히 쳐다보고만 있는 것으로도 내 식욕을 자극했다. 한 입 가득 물면 저 무르익은 유실의 끝에서 톡하고 모유가 터져 나오지 않을까..?

“아..안 돼! 반 친구의.. 수아의 가슴을 물다니.”

단숨에 달려들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참아낸다. 만약 촉수 상태인 나였다면 이러고 있는 사이에 벌써 저 젖가슴을 거침없이 쭉쭉 빨아대고 있었을 테지만...

내게 성욕이란 것이 생기고 깨달았다. 그동안 촉수로서 아무 생각 없이 수아에게 해오던 일들이 성적으로 얼마나 부끄러우며 엄청난 짓이었는지 말이다.

그것만 생각하면 수아에게 너무나 미안하다.. 그러니 아무리 배가 고프다고 한 들 나는 절대로 저 달콤한 꿀처럼 흐르는 맛있어보이는 모유를 빨지 않을..

꼬르륵!

“크르르.. 도.. 도저히 못 참아! 이럴 때를 대비해서 가슴에 유전액을 채워 놓은 거잖아? 게다가 어차피 촉수 스킬들을 사용하려면 이 몸에도 양분 포인트를 채워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러니 저 모유..아니 유전액을 빨아서 양분을 채워야 하잖아!”

어느새 충실한 자기합리화를 실행한 나는 성큼성큼 걸음으로 눈을 감고 있는 수아의 앞까지 다가갔다. 그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들녀석에게 자극이 올 정도로 하얗고 부드러운 여체가 눈앞에 있다.

죄책감이 다시 뭉클 솟아올랐지만.. 가까이서 부풀어 있는 가슴을 보니 더욱 충동을 참을 수 없었다. 창피함이고 뭐고 굶어죽으면 다 무슨 소용이야?!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움과 동시에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두 손으로 수아의 양 젖가슴을 움켜 잡고 있었다!

치익- 치익-

“허어..”

마치 분무기가 뿌려지는 것처럼 유실의 끝에서 모유가 분사되며 달콤한 젖내가 코끝을 간지럽 힌다.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늦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잘..먹겠습니다. 하우읍!”

양 가슴의 유두를 모아 한 입에 두 젖꼭지를 집어넣은 순간 달콤한 모유의 액체가 입 안을 가득 채운다.

-꿀꺽. -꿀꺽.

뭐야 이거 너무 맛있어! 안에서부터 따듯한 모유의 열기가 전해져 채워지는 느낌이다. 게다가 얼마나 모유가 잘 나오는 것인지 아무리 빨아 마셔도 나오는 양이 줄지 않는다.

츄릅! 쮸우웁..!

입 안에서 사탕을 굴리듯이 유두를 혀로 할짝거리고 볼이 홀쭉해질 정도로 사정없이 가슴을 빨아 들인다.

“으응..”

그 때 위에서부터 수아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이미 배고픔을 채우는 한 마리의 짐승이 된 나는 그 소리를 인지하지 못했다.

“꺄악..뭐..뭐야!?”

스윽!

..하지만 다음 순간 수아의 놀란 음성과 벌떡 일어나는 움직임에 나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수아 보다도 더 크게 놀라며 가슴에서 입을 떼고 뒤로 물러났다. 얼마나 모유를 마셔댄 것인지 내 입가가 축축했고 수아의 놀라서 커진 눈동자를 마주할 수 없어 시선을 내리니 어느 샌가 단단하게 변해 고개를 치켜들고 있는 아들 녀석의 모습이 보인다.

지금의 내 모습.. 그리고 이 상황.. 잠들어 있는 미소녀를 건드린 완전히 변태 새x 그 자체 아닌가?!

“수..수아야 그러니까 이건!”

어떻게든 상황 설명을 하려고 할 때.

-덥썩!

수아가 내 얼굴을 두 팔로 끌어안으며 그 풍만한 가슴으로 내 얼굴을 덮쳤다. 푹신한 가슴의 뭉클거리는 감촉과 마음을 편하게 하는 젖내를 맡으면서도 위기감이 발동한 나는 이 상황을 파악하려 노력했다.

이거 설마 수아가 나를 놓치지 않고 패주려고 잡아 두는 것인가?!

-또옥..

이변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자세히 볼 수는 없지만 위에서 떨어진 투명한 액체 방울.. 공간인지를 통해 확인하니 수아가 내 쪽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거 완전히 변태로 오해 받아서 미움을 사버린 거 아니야?

“수..아야 설..명할게 숨..막혀 이것 좀 놓고..”

“내 아가..”

응?

“내 뱃속에서 있던 내가 낳은 아가 맞지?”

우는 것인지 웃는 것인지 눈물이 가득한 얼굴로 묻는 수아에게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수아는 방긋 웃으며 다시 한 번 나를 강하게 안아주더니 그제 서야 품에서 나를 떨어트려 놓았다.

“모습이 많이 달라졌긴 하지만 나 민수야.. 깨어나 보니까 이런 모습이더라고.”

“검은 머리랑 보라색 눈.. 그리고 나머지 전부 너무 잘생기고 사랑스러워. 역시 내 아들이야.”

아들이라니.. 내가 수아의 아들..? 아니 맞긴 하지만..! 수아가 나를 낳아준 건 맞으니 생물학적으로 모자관계는 맞다. 하지만 수아는 그저 내 육체를 만들기 위해 자궁을 빌려준 것이 아니었나? 그럼 지금 나랑 수아의 관계는 반 친구인가 모자관계인가.

“저기 수아야 나 민..민수라니까?”

혼란스러운 나는 혹시 수아가 출산을 끝마친 직후라 상태가 좋지 못해서 그런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내 이름을 말했다.

“응,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다음 순간 수아는 너무나도 맑은 눈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민수도 맞지만 동시에 내가 낳은 내 아들이기도 하잖아?”

[작품후기]

인생이 망해 버렸습니다.

야간 알바 뛰다가 아침 시험 있는 시간에 잠들어버려서.. 중간고사 시험을 못 본 것이지요.. 자격증을 따기 위해선 일정 점수를 취득해야 하는데 한 과목이 f가 뜨게 생겼으니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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