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후 완결되면 대대적인 수정을 하겠습니다!! 135회
Chapter 4 : 빛의 용사
컹! 컹!
일단 급한 대로 막긴 막았는데 눈앞이 컴컴하다.
나를 보고는 으르릉거리며 및 미친 듯이 짖어대는 이 하이에나 녀석들.. 역시 아무리 길가의 돌멩이라 할지라도 자신들이 하는 일을 방해하면 적이라는 건가. 이거 위험하다.. 허나 물러설 수도 없다.
[ 형태 변형 Lv. 80 스킬을 시전 합니다! ]
꿈틀- 꿈틀-!!
크기라도 불려서 시각적인 위협을 한다!
하이에나 마물 녀석들의 두세 배는 되는 덩치로 커지자 자신들보다 큰 무언가에 위축 된 것인지 하이에나들이 뒷걸음친다. 다행이다. 세밀한 변형에는 양분 소모가 심해서 그냥 보라색 슬라임 상태로 커지기만 했는데 어느 정도 먹혔다.
녀석들이 나를 탐색하는 동안 생긴 틈을 이용해 뒤에 누워 있는 반 친구 후보의 모습을 색감까지 씌워서 감지한다.
바닥에 흘러내리듯 퍼져 있는 분홍색의 머리카락과 파리한 안색으로 두 눈을 감고 있다. 아까 전에는 상황이 급해서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그 얼굴을 자세히 보니 이 용사가.. 내 반 친구라는 것을 확신했다.
티라노 마물에게 죽었던 두 명과 달리 소녀의 얼굴은 여러 번 본 것처럼 익숙하다. 그 머리 색이 분홍색이랄 뿐이지 검은 색으로 대조하면 난 과거에.. 정확히는 인간이었을 때 이 소녀를 학급에서 본 것이 틀림없다.
이상한 점은 같은 반인 이상 이 소녀의 이름을 알고 있을 텐데.. 너무 오래 기생촉수로 지냈기 때문일까? 이상하게 소녀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뭐 좋다. 중요한 건 소녀가 나와 함께 이 세계로 넘어온 반 친구들 중 하나란 것이고 지금 당장 살려야 한다는 것뿐이다.
안타깝게도..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하다.
소녀의 몸 전체를 그 신체 내부까지 관찰한 복부 쪽으로 깊게 패여 있는 상처가 보인다.
두꺼운 쇠꼬챙이가 훑고 지나간 것 같은 상처는 내장까지 짓이겨 버렸다. 저건 당장에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치명상이다. 다행히 용사는 신체 능력이라도 뛰어난 것인지 숨은 붙어있는 것 같지만 시간을 오래 끌 수 없는 것만은 확실하다.
크르릉..!
캐앵! 캐앵!
가장 큰 장애물은 이 녀석들.. 한 마리라면 형태 변형과 촉수 병기, 폭주(격동 꿈틀거림 Lv. 70 스킬) 같은 스킬들로 처리해버릴 수도 있겠지만 한 눈에 보기에도 10마리가 넘어간다. 저것들을 확실하게 보내 버릴 방법이란 ‘촉수 폭탄’ 뿐이다.
허나 촉수 폭탄을 사용하고 나면..? 의식을 잃은 반 친구는 누가 치료 할 것인가?
그대로 상처가 덧나서 죽거나 혹은 지나가는 마물에게 죽거나.. 아무리 생각해도 최악의 가정 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기에 자폭이란 수단 역시 불가하다.
까드득! 까드득!
하이에나 녀석들은 그 와중에 이빨 가는 소리를 위협적으로 흘리며 당장에라도 달려들 것처럼 눈을 부라린다. 야성으로 가득 찬 눈빛이 제법 살벌하게 번득거리지만 솔직히 귀찮고 경계심만 들 뿐 두렵지는 않다.
포레스트의 용 눈깔을 생각하면 저건 애들 장난이나 다름없으니까.. 아 포레스트!
포레스트만 이곳에 있다면 저런 하이에나들 쯤 한 번 째려보기만 해도 깨갱거리며 도망칠.. 잠깐만 포레스트의 용안만 이곳에 있다면..?
용안! 그래 용안이다!
굳이 포레스트가 올 필요도 없다. 모든 종의 정점이 지닌 눈으로서 시선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하위 생명체들을 위축시키고 공포에 질리게 만드는 ‘용안’ 그것을 이 자리에 구현만 시키면 되는 것이다!
용안을 만들어 낼 방법이 있다.
생명 연구소에 보관되어 있는 포레스트의 유전자를 토대로 형상기억과 형태변형의 스킬을 운용해 신체 부위를 연성할 수 있다. 인간을 만들어내자는 시도에서 이미 점액으로 사람의 눈이나 코 입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으니 어떻게든 해낼 수는 있을 것이다.
문제는 용안의 격이다. 단순히 사람의 눈을 만드는 것과 용종의 힘이 담긴 용안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양분의 소모량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 번이라도 용안을 연성해보았다면 그 양분의 소모량을 짐작이라도 해 볼 텐데.. 포레스트의 유전 정보를 얻어낸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시도를 해보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 도시락처럼 챙겨 놓은 양분 포인트로 충분할지는 알 수 없다.
캥! 캥!
하이에나들이 한 걸음씩 다가오기 시작했다. 몸을 바짝 낮추는 것이 언제라도 달려들 준비를 하는 게 틀림없다.
좋다. 용안을 만들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지금으로선 방법은 이것뿐이다.
-꿈틀. 꿈틀.
형상 기억 스킬로 저장되어 있는 용안의 모습을 불러내고 형태 변형으로 연성을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최대한 포레스트의 유전자를 토대로 용안을 재현하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 양분 저장량 97%.. 83%.. 70..45.. ]
제길 쭉쭉 빨리는 구나!
이대로 있다간 양분 0%가 되어서 자폭하고 마는 것 아닌가!?
꿈틀!
[ 양분 저장량 33%.. ]
[ ‘형태 변형‘ 스킬 발동에 성공하였습니다! ]
멈..멈췄다..!
거기에 더해 정확히 내 부풀린 촉수 몸체 한 가운데에 샛노란 용안을 연성하는 것에 성공했다!
캐..캐앵!
끼이잉..
용안과 시선을 마주친 하이에나 마물들이 일제히 귀를 내리며 몸을 낮춘다. 똥마려운 개처럼 땅바닥만 보고 낑낑거리거나 오줌까지 지리는 녀석이 있는 것을 보면 겁을 먹었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역시 하이에나 따위가 드래곤에게 상대가 될 리 없지!
끼이잉.. 끼이잉..
그런데 이 녀석들..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 인지 내 뒤 쪽을 힐끔힐끔 쳐다본다.
[ 전부 죽고 싶은 거냐!? 썩 꺼져라! ]
어림도 없지!
최대한의 살기를 담은 사념파를 쏘아 용안에 잔뜩 힘을 주고 녀석들을 노려본다.
깨갱! 캥!
타다닥..!
꽁지가 빠져라 도망치는 녀석들. 진작 물러날 것이지!
아차.. 이럴 때가 아니다.
-슈욱!
곧바로 몸을 돌리며 촉수부터 날린다. 기절해 있는 소녀에게 촉수를 들이대는 것이 음란한 쪽으로 밖에는 생각되지 않지만 지금 나는 위급환자를 치료하는 직업 의식 뚜렷한 의사와 같은 심정으로 소녀의 몸에 촉수를 올리는 것이다.
-찌익.
피로 젖어 있는 로브를 찢어 상체의 환부를 노출 시킨다.
이런..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이거 직접 보니 상태가 심각하다.
배꼽의 아래 부분에서부터 가슴 밑까지 닿을 정도로 깊게 파인 자국이 있다. 보아하니 두꺼운 발톱에 그대로 살을 짓뭉개고 지나간 것 같다.
만약 조금이라도 더 깊게 들어갔다간 심장까지 닿아 숨이 끊어졌을 것이다. 물론 지금의 상태라고 해서 괜찮다고는 할 수 없다.
어찌 되었든 내장이 완전히 망가져 심각할 정도로 출혈이 일고 있는 것은 변함이 없다. 이런 상태로 하이에나 마물들을 향해 성법을 시전하고 있었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지금도 언제 생명이 끊어질지 모르는 치명상이기는 하지만 잘린 신체 부위마저 재생시키는 촉수의 양분치유를 사용한다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할 것이다.
곧바로 환부에 촘촘히 촉수가닥들을 접촉시키고 양분을 투여해 양분치료를 시전한다.
-꾸물.꾸물.
양분이 빠져나감과 동시에 양분 포인트가 소모된다는 메시지가 실시간으로 나타난다. 이 정도 살이 패인 수준의 상처라면 지금 가지고 있는 양분의 5퍼센트, 500point 정도면 충분히 치료하고도 남을 것이다.
[ 양분 저장량.. 21%..20%.. ]
응?
잠깐 멈춰! 뭐야.. 이거 왜 이래? 새로운 신체 부위를 만들어내는 것도 아니고 그저 원상태로 복귀시키는 건데 양분 소모량이 제정신이 아니다. 심지어는 상처 부위가 미세하게 치료 되었을 뿐 변화가 없다.
양분 치유를 사용하는데 이렇게 소모량이 큰 경우는 단 한 가지뿐이다.
치료대상의 생물체로서 고등생물체일 때, 단순히 지능을 가졌다 해서 고등생물체가 아니다. 하이엘프, 하이오크, 여왕앤트, 포레스트와 같은 순혈용종등 종족 중에서도 특별한 개체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에로프도 때려잡을 수준의 하이에나 마물한테 당해서 빌빌거리는 이 반 친구 후보가 그런 고등생물체라는 건가?!
아니 따지고 보면 용사도 인간들 중에서 특별하기는 하니까.. 제기랄.
쓸데없이 생물로서의 격이 높아서 치료를 하다가는 내가 말라 죽게 생겼다.
침착하자..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궁을 통해 기생을 하고 기생한 상태로 숙주를 자가 회복시키면 훨씬 적은 양의 양분으로 육체를 재생할 수 있다. 그런데.. 정말로 이 방법을 써도 되는 걸까?
상대는 반 친구다.
내가 인간이란 것을 증명하는.. 인연 중 하나란 말이다.
만약 치료를 하고 깨어났는데 ‘나는 촉수가 되었어. 그런데 네 몸에 기생중이야 만나서 반가워!’ 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다고 해서 다시 한 번 자궁기생을 했는데 다시 음부를 통해서 빠져 나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성법을 쓰는 걸로 보아 처녀 집착신인 라키엘의 근거를 들어.. 처녀 일텐데..
에라 모르겠다. 일단 살리고 보자!
-폴짝!
축소시킨 분열체를 움직여 반 친구의 상처 난 배 부분 위로 착지한다. 그리고 점차 분열체를 녹여서 끈적거리는 점액체의 상태로 만들고 그대로 ‘침투’스킬을 사용하여 자궁 윗부분에 흡수시킨다.
-꾸물..꾸물..
신체 내로 흡수된 점액들은 곧바로 미세한 세포의 벽을 뚫고 자궁까지 이동하여 다시 분열체의 형태로 돌아온다. 여기까지 왔다면 사실상 끝났다.
자궁의 한 가운데에 자리 잡은 나는 곧바로 미세촉수를 뻗어서 자궁 내벽에 연결 시켰다.
-꿈틀.. 꿈틀..
[ 자궁 기생에 성공하였습니다! ]
[ 숙주의 정보를 갱신합니다.. ]
기생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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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 너는 어쩜! 얼굴도 이쁜데 착하기까지 완전히 공주님이라니까?”
“수아야.. 나 너 좋아해! 나랑 사겨줘!”
어렸을 때부터 귀가 닳도록 예쁘다, 착하다, 상냥하다라는 단어들을 듣고 자랐다.
거울을 보면 그저 특별할 것도 없는 자신이 보일 뿐인데.. 주변에서 계속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 바보가 아닌 이상 알 수 밖에 없다.
자신이 예쁘다는 것을 말이다.
‘나 예쁘구나..’
초등학생 시절의 수아는 자신이 예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예쁜 아이의 유리한 점 역시도 깨달았다.
아이들이 선망의 시선을 보내며 친해지려 다가오고 선생님이나 마주치는 모든 어른들 역시도 친절하게 대해주거나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경우가 많다. 어디선가 예쁘면 세상 살기가 편하다고 들었는데 그것을 너무 어린 나이에 수아는 알아버렸다.
허나 얼마 지나지 않아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 역시 존재하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자라면서 남자들이 보내는 음흉한 시선들이 불쾌했고 별로 얼굴을 아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불러내서 고백을 하는 횟수가 잦아지자 부담스럽기 그지없었다.
“솔직히 수아 재수 없지 않아?”
“맞아, 완전 남자애들한테 꼬리치고 여우가 따로 없다니까?”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다보니 또래 여자애들에게 질투를 당하거나 따돌림을 당하기도 십상이었다. 남자 아이들의 관심과 여자 아이들과의 관계를 함께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니 그것은 정말로 피곤한 일이었다.
“수아는 역시 착하네.”
“얼굴도 예쁘고 상냥하기까지.. 완전 천사님이라니까?”
허나 그 무엇보다도 답답한 것은 외모가 주는 인식이다.
미인에도 종류가 있다. 차가운 인상, 도도한 인상, 섹시한 인상.. 그 중에서 수아는 착해 보이고 상냥해 보이는 인상에 해당했다.
주변에서는 예쁘다고 칭찬함과 동시에 너는 예쁘고 착할 것이다라는 이미지를 은연중에 강요했다.
중학생 3학년에 들어서는 반항심이 생겨 불량한 애들과 놀아나거나 술이나 담배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반의 담임선생님이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너는 착하게 생긴 애가 왜 그런 짓을 한 거니?’라고 묻자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내가 뭐가 착해?! 왜 나를 니들 멋대로 판단해! 나는 나인데 왜..!”
그렇게 발악 하듯이 주변을 둘러보며 외친 순간. 돌아온 것은 부정적인 시선이었다.
‘예쁘게 태어났다고 지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부터 시작해서 ‘자기 멋대로 오해하고 피해망상을 부린다’ 그런 반응들뿐이었다.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았고 뱉은 진심을 잠시간의 방황 따위로 치부했다.
“수아야 나는 너 이해해”
“수아야 나는 너의 편이야. 나랑 사겨줘.”
그 와중에도 외모에 대한 것만을 보고 달라붙는 모든 이들이 토할 정도로 역겹고 구역질이 났다.
그 때 부터였을 것이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상대에게 마음을 주지 않으며 그저 그들이 원하는 것처럼 상냥한 이미지를 연기하기 시작한 것이.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는 그 상태를 계속 유지했다. 조금만 웃어주고 상냥한 척을 하며 아무것도 모른 척하면 모든 상황이 너무나 편해진다. 그저 너무 오랜 시간 그런 ‘척’을 하다 보니 자신이 정말로 다른 이들이 말하는 사람처럼 된 것 같아서 스스로를 잃어가는 기분이 들 뿐이다.
‘그래.. 이거면 됐어.’
그러던 중 한 소년을 만났다.
“제가 반장이 되고 싶습니다!”
새로운 학기 첫날부터 의욕적으로 나섰지만 그 어딘지 모르게 허술해 보이는 의욕만 앞선 모습 탓에 반장은커녕 부반장도 되지 못한 아이.
“애들아 축구하자! 오늘 컨디션 좋다니까!?”
매일 축구를 하자고 제일 먼저 나서며 뛰어다니지만 막상 축구를 시작하면 죽어라 달리기만 할 뿐 득점 하나 하지 못하는 저질적인 감각의 아이.
“선생님 이 문제 잘 모르겠습니다!”
“이 녀석아 몇 번을 설명했는데.. 하아 알았다.”
수업 면에서도.
“축제 제가 나가고 싶습니다! 저 노래 진짜 잘 부르거든요?!”
“에이 거짓말! 선생님 민수 노래 진짜 못 불러요. 완전 음치-”
학급 활동에서도.
모든 면에서 의욕만 앞서고 열심히 하기는 하지만 심하게 덜렁대며 일을 실수하는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까?
“어어..!?”
콰당-!
지금도 그렇다. 복도의 반대편에서 들고 오던 책 무더기를 전부 떨어 트리고 넘어지고야 만다.
솔직히 말해 한숨 밖에 나오지 않는 그 모습에 그냥 지나치고 싶지만 ‘착한 척’을 하는 수아, 자신의 이미지 상 눈앞에서 넘어진 사람을 무시하고 지나가는 것은 나중에라도 말이 나올지 몰라 곤란하다.
“괜찮니? 안 다쳤어?! 아프겠다..”
“아으.. 아파 무릎 까졌어! 아 그렇다고 큰 문제는 아니고.. 아니 안 도와줘도 돼! 나 혼자서도 충분히..”
“아니야. 같은 반 친구인걸. 민수..? 라고 했었지. 내가 도와줄게.”
“정수아..맞지? 고맙다 야!”
역시 이름을 알고 있었다. 하긴 같은 반이었던 이들 중에서 자신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수아는 주섬주섬 책을 모아 소년에게 건넸다.
“다음엔 조심해.”
그렇게 말하며 상냥한 웃음을 짓고 소년, 강민수를 지나치려 할 때 그 목소리가 뒤를 붙잡았다.
“그런데 정수아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응? 묻고 싶은 거라니..?”“전부터 아-주 궁금했는데 말이야. 너 왜 그렇게 웃냐?”
‘도대체 무슨 말일까나.. 그렇게 웃는 다는 것이.’
그 말 자체의 의미와 전후 사정을 고려해 해석하려 했지만 역시나 상황에도 맞지 않는 질문이다. 수아는 강민수의 얼굴을 살폈다. 뚫어져라 시선을 맞추고 무표정한 것이 평소와 달리 가볍게 보이지 않는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걸.. 혹시 내가 뭘 잘못한 게 있니, 민수야?”
“아니 그냥 궁금해서. 왜 전혀 즐거워 보이지도 않는데 맨날 억지 웃음을 달고 살길래 궁금해서 물어 본 거야.”
‘아.. 기억났다.’
이 물음에 순간적으로 머리가 새하얗게 변하며 당황해서는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그대로 도망쳤다.
그 뒤로 강민수만 보면 그 자리를 피했고 어째선지 스스로 이유를 찾지 못하면서도 강민수가 하는 것을 매일같이 관찰하게 되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남들이 바보 같다고 하고 왜 저렇게 무식하리만큼 열심히 하는 강민수가 짓는 그 웃음이 실로 진실 된 것이란 걸 말이다.
‘민수는 진짜 웃음을 가졌으니까.. 그런 질문을 한 거였어.’
그에게는 ‘착한 척’ 하는 그 미소가 얼마나 가짜처럼 보이고 한심하게 보였을까. 수아는 왠지 모르게 서럽고 창피했다. 그리고 강민수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이 생겨났다. 그것은 선망으로부터 시작되어서 점차 호감이 뒤섞여 애정이 되었다.
가짜는 진짜를 동경하게 되는 법이니까.
나중에 가서야 수아는 확신했다. 자신의 감정이 강민수를 좋아하는 것이었단 걸 말이다.
‘그런데 이미 미래에 펼쳐질 내용을 전부 알고 있는데.. 왜 민수랑 대화를 하고 있는 거지?’
-쩌저적..!!
그걸 자각한 순간 공간에 금이가며 바닥이 깨져 나가기 시작한다.
“꺄아아악!”
땅이 꺼지며 몸이 밑으로 빨려 들어가자 수아는 반사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몸을 버둥거렸다.
“수아야 내 손 잡아!!”
깨져 나가는 복도의 위에서 강민수가 손을 내밀고 있었고 그것을 발견한 수아는 양 팔을 최대한 위로 뻗어보지만 내밀어진 손을 잡기엔 그 거리가 너무 멀다.
‘안 돼.. 잡을 수 없어.. 민수의 손..!’
그렇게 포기하며 눈을 감으려는 순간...
-꿈틀-!! 쑤우욱..!!
강민수의 팔이 보랏빛으로 변하며 ‘촉수’가 되어 팔을 휘감는다. 그 괴상한 광경에 당혹감이 들었지만 이내 두 팔을 꽉 감싸며 잡아당기는 감각에 안정감을 얻었다.
“하악..!! 허억..하아...?”
전신이 싸늘하게 축축하다. 주위를 둘러보니 검은 종유석과 암석으로 이루어진 어두컴컴한 공간의 모습이 보인다. 정수아, 자신은 어떤 두꺼운 종유석에 등을 기대고 누워 있는 상태였다.
‘여긴.. 마경.. 마물들은?’
생각의 흐름에 따라 자신이 마경에 들어왔으며 마경의 층계바닥이 무너져서 알 수 없는 공간으로 떨어졌고 블랙스토커 무리를 만나 큰 상처를 입고 성법을 사용했던 순간까지 기억났다.
“꿈.. 아니 꿈일 리가 없어. 그건 분명 현실이었단 말이야.. 그럼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난 죽은 거야? 설마? 고백도 못했는데..!”
눈물을 머금으며 중얼거리기를 반복하던 수아는 뒤늦게 자신의 몸을 살피던 도중 이상한 부분을 발견했다.
“뭐야.. 상처가 없다니?”
블랙스토커의 공격으로 복부에서 큰 출혈이 있었다는 걸 분명히 그 몸으로 느꼈었다.
현재 입고 있는 로브의 상태는 당연하게도 블랙스토커의 발톱 공격에 따라 찢어져 있으며 붉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헌데 그 찢어진 내부의 부분이 이상하다. 흰색의 맨살 부분에는 조금의 상흔도 보이지 않는다.
‘내가 치유의 성법을 쓴 걸까..?’
“아니 절대 아니야. 무의식적으로 쓸 수 있는 기술도 아니고 만약 썼다면 블랙스토커들은 어떻게 설명.. 아으윽..!”
상황을 파악해 나가던 수아는 돌연 자신의 배를 부여잡으며 고통의 신음성을 흘렸다. 배의 안쪽이 시리게 아프며 크게 멍이 든 것처럼 검붉게 물든다.
[ 야! 너무 움직이지 마라 아직 상처 완전히 나은 거 아니라서 봉합 터진단 말이다! ]
“에..?”
갑자기 들려온 웅웅거리는 목소리에 수아는 배 부분의 고통마저도 잊고 멍청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작품후기]
아.. 오늘은 실로 최악의 하루 였습니다..
야간 알바를 다녀와서 뜬금 없이 친할머니 팔순잔치가 아침 시간대라고 하여 잠 한숨도 못자고 팔순 잔치를 가서 소주 맥주를 들이붓다가 차 몇시간이고 운전해서 돌아오니까 오후 8시.. 부랴부랴 써놨던 거 옮겨 적은게 이 글.. 흑..
너무나 괴로운 하루였습니다
아물론 쓰는 거 자체는 즐거웠습니다만.. 왠지 지금도 비몽사몽해서 글이 제대로 써졌는지 검토를 해봐도 모르겠군요.. 뭐 아무튼 수아에게 성공적으로 기생한 주인공! 과연 이 둘은 어떻게 될 것인가!